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8화 (18/206)

제18화

[관리자가 호출되었다.]

[신좌 : 아키텍쳐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

회사 이름이 곧 신좌의 이름이었던 건가.

‘신좌가 만들어 낸 회사란 건 알았는데, 이름도 같았나? 관심 종자였네.’

비밀은 멀리 있는 게 아닌 가까이 존재하고 있다던데, 이렇게 대놓고 이름을 알려 주고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한 일이다.

하기야, 걸맞은 이름이긴 했다.

아키텍쳐.

시스템 구조의 집합이자 조화.

‘신좌는 곧 이름이 제가 가진 힘 일부를 뜻하던가.’

영웅의 전장 주인이 아키텍쳐 그 자체임을 감안하면, 저 신좌의 이름으로 아키텍쳐는 딱 적당했다.

그러한 아키텍쳐는 금세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 냈다.

[신좌 : 아키텍쳐가 영웅의 전장 오류를 찾았음에 기뻐하고 있다.]

‘자기가 만든 거에 오류를 찾았는데, 왜 기뻐해? 변태인가…….’

신좌 아키텍쳐의 성격이 어떤지 딱 알 만한 울림이었다.

이어서, 울림은 내게도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신좌 : 아키텍쳐가 첫 전장 오류를 발견한 당신을 위한 보상을 책정하고 있다.]

[신좌 : 아키텍쳐가 보상을 책정 완료했다.]

보상에 대한 결정이 내려졌으니까.

나 홀로 실버 5까지 올라온 상황.

리그를 진행할 수 없는 이 상황에 대한 보상은 분명 대단해야 했다.

‘다름 아닌 신좌가 하는 일이니까 말이지. 거기다 무려 기쁘게 해 줬잖아?’

그 결정은 내가 기대하기가 무섭게, 주르륵 이어졌다.

[신좌의 가호로 당신의 등급이 2 추가 상승하였다.]

[전장 금화 보상이 3,000개 추가되었다.]

추가적인 등급 상승과 전장에서 통용되는 금화.

이쯤은 보상의 시작일 뿐이었다.

[가호 : 그림자의 등급이 F에서 E급으로 상승한다.]

[가호 : 위압의 등급이 F에서 E로 상승한다.]

“이, 미친? 가호를 이렇게 올려 준다고?!”

아키텍쳐는 가호의 등급을 2개나 더 올려 주었다.

가호의 등급 업이 말할 거 없이 어려운 걸 생각하면, 이는 결코 작지 않은 보상이었다.

‘위압이야 그렇다 치고, 그림자는 영영 가호를 올리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잠시나마 뜸을 들이던 아키텍쳐는 끝끝내 나도 알지 못하던 걸, 툭 하고 던져줬다.

[신좌 : 아키텍쳐가 당신에게 특수 능력 전투 지능을 부여했다.]

“……와, 미친 이걸 나한테 준다고?”

특수 능력 ‘전투 지능’. 전생을 겪은 나로선 처음 얻는, 그러나 그 가치만은 확실한 보상이 내게 주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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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 지한휘

등급 : 14

가호 : 영력 E /쥐쟁이 F /그림자 E /위압 E /살인 F /포식 F

직업 : 근원의 영혼 마법사.

기술 : 존재 포식(F) / 영혼 구속(F) / 영혼 분리(F) / 영혼 감지(F) / 그림자 주머니(F) / 그림자 제어(F) / 영혼 병사(F).

특수 : 전투 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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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생겨 버렸네?”

전장의 접속을 끊어 내자마자, 곧바로 능력치부터 확인했다.

무려 전장에서 부여된 보상이었으니, 없어지지야 않겠지만. 도무지 믿음이 안 가는 상황이니까.

해서 본 내 능력치 확인 창에는 정말로 특수 능력이 부여돼 있었다.

전투 지능.

단 네 글자. 하지만 앞으로 그 쓰임새를 생각하면.

‘미쳤다. 아니 오졌다.’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능력이었다.

생각해 보면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는 게 아키텍쳐의 능력 중 하나였으니…….

