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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31화 (31/206)

제31화

그 생각은 바로.

‘주는 거만 받고 있을 필욘 없잖아?’

변수를 내가 스스로 만들 수도 있다는 거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이미 냥곰이-김민하-를 구함으로써 현재 자체를 바꾸었다.

그녀를 구함으로 미래 그룹은 전생과 달리 움직일 거였다.

미래 그룹에서도 꽤 귀한 존재인 그녀다.

그녀가 살아서 성장하면 할수록, 미래 그룹은 강해질 거였다.

그럼으로 더 희망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되지 않겠는가.

그들도 공허는 바라지 않을 테니까.

그런 논리로 생각하자면 변수는 늘수록 좋은 거다. 내 손으로 만들 수 있으면 더 좋은 거였다.

그런데 때마침.

그걸 시험할 녀석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이번 던전도 예상대로 빠르게 클리어하셨군요. 그런데 대체 왜 시체들이 나오질 않는 겁니까? 무슨 짓을 벌이신 거지요?”

“흠…….”

그 녀석.

내가 썩은 늪에 들어가기 바로 전까지, 내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미래 그룹의 직원이었다.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아니, 본래라면 내가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말이야.”

“대체 뭘 넘어가신다는…… 시체가 없는 거도 그렇고. 헛소리까지. 설마, 안에서 정신 교란이라도 일어난 겁니까?”

“호들갑은 떨지말고.”

쓸데없이 감은 좋아서.

내가 뭔가 하려고 한다는 걸 눈치챈 이 녀석.

그 이름은 김필서.

주름 한점 없는 정장 위, 가슴팍에 새겨진 이름표가 떡하니 그 이름을 알려주고 있었다.

‘본랜 꺼림칙해서 넘어가려고 했는데.’

사실 그의 이름은 전에도 알고 있는 이름 중 하나였다.

녀석이 최후의 칠 인이니 백 인이니 하는 최후의 결사대에 들어가서는 아니었다.

이 자는 최후의 결사대가 구성되기도 전에 죽어 버린다.

제 몸이 반으로 갈라져 버리면서!

죽기 직전, 별의별 꼴을 봤던 나로선 반 갈 죽이 대단은 일은 아니었다.

그땐 반반 갈 죽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었거든.

그럼에도 내가 그를 기억하는 이유는 하나다.

‘이 양반이 죽을 때가 퍽이나 인상 깊었으니까.’

김필서의 죽음은 희생이었다.

죽기 직전, 정확히 이 김필서는 김시연을 대신해서 죽어 버린다.

능력자는 능력자인지라 몸이 갈라친 채로도 바로 죽어 버리는 것도 아니다. 이 양반은 그때가 돼서야 한 가지를 한다.

바로 김시연에게 하는 고백.

제 몸이 반이 갈가리 찢어지고 나서야, 하는 애절한 고백이셨다.

그렇다 해도 공허를 겪었던 나로선, 커다란 감흥을 가진 인물은 아녔다.

그 시기에 사연 하나 없는 게 이상한 일이니까.

하지만 변수를 하나라도 둬 보려고 하는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이거 뭐라도 하나 바꿀 수 있겠어. 뭐,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그는 꽤 흥미로운 존재가 되었다.

그 사연을 뒤바꾼다면, 미래 일부가 또 바뀔 수 있으니까.

내가 이자에게 충고 하나를 던짐으로, 이자가 죽은 이후 김시연이 더 무감각하게 변해 버리는 걸 막을 수도 있을 테니까.

이 또한 변수 아닌가.

그런 의미로다가.

나는 그에게 장난하듯, 충고하나를 건네주었다.

“김필서 씨. 전에도, 아니 지금 꽤 멍하니 기다리고 있는 게 보이는데 말이죠.”

“예?”

“기다리기만 하는 남자는 매력이 영 없어요. 나중에 후회 말고 한번 질러 봐요. 죽기 전에 하지 말고. 혹시 아나, 받아줄지도?”

“갑자기 뭐라는 겁니까.”

반쯤은 진심으로. 또 반은 농담이기도 했다.

이 장난스러운 말을 그가 어떻게 알아들을까.

나로선 모를 일이다.

