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다음 날.
“배송 완료되었습니다.”
나는 곧바로 마련된 숙소로 향했다. 그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받은 건, 작은 접속기. 대표적인 VR기기로 알려졌던 오큘러스보다 단순화된 고글 하나였다.
이는 꽤 특별한 물건이었다.
‘영웅의 전장에 들어가기 위한 접속기니까 말이지.’
영웅의 전장.
특별한 기술과 마법 같은 힘으로 각성자들이 가상 공간 안에서 싸우게 만든 게임이자 엔터테인먼트.
신생 회사 중 하나인 ‘아키텍쳐’를 대표하는 물건 중 하나였다.
회사가 만들어진 지는 고작해야 3년.
그런 주제에 전 세계에 공급망을 가졌음은 물론이고, 게임 내 도박조차 합법으로 만들어 낸 아키텍쳐.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지만,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아키텍쳐를 만들어 낸 자는 다름 아닌 신좌였으니까.
“빌어먹을 것들이라니까.”
신좌.
던전에서 헌터를 후원하느니, 어쩌니 하는 것들. 저 자신들도 <공허>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공허를 막는 행세를 하는 것들이 신좌의 정체다.
제 놈들 말로는 자신들은 공허와 다르다고 하지만, 내 보기엔 영 똑같다.
어쨌거나.
그러한 놈 중 하나가 만들어낸 회사가 아키텍쳐.
대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도박도 합법이고, 게임 내 재화에 대한 조율도 가능한 거다.
단순 돈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제대로 약점을 찔렀지.’
괜히 신좌가 된 건 아니란 건지.
아키텍쳐는 일부, 아니 대다수 헌터들의 약점을 찔렀다.
바로 죽음!
이 안에서는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전장 안에서 죽어도 재화가 소모될 뿐이다. 재화만 있다면 언제든 부활이 가능했다.
그나마 재화도 부족할 경우 현실의 돈을 가져다 넣으면 부활이 가능할 정도다.
‘교환비가 극악하기야 하다만, 죽는 거보단 낫지.’
죽음으로부터의 완전한 초월이다.
그러기에 던전엔 가기 싫지만 유명해지고 싶은 이들은 이곳에서 활약하고 싶은 자가 넘쳐났다.
실제로 던전 내부의 전투는 처절하지만, 이쪽은 스포츠로 취급되니까.
덕분에 여러 국가와 국민들에게 인기가 넘쳤다.
던전은 많은 것들이 통제되고, 정보 제한 때문에 대중이 모르는 부분도 제법 많이 있다.
영상 녹화 스킬 같은 것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 공개되는 것도 아니니까. 노이즈도 상당히 껴서 제대로 보는 건 분명히 힘들다.
하지만 이 영웅의 전장은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여 준다.
인기가 있을 수밖에.
평소 접할 수 없는 헌터들의 스킬이 난무하고.
그 안에 만들어진 팀들이 활약하는 것이 전장.
어지간한 스포츠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볼거리였다.
정식 시즌이 시작된 지금이야 남은 스포츠 몇 개가 발악하고야 있다만, 몇 시즌 가지 않아 전부 망할 정도이니 더 말해서 뭣할까.
‘애당초 신이 만들었는데, 재미가 없을 리가 없지.’
즉, 던전이 생산업에 가깝다면, 이쪽은 엔터테인먼트!
겉으로 봐선 아주 자애로운 신좌가 헌터들을 위해서 마련해 준 즐거운 놀잇거리다. 새로운 세계를 위한 유희 거리!
실제 던전의 위험도 없으며, 목숨을 잃을 일도 없는 곳!
진실이냐고?
“그럴 리가 있나.”
지금은 철저한 유희 거리지만, 이후 본격적 마왕 침공 시 그 가면은 벗겨졌다.
아주 처절하게.
결국 이 영웅의 전장이란 것도 놈들의 장난질 중에 하나다.
