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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22화 (22/206)

제22화

전선의 전열은 여전히 영혼 병사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를 누비고 있는 건 일행 둘.

이전성과 이진아였다.

차아악-!

-키익!

“…….”

전장 속에서 개미가 틈을 보이면, 그때마다 이진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독이 발린 그녀의 단검이 춤을 췄다.

개미의 틈에 단검이 스미면 끝이었다.

부르르르-

독이 몸 속에 번져나갔으니까.

‘역시 뛰어나단 말이지.’

이진아가 사용하고 있는 독은 가호로 만들어 낸 것.

침묵의 암살자에게 주어지는 기본적인 능력 중 하나.

위력은 뛰어났다. 몸에 쑤셔 넣기만 하면 온몸의 장기를 녹여내는 게 저 독이 가진 능력이었으니까.

터어엉- 텅-

그 증거로 몸을 떨다 쓰러진 거대 개미의 몸은 부위 별로 툭툭 떨어져 내렸다. 갑주를 제외한 신체 내부 전부가 녹아내렸기 때문이었다.

그 뒤를 지키고 선 이진성.

“이진아! 뒤로 빠져!”

“알았어.”

그라고 해서 활약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영혼 병사도 물려주세요!”

“됐어. 저 녀석들은 그런 거 따위에 안 타오르니까. 걍 해.”

“무슨 일이 벌어져도 뒷일은 책임 못 집니다?”

“오케이.”

“그럼……! 갑니다! 후우우욱!”

화르르르륵-!

광대놀음을 지닌 그가 이번 전장에서 택한 능력은 불쇼!!

묘기를 부리는 광대가 곧잘하는 그 불쇼다.

그의 입에서 불어나온 바람이 곧 불이 되어 솟구친다.

입에서 튀어나온 거라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불길이 이어져 나온다.

‘쟤도 사기라니까.’

그가 뿜어낸 불의 색은 파란색!

-키이이익!

-케엑!

높은 온도를 지녔음이 분명한 그 불들이 개미들의 온몸을 휘감았다.

본래라면 불에 높은 내성을 지녔어야 할 거대 개미들. 하지만 그의 불길이 닿기가 무섭게 온몸을 비틀어댔다.

그가 뿜어내는 불길은 단순 화력이 강함은 당연했다. 여기에 가호가 주는 마력까지 스며있었다.

그에 반응하여 고통이 전해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이야. 좋은데?’

나로선 꽤 많은 걸 얻고 있었다.

뭘 얻느냐면.

[당신은 영혼병사를 통해 상대의 공격에 스민 영력을 느끼고 있다.]

[가호 : 광대놀음의 불길에 대해서 알게 된다.]

[가호 : 광대놀음의 본질에 한 걸음 다가간다.]

같이 불길에 던져진 영혼 병사들이 그의 불에서 뿜어나오는 힘을 분석해 주고 있으니까!

영력을 통한 분석!

이 능력은 오롯이 내가 홀로 얻어낸 능력이 아니었다.

전생에도 이러한 능력이 있었더라면, 진즉에 익혀 수많은 가호를 알고 분석해놨을 거니까.

이건 생각도 못한 현상이 작용해서였다.

‘전투지능이 이런 식으로도 작동할 줄이야.’

이는 새로 얻은 특성 전투지능 덕분이다.

익히지도 않은 검술과 전략을 스스로 치루게 하는 게 전투지능이지 않은가.

이러한 전투지능엔 적에 대한 분석 능력도 포함 돼 있었다.

본래라면 전장의 흐름이나 적의 능력을 대응하는 수단으로나 쓰일 분석 능력.

여기에 내 영력능력이 합체하는 그 순간,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전투지능의 분석능력은 아군의 가호조차 읽어 내는 분석 능력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나로서도 생각지 못한 기능이었다.

‘전에 영혼 병사로 상대했던 놈들한테선 제대로 읽은 게 없었단 말이지. 그런데 지금은 된단 말이지. 아군이라 되는 건가? 아니면 어떤 조건?’

이 분석 능력은 나로서도 의도해 부리고 있는 능력은 분명 아니었다.

이러한 분석을 하게 된 건 어디까지나 우연 끝에 얻어진 산물. 이 우연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알아볼 게 많았다.

