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116화 (116/200)

15장 모함 : 배달부 망나니

“너희 나라로 꺼져라.”

프란시스 대주교에게 귓속말로 전했다.

자존심이 박살 난 프란시스 대주교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한편으론 어째서 내가 고통은커녕 간지러운 기색을 보이는지 이해가 안 가는 모양이었다.

“이게···이럴 리가 없는데.”

“대주교님, 이 정도면 로이드 자작의 결백은 입증되지 않았나요? 충분히 기다렸습니다.”

왕좌에서 일어난 레베카가 프란시스에게 따져물었고.

진땀을 뻘뻘 흘리던 프란시스 대주교가 황급하게 횡설수설했다.

“아직 부족합니다! 성물은 1차 검사일 뿐이지요. 진짜 검사는 따로 있습니다.”

그러더니 한쪽 구석에 서 있던 요한을 부른다.

“아무래도 로이드 자작에게 씌인 악귀가 상당한 레벨인 듯합니다. 성물만으로는 감별이 힘드니 요한님께서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장내 모두가 그렇게 느꼈다.

하물며 친제국파 귀족조차도.

일그러진 찰리와 필립의 얼굴을 보면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격분한 레베카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처음에는 성물로만 판별하신다면서 왜 갑자기 말이 바뀌셨죠?”

“사람도 각자가 다른 만큼 악마 또한 천차만별입니다. 제가 볼 때 로이드 자작에게 씌인 악마는 목숨이 경각에 처해야만 진면목을 드러낼 듯싶습니다.”

“어처구니가 없군요. 저는 더 이상 대주교를 신뢰하기 어려우니 이만 돌아가주세요.”

일국의 수장인 레베카 왕녀의 축객령에도 프란시스 대주교는 요지부동이었다.

광기 어린 눈빛은 어떻게든 나를 죽이겠다는 집념으로 휩싸여있었다.

“요한님! 집행해주시죠.”

철컥 철컥 철컥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거구의 사내가 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왕실 소속 기사들이 뛰쳐나와 나와 요한 사이를 가로막았다.

가장 선두에 있던 호넷 백작이 검집에서 검을 반쯤 뽑은 채 요한에게 통보했다.

“성기사 요한, 그 이상 접근하지 마시오. 세븐 스타로서 당신의 위명은 익히 들었습니다만, 이곳은 엘든 왕국이니 국가 간 예의를 지키길 바라는 바이오.”

요한은 우묵한 눈빛으로 호넷 백작을 내려다보았다.

“악마 처결은 벨라누스교의 최대 과제. 여기에 국가 간 예의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나는 제국의 황제라도 악마에 씌였다면 검을 휘두를 것이다.”

고오오오오

바닥이 흔들리며 발바닥에 옅은 진동이 퍼지고, 이에 맞춰 천장에 달린 화려한 상들리에가 위태롭게 춤을 춘다.

단순히 요한이 기운을 뿜었는데 발생한 현상이었다.

공포의 성기사라는 명성은 과연 허명이 아니었다.

“크윽!”

기세를 정면으로 받은 호넷 백작이 침음성을 흘리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왕궁의 수비병들도 애써 창을 들었지만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레베카는 왕국 한가운데에서 신성국 기사가 이런 난장판을 칠 줄 몰랐는지 새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이대로 가면 파장이다.

나설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이원마나를 극성으로 끌어올리며 일갈했다.

“그만!!!”

쩌어어엉

소드익스퍼트 상급에 오르고 이원마나를 정리한 이래로 전력으로 기세를 끌어올린 적은 처음이다.

심지어 이원마나는 동실력 대비 마나의 질이 좋아서 높은 효율을 내는 기운이었다.

왕궁 전체를 내리누르던 요한의 기운이 순간이지만 걷혔다.

강력한 기세를 접한 요한의 눈썹이 꿈틀했고 귀족들도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난 내가 프란시스 대주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좋다. 그쪽이 부리는 억지 장단에 맞춰주지. 집행자의 심문을 받아보겠다. 대신!”

요한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여기는 비좁으니 장소를 옮겨서 따로 판결을 받겠다. 설마 이것까지 안 된다고 하진 않겠지.”

프란시스 대주교는 자신도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려다가 주변에서 느껴지는 냉막한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여태까지 저지른 무례만 해도 상당했다.

그 강대하다는 칼론 제국도 엘든 왕국에게 이런 식으로 경우 없게 굴진 않는다.

대주교의 행동 때문에 반제국파 귀족은 물론이고 친제국파 귀족들까지 적개심을 보이고 있었다.

“대주교, 괜찮다. 내가 알아서 잘 판단할 테니 맡겨두도록.”

요한의 단언에 프란시스가 불안해한다.

