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최강방패맨 박종석.
그는 3년 전 각성했다.
직업은 방패 전사. 무난하고, 나쁘지 않은 직업으로 각성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직업이었다.
전위(前衛).
그러니까 전투 시 가장 앞에서 적의 공격을 막아내고.
아군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이 방패 전사라는 직업은 고되다. 하지만 팀에 있어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했다.
문제라면, 이 방패 전사를 하는 이들 중에서 실제로 각성자로 직업을 유지해서 몬스터를 적극적으로 사냥하는 사람들의 수가 30%도 안 된다는 점이다.
이유는 별거 없다.
고통스러우니까.
전투 시 전위를 맡는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준다.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하지만 상처를 입으면 아픔을 느낀다.
평범한 사람을 예로 들어 보자.
어떤 괴한이 다가와 칼로 찔렀다.
다행히 팔을 들어 막긴 했지만, 뼈가 살짝 보일 정도로 살이 잘려져 나가고 피가 흘러넘친다면?
고통과 공포 때문에 당황해서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다.
방패 전사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통을 느끼고서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방패 전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 중 대다수는 주저앉게 된다.
덜 고통스럽고, 별로 어렵지 않은 전투를 해서 돈만 벌려고 하는 이들이 다수가 되는 것이다.
최강방패맨도 그랬다.
사실 그는 4레벨이 아니니까.
무려 레벨 9.
이 던전에서는 더 이상 레벨이 올라가지 않는 수준의 방패 전사.
최초로 주는 방패 전사의 스킬 3가지인 <방패검술>, <신체 능력 상승>, <마력 강타>. 추가로 레벨 5 때 손에 넣은 스킬 <통각 제어>.
거기에 레벨 9가 됨으로써 손에 넣은 신체 능력과 마력.
그런 박종석에게 이 쥐쟁이 던전은 이제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그의 든든한 밥줄이기도 했다.
뭘 모르는 쪼렙 각성자는 언제나 많다.
그리고 레벨이 1이더라도, 가지고 있는 기본 스킬이 있다면 박종석과 함께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그렇게 안전하게 던전을 클리어하고, 자신이 강한 것을 내세워 돈을 더 가져간다.
그것만으로도 1년에 적어도 2억에 가까운 돈을 벌었다.
옛날이었으면 상상도 못 했을 거금.
그러기에 근 3년간 박종석은 행복하게 잘 지냈다.
번 돈으로 자랑도 하고, 사치도 부리고, 골프장에 가서 거들먹거리기도 하고…….
그리고 오늘도 그런 날을 보낼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다.
영혼 술사라는 듣도 보도 못한 직업을 가진 놈이 끼어들어 와 짜증이 났던 것을 제외하면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을 터였다.
던전의 보스 몬스터를 잡기 직전에 뒤통수를 맞지 않았더라면.
“뭐…… 뭐야.”
쥐쟁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 쥐쟁이 대전사.
보통의 쥐쟁이 전사보다 덩치가 더 크고, 무기로는 무식하게 생긴 도끼를 들었다.
그런 보스와의 전투 와중.
박종석은 갑자기 자신의 발목을 잡아끄는 이질적인 감각을 느꼈다.
덕분에 쥐쟁이 대전사의 공격에 그대로 당하고 말았다.
팔이 부러지고, 그대로 나가떨어져 땅을 구르며 비명을 내질렀던 박종석.
그가 정신을 차리고 본 것은 놀라웠다.
마법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짜증 나게 굴던 짱마법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닉네임을 쓰던 안경잡이.
그의 그림자가 길쭉하게 늘어나 쥐쟁이 대전사의 목을 잘라내는 모습이었다.
“크…… 나 이 시국에 간지인 듯. 그렇지 않아 아저씨?”
“너…… 뭐냐. 지금. 뭐 한 거냐?”
“이 아저씨 아직도 정신 못 차리네. 이거 보면 몰라?”
냥곰이.
전신 슈트에 헬멧까지 써서 얼굴을 알 수 없는 여성.
그녀의 몸을 안경남의 그림자가 쭉 늘어나 묶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그림자는 방금 막 잘라낸 쥐쟁이 대전사의 머리통을 허공에서 들어서 대롱대롱 흔드는 중이었다.
“이 개X끼가…… 너 이 개잡놈의 새끼. 통수충이었냐?”
“어허. 이 아저씨 말본새 좀 보소. 통수충이라니. 입 조심해.”
촤악!
그림자가 칼날처럼 뻗어온다.
비록 팔 하나가 부러졌다지만, <통각 제어>를 가지고 있는 박종석은 재빠르게 반응하며 옆으로 몸을 굴렸다.
카각-!
그가 있던 자리의 땅을 그림자 칼날이 긁어 내며 지나갔다.
