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첫 전장에서 승리!]
[업적 : ‘타고난 승리자’를 획득한다.]
[전장의 유저 중 총 10%가 획득한 업적 달성!]
[축하한다!]
“알았다!”
말투하고는.
그래도 뒤이어지는 꿀 보상은 만족스러웠다.
[업적 보상으로 전장 금화 100개가 주어졌다.]
[도박에 성공!]
[배당률 3.85배 확인]
[판돈 38,500,000원이 입금되었다!]
“옳지. 이거지!”
던전과 같은 식으로 이뤄진 칠흑 같은 보상의 방. 그곳에서 주르륵- 이어지는 보상은 꿀맛이었다.
한 번 걸었음에도 3배 넘게 불어 난 판 돈도 만족스럽거니와.
차르륵-
“히야. 첫판부터 이기면 이런 식으로 줬었다 이거지?”
보너스로 주어진 전장 금화 100개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배치전에서 1킬당 주어지는 전장은 단 하나. 등급 자체가 낮기에 그 이상 그 이하도 없었다.
그런데 100개라.
만족스러울 수밖에.
나중에 이 전장에서 얻으려고 했던 ‘그것’을 생각하면, 얼마를 모아도 부족한 것이 금화였으니까.
그런 의미로 보자면 몇 번을 치르던, 나는 이 전장을 계속 한참 돌아야 했다.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 더더욱 빨리 돌아야 하는 게 인지상정!
“보자. 배치전이 총 10번 이뤄졌었나. 그럼 우선 남은 건 9번이네?”
고로 내게 남은 할 일은 하나였다.
“내가 오늘 배치전 끝내고 본다!”
학살이다.
* * *
새 시즌이 시작돼, 관심이 집중된 영웅의 전장!
관심된 집중만큼 혼란도 더 해져 있었다.
이전까진 고작해야 베타 시즌이었다고 하지만, 그 기간이 자그마치 3년이다.
그 시간이 지나 무려 정식 오픈이니 관심도는 높을 수밖에.
그중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를 가진 게 전 랭커들의 랭킹과 그 과정이었다.
지난 시즌 랭커들도 아직 배치전을 끝마치지 못한 자가 수두룩했다. 전 랭커들이 새 시즌에선 어떤 등급을 받고 시작할지부터가 말이 많았다.
-아무리 전장이 막 나간다지만, 랭커들끼리 붙여 주겠지.
-그러겠냐? 다름 아닌 영웅 전장인데.
-ㅇㅈ. 이 새끼들은 도무지 밸런스 유지할 생각이 없음. 걍 지들 마음대로지.
-유저 생각은 뭣도 안 하지.
-맞음. 근데도 왜 자꾸 뜨지?
-그걸 모르겠음. 걍 하고 보게 됨. 괜히 시선이 감.
-랭커들 덕이지 않것냐?
-그른가.
유저 친화적이지도. 그렇다고 자세한 정보도 없다.
그런데도 전장에 사람들이 집중하는 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어쨌든 이번은 누가 랭커할 거 같음?
-뭐, 전 시즌에 해먹은 새끼들이 또 해 먹겠지.
-패왕 새끼 봄? 그 새끼는 전 시즌 보상으로 뭐 하나 처먹었다는데?
-뭐임? 뭐가 나온 거임?
-모름. 뭐 하나 받은 건 맞다는데, 중간에 방송 끊었다던데?
볼거리도 볼거리거니와, 각 등급 주어지는 보상이 중요했다.
판돈으로 걸은 돈이 실제로 들어오는 건 기본. 전장의 아이템이 실제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나저나 이번 전장 보상은 새 능력 각성도 있다던데?
-내가 들은 건 스킬 북인데?
-대체 그런 헛소리는 어디서 듣는 거냐.
덕분에 이번 시즌엔 대체 무슨 아이템과 스킬 북이 떨어질까 하는 떡밥도 도는 게 당연한 터. 많은 떡밥과 맞물려 온갖 소문이 생성되고 사라지곤 했다.
그러면서도 다들 전 시즌 랭커를 보며 집중하고.
경쟁자들 가운데서 또 어떤 유망주가 나오나 살피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루키 떴다!
-ㄴㄱ?
-<회귀가답이다>라는데 배치전에서 무섭게 연승하고 있음.
-나도 봄. 그놈, 기록이라고는 암것도 없던데?
-하나 찾음! 막공 간 기록 하나 있다.