“일종의 연애 상담?”

“하. 대체…….”

“뭐, 됐어요. 잘 곱씹어 보면 느끼는 바가 있을 거니까.”

나로선 진심을 말해도, 김필서가 이자는 뭔 헛소리인가 생각할 수도 있는 거니까.

나로선 변수들을 키우기 위해서 그저 작은 주사위 하나를 던져놨을 뿐이다.

과연 어찌 변화하는가 하는 호기심도 반쯤 있었다.

이렇게 던져 놓으면 과연 어떤 변화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랄까.

‘씁. 전생에 연애 상담 같은 걸 전혀 안 해 줘서 그런가. 잘했는가 모르겠네.’

나로선 미래를 봐주고 이야기 한 거다만.

눈에 보인 김필서의 표정은 썩어 있었다.

웬 미친 소리를 하냐는 거겠지.

보아하니 상사인 김시연을 당장 불러야 할지, 정신 병원에 연락을 해야 할지 헷갈리는 표정. 그러다 그는 결국 답은 내린 듯했다.

미친 헌터가 한둘도 아니니 보고를 하자는 쪽으로.

그는 나를 앞에 두고 김시연에게 던전 완료를 했다는 보고를 전화를 올렸다.

* * *

예. 예에. 예.

몇 번이고 같은 대답을 하면서, 김시연과 전화 통화를 하는 김필서.

그는 아는지 모르겠는데, 그녀와 통화하는 김필서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고작 업무 보고 때문에 통화하는 건데도, 그리 좋냐. 으휴. 저리 좋으면 당장 고백을 하든가.’

업무 통화에 저런 웃음이면.

혹시라도 사귀면 심장이 쿵쿵 뛰다가 터질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행복함에 심장이 터져 죽어 버리면. 그건 행복인가 아닌가. 슈뢰딩거의 행복이로구먼…… 이라 생각하며 개똥철학에 심취할 때쯤.

급작스럽게 이뤄졌던, 통화의 주인인 김필서가 나를 바라 보며 말했다.

“실장님께서 바꿔 달라십니다.”

“왜요? 시체 어디 빼돌린 거도 아니고. 어차피 시체는 계약상 내 거니까, 따로 해 먹어도 딱히 할 말도 없을 건데. 어차피 언데드 시체라 쓸 거도 없고.”

왜인지 그녀가 나를 찾는단다.

나를 찾은 거에 질투라도 하는 건지, 썩은 표정만 짓는 김필서.

그의 핸드폰을 냉큼 받아내며, 왜 찾냐 물었다.

그리고 그 답.

나로선 꽤 유쾌한 것이었다.

-찾았어요.

“뭐요?”

-이번은 확실히 찾았다고요. 의뢰 말이에요.

“허.”

빠르게 일이 전개됨을 알려주는 신호가 왔다.

* * *

그녀에게 한 의뢰.

유보라와 마리의 흔적도 찾지 못하고 있는 지금.

그 의뢰가 무엇인지는 뻔하지 않은가.

바로 최후의 칠 인 중 하나인 이사야에 대한 탐색이었다.

그걸 바로 알아냈다고 할 줄이야.

던전 밖에서, 이것저것 더 알아보고 변수를 늘려보려고 했던 나로선 더 급한 일이 생긴 셈이었다.

“그럼 거기서 보죠.”

-예. 자료 가지고 기다리고 있을 게요.

더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나는 통화를 마치며, 그녀와 바로 약속을 잡아냈다.

“김필서 씨. 나 좀 데려다주죠?”

“제가 해야 할 건 던전 클리어 후 뒷수습입니다마는.”

“거, 시체도 없어서 수습할 거도 없잖아요? 거기다, 지금 가면 김시연 실장도 있을 건데? 안 갈 거예요?”

“크흠.”

“가지? 함께 갈 거죠?”

“……지한휘 헌터를 수행하는 것도 제 임무니 움직이는 겁니다.”

“헹. 퍽이나. 어쨌건, 갑시다.”

그곳까지 이동은 김필서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어디까지나 업무 때문입니다. 업무요.”

“눼에. 눼. 알겠수다. 누가 뭐라 합니까?”

“큼. 크흠.”

