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잠식 : 광소한 망나니
모두가 레이븐 숲 진격을 우려했다.
당장 내가 엘프족이어도 잡아먹어 달라고 호랑이 아가리로 머리를 들이미는 인간의 군대를 그냥 보내진 않을 것이다.
반드시 매복하고 진을 친 다음에 갖은 수단을 동원해서 괴롭혔겠지.
만약 내게 엘프의 공격을 막을 대비책이 없었다면 레이븐 숲 통과를 망설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드루이드였고, 마침 저들의 노림수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개사기급 탐색 및 색적 스킬이 있었으니.
리앙에서 황금가지 시험을 합격하고 중급 드루이드가 되면서 새롭게 얻은 스킬인 라이프 컨트롤이었다.
라이프 컨트롤은 주변에 있는 동식물 중 특정 대상에게 영혼을 빙의해서 오감을 공유하는 스킬이다.
나는 이 스킬을 처음 써보고 단번에 S급 스킬임을 깨달았다.
우선 반경부터가 상당히 넓었다.
나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려서 수km에 안쪽에 있는 대상이라면 라이프 컨트롤을 사용 가능했다.
거기에다가 드루이드의 교감력이 극대화되는 숲일 경우에는 그 거리가 더욱 늘어났다.
라이프 컨트롤이 먹히는 대상은 무척이나 다양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써먹을 만한 대상은 나무였다.
나무는 지성이 낮고 자연과 가까운 존재였기에 스킬을 발동했을 시 별다른 거부 없이 나를 받아들였다.
다만 영력이 높거나 스스로 의지를 가진 나무, 예를 들어 일전에 사령술사 라울과의 결전에서 봤던 저주받은 마목 같은 경우에는 라이프 컨트롤이 안 되었다.
또한 인간 같이 고등한 사고를 하는 지성체에게도 빙의가 되지 않았다.
나에 대한 친밀감이 높은 시온과 캠벨조차도 무의식적인 방어기제가 발동되어 나를 튕겨냈다.
그 외에 평범한 동물 중에는 라이프 컨트롤을 쓸만한 존재가 있었다.
다람쥐나 토끼, 같은 소형 동물이 주를 이뤘고 컨디션 좋은 날에는 오소리나 여우, 새끼 멧돼지까지 시야 공유가 가능했다.
장차 드루이드 등급이 상승하고 이에 발맞춰 스킬 숙련도를 올릴수록 스킬 적용 대상이 많아지고 강력한 조종까지 동반하지 않을까 싶다.
[라이브 컨트롤 발동]
[시야 공유를 시전합니다.]
[시전 상대 — 보통 활엽수]
어쨌든 나는 라이프 컨트롤로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진군하는 내내 나무에 빙의했던 나는 저 멀리에서 우리를 상대하기 위해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엘프의 활동을 모조리 포착했다.
어느 지형에 어떤 함정을 설치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관찰하고 위치를 외워두었다.
“로이드 자작님, 너무 위험합니다.”
마침 불안해하는 에이든을 위해 함정을 제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내친김에 라이프 컨트롤을 추가로 시전해서 함정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엘프 매복병까지 확인했다.
이후에 벌어진 일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위치가 훤히 드러난 상대를 저격하는 일은 누워서 떡 먹기이자 식은 스튜 먹기였으니까.
참고로 나는 라이프 컨트롤을 발동하는 도중에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는데, 아마도 이혼대법처럼 영혼이 분리되는 원리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성능은 확실했으니 복잡한 게임 시스템까지 이해하는 건 관두기로 했다.
“역시 로이드 자작님이십니다. 괜한 걱정을 했군요.”
에이든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보다가 수호군 진영으로 돌아갔다. 원래도 팬이었던 사람이 오늘을 기점으로 사생팬으로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어찌어찌 한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레이븐 숲 말미에는 트윈테일 협곡이 있다. 예상대로라면 적은 그곳에 숨은 채 총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터. 협곡을 돌파해야만 레이븐 숲을 완전히 극복했다 말할 수 있다.
며칠 후.
예정대로 트윈테일 협곡에 도착했다.
여기는 그야말로 자연이 만든 천혜의 지형이었다.
왜 트윈테일이란 이름이 붙었냐 하면 가운데 비좁은 길이 나 있고 그 길을 양갈래 꼬리처럼 높은 절벽이 감싸는 형태여서 그렇다.
