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긴장되는데?"
라오허는 잘 차려진 식탁을 보면서 은근 기대하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형님이 고른 여성이라... 절대 평범하지는 않을 테니까.
"다리 떨지 마라. 복 달아난다."
긴장한 얼굴로 다리를 떠는 라오허를 가볍게 지적한 황제는 기미하고 있는 상궁을 보면서 물었다.
"그래서 오르페나는 언제 온다더냐."
"지금 준비가 끝났을 터이니 곧 오실 겁니다."
상궁의 대답에 라오허가 반응했다.
오르페나라면?
"오르테가 비의 동생 아니야? 으음..."
그 오르테가의 동생이라고 하니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라오허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중얼거렸다.
"얼굴은 확실히 괜찮을 거 같긴 한데..."
성격이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라오허가 걱정으로 떨고 있을 때 황제는 뒤에 서 있던 모용진에게 말을 걸었다.
"그보다 라오허도 결혼하면 이젠 정말 그대만 남았어. 참한 처자라도 소개해줄까?"
"...사양하겠습니다."
모용진의 거절에 황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더 물어보지 않았다.
솔직히 이젠 그냥 의례적으로 물어보는 거였고, 모용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저랑하면 되는데..."
그런 모용진 옆에서 같이 경호하고 있던 세르나가 작게 중얼거리자 모용진은 깔끔하게 그 말을 무시했다.
"그건 벌칙이라 짐이 말하지 않았느냐."
대신 황제가 반응했다.
황제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고 세르나는 바로 발끈했다.
"제가 어때서요! 너무해요!"
세르나가 투덜거리자 황제는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자신을 돌아보거라."
"우우! 악덕 황제 같으니. 부하 평가가 너무해요!"
"형님은 예전부터 느끼는 건데 부하들이랑 사이가 좋네."
라오허는 그런 둘을 보면서 솔직하게 감탄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라오허는 어째서 황제가 저렇게 금위대 부장들과 친한지 알고 있었다.
금위대의 백부장들은 최근에 할바르의 공석을 채운 바칸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황제가 가출했을 때 함께 사선을 넘나들었던 전우들.
그만큼 황제와 백부장들은 굳건한 신뢰 관계가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보다 오는구나."
황제의 말에 라오허는 그쪽을 보았다.
그러고는 눈을 크게 떴다.
보기만 해도 청량감이 느껴지는 푸른 머리를 길게 늘어놓고,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붉은색 한복을 입은 청순해 보이는 미인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보는 순간 시선을 떼기 힘들게 만드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특히 라오허는 저 한복으로 가려져 있음에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슴에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가느다란 허리와 백옥 같은 피부.
샛노란 세로동공의 눈동자가 부드러움을 담고는 이곳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다가올 때마다 달콤한 향기가 났다.
라오허는 형님이 고른 이 후보에게 벌써 깊은 호감을 느꼈다.
저 사람이 그 오르테가 비의 동생이라고? 전혀 다른 분위기라서 그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마, 만나서 반갑습니다. 라오허라고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떨면서 라오허가 인사하자 그녀가 싱긋 웃으면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용왕의 차녀 오르페나라고 합니다. 존엄한 피를 이으신 분과 만나게 되어서 참으로 영광입니다."
말하는 것도 정중하고, 목소리마저 고왔다.
라오허는 그녀를 홀린 듯이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걸 본 황제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럼 둘이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호위는 한 명이면 충분하겠지."
황제는 그리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모용진. 세르나는 이 자리를 확실하게 지키거라."
"네."
세르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잡는 걸 확인한 황제는 모용진을 데리고 사라졌다.
그 모습을 잠시 아련하게 쳐다보던 오르페나는 금세 표정을 바꾸고는 평온한 얼굴로 식사를 시작했다.
"음악을 좋아하십니까?"
그런 오르페나를 보며서 라오허가 잠시 말을 고르더니 물었다.
"네, 평소에도 비파를 연주하는 걸 즐기거든요. 언제 한 번 들어 주실수 있을까요?"
"물론이지요! 언제든 부르면 가겠습니다."
라오허는 신난 얼굴로 말하고는 한참을 그렇게 그녀와 음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디의 악단이 그리 연주를 잘한다던가, 악기 조율에 대해서, 그리고 평소 즐기는 음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라오허는 자신과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더욱 기분이 좋아졌으나.