그는 뭔가 찔리듯 허둥대면서도 빠르게 차를 준비했다.

기사가 있는데도, 손수 운전을 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내가 김시연과 만나기로 한 곳은 강남 논현.

썩은 늪이 있는 구리시 쪽에서 가기엔 상당한 거리였다.

그런데도 오래 걸릴 일은 없어 보였다.

‘햐…… 이거 속도위반 아니냐?’

무슨 기대에선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김필서가 미친 듯 밟아대고 있으니까.

* * *

‘과연…… 이 속도로 김시연한테 들이댔으면 까였을까? 아님 받아 줬을까?’

미친 듯 밟아대는 속도에, 별의별 생각이 다들 무렵이었다.

끼이이익-

내가 탄 차는 고급 자동차가 분명한데. 온갖 쇳소리를 내며 브레이크가 잡히고서야 차는 멈춰 섰다.

“도착이네요.”

그 뒤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김필서. 여우 같으니라고.

“여태껏 그리 밟아대고, 이제 와서 침착한 척하지 맙시다.”

“최대한 빠르게 모셨을 뿐입니다. 급한 일이신 거 같아서 말입니다.”

거기다 내 핑계를 대는 뻔뻔함까지. 당신 말투 달라졌다고.

“눼이. 눼이. 내가 급한 건지, 다른 사람이 급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큼.”

나는 기어이 김필서에게 한마디 던져줬다.

그러고 나서야 차를 나설 수 있었다.

나서자마자 보이는 건, 멋들어진 한정식집.

김필서는 몇 번 여길 와 본 듯했다.

금세 김시연이 있는 곳을 미리 알고 안내해 주었으니까.

‘뚫어지겠네.’

물러나는 마지막까지, 그녀를 바라보며 가는 김필서.

식탁에 진수성찬이 깔리고 나서야, 나와 김시연은 둘이 될 수 있었다.

으적.

입에 맛있는 산적 하나를 삼키며 물었다.

“저 정도로 쳐다보면 알지 않아?”

“뭘 말이에요? 설마, 개인적인 일을 물어보시는 건 아니겠죠? 그건 미리 사양할게요.”

“칼 같네.”

“저다운 거죠.”

생긋 웃으며 대답해주는 김시연. 직접적인 답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답을 얻었다.

‘김필서가 어떤 마음인지 알고 있네.’

표정을 보아하니 김필서에게 호감이 아주 없는 눈치는 아니다.

거기다.

“그래도 한 마디쯤 덧붙이자면, 요즘 시대에 너무 기다리는 건 좀 그렇죠?”

“그렇지!”

지금까진 호감이지만, 너무 길어지면 그 호감마저도 닫힌다 이건가.

내 조언은 아주 완벽했던 듯하다.

그 조언을 김필서가 알아서 해 먹어야 할 텐데. 과연 알려나 모르겠다.

여튼, 그녀의 말마따나 개인적인 이야기는 여기까지겠지.

중요한 건 다른 데 있으니까.

나는 물을 한 모금 들이켜며 물었다.

“근데, 이사야는 어떻게 그리 빨리 찾은 거야?”

“말씀하신 거처럼 사건을 몰고 다니던데요. 아, 기본 정보는 말씀 드릴 거 없죠? 이미 아실 테니까.”

“그건 당연하지. 그나저나 사건이라…….”

이사야. 걔는 원래 그런 녀석이긴 하지.

앞으로 녀석이 벌이는 기행을 생각하면, 작은 사건 정도야 문제도 아니지 않나.

‘이 시기에 얘가 사고 칠 게 대체 뭐 있지?’

별거 아닌 거 정도면 미래 그룹에게 맡기면 될 거 같은데. 러시아까지 힘을 뻗는 게 힘들긴 해도 불가능은 아닐 테니까.

그런 의미로다가 슬쩍 사건을 물었는데. 그 대답.

“에이, 뭐. 대단한 사건도 아닐 거 아냐?”

“마피아랑 사건을 벌였던데요.”

“뭐?”

마시던 물이 입 밖으로 흘러 나올 만큼, 아주 가관인 대답이셨다.

‘이 자식 이거…… 뭘 하고 다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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