모든 상황을 자기 손아귀에 두고 통제하고 싶을 텐데 마음대로 안 되고 어그러져서겠지.

반면에 원래부터 프란시스를 건너뛰려 했던 나는 요한과의 독대를 반겼다.

만약 대주교가 따라온다고 했으면 냅다 도망쳐서라도 단둘이 자리를 냈을 터.

내가 전력으로 도주하면 따라붙을 만한 사람은 요한 정도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수도에서 한참을 벗어난 외곽 평원.

나는 그곳까지 이동했고 요한이 나를 뒤따라왔다.

바람을 맞으며 대치했다.

슬슬 카리나의 편지를 보여주고 모든 오해를 풀 차례가 되었다.

“사실 저는 요한님과 싸울 생각이 없습니다. 이곳으로 부른 이유도 사적인 이야기를 풀고자 함입니다.”

대답 대신 날아온 건 거대한 망치였다.

콰아아앙!!!

메이스가 지면에 박히는 순간 굉음이 울리며 진원에서부터 수십미터 지반이 그대로 내려앉았다.

[순보]

제대로 맞았으면 뼈도 못 추릴 뻔했다.

그만큼 요한의 공격은 무지막지했다.

반사적으로 공기를 박차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화가 나서 따지자 요한이 담담하게 읊조렸다.

“악마를 상대할 때 무엇을 가장 조심해야 하는지 아는가?”

“글쎄요.”

“마족 특유의 강한 힘? 아니면 사악한 마기? 전부 아니다. 그딴 것들은 더 강력한 힘으로 부숴버리면 그만이니까. 오히려 정신을 현혹하는 뱀의 혓바닥이 악마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요한은 세븐 스타들이 말해준 그대로의 인물이었다.

벨라누스를 섬기고 악을 처단한다는 투철한 신념을 지녔으나 그 과정에서 일방통행하는 경향이 강했다.

“요한님 말씀이 이해는 가지만 사람마다 각자 사정이 있는 법입니다. 적어도 제가 보여줄 편지와 물건은 보고 판단하시지요.”

“그럴 필요 없다. 프란시스 대주교의 말대로 네 안에 들어있는 악마가 본색을 드러내는지 확인하면 될 일이다.”

고집쟁이도 이런 고집쟁이가 없다.

요한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그가 메이스를 풍차 돌리듯 크게 휘둘렀다.

후우우웅!!!

순보를 이용하여 재차 회피했다.

공기를 박차는 회피기를 본 요한의 눈이 가늘어졌다.

“젊은 나이에 참으로 제법이구나. 아니면 그 또한 악마의 힘인가?”

“······아무래도 더는 대화가 힘들 것 같군요.”

나는 평화적인 걸 좋아한다.

하지만 상대가 계속해서 안하무인으로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

톰의 편지에 적혀있길 요한은 강한 존재의 말은 어느 정도 귀 기울인다 했다.

이렇게 된 이상 무력시위를 해서 그의 눈앞에 강제로 편지를 들이미는 수밖에.

“설마 나와 대적하겠다는 건가?”

“선후관계가 틀렸죠. 당신은 지금 시비를 걸고 있습니다. 저는 그에 맞춰 움직일 뿐이고요.”

“그저 신성력이 담긴 망치로 네 몸을 헤집어서 반응만 보려고 했다.”

“보통은 그런 행동을 시비라고 합니다.”

잠시 흐르는 침묵.

요한이 망치를 들어올린다.

“악마의 혓바닥에 또 놀아날 뻔했군.”

“눈과 귀를 막은 바보에게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저도 설득하기 귀찮으니 이만 들어오시죠.”

생각해보니 알짜배기 마스터급 고수를 단독으로 상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북부에서 만난 색욕도 카리나와 일대일 도중 내가 끼어든 싸움이었고 리앙에서 만난 탐욕도 반쪽짜리 마스터였다.

자연스럽게 전신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정신줄을 바짝 조였다.

‘검술로만 싸우면 분명히 밀린다. 그렇다고 드루이드 스킬로만 싸워도 밀려. 두 개를 적절히 섞어야 한다.’

전략을 정할 때쯤 망치를 어깨에 걸친 요한이 나를 향해 쇄도하고 있었는데, 그 기세가 마치 맹수가 먹잇감을 덮치는 듯했다.

“벨라누스님을 위하여!”

“어휴.”

수직으로 떨어지는 망치에는 옅은 오러가 씌여져 있었다.

마나 메이스가 아니라 오러 메이스인 셈이다.

우선은 한 번 부딪쳐보기로 했다.

이원마나를 젖먹던 힘까지 끌어올리자 천마검에 농도 짙은 에메랄드빛 검기가 터져나왔다.

“으아아아!!!”

콰아아아앙!!!!