-뭐임?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임?
급작스레 등장해서 연승을 챙기고 있는 지한휘-회귀가 답이다-에 대한 소문이 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의 플레이는 다른 자들이 보기에 특색이 넘치다 못해, 미쳐 있었다.
-이 새끼 뭐임? 왜 아이템을 안 챙겨 들어와?
-뺏어 쓰던데?
-……뭐지?
놈은 첫 배치가 끝나고 전장 상점 창을 이용할 수 있게 됐을 텐데도, 제 무기를 챙겨오질 않았다.
무기가 없으면 뺏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시작은 언제나 첫 상대의 무기를 강탈하면서부터다.
-대체 왜 뺏기지?
-쟤는 호군가?
-뭐지?
문제는 이다음.
-전사 아님? 아니면 육체 능력자?
-상대한 놈들 말로는 법사라던데? 몸에 과부하 걸린 느낌이라고 함.
-……??
벌써 8판째 연승을 챙기고 있는데, 무슨 능력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무기든 손에 쥐기만 하면 제대로 써먹으니, 전사라는 이야기도 있고.
상대하는 자들 말론 몸에 알 수 없는 과부하가 걸린다고 하니 다른 이능 계열이란 말도 있었다.
또 어떤 이는 추적자 계열이라고도 말을 했다.
몸을 숨기든, 도망치든 간에 찾아서 아작을 내 놨으니까.
분명 한 사람인데, 온갖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볼거리를 넘어 궁금증을 유발시키는지라, 다들 의견이 분분해졌었다.
-저 정도 능력을 가졌으면 각성자는 확실한데. 뭐로 각성한 거지?
-가호나 스킬을 제대로 보이기 싫은 건가? 왜 전에 패왕도 자기 능력 최대한 숨기지 않았음?
-그러다 결국 실버 리그 올라가선 공개했잖아?
-맞음. 저 새끼도 중2병 걸린 거겠지. 그러니까 최대한 능력 안 보이는 거 아닐까?
-컨셉임. 그래도 어차피 얼마 못 감. 슬슬 저 새끼 연승 막으려고 팀 짠다는 이야기가 있음.
-ㅇㅈ. 얼마나 가나 보자.
그 능력은 뭔지. 정체는 또 뭔지를 궁금해했다.
결국 이에 대응을 하겠답시고, 나서는 자들이 수두룩 해졌다.
전 랭커도 있었고, 이참에 새 시즌에서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자들도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연승은 계속 이어졌다.
파죽지세로 이어지는 9연승!
-이만큼 연승해서 올라가는 사람 있었나?
-내 알기로 없음. 있음?
-기억력 구리네. 전에 패왕 9연승 기억 못 함? 근데 다음에 분명 깨짐!
-그때 렉커란 놈이 깼나?
-ㅇㅇ 애들 여섯 모아서 한 번에 깸.
패왕의 기록과도 같은 이 연승을 깨버리면, 그 스포트라이트는 자신에게 올 게 분명했다.
사람들이 모였다.
그 수는 패왕의 연승을 깼던 숫자보다 많은 아홉!
랭킹 1위라 알려진 패왕의 기록을 깨는데도 여섯이면 충분했었다. 이번은 전 랭커까지 포함하여 총 아홉이다.
셋이 더 모여 있었다.
이쯤이면, 연승을 깨는 게 분명 할 거라 여겼다.
-이제 슬슬 끝날 때 된 거 아님?
-가즈아! 시작했다!
-ㄱㄱㄱㄱ
배치전이라 생각하기엔 너무도 많은 관심이 한판에 모아졌다.
* * *
[마지막 배치전을 시작한다.]
[살아남으라!]
대망의 열 번째 배치전.
마지막 배치전이 시작하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한 대 뭉쳤다.
“여기로!”
“사살!”
그 숫자가 총 아홉 명.
“커억…….”
“치사하게…….”
아홉은 모이자마자, 당황해하는 둘을 사살하고 시작했다.
떨어지는 금화를 잡아채는 건, 전 시즌 랭커 중 하나였던 사냥개 렉커.
전 시즌에 파죽지세였던 패왕의 연승을 막았던 주인공이 그였다.
패왕은 시작일 뿐이다. 온갖 랭커들을 악질적으로 괴롭혔다.
그게 인기가 되었으니까.
워낙 온갖 더러운 짓을 하며 막는 데다가 입담도 걸걸한지라 그를 따르는 팬은 꽤 많았다.