그걸 본 그의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빌런이라는 멋지고 좋은 말 있잖아? 그런 극혐 단어 쓰지 말자고 우리.”
통수충.
뒤통수를 치고, 던전 내에서 살인과 강도질을 일삼는 살인 범죄자들을 칭하는 속어.
그러나, 던전 내의 범죄는 어지간하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다.
속된 말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박종석은 안경남의 말에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상대가 진짜 통수충이라면 지금 상황은 죽기 일보 직전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미, 미안해! 사과할게! 그러니까 살려 줘!”
박종석은 재빠르게 무릎을 꿇었다. 살기 위해서라는 생각 때문이다.
“헐…… 이 아저씨 태세 전환 쩌네. 크…… 감동적인걸.”
안경남이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들었다.
“하지만 살려 둘 수 없다는 거. 알지? 그냥 죽으쇼 아저씨.”
촤아아악!
아까와 다르게.
그림자가 크게 부풀어 일어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피할 수 없는 수준의 그림자 칼날이 만들어져 그대로 박종석을 덮쳐 갔다.
“X팔…….”
박종석은 죽음을 직감하며 그걸 멀거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 말았다.
그림자 칼날과는 다른 무언가가 날아와 그대로 그림자를 찢어 버렸던 것이다.
펑!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콰쾅!
땅이 박살 나는 폭음도 생겼다.
그리고 그가 어어? 하고 있는 사이에 휘릭! 하는 소리가 나며 그 검은 무언가가 살아 있는 뱀처럼 흔들거렸다.
뭐야…… 이건…… 검은 사슬?
그가 멍하게 있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건 또 무슨 개떡 같은 시추에이션이야? 한참 기다려도 던전 클리어가 왜 안 되나 해서 와 봤더니…….”
보스 룸이라고 부르는 지하 동혈로 들어오는 동굴 입구.
그곳으로 한 명의 사람이 걸어 나온다.
“회귀가답이다!”
박종석은 그의 닉네임을 외쳐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 * *
나. 지금 기분이 조금 그래.
그렇지. 내가 짓긴 했어. 내 닉네임. 회귀가답이다. 그래. 내가 직접 지은 닉네임이긴 해. 왜냐면 회귀했잖아.
미래에 세상이 X되는 거 막으려고, 회귀를 했으니까. 그렇긴 한데…….
지금 상황에서 저렇게 절절한 목소리로 내 닉네임을 들으니까.
기분이 묘하게 이상해. 음. 진짜. 나중에 평범하게 닉네임 지어야겠는걸.
“너도 빌런이었냐?”
그런 내 감정과 별개로, 나는 간지 나는 사악한 사이코패스 악당 새끼다……라는 듯한 자세를 하고 있는 안경남 새끼가 물었다.
“아니. 나는 통수충 아닌데?”
안경남.
저 새끼가 통수충이었네?
냥곰이는 그림자에 묶여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게 꼭 H한 만화에 나올 법한 모습이 되어 있었고.
방패 아재는 팔 한 짝이 너덜거린 채로 옷도 찢어지고 여기저기 상처 입은 꼴을 보아하니 상태가 메롱이다.
이 꼬라지를 보고도 현재 상황이 뭔지 모를 거면 내가 인생 헛산 거지.
그나저나.
저 새끼도 희귀 직업 중 하나를 가진 놈이네.
저거. 그림자 술사잖아?
“알았다. 그래. 그런 거였군?”
아니, 내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 안경 새끼는 지가 뭔데 혼자서 납득하고 있지?
“무기 버려. 네가 모시는 아가씨가 다치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헐?”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대체.
그나저나. 그림자 술사. 그리고 통수충.
뭔가 기억이 날 듯 말 듯…….
“너 새끼. 이 여자의 집에서 보낸 보디가드 맞잖아? 어느 집 자식인지 몰라도 이렇게 비싼 수트를 쓸 정…….”
“이찬우. 맞아. 너 새끼…… 이찬우 맞지?”
흠칫.
안경남 새끼가 말을 하다가 멈추었다.
인간 백정 이찬우. 혹은. 그림자 악마 이찬우.
이찬우는 약 6년에 걸쳐 최소 24회의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던전의 살인마.
그림자 술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림자 술사 직업을 가진 게 이놈뿐이다.
“조심성이 많은 성격. 1년에 두 번 살인 행각을 벌임. 그림자 술사의 스킬 중 하나인 그림자 주머니를 이용해서 시체와 함께 물건을 빼돌리는 것으로 알려짐……. 맞냐?”
“너…… 어떻…….”
“어떻게 알았냐고? 내 닉네임 알면서 그러셔.”
회귀가답이다.
그럼요. 회귀했으니 알고 있습죠.
