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의무방어전-123화 (123/235)

"자, 이게 해신의 왕관이다."

오르테가를 방안에 두고 황제는 가장 먼저 세이든을 찾았다.

두려움에 떠는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세이든에게 왕관을 넘겨 준 황제는 덤덤하게 말했다.

"어느 정도 장치는 해 두었다. 그대들이 저번처럼 불순한 태도를 취하면 그 힘을 잃어 버리도록 말이다."

"그게... 가능했습니까?"

세이든이 놀란 눈으로 황제를 보면서 말했다.

해신의 왕관은 지금 이 해왕국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이기도 한 세이든의 눈으로 봐도 전혀 그 원리가 이해되지 않는 신물이었다.

그런 걸 그 짧은 시간에 멋대로 수정할 수가...

"그게 가능하니 현자가 아니겠느냐."

있을지도.

"...그렇군요."

황제의 입에서 현자가 언급되자 세이든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자.

다른 말로는 겔만의 대마법사라 불리는 마리아 폰 쾨펜이라면...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이 실제로 가능할 수도 있으니까.

"그럼 이제 그대의 처벌을 결정해야겠구나."

"..."

세이든은 각오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그대의 죄는 알고 있겠지."

그가 한 것은 확실한 반역 행위였다.

한 일족을 책임지는 장의 반역이었으니 그 일족을 멸하는 게 법도에 맞았다.

"그대의 죄는 그 일족을 멸할 중죄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 그대들 어인이라면, 어인 전체를 말하는 것이겠지."

"..."

상상 이상이다.

설령 법도엔 그리 적혀 있다고 해도 실제로 한 종을 멸종시키려는 황제가 있을까? 세이든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세이든은 적어도 삼족을 멸하는 정도의 처분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황제의 입에서 나온 것은 그 이상이었다.

"뭐, 예전이라면 그리했겠지. 그대들 중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예전이라면...?

세이든의 눈이 커졌다.

황제는 그런 세이든을 보면서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굳이 피를 흘릴 필요가 있겠느냐. 대신 그대들의 공납을 늘리도록 하마."

"공납을... 말입니까?"

설마 아무도 죽지 않는다는 건가? 세이든은 황제의 자비로운 처분에 진심으로 놀랐다.

적어도 자신 만큼은 죽을 거라 각오했으니까.

"해신의 왕관이 있으니 그리 어렵지는 않겠지. 앞으로 10년간은 바치던 공납의 두 배를 내도록."

"...자비로운 처분에 감사드립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황제의 자비로운 처분에 머리를 조아리는 세이든을 보면서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스스로가 생각해도 자비로운 처분이었다.

어째서... 갑자기 이런 자비를 베풀 생각이 든 걸까?

[죽여라! 그것이 그들에게 베풀 수 있는 유일한 자비다! 그런 무른 자비가 그대의 자리를 지켜 줄 거 같은가!]

지금도 눈앞에 저 세이든을 죽이고, 모든 어인들의 피로 이 바다를 불게 물들이라고 속삭이는 자신이 있었다.

황제에게 피를 흘리게 하려 했으니 그들에게 더 큰 피를 쏟아 내라고 쉴 새 없이 화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황제는 그 소리에 이젠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지킬 필요가 없다.'

불안 하던 제국은 안정되었다.

물론 알고 있다.

그 안정은 황제가 뼈와 피로 쌓아 올린 불안정한 탑이라는 것을.

공포로 안정시킨 제국은... 그 공포의 대상이 사라지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위태로운 성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그 성을 지키려면 더욱... 공포란 이름의 벽을 쌓고, 피라는 이름의 아교로 굳혀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황제는 그러지 않았다.

지킬 필요가 없었으니까.

이 자리를 원했다면 불안했겠지.

얻은 권력을 잃을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애초에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불안하지도, 권력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네가 원하지 않더라도 다른 이들은 다를 것이다. 후한을 제거하지 않으면 네놈의 목은 저잣거리에 걸리고 네 여인들은 거리의 창부로 전락할 것이다.]

다시 내면의 목소리가 속삭였으나 황제는 그 목소리를 다시 한번 무시했다.

'다른 이들의 생각은 짐과 관련이 없다.'

[아니, 관련이 있으니 그대가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게 아닌가.]

'헛소리군.'

