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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9화 (9/206)

제9화

<직업 진화>.

각성자들 사이에서는 전직이라고 부르는 놈이다. 말 그대로 현재 가진 직업이 진화해서 더 좋아진다.

그리고 이건…….

‘보통 던전 20번 정도 클리어하고 나서나 가능한 수치.’

그렇다. 보상은 안 받을 수 있다.

적립이 가능하다 이거지.

적립한 다음에, 모았다가 더 좋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아니. 그러면 오늘 내가 한 행동이 던전 20번 클리어를 한 것만큼 크다 이거야 지금?

미쳤네.

말이 던전 20번이다.

<직업 진화>에 걸맞은 보상을 모으려면 레벨 60 이상의 각성자가 던전을 아주 빠듯하게 20번 돌아야 하는데, 그 기간이 거의 5년 넘게 걸린다.

왜냐면.

60레벨 이상이 가는 던전이라는 건 한 번 들어가면 최소 두 달은 던전 안에서 생활을 하다가 나와야 하는 것들이니까.

최소가 두 달.

길면 1년도 더 걸린다.

두 달짜리만 20번 돌아도 40개월 아니냐. 중간에 쉬고 재정비하는 시간 생각하면 빠듯하게 해도 3년은 걸리겠다.

그것도 말이 두 달짜리만 돈다는 거지,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겠나?

두 달짜리가 넉 달이나 다섯 달이 될 수도 있는 게 던전행이다.

그래서 회귀 전에도 <직업 진화>의 보상을 챙긴 녀석은 거의 없었다.

전 세계를 뒤져 봐도 나 포함해서 100명이 조금 넘는 수준.

그게 지금 나왔다라. 흐으으으음.

“내가 비정상적인 활약을 하긴 한 모양이네. 그런데 가호 강화도 만만치 않은 녀석이긴 한데…….”

<가호 강화>.

가호 하나를 A급으로 만들어 주는 강화.

직업 진화에 비해서 별다른 이펙트가 없어 보이긴 한다.

하지만 가호의 등급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그야말로 미친 수준의 행동들을 해야만 한다. 그 점에서 쩔어 주는 보상이다.

예를 들어 재생의 가호라는 게 있는데, 이게 A가 되면 뇌 빼고는 다 재생할 수 있다. 심장이 박살 나도 재생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다.

재생의 가호 B가 트롤과 동급이라고 했으니까.

재생 A를 들고 있는 순간부터는 진짜 몸 사리지 않고 싸울 수 있게 되니까 개쩔어 주는 가호인 셈이랄까.

이 재생의 가호를 올리려면 온갖 맛탱이가 간 행동을 해내야 했다.

제 몸을 자해하는 건 기본이다. 재생력이 올라간다는 괴식 섭취에, 온갖 극한의 고통을 몸으로 맞고 버텨내야 했다.

말 그대로 미친 짓.

그런 미친 짓을 벌여야 올라가는 재생의 가호조차도, 다른 가호에 비해 올리기가 쉬운 축에 속한 편이었다.

다른 거?

절대로 올릴 수 없는 가호도 있다.

예를 들어 내가 가진 쥐쟁이 F와 그림자 F. 이것들은 그냥 올릴 수 없다.

내가 영혼 포식을 통해서 얻어낸 가호이기 때문.

쥐쟁이 F가 E나 D, 혹은 C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내가 쥐쟁이 종족의 영혼을 무지막지하게 잡아먹어야 한다.

물론.

잡아먹으면 되니까. 올라갈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하지만.

문제는 그림자 F다.

이쪽은 내가 그림자 술사를 먹어서 얻은 능력.

그런데 영혼 술사도 그렇지만, 그림자 술사도 이 세계에 그 수가 많지 않다. 내가 일일이 그 녀석들을 찾아다니면서 잡아먹는다 쳐도.

겨우 E급 정도로 오를까 말까.

하지만 이 <가호 강화>를 쓰면 무조건 A가 된다.

그렇게 되면 높은 레벨의 그림자 술사만큼의 능력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즉. 이것도 어마 무시하게 좋은 보상이다, 이거지.

마지막으로.

<신기 획득>.

이것도 골때린다.

