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59화 (59/200)

8장 리앙 : 갖게된 망나니

리앙으로 출발하기 전.

나는 로이드 후작이 기다리라고 했던 보상이 무엇인지 알았다.

“···따라서 헤논 로이드를 로이드 가문의 정당한 후계자로 삼으며 이에 따라 ‘자작’의 위를 내리는 바이다.”

그건 바로 작위 수여식이었다.

악마를 퇴치하고 난 이후에 임시 후계자에서 정식 후계자가 될 줄은 알았는데 설마 작위까지 받을 줄은 몰랐다.

나중에 시온에게 물어보니까 원래 후계자에게 작위를 주는 건 대귀족 가문에선 일반적인 일이라더라.

“그래도 도련님의 경우는 이례적이긴 합니다. 저도 후계자가 자작 위를 받는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보통 남작가나 자작가에서 후계자에게 훈작사를 주는 경우는 있는데 솔직히 귀족 사회에서 훈작사는 거의 의미 없는 작위라서 안 주는 케이스가 많다고.

그래서 백작가 이상 되는 가문에서만 후계자에게 남작 작위를 주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했다.

원래는 자기 소유의 영지가 있어야 작위를 받을 수 있는데, 영지가 없음에도 작위를 받는 건 장차 가문을 이을 사람이라는 걸 공고히 하기 위해서란 말도 덧붙였다.

“도련님의 활약이 국왕님도 인정할 만큼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로이드 후작이 아무리 세븐 스타라 해도 후계자에게 자작 작위를 임의로 내릴 수는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왕궁에서 직접 칙사가 내려와서 내게 작위를 수여했다.

국왕의 서신을 가지고 온 칙사를 영접한 우리는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보였고 그건 로이드 후작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로써 나는 국왕이 인정해준 엄연한 엘든 왕국의 자작이 되었다.

내 출신이 사생아라는 점을 고려하면 역대급 파격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남 얘기 떠들어대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잔뜩 몰려있는 수도에서는 이 일을 두고 한참 입방아를 찧어댈 것이다.

자작이 되고 나서 받은 선물은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해지는 푸른 사파이어 반지였다.

엘든 왕국의 귀족들은 작위에 따라 각자 다른 색깔의 보석을 받는데, 자작의 경우는 사파이어였다.

참고로 남작의 경우는 백금, 자작이 사파이어, 백작이 루비, 후작이 에메랄드, 공작 이상은 다이아몬드다.

드래곤 레어에서 획득한 황금산이 있는 나에게 이런 사파이어 반지는 금전적으로는 별 가치가 없으나 어쨌든 신분을 내세우기엔 편리한 장신구였다.

또한 왼쪽 옷깃에는 브로치가 여전히 달려있다. 화염으로 둘러싸인 검. 북부 사령관 카리나의 후원을 받는다는 의미의 브로치였다.

몸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게 점점 많아진다.

허례허식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런 장신구가 많아질수록 사회적인 신분이 높아지고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앞으로 귀족 사회에서도 활발히 움직이는 나에게는 필요한 악세서리라 일단은 보관해두기로 했다.

“와아아아!!!”

“자작님! 축하드립니다.”

“악마 살해자 로이드 자작!!”

후작령 영지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축하해주길래 손을 흔들어서 반응해줬다.

어느새 내 별명은 불살자에서 악마살해자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원래 불살자의 의미가 캠벨의 불알을 쥐어뜯은 데서 시작한 불명예(?)스러운 호칭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나는 이번 호칭이 더 마음에 들었다.

아마 대륙에 퍼지는 내 위명도 악마살해자로 퍼지겠지.

작위 수여식은 성공리에 잘 마무리되었다.

그 사이에 시온과 캠벨은 완전히 회복해서 다시 맹렬하게 검을 휘둘렀다.

대련 때도 목숨 걸고 덤비는 폼이 이제 데리고 다녀도 되겠다 싶어서 후작성을 떠나기로 했다.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빠지거라.”

“물론입니다. 그동안 잘해왔지 않습니까? 저를 믿어주시지요.”

“알고 있지. 그래도 돌다리는 항상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하는 법이다.”

로이드 후작은 물가에 애를 내놓는 것처럼 이것저것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이렇게 자식을 걱정하는 사람이 그동안 어떻게 헤논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건지 신기할 정도다.

그만큼 후작도 내면적으로 많이 괴로웠고 힘들었단 이야기겠지.