‘우선 조건부터 알아봐야겠어. 시답잖은 전투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꽤 재밌어지는데?’

이 던전 행을 통해 많은 걸 알아봐야 할 터였다.

그렇다고.

“저기 날아오릅니다!”

“봤어!”

전투 속에서 꿀만 빨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영혼 병사가 전열을 만들어 주고 있는 이 상황에서 놀고 있는 건 내 취미가 아니었으니까.

그런 내게 자연스레 주어진 상대는.

위이이이잉-!

날개를 갖고 날아오르는 변종 병정개미!

몸을 띄워, 돌격기처럼 쏘아지는 게 놈들의 공격 방식이었다.

“뭔, 자살 특공대도 아니고.”

스물이 넘는 변종들이 날아들고 있었다.

말이 쉽지, 거대한 거체를 지닌 개미가 몸으로 돌격하는 건 강력한 위력일 수밖에 없었다.

갑주가 지닌 단단함까지 생각하면, 일격에 몸이 으스러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보고 막으면 된다고.

“못 오면 끝이지. 영혼 분리.”

쒜에엑-!

나는 놈들을 막아낼 방공망을 이미 형성하고 있었다.

[당신은 기술 : 영혼 분리를 사용했다.]

[당신은 영혼 조각을 하데스의 사슬에 부여했다.]

[하데스의 사슬은 당신의 영혼의 일부를 담아 당신의 일부가 되었다.]

하데스의 사슬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방공망이었다.

후우웅- 후웅-!

몸 길이를 백미터가 넘게 늘린 하데스의 사슬.

사슬이 승천하는 용처럼 하늘로 치솟아 움직인다. 영력이 받쳐주는 한, 스스로 부유하는 게 가능한 사슬은.

-키이이!

때로 병정개미를 후려치고.

터어억. 턱!

“오우야. 저건 또 무슨 요망한 묶기래?”

-케엑!

또 때로는 변종 개미의 몸을 조여, 무식한 비행 돌진을 막았다.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방공망!

‘크흐…….’

사슬의 방공망이 있는 한, 변종 개미가 막을 뚫고 여길 오는 건 어려워 보였다.

쯔즈즈즉-

단순히 적을 막아내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당신이 지닌 하데스의 사슬에 원령이 흡수된다.]

[원령이 당신을 인지한다.]

[원령이 당신을 저주한다.]

[당신은 저주받았다.]

사슬은 제 몸에 잡혀있는 변종 개미를 영혼채로 포식하였다.

까드득- 까득-

거미가 제 줄에 걸린 먹이를 낚아채듯, 포식하는 그 광경이란!

절로 전율이 일게 하고 있었다.

스스스스-

영혼까지 빠그라진 변종 개미의 사체는 금방, 바스러져 아래로 처박혀 내려왔다.

나로선 이때가 가장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여전히, 아니 앞으로도 유효한 하데스의 사슬이 지닌 저주때문이었다.

“저주는 무슨. 존재 포식!”

[당신은 기술 : 존재 포식을 사용했다.]

[당신은 영력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당신을 위협하던 저주가 사그라든다.]

적을 죽여 경험치를 얻고.

그도 모자라, 영혼까지 싸그리 포식하는 그 순간은 몇 번이고 반복해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포식의 시간이었다.

일종의 존재 포식 세례랄까.

샤아아-

시원했다. 소모되었던 영력이 차오르는 느낌은 일종의 해방감을 안겨줬다. 가능하면 매일같이 즐기고 싶을 정도.

‘중독되는 느낌이지.’

그러한 순간을 즐기는 와중에도, 방해자가 없지는 않았다.

위이이잉-! 위잉-!

스물이 넘는 변종 개미 중 운 좋게 방공망을 피하는 개체도 있었다. 그들이 방해자가 됐다.

그러나 그런 방해자들에게도 준비된 한방이 있었다.

푸슈욱-!

-켁!

기다렸다는 듯 쏘아지는 화살이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하얀 화살이 방공망을 벗어난 변종 개미의 몸을 꿰뚫어 버린다.

바로 냥곰이 날려 낸 화살이었다.

“잘했어 냥곰!”

“……!”

끄덕.

그녀가 날린 화살은 강력했다.

위력, 센스 어디 하나 나무랄 게 없었다.

