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 그걸 굳이 보여줘야 아십니까?
* * *
"폐, 폐하! 하앙!"
궁녀는 황제를 껴안는 무례를 저지르면서까지 쾌락에 잠겨선 신음을 흘렀다.
그제야 궁녀는 황태후 폐하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히 진짜는 도구 따위와 비교조차 되지 않았으니까. 그 뜨거움도, 크기도 가짜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황제는 차분하게 그런 그녀를 공략해나갔다.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완벽에 가까운 완급 조절로 그녀를 쾌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거기선 부드럽게 돌려주는 편이 더 자극이 된답니다."
"...참고하겠습니다."
황제는 황태후의 훈수를 들으면서도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손은 그녀의 허벅지를 잡고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으며 황제에게 깔린 채 교성을 내지르고 있는 이 궁녀에겐 그것 이상의 애무는 필요가 없었다.
"하아아앙!"
궁녀의 몸이 떨리면서 다시 한번 절정을 맞이했다. 황제는 그 절정에 맞춰서 이번엔 사정했다.
이 여자가 절정을 맞이한 게 이걸로 3번째.
그런데도 황제는 멈추지 않고 허리를 흔들었다.
아직 황태후가 그만해도 된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황제에게 그만둘 이유가 없었다.
"흐앙! 하읏! 폐, 폐하 저 이상해지... 흐아앙!"
쾌락에 정신이 나가려고 하는 궁녀를 보면서 황태후는 그제야 붓을 내려놓았다.
"이 어미가 괜한 걱정을 한 거 같군요. 안심입니다. 황상은 어느새 이렇게 의젓해지셨군요."
난을 치는 걸 끝낸 황태후가 손수건을 꺼내서는 눈물을 훔쳤다.
감격의 눈물이라도 흘린 모양인데 황제 처지에선 촌극이 따로 없었다.
"이제 만족하셨습니까?"
아무튼 황태후가 만족한 거 같았기에 황제는 그제야 탈진한 궁녀에서 자신의 물건을 빼냈다.
그대로 탈진한 궁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다행입니다, 이제야 안심하고 이 어미는 다음 합궁 일정을 잡을 수 있겠군요."
"...합궁이라 하셨습니까?"
황제는 그 말에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분명 합궁은 조사로 인해 무기한 연기...
"인간들이 문제가 아닙니까? 어차피 달막족 다음 순서는 용인이었으니 큰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여 이미 다음 합궁 일자를 잡은 뒤랍니다. 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니 아마도 사흘 후가 아닐지요."
"..."
황제의 표정이 굳었다.
용인.
제국을 구성하는 4개의 종족 중 하나로 용의 뿔을 가진 종족이다.
그 외에는 인간과 유사하나 주술에 능통하고, 우수한 용인은 날씨마저도 조종할 수 있을 정도니 먼 옛날에는 신과 비슷한 취급을 받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럼 이 어미는 이만 자겠습니다. 황상도 편히 쉬시지요."
궁녀들에게 침소를 치울 것을 명령한 황태후는 탈진한 궁녀, 아니 설화를 챙겼다.
"너희들은 어서 빈을 궁으로 모시거라."
꾸벅.
그 명령에 궁녀가 이젠 빈이 된 설화를 부축하며 사라지자 황제는 황태후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옷을 챙겨 입고 자기 침소로 향했다.
'용인이라...'
과연 그들은 어떤 여인을 보내올까?
벌써 피곤한 기분이었다.
짹짹!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마차 안에서 꾸벅 졸고 있던 여인은 마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오르테가 님. 곧 제도에 도착합니다."
"흐아암... 벌써? 빠르네."
그녀가 눈을 뜨자 파충류 특유의 세로동공이 인상적인 노란 눈동자가 창밖을 내다보며 반짝였다.
머리에 달린 황금색 뿔은 사슴의 것과 유사했고, 그녀의 흉부는 보는 이를 압도할 정도로 거대했다.
그래서 그런가? 그녀가 입고 있는 청색 저고리가 찢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피부는 전체적으로 살짝 붉은 기가 돌았지만 티 하나 없이 맑았고, 비단 같은 금색의 머리카락은 그녀가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부드럽게 찰랑였다.
