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의무방어전-86화 (86/235)

무술 대회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황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늘 그렇듯이 조정에서 회의를 하고, 그 후에는 여화와 레오니, 그리고 달리아를 데리고 말을 탔다.

그 뒤에는 나르타와 오르테가를 데리고 가볍게 정원을 산책했으며, 쌍둥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녀들과 미령을 데리고는 황실 창고에서 쌍둥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을 찾아보았다.

세헤라자드와 마리아가 요가를 하는 걸 지켜보기도 했고, 마리프와 미르예프가 만든 과자를 케르와 설화와 함께 시식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그 뒤로도 여러 비들과 돌아다니면서 모처럼 그녀들과 시간을 보낸 황제는 슬슬 집무실로 돌아왔다.

'오늘이 바로 합궁 날인가?'

황제가 그녀들을 신경 써준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오늘이 합궁 날인데다가... 최근 무술 대회 준비로 그녀들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한 게 사실이었으니까.

'로라 고드프리라. 확실히 합궁 상대로 부족함은 없겠지만.'

황제는 오늘 합궁 상대를 떠올리며 그런 생각을 했다.

고드프리 가문은 리처드의 털털한 모습을 보면 상상하기 힘들지만 앵글족에서 손에 꼽는 위대한 가문 중 하나이다.

루터, 고드프리, 요크서.

앵글족에서도 전통 있는 세 가문은 모두 왕을 배출한 적이 있는 가문으로 그중에서도 고드프리가 가장 영향력이 강한 가문이라는 것은 부정하기가 힘들었다.

제국의 속국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을 때의 왕이 바로 고드프리 가문의 헨리 고드프리였을 정도니까.

당장 지금 앵글의 왕 존 고드프리가 리처드의 사촌 동생이기도 했으니 리처드의 딸이 합궁 상대로 정해진 것 자체는 문제 될 게 없다.

문제는...

'리처드의 딸이라.'

그 리처드의 딸은 과연 정상일까?

황제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황제가 리처드를 총애하긴 했지만, 그가 정상이 아니라는 건 인정하고 있었으니까.

"폐하. 비 후보께서 면담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때 상선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황제는 고개를 갸웃했다.

면담이라니?

"지금 말이냐."

"그렇습니다."

"들어오라고 해라."

황제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단 면담을 허락했다. 비 후보가 자신을 찾을 이유면 보통은 아닐 테니까.

황제의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더니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확실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보면서 황제는 생각했다. 그녀가 리처드의 딸인 건 분명해보였다.

'작군.'

거구인 모용진보다 조금 큰 리처드와 달리 작은 체구... 키가 케르보다도 작았다.

특이한 점은 그 체구와 어울리지 않게 큰 가슴 정도일까?

눈매는 날카로운 것이 리처드를 연상시켰고, 그녀의 붉은 기가 도는 금발은 딱히 관리하지 않았는지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었다.

그녀의 벽안은 호수처럼 맑았고, 옷은 기름이 잔뜩 묻은 작업복 차림이었다.

관리를 조금 안했을 뿐이지 그래도 아버지를 닮아서 미인이었다.

리처드도 조금 눈매가 무서울 뿐이지 수염만 제대로 깎으면 제법 봐줄 만한 얼굴이었으니까.

"짐과의 면담을 요청했다지. 리처드에겐 많이 들었다. 마법공학자라고."

황제의 말에 그녀, 그러니까 로라는 눈을 반짝였다.

그 순간 제법 날카롭던 그녀의 눈매가 순식간에 풀어지는 마법이 펼쳐졌다.

그녀는 그만큼 황제의 말에 흥분하고 있었으니까.

"대디가 말했나요?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요. 제가 폐하께 부탁하고 싶은 것은 마법공학의 발전을 위한 황실의 투자입니다!"

"..."

잔뜩 열의를 가지고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진지한 얼굴로 일단 상선을 보았다.

그러자 상선은 조용히 뒤로 가서는 주전자에 물을 데우기 시작했다.

"커피? 아니면 차."

"커피로 부탁합니다!"

