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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6화 (6/206)

제6화

쥐쟁이 종족.

영어로는 랫맨이라고 부르는 이 종족은 지성을 가지고 있는 종족이지만, 그 지성이라는 것이 대단한 수준은 되지 않았다.

원숭이와 인간의 사이쯤이다.

특히 이 던전의 쥐쟁이는 본래의 종족이 가진 자유 의지가 제법 떨어져 있다.

던전에 들어온 존재를 죽인다.

그것이 이 던전 내부의 쥐쟁이 종족의 새로 새겨진 본능인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토끼의 피 냄새에 이끌려 도착한 장소에 있는 기괴한 외부인을 발견하고서 죽이고자 낑낑거리고 있었다.

사실 본래의 쥐쟁이 종족이라면 저런 기괴한 힘을 사용하는 존재를 보았다면 도주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던전의 의지가 이들을 강제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도주하는 대신 주변을 맴돌며 공격할 기회만을 노릴 수밖에 없다.

그것이 파국의 시작인지도 모르고서.

“후퇴를 모르는 적만큼 쉬운 건 또 없는 법이지.”

촤르르륵.

사슬이 움직인다.

쥐쟁이들이 놀라서 뒤로 조금 물러난 사이. 사슬은 소리를 내면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훙훙훙훙훙-

처음에는 느렸다.

침입자를 중심으로 회전하던 사슬은 점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는데,

쒜엑!

하고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날 정도로 빨라졌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어쩔 줄 몰라서 가만히 있던 순간.

뻐억!

거대 쥐 하나의 머리통이 함몰되면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쥐쟁이는 알지 못했다.

사실 알 필요도 없었다.

곧 같은 처지가 될 테니까.

그리고 또 다른 쥐쟁이의 머리통이, 팔이, 다리가, 그리고 몸 어딘가가 부러지면서 튕겨 나가떨어지기 시작했다.

* * *

키햐!

이것이 바로 사이오닉 스토……이 아니라 사슬 폭풍이다. 새끼들아!

파괴 불가.

자체적으로 100미터까지 늘어남.

내 의지로 조종 가능.

이 세 가지만 놓고 봐도 이 사슬을 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질식사도 있지만, 이것도 위력적이다.

바로 원심력을 동원한 무자비한 폭력.

100미터나 되는 사슬을 하늘에서 회전시켜서 그대로 후려친다는 거.

그것만으로도 위력은 강력하다.

쪼렙 몬스터는 뼈다귀가 스티로폼처럼 부러지고 만다.

순식간에, 주변에서 진을 치고 있던 놈들이 전부 박살이 나서 사방에 처박혀 버린다.

[원령이 당신을 인지한다.]

[원령이 당신을 저주한다.]

[당신은 저주받았다.]

그리고 몸이 몹시도 무거워졌다.

단번에 많은 몬스터를 죽여서 그 원혼이 사슬에 서렸기 때문이겠지.

“영혼 포식.”

[당신은 기술 : 영혼 포식을 사용했다.]

[당신은 영력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당신을 위협하던 저주가 사그라든다.]

저주를 해소할 겸 해서 바로 영혼을 포식하자, 새로운 알림음이 뜬다.

[당신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갔다.]

“와오!”

일정 단계에 올라서야 들을 수 있는 알림음이었다.

레벨이 5가 됐다는 의미!

그리고 5레벨이 주는 특전은.

[당신은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을 얻을 수 있단 거였다.

하지만 그거도 일단 나중이다.

촤르르륵-

아직 살아 있는 놈들이 있거든. 이 새끼들마저 전부 죽여야 하니까.

* * *

“꺼억.”

마지막 한 마리까지.

죽이고 저며 영혼을 포식했다. 레벨은 더 오르지 않았지만 새로운 메시지가 내 앞에 나타나 있다.

[당신은 동일 종족의 영혼을 50 이상 포식했다.]

[당신은 쥐쟁이의 가호를 얻었다.]

[당신은 충분한 양의 영혼을 포식했다.]

[당신이 가진 영력의 가호가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

[가호 : 쥐쟁이 F]

쥐쟁이 종족의 영혼을 다수 포식하여 얻은 가호.

쥐쟁이처럼 가죽의 일부가 두터워진다.

영혼의 본질을 통해 힘을 얻어 내는 것은 기나긴 세월 동안 흔하게 이루어진 일이다.

———————————————

영력은 E등급이 되었고.

쥐쟁이 가호는 F가 되었다.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설명문에도 쓰여 있듯이, 영혼의 본질을 통해서 그들이 지닌 힘을 얻어 내는 행위는 흔한 일이니까.

애초에 영혼을 먹어 치우는 거다.

영혼의 주인이 타고난 능력을 내가 얻지 못하는 쪽이 더 이상한 거 아니겠나.

그리고 영력 E등급.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자…… 준비하시고……! 쏘세요!”

펑!

쾅!

사슬이 농담 안 하고 펑 소리 내면서 날아가서, 바위에 충돌.

그걸 그대로 개박살을 내놨다.

이것이 영력 E등급 가호의 파워!

영력 E등급부터는 내 영력을 물건에 과하게 불어 넣을 수 있다.

즉. 영력을 넣어서, 본래는 낼 수 없는 파괴력을 만들어 내는 게 가능해진단 소리.

그러기에 바위 따위를 개박살 낼 수 있는 거다.

대신 파괴력만큼 영력 소모도 더 강하다.

이렇게 크게 힘을 쓰면 대충 30분이면 영력이 전부 고갈되고 만다고 할까.