다른 한편으로...
'틀렸군.'
그는 속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을 이미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
"어렵겠구나."
황제는 한숨을 쉬면서 모용진과 함께 걸었다.
그 말을 들은 모용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엇이 말입니까?"
"중매란 것도 할 일이 못 되는구나. 짐은 참으로 부족한 점이 많아."
이 눈치 없는 녀석 같으니.
황제는 라오허를 위해서 오르페나의 기운을 탐색해 보다가 깜짝 놀랐다.
알아버렸으니까.
그녀가 이미 마음에 둔 자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황제는 조금 미안했다.
'잔인한 짓을 해 버렸구나.'
라오허에게도, 오르페나에게도 꽤 실례가 되는 일을 해 버린 셈이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에휴, 적어도 넌 짐한테 눈치가 없다고 하지 말거라."
이 둔한 녀석.
황제는 모용진을 보면서 한숨을 쉬고는 걸었다. 적어도 저 녀석은 이제 자신에게 둔하다고 할 자격도 없었다.
'달라지는 건 없지만.'
물론 그녀의 감정을 알았다고 해도 이젠 달라지는 게 없다.
황제의 이름으로 이미 이 자리를 주선했다. 그러니 라오허가 괜찮다고 한다면...
'해 줘야지.'
애초에 애정으로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이 귀족 중에서 몇 명이나 될까?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는 법이다.
황제는 라오허가 원한다면... 그녀에겐 잔인한 일이지만 그것을 강요할 마음이 충분했다.
"이놈이 도대체 뭐가 예쁘다고 그렇게 여자가 꼬이는 지 모를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용진에 대한 악감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런 눈치도 없는 놈이, 그저 얼굴하고 검 말고는 볼 것도 없거늘 왜 여자가 꼬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와 그걸 폐하께서 말씀하시는 겁니까?"
모용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묻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제가 생각해도 이해는 안 되긴 합니다. 역시 폐하의 최측근이란 자리가 그들한테는 매력적인가 보더군요."
모용진은 쓰게 웃었다.
그에게 들어오는 혼담은 그야말로 셀 수가 없을 정도다.
매일 같이 날아드는 연서는 다 읽어보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에는... 자신이 황제의 최측근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는 걸 모를 정도로 모용진은 순진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얼른 결혼이나 하거라. 그대가 옆을 비워둘 수록 귀찮게 하는 사람은 늘어날 거 아니냐."
"..."
모용진은 대답하지 않았고, 황제도 더 말하지 않았다.
이젠 말로 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제가 그녀를 죽게 만들었는데... 어찌... 저 혼자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모용진의 힘없는 대답에 황제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역시 중매는 어렵구나."
황제는 그리 중얼거리고는 모용진에게 다짜고짜 검을 휘둘렀다.
휘익!
"깜짝이야!"
모용진이 가볍게 그 검을 피하고는 놀란 듯이 검을 뽑았다.
"머리가 복잡할 땐 푸는 방법은 이미 정해져 있지 않느냐."
황제의 말에 모용진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냥 폐하께서 검을..."
휘두르고 싶은 거 아닌가? 모용진은 그런 생각을 했으나 황제는 진지하게 모용진의 헛된 생각을 없애주기 위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못 피하면 죽을 거다."
황제가 자세를 잡자 모용진은 당황한 얼굴로 다시 몸을 움직였다.
이번에도 아슬아슬하게 황제의 검이 모용진을 빗겨나갔다.
"점점 속도를 올릴 거다."
"자, 잠..."
저게 최고 속도가 아니라고?
모용진은 경악하면서도 몸에 전류를 일으켰다.
이렇게 된 이상 저 검을 피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했으니까.
그만큼 황제의 검은 진심이었고, 모용진은 그 검을 피하기 위해선 억지로라도 진심이 되어야 했다.
--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식사를 끝낸 라오허는 꾸벅 인사하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이야기는 즐거웠습니다만... 역시 우리 둘은 맺어지긴 힘들 거 같군요."
"...네?"
오르페나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설마... 상대 쪽에서 거절의 말을 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형님에겐 그렇게 말해 두겠습니다.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요."
"어째서... 그렇게 해주시는 건가요?"