신기란 무엇인가?

신의 무기를 말하는 거다.

신이 쓰던 거든. 신이 만든 거든.

여튼 신이라는 새끼들의 힘이 담긴 무기.

그래.

세계가 이 모양 이 꼴이 나는데 신들도 당연히 존재한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

그리고 그놈들은 우리를 지켜보면서 인터넷 스트리머 방송 보듯이 보고 있다. 그러다가 흥이 좀 나면 돈 좀 쏴 주고…….

이 신기가 그런 것들 중 하나인데. 이게 앞의 두 개만큼이나 큰 보상이다.

템빨 모르나?

모 웹소설 플랫폼에서도 템빨이 최고 인기작이듯 만고로부터 템빨은 곧 빨의 끝판왕……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

어쨌건, 신기는 종류가 다양하지만, 모두 강력하다는 게 기본이다.

게다가 대다수 귀속 템이라서 뺏길 일도 없다.

하나, 하나 놓고 보면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셋이나 있다.

그리고 나는 이걸 놓고 선택을 해야 했다.

“후우…….”

오랜 경험의 베테랑 회귀자인 나 님은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 결과.

선택했다.

“너로 정했다!”

나의 손은 보상 중 하나로 향했다.

* * *

“슬슬 던전 깨고 나올 시간이지?”

“그렇죠. 슬슬 던전 클리어할 시간이죠. 게다가 그 방패 아재는 여기 수십 번 들락거린 사람이잖아요.”

“하기야, 쓸데없는 고민이긴 하네.”

던전.

지속되는 차원의 균열. 혹은 다른 차원과의 통로.

그것은 수십 년 전 나타나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뻔했던 재앙이다.

지금도 이것이 재앙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변한 것은 없다.

그러나 인류는 이것에 적응했고 살아남았다.

위험을 완전히 없앤 건 아니었다.

그러기에 던전에 관련된 법안과 규칙이 있는 법이었고. 이 규칙을 지키기 위한 존재들이 있었다.

바로 이들이 미궁 관리인.

9급 공무원이자 기본적으로 하는 일은 던전을 폐쇄한 콘크리트 건물 옆에 마련된 관리소에서 모니터를 통해서 안의 상황을 보고 있는 것.

출입하는 각성자들의 명부와 시간 등을 체크하는 게 이들의 주요 일과 중 하나였다.

그리고 지금 이 두 명도 그랬다.

나이 서른 중반쯤의 사내와 나이 스물 후반쯤의 사내.

둘 중 나이 많은 쪽이 상급자인 듯, 시계를 한 번 보더니 능숙하게 지시를 내렸다.

“업체 사람들한테 연락해서 대기시켜.”

“네입.”

하급자가 그렇게 말하고는 한쪽에 놓인 전화기를 들었다.

“예. 거기 박종석 씨랑 계약한 업체 ‘삭트리’죠? 슬슬 던전 클리어할 시간이니까 미리 와서 대기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연락했습니다. 예. 물론이죠. 주시면야…… 그러면 수고하세요.”

“뭐래?”

“뭐. 언제나랑 비슷하죠. 이번에도 잘 봐달라고 뭣 좀 가져온다네요.”

“삭트리 거기가 역시 싹싹해. 일 잘한단 말이지…….”

“그거야 그렇지만…… 엇! 진짜 클리어했나 봅니다.”

작은 부정부패가 일상인 상황.

그렇게 잡담을 나누던 둘은 모니터의 상황이 변하는 것을 봤다. 모니터의 빛이 크게 점멸되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둘은 낄낄거렸다.

“역시. 내가 시간은 기가 막히게 맞춘다니까.”

“그러게요.”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던전이 자리한 콘크리트 건물 내부에 변화가 생겨나고 있었다.

촤아아아악!

타원형의 포탈처럼 생긴 그것은 새파란 빛을 내뿜는다. 마치 성공을 축하하는 듯한 광채가 주변을 물들이는데, 그것이 점점 강해진다.

그것은 명백히 이상 현상이었다.

“저런 건 첨 보는데…….”

보상을 처리하는 헌터.

그 옆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을 먹을 거라 생각했던 둘로선,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에 심장이 조여왔다.