고막이 터질 것 같은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평원 전체에 넓게 퍼졌다.

공기가 비명을 지르고 땅이 물결쳤다.

그만큼 요한은 명실상부한 고수였고 나 또한 반열에 거의 다다른 실력자였다.

하지만 마스터와 익스퍼트의 차이는 분명했다.

마나를 가득 담은 검이었는데도 정면충돌에서 무려 열 발자국 이상 물러났다.

내가 밀려난 길을 따라 땅바닥에 두 줄기의 11자 선이 깊게 패였다.

-아이고! 이놈아! 허리 부러지겠다.

의식 속에서 천마가 툴툴댄다.

그러고 보니 여태껏 오러무기와 부딪친 적이 없었지.

보통의 무기라면 오러와 충돌할수록 이빨이 나가거나 검째로 부러지는데 일단 육안으로 확인하기에 천마검은 멀쩡했다.

“좋은 검이구나.”

요한도 한눈에 천마검의 가치를 알아봤다.

“욕심내도 못 줍니다.”

“가질 뜻은 없었다.”

시덥잖은 대화로 시간을 버는 동안 천마가 조언했다.

-애송아, 정면승부는 답이 없다. 네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질질 끌어라.

나 또한 천마의 생각과 같았다.

사기적인 체력회복 스킬이 있으니 이를 이용해서 최대한 빈틈을 찾아볼 계획이었다.

쾅! 쾅! 쾅!

폭풍 같이 몰아치는 공격.

멍청이 같이 맞아줄 이유는 없다.

순보+헤이스트 콤보로 뒤로 물러났다.

요한은 빨랐지만 내 속도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게다가 따라잡힐 만하면 바로 천마게이션이 발동한다.

-오른쪽으로 접었다가 왼쪽으로 피해라.

-수직 공격이다. 수평으로 피해.

-아까부터 봤는데 자꾸 시선으로 페이크 모션을 넣는다. 거기에 속아 넘어가지 마라.

요한이 아무리 고수라지만 천마는 그보다 훨씬 윗줄이었다.

최고수의 안내 아래 나는 순조롭게 그의 공격을 피했다.

“요리조리 잘도 피하는구나!”

“이제 시작입니다만.”

[우드 골렘 소환]

[스톤 골렘 소환]

내 시그니쳐 공격인 골렘 열 마리를 소환했다.

갑자기 주변에 열 기의 거인이 생기자 요한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대체···”

“공격해!!”

골렘이 공격하는 동안 틈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나는 요한을 너무 가볍게 봤다.

처음에만 당황했지, 이내 정신을 차린 요한이 메이스를 휘두르기 시작하자 골렘들이 추풍낙엽처럼 부서져 나갔다.

콰직! 콰직! 콰지직!

-애송이 녀석, 그따위 큰 공격은 저런 무식한 놈에게 안 통한다

엘프족 수천 군대를 허수아비처럼 만들었던 무적의 군대였건만, 요한에게는 한낱 장난감 로봇이었다.

요한은 굳이 핵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망치로 팔다리를 모두 해체하고 몸통째로 뭉개버리자 어딘가에 포함돼있던 핵도 같이 사라졌다.

‘골렘이 다수의 약자들을 상대하긴 좋지만 소수의 고수를 상대로는 무력한 모습을 보이는군.’

이번 기회에 유용한 데이터를 얻었다.

일단 골렘은 차치해두고 다른 대인전 스킬을 적극 이용하기로 했다.

[우드 스피어]

[스톤 스피어]

새롭게 얻은 스킬을 시전했다.

땅에서 솟은 뾰족한 돌창이 마치 공대지 미사일처럼 하늘에서 떨어졌다.

오러를 품은 중갑을 착용한 요한에게 이 정도는 가벼운 소나기 수준이겠지만 귀찮게 하는 정도로도 충분했다.

[자이언트 우드]

[자이언트 스톤]

왼쪽에는 커다란 나무 손.

오른쪽에는 커다란 돌 손.

순보를 사용, 공중에 떠있는 채로 자연을 극한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본 적 없던 기술이다. 대체 정체가 뭐지?”

혼란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

아직 부족하다.

요한은 더 맞아야 했다.

거대해진 손바닥 사이에 요한을 끼워놓고 맞부딪치려 했다.

당연히 성기사는 피하려고 했고, 나는 그의 행동을 예측해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바인드]

땅바닥에서 나온 나무뿌리가 요한을 묶어두려 하였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업그레이드 된 바인드를 시전했고 뾰족한 가시가 달린 나무뿌리가 목표물의 발목을 구렁이처럼 꽁꽁 싸맸다.

“이런 나무로는 나를 붙잡아둘 수 없다.”

