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28화 (28/206)

제28화

-그어어어!

덩치가 커진 그림자 짐승이 돌진한다.

압도적인 크기!

-그륵!

-케엑!

콰드드득. 콰득.

거체(巨體) 자체가 무기였다.

정면으로 닿으면 으스러졌다.

일부만 닿아도 상관없다. 쪼개져 버리니까.

썩은 늪 위라고해서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이래서 그림자랑 영력이 사기지.’

영력과 그림자는 필요할 때만 물리력을 동원할 뿐이었다.

진로를 방해하는 늪 특유의 힘도, 썩은 냄새와 함께 피어나는 독도 모두 소용없었다.

그림자 짐승의 돌진 뒤에 남은 리자드 언데드들.

-…….

-…….

그들 뒤를 기다리는 건, 침묵 속에 내달리고 있는 영혼 병사였다.

언데드 시체를 빚어서 만든 병사들의 몸은 영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후우웅-!

-켁!

채워진 영기만큼이나 강력한 공격으로 떨고 있는 언데드를 요리했다.

병사의 손에 쥔 무기가 휘둘러진다.

그때마다 언데드 리자드맨 하나가 쓰러졌다.

압도적 학살!

최상의 상태서 일대일로도 이길 게 영혼 병사였다.

그림자 짐승의 돌진으로 인해 몸이 부서졌는데 버틸 수 있을 리가.

콰드드득. 콰득.

그렇게 한차례의 돌진으로 전투가 끝이 나면 남는 건 그 잔해. 그리고.

스스스스-

아직까지 떠돌고 있는 악령들.

그러한 악령들이 영혼 병사들의 몸에 들러붙고자 할 때.

“어림도 없지.”

그때가 내가 나설 때다.

차르륵-

나는 재빨리 사슬을 휘둘렀다.

[원령이 당신을 인지한다.]

[원령이 당신을 저주한다.]

[당신은 저주받았다.]

사슬이 휘두를 때마다, 악령들은 족족 흡수됐다.

‘좋고!’

이걸 흡수하는 것만으로, 나는 소모된 영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영력의 성장도 도모할 수 있을 정도.

하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다.

여기서 내가 하는 건 변주.

나는 사슬에 서린 악령을 내 몸에 흡수하는 대신, 흩뿌렸다.

“악령의 절규.”

[당신은 영혼 마법 : 악령의 절규를 사용했다.]

F에서 E급 스킬로 올라간 영혼 마법 : 악령의 절규였다.

[당신의 손에 쥐어진 악령이 반응했다.]

[악령들이 원독이 스며들어 강화됐다.]

샤아아아아-!

수백 년 묵은 악령들에 스킬의 힘까지 더해진다.

그러자 위력은 족히 세 배 이상으로 올라갔다.

느껴지는 악기에 온몸이 저릿저릿해져 왔다.

그에 확신을 느꼈다.

제대로 하고 있노라고.

‘역시 이런 식으로 쓰는 거였어.’

원독을 머금은 내 휘하의 악령들이 강해진다.

눈앞에 있는 모든 적들이 부서진 가운데, 이 악령들을 어디에 쓸지는 정해져 있었다.

혹시.

동서남북, 사방으로 악령을 던져 디버프하는 장면을 생각한다면.

그건 너무 일차원적이었다.

이왕 만들어 낸 강력한 악령은 사방으로 퍼져선 안 되었다.

‘썩은 늪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다른 데 있으니까.’

악령들이 향해야 할 곳은, 지상이 아닌 지하였다.

정확히는 그곳의 통로였다.

스스스-

독기를 품어, 인간은 돌아다니지 못할 늪.

다름 아닌 그곳이 리자드 언데드들의 통로였으니까.

지금이 그 통로를 부술 때였다.

그림자 짐승의 발소리와 내 영기를 맡고 언데드가 한참 달려왔을 테니까. 지금까지 상대한 그 수보다 훨씬 많은 수. 그 많은 수가 이 늪 아래 품어져 있을 거다.

나는 그걸 단번에 노릴 참이다.

“내려가라.”

[당신의 명령에 원한 서린 악령들이 움직인다.]

샤아아아-!

그 품어진 모든 것들을, 학살해 버릴 차례.

-키이이!

-키이익!

한을 품은 악령들이 지하에 내리꽂힌다.

꽂혀 내리기가 무섭게.

[당신은 동일 종족의 영혼 백을 포식했다.]

[당신은 가호 : 언데드를 얻었다.]

[당신은 가호 : 리자드맨을 알았다.]