보기보단 밝은 성격이군.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상선에게 커피를 타라고 명했다. 상선은 그 말에 커피를 꺼내서는 일단 원두를 갈기 시작했다.

"투자라...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만?"

일단 읽고 있던 상소문을 치우고 황제가 그녀에게 의자를 권하며 질문하자 그녀는 얌전히 의자에 앉아서는 대답했다.

"제국은 마법공학에 너무 관심이 없어요! 당장 아직도 냉병기를 쓰고, 화포 개발에도 그리 관심이 없죠. 당장 이 마법공학으로 개발한 화포는..."

눈에서 불똥이 튀는 거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열변을 토하는 그녀의 설명을 묵묵히 들으면서 황제는 자기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면 묻겠다. 그 화포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으음... 이 정도요?"

"그렇지. 거기다가 유지비. 화약과 기타 재료에 드는 비용은?"

"어... 이 정도겠죠?"

당황한 로라가 부지런히 계산기를 두드려보며 말하자 황제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일단 거기서 이미 이유가 나왔으니까.

"그렇다면 동일한 화약을 화포에 썼을 때와 주술사나 마법사가 매개체로 썼을 때 화력은?"

"...아, 아직은 그쪽이지만."

그 말대로였다.

화포를 쓰지 않는 이유? 총기 개발에 열을 올리지 않는 이유?

전부 효율 문제다.

같은 비용과 같은 화약을 쏟아부어도 마법사나 주술사의 매개로 쓰는 것보다 효율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

예를 들어서 화포로 산 하나를 초토화 할 정도의 화력을 얻기 위해서 쓰는 화약이 대충 이 정도라고 치면, 마법사가 화약을 매개로 그 정도의 산을 아예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폭발 마법을 쓰는데 필요한 화약은 그 양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포 같은 화기들이 사장된 것이고.

"물론 언젠가 발전해서 더욱 높은 화력을 이끌어낼 수도 있겠지. 그 부분은 검토해 보도록 하마."

그래도 발전하면 더 가능성이 있다는 건 부정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연구가 미흡하기도 했고... 그래서 황제는 그 부분에서 나름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었다.

다른 자도 아니고, 그 리처드의 딸이니 너무 매몰차게 대하기도 그랬으니까.

"아무튼 병기 개발 쪽에 지원을 받고 싶었던 건가?"

황제가 의외라는 듯이 묻자 로라는 바로 질색을 했다.

"아뇨! 사실 화기 이야기는 폐하께서 그쪽에 관심이 많을 거 같아서 말한 거고 제가 원하는 지원은 명백하게 생활 쪽입니다."

흐음...

황제는 그녀의 말에 생각에 잠겼다.

생활이라...

"구체적으로."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거 같다. 그렇기에 황제가 질문하자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설명을 시작했다.

"마법공학은 결국 마법을 쓰지 못 하는 일반인들도 마법의 특혜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입니다. 예를 들면 당장 황실에서는 마법으로 식재료를 관리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식재 창고를 담당하는 마법사나 주술사들이 있지."

그 말대로다.

민간과 달리 황실은 언제나 마법을 누릴 수 있다.

여름에도 얼음을 먹을 수 있고, 음식이 상하지 않게 보관할 수 있으며, 팔다리 정도 잘린 것은 황실의 비약과 마법, 그리고 주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다르다.

팔다리가 잘리면 불구로 살아야 하며, 상처에 병균이 침투해 죽는 것도 부지기수다.

여름엔 얼음을 구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해 사실상 구할 수 없고, 여름에 음식은 곧잘 상하므로 바로 먹거나 염한 것들을 먹고는 한다.

그녀는 그런 격차를 줄이고 싶었다.

"그래서... 제가 연구하는 것이 바로 이것! 냉방 마법으로 시원하게 식재료를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입니다!"

"...들어는 보았다. 냉기를 다루고자 하는 연구는 늘 진행되었지."

냉장고라...