'위 녀석 내가 온 걸 알면 놀라려나?'
그녀는 그 눈에 장난기를 가득 담은 채 미소를 지었다.
과거의 모습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녀가 기억하는 위는 무표정한 얼굴로 남을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녀석으로 그 곱상한 얼굴이 아까울 정도로 잘 웃지도 않는 녀석이었다.
지금도 그렇게 재미없는 표정으로 재미없게 지내고 있을까?
그녀는 그런 생각하면 웃음이 나왔다.
'하여간 재미없는 녀석.'
정말 재미없는 녀석이니까 나라도 곁에 있어 줘야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다.
벌써부터 그녀는 앞으로의 생활이 기대가 되었으니까.
"...진짜 용인이군. 그래서 누구지?"
다음 날 아침, 황제는 바로 재상에게 다음 합궁 일자를 전해 듣고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황태후의 말대로 진짜 용인이었고, 일자는 사흘 후였다.
"용왕국의 장녀이신 오르테가 공주님입니다."
"그 녀석도 여자라는 목록에 넣을 수 있는 거였나? 놀랍군. 정말 놀라워."
재상의 대답에 황제는 정말 놀라운 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듯이 반응했다.
그 선머슴도 여자로 분류가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
"짐은 지금 용왕이 그 직위를 반납하고 싶다고 돌려 말하는 게 아닌지 의심 중이라네. 정녕 짐이 들은 그 이름이 맞는가?"
그렇기에 황제는 지금 용왕이 자신에게 불만을 돌려 말하는건가? 그런 생각 마저 들었다.
"네, 폐하와 함께 수학한 그 오르테가 공주님이 맞으십니다. 기억나십니까?"
기억이 안날리가?
황제와 그녀는 틈만 나면 주먹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한 사이였다.
그런 그녀와 이젠 침상에서 뒹굴어야 한다?
그 녀석은 그 의미를 알고 이곳으로 오고 있는 건지 황제는 심히 궁금해졌다.
"오르테가 공주님도 벌써 약관의 나이를 넘기셨습니다. 설마 합궁의 의미도 모르고 이곳으로 오고 있겠습니까?"
그런 황제의 의문에 재상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반응했지만 황제에겐 그리 말이 안 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 머저리가 의미를 알고 온다는 것이 짐에겐 더욱 놀랍게 느껴지는데."
숫자도 제대로 못 셀 거 같은 멍청이가 합궁의 의미를 알고 이곳으로 오기로 했다고?
미친 건가?
"짐은 새로운 도전을 강요당하는 기분이야. 진 그대를 다짜고짜 안으라고 요구받은 기분이라고. 알고 있는가?"
황제에게 오르테가는 진과 동급이거나 그 이하였다.
이성으로 전혀 여겨 본적 없는 친구가 갑자기 합궁 대상이 되었는데 이 기분을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황제는 여체를 싫어하긴 했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이성을 좋아하는 쪽이었고, 오르테가는 황제의 기억 속에선 동성에 좀 더 가까운 존재였으니까.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보다 의외긴 하군요. 그 오르테가라니. 허허. 그 말괄량이가 얼마나 컸을지 궁금하긴 합니다만... 잘되었군요."
진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황제는 진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말을 부정하긴 힘들었다.
"이제 황궁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날 테니 말입니다."
진은 황제가 그때 한 말을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두 사람뿐이라는 말.
황제에게 오르테가는 여자로 인식하라고 하면 최악의 상대였지만, 등을 맡기라고 하면 진 만큼이나 믿을 수 있는 친구였다.
그러니 그 말대로 오르테가가 황실의 일원이 되는 건 긍정적인 요소도 있었다.
"어차피 폐하가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어쩌면 그 아이도 제법 참한 처자로 자랐을 가능성이..."
"그걸 그대는 굳이 봐야 아는가?"
그 선머슴이 세월이 흘렀다고 얼마나 바뀌었겠는가.
기껏 해야 머리 좀 길어지고, 키 좀 컸겠지.
황제는 별로 관심도 없었다.
"허나... 강해졌겠지. 그건 기대가 되는군."
하지만 다른 쪽엔 흥미가 있었지.