팬이 아니어도 더러운 유명세라도 유명세는 유명세다 보니, 그가 영웅의 전장을 중개하면 시청자 수도 많은 터.
이번도 같은 방식이었다.
‘패왕 놈이 요즘 조용해서 심심했는데, 잘 됐다. 이참에 제대로 한번 쓸어 버리는 거지.’
사람을 모았고. 방송을 통해 버는 수익의 일부를 쉐어하기로 했다.
덕분에 당장 수익은 줄어들겠지만, 길게 보면 이 일을 통해 더 유명해질 터.
그 뒤에 얻을 과실이 꿀과 같기에 그는 잔뜩 기대에 차 있었다.
“사살 완료!”
“위치 파악했습니다!”
영문도 모르는 둘을 사살하고, 아군 아홉이 다 모였다.
렉커는 기다렸다는 듯 명령을 내렸다.
“전진! 곧바로 멱을 따자고!”
“전진!”
“오케이! 한탕 하러 가자!”
그의 명령에 아홉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흐흐. 이 정도 숫자면 패왕도 뒤지지.’
움직이는 그는 잔뜩 기대에 차 있었다.
무려 그 수가 아홉. 아홉이나 되는 수가, 한 번에 죽이러 가면 ‘회귀가답이다’라는 놈이 얼마나 덜덜 떨지 기대가 됐으니까.
‘패왕 놈도 아닌 척해도, 몸은 떨렸지. 크흐.’
이번은 패왕보다 더 하급 놈을 죽이는 날이었으니. 덜덜 떨고 있을 그놈의 표정을 어서 보고 싶었다.
그런데.
<회귀가답이다> 놈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으응?”
“혼자야? 어? 아니네? 함께 왔어? 이럼 편하지!”
렉커 이상으로 기대에 찬 눈을 하고 있었다. 연승이 깨진다는 절망 어린 표정 따위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뿐이 아니다.
“바, 바닥에 뭔가 있습니다.”
“어어억!?”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바닥에 마법진처럼 깔려 있었다.
‘……쇠사슬?’
그 정체를 미처 다 파악하기도 전.
파아아아앙-!
바닥 전체를 감싸고 있던 쇠사슬이 튀어 올랐다!
* * *
알지? 내 아이디. 회귀가답이다.
대놓고 회귀했다고 쓰고 있는 나란 놈이, 미쳤다고 컨셉질을 잡을까. 영혼 술사라는 걸 딱히 크게 숨길 생각도 없고.
다른 내 능력을 끝끝내 숨길 생각 따위도 없었다.
‘끝까지 숨기고 하는 건 어쭙잖은 놈들이나 하는 거고. 필요하면 드러내기도 하는 게 능력이지.’
미래 그룹과 계약도 했겠다.
그들의 보호도 받고 있는 판국에 뭐 하러 죽을 둥 살 둥, 능력을 숨기나.
필요할 때는 마음껏 드러내고 노는 거지.
그간 내가 무기를 챙기지 못한 이유는 하나다.
‘하여간 드럽게 비싸요.’
비싸서.
영웅의 전장에선 제 무기를 구현하는 게 가능했다. 재화로 쓰이는 전장 금화를 일정량만 내놓으면 됐다.
‘기본 기능 중 하나지.’
보통은 비싸지도 않았다.
허접한 무기는 전장 금화 1-2개면 될 정도.
덕분에 배치전 한 판 하고, 주어지는 기본 전장 금화 10개면 다들 무기는 가져왔다.
비싼 고오오급 무기라 해봐야 20개 정도라, 몇 판만 하면 됐고.
근데 내 주 무기인 하데스 사슬은 아니었다.
“……뭔 200개가 필요하냐?”
진짜를 가져오는 거도 아니고, 구현하는 데 필요한 게 무려 200개였다.
‘내가 모르는 가치가 숨겨져 있나?’
새삼, 이 하데스 사슬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숨겨져 있나 싶을 정도였다.
어쨌거나.
이 금화를 모으자마자 냅다 사슬을 질렀다.
전장 상점에서 파는 그 어떤 무기보다도, 사슬이 내 능력과 궁합이 좋았으니까!
이제 냅다 이 사슬을 갖고 학살극을 벌이려는 찰나.
“오? 함께 왔어? 이럼 편하지!”
안 그래도 반복된 배치전에 귀찮아졌는데, 단번에 애들이 몰려올 줄이야.