황제는 더 고민할 가치도 없어서 내면에서 들리는 소리를 무시했다.

그러자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야기는 끝이다. 오늘 밤 바로 합궁을 진행할 것이니 방으로 보내도록."

"네, 그 아이에게 그리 일러두겠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 생각은 없다.

그렇기에 황제는 오늘 밤에 합궁을 진행하고 내일 바로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다.

'이걸로 열아홉 번째인가...'

남은 건 14명인가...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자기 방으로 향했다.

물속에서 숨을 쉬고 움직이는 것도 처음에야 신기하지 나중에 가면 그저 갑갑하게 느껴질 뿐이었으니까.

황제는... 얼른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

"또 왔네요."

황제의 집무실을 언제나처럼 청소하고 있던 미령은 어느새 폐하의 책상에 올려져 있는 멋들어진 봉투를 보고는 손을 뻗었다.

폐하께서 이런 편지 봉투가 오면 그냥 불태워 버리라고 명령했던 게 기억이 났으니까.

'대체 누가 보낸 걸까?'

황제의 말로는 벌써 이 편지가 온 건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10년...'

그렇다면 폐하께서 어릴 때부터 이런 편지가 왔다는 걸까?

대체 무슨 내용일지 미령은 궁금해서 자신도 모르게 편지를 뜯어보고 있었다.

'어차피 태울 거니까...'

그렇게 자신을 설득하면서 편지를 확인한 미령은 그 내용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솔직히...

정말이지 그 내용에 소름이 돋았으니까.

편지는 딱히 읽을 필요도 없을 정도로 간단한 내용만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미령은 그렇기에 더욱 소름이 끼쳤다.

"왜 태우라고 하시는지 알겠네."

미령은 황제가 어째서 이 편지를 무조건 태우라고 했는지 이해하고는 그 편지를 그대로 화로에 집어넣었다.

정말이지 오싹한 편지였다.

--

"...이거 맞나?"

모용진은 자신이 일부러 보내준 암살자의 뒤를 쫓던 눈이 포착해낸 상대를 보고는 난색을 표했다.

그... 아니 그녀는 모용진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문제는...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모용진은 머리가 아파 왔다.

이건 역시 폐하의 의견을 물어봐야 했다. 상대는 모용진 혼자서 어찌할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

"뭐가 맞아요?"

이 밤중에 순찰을 돌면서도 뭐가 그리 기쁜지 해맑게 웃으면서 달라붙는 세르나를 떼어내며 모용진은 대답했다.

"몰라도 되니까 떨어져!"

이 녀석이 달라 붙는 것도 이 녀석이 자신에게 품은 감정을 알고 나니까 영 거북했다.

그렇기에 모용진이 세르나를 떼어내려고 했으나 세르나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다.

"거참 보기 좋습니다. 그려?"

황보철궁이 그 모습을 보면서 투덜거렸다.

그냥 할바르 백부장한테 순순히 넘기고 철준이랑 조를 짤 걸.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조에 끼는 미친 짓을 벌였을까?

내일 좀 쉬겠다고 오늘 이 재앙을 목도하는 미친 선택을 한 자신을 저주하면서 황보철궁은 모용진에게 물었다.

"그래서 둘이 어디까지 진도 나갔습니까?"

황보철궁이 정면 돌파를 결심했는지 진지한 얼굴로 물어보자 세르나가 음흉한 얼굴로 말했다.

"흐흐, 그건 말이지 네가 생각하는 그 이상..."

"뭔 진도가 나가 내 주먹이 나가면 몰라."

따악!

그대로 세르나의 머리에 꿀밤을 먹여 준 모용진은 고통에 세르나가 팔을 놓아주고는 머리를 부여 잡자 한숨을 쉬었다.

"저 녀석이랑 그런 사이 아니니까 그딴 거 물어볼 시간에 일에 집중해. 황보철궁 백부장. 머리의 단단함을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럼 그렇지. 난 또... 대장의 취향을 의심할 뻔했잖아."

"...내가 뭐 어때서 취향까지 나오는 건데! 이 자식아! 창 들고 따라와!"

세르나가 화난 얼굴로 황보철궁에게 따지자 그는 코웃음을 쳤다.

"뭐긴 뭐야. 영양분이 한 곳에 쏠린 발육 부진 꼬맹이지."

"그 꼬맹이한테 맞고 울지나 마라!"