“야. 그러니까 같잖은 인질극 하지 말고 덤벼. 내가 머리에 총 맞았냐? 무기 버리고 너한테 얌전히 뒤져 줄 필요가 있냐고. 내 목숨이 소중하지. 저 여자 목숨이 소중하겠어?”
카드드드득.
사슬이 바닥을 긁으며 듣기 싫은 소리를 낸다.
“그 여자 죽이든지 말든지 난 신경 안 쓸 거니까 하는 이야기인데…… 너. 그러고 있다가 뒤져도 내 탓은 하지 마라. 알겠지?”
촤악!
영력을 사슬에 불어 넣는다.
사슬에 불어 넣는 영력이 강할수록 속도와 위력은 증가한다. 사슬에 들어간 내 영혼의 조각이 영력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사슬이 고속으로 움직이며 그대로 녀석의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간다.
“씨X!”
녀석이 욕을 내뱉으면서 냥곰이를 옆으로 내던졌다.
동시에 사슬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그림자로 된 방패를 만들어 내는 게 보였다.
쾅!
방패와 사슬이 충돌한다.
방패 채로 녀석이 뒤로 튕겨 나간다. 하지만 녀석의 발 아래 그림자가 여러 가닥 촉수처럼 일어나서 녀석의 몸을 잡아 주었다.
몸을 잡아 주는 동시, 그림자는 내게 날아들었다.
날아드는 수는 수십여 발.
하나만 꿰뚫려도 그 공격력은 내 몸을 으스러트리기에 충분하다.
‘공방 일체. 역시 그림자 술사라 이거지.’
아직은 저 레벨일 텐데 벌써 저런 응용이 가능하다니 놀랍다.
사실, 그러든 말든 이지만.
녀석의 공격 따위 내가 움직여 막을 필요도 없었다.
‘영혼 병사.’
[당신은 기술 : 영혼 병사를 사용했다.]
[당신 영혼의 일부가 주변의 사체에 빙의한다.]
스스스스-
내 몸에 내제된 영혼 일부를 꺼내어, 대응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
콰아앙-! 쾅-!
촉수 셋에 주변 사체로 급조해 만든 영혼 병사 하나가 으스러져 사라진다.
3대 1의 교환비.
제법 쓸 만한 교환비지 않은가.
모든 공격을 막았으니, 이제 남은 건 내 공격.
촤아아악-!
“뭐…… 뭐야!?”
검은 사슬은 녀석을 중심에 두고 나선으로 움직였다.
나선으로 빙 돌아서 녀석을 감싸듯이 둘러쌓았다.
“이찬우.”
이 새끼가 죽인 사람의 숫자만 해도 백은 넘는다.
던전 내부에서 죽인 숫자만 그런데, 외부에서 몰래 죽이고 다녔을 사람 숫자는 얼마나 많을지 가늠이 안 될 수준이다.
즉. 인류의 미래에 있어 해충 같은 새끼……다 이거지.
“너에게 판결을 고한다.”
촤악!
사슬이 단번에 조여든다.
“그, 그만둬!”
콰악!
그림자로 알 같은 보호막을 만든 녀석을 검은 사슬이 완전히 감싸 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강하게 녀석을 조인다.
파직. 파직.
그림자 보호막과 검은 사슬이 충돌하며 마력의 폭발이 작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녀석의 그림자 보호막이 그대로 박살이 났다.
콰득!
그리고 남은 건.
사슬이 녀석의 몸을 으스러트리도록 조이는 것뿐.
“크아악!”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안 되는 해충. 그러니까.”
그리고 사슬의 끝이 녀석의 목을 향해 나아간다.
“사형이다.”
우득.
녀석의 목이 꺾였다.
그리고 전생엔 하지 않았을 일을 다시 벌였다.
“영혼 포식.”
인간의 영혼을 먹는 것으로.
망설임은 없다.
나는 녀석의 영혼을 포식했다.
다시 말하지만 회귀 전 나는 인간의 영혼만은 포식하지 않았었다. 마치 식인과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나는 미래의 인류를 비롯한 이 세계를 구원해야 한다.
이런 새끼들은 보이는 족족 쳐 죽이고, 그 영혼마저 먹어 치워 내 양식으로 삼으리라.
이것은 내 각오다. 내 의지이며, 내…….
“응?”
[당신은 다른 각성자의 영혼 전체를 처음 먹어 치웠다.]
[당신은 각성자의 영혼으로부터 ‘그림자 술사’의 조각을 얻었다.]
[당신은 그림자의 가호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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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호 : 그림자 F]
다른 각성자의 영혼을 먹어 치워 얻게 된 가호.
그림자 술사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 가호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성장하지 않는다.
영혼의 본질을 통해 힘을 얻어 내는 것은 기나긴 세월 동안 흔하게 이루어진 일이다.
사용 기술 : 그림자 제어. 그림자 주머니. 그림자 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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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 넘치는 각오를 다지던 나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