이곳을 지나가려면 양쪽 절벽 사이에 나있는 작은 오솔길을 지나야만 했으니, 절벽 위쪽에 위치한 엘프에게 공격받기 딱 좋았다.
그렇다고 절벽을 직접적으로 공략하기도 애매했다.
애초에 양쪽 절벽은 알버스 성에서 올랐던 그 절벽처럼 미칠 듯한 경사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수비측이 충분히 지형적 이점을 활용할 수준은 되었다.
무턱대고 오솔길을 통과하자니 사정없이 얻어 맞을 것 같고, 대신에 절벽을 공략하자니 위쪽에서 버티는 적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 같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난감한 상황을 유발하는 장소가 바로 트윈테일 협곡이었다.
“전원 정지!”
협곡에 도착하자마자 진군을 멈추고 그동안 쉴 새 없이 달려온 병사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하루 평균 네 시간씩 자며 힘들게 행군한 병사들에게 최소 며칠은 제대로 된 수면 시간을 줄 계획이었다.
모닥불 연기가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며 스튜 끓이는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질였고 주머니에서 빵과 포도주를 꺼낸 병사들이 목을 축이고 배를 채웠다.
그 틈에 나는 가장 앞쪽에 서서 트윈테일 협곡을 노려보았다.
[라이브 컨트롤]
[시야 공유]
[시전 상대 — 참새]
마침 하늘을 활공하는 참새에게 라이프 컨트롤을 시전했다. 시야가 공유되며 드넓은 레이븐 숲과 트윈테일 협곡이 한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준비를 제대로 해놓으셨군.’
양측 절벽에는 엘프군이 새까맣게 우글대고 있었다.
각 절벽당 일천 명 가량의 군사들이 기름통에 화살을 쟁여놓고 커다란 바위를 밧줄에 묶어놓고 있었다.
이놈의 <시온 라이크>는 어떻게 된 세계관이길래 귀쟁이들이 대놓고 숲에다가 불화살을 지를 생각을 하는 건지 원.
보통 내가 알던 엘프들은 숲을 사랑하고 동물들과 자유로이 소통하던데.
하물며 승마를 할 때도 말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안장도 안 씌우고 발굽에 편자도 안 박는 걸로 알고 있다.
‘뒤틀린 세계관. 뭐 이런 건가.’
아무튼 참새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엘프들은 인간의 피와 살을 맛볼 생각에 극도로 흥분해 있었다.
이대로 협곡의 좁은 길을 통과한다면 저들은 불화살을 쏴서 우리를 웰던으로 구워버리거나 바위를 떨궈서 납작하게 압착시킬 것이다.
그러니 아무 대책 없이 저기에 발을 디디는 건 미친 짓거리다.
“이것도 부족해! 불화살과 바위를 더 준비해라. 여기서 저 육천 명 모조리 유령으로 만든다. 통나무도 잘라서 미리 고정시켜. 바위와 함께 떨군다.”
중앙에서 바락바락 하이톤 고음을 지르는 여자가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유심히 살펴보니 저번에 나를 암살하려고 했던 암살자였다.
나에게서 도망칠 만큼 실력이 준수하더니 이천 명에 달하는 군대를 지휘할 정도의 상급자였던 건가.
엘프족 수장인 리처드 대장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여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하는 말을 들으니 그녀는 인간 군대가 반드시 저 오솔길을 통과할 거라 여기는 듯했다.
그녀의 심리를 파악하고 나니 트윈테일 협곡을 어떤 식으로 돌파해야 할지 대충 감이 잡혔다.
해결책이 떠오른 나는 간부들을 소집했다.
간부라고 해서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몇 명 있지도 않다.
전속 하녀 시온. 북부 용병 캠벨. 푸른매 용병단장 라칸. 리앙 수호군 부사령관 에이든. 하이엘프 사샤. 아기용 코코.
이게 전부다.
회의 장소는 내 천막.
코코가 공중을 날아다니며 재롱을 피웠고 사샤가 그 모습을 보고 손뼉을 치며 까르륵 댔다.
시온은 그런 사샤를 품에 꼭 안고 있었고 캠벨은 어디서 구해왔는지 구운 닭다리 하나를 우적우적 씹고 있었다.
에이든은 아직까지 감동이 안 가셨는지 선망 어린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용병대장 라칸은 벽에 몸을 기댄 채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누가 보면 전시상황이 아니라 어디 한적한 오후 동아리방 풍경이라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들이 이만큼 편안한 이유는 그만큼 나를 믿기 때문이다.
