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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9화 (19/206)

제19화

쇼퍼 말대로다.

완본제 무구.

던전에서 나온 거라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몇몇 특별한 무구를 제외하고 그 능력이 좋지 않은 경우는 넘쳐났다.

헌터의 능력에 딱 맞춰져 만들어진 거도 아닌 데다가. 마력 효율이 낮은 것도 수두룩하기 때문.

때문에 이러한 장비들은 연구용으로나 사용될 정도다.

뭐, 간간이 나오는 최상급 무구는 공학으로 만들어 내는 거로는 상상도 못 할 만큼 강력하긴 하다만.

어쨌거나, 최상급으로 올라가면 완본제가 더 뛰어난 경우가 많긴 한데 지금은 아니랄까.

한 마디로 최상급으로 가면 갈수록 던전제가 좋고, 나처럼 애매한 구간에선 제작품이 더 좋단 이야기.

이건 돈에 미친 새…… 아니, 자본의 힘을 뒤에 업은 현대 공학의 승리였다.

던전 완본제를 현대의 기술이 점차 따라잡고 있단 소리니까.

뭐, 멸망 직전에 가서는 중상급 헌터 장비까지도 완본제를 따라잡는 수준이었으니, 대단하긴 하다.

그래도 지금의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상관없어요. 있기만 하다면, 조건에 맞는 걸로 갑옷이랑 무구 맞춰서 리스트 줘 봐요.”

“고객님이 원하시는 조건이 그러시다면, 바로 리스트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내가 쓸 게 아니니까.

* * *

‘와우. 역시 싸잖아? 최고야.’

갑옷은 망가질 걸 대비해서 스무 벌.

무구는 워낙에 자주 망가지는 법이니 무려 서른 자루를 구매했다. 창, 검, 도, 낫까지. 종류도 많았다.

수도 많은 데다가 깡으로 단단하고 무거운 거를 골라봤더니, 눈앞에 무구가 수북하게 쌓였다.

스물의 헌터를 무장하고도 남을 이 장비가 가진 금액은 무려.

“62억 3,572만 원입니다.”

“만족스럽네요.”

내 예상의 반값이다.

나와 달리 쇼퍼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당장 올리는 매출은 좋지만, 완본제로 이런 매출을 올리는 건 흔치 않은 일.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는 거다.

내가 이렇게 잔뜩 사 갔다가, 환불이라도 하면 일이 복잡해질 테니까.

“……결제 도와드릴까요?”

“예. 바로요!”

그 걱정. 알게 뭔가. 반품할 일도 없는데.

“알겠습니다. 바로 처리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몇 개는 가는 김에 제가 챙겨 갈게요. 일단 검 세 자루부터요.”

“예. 그 부분도 금방 도와드리겠습니다.”

나는 만족스러움과 함께 포장된 장비들을 챙겼다.

* * *

“흐흐. 이제 들어가서 전장이나 마저 뛰어 볼까.”

그렇게 만족스러움 가득 채운 채, 백화점을 나서고.

택시가 편하기는 하다만, 아직 공허에 잡아 먹히지 않은 이 세계를 만끽하려 얼마나 걸었을까?

‘후음…… 처음엔 착각이려니 싶었는데 말이야.’

어느샌가 수상한 기척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직 막장으로 치닫지 않은 현재다.

치안이 낮은 상태도 아니고. 범죄가 심심찮게 일어날 시기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 상황에 미묘한 살기들이 날 가리키고 있었다.

‘어쭈? 살기를 조절하기까지 한다고.’

보통 사람이라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은 살기만 풍기기까지 했다.

전문가라는 의미.

그 수만 하더라도 못해도 족히 50명이다.

전생 같은 막장 상황도 아닌데, 50이나 되는 자들이 살기를 풀풀 풍기면서 나를 따라다닌다라?

“……재밌네? 꼬리를 달고 다닐 필요는 없지.”

집으로 향하던 나는 슬쩍 방향을 틀었다.

‘역시 따라온다.’

그들이 따라오기에 딱 적당할 속도로.

또한 50명을 처리하기에 적당히 으슥한 곳을 향해서였다.

그러기를 20여 분.

“지한휘 씨?”

어수룩한 척하며 다가오는 자들이 있었다.

그런 그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환대하는 나를 보고.

“어, 왔어?”

“……X바. 눈치챈 거 같다. 쳐!”

놈들은 앞뒤 없이 달려들고 있었다.

* * *

“괴상한 사슬 조심해라!”

“펼치는 순간, 묶을 준비 해!”

놈들은 날 알고 달려드는 게 분명했다.

말하는 꼴을 보니 내 무기인 하데스 사슬에 관해서 연구한 것도 분명했고.

‘어쭈, 마력 장비들을 제대로 준비했네?’

몸 전체에 기이한 마력이 돌게 하는 슈트를 입고 있었다.

와.

손에 꼬나쥔 무기들도 보통 무기가 아닌 마력이 부여된 무기였다.

그 의미는 명백했다.

나를 알고 왔다는 의미였다.

