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뭐? 다시 말해 봐.”
“없어요. 단 한 명도요.”
나는 미래 그룹에게 수많은 것들을 맡겼다.
그중 하나가 탐색.
나만 가치를 아는 희귀한 물건들에 대한 탐색은 당연하다.
더해서 사람에 대한 탐색도 맡겼다.
그 탐색 대상 중엔 가장 가치 있다 할 수 있을 둘이 있었다.
그런데 없단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흔적조차 없었어요. 혹시나 이름을 잘못 말했을까 싶어서, 비슷한 자들까지 찾았어요. 문제는 당신이 말한 특색과 일치하는 자가 전혀 없었다는 거고요.”
그 미래 그룹이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고 한다.
아침에 사채업자를 털어먹으면, 점심이 되기도 전에 그 정보를 물고 오는 미래 그룹이다.
그들이 흔적도 못 찾았단다.
말이 되나? 될 리가 없다.
그 미래 그룹이다.
[공허]가 내려앉는 그때까지도, 세계를 아우르는 세력으로 살아남은 미래 그룹이 하는 조사다.
아무리 나라 해도 이들보다 당장 잘해 낼 자신도 없다.
그런 그들이 확언한다.
“유보라와 마리. 그 둘만 뚝 찾지를 못하겠다고?”
“예. 아무것도요.”
가장 중요한 둘.
둘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고.
다른 자들은 흔적이라도 찾은 게 있는데, 이 둘만큼은 그 무엇하나 찾을 수 있는 게 없단다. 그 어떤 비슷한 인물들조차도.
되레 내게 물어왔다.
“그 둘 존재하기는 하는 자들이에요? 말씀드렸다시피, 저희가 놓칠 리가 없어요. 이미 몇 번이나 확인했고요.”
“……하.”
“혹, 다루던 영혼이나 원령 때문에 환각이나 각성 상태에 든 거라면 센터에 예약을 해 줄 테니 치료를 하는 게…….”
그러며, 내 기억 자체를 부정하였다.
미래 그룹이 틀릴 이유는 없으니, 틀린 건 나인 게 맞는다는 듯이.
확언을 하듯 말하는 김시연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 안에는 나에 대한 조롱도 장난기조차 한점 없었다.
유망주로 데려온 나에 대한 걱정만이 가득할 뿐.
계약상 냥곰이-김민하-의 옆을 항상 지켜 주고 있을 건 바로 나니까.
그런 내가 미쳐 버리면 그녀에게도 큰 손해이니 하는 진심 어린 걱정이었다.
‘뭐냐?’
보상이고 뭐고.
순간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나마 내가 버텨낼 수 있는 이유는 하나.
‘난 미치지 않았어. 미쳤을 리도 없지. 미쳤다면 여태까지 써먹은 내 지식, 경험이 다 틀렸어야 하잖아?’
지금까지 내가 증명해 온 결과물들 덕분이었다.
두 차례의 던전, 보상, 영웅 던전, 사채업자와 전투, 아이템 정보…….
그 무엇하나 틀린 바가 없었다.
그러기에 여기까지 왔고, 해 올 수 있었다.
그런데, 분명 그래야 하는데.
“지한휘 씨, 괜찮으세요?”
“괜찮아?”
“어이?”
아찔한 현기증이 났다.
혼란스러웠다.
내 모든 부족함을 채울 그 녀석이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스스로를 빡 대가리라 말하면서도, 여유를 잔뜩 부릴 수 있도록 언제든 옆을 지켜 주던 녀석이 없다는 게.
온몸이 으스러져도. 설사 정신이 망가질 듯해도 고쳐 주던 그 녀석도 없다는 게.
이 빌어먹을 회귀로 인해서, 정신은 아득해지다 못 해서 망가지고 있었고.
전생에는 다 사라지고 없어져 버린, 콜라나 라면 따위를 먹으며 겨우 버텨내던 내 정신이 숫제 흔들리는 듯했다.
그럼에도 겨우 버티고 설 수 있는 이유는.
“……아아. 잠시, 잠시만.”
모순되게도 날 미치게 하는 전생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신이 아득해질 거 같은 절망감을 항시 주지만, 그럼에도 그걸 버텨 회귀까지 하게 됐던 그 빌어먹을 경험이 나를 쓰러지지 않게 만들었다.
그러며 동시에 내 빌어먹을 대가리는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 회귀가 무슨 영향을 만든 거지?’
언제나 그러하듯, 절망 속에서도 생각하며 움직여야 한다는 건 영혼 깊이 새겨진 교훈과 같은 거였으니까.
* * *
손을 휘저어 사람들을 뒤로 물렸다.