‘시스템적으로 지능을 부여하는 거 정도야 아키텍쳐한테는 쉬운 일이겠지.’

라고 속 편히 생각하고 싶다만.

그렇다 해도 성좌 기준에서나 쉬울 뿐.

내 입장에서는 그 가치가 가늠도 안 되는 이런 걸 알아서 퍼 줄 몰랐다.

“이래서 회귀가 답인가. 크흐…… 취한다.”

시작하자마자 주어지는 보상에 홀로 취할 정도.

아, 물론 방심은 하지 않는다.

신좌 ‘아키텍쳐’ 이 녀석이 이리 퍼 주는 건 후에 있을 모종의 일을 위한 발판 같은 거니까.

한 마디로, 놈이 성격이 후해서 퍼 주는 게 아니란 거다.

제 나름의 목적이 있어 이런 식으로 내게 퍼 주고 있단 말씀.

이렇게 한참 퍼 주다가 호감을 사고. 나중엔 인류에게 큰 죄악을 끼쳤던 걸 생각하면.

“마냥 호구는 아니란 거지.”

물론, 나는 녀석의 목적을 알고 있으니, 뽑아 먹을 거만 뽑아 먹을 테지만. 그리 생각하면…… 호구 맞나?

어쨌거나 좋다.

일이 착착 진행되는 느낌이었으니까.

‘다음 던전 사냥에 뽕을 뽑아 줘야겠으.’

* * *

낮에는 전장에 다른 실버 리거가 생기기를 기다리며, 전장에 연습 게임을 돌려보고. 밤에는 미래 계획을 점검하길 반복했다.

‘그 녀석이 이리 그리워질 줄이야.’

전생에 나 대신 생각해 줬던 유보라가 계속해 그리워질 수밖에 없는 나날이었다.

천재인 그녀에 비하면 지능 지수가 떨어진다고 하는 나로선, 점검을 하면 할수록 골이 빠개지는 느낌이니까!

계획 짜다가 정신이 나갈 거 같아. 정신 나갈 거 같아. 정신 나갈 거 같다고.

그래도 녀석을 찾을 때까진, 제대로 내가 굴러 줘야 하는 게 맞으니까.

‘……그게 갚는 거지.’

나를 대신해 전생을 포기한 녀석에 대한 예의로다가. 매사 대충 할 수가 없는 나였다.

어떻게든 틈만 나면 대충 살려고 했던 전생의 나란 놈으론 도무지 어울리질 않긴 하다만.

다른 답은 없다.

‘이래서 어릴 때 열심히 해야 나중에 편하다고 그러는 건가? 설마, 전생에 내가 대충 살아서 이러는 거? 근데 난 지금 더 어린…… 아씨. 이게 아닌가.’

어쨌거나, 뇌절을 몇 번 반복하고.

정신 나갈 듯한 계획에서 오류를 수정해 가면서 유보라를 찾을 때까지 버틸 생각을 하며 미친 듯이 보낸 나날들.

그런 가운데 온 연락이 날 생각의 늪에서 끌어올리고 있었다.

-준비는 돼가고 있어요? 이제 3일 뒤면 던전행이에요.

“오. 벌써 그렇게 됐나?”

한 달에 두 번 가야 한다는 사냥 날이 다가온 걸 보면, 무려 11일은 전장에 푹 파묻혀 있었다.

‘김시연이 전화 한 번 안 해 줬으면 큰일 났겠는데.’

아마 그녀가 이렇게 친히 전화를 해 주지 않았더라면, 날짜도 까먹었을 거였다.

-보아하니 전장에서 날뛰느라 시간도 모르셨나 보네요.

“오, 전장을 알고 있었어?”

-소문이 파다하던데요. 몰라도 알게 될 만큼요.

“하긴, 좀 요란하긴 했지.”

-요란한 정도가 아니에요. 뭐, 그래도 잘 활약해 주셨어요. 지한휘 님 활약 덕분에, 그룹 내부에서 계약을 잘못했다는 말이 쏙 사라졌거든요. 던전으로 못 써먹으면, 리거로 써먹으면 되니까.