[당신은 동일 종족의 영혼 백오십을 포식했다.]

[당신은…….]

…….

학살에 대한 증거가 알림으로 퍼져 나왔다.

‘풍년이네.’

늪 지하를 타고 올라왔을, 언데드 리자드맨들이 악령에 당해 쓰러져 갔다. 다시 올라 오지도 못하고 지하에 처박힌 채로 말이다.

[당신은 충분한 양의 영혼을 포식했다.]

[당신이 가진 가호 : 언데드가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당신은 가호 : 리자드맨을 얻었다.]

[당신은 등급이 한 단계 상승했다.]

[대량의 학살!]

[당신은 가호 : 학살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

“이중으로 가호 확보라. 이래서 나는 언데드가 좋다니까.”

수십을 잡아 가호를 얻게 되고. 언데드가 되기 이전 모체(母體)였던, 리자드맨의 가호를 알게 됨을 넘어 얻기까지 했다.

———————————————

[가호 : 언데드 E]

언데드 다수를 학살, 흔적처럼 남은 악령을 다수 포식하여 얻은 가호.

언데드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한다.

같은 등급의 언데드가 지닌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된다.

영혼의 본질을 통해 힘을 얻어내는 것은 기나긴 세월 동안 흔하게 이루어진 일이다.

———————————————

———————————————

[가호 : 리자드맨 F]

언데드 리자드맨의 모체인, 리자드맨의 영혼 일부를 다수 포식하여 얻은 가호.

오감을 넘어선 육감이 열린다.

영혼의 본질을 통해 힘을 얻어내는 것은 기나긴 세월 동안 흔하게 이루어진 일이다.

———————————————

둘 모두, 언데드 리자드맨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가호.

특히 가호 : 리자드맨의 경우는 전사 종족인 리자드맨 특유의 육감을 열어 주는 귀한 가호였다.

육감이 극한으로 강화되면 흔히 말하는 예지에 가까운 감각을 지니게 된다.

조금만 강화해도 전투에 도움이 될 정도다. 그러니 육감이 지닌 효용성은 말 못 할 지경이다.

‘그걸 이렇게 얻네.’

그러고도 성장은 끝이 아니었다.

가호 : 언데드 리자드맨은 순식간에 E급을 넘어 D급을 향해 나아갔다. 뒤이어 가호 : 리자드맨이 E급을 향해서 나아갈 때쯤.

스스스스-

악령들이 울부짖음에도, 그에 먹히는 언데드가 더 없었다.

“벌써 전멸인가.”

뒤이어 알림음의 세례도 잦아들었다.

늪을 타고 오던 언데드가 완전히 전멸해 버렸단 의미.

순식간에 이뤄진 말살의 끝이었다.

그를 증명하는 걸까.

두둥실-

썩은 늪에는 시체들이 떠올랐다.

* * *

떠오른 시체들은 전과는 달리,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림자 짐승과 영혼 병사가 으스러트릴 새도 없었을 뿐더러. 실제 언데드에 남은 영기조차 악령이 전부 흡수했으니까.

“리자드맨 놈들을 잘 박제해 놓으면 이 꼬락서니겠네.”

말 그대로 영 없는 시체가 떠오른 거다.

나 같은 영혼 술사라면 아무런 쓸모없는 쓰레기나 마찬가지인 것들. 영혼 병사도 더 소환할 일이 없기에 저것들은 본래 쓰레기였다.

‘언데드 몬스터가 인기 없는 이유가, 시체가 남는 게 별로 없어서기도 하니까. 그래도 난 모아야지.’

자, 그런데 내가 이 쓸모없는 쓰레기를 왜 모으고 있느냐.

쓸모가 있어서였다.

어디에 쓰냐면.

“마지막까지 더 우리는 거지.”

이것들을 우려서, 새 제품으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일명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메타.

이 쓰레기를 아주 좋아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뭣들 하냐. 쌓아.”

-……!

-키이익!

바로 시체 쌓기였다.

* * *

쌓여지는 시체로 처음 그리는 건 육망성.

그 위에 일정한 규칙에 따라, 남는 사체를 쌓아 올려야 했다.

쌓이는 수만 하더라도 300에 가까웠다.

그렇게 만들어진 형태는 제단(祭壇).

일반적인 모습의 제단은 아니었다.

시체로 쌓아 만든 그건 흡사 사이비 신도들이 모여서 만든 듯한, 살육전을 벌이고 만들어 낸 그로테스크한 제단이었으니까.