이름만 들어도 냉기를 다루는 물건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실제로 인간은 늘 냉기를 자신의 것으로 다루고자 했고, 마법공학에서도 그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아무리 그쪽에 관심이 없는 황제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였으니까

그녀가 마법으로 꺼낸 거대한 기계를 보면서 황제는 그것에 달린 문을 열어 보았다.

아마도 이게 그 시제품이리라.

사아아...!

"신기하긴 하구나."

문을 열기만 했는데 안에서 차가운 냉기가 흘러나왔다. 그 광경을 황제는 신기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과연 기물이구나. 이게 그 완성품인가?"

그야말로 기물이라는 건 부정하기 힘들었다.

"유지하는 데 마석이 조금 많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마력 회로를 더 손본다면...! 이 정도 소모까지 줄일 자신이 있어요! 그러니까...!"

"...흐음, 그 정도까지 말이냐."

이 정도면 민간에서도 어느 정도 상품성이 있을 것이다.

현재는 전혀 상품성이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마석이 들어가지만 말이다.

"조금만 더 시간과 예산이 주어진다면 더욱 효율성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0퍼센트는 아니라고요!"

절박한 얼굴로 외치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생각에 잠겼다.

이건 과연 상품성이 있을까?

그야... 없을 수가 없긴 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냉기를 다루는 물건이었으니까.

"재상과 상의해 보거라."

"전! 폐하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적극적이고, 확실한 지지요! 제 목표는 이게 끝이 아니니까요!"

"..."

열의가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보면서 말하는 로라를 보며 황제는 이런 점은 리처드를 꼭 닮았다는 생각했다.

고집이 쌔고,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 말이다.

"...솔직히 짐은 그것에 깊게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다."

마법공학이 유용할 수도 있다는 건 황제도 인식하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그가 깊게 관심을 가질 분야는 아니었다.

솔직히 황제는 이런 건 그냥 재상에게 떠넘기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병기도 이야기해줬잖아요. 지지해주세요! 지지!"

이젠 아예 떼를 쓰기 시작한 로라의 모습에 황제는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말했다.

"짐의 지지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알고 있느냐?"

황제의 전폭적인 지지가 가진 무게를 이 여자는 알고 말하는 것일까?

물론 비에게 그 정도도 못 해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여자는 아직 비 후보이고, 애석한 이야기지만 합궁이 끝나기 전엔 아직 황제의 사람이라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제안을 들어 주고 재상과 연결해주려고 한 것은 그녀가 리처드의 딸이기 때문이지 그녀가 비 후보여서는 아니었다.

비 후보는 그저 후보일 뿐. 아직 비는 아니었으니까.

사실 이렇게 황제의 시간을 오래 내주는 것 자체가 비 후보에겐 과분할 정도의 호의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런 호의를 받고 있으면서도 전폭적인 지지까지 해 달라?

그것도 저런 가능성만 보고?

"...그래, 그럼 이거 하나는 들어 보자꾸나."

황제는 새삼 궁금해졌다.

그렇게까지 해서 그녀가 이루고 싶은 목표란 건 대체 무엇인지 말이다.

"그런 그대의 진정한 목표는 무엇이지? 대체 그 목표가 무엇이기에 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라는 것이냐?"

지금까지 황제의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 받은 비는 단 한 명이다.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카미나리 세이나란 여인으로... 그녀는 자신의 일을 극복하기 위해 쿠류로 떠난 상태였다.

그렇다면 이 여자는 어떨까?

별거 아닌 목표라면 바로 그녀를 내쫓을 생각하며 황제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 황제를 보면서 로라는 진지한 얼굴로 황제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상하지 않나요...?"

"?"

황제는 뜬금없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는 마법으로 편한 삶을 누리는데... 누군가에게 마법은 그저 먼 이야기에 지나지 않아요."

그렇지.

마법사나 주술사는 그 숫자가 귀한 인재다.

대부분의 일반인은 일생에서 한 번이라도 보면 기적일 정도로.

황제는 그 말에 공감하면서 계속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누군가에겐 일상인 마법이, 누군가에겐 그저 환상일 뿐이예요. 전 그걸 이해할 수 없어요."