얼마나 어려운 난관이 닥쳐도 항상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헤쳐나갔으니 이번에도 그러리라 여기는 거겠지.
나를 신뢰해주는 건 고마웠지만 그래도 작전만큼은 진지하게 전달해야 했기에 조금 무게를 잡았다.
“주목.”
입을 열자 시끄럽게 떠들던 동료들이 일제히 자세를 바로 하고 내게 집중했다.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는 다들 알겠지.”
트윈테일 협곡의 괴랄한 지형과 양쪽 절벽에 매복하고 있는 엘프군이 살벌한 기세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주군 말의 사실이라면 상당히 어려운 일이군요. 저들이 대처하기 전에 최대한 신속하게 빠져나가는 건 어떻습니까?”
라칸의 의견 제시.
에이든이 반박했다.
“불가능합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육천 병사입니다. 아무리 빠르게 진군해도 절벽 위에서 아래가 훤히 다 보이는데 즉각 대응하겠지요.”
이건 에이든의 말이 맞다.
라칸도 그저 어깨를 으쓱했다.
이번엔 캠벨이 입을 열었다.
“아니면 횃불을 끄고 소리를 죽인 다음에 야밤에 몰래 빠져나가자.”
시온의 대답.
“엘프족이 바보도 아니고 그 정도는 진작 예상하고 대비하겠지요.”
“엘프도 인간처럼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자겠지. 아침형이라는 데에 10실버 건다.”
“만약 아니면요? 수천 명의 목숨을 엘프들이 밤에는 허술하게 경계할 거란 어렴풋한 지레짐작에 맡길 겁니까?”
“그냥 해본 말이었어. 너무 열 내지 말라고.”
자기들끼리 의논해도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 동료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자작께서는 혹시 좋은 방법이 있으십니까?”
내가 나설 차례인가.
아까 절벽 위를 탐색하면서 떠올랐던 생각을 뱉어보았다.
“저도 처음에는 여러분과 같은 작전을 떠올렸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지나가거나 최대한 은밀히 통과하거나. 하지만 전부 현실성이 떨어지더군요.”
“동감합니다.”
“그래서 저는 발상의 전환으로 아예 다른 쪽으로 물꼬를 터봤습니다.”
“어떤 식일지 궁금하군요.”
“작전은 간단합니다. 저는 협곡을 돌파합니다. 정확히는 ‘저만’ 돌파합니다.”
천막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시온이 고개를 갸웃했다.
“도련님, 무슨 말씀인지 이해되질 않습니다. 협곡을 혼자 가시겠다는 겁니까?”
“맞다. 정확히 말하자면 허수아비 병사들과 함께 갈 예정이지.”
눈치 빠른 라칸이 손뼉을 치며 반응했다.
“옳거니! 가짜 군대를 조직한 다음에 자작께서는 미끼가 되시겠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미끼와 함께 들어가서 군대가 진입한 척을 할 겁니다. 그 사이에 수호군과 푸른매 용병단은 둘로 나뉘어 각각 트윈테일의 양쪽 절벽을 공략해주시길 바랍니다.”
동료들이 상당히 괜찮은 제안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일하게 캠벨만 뒤통수를 긁적이길래 물었다.
“캠벨, 혹시 걸리는 점이라도 있나?”
“거짓 군대를 만드는 건 좋은데, 시력이 좋은 엘프들은 절벽 위에서도 허수아비 병사를 알아볼 것 같아서 말이야.”
“일리 있는 지적이다. 네 말대로 알아챌 수도 있지. 이를 방비하고자 적군의 시야를 가릴 수단을 따로 준비해갈 계획이다.”
“부단장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적군의 시야를 가릴 방법은 별 게 아니었다.
나는 협곡에 진입하자마자 스톤과 우드골렘을 소환해서 특제 대형 빗자루로 흙바닥을 쓸어 주변에 뿌연 모래 연기를 생성하려 했다.
원래도 협곡 쪽 오솔길은 나무에 가려서 위에서는 잘 안 보이는데 모래바람까지 자욱하면 더욱 시야가 제한되리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작전 회의는 이쯤 해서 종료되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사샤가 수줍게 손을 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샤? 할 말이라도 있나?”
“아저씨, 내가 좀 도와줄까?”
“너는 이미 코코를 돌봐주고 있잖나. 충분히 도와주고 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내가 작전날에 안개를 뿌려줄게.”
순간 귀를 의심했다.