김시연에게 마무리를 부탁했다.
정신없이 걸어서 돌아온 곳은 본래 살던 원룸이었다.
새 집인 강남까지 찾아가는 정신머리는 없었던 것이겠지.
푸흐흐…….
이 상황에 그걸 생각한다는 거 자체가 웃겨서 피식 웃음이 튀어나왔다. 짧은 시간이나마 내가 정신을 조금이라도 수습했다는 의미니까.
하기야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생각해 보자.”
중요한 건 결국 상황 파악이다.
“마리는 우선 그렇다 쳐…….”
마리는 한국에 있었지만, 본래 태생은 외국이었다.
몇 년 뒤, 망해 버리는 유럽 국가 중 하나의 난민 출신이다.
정처 없이 떠돌다 흘러들어 오게 된 게 한국이었다.
그러니 그녀에 대한 정보가 없는 거.
넘길 수 있다.
난민이니 이름 자체도 제대로 안 되어 먹을 수 있는 거 아니겠냐.
제아무리 미래 그룹이라도 놓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긴 아직 희망이 있단 의미지.’
문제는 유보라다.
시간의 마법사 유보라.
분명, 그녀는 한국 태생이다.
난민으로 흘러 들어간 경험도 없거니와, 흘러 들어갈 이유도 없다.
거기다 평소 그녀가 보이는 몸에 밴 매너라든가 행동거지의 고아함을 생각해 보면.
‘최소 은수저는 되던 녀석이었단 말이지.’
그녀는 태생 자체가 나랑 비교도 안 되게 좋은 편이었다.
타고난 상류층이랄까.
고로, 미래 그룹이 찾기 더 쉬워야 했다.
끼리끼리 논다고, 상류층일수록 그 바닥은 좁은 법이었으니까. 넓은 범위가 아니라 적은 범위에서 찾으니 분명 찾아져야 했다.
그런데 흔적도 없다라.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일인데…….”
여태껏 해 놓은 모든 계획에 다 깨졌단 의미다.
문제는 그 원인을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알 수 없다는 게 더 문제고.
“하!”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를 몇 시간이고 굴렸는데도, 원인조차 모르겠으니 말 다했지. 망할.
그럼 다시 원점.
그녀들이 없다는 거.
그럼 고로, 내 계획도 폐기가 돼 버린다.
둘을 찾아 각성할 때까지 기다리고. 그사이에 회귀 이전에 지녔던 모든 지식과 정보를 다 동원해서 강해져 버리기만 하면 된다는 그 단순한 계획이 말이다!
여기서 골이 빠개진다.
“나 머리 굴리는 건 영 아닌데?”
강해지는 건 여전히 가능하다.
문제는 더 정밀하게, 효율적으로 계획을 짜는 건 힘들어진다는 거다.
최후의 칠 인, 범위를 넓혀서 최후의 백 인 중에서도 유보라 그 녀석을 따라잡는 머리를 지닌 자가 없었으니까.
그만큼 녀석은 압도적이었던 녀석인데.
그나마 그녀석에게 비견…… 아니 비벼 보려고 했던 녀석이야 수두룩했다만. 어디 제대로 비비기나 할 수 있는 녀석이…….
“어? 한 놈 있었네?”
* * *
생각해 보면 최후의 칠 인은 세상이 본격적으로 망가지면서부터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시작이 나랑 유보라였다.
이후에 마리가 자연스럽게 합류하고.
나랑 한번 붙어 보겠다고 검에 미친 검성 리바이가 참여한다.
아, 참고로 리바이란 놈은 중국 놈이다.
중국에선 리바이라 부르는, 검에 미친놈이셨다.
최후 칠 인이 되기 이전엔 검을 통한 수련에 미친놈이라. 제대로 인정받는 덴 꽤 걸린 또라이기도 했다.
놈의 재능에 감탄한 스승이 없었더라면, 제대로 케어도 받지 못했을 거다. 재능이 미처 다 피기도 전에 어떤 식으로든 죽어 버렸었겠지.
어쨌건 그런 녀석이다.
“마리랑 유보라 사라졌다고, 이 녀석을 데려오는 건 미친 짓이지.”
그 또라이를 지금 데려와야 할 이유는 없었다.
당장 데려와 봐야, 나한테 들러붙기나 할 거다.
어떻게 그렇게 강해지는 건지 계속해 물어오고. 그도 모자라 매일같이 한판 붙어 보자고 징징대겠지.
지금은 가만둬도 중국에서 강자랑 붙겠다고 제 스승과 함께 나대고 다닐 건데, 그냥 두는 게 상책이다.
