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름다우시군요."
눈앞에 있는 갈색 피부의 남자는 그 눈부시게 반짝이는 금안을 소녀에게 향하면서 느끼하게 웃었다.
곱상하게 생긴 남자였다.
윤기 넘치는 갈색 피부와 검은 머리. 날렵한 턱선. 잘 단련된 몸까지.
이 눈앞의 12세 소년은 확실하게 남의 호감을 사기 좋은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이리도 아름다운 눈인지. 그 푸른 눈은 마치 호수와도 같아서 참으로 맑고 아름답네요. 이 세상의 그 무엇을 두 눈의 아름다움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지루해.'
그러나 온갖 감미로운 소리를 속삭이는 소년에게 그녀가 느낀 감정은 그것이었다.
아직 어린 그녀에게 외모를 칭찬해 봐야 딱히 와닿지가 않았다.
저렇게 말하는 그 역시 진지하게 그런 생각하고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눈에 보였다.
그래도... 그녀는 저 소년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맞춰주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소년의 태도에도 그녀는 지루하기만 했다.
오히려 자신에게 아무런 호감도 없이, 아니 오히려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던 태자가 훨씬 그녀에겐 기억에 남았다.
눈앞에 있는 소년의 미소를 보면서도 그녀는 그때 봤던 그 미소가 뇌리에 잊혀지지 않았다.
"꼭 좋은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소년의 말을 들으면서도 그녀는 딴 생각하고 있었다.
저 말을... 다른 사람이 아닌 태자에게 들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네스는 그런 생각하면서 소년을 떠나보냈다.
"어떠냐? 타마드 황자를 본 소감은."
그 모습을 본 루이는 슬쩍 다가와서는 아네스에게 물었다.
타마드는 그 리아 황녀와 함께 기대 받는 존재로 지지 세력도 지금의 태자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무려 그 재상과 대장군이 뒷배로 있었으니...
이상하게도 지금의 술탄은 투르크 출신 비에게서 태어난 타마드를 지지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그 정도의 지지가 있으면 오히려 충분했다.
루이가 본 타마드는 얼굴도 기대 이상이었다.
태자를 본적은 없었지만... 그 태자와 비교해도 딱히 꿀리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음... 그보다 태자 전하를 다시 만날 수는 없나요?"
그러나 아네스는 이미 타마드는 안중에도 없는 눈치였다.
그걸 보면서 루이는 체념했다.
이게 정말 그 아이의 선택이라면... 아쉽지만 재상은 포기해야겠지.
'어쩔 수 없지.'
타마드 황자를 보면 달라지지 않을까 했는데 아무래도 틀린 모양이었다.
그게 많은 것을 바꿀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루이는 자신의 위치가 그야말로 황제를 결정짓는 중요한 위치라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
한족에서도 파벌이 갈려서 압도적인 정통성을 가졌음에도 지지 세력이 적은 태자와 많은 지지 세력을 거느린 타마드 황자.
그리고 그런 둘 사이를 이간질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는 리아 황녀까지.
어느 쪽의 손을 들어 주던, 사실상 프리아의 선택이 황제를 정하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번 황제는 태자가 되겠구나.'
그래도 루이는 생각보단 나쁘지 않은 선택 같다고 생각했다.
정통성 있는 황제의 황후가 될 가장 유력한 자리를 선점하는 것이니...
그러나 그런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루이가 간과한 것은 황제가 생각 이상으로 힘이 없다는 것이었다.
황제는 결국 재상의 반대를 뿌리치지 못했고, 결국 그의 딸은 황제의 약혼녀라는 유례가 없는 위치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황후의 자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지 오래였다.
그런데도 루이는 여전히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타마드 역시 스스로가 제시한 조건을 이뤄주진 못했을 것이다.
그는 지금의 황제와 비교하면 한참 모자른 사람이었다.
물론 그가 무능하단 이야기는 아니었다.
다만... 이미 균열이 일어나고 있던 제국을 통합할 정도의 카리스마와 역량이 있었는지는 의문일뿐.
그만큼...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제국은 이미 망국의 징조가 보이고 있었으니까.
그런 점에서 지금의 황제는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런 망국을.... 다시 굳건한 제국으로 만드는 데 2년이 채 걸리지 않았으니까.
--
"끄응... 폐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
눈앞에 있는 이 술탄의 구겨진 얼굴을 보며 루이는 미소를 지었다.
저 완고하던 술탄이 황제의 친서 하나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든 기분이 좋은 일이었으니까.
"제국에서... 이렇게 해준다면 굳이 우리끼리 싸울 이유가 없겠지."