황실에서 검술을 배울 때 그녀는 늘 자신과 비슷한 성취를 이뤄내었다.
그러니 아직도 검을 잡고 있다면 지금의 자신과 비슷한 실력일 가능성도 있었다.
황제는 그 부분은 기대가 되었다.
진마저도 상대가 되지 않게 된 자신에게 그녀는 적수가 될 수 있을지.
황제는 궁금했으니까.
"몸이 달아오르는군. 오늘 정무는 여기까지 보도록 하겠네."
황제는 벌써 몸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당장에라도 몸을 움직이고 싶은 기분에 황제는 당황하는 재상을 버려 두고 진과 함께 연무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그래, 이걸로 하자."
연무장에 도착한 황제는 커다란 모래주머니는 양손에 차고는 한눈에 봐도 엄청 무거워 보이는 철봉을 들었다.
그러고는 내려치기 자세를 반복했다.
"..."
진은 그 모습을 질린 모습으로 쳐다보았다.
저 철봉은 무려 무게가 500근, 황제가 양손에 찬 모래주머니는 각각 50근이었다.
저걸 들고 저렇게 움직이는 것도 모자라선...
"500. 다음 자세."
그걸 500번씩 하면서 자세도 계속 바꾸고 있다.
이번엔 횡으로 베기 자세를 반복하는 황제의 모습에 진은 기가 질려 버렸다.
괴물 같은 사람.
저것도 주변에서 눈치를 주니까 조절한 것이지 원래는 더 무거운 중량으로 훈련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진은 더욱 기가 질렸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지치지도 않으십니까?"
"?"
진의 말에 황제는 행동을 멈추고는 잠시 앉아서 물을 마시며 고개를 갸웃했다.
"진은 운동이 재미가 없나? 이리 재미있는 걸 하는데 어찌 지칠 수가 있지?"
황제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이렇게 검을 휘두르고, 땀을 흘리며, 근육에 부하를 주는 행동이 너무나도 좋았다.
"짐에겐 황궁에서 이거 이상으로 즐거운 일이 없거늘."
"정말이지 듣는 것만으로도 진짜 재미없다. 아직도 그러고 살아?"
그때였다.
물컹.
황제는 자기 머리 위에 얹어진 말랑한 무언가를 느끼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뭐지 이 살덩어리는?'
황제는 이 불쾌한 살덩어리를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면서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려고 했다.
황제인 자신에게 이리 무례할 수 있는 녀석이라면...
"오랜만에 보는데 아직도 진짜 재미없는 얼굴이네. 위."
황제는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한숨을 쉬었다.
'역시 오르테가인가?'
이래서 용인은 싫다. 인간과 달라서 기를 알아차리기가 힘들었으니까.
황제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오르테가냐?"
"어? 어떻게 알았어?"
"...일단 이 살덩이 좀 치워."
황제는 짜증을 내면서 그녀가 머리에 올려 둔 가슴을 치웠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오르테가를 올려다보았다.
"...많이도 변했군. 못 알아보겠어."
황제는 오르테가를 보면서 그렇게 평했다.
정말이지 몰라볼 정도로 변했다.
선머슴이던 녀석이 머리는 길게 길렀고, 가슴엔 흉측한 것을 달고 있었다.
그래도 이젠 여자라고 봐줄 수 있는 몰골이긴 했다. 그게 황제는 더욱 실망스러웠지만.
그녀에게선 무인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검을 놓고 살아온 건가? 그녀의 성취에 기대를 품었기에 황제는 지금의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많이 예뼈졌지? 왜 새삼 반했어?"
오르테가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묻자 황제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 대답했다.
"보기 참으로 흉해졌군."
황제에겐 지금의 그녀가 불만스러웠기에 당연히 대답은 퉁명스러웠다.
"뭐어? 진짜 여자 보는 눈이 이상해진 거 아니야? 그런 말 들은 적 단 한 번도 없거든! 눈 떠! 얼른! 눈을 뜨고 내 성장을 똑바로 보란 말이얏!"
징징거리면서 다시 달라붙는 오르테가를 떼어내려고 애쓰면서 황제는 생각했다.
확실히... 직접 봐야지 아는 것도 있었다.
지금, 이 녀석의 변화처럼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