“헤논을 잘 부탁하마. 시온, 캠벨.”

“맡겨만 주십시오. 후작님.”

“이 캠벨님이 목숨 걸고 부단장을 지키겠습니다.”

고릴라처럼 가슴을 퉁퉁 두드리며 콧김을 내뿜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는 해도 그만큼 신뢰가 되었나 보다.

“다녀오거라.”

놀러가는 것도 아니니 화려한 마차 대신 직접 말을 탔다.

세 명 다 북부에서 입던 순찰복을 꺼내 입고 후드를 깊게 눌러썼다.

누가 보면 귀족이라기보다는 용병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 * *

이제는 어디 출발하기 전에 케이브 장원에 들르는 건 연례행사가 되었다.

리앙으로 가는 경로에 있어서 식량을 보급할 겸 들렀다.

내가 마을 입구에 나타나자 촌장인 주정뱅이 해리슨이 붉은 코를 자랑하며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이게 누구십니까! 헤논 공자님이 아니십니까? 아쿠쿠, 이제는 로이드 자작님이라 불러 드려야 되려나.”

“편한 대로 불러라.”

괜히 마을 사람들 번거롭게 하기 싫어서 조용히 호밀빵이나 몇 개 받고 가려고 했는데 해리슨과 마을 사람들이 죄다 날 붙잡아서 기어코 마을 잔치를 열었다.

“으핫하하하! 어차피 저희는 자작님이 오실 때 아니면 매일 농사 혹은 마을 보수에 매진해야 합니다. 자작님을 기회 삼아 쉬는 거지요.”

잔치는 계속되었다.

작은 북을 두드리며 신나게 민요를 부르는 청년들과 이에 맞춰 빙글빙글 춤을 추는 처녀들.

술을 마시며 떠들어대는 아저씨들과 이때다 싶어 우르르 몰려다니며 음식들을 손으로 주워먹는 흙투성이 아이들.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음식을 내오면서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혼내는 애엄마들까지.

모든 순간이 사령술사 라울의 욕심 때문에 다시는 볼 수 없었을 광경이었다.

마을 식구들 전부가 구울의 뱃속에 들어가거나 차가운 동굴 속에서 썩어가거나 똑같은 구울이 되어 영혼조차 구원받지 못하고 고통받았을지 모를 일이다.

그런 마을 사람들의 운명을 어쩌다보니 내가 바꾸었다.

흥겨웠다.

즐거웠다.

[자정 작용이 발동합니다.]

[상태이상에 면역입니다.]

술에 취하진 못하지만 기분에 취했다.

게임 속 세상일 뿐이다. — 라고 하기에는 저들이 느끼는 기쁨과 행복이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왔다.

여태까지는 이 세상에서 탈출하겠다는 일념 하나에 매진하여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나 매순간 최선을 다해서 즐기는 저들의 모습을 보니 이 세상이 게임에서 벗어난 진짜 세상처럼 느껴졌다.

“잘 먹었네.”

“더 드시고 가시지요.”

“괜찮아. 바쁜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네.”

“부디 보중하십시오. 그리고 또 방문해주시지요. 저희 장원은 언제나 자작님을 환영합니다.”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으며 케이브 장원을 나섰다.

떠나기 전에 아공간 호리병을 만졌더니 안에 있던 황금산이 시야에 선명하게 잡힌다.

[아공간 호리병 탐색···]

[100골드를 꺼냅니다.]

해리슨은 허공에서 갑자기 묵직한 가죽주머니가 나오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나는 100골드가 든 가죽주머니를 그에게 건넸다.

“받게.”

안에서 흘러넘치는 금빛.

이 정도면 마을 전체가 아껴쓰면 반년, 넉넉히 쓰면 석 달은 충분히 지낼만한 금액이다.

해리슨이 펄쩍 뛰며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은인에게 목숨을 빚졌는데 어떻게 이런 것까지 받습니까? 넣어주십시오.”

“체면 차리지 말고 받게. 지금이야 아직 추수한 게 많이 남았겠지만 내년 봄만 되어도 아이들이 굶을지도 모르는데 그걸 지켜만 볼 텐가?”

고개 숙인 해리슨이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주머니를 받는다.

다른 촌장이라면 저런 거금을 받고 홀라당 혼자 독식할지도 모르지만 사령술사 때문에 가족도 다 잃고 마을 주민들을 가족 삼아 지내는 저 배불뚝이 아저씨라면 금화를 알차게 써줄 거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보지.”