게임의 탈을 쓴 던전이랄까.
‘……망할 놈들. 그때는 생각도 하기 싫다.’
어쨌거나 나는 이 망할 게임을 잠시만 할 참이다.
오래 할 생각은 없다.
전장은 전장일 뿐. 실전이 아니었다. 그러한 곳에서 오래 있는다 해서 진짜 실력이 늘 리가 없다. 어디까지나 보여 주는 쇼일 뿐이니까.
“마침 며칠 시간이 있으니 해 놓는 거지.”
냥곰이가 새 사냥을 준비하는 시간 며칠. 그사이 나를 대신해서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주는 미래 그룹이 벌어준 시간을 활용할 뿐이다.
그 며칠이라도 사용하기엔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게 전장이었으니까.
푸쉬이익-
[영웅의 전장에 온 걸 환영한다!]
“후으……!”
어쨌거나.
내가 여기에 들어가서 구하려는 게 뭐냐고?
우선은.
“별거 없어도 돈은 기본으로 챙기고.”
쌓아도, 쌓아도 모자란 돈을 챙길 수 있다.
‘진짜는 그다음이지.’
돈은 단지 기본.
전장에서 강력한 업적과 활약을 하면?
저 전장에서 귀한 것들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스킬과 등급, 때에 따라 가호까지도 부여되는 게 이곳 전장이 주는 힘이고 매력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현실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내가 이걸 이용하면 개꿀 빨 수 있다 이거지.
그러니. 그런 것들을 얻기 위하여.
나는 접속기로부터 느껴지는 기운들을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였다.
* * *
[당신은 전장 방문이 처음인 것으로 확인된다.]
접속하자마자, 우선 보이는 건 오로지 암흑뿐이다.
그 뒤에 알림음이 울리며 보이는 건 단 한 줄의 타이머.
[배치전 시작 1분 전.]
[00:60]
[00:59]
[00:58]
…….
눈앞의 숫자가 초 단위로 떨어져 내린다.
친절한 설명 따위는 없다. 몸으로 직접 겪어 보라는 듯 초시계만 바뀌어 갈 뿐이다.
[00:50]
10초가 지났을 때. 그나마 뒤이어지는 메시지는 또 한 줄.
[판돈을 걸겠는가?]
“당연한 소릴.”
[참여자의 의지가 확인되었다.]
[참여자 리스트를 확인하겠는가?]
이번엔 만족스러운 듯 두 줄이 뜬다.
리스트를 요청하면 참여자에 대한 이름만 하나 나오겠지. 그걸 봐서 뭐 하나. 애당초 내가 볼 걸 곳은 정해져 있었다.
“아니, 나한테 올인.”
바로 나다.
아쉬운 건, 단 하나.
[00:30]
[통장 잔금이 확인되었다.]
[배치 전에 모인 금액이 많지 않아 배팅할 수 있는 금액이 제한된다.]
[제한 금액은 1,000만 원.]
바로 금액이 제한이 있다는 거.
20억 단위로 있는 통장인데, 걸 수 있는 처음 걸 수 있는 판돈은 빈곤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어쩌랴.
[제한 금액 1,000만 원, 배당률 3.85배 책정되었다.]
[걸겠는가?]
“아쉽지만, 그거대로 걸자고.”
나는 전부 걸 생각이다.
[당신은 제한 금액까지 돈을 걸었다.]
[소유한 통장에서 1,000만 원이 자동 출금되었다.]
이어지는 확인. 그리고 지나가는 시간.
[00:03]
[00:02]
[00:01]
[배치전을 시작한다.]
화아아악-
본격적으로 접속하자마자 환해진 빛. 시야가 다시 돌아오고 보이는 곳은 녹음이 짙은 숲이었다.
‘하여간 불친절하기는.’
이어지는 설명은 단 한 줄뿐이었다.
[살아남아라.]
* * *
오로지 살아남으라는 말뿐이다.