요한이 거구에 힘을 줘서 탈출을 시도하려 했으나 오히려 바라는 바였다.

이때를 위해서 결정적인 무기를 숨겨두었으니.

아공간에 보관해뒀던 톰의 선물을 꺼냈다.

바로 반구형의 중력장 생성기였다.

[중력장 생성기를 가동합니다]

[일정 시간 동안 특정 영역에 자신에게 유리한 중력지대를 만든다.]

[남은사용횟수 1/5]

[충전요망]

마나를 불어넣자 철커덕 소리를 내며 중력지대가 형성되었다.

요한의 몸이 갑자기 무거워졌고.

짧은 순간 휘청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했다.

그리고 그 정도면 충분했다.

이미 두 손바닥은 지척에 다다랐으니 말이다.

짜악!!! 콰콰콰쾅!!!

나무 손바닥과 돌 손바닥이 강하게 충돌하며 충격파가 다시금 퍼졌다.

어찌나 강하게 부딪쳤는지 커다란 손바닥은 단숨에 박살 났고 공기 중에 돌조각과 먼지 구름이 되어 휘날렸다.

공격을 정통으로 맞은 요한은 골이 띵했는지 몸을 가누지 못했다.

눈앞이 뿌옇고 시계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자신과 대등하게 싸우는 젊은 사내에게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구나. 만약 악마에 씌인 자가 아니라면 장차 영웅 카일의 후계자가 될지도 모르겠군.”

비틀거리는 잠깐의 틈.

곧 회복하겠지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돌과 나무 조각으로 이루어진 안개를 눈부신 에메랄드 빛이 수평으로 양분했다.

애초에 드루이드 스킬을 활용한 모든 공격은 요한의 시야를 가리기 위한 밑작업일 뿐이었다.

“하앗!”

거리가 가까워지고 요한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확대됐다.

이미 내 천마검은 요한의 복부를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공격이 적중하기 직전.

요한이 짧게 중얼거렸다.

“제법 참신한 공격이었다. 칭찬해주지. 허나 나와 거리를 좁힌 건 너의 패착이다.”

초근접전이 벌어지자 요한은 그동안 줄기차게 휘둘러왔던 메이스를 내려놓고 찔러 들어오는 천마검을 양손으로 잡는 어마무시한 방어법을 보였다.

아무리 마스터급이고 오러를 사용한다 해도 이원마나가 가득 담긴 천마검을 맨손으로 잡으니 손바닥이 남아날 리가 없다.

피가 터지면서 손바닥이 죄다 헐어버렸다.

보통이라면 양팔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은 공격인데 그나마 요한이라 손바닥이 까지는 수준으로 끝난 것이다.

요한이 천마검을 붙잡은 채로 옆으로 홱 치워버리자 검이 팽글팽글 돌며 한참 떨어진 땅바닥에 푹 박혔다.

나와 요한 둘 다 무기가 없는 비무장상태가 되었으니 누가 유리한지는 명백했다.

“잡으러 갈 필요 없이 직접 들어와주니 고마웠다.”

승리를 낙관한 요한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한 방이라도 맞는 순간 그로기다.

하지만 괜찮다.

처음부터 검으로 끝낼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나야말로 고맙군요. 이렇게 방심해주다니. 코코!!”

“뀨웃!!”

혹시 몰라 데리고 왔던 아기용 코코가 아공간 호리병에서 뛰쳐나온다.

코코는 이 틈만을 노렸는지 그대로 달려들어 요한의 얼굴에 껌딱지처럼 철퍼덕 붙어버렸다.

“으헉!!”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진 요한이 버둥거리며 손으로 코코를 붙잡고 저 멀리 날려버렸다.

“뀨우우우웃!!!”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코코.

충분히 역할을 해냈다.

시간을 끄는 사이 내가 꺼낸 리볼버가 이미 요한의 대퇴부를 겨누고 있었다.

“끝입니다.”

타아아앙!!!

총성이 평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

코앞에서 쏜 일격이니 빗나갈 리가 없다.

허벅지에서 피가 튀었고.

균형을 잃은 요한이 비틀대다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오러불렛 장탄수]

[2/6]

아무리 마스터라도 한쪽 다리가 아작났는데 싸울 수는 없다.

설사 싸우더라도 순보에 헤이스트까지 쓰는 나를 외다리로 쫓을 수는 없다.

나는 그의 기동력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패배를 직감한 요한이 허망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넌 대체 뭐냐···”

입을 다물지 못하는 그의 이마에 카리나의 편지를 탁! 붙여주었다.

그리고 대답해줬다.

“뭐긴 뭡니까? 편지랑 소포 전달하는 집배원입니다. 고집 좀 그만 부리고 받아가세요.”

이래저래 진상 고객이 따로 없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배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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