친서를 꼼꼼하게 다 읽어보고 계산을 끝냈는지 술탄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루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다음엔 좀 더 좋은 일로 자리를 가졌으면 좋겠네."
"허허..."
식은땀을 흘리면서 시선을 피하는 술탄을 내버려 두고 건물에서 나온 루이는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어찌 되었느냐."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역시 딸 아이의 문제였다.
그렇기에 그는 일이 끝나자 가장 먼저 딸 아이의 소식부터 찾았다.
"페하께서 궁에 들어가고 나선 아직도 나오진 않는 터라..."
기사가 머뭇거리면서 보고하자 루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
그건 또 무슨...
"하하! 그래 페하께서도 남자라는 거지."
그러나 그것도 잠시 루이는 호탕하게 웃었다.
하긴 딸 아이의 매력에 헤어 나올 수 있는 남자가 있을 리가 없지.
다 큰 남녀가 밤에 한 방에 있는데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뻔했다.
"그래, 더 이상 보고는 필요 없겠구나."
기사에게 그리 말한 루이는 바로 프리아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원래는 딸 아이와 같이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거 같았으니 말이다.
--
"단단하네요..."
그런 루이의 상상은 어떤 의미에선 절반만 맞은 셈이 되었다.
둘이 무슨 일이 생긴 것은 맞으나 황제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듯이 그저 가만히 앉아만 있었으니까.
아네스는 그대로 황제의 무릎에 앉아서는 가슴을 가볍게 쓸었다.
황제의 단단한 근육이 그대로 느껴지면서 그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뭇 남자들이 두근거릴 상황에서도 황제의 심장은 강철로 만들어졌는지 전혀 뛰지 않았다.
"이미 여자의 몸에 익숙하신가보네요."
"..."
"이젠 대답도 안 해주시나요?"
뭐 상관없지만.
아네스는 그리 생각하면서 황제의 입술을 가볍게 핥았다.
할짝.
꿈에만 그리던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이... 저항조차 하지 않으면서 가만히 있는 상황이라니...
그녀는 꿈이라면 이대로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이걸로 정녕 만족하느냐?"
그때 황제가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그녀는 대답 대신 황제의 옷을 벗겼다.
황제의 단단한 몸이 드러나자 아네스는 감탄했다.
"실제로 보니까 더..."
"그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감시는 그만하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 눈 감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아... 이미 알고 계셨나보네요."
황제의 말에 아네스는 어색하게 웃었다.
이미 눈치채고 계셨구나... 하긴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상대가 이 사람이면 힘들 거 같단 예상은 했다.
"짐 말고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곧 들킬 거다."
아직까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 황궁엔 이젠 대마법사도 있고, 모용진도 있다.
특히 모용진이 작정하고 조사하면 그녀가 붙여둔 눈따윈 진작에 들킬 테지.
황제를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중죄가 될 수 있기에 황제는 그녀에게 그런 짓은 그만하라고 하고 싶었다.
"싫어요. 그러면 전... 폐하의 소식을 알지 못하잖아요."
"..."
아네스가 황제의 가슴에 기대면서 투정을 부리자 황제는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에 아네스는 더욱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이젠 바지에 손을 뻗었다.
"아무래도 아래를 혼내..."
멍...
바지를 벗기자 그 위용을 드러낸 황제의 물건을 본 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폐하께서 목욕하는 모습을 붙여둔 눈으로 훔쳐본 적은 있긴 하지만... 정작 이렇게 커진 물건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 이렇게까지 커지는군요."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그걸 보면서 황제는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렇게 커진 것은 역시 저와 하고 싶은 마음이 든 건가요?"
아네스가 묘한 기대로 상기된 얼굴로 후후 웃으면서 묻자 황제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건 자극을 받으면 원래 커지는 거다."
황제의 대답에 아네스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호기심으로 두 눈을 반짝이며 그 가녀린 손으로 황제의 물건을 움켜쥐었다.
"따뜻하네요."
"..."
한참을 그렇게 물건을 만지작거리던 아네스는 잠시 망설이더니 갑자기 물건을 자기 입에 넣었다.
"지금 뭐 하..."
그녀의 돌발 행동에 황제가 당황한 얼굴로 말하자 그녀는 그대로 물건을 사탕처럼 빨기 시작했다.
쭈읍. 쭈읍.
그녀의 따뜻한 입안의 촉감과 부드러운 혀과 황제에게 자극을 주기 시작했다.
너무 커서 무리가 가긴 하는지 살짝 눈물이 맺힌 그녀의 얼굴은 묘한 가학심을 자각했다.