“리바이 놈이 한국 와 봐야 혼란만 올 거니까. 독을 풀 거면 중국에…… 아니 중국산 독이니까 중국에 있는 게 맞는 거지.”
일종의 빌런 같은 놈이다.
선을 넘지 않은 빌런!
그러니 자연스럽게 이 녀석을 제외하면, 바로 다음에 칠 인에 참여했던 녀석이 있게 된다.
러시아의 이사야.
정확히는 리치 이사야. 시계의 마법사에 비견되는, 아니 그보다 앞서가기를 원했던 비운의 천재.
개화된 마법사로서의 능력을 신좌들의 축복을 통해 강화시켰음은 물론이고.
그 끝을 보기 위해서 제 몸을 리치로까지 변형시켰던 또라이.
“씁…… 이 새끼도 정상은 아닌데. 아니 어떻게 칠 인 중에서 나만 빼고 정상이 하나가 없냐.”
마법사 하면 떠오르는 온갖 괴팍한 이미지를 다 갖다 넣으면 만들어지는 게 이사야 이 녀석이였다.
거기에 더해 녀석이 지닌 특유의 괴팍한 취미를 생각하면…….
가능하면 최대한 접촉을 피하고 싶었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이제 방법이 없어졌다.
이 녀석을 제외하면 칠 인 중 남은 녀석들은 나랑 비슷한 전투형이거든.
“큭…… 그래도 이집트 그 녀석은 말이 좀 통할 건데. 지금 가기는 좀 그렇고.”
결국 유보라를 대신하기 위해서라도.
아니, 찾기 위해서 머리를 굴리기 위해서라도 이사야는 필요했다.
겸사겸사 내 부족한 계획도 보충해야 할 테니까.
“이사야. 너로 정했다.”
포켓X 트레이너가, 최후의 수단으로 반항하는 놈을 꺼내듯.
기껏 꺼내 놓았더니, 트레이너를 공격하는 미친 녀석을 데려오겠다는 심정으로 나는 결정을 내렸다.
* * *
결정을 내린 내가 해야 할 건 두 가지.
“……또 다른 망상하는 건 아니죠?”
“어이, 어이. 망상이라니. 본인 앞에 두고 그런 소리 하는 건 영 아니라고.”
첫 번째는 탐색 요청이었다.
나보다 더 사람 하나는 잘 찾아다 줄 미래 그룹에게 한 요청.
그 요청을 받을 자는 자연스레 김시연이었는데, 반응이 퍽이나 좋지 못했다.
“아니. 그러고 충격받아 가더니, 갑자기 또 다른 인물을 찾아 달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들 거 같아요?”
“글쎄. 과대망상? 편집증?”
“뭐 잘 알고는 계시네요.”
아예, 날 미친놈 취급하고 계셨다.
‘후…… 최후 칠 인 중 내가 가장 정상이란 걸 알려나 몰라.’
하기야, 100인에 들어갔던 눈앞의 그녀.
김시연도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나사 하나가 빠진 걸 생각해 보면. 이 정도쯤이야 애교로 넘어갈 수 있을 수준이다.
“그런 건 보통 본인을 앞에 두고 이야기는 안 하지 않나?”
“이런 거 가지고 기분 나빠할 인물이 아니란 건 이미 파악했으니까요. 뭐, 어쨌거나 좋아요. 이 인물을 찾는단 거죠.”
“어. 러시아의 이사야.”
“흔한 이름이라 어려워지겠는데요.”
“별로. 마법사 관련 개화. 사정이 있어서 제 몸을 감추고 다녀야 하는 주제에, 타고난 관종이라 잘 찾을 수 있을 거야.”
“마법사, 관종, 이름까지. 이 정도면 찾을 수 있겠네요. 근데 찾으시는 인물마다 특징이 정상은 아닌 거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게…….”
“거기까지. 이 이상 선을 넘어서 우리 둘의 합을 깨진 말자고.”
“뭐, 그러죠.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에요. 이사야란 존재가 분명히 존재한다면요.”
“있을 거야.”
이 녀석은 있겠지. 이 녀석마저 없다면, 그때는 나도 답이 없었다. 그러니 없어도 있어야 했다.
어쨌거나, 이사야를 찾게 하는 걸로 첫 번째 요청은 끝.
“근데 요청은 두 가지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아. 말해야지.”
나는 두 번째 요청을 하기 전, 입에 문 빨대를 통해 주스를 마시곤 목을 축였다. 이 부분에선 그녀도 꽤 질색을 표할 테니까.
“나 특혜 좀 줘.”
“예? 특혜요?”
“어. 특혜.”
대놓고, 규칙 하나를 깨 달라고 할 거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