지난 기간 수련을 반복했을 그녀의 화살은 매서웠다. 그 매서움이 파티에서 일 인분을 하기에 충분한 제 몫을 내 주고 있었다.

현 헌터 수준에서 루키 수준은 충분히 해주고 있단 의미였다.

‘나로서도 감탄스러운 성장이란 말이지.’

* * *

그렇게 만들어진 합이었다.

던전 행은 수월하게 이뤄져 갔다.

난이도가 상당히 쉬워서, 시시할 지경이랄까.

이대로 두면, 이들은 내 보호 아래서 쉽게 성장할 뿐이다. 제 가능성을 성장시킬 가능성이 거세 돼 버린다.

때문에 나는 변덕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

“그냥 돌면 재미가 없겠는데. 내가 다 쓸어버리면 너희도 재미없잖아?”

“수련에 도움이 안 되긴 하죠.”

“그렇지. 나로서도 냥곰이 수련을 도와주는 게 계약 조건에 있거든. 이래서야 반푼이가 될 거야. 그러니 포메이션을 바꿔 줄게.”

“쉬운 사냥이 가능한데, 난이도를 일부러 어렵게 만드는 거. 그거 미친 짓인 거 알죠?”

“뭐, 어때. 미치지 않고선 살기 힘든 세상인데. 자자, 영혼 병사 후퇴!”

“……억!?”

“이렇게 물린다고요?”

“안 될 게 뭐 있어.”

때로 변덕을 부리며 전투 포메이션을 바꿨다.

그때마다 일행을 포함하여 냥곰이마저도 질린 표정을 짓지만 무슨 상관인가.

‘안 그럼 가능성을 지니고만 있을 뿐이라고.’

저들의 성장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 거 나 때는 더했다니까?

걷기만 해도 죽을 위협이 넘쳤단 말이지.

이걸 알려줄 수도 없고 말이지. 말한다고 해서 믿겠나. 회귀도 안 믿을 건데.

그러니 알아서 난이도를 올려 줄 수밖에 없었다.

영혼 병사를 뒤로 빼서 전열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

“몇 마리 빠져나올 거야. 막아!”

대공망을 일부러 헐겁게 열어, 변종 개미의 자살 돌격을 일부러 방치했다.

콰아앙-! 콰앙-!

“크읏. 아, 좀 쉽게 가자고!”

“나는 여전히 쉽다니까?”

“망할!”

난이도를 잔뜩 높여 버린 덕분에, 이진성의 입에선 쉴 새 없이 욕설이 터져 나와 댔다.

차아악-!

은밀한 암살자를 자처하던 이진아의 몸은 더없이 분주해졌다.

적의 사살은 기본이고, 냥곰이의 호위 역할까지 도맡아줘야 했으니까.

때문에 반발이 오긴 했다.

“아가씨, 보호는 당신 의무 조항에도 있는 거 아녔어요?”

“보호하고 있다니까? 지금 냥곰이가 부상당함?”

“이게 어떻게 보호라고……!”

나올 만한 반발이었다.

그러나 나는 무심하며 뻔뻔해지기로 했다.

“죽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고쳐 줄 수 있으니까. 바깥엔 무려 미래 그룹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을 거라고. 걱정은 붙들어 매.”

“그걸 말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말이 아니면?”

“이 사냥 끝나고 다 보고할 거라고요!”

“하라지.”

그 때문인지 반발은 더 커지지만 어쩌랴.

“말했다시피 내 계약 조건엔 성장도 포함된다고. 이런 식으로 굴려야 충분한 성장이 가능할 거라 여긴 거뿐이야. 이해했어?”

“정도라는 게 있는 법이라고요.”

“별로? 아직 넘지는 않은 거 같은데. 분명 이 판단, 김시연도 인정할 거야.”

“……지금까지도 잘 성장하고 계셨다고요.”

“글쎄다?”

나로선 이 방식을 바꿀 이유가 없었다.

아, 물론 이진아나 다른 일행이 보기엔 지금도 충분해 보이긴 하겠지.

밖에서는 루키라고 치켜세워 주시겠다.

주변 헌터랑 비교하면 성장 속도도 빠를 거였다.

비교적 말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영 아니 옳시다, 다.

저들 눈은 현재를 보지만 나는 미래를 보고 있었다.