깡으로 마력이 부여된 물건.

그러한 물건엔 영을 부여한다거나, 마력을 사용해 수작을 부리는 게 힘들었다.

장비에 부여된 무기가 다른 어떤 힘이 부여되는 걸 저항해 내기 때문이다.

일종의 저항력 상승이라 보면 된다.

그런 걸로 죄다 도배를 하고 왔다?

전장에서 날뛰는 나에 대한 정보와 헌터로 등록된 내 능력. 그걸 보고 최선의 대비를 했다 보면 된다.

거기다, 나를 포위하는 꼴을 보자니 전문 헌터 사냥꾼들인데.

‘어지간한 놈이면 잡아 먹히겠네.’

다른 자가 보기엔 확실히 위기다.

하지만 말이다.

나는 그러한 위기가 위기로 보이기는커녕.

“마침 시험할 게 있는데 잘됐네.”

기회로 보였다.

무슨 기회냐고? 내 새로 얻은 내 힘을 시험할 기회였다!

“영혼 분리.”

[당신은 기술 : 영혼 분리를 사용했다.]

스스스-

분리된 영혼들이 주변으로 퍼져나가, 세 갈래로 나뉘었다.

갈래로 나뉘기가 무섭게, 나는 등에 메었던 검들을 차르륵- 풀어내며 재차 스킬을 사용했다.

“영혼 병사.”

[당신은 기술 : 영혼 병사를 사용했다.]

[당신의 분리된 영혼이 무구에 깃들었다.]

샤아아-!

바닥에 깔린 검들에 영혼이 실리는 그 순간. 무기물이었던 검들은 살아 있는 생물체처럼, 둥실 떠올랐다.

[검에 깃든 영혼 병사가 생성되었다.]

[도에 깃든 영혼 병사가 생성되었다.]

[검에 깃든 영혼 병사가 생성되었다.]

‘제대로야.’

이 순간. 새로운 병사들이 탄생했다.

새로이 얻은 병사들.

본래 이 병사들을 부리기 위해선, 강력한 정신력을 발휘해야만 했으나. 지금의 나에겐 상관없는 일이었다.

특성이 있으니까.

[특성이 발휘될 대상을 확인했다.]

[특성 : 전투 지능이 자동 발휘된다.]

차르륵-!

아키텍쳐가 선물한 특성이, 내 정신의 아무런 소모 없이 영혼 병사가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마치 유령이라도 깃든 것처럼 살아 움직이는 무구들.

“저, 저……건 정보에 없는데!”

“닥치고 어서 쳐! 더 수작을 부리기 전에!”

새로이 등장하는 무구에 적들의 눈에 당황이 서린다.

나는 그런 그들을 보고 피식 웃어 줬다.

미리 준비하는 걸로 이류는 됐지만, 당황하는 걸 보니 일류는 못된 녀석들이었으니까. 비웃음이 나올 수밖에.

어쨌건 좋았다.

“너네 영혼 맛 좀 볼래?”

시험하기 딱 좋은 대상들의 등장은 언제나 환영이니까.

* * *

전투 지능 특성은 단순히 병사를 움직이게 하는 걸로 끝이 아녔다.

‘그 정도 수준으로 특성이 사기라는 소리를 들을 리가 있나.’

[당신의 특성 : 전투 지능이 병사를 강화한다.]

샤아아-

적을 향해 날아가는 검.

그 검들은 특성의 힘을 재차 부여받았다.

생명이 부여된 걸로 모자라, 영혼 병사들은 스스로 생각하며 제 몸을 변형시켰다.

도에 부여된 하나는 부여된 영혼을 부풀려 크기를 키웠고.

드드드드-

다른 하나는 여러 갈래로 나뉘며 칼날을 생성해 냈다.

칼날 위로 톱날처럼 나 있는 긴 톱날들은 그 자체로 위협적이었다.

마지막 칼날.

그것은 넓게 벼려지거나 나눠지는 대신에 일점에 기운을 모으길 택했다.

‘저거 미쳤네.’

부르르-

그 위력은 영혼 병사를 직접 생성해낸 내가 보기에도 압도적!

전방위로 흩뿌려지는 힘보다, 집중된 힘이 그 무엇보다 강력함을 영혼 병사는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샤샤샥-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전투 지능을 발휘했을 땐.

적이 이미 가까이 있었다.

그땐 적들도 대응을 시작했다.

“이까짓 무기! 날면 떨구면 되는 거지!”

“잔재주야! 부숴!”

영혼 병사 스스로 날더라도 검이란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 터. 그 검을 휘둘러 망가트리는 걸로 대응하는 듯했다.

뭐, 일반적이라면 나쁘진 않은 반응이었고.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후우웅-!

메이스류 둔기가 휘둘러졌다.

50cm의 넙데데한 둥그런 쇳덩어리.

그 위에 헌터가 지닌 이능까지 씌었다.

‘……오! 무기 파괴를 써?’

기술 : 무기 파괴.

무기를 부술 수 있는 권능 중 하나!

파아앙-!

그 권능과 검에 실린 영혼 병사가 부딪쳤다.