이러다 무슨 일이라도 나는 거 아닌가 싶은 상황.

“어…… 터지는 건 아니죠?”

“터지는 빛이 아냐. 터질 때는 검붉은 빛이 난다고. 그나저나 저건 대체…….”

그리고 두 명의 공무원이 경악할 만한 일은 곧이어 벌어졌다.

“저게…… 뭐다냐?”

“대에박. 저거…… 진짜…… 맞아요?”

“내가 아냐. 아니. 저게 쪼렙들이 몇 시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물량 맞냐?”

모니터 안에서는 빛과 함께 사체가 하나, 둘 생겨나고 있었다. 아니 쏟아졌다.

끝도 없이 쥐쟁이라는 몬스터의 사체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이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진실이다.

그 때문에 생기는 정신적 혼란으로 둘은 경악한 얼굴이 되었다.

“야. 빨랑 전화 넣어.”

“어, 어디로요?”

“어디긴 새꺄. 길드들에게 연락해. 미친 신인이 나타났다고.”

“아…… 넵넵.”

하급자가 어디론가 급하게 전화를 건다.

그사이에도 모니터 안의 화면에서는 몬스터의 사체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쌓여가고 있었다.

“오늘 분명 전부 쪼렙들이었는데. 완전 쩔어 주는데…….”

* * *

정산을 끝내고 나는 보상을 골랐다.

겁나 어려운 고민이었지만, 그럼에도 현명하게 결정했다고 자부하는 바이다.

<직업 진화>.

이걸 고른 것이다.

회귀 전에는 이걸 이용해서 영혼 술법사로 진화했었더랬지.

그리고 영혼 술법사로 전직하면 스킬을 2개 공짜로 주는 데다가, 이게 또 무시무시하게 강력하다.

기본적으로 영혼술의 스킬 능력도 강화되고, 영력의 소모도 줄어드는 데다가, 나중에 여러 가지 강력한 스킬이 나오니까.

신기나 가호 강화처럼 당장 급강해지는 건 아니지만, 성장성으로 보면 이쪽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설마 직업 진화를 해서 회귀 전과 다른 그런 직업이 튀어나올 줄은 나도 예측 못했지만 서도.

그보다도 눈앞에 있는 것들도 놀랍긴 하다.

“내가 한 거긴 하지만, 진짜 대박인데.”

던전 보상을 빠져나온 내 몸은 사체의 산 위에 서 있었다.

내 아래로 그 주변도 전부 사체로 가득 차 있었다.

그야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긴 했다.

내가 던전 내부에서 죽인 쥐쟁이가 몇 마리인데. 레벨도 무려 9가 된 상태다. 던전 첫 출전에 레벨이 9라니. 전례가 없을 수준이니까.

그만큼 많은 쥐쟁이를 학살했단 소리다.

그것도 나 홀로.

“이…… 이게 뭐야!”

옆을 보니 방패 아재가 턱이 빠져라 벌리고 소리치고 있었다.

얼굴이 딱 봐도 정신줄을 놓은 표정인 것을 보니 어지간히 놀란 게 분명하다.

냥곰이는 다시금 헬멧을 쓴 상태고,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자세가 엉거주춤하다. 저쪽도 놀란 모양이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이렇게 많은 사체를 본 적은 없을 테니까.

사실 나도 이런 풍경은 오랜만이다.

보통은 장기 체류하는 던전을 클리어해야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으니까.

그 풍경이 아재의 태도를 바꿨다.

아주 공손하게.

“어…… 어디 대형 기업 소속이신 겁니까?”

“설마요.”

아재요. 그렇게 말투 존대로 올리는 거 보면 사회생활 나름 잘하는 모양인데 왜 혼자서 이러고 사슈?

뭐. 방패 아재의 인생을 내가 멋대로 평가할 이유는 없지. 무례한 일이기도 하고.

미안합니다, 방패 아재.

속으로 멋대로 평가하고, 멋대로 홀로 사과하고서는 고개를 돌려 외쳤다.

“공무원 아저씨! 몬스터 판매 업체 좀 불러 주세요!”

자. 즐거운 정산 타임을 가져 보자. 이거면 빚을 꽤 갚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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