<공허> 이전 마지막까지 겪었던 내가 보기에 저 정도 속도?

부족하디 부족하다.

아니, 안일한 데다가 최악이랄까.

고작 이 정도 수준으로 루키라고 하다니.

우습지도 않다.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다들 높다만, 이 수준으로 쭉 가 봐야 공허가 닿기 전에 죽을 뿐이다. 그 증거가 저 남매가 내 기억 속에 없단 거다. 냥곰이도 없었고.

“자자, 입을 놀리는 거 보니 여유가 있는가 본데. 바로 또 변화줄 테니 따라오라고!”

“윽…… 잘도!”

“큭! 야야. 가서 따지지 말고 와서 도와달라고!”

“…….”

그러기에 반발이 와도 상관치 않았다.

그저 몰아붙일 뿐이다.

‘빌런은 죽이고, 아군 될 녀석은 최대한 살려 놓아야 하니까.’

잘 키워 놓은 아군 하나가, 공허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게 분명하지 않은가.

그러기에 나는 이 악랄한 개미둥지 틈바구니에서 아군을 쉼 없이 굴려 나갔다.

“꺄아아악!”

“끅…… 잘도!”

“이야, 잘하는데?”

“시끄럽고! 와서 도와요!”

뭐, 아주 쪼금은 굴리는 맛에 몰아붙이는 게 있을지도?

내 사적 감정이 있다면 그건 조금, 아주 조금이었다.

* * *

몇 번을 난이도를 올려 가며 굴렸을까.

그럼에도 <개미둥지> 안에는 수많은 개미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거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직전 수준인데?’

변종 개미 중 공중을 나는 건 차라리 기본 개체로 보일 정도였다.

실시간으로 땅을 파면서 아래를 노리는 녀석도 있었고.

매머드처럼 크게 덩치를 키운 녀석도 간혹 튀어나왔다.

‘폭발하는 녀석이 나올 땐 나도 식겁했지.’

유망주용 하급 던전이라고 하기엔,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곳이었다.

과연 미래 그룹이 제대로 던전을 고른 건가 싶었다. 어쩌면 선택 과정에서 실수가 있을지도 모를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허어억…… 헉…….”

“아, 악마 같으니라고! 당신은 악마야!”

“거, 칭찬 고맙네.”

“…….”

덕분인가.

나를 제외한, 일행 모두가 상당히 독기가 올라 있었다.

그, 냥곰이마저 내 농담에 조용히 나를 쳐다볼 정도다. 잔뜩 감정 실린 눈을 하고서.

어쨌거나, 이런 행복한(?) 시간도 결국 끝은 있는 법이었다.

“보스 룸이네.”

“와!”

“……사, 살았다!”

둥지의 끝이 보였다.

그 앞에 여왕개미가 지키고 있을 게 분명한 거대한 문이 자리해 있었다.

이제 이 문을 지나가면, 대망의 보스가 기다리고 있을 터.

끝이 보이고 있음에, 죽을 둥 살 둥 하던 일행은 힘을 받은 듯했다.

적당히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

‘이거, 보스 룸도 어렵게 굴려 줘야 하나?’

그 모습을 보고 잔뜩 심술이 나는 가운데.

철커엉-!

나는 영혼 병사를 시켜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본 광경은.

-키이익. 인……간?

“어?”

어딘가 위험한 광경이었다.

알을 품고, 지금 이 순간도 알을 품어 내야 할 여왕개미. 그런 여왕개미는 어쩐 일인지죽어 있었다.

제 자식으로 태어난, 아니 변종이 되어 버린 개미에게 배가 꿰뚫린 채였다.

꿰뚫린 배 위에서 변종은 무언가를 잔뜩 씹어 삼키고 있었고.

-인간인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하고 있었고. 거기다 놈은 개미 형태가 아닌 인간형이기까지 했다.

‘이 미친?’

순간, 전생을 경험한 나로선 온몸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저것을 방치하면 무언가 위험해질 수도 있단 기분이 드는 건 왜였을까?

일행을 더 굴린다는 생각은 깡그리 지워 버린 지 오래였다.

“다들 뒤로 물러나! 영혼 병사 전진.”

나는 무언가 더 위험해지기 전에 저걸 처리해야 함을 깨닫고,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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