케이브 장원이 점차 멀어졌다.

* * *

다음 행선지는 알버스 영지였다.

알버스 영지는 전 영주가 행방불명되고 지휘체계가 무너졌다.

영지가 무법천지가 될까 우려한 나는 새롭게 내 편에 선 푸른매 용병단장에게 해당 지역의 임시 지휘를 맡겼다.

알버스 성문에 도착하니 미리 연락을 받은 용병단장 라칸이 마중나와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로이드 자작님.”

“존댓말이 낯설군요. 평소대로 해주시지요.”

“작위까지 받은 정식 귀족이 되었는데 저도 예를 갖추어야지요. 소식은 들었습니다. 엄청난 업적을 세우셨더군요. 영광스러운 별호도 생겼고요.”

라칸은 나를 집무실로 안내했다.

따뜻한 차를 한 잔 내온 라칸이 신기하단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이쯤 되니까 자작님이 인간이 맞으신지 의심됩니다.”

“보시다시피 인간입니다만.”

“일전에 말한마디로 알버스 성을 무너트린 건 용병판을 수십 년 구른 저도 처음 보는 대단한 광경이었습니다.”

“그랬군요.”

“그때 속으로 생각했지요. 앞으로 살면서 이보다 더 놀라운 일을 없을 거라고 말이죠. 헌데 악마 퇴치라니···저를 얼마나 더 놀라게 하실 셈입니까?”

“너무 띄워주시는군요. 그렇다고 제가 보수를 올려주는 일은 없습니다.”

“아닙니다. 순수하게 제가 느낀 점을 자작님에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모든 푸른매 용병단원이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비행기를 띄워도 너무 띄워 준다.

내가 아는 푸른매 용병단장은 잇속이 빨라서 이런 의미 없는 칭찬을 할 사람은 아닌데.

역시나 뒤에 사족이 따라붙는다.

“그런 의미로 저는 자작님께 한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듣고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저희 푸른매 용병단은 적절한 보수만 지급된다면 아예 자작님의 전속 용병단이 되고 싶습니다. 아니, 원하신다면 용병이란 신분을 벗어던지고 로이드 가문 직계 병사가 되겠습니다.”

푸른매 용병단.

이들이 규모 자체는 2천 명으로 그리 크진 않지만 숫자대비 병사들의 질이 좋아서 엘든 왕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한 무력집단이다.

이런 무력 집단이 이제는 아예 내게 충성하기를 원한다.

한마디로 영지전 특화병 2천 명이 다른 의뢰는 일절 받지 않고 내 의뢰만 받겠다는 말이다.

“물론 용병단을 전속으로 고용하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걸 자작님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저는 자작님께 도움이 되고 싶지, 금전적인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 저희가 받는 일당의 30%만 받고 이조차도 10년 내 상환으로 조건을 걸지요.”

이건 엄청난 파격 조건이다.

라칸은 지금 자신과 용병단의 미래를 걸고 도박적인 투자를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알고 계십니까?”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10년 내 상환이라···막말로 10년 동안 무일푼으로 용병단을 운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동안 모아놓은 재산으로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 가능합니다.”

“십년 후에 제가 입을 싹 씻고 당신네들을 버릴 수도 있고요. 그때쯤 되면 전 로이드 후작이 되어있을 테니 제가 뒤통수를 친다 해도 단장님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전부 자작님의 가능성과 인품을 믿고 제안하는 겁니다. 정말 십년 후에 저희를 버리실 겁니까?”

그럴 리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다온 나는 계약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푸른매 쪽에서 먼저 양아치 짓을 하지 않는 이상 내가 먼저 등 돌릴 일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푸른매 용병단을 덥석 품기에는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

“죄송합니다.”

“거절이시군요. 이유라도 들어보지요.”

“푸른매 용병단은 제가 품기에는 너무 약합니다.”

단도직입적인 말에 라칸의 얼굴이 시뻘게진다.

“무, 물론 악마를 퇴치한 자작님 눈에 저희 용병단이 안 차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엘든 왕국에서도 수위에 드는 용병단으로···”

“제 꿈이 고작 왕국일 것 같습니까?”

차가운 어조로 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그에게 묻는다.

내 여정에 함께할 자격이 되냐고.

고작 왕국이라는 표현을 들은 라칸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하···그렇군요. 하하핫! 하하하핫! 전 아직도 도련님을 과소평가한 모양입니다. 이것 참 아쉬워졌습니다.”