"하! 황해 사건에서 1등 공신인 이 몸을 상대로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아, 짜증 나! 그놈에 메뚜기는 얼마나 울궈먹으려는 건지!"

메뚜기 좀 많이 잡았다고 아직도 자랑하는 꼴이라니!

"이 창이 바로 폐하께서 하사하신..."

"또 시작이군."

모용진도 지긋지긋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적당히 봐주지 말고 자신이 이겨 버릴 걸...

눈치 있는 상관인 척하려고 했다가 저 지겨운 자랑을 몇 번이나 들게 될 줄이야... 모용진은 그때 자신의 선택이 뼈에 사무칠 정도로 후회가 되었다.

"저 창 잘라 버릴까..."

세르나도 비슷한 생각인지 화난 얼굴로 창을 노려보고 있었다.

"너... 그 불순한 눈은 뭐야! 이걸 잘라버리려는 것처럼!"

스릉.

"맞아. 잘라줄게."

세르나의 검이 뽑히자 황보철궁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 그만둬!"

세르나의 실력은 10명의 백부장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

늘 자신이 가장 유능하다는 어필을 하는 황보철궁이었지만... 솔직히 순수한 무력은 백부장 중에서도 하위권인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황보철궁이 창을 꼭 감싸 안고는 뒷걸음질 쳤다.

"그거 자르지 마라. 그래도 폐하께서 하사한 물건인데 자르면 그림이 이상해지잖아."

황제가 하사한 물건을 황제의 백부장이 베어 버린다고? 그런 무례를 저질렀다간 폐하께선 신경 쓰지 않겠지만 재상이 말 그대로 세르나를 말로 죽여버릴 거다.

그렇기에 모용진은 세르나를 제지했고, 세르나는 아쉬워했다.

"그럼..."

"그냥 패버려. 그 정도는 대장의 재량으로 넘어가 주마."

"대, 대장? 그게 무슨..."

모용진의 말에 황보철궁의 눈이 커졌으나 모용진은 이 기회에 저 녀석도 좀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뚜둑!

"좋았어! 그럼 너 일로 와라. 좀 맞자."

모용진의 허락마저 떨어지자 세르나가 신난 얼굴로 손을 풀었고, 황보철궁은 잠깐 몸을 덜덜 떨었다.

"누, 누가 쉽게 당할 줄 알고?"

황보철궁은 창을 굳게 쥐면서 자세를 잡았고, 세르나는 그런 황보철궁을 보면서 검을 늘어트렸다.

'시작이군.'

그녀는 페하에게서 검을 사사해서 그런지 자세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폐하와 닮아 있었다.

"선공필승!"

그 모습을 본 황보철궁이 빠르게 달려들면서 창을 찔렀다.

창에 실린 뚜렷한 기는 모용진이 봐도 위협적이었다.

'실력이 많이 늘었네.'

예전에 비해서 훨씬 날카롭다.

모용진이 봐도 딱히 흠을 잡을 구석이 없는 정교한 찌르기였다.

스윽!

그러나 세르나는 그 순간 몸을 앞으로 쏠리게 하면서 오히려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온 검으로 창을 튕겨 내서, 그야말로 순식간에 황보철궁의 가슴을 열어 버렸다.

창은 길이가 긴 만큼 근접해서 들어온 상대에겐 취약하기 마련이다. 이미 찌르기가 빗나간 이상 황보철궁에게 다음 기회는 없었다.

아니 없었어야 했다.

빠각!

세르나의 장저가 그대로 황보철궁의 턱을 올려 쳤다.

그 순간 황보철궁이 몸을 붕 띄웠다.

뜬 게 아니라 띄운 거다.

그는 충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일부러 세르나의 힘에 순응하며 공중에 떴다.

타악.

그러고는 가볍게 한 바퀴 돌아서 깔끔하게 착지했다.

그야말로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낙법이었다.

'거리를 바로 벌리는군. 좋은데...'

그 대응을 보면서 모용진이 속으로 작게 감탄했다.

그게 바로 황보철궁의 장점이었다.

거리를 재는 실력 하나만큼은 확실히 금위대에서도 손으로 꼽히는 수준이었으니까.

'길어지겠는데?'

아무튼 세르나가 빠르게 이기려면 저때 확실히 끝냈어야 했다.