그녀는 처음부터 의문을 품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마법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가 않다.

그런 건 싫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늘 이야기했으니까.

마법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그렇다는 건... 누군가에겐 행복해지는 게 당연하지만 누군가에겐 아니라는 걸까?

그런 건... 이상했다.

마법이 행복이라면, 그것은 모두가 당연하게 누릴 수 있어야 했다.

"모두가 마법을 누릴 수 있고, 마법이 일상처럼 받아지는 세계... 마법공학은 그걸 위해서 있는 거니까요. 전 그런 세계를 만들고 싶어요."

그녀가 이미 보장된 궁정 마법사의 자리도 포기하고 굳이 지원도 열악하고, 마법사들에겐 유사 마법학 취급을 받는 마법공학의 길을 걷게 된 건 그런 생각 때문이었다.

그녀는... 모두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었으니까.

"...세계를 바꾸고 싶다는 건가? 그대는?"

너무 뜬구름 잡는 그녀의 말에 황제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마법이 자연스러운, 마법이 일상이 되는 세계 말인가?

모든 집에 냉장고가 있고,  모두가 하늘을 날 수 있으며, 모두가 마법의 편의를 누릴 수 있는 그런 세상 말인가?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은...

대륙 최강의 무인이 되는 것보다 어려운 목표였다.

"우, 웃긴가요?"

황제의 반응에 로라가 얼굴을 홍당무처럼 붉히면서 말했다. 솔직히 조금 어린 애 같은 생각이라는 건 그녀도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아니, 재미있구나. 그래, 지지 못해 줄 것은 없지."

관심이 생겼다.

불가능한 꿈을 꾸는 그녀가... 정말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황제는 호기심이 생겼다.

"정말요?"

로라가 반색하면서 황제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황제는 그런 그녀의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그녀의 얼굴을 밀어내고는 말했다.

"다만... 지금은 문제가 있구나."

물론 지금 당장은 그런 지지를 해줄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문제라니요?"

로라는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황제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덤덤하게 그 이유를 말했다.

"그대가... 아직 짐의 비가 아니라 그저 비 후보라는 것이 문제다."

"그게... 왜요?"

로라는 황제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문제인 거지?

자신이 비 후보인 게 문제라고?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짐이 그대를 지지하려면 재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 렇죠?"

황제의 말에 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황제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일을 진행할 수 없다.

특히 예산과 관련된 문제라면 당연히 문관의 수장인 재상의 동의는 필수였다. 그 정도는 로라도 알고 있었다.

"재상은 완고한 자다. 그대가 비 후보인 이상, 그런 억지는 결사반대하겠지. 재상과 예산 협의는 가능하겠지만, 그대가 원하는 만큼 적극적인 지원은 기대할 수 없을 거다."

그런 재상이 비 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하는 모습을 좋게 볼 리가 없다.

아직 정식 비도 아닌 비 후보에게 그 정도의 특혜를 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로라가 안달을 내며 말했다.

그녀는 지금 선물을 받았다가 빼앗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뭐... 사실 짐이 독단으로 일을 처리할 수도 있긴 하다."

"네?"

아니 지금 자신을 가지고 노는 건가?

로라가 그런 생각에 황제를 보자 황제는 웃었다.

그걸 보고 로라는 확신했다.

역시... 이 남자가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걸 말이다!

"다만 그러면 재상이 아마 황궁 앞에서 목을 매달 테지. 그런 남자니까."

"..."

그런 끔찍한 말을 태연하게 하면서도 황제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짐은 그런 식으로 귀중한 재상을 잃고 싶지 않기에 지금 당장 그대에게 전폭적인 지지 약속은 할 수 없구나."

그만큼 황제에게 재상은 귀한 인재였다.

"...그렇군요."

아무튼 거절이구나.

로라는 금세 시무룩해졌다.

"뭐, 어디까지나 지금은. 이라는 말이다."

"...?"

로라는 여전히 황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일단 면담을 끝냈다.

그녀가 황제의 말을 이해한 것은...

그날 저녁 식사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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