오르페나는 그 말에 이게 라오허의 배려라는 것을 깨닫고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솔직히 그의 입장에서도 이런 자리를 멋대로 깨버린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모르지는 않을 테니까.
"지위를 이용해서 이미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은 여인을 강제로 취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나 라오허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라오허는 그녀가 정말 마음에 들었지만... 이야기하면 할수록 그녀의 마음은 자신에게 향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버렸다.
그런 여인을 강제로 취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형님은 세월이 정을 만들 수 있다고 하긴 했으나 그것을 억지로 만든 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적어도 라오허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금위대장을... 좋아합니까?"
그리고 라오허는 그녀가 누굴 좋아하는지도 알 거 같았다.
금위대장이 형님의 뒤를 따라갈 때 그런 금위대장을 보던 그녀의 눈은... 분명 그를 향한 애절한 감정을 담고 있었으니까.
"...네. 연모하고 있습니다."
오르페나의 대답에 라오허는 눈을 감았다.
정말이지... 부러운 남자였다.
"그 사랑을 응원하겠습니다. 그러니까 포기하지 마세요."
"...!"
그 말에 눈을 크게 뜬 오르페나가 곧 무언가 결심한 눈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네, 용기를 내볼게요."
포기하고 있었다.
그 사람의 마음에 들어서기 위해 노력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정말... 라오허 님은 상냥하시네요."
눈앞에 있는 남자의 말에 오르페나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그렇기에... 오르페나는 라오허에게 감사를 표했다.
"...나보고 상냥하다니."
그대로 가 버린 오르페나의 뒷모습을 보면서 라오허는 그대로 의자에 몸을 기대면서 얼굴을 양손으로 덮었다.
상냥하다니... 그런 말은 인생에서 처음 들어 봤으니까.
"의외구나. 이런 선택할 줄은."
그때였다.
위에서 들려오는 황제의 목소리에 라오허는 손을 치우고 위를 보았다.
그곳에는 용포에 피를 묻힌 황제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뭔 피야?"
"...잠시 머저리를 혼내느라. 그보다 세르나가 안 보이는구나?"
황제의 질문에 라오허는 그제야 세르나가 사라졌다는 걸 깨닫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어디 간 거지?"
"뭐, 짐작은 가는구나. 아무튼 다른 여인도 준비가 끝났다. 내일이니 준비하거라."
"...알았어."
황제의 말에 라오허는 아쉽지만 다음 상대에게 기대해 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미인이지?"
"그게 가장 신경 쓰이느냐? 정말이지. 그보다..."
황제가 라오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솔직히 말해서 황제는 지금의 라오허가...
"장하구나."
참으로 기특했으니까.
어느새 이 녀석은 남을 생각할 줄 아는 동생이 되었구나. 자신만 알던 녀석이 남을 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구나.
그리 생각하니 황제는 감개무량하여 라오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뭐야... 그거."
라오허는 마치 자신을 어린 애 취급하는 거 같은 그의 행동에 투덜거리면서도 그 손길을 딱히 피하진 않았다.
우습게도... 그 와중에 그 형님이 칭찬해 주는 게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
"...하여간 지독하시다니까."
모용진은 상처투성이 몸으로 주저 앉은 채, 흐르는 피를 지혈하면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왜 폐하께서 갑자기 자신을 이리 두들겨 팼는지...
이해가 갔다.
확실히 머리가 맑아지긴 했으니까.
'당장... 그녀가 원하지 않을 텐데.'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 죽음에 내가 죄책감을 가지길 바라지 않았다.
그 죄책감에 사로잡혀서 인생을 보내길 바라지 않았다.
그런 여자였고, 그런 여자여서 모용진은 그녀를 사랑했다.
그런데... 그녀를 핑계로, 그녀를 변명 삼아... 사랑을 두려워했다.
폐하께 혼나도 할 말이 없다.
그렇기에 모용진은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걸릴 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를 변명으로 다른 사람을 밀어내진 않을 생각이었다.
"괜찮으신가요?"
그때였다.
모용진은 자신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려다보며 묻는 오르페나를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여기 계십니까? 라오허 님은요?"
"깨졌답니다."
"?"
그럴 리가? 라오허 님이 오르페나 같은 미인을 거부할 리가 없는데?