“어떻게든 골수까지 뽑아먹으려고 하는 그 자세…… 과연 미래 그룹이야.”

-그런 말은 면전에선 자제해 주시라고요.

“에이, 이번은 내가 먼저 한 게 아닌 거 같은데?”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닌 거 같네요.

잠깐 다른 이야기로 분위기를 환기하던 김시연.

그녀는 곧장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나저나 아시죠? 소모품이야 저희가 미리 준비해 드린다지만, 장비는 직접 준비하시기로 한 거. 드린 돈이면 충분하다고 들었는데, 준비 되신 거예요?

“아아…… 기억하다마다.”

그리고 그녀가 꺼내든 본론은 내가 잊고 있던 한 가지를 환기시켜 주고 있었다.

‘전장에 미쳐 가지고, 까먹고 있었네.’

바로 다음 사냥을 위한 장비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거.

아직도 내 품엔 하데스의 사슬이 있다지만, 내 주 장비 중 고작 하나를 가졌다는 의미다.

전생에 여러 무기를 직접 다루고, 영혼 병사들에게까지 채워줄 장비를 생각하면 내가 가져야 할 장비는 채워도 채워도 부족했다.

아키텍쳐가 준 전투 지능까지 생각하면, 내가 사야 할 건 더 많아진다.

‘돈이 부족해질지도 모르겠네.’

그녀는 예리하게 그걸 재확인시켜 준 거다.

-후음…… 말투로 봐서는 까먹고 있으셨던 거 같은데. 아니겠죠?

“설마. 그럴려고.”

보아하니, 내가 까먹었던 거도 눈치를 챈 거 같기는 한데.

-그 말 우선 믿겠어요. 아가씨와 같이 사냥을 가는 데 준비가 미. 흡. 할 거라곤 상상도 하기 힘드니까요.

“커흠. 걱정 말라고. 준비는 확실할 거니까.”

-……후음.

증거도 없이 나를 몰아붙일 수는 없는 법이었다.

“자자, 그럼 3일 뒤에 보자고. 그때 확인시켜 줄 테니까.”

-믿겠어요.

* * *

오랜만의 외출인가.

“햇빛, 취하네.”

통화를 한 다음 날, 나는 갓 출소한 범법자가, 바깥 세상을 나서듯 집을 나섰다.

<공허>가 잡아먹지 않은 태양.

유통기한 있던 태양을 한참 만끽하는데.

“엄마, 저 사람 봐. 저렇게 태양을 봐도 돼? 눈 아픈 거 아냐?”

“쉿……! 이미 정신이 나갔을지도 몰라. 우리 아중이는 그런 사람 안 되게 조심해야 해요.”

“응!”

……X벌. 아직, 다른 사람이 보기엔 미친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그래도.

거 사람을 앞에 두고 말이야, 동물 농장에서 ‘허허- 우리 미미, 다음엔 건강할 수 있도록 잘 요양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말을 하는 건지.

당신들이 거, 태양이 잡아 먹힌 세상에서 한 몇 년은, 아니 3일만 굴러봐야 이 심정을 알겠지. ‘그때는 걍 형광등도 최고야.’라는 그런 말을 남기고는 싶었으나.

“……미친 짓이긴 했네, 이거.”

아무리 헌터라도 슬슬 햇빛에 눈이 아파 오기에, 나도 다른 델 볼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상큼했던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아씨. 눈에 보랏빛 맛 나는 거 같다.”

시야의 3분의 1 정도는 빛의 영향으로 검게 보이는 가운데. 나는 아이템 구매를 하러 곱게 나서고 있었다.

눈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쯤.

이번은 오성이 아닌 미래 그룹 전용 무구 백화점으로 왔다.

‘캬. 미래로 갈아탔다고, 바로 백화점도 갈아타 준 나. 충성심 보게.’

……사실은 길드원 전용 할인 때문에 왔다만.

어쨌거나, 나는 통장에 그득그득 쌓인 돈을 다 쓸 각오로다가 안을 들어갔다.

* * *

현재 내가 가진 시드 머니는 120억.