이 숲에서 생존 물품을 만들어서 살아남으라는 건지. 포악한 몬스터로부터 살아남으라는 건지 따위의 안내는 없다.
미리 정답을 알지 못하면 우선 당할 뿐이다.
바로 지금처럼!
후우웅-!
“멍청한 놈! 신경을 어디에 두냐!”
주변을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뒤에서부터 느껴지는 바람 소리.
나는 느껴지는 풍압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며,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길게 창을 든 남자 하나가 매서운 눈으로 창을 날리고 있었다.
내가 피한 것에 놀란 눈을 하던 사내.
“어쭈?”
그는 곧바로 방향을 비틀어 내게 창대를 휘둘렀다.
빠른 반응 속도였다.
‘나쁘지 않네?’
후웅-!
나는 크게 휘어져 들어오는 창대를 보면서도 놀라지 않았다.
애당초 배치전 자체가 이런 식이었다.
처음 접속하고 등급이 정해지기까지 10회.
헌터 등급이고, 능력이고 가리지 않는다.
랜덤으로 총 12명을 아무 곳에나 박아 넣는 게 시작이다.
그 뒤는 뻔하지 않나.
서로가 죽고 죽이는 서바이벌이 이뤄진다.
죽는다 해도 진짜 죽는 게 아니다. 그러기에 서로를 죽이는 데 망설임조차도 없다.
바로 지금 내게 다가오는 사내처럼!
냅다 공격하고 본다는 이야기.
‘이래서 전장이 편하지.’
원하는 한 마음껏 날뛸 수 있단 의미기에.
“웃어?”
“응.”
터어억-!
곧바로 난 녀석이 날린 창대를 휘어잡고 봤다.
보아하니, 창술을 기본으로 하는 헌터 능력을 각성했기에 창을 갖고 시작하는가 본데.
“억!”
“우선 이거부터 내놔라.”
마침 판돈을 걸겠답시고, 무기도 안 챙겨 왔던 나로선 딱 좋은 먹잇감이었다.
꽈아악-!
나는 창대를 쥔 손에 힘을 줬다.
‘영혼 분리! 부여.’
[당신은 영혼을 분리했다.]
[당신의 분리된 영혼을 창에 부여했다.]
분리한 영혼까지 창에 금방 부여한 상황. 창 안에 영혼이 존재하는 한, 창의 소유권은 저자보다 내게 있었다.
잡아당김과 동시에 창이 내게 끌려오기 시작했다.
“이이익! 이 미친놈이 뭔 짓을 한 거야!?”
각성자가 분명한 상대도 가만 있진 않았다.
힘을 줘 반항했다.
본래라면 영혼 술사인 내가 저놈에게 끌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육체 능력자에 비해 술사의 힘은 약하니까.
하지만.
쑤우욱-
상대가 무슨 반항을 하듯, 창은 내게 더 끌려 올 뿐이었다.
창 안에 영혼이 존재하는 한, 안에 깃든 영혼은 내게 호응하게 되어 있으니까!
창 자체가 상대의 손에 가길 거부하고 있는데 제깟 놈이 힘을 쓴다고 먹히겠는가.
“끄으어어억! 뭐, 뭐야…… 대체!”
“글쎄다?”
동시에 나는 다른 스킬을 함께 또 사용했다.
‘그림자 제어!’
[당신은 그림자 제어를 사용했다.]
발에서 돋아난 놈의 그림자가 그대로 사내를 밀어 버렸다.
“……어어억!”
창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뒤로 힘을 줘야 할 상황에 반대로 밀린 상황.
답은 뻔하지 않은가.
터어억!
“크윽…….”
상대가 균형을 잃는다.
“옳지!”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후우웅-!
밀려오는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여, 창대를 완전히 빼앗았다.
“잘 써 주마.”