쿨럭. 쿨럭.
"읍. 읍!"
그때 황제의 물건이 그대로 정액을 쏟아 냈고, 순간 당황했던 그녀는 그대로 그것을 전부 삼켰다.
"저, 전부 삼켰어요. 딱히 맛은 없네요."
그녀가 자랑스럽게 말하자 황제는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 만족했느냐?"
"네? 아직 밤은 긴 걸요?"
그러나 전혀 만족하지 않았다는 듯이 아네스는 그리 말하고는 황제를 침대로 밀었다.
그대로 순순히 그녀에게 밀려 침대에 누운 황제를 보면서 그대로 위에 올라탄 그녀는 황제의 물건에 자기 음부를 비볐다.
그녀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 부드럽고 풍만한 가슴이 부드럽게 출렁거렸다.
"이건..."
"안 넣었잖아요?"
그 행동을 제지하려던 황제는 그녀의 말에 그대로 멈췄다.
확실히 넣은 것은 아니었다.
"하읏. 하응."
아네스는 작게 신음을 내면서 열심히 몸을 비볐다.
황제의 손을 끌어와 자신의 가슴을 만지면서 그녀는 그야말로 황제의 몸을 써서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뒤는 안 되나요? 폐하라면 뒤도 괜찮..."
그러나 그걸로는 만족이 안 되는지 아네스가 조심스럽게 묻자 황제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안 돼."
"...네. 아쉽네요."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한 황제의 모습에 그녀는 아쉽지만 깔끔하게 포기했다.
사실... 그녀도 조금 무섭기도 했고.
그렇게 그녀는 오늘 그저 황제의 몸을 맛보는데 집중했다.
그 단단한 가슴을 핥고, 목덜미를 물었다.
그의 품에 안겨서 있으면 그의 체취와 온기를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한참을 그렇게 황제를 맛보고 난 뒤에야 그녀는 만족스럽게 황제의 팔을 베고 누울 수 있었다.
그런 아네스를 가만히 보고 있던 황제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역시 짐을 감시 하는 것은 그만하거라."
"하지만 그래선 돌아가면 폐하의 소식을 바로 알지 못하는 걸요?"
아네스가 살짝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반발했다. 그러나 황제는 그런 그녀의 반발을 간단하게 해결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되는 문제가 아니냐."
아네스는 황제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그 말은...
"...너무 안 된다고만 하면 그대도 불만이겠지. 이 궁을 내어 줄 테니 합궁 전까진 여기에 머물러도 좋다."
원래는 합궁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만 하면서 그녀가 황궁에 머무는 걸 허락하지 않던 황제에게 허락이 떨어지자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긴 했다.
아예 합궁을 시작도 안 했을 때엔 순서는 한참 나중인 그녀가 머무는 게 문제가 되었지만, 지금은 합궁을 제법 진행한 상태였으니 큰 문제가 되진 않았으니까.
"정말... 이곳에 머물러도 되나요?'
"어차피 언젠가 머무를 곳이 아니더냐. 조금 이르더라도 상관은 없겠지."
그렇게 말하고는 황제는 아네스를 보았다.
그녀는 정말 최고의 선물을 받은 사람처럼 순수하게 기뻐하며 황제에게 꼭 안겨 왔다.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정말이지 어떤 의미에선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구나."
황제는 그 모습을 보고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비록 조금 뒤틀려 있었으나 그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참으로 솔직한 여인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짐 역시 그러하겠지.'
스스로가 망가졌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분명 눈앞에 있는 이 여인처럼... 자신도 변하지 않은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장이 났다고 해도 황제는 자신을 믿을 수 있었다.
그 변하지 않은 부분을 신용할 수 있었다.
"아! 웃어 주었네요."
그때 아네스가 그 미소를 보고는 기쁜 듯이 웃었다.
이 미소였다.
자신이 보고 싶었던 것은.
그 의미와 상관없는... 폐하의 웃는 얼굴이었으니까.
"그 미소랍니다."
그렇기에 아네스는 그런 황제의 품에 얼굴을 비비면서 말했다.
"전... 그 미소가 좋았어요."
이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에게만 온전히 주어지는 그 순간의 미소.
그녀는 그것이 정말 좋았으니까.
"그러니 웃어 주세요. 그러면 저 얌전히 있을게요."
"...노력해 보마."
그녀의 어리광이 섞인 부탁에 황제는 그리 대답하고는 그녀의 부드러운 몸과 체온에 눈을 감았다.
슬슬 잠이 왔으니까.
"잘 자요. 내 사랑."