저렙 구간인 이 동네에서는 크게 상관없긴 하다만.

어쨌거나.

그럼 이 남아도는 파괴력을 어디에 쓰냐.

“소리 듣고 바로 왔구먼.”

-텔렉! 텔렉트! 찌이익!

언어 비슷한 게 들리는 저쪽에다.

고개를 돌려 보니, 그곳에는 쥐쟁이 전사 녀석이 서 있었다.

녀석의 주변으로 궁수, 노예, 거대 쥐가 제법 많은 수를 이루고 있다.

전사 녀석은 일단 덩치부터 다른 녀석들보다 크다.

녀석이 아까처럼 몇 가지 단어를 내뱉으며 칼을 든다.

그러자 쥐새끼들이 모두 소리를 질러댔다.

-찌이이익!

-키이이익!

“카아아아!”

이런 이런. 나를 보면서 뭔가 전의를 고취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말이죠.

펑.

그런 꼴 봐줄 시간 없거든요.

공기를 찢고 사슬이 날아간다.

그것은 전사 녀석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녀석의 머리통에 구멍을 내고 통과해 버렸다.

콰직.

터널 개통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다른 녀석들 모두.

뚝배기 대령해라. 깨 버릴 테니까.

* * *

이후는 즐거운 학살의 시간이었다.

쥐새끼들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2시간이 지나기 전. 나는 쥐새끼들을 거의 200마리 정도 죽인 상태가 되었다.

나는 아직도 새로운 스킬을 얻지는 않았다.

좀 바빠야 말이지.

“그나저나. 5레벨 되고 나서 아직도 레벨이 안 오르네. 상대적 저렙이 됐단 건가? 역시 빡빡하단 말이지. 100마리는 더 잡아야 되려나. 던전도 슬슬 끝날 것 같은데…….”

무수히 많은 사체 속에서 나는 홀로 중얼거린다.

보통 이 던전은 최단 돌진 루트로만 가면 무려 2~4시간이면 클리어가 가능하다.

괜히 쪼렙 전용 던전이 아니랄까.

동굴까지 가는 길.

그사이에 보통은 쥐쟁이 파티와 최소 8~10번 정도 싸운다.

그리고 동굴 끝에서 보스랑 싸우면 클리어.

결국 이 던전에서 잡는 쥐쟁이의 숫자는 대략 40~50마리 정도.

그걸 4인 파티가 같이 잡으면.

사실상 혼자서는 열 마리 잡은 셈 치는 것이다.

최강방패맨 아재가 아직도 레벨 5가 못 된 게 그런 이유겠지.

같이 모인 팀이 50미터 안에 있으면 경험치를 나눠 먹는다.

하여튼 내가 빠졌다고 해도…… 최강방패맨 아재가 제법 잘하는 것 같아 보이니까.

슬슬 던전을 클리어할 시간이란 말씀이죠.

“흐암…… 쥐쟁이도 더 안 오는 거 같고…… 그러면. 스킬 뽑기부터 해 보실까. 새로운 기술.”

내 앞에 3개의 석판이 떠올랐다.

<영혼의 손>, <영혼 병사>, <영혼 갑옷>

어?

다 좋은 능력이잖아?

회귀 전엔 초반엔 개똥 같은 스킬만 주더니. 이게 뭐지?!

<영혼의 손>.

이거는 내 주변에 영혼으로 이루어진 보이지 않는 손을 만드는 기술이다. 패시브라서, 스킬을 배우는 즉시 손이 생겨난다.

손은 내 육체적 근력이 낼 수 있는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

처음에는 2개, 나중엔 늘어난다.

이걸로 염동 능력자 흉내도 낼 수 있게 될 정도.

여러모로 아주 쓸 만한 스킬이었다.

무려, 방어와 공격, 회피까지 다 써먹을 수 있다.

<영혼 병사>.

이건 내 영혼을 분리해서 병사를 만들 수 있는 스킬인데, 이게 그냥 쓰는 게 아니다.

영혼 병사 스킬을 흙에 사용하면 흙이 뭉쳐지면서 골렘 같은 게 만들어진다.

하지만 골렘이 아니다.

영혼 병사에 의해서 움직이는 흙 인형이다.

이걸 갑옷 같은데 넣으면 어떻게 될까?

짜잔! 리빙 아머 되시겠습니다!

쩔지?

영혼 분리랑 다른 게 뭐냐면. 영혼 분리를 해서 만든 이 사슬 같은 경우는 내 의지에 의해서 움직이는 내 몸의 연장 선상 같은 거다.

하지만 영혼 병사는 별도로 움직이는 NPC 같은 거다.

효용 가치가 매우 높지.

회귀 전에는 이거 레벨 40 때 얻었던 건데…….

“하, 이게 회귀 빨인가?”

<영혼 갑옷>.

이것도 좋다. 영혼으로 만들어진 갑옷은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강력한 물리적‧마법적 방어력을 제공하는 데다가, 가까이 오는 적을 영혼 갑옷이 공격도 해 준다.

저주도 걸고.

“와. 셋 다 진짜 좋은 능력인데…….”

문제는 이 중 하나만 고를 수 있다는 거.

행복한 고민으로 골이 아파지는 느낌이다.

“어떤 걸 선택한다…….”

셋 다 좋은 스킬이다.

그러나.

고를 수 있는 것은 단지 하나뿐.

머리에 스팀 나도록 고민을 한 끝에.

드디어 나는 결론을 내렸다.

“너로 정했다!”

<영혼 병사>.

이걸로 개꿀 빠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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