“저건 몇 번을 봐도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니까. 처음 저걸 발견한 놈은 뭘 하는 새끼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이러한 제단을 쌓는 이유. 결국 헌 집 새 집 메타를 위해서였다.

제단이란 이름이 그러하듯.

쌓아 놓고 제사를 지내면, 그에 걸맞은 누군가가 제단에 마련된 대가를 받고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일종의 의식이다.

이 의식의 대가는 언데드 리자드맨 시체.

대가를 깨울 열쇠는.

스스슷-

내 몸에서 퍼져 나가는 영력의 덩어리였다.

그 덩어리가 제단 전체를 감싸면.

찰칵!

닫힌 문이 열쇠에 의해서 열리는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제단 중앙에서 쩌억- 소리가 나며 공간 자체가 찢어져 버린다.

[당신은 성공적으로 의식을 이루었다.]

[당신이 쌓아 올린 제단에 세계 : 음습한 지저의 존재가 반응한다.]

쯔어어억-!

작게 벌어졌던 공간은 점차 시간이 지나며 그 크기를 키워갔다.

크기를 키워가는 대가로 리자드맨 시체는 점차 알 수 없는 불길에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시체가 사라지면 사라질수록 그 크기는 점차 커졌다.

“제대로 됐다!”

이는 의식이 제대로 실행되었다는 의미.

이 의식이 실행되고 남은 결과는 하나였다.

바로 악마 소환.

인간들에겐 쓸모없는 언데드 시체가 악마에게는 더없이 맛있는 진미(珍味)였기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었다.

일종의 쓰레기가 황금을 소환하는 거랄까.

물론, 거저 황금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전투 준비.”

-키이이!

-…….

시체를 불살라 소환해 낸 악마를 상대해 내야 했다.

악마를 죽일 필요도 없다.

강력한 악마는 죽이는 거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죽일 필요 없이 악마에게 인정만 받아내도 되었다. 그러면 스킬 하나 정도는 대가로 건네준다.

내가 노리는 게 그거였다.

악마의 인정.

미래에서는 이러한 사실이 잘 알려졌었다.

‘강해지려는 놈들은 언데드 던전에 주구장창 제단 만들어 바치고 살았더랬지. 그때 꿀을 좀 빨았는데 말이야.’

그러기에.

언데드 몬스터가 씨가 말랐었다.

언데드를 대가로 받쳐서 가호를 얻으려는 미친 족속들이 넘쳐났으니까.

무한히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아주 오랜 후.

제단을 아무리 쌓아도 악마는 모습을 드러내질 않았다.

마치 무언가에 막히기라도 한 듯이.

“뭐, 이제는 되니까 상관없는 일인가. 자자, 어서 모습을 드러내라고.”

리자드맨 언데드를 잡아먹고 나오는 악마는 벨베르.

리자드맨을 주식으로 삼는 악마며, 탐욕의 대악마를 따르는 족속이고. 놈을 죽이고 얻을 수 있는 스킬은 철갑과 괴력이었다.

스킬 철갑은 말 그대로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괴력은 순간적으로 내 몸의 힘을 네 배는 증폭할 수 있는 스킬.

영혼 술사지만, 근접전도 뛰는 내게는 퍽 쓸모있는 스킬이었다.

‘계획도 깨졌으니까.’

거기다 유보라와 마리가 사라지며, 강해져야 할 이유가 더 많아진 나 아닌가.

깨진 계획을 메꿀 수 있는 건 강함밖에 없으니까.

그런 나로선 뭐라도 얻어야 했고. 이사야를 찾는 작은 시간 사이 여기를 들어와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억지를 부려서라도 말이지.

해서, 악마 벨베르가 어서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리고 있는데.

부르르르-!

“뭐지?”

내 그림자 주머니 안. 그 안에 고이 잠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 스스로 몸을 떨기 시작했다.

[당신이 쌓아 올린 제단에 가능성을 지닌 기물이 반응했다.]

푸우욱-

가능성의 기물.

개미 인간을 잡아 얻은, 그 작은 구슬이 튀어 올라왔다.

내 그림자 주머니의 그림자를 스스로 찢어내고서!

“뭐야, 이거!?”

스스로 튀어나온 가능성의 기물은 찢어진 공간으로 제 몸을 날렸다.

내가 잡을 새도 없이, 튀어 나간 가능성의 기물!

튀어 나간 기물이 벨베르가 소환되어야 할 공간과 맞닿는 순간.

[가능성의 기물에 의해서 의식이 변질되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나도 모르는 변수가 일어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