“아뇨. 아직 실망하시긴 이릅니다.”

체념하고 어깨를 축 늘어트린 라칸에게 오히려 내가 역제안을 했다.

“약해서 올 수 없다. 그 말을 달리 해석하면 강해지면 될 일 아닙니까?”

“강해지다니···지금도 최대로 훈련하고 있고 장비도 자금 여유가 되는대로 갖추고 있는데 이 이상 중소 용병단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아공간 호리병에 잠들어있는 황금산에는 정말 가지각색의 보물이 묻혀있다.

여기에는 단순한 골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보석들, 그리고 내가 전에 시온에게 줬던 만드라고라 같은 영초들, 값비싼 무기와 방어구들이 즐비했다.

이 밖에도 값을 매길 수 없는 서책들도 상당했는데, 그중에서도 지금은 역사 속에 사라져버린 옛 고수들의 무공서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공간 호리병 탐색···]

[고대 제국 검법서를 꺼냅니다.]

[고대 제국 창법서를 꺼냅니다.]

[고대 제국 진법서를 꺼냅니다.]

라칸은 내가 허공에서 낡은 서책을 꺼내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에게 서책을 건네주었다.

“이게 무슨···”

“한 번 확인해보시지요.”

책을 훌훌 넘기는 라칸의 얼굴이 경악에 물든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게 대체 무슨···”

“어떻습니까?”

“어떻고 자시고 할 게 없습니다. 처음 보는 문자라 알아보기가 힘들지만 그림으로만 유추해봐도 이건 혁명입니다.”

평생 검을 잡던 그가 이렇게 말할 정도니 안에 있는 서책의 품질은 최상등품이 확실했다.

“제 밑으로 들어오신다면 이 책을 그냥 드리겠습니다.”

“정말입니까?”

“대신에 이를 익힌 용병들이 빠른 시일 내에 강해져야 할 겁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라칸이 머릿속으로 셈을 해본다.

이 장사꾼 기질이 다분한 사내는 예상보다 빠르게 계산을 마쳤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내게 예를 표했다.

“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제발 저희를 거두어 주십시오.”

푸른매 용병단장은 이제 복잡한 숫자를 들이대지 않았다. 그저 완벽한 을의 입장으로 거두어달라고 애걸복걸할 뿐이다.

“좋습니다. 한가지 조건만 완수한다면 절 주군으로 부르는 걸 허락하지요.”

“어떤 조건입니까?”

“이걸 이용해서 푸른매 용병단을 훈련시키십시오. 적어도 일 년 이내에 용병단 전원이 유저에 오르고 적어도 스물 이상이 익스퍼트에 올랐으면 하는군요.”

“!!!”

일 년.

너무 짧은 시간이다.

듣기에는 가혹할 정도의 요구였다.

그러나 나는 그만큼 화끈한 리턴을 제시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일당 보수는 30%가 아닌 200%로 해드리겠습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아무리 로이드 영지가 크다 해도···”

황금산의 존재를 모르는 라칸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저 정도 규모의 용병단 수십 년 먹여도 모자라지 않을 재산이 있다.

“전 제가 거느린 용병단이 어디서 꿀리는 걸 원치 않습니다. 왕국 제일, 이를 넘어서 대륙 제일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에 맞게 지원할 거고요.”

라칸은 명치를 세게 얻어맞은 표정이다.

“저와 함께할 준비가 되셨습니까?”

머릿속이 혼란스러운지 한동안 대답을 못하길래 거절의 의미로 알아듣고 탁자 위에 놓인 무공서에 손을 올리고 스윽 다시 내 쪽으로 당겨왔다.

그러자 라칸의 손이 번개같이 움직이며 책의 멀어지는 것을 저지했다.

슬쩍 쳐다보니 라칸은 어느새 이빨을 훤히 드러내 보이며 씩 웃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주군.”

“아직 주군 아닙니다. 알버스 영지에 주둔하면서 계속 훈련하세요. 다음에 만날 때는 좀 더 강한 집단으로 거듭났으면 좋겠군요.”

“물론입니다. 푸른매 용병단은 대륙 제일이 될 준비가 되었습니다.”

오늘 기점으로 푸른매 용병단은 절치부심 노력하겠지.

만약 그들이 내 밑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한다면 나는 왕국에서 수위에 꼽히는 무장 세력을 갖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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