냥곰이 구하고 50억에 계약금으로 받은 20억. 다시 장비 맞추라고 내게 준 돈이 10억이다. 여기에 전장에서 돌아 벌어들인 돈이 다시 40억 가량이다.

크흐.

‘영혼까지 저당 잡혀서 1억 5천으로 장비 맞추려고 했던 게 얼마 전인데 말이야. 빠르다, 빨라.’

최하급 헌터가 제 몸을 제대로 무장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2억. 고급스럽게 슈트까지 맞춰 주고 하면 10억은 최상급 아이템이라 봐도 된다.

뭐 제대로 된 장비 맞추기 시작하면 120억은 껌값도 안 되어 버리긴 한다만.

일단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최하급 헌터 기준 12명은 무장시킬 돈을 마련했다 이거지.

난 이 시드 머니를 이용해 스물은 더 무장시킬 생각이다. 참고로 냥곰이 입었던 수트보다도 더 효율성 높게 말이다.

그 방법? 쉽다.

“퍼스널 쇼퍼 이혜영입니다. 미래 길드원 지한휘 님, 확인하였습니다. 이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이번은 발품을 팔 것도 없다.

길드원 전용으로 제공되는 혜택 중 하나, 퍼스널 쇼퍼를 호출하는 것으로 1단계는 끝이다.

“무엇부터 도와드릴까요?”

“육체 계열 장비 찾습니다.”

“예? 헌터님, 정보로 봐선 영혼 술사 계열이신데요. 그에 걸맞은 장비들을 미리 준비해 놓았는데, 다시 바꿀까요?”

“예. 바로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바로 도와드리겠습니다.”

봐라. 발품을 팔 거도 없이 내 눈앞에 장비들이 주르륵- 깔린다.

스스스-

그녀가 잠시 정신을 집중하고, 능력을 사용한다.

그러자 눈앞에 장비들 세팅이 전부 바뀌었다.

눈앞에 퍼즈널 쇼퍼 이혜영은 공간 관련 능력이 있는 게 분명했다.

‘이야, 인벤토리 관련 능력인가? 이 귀한 능력자를 이런 쇼퍼로 사용하고 있네. 낭비 쩔잖아? 미쳤네, 미쳤어.’

전투 능력은 낮더라도, 던전에서 약초나 희귀품목 같은 부산물 채우는 덴 최고인 직업.

짐꾼 중에서도 최상위면서, 레이드를 뛸 때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공간 능력을 이런 데 쓸 줄이야.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그 능력을 고작해야 쇼핑에 이용하는 나로선 그 충족감이 배는 되는 느낌이다.

이런 걸 보고 사치 뽕이라고 하는 건가.

과연 미래 그룹!

뽕이 다 찰 쯤. 세팅을 맞춘, 쇼퍼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물었다.

“어떤 장비들부터 찾으실까요? 최상급 슈트부터 시작하여, 능력치 제한의 한계까지 능력이 부여된 장비도 있습니다.”

“오. 좋은 녀석들 넘치긴 하네요.”

“후후. 미래 백화점 전용 무구들도 있으니 자세히 봐 주세요.”

불 정령 깃든 검. 서리 방패. 마력 슈트. …….

모두 몬스터 사체에 현대의 공학이 한데 어우러진 최상급 장비들이었다. 중세 느낌이라기보단 퍽 세련되고 현대적인 디자인들.

쇼퍼가 자부심을 가질 만큼 멋들어진 장비들이 넘쳐났으나.

나는 당장 이런 게 필요한 게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그 ‘녀석’들은 다른 게 필요했다.

고로, 나는 특별히 다른 조건을 달았다.

“미래 그룹에서 만들어 낸 거 말고. 던전에서 떨어지는 완본제로. 그 능력은 정령이 깃드는 거나, 마법이 사용될 거 없이. 통짜로 단단할수록 좋은 걸로요. 있습니까?”

“예? 있기는 하지만…… 굳이 그런 건, 효율도 없어서 추천은 드리지 않는데요.”

내 조건에 쇼퍼는 난색을 표했다.

이해가 가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우선 한번 줘 보세요.”

그런 것들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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