나는 빼앗은 창대를 반대로 돌려, 창날을 사내에게 겨눴다. 겨눈 그대로 들어 올린 팔. 그 의미는 명백했기에 사내가 빌어 보지만.
“크으으으…… 제, 제발! 살려 줘!”
“응, 안 돼.”
푸우우욱-!
처음 날 노릴 이 녀석을 봐줄 생각 따위, 단 하나도 존재치 않았다.
“야비한 놈!”
“칭찬 감사하고!”
“더러운…… 켁!”
심장을 꿰뚫린 놈의 몸이 산산이 흩어졌다.
[당신은 적을 사살하였다!]
놈이 사라지고 남은 건 내 손에 쥐어진 창과 전장 내 재화로 쓰이는 금화 하나.
‘전장 금화.’
전장 내에서 재화며, 목숨까지도 대신해 주는 가치를 지닌 금화.
나중에 가선 모종의 이로 현실의 돈보다도 더 가치가 있는 시기도 있었다. 지금은 전장에서만 쓰이는 게 이 전장 금화지만.
충분한 돈만 있다면 가호까지도 살 수 있는 게 금화였다.
이거는 전장 스테이지가 종료해도 내 계정에 남는다.
즉. 전장을 계속 돌면 금화를 모을 수 있다는 의미.
물론 뒤지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뒤지면 그 스테이지에서 모은 금화는 안 들어오니까.
내가 장담하는데, 신좌 새끼가 로그라이크 게임을 좀 해 본 새끼일 거다.
‘실제로 가호를 사기엔 극악한 돈을 모아야 하지만 말이야.’
그러한 재화가 땅에 떨어지고.
땅에 떨어진 금화를 주우려는 순간에도.
화아아악-!
나를 노리는 또 다른 공격이 멀리서 날아오고 있었다.
명백히 내 빈틈을 노리는 상황.
“이야, 화염구야? 게임 더럽게 하네? 하긴, 전장이 이 맛이지!”
나는 날아드는 공격을 바라보며, 만족스레 히죽- 웃어 줬다.
오랜만의 전장.
공허가 다가오기 시작하고 닫혔던 전장에서의 추억이 물씬, 풍겨 나는 듯했으니까.
‘날뛰어 보자고!’
* * *
후우웅-!
전장 금화를 챙기려는 내게 날아오는 화염구.
나는 날아드는 화염구를 향해서 창을 겨눈 채, 의지를 실었다.
쑤우욱-!
창에 내재돼 있던 분리된 영혼이 불쑥 튀어나온다. 흐릿한 영체가 형태를 갖추기가 무섭게, 나는 재차 의지를 날렸다.
‘가라!’
저 화염구에 영혼이 날아가도록.
콰아앙-!
저 멀리 있던 화염구가 가까이 날아와 폭발하기 직전, 내 영혼이 먼저 가 부딪쳤다.
그 결과가 폭발!
급작스러운 폭발에 사방이 벌게지고, 빛이 산란하며 시야가 교란된다.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더럽게 굴었으면 벌 받아야지?”
쒜에엑-!
나는 여전히 그곳에 있을 화염구를 날린 주인공에게 창을 날렸다.
바람을 가르고 나가는 투창!
“꺄아악!”
비명이 내질러지기가 무섭게, 판정이 떨어진다.
[당신은 적을 사살하였다!]
만족스러운 울림이 울렸다.
그녀가 빛으로 화할 때 남은 금화와 창을 다시 챙겨 들었다.
그 뒤 곧바로 한 건 영혼 탐지.
스스스스-
분리된 영혼을 곳곳에 흩뿌리고.
영혼을 통해 울창한 숲에 남은 적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정찰용으로도 굉장한 성능을 지녔기에, 주변 파악은 어렵지 않았다.
‘배치전 총인원이 열둘이 시작이었나? 내가 둘 죽였는데, 남은 건 다섯. 그사이에 넷은 뒤진 거네?’
남은 인원은 나를 제외하고 다섯.