부딪치는 그 순간.

검에 실려 있는 영혼 병사는 파괴되어야 함이 맞는데.

터억-!

검은 파괴되기는커녕, 파괴의 힘이 깃들어 있는 메이스를 막아냈다.

정확히 봉쇄했다!

제 몸에 있는 영력 일부를 변환.

뭉툭한 메이스 아래 얇은 자루를 잡아챘고. 묶어 냈다.

파괴의 권능이 실린 메이스 진로 자체를 막아 버린 셈!

“이, 이까짓게!”

무기 파괴를 사용한 헌터가 이마에 핏줄이 드러날 정도로 힘을 주지만.

“이이익!”

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한쪽은 영력으로 메이스를 묶은 채로, 다른 한쪽의 영력을 수십 다발 풀어 헤쳤다.

짜아악-! 짝-!

그러곤 채찍처럼 휘둘러댔다.

“커어억. 컥…….”

순식간에 일어난 채찍 세례.

온몸을 곤죽을 내듯 촉수처럼 휘둘러졌다.

은밀한 취향이 있지 않고서야, 이 세례를 어찌 버틸까.

스스스-

고통 속에서 메이스에 실린 파괴 권능이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영혼 병사는 그걸로 만족하지 못했다.

제 몸을 파괴한 적을 벌이라도 해야겠다는 듯,

쫘아아악-!

“컥…… 거기만은…….”

“오우야. 저긴 아프겠는데?”

도무지 닿지 말아야 할 곳에, 큰일을 내버렸다.

보고 있던 나조차도 움찔거릴 정도의 강한 타격!!

“크어어억…….”

“……아, 엉덩이라도 토닥여 줘야 하나.”

헌터가 메이스를 대신해 그곳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게 자극이 된 건가.

[당신의 전투 지능이 새로운 공격 방식을 익혔다.]

영혼 병사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샤아아아-!

“커헝.”

“사, 살려 줘……. 왜 그곳만 노리는데!”

“컥…… 차라리 죽여.”

“캬아악…… 내가…… 내가 고…… 고……! 크윽…….”

다른 남은 두 영혼 병사들도 곧바로 약점(?)을 집요하게 노리기 시작했다.

급작스럽고도 집요하며, 치밀한 공격!

덕분인지 남은 헌터들은 빠르게 제압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틈만 보이면 그곳을 찌르고 들어오는데 어떻게 버틸까!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헌터가 낑낑대고, 그곳을 부여잡은 채로 버틸 뿐이었다.

“성능 확실하구먼?”

이 나조차도, 당하고 싶지 않은 완벽한 제압 방식이었다.

* * *

아직도 끙끙대고 있는 놈들.

“크허어어억…….”

“크흑…….”

같은 사내로서 동지 의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살려 줬으면 됐지.’

당장 죽이지 않은 거만으로도 나로선 최선, 아니 최고의 자비였다.

“영혼 병사 회수.”

물론 자비의 대가는 톡톡히 받아냈다.

[당신은 영혼 병사를 회수한다.]

[회수된 영혼 병사의 영력을 재흡수한다.]

[흡수한 영력에서 타인의 영혼 일부를 획득했다.]

[받아들이겠는가?]

“전생이라면 아니겠지만, 지금은 당연하지.”

그 대가는 저들의 영혼 일부.

전생이었다면 영혼 병사가 받아들여 온 영력을 다시 돌려줬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거저거 가릴 때는 진즉에 지났으니까.

나는 한 점 망설임 없이 영력을 흡수해 냈다.

그 대가는 확실했다.

[당신은 타인의 영력을 흡수했다.]

[가호 : 포식의 위력이 일부 증가했다.]

[가호 : 위압의 위력이 일부 증가했다.]

[당신은 압도적인 전투를 통해 가호 : 압도를 일부 깨우쳤다.]

온갖 가호를 성장해 냈음은 물론이고.

“압도라고? 햐, 이게 벌써 나오다니.”

또 다른 가호를 일부 얻어 내는 데 성공했다.

그것은 일종의 가호가 지닌 조각 중 하나였으며.

조각을 완벽하게 채워 넣었을 때, 또 다른 가호인 압도를 얻어낼 게 분명한 알림이기도 했다.

<가호 : 압도>.

말 그대로 마주치는 적을 완벽히 압도해 내고. 그에 따른 전투력 상실은 기본.

때로 적의 능력 일부조차 봉쇄할 수 있는 강력한 가호 중 하나.

그 조각을 얻어낸 성과는 분명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고작해야 이런 조무래기 상대로 얻어낼 거라곤 상상도 못한 능력이자, 전생에도 수년 뒤에나 얻을 능력이었으니까.

위압과 비슷해 보이나, 이건 가호 등급이 상승하게 되면 꽤 쓸 만한 것으로 변화되는 것이기도 했다.

이걸로도 상당한 보상.

하지만.

아직 이들로부터 내가 정산받을 대가는 더 남아 있었다.

“우리가 마저 할 게 있지?”

나는 아직 배가 고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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