생각 못 한 꿀이다.
‘한 놈, 한 놈 덫을 놓고 사냥하려고 했는데. 흐흐.’
알아서 거미줄로 찾아온 놈들에게 내가 해 줄 건 단 한 번이었다.
“그럼 이만 가 봐.”
차르륵- 콰아앙!
바로 몰살하는 것!
길게 늘였던 쇠사슬을 조이고. 조인 쇠사슬 사이로, 적들이 묶인다.
“이놈이!”
“튀어!”
“어쭈?”
그나마 눈치가 빠른 몇 놈이 쇠사슬 함정을 빠져나가나, 그뿐이다.
“커윽…….”
털썩.
영혼으로 과부하를 줘, 무릎을 꿇게 하거나.
[당신은 그림자 가호를 사용했다.]
“내 발! 뭔가 이상해!”
“억?!”
몸에 닿아 있는 그림자를 이용해 발을 묶어 버리면 됐다. 넘어지고, 묶여 버린 녀석들을 기다리는 건.
차르르륵-
도망친 놈들에게 열이 바싹 오른 하데스의 사슬.
콰앙!
길게 이어지는 쇠사슬이 빠르게 내려앉으며, 놈들의 대가리를 아작 내었다. 그 순간.
[전장에서 승리!]
기다리던 알림이 울렸다.
* * *
‘10승은 전생을 통틀어서도 처음인데? 과연…….’
해낸 기록이 있으니 이다음 보상이 기대될 수밖에 없는 나다.
보상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최초이자 최고의 기록, 10연승 달성!]
[전장의 유저 최초로 배치전 전 승을 달성.]
[업적 : 배치의 지배자를 얻었다.]
[전장 금화 3,000개가 주어진다!]
[특수 상황 발생으로 인해 배당률을 재확인.]
[적이 단합한 특수한 상황. 배당률이 5배 증가!]
[책정된 총배당률 7.75배!]
[775,000,000원이 입금되었다.]
“햐…… 미친?”
전장 금화가 쏟아지고. 시작 전보다 오른 배당금은 고작해야 시작이었다.
[최초의 업적 달성을 통해 등급이 3 상승하였다.]
[패배자들의 영력 일부가 당신에게 흡수되었다.]
[전장의 특별 상자가 주어졌다.]
“……오. 이런 게 돼?”
생각지도 못하게 등급이 3이나 상승했다.
업적을 세우면 간혹 등급을 올려 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무려 3이나 올라갈 줄이야. 이는 전생을 겪었던 나도 보지 못한 등급 업이었다.
‘특별 상자는 또 뭐지?’
거기다 전장의 특별 상자라는 알 수 없는 아이템이 허공에서 툭 떨어져 내렸다.
내 손에 쥐어진 고풍스러운 상자. 나조차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이 내 손에 들어왔다.
뒤로 이어지는 거도 전부 예상외였다.
[배치전 완료.]
[결과를 토대로 배치전 등급이 정해지는 중.]
현재 전장의 등급은 크게 다섯이었다.
다이아, 플래티넘, 골드, 실버, 브론즈.
이 다섯의 등급이 또다시 다섯으로 나뉘었다. 1~5로. 5가 낮은 거고, 1이 높은 거였다. 예를 들면 브론즈 1, 2, 3, 4, 5랄까.
이런 상황에서 배치전에서 주어지는 등급은 보통 브론즈 3이었다.
이게 평균.
실력이 구더기면 5까지 떨어지고.
나처럼 연승으로 올라가면 브론즈 1까지도 올라간단 이야기가 있었다.
패왕이었나?
전장이 닫힐 때까지도, 이 바닥에서 1위를 해 먹던 놈도 최고 기록이 브론즈 1부터 시작이었다. 이후에 다이아까지는 항상 올라갔고.
‘그놈도 언제 한번 보기는 해야 하는데.’
그러니까 전생을 통틀어 배치전 시작 최고 등급은 브론즈 1이라 이 말이다.
그런데.
[당신은 리그 : 실버 5에 배치되었다.]
“엉?”
전생에도 없었던 기록이 깨져 버렸다.
그리고 깨어져 버린 기록은 생각지 못한 결과를 가지고 오고 있었다.
[오류!]
[현 시즌 전장에 있는 실버 리거는 현재 당신 하나만 존재한다.]
[더 이상 리그를 진행할 수 없는 상태.]
[관리자 호출을 진행 중…….]
…….
“와, 이거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