나는 곧바로 가장 가까운 적이 있을 거라 느껴지는 곳으로 다가갔고.
“죽어!”
“너나 죽어! 이 새끼야!”
서로에게 검을 겨누고 있는 둘을 발견했다.
무기는 둘 모두 검을 들고 있었지만 하나는 탱커, 하나는 딜러인 게 분명했다. 한쪽에선 몸의 단단함이 느껴졌고, 다른 한쪽은 그 속도가 매서웠으니까.
서로의 상태를 보아하니 일대일 상태에서 탱커가 제 방어력을 잘 살린 거 같은데.
“딱 걸렸네. 그림자 제어!”
[당신은 가호 : 그림자를 사용한다.]
나는 냅다 달려가자마자, 놈들의 그림자를 조종했다.
‘이 정도야 쉽지!’
조종한 그림자가 둘의 몸을 그대로 묶어 버린다.
쑤욱-
제 그림자가 자신을 잡아당길 거라 여기는 자는 없다. 둘 모두 몸이 묶인 순간, 패닉에 빠졌다.
나는 그 순간을 노렸다.
‘영혼 분리! 재차 주입하고! 죽어라!’
묶인 둘을 향해 일직선으로 냅다 창을 내질렀다.
파즈즈즈즉-
“컥…….”
“어윽……!”
다시 영혼이 깃들어 날카로워진 창이 둘의 몸을 단번에 꿰뚫었다.
[당신은 적을 사살하였다!]
[당신은 적을 사살하였다!]
“오케이! 바로 일타이피!”
둘을 죽임으로 남은 숫자는 단둘. 아니, 하나였다. 그사이를 참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죽인 거다!
놈도 나를 느꼈을까.
저 멀리서 느껴지던 영혼이 곧바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둘의 거리.
“저기 살인마가 있네?”
“미친놈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치열하게 전투를 하고 온 건지,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다가온 놈 하나가 있었다. 두 손에 쥐어진 건 각각 단검 한 자루씩.
즉, 쌍 단검이었다.
‘이야. 이도류를 특성으로 타고 난 건가?’
이도류라니.
흔하지 않은 특성이었다.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상대하기 힘든 게 이도류였다.
자주 접하기도 어렵거니와, 특성을 타고나서 일반인 검술 수준을 뛰어넘는 자를 상대하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죽어라!”
“응, 너나!”
이미 이도류를 극한까지 익힌 자를 상대해 본 나다.
<검성>이라고 검에 미친 최후 칠인 중 하나가 있었거든.
‘크흐. 검에 미친 새끼라, 삼도류도 익히겠답시고 난리였지. 자기가 조로도 아니고 말이야.’
샤아아악-!
그 미친놈의 검에 비해서 녀석의 검은 너무도 가벼웠다.
당장 능력을 사용할 거도 없이, 몸에 가진 한수 재간을 쓰는 걸로도 상대를 할 수 있을 정도.
검성을 상대했었던 내가 보기에 녀석의 검술은 틈이 너무 많았다.
“요기, 빈틈이 또 있네?”
“캬아악!”
푸우우욱-!
오랫동안 가지고 놀 장난감도 되지 못했다.
검을 휘두르고 남은 호흡의 간격.
그 간격조차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녀석 따위, 헌터 기술을 사용할 거도 없이 너무도 쉬웠으니까.
녀석의 호흡이 흩어지는 그 순간을 노려, 창을 내지르면 될 뿐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당신은 적을 사살하였다!]
놈은 곧바로 금화로 변해 사라졌다.
열둘에서 시작하여서 남은 자라고는 오로지 나 하나.
“씁…… 제대로 능력도 안 썼는데, 이건 너무 싱거운데?”
보통은 배치전 시작을 하자마자 죽음으로써, 신고식을 하곤 하는데. 내게 주어진 결과는 정반대였다.
[전장에 홀로 살아남았다!]
[승리!]
승리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