“안개를 뿌린다?”
“응. 비록 한두 시간 정도에 범위도 좁지만 원래도 안개가 많이 끼는 여기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사샤 같은 소녀가 날씨를 주무를 수 있다니 과연 엘프족 주술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작전을 진행함에 있어서 위험요소는 확실하게 없앨수록 좋았기에 그녀의 도움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럼 부탁하마. 사샤.”
“응! 맡겨줘.”
회의는 끝났다.
이제는 실행만 남았을 뿐이다.
* * *
작전 준비기간은 약 사흘 정도 걸렸다.
엘프 쪽 스파이를 고려해서 믿을 만한 정예병 삼백 명만 뽑아서 진행했다.
이들은 숲에서 짚단과 나무를 모은 후에 허수아비를 제작했다.
그 뒤에는 허수아비에게 투구와 검을 씌웠는데, 멀리서 보면 햇빛에 번쩍거리는 방어구와 병장기 때문에 진짜 살아있는 병사처럼 보였다.
대신에 허수아비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으므로 아래쪽에 바퀴와 발판으로 만든 간이 수레를 받친 다음 허수아비끼리 밧줄로 엮었다.
굴비처럼 줄줄이 엮인 허수아비들은 손잡이를 한번 당기면 함께 이동할 수 있게 조치했다.
일부러 면적이 큰 깃발을 허수아비에게 매달아서 바람에 펄럭거리는 깃발이 그렇지 않아도 안개와 모래바람 때문에 제한된 시야를 더욱 가려지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나 혼자 들어가려고 했는데 중간에 계획을 변경했다.
제작에 참여한 정예병 중에 몸이 날래고 목청 좋은 병사 백여 명을 선발해서 같이 왔다.
당연하게도 이들에게는 이번 작전의 모든 개요를 설명하고 동의하는 사람들로만 구성했다.
“명심해라. 살 확률보다 죽을 확률이 높다. 그래도 나를 따라오겠느냐?”
“자작님이 계신 곳이라면 지옥이라고 따라가겠습니다!!”
“좋다. 엘프의 공격이 시작되면 골렘 주변으로 숨어라.”
이들에게는 이번 작전이 끝난 뒤에 생존한다면 최소 1천 골드 이상의 두둑한 포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1천 골드면 아껴쓰면 평생 먹고 살만한 거금이다.
사망할 경우 유가족에게 2천 골드를 지금하고 사망자 본인에게는 7급 훈작사라는 명예 작위를 내려주기로 했다.
“그럼 가자.”
허수아비 군대가 출발해서 협곡으로 들어섰다.
진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샤의 강력한 주술 덕분에 하얀 안개가 자욱이 꼈다.
어찌나 안개가 심한지 앞이 하나도 안 보일 수준이었다.
물론 길을 미리 파악해뒀고 라이프 컨트롤까지 있는 나에게는 그다지 문제가 되진 않았다.
[스톤 골렘 소환]
[우드 골렘 소환]
골렘들이 총출동했다.
같이 온 병사들은 골렘을 신기하게 쳐다보면서도 워낙 긴장된 순간이었기에 호들갑 떨지 않고 묵묵히 행군했다.
협곡에 진입한 지 한 시간.
분명 엘프 쪽에서는 내가 들어간 걸 확인했을 텐데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나는 지금 지휘관인 엘프 여자의 심리를 알 것만 같았다.
‘아래쪽이 전혀 보이지 않으니 공격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겠지.’
만약 준비한 화살과 통나무, 바위를 허무하게 써버린다면 그들로서도 낭패다.
하지만 이걸 어쩌나.
급한 건 내가 아니라 넌데.
이러다가 육천 군대가 협곡을 빠져나가면 그다음엔 저지할 구간이 없다.
레이븐 숲을 완전히 빠져나가게 된단 이야기다.
‘네가 지휘관이라면 결국 공격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을 거다.’
난 그녀가 받는 심리적 압박감에 베팅했다.
그리고 내 베팅은 틀리지 않았다.
콰르르르릉!!!!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양 절벽에서 바위와 통나무, 그리고 불화살이 소나기처럼 퍼부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참지 못한 지휘관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무시무시하게 쏟아지는 온갖 낙하물을 보며 나는 양팔을 활짝 벌리며 광소했다.
“크핫하하하하!!!!”
작전 성공.
절로 웃음이 나온다.
바위와 통나무가 지면과 부딪치며 내는 요란한 소리가 마치 축포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