그런 황제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던 아네스는 그대로 황제의 입술에 키스하고는 그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정말이지...
그녀에겐 정말 최고의 밤이었다.
--
"준비는 되었느냐."
다음 날.
아네스의 침소에서 나와 조정에 출근하는 대신 금위대 전원을 소집한 황제는 전부 모인 금위대를 보면서 물었다.
"넵!"
그야말로 군기가 바짝 든 금위대 전원의 대답에 황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참가할 셈이냐."
그러고는 자신 뒤에서 무장을 점검하는 여화와 레오니, 베베라와 디나카를 보며 물었다.
이 네 명의 비는 놀랍게도 통합 훈련에 참가를 요청해왔으니까.
"네."
레오니가 바로 대답하자 다른 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황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대들의 평가는 딱히 순위를 매기진 않으마."
애초에 금위대의 의욕 증진을 위해 순위를 매기는 것이었으니 그녀들에겐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평가를 해주시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디나카가 각진 자세로 경례를 하며 대답하자 황제는 다른 비들을 보았다.
모두 그녀와 같은 생각인지 딱히 이론은 없었다.
"그럼."
"그래, 그래. 모처럼 제대로 마법을 써 보겠구나."
이미 준비하고 있던 마리아가 그리 말하고는 이동 마법을 준비했다.
"그보다 어젯밤은 즐거웠느냐? 꽤 재미있는 소리가 들리더구나."
"...하진 않았다."
마리아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묻자 황제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녀의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했다.
"그래, 그래. 아무튼 그 아이는 대단하더구나. 본녀가 조금 가르쳐도 되겠느냐?"
황제가 어차피 순서를 안 지킬 거란 생각은 안 했기에 마리아는 그 부분은 더 추궁하지 않고는 다른 것을 물었다.
그만큼 아네스의 재능은 놀라웠다.
어쩌면...
"본녀의 꿈을 이뤄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 말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흐응, 그대가 말해 준다면 그 여자는 당장에라도 배우려 할 텐데..."
마리아가 확신을 원하는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으나 황제는 단호했다.
"짐에 대한 호의를 미끼로 뭔가를 시키고 싶진 않구나."
"후후, 하긴 그대는 그런 사람이니..."
그런 황제의 대답에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마리아는 모든 준비를 끝냈다.
"그럼 잘 다녀오거라."
그 말을 끝으로 이곳에 있는 전원이 순차적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사람들이 사라지고, 마지막에 황제가 남자 마리아는 가볍게 황제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
"너무 늦으면 조금 서운할 거 같으니 말이다. 일찍 오거라."
"...일이 끝나면 바로 돌아오도록 하마."
그 대답에 마리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으로 황제까지 이동시켰다.
"정말이지 벌써 보고 싶다니... 중증이구나."
이젠 텅빈 황제가 서 있던 자리를 보면서 마리아가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하하, 진짜 현자 님은 푹 빠지셨네."
금위대의 이동을 지켜보러 왔던 타흘라가 그 중얼거림을 듣고는 실실 웃으면서 말하자 마리아가 창피함에 붉어진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드 들었느냐?"
"응? 그야 다 들었지. 얼마나 아쉬웠으면 우리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러게요. 현자 님께선 참으로 외로움을..."
나르타가 웃는 얼굴로 말하자 그런 나르타 옆에서 영상 마도구로 마법 영상을 찍고 있던 아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 이해해요! 저도 벌써 보고 싶은걸요."
"후후, 현자 님은 보기보단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같사옵니다. 오늘은 그럼 같이 자드리면 되겠사옵니까?"
세헤라자드는 그런 마리아를 외로움 타는 애 취급하고 있었다.
"이 녀석들이..."
부들. 부들.
수치심에 몸을 부들부들 떨던 마리아가 곧 그들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면서 말했다.
그 와중에 어느새 타흘라는 도망치고 없었다.
"어른을 놀리지 말거라!"
"어머, 현자 님이 화나셨네요. 도망칠까요?"
"그러는 편이 좋겠사옵니다."
"폐하께서 없어서 외로우면 저랑 같이 오늘 찍은 영상을 보실래요?"
지팡이가 자신들을 향하자 바로 웃는 얼굴로 도망치는 나르타와 세헤라자드, 그리고 이 와중에도 영상을 같이 볼 사람을 구하는 아네스를 보면서 마리아는 마법을 준비했다.
"저, 전부 개구리로 만들어 버리겠느니라! 거기서! 서란 말이다!"
도망치는 그들을 쫓으면서 마리아는 역정을 냈다.
정말이지... 조용할 날이 없는 황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