방금 저 공격으로 황보철궁의 안쪽에 대한 경계가 강해졌다. 이젠 그렇게 섣부르게 찌르고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황보철궁은 창으로 견제만 하면서 계속 거리를 유지했고, 세르나는 그 거리 유지에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견제를 뚫고 안으로 파고들지는 못했다.

'이거 보다가 밤 새겠네.'

말릴 걸...

모용진은 그런 생각하면서도 얌전히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일단 둘이 싸우게 유도한 건 자신이니까... 자신이 책임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

그를 처음 만난 곳은 이 왕궁이었다.

아린 언니를 만나러 왔다는 인간의 황제.

그는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부러질 거 같은 위태로움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런 황제를 귀찮은 얼굴로 안아 들고는... 그 황제보다 조금 작은 소년은 그렇게 서 있었다.

"여기구나. 이제 내려 줘도 괜찮아."

황제의 말에 그 소년은 얌전히 황제를 내려주었다.

그 소년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던 황제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거북대신의 안내를 받아서 안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예쁘다.'

아직 어리던 그녀가 그 소년을 보고 느낀 점은 딱 그것이었다.

해수에 젖어서 축 늘어진 머리카락은 윤기가 흘렀고, 아름다운 황금색 눈동자는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누가 봐도 남자였지만... 그래도 멋있다는 생각보단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그런 소년.

그 소년은 황제가 알현실로 향하는 걸 묵묵히 지켜보고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이쪽에 용건이라도 있습니까?"

"아! 그냥 손님을 보니까 신기해서요... 전 세이린이라고 해요."

"...해왕국의 공주님이었군요."

소년이 그녀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 눈에 담긴 감정은... 약간의 경계일까?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소년의 뒤에서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내가 말해줬잖아. 내 친구. 안녕! 세이린 오랜 만이네."

"오, 오르테가?"

세이린은 그제야 그 소년의 뒤에서 싱글거리며 웃고 있는 자기 친구를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소년의 존재감이 워낙 강해서 그런지 세이린은 오르테가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응! 나야. 그리고 이쪽은... 진위! 내 친구야."

"...천제국의 진위라고 합니다. 해왕국의 공주님을 뵙게 되어서 영광이군요."

말투는 더없이 공손했지만, 세이린은 그 말투에서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고는 몸을 떨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일 텐데... 태자에게선 알 수 없는 어른스러움이 느껴졌다.

"내 친구라니까?"

"...시끄러. 오르테가. 네 친구인 게 무슨 상관이야. 난 내가 보고 판단할 거야."

태자의 볼을 무례하게 쿡쿡 찌르면서 오르테가가 칭얼거리자 태자의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그 모습에 세이린은 눈을 크게 떴다.

오르테가를 향한 태자의 말은 무례하고, 거침이 없었지만... 태자가 자신에게 말할 때 느꼈던 그 거리감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세이린은...

'부러워.'

그게 부럽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저 아름다운 태자와 저렇게 친근한 사이가 되고 싶었다.

"너어! 내 판단은 신용 못해?"

"못해. 그러니까 떨어져라. 무겁다!"

오르테가가 그대로 태자에게 매달렸고, 태자는 그런 오르테가를 떨쳐 내려고 몸을 마구 흔들었다.

"여기 물속이거든! 애초에 폐하도 들었으면서 내가 무거워? 그 말은 뭐야? 폐하보다 내가 더 무겁다는 거야?"

"그건 당연한 거 아니냐!"

어느새 싸우기 시작한 둘을 보면서 세이린은 웃었다.

"푸흣!"

"?"

그 모습에 둘이 동시에 싸움을 멈추고는 세이린을 쳐다보았다.

"왜 웃어?"

오르테가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고, 태자는 그사이에 오르테가를 재빨리 떨어트리고는 덤덤하게 말했다.

"꼴이 우습긴 했지. 이게 다 너 때문이다."

"왜, 왜 나 때문이야? 굳이 따지면 공범 아니야?"

세이린은 어느새 다시 투닥거리기 시작한 둘을 보면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두 분은 정말 사이가 좋으시네요."

"...이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하는 거 보니 그대의 머리도 어지간히 정상은 아니구나."

오르테가에게 손가락을 물린 채 투덜거리는 태자의 모습에 세이린은 다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때부터였다.

세이린은 그때부터 태자.

아니 이젠 황제가 된 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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