모용진이 그런 생각할 때 오르페나가 자연스럽게 모용진의 머리를 자기 무릎에 올리고는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
뭐지? 이건?
그녀의 무릎이 전해주는 부드러운 감촉과 달콤한 향기에 모용진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오르페나가 그런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넘기면서 말했다.
"좋아해요. 전... 오라버니를 예전부터 연모하고 있었답니다."
오라버니.
그 예전에 그녀가 자신을 부르던 호칭보다도 모용진은 다른 내용에 더 놀랐다.
"...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어째서?
모용진은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제 마음을 받..."
"자,잠깐만요!"
그때였다.
갑자기 나타난 세르나가 그녀에게서 모용진을 획 빼앗아가더니 그대로 모용진을 꽉 껴안으며 말했다.
"제꺼라고요!"
"...누구 맘대로?"
모용진은 그 말에 어이가 없었으나 세르나는 당당했다. 그녀는 당연하게도 모용진이 자신의 것이라 믿는 얼굴이었다.
"제가 먼저 고백했어요!"
"제가 더 오래 좋아한 거 같은데요."
"그건 의미가 없고요!"
찌릿!
둘이 신경전을 하는 걸 보면서 모용진은 머리가 아파왔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꿈인가?'
꿈이라면 지독한 악몽이다.
모용진은 그런 생각하면서 혀를 깨물어 보았다.
아팠다.
그제야 모용진은 이게 꿈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잠시 고민하고는 그대로 몸을 안개화했다.
꿈이 아니라면 일단은 이 상황에서 도망칠 생각이었다.
"앗! 도망친다!"
세르나가 그 모습에 당황해서는 외치자 오르페나는 가볍게 중얼거렸다.
그걸 본 모용진은 더 빠르게 도망치려고 했지만...
꽈악!
순식간에 안개화가 풀린 모용진이 그대로 황금색 밧줄에 속박당했다. 그걸 보면서 오르페나가 싱긋 웃었다.
"언니 같은 날씨 주술은 잘 다루진 못하지만요. 제가 주박술엔 조금 자신이 있답니다?"
"...그, 공주님? 전 말이죠."
뭔가 자신이 알던 오르페나와는 다른데... 모용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대답을 들려 줬으면 좋겠는데요?"
오르페나가 싱긋 웃으면서 묻자 모용진은 속박을 풀어보려고 했다.
'안 끊겨.'
애초에 모용진은 요괴가 되면서 요술을 터득한 편이라서 기초가 부족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주술을 해제하는 것엔 영 서툴렀고, 하물며 용인의 압도적인 마력으로 펼친 주술을 해제하는 건 당연히 무리였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모용진이 대답했다.
"둘 다 거절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딱히 어떻게 되진 않는데요."
오르페나는 순순히 말했다.
"제가 그냥 더욱 노력할게요."
당신이 절 좋아할 수 있을 때까지.
오르페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고, 세르나는 불안한 얼굴로 그런 둘을 보고 있었다.
"저, 그, 아니죠? 저런 여자한테 홀랑 넘어가는 건..."
세르나의 말에 모용진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 풀어 주세요. 지금 제 대답은 둘 다 거절이니까."
단호한 모용진의 대답에 오르페나는 아쉬워 하면서도 순순히 주박을 풀어 주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아니 왜 상황이 이렇게 된 거지?
모용진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인기남이구나."
"이야, 부럽다. 부러워."
그 모습을 산적을 먹으면서 구경하고 있던 황제가 덤덤하게 말하자 옆에서 술을 마시던 라오허가 부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모용진은 어느새 자신의 양쪽에 딱 붙어 있는 세르나와 오르페나를 보고는 머리가 아파져 오는 걸 느꼈다.
"폐하..."
결국 도움을 요청한 모용진이었으나 황제는 냉정했다.
"남녀 관계에 함부로 개입하는 거 아니다. 짐은 그리 배웠단다. 그럼에도 하나 충고하자면 도망치지 말고 정면으로 승부를 보거라."
"난 이미 실연의 상처로 눈물 짓는 가여운 남자라고. 금위대장이 알아서 해."
도움도 기대할 수 없다.
여자 둘은 자신을 놓아줄 생각도 없다.
그 사실에 절망하며... 모용진은 그대로 체념한 채 한참을 그렇게 둘에게 붙잡혀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