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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46화 (46/200)

6장 탈환 : 승전보 망나니

알버스 영주를 납치하기 1시간 전.

나는 시온과 캠벨과 함께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중이었다.

절벽은 욕 나올 정도로 경사가 심했고 100m 정도 올라가자 이제는 손으로 잡을만한 부분도 없었다.

밑을 내려다보니 아직까지 시온과 캠벨이 곧잘 따라오긴 했지만 이마에 땀이 뚝뚝 떨어지는 폼새가 곧 한계였다.

“부단장! 이대로 가면 추락한다! 부단장은 아니더라도 하녀가 힘이 딸려서 떨어질 거야!”

“아닙니다. 계속 가도 됩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시온이 또 자기 때문에 일행이 발목 잡힐까봐 억지로 무리를 하려 했다.

슬쩍 밑을 바라보았다.

바닥은 까마득히 멀어진 상태.

아래쪽에 기다리고 있을 피터는 보이지도 않았다.

이쯤이면 괜찮겠지.

바로 드루이드 스킬을 사용했다.

[우드 컨트롤 시전]

[나무줄기가 생성됩니다.]

절벽의 돌바닥을 뚫고 나온 나무줄기가 마치 내 생각을 읽은 듯이 잡기 좋은 손잡이 모양으로 솟아올랐다.

아래에서 이를 목격한 시온과 캠벨이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저게 대체 뭐지?”

“설마 도련님의 능력입니까?”

“그렇다.”

담담하게 말하자 캠벨과 시온의 얼굴에 감탄이 빛이 서린다.

“역시 부단장이군. 대비책이 있어서 절벽을 올라오자고 한 거였어.”

“저 능력이라면 아무리 경사가 심해도 오를 수 있습니다. 불가능한 난이도의 작전이 쉬워졌군요. 전부 도련님 덕분입니다.”

“별것 아니다. 작전은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 긴장 늦추지 말도록.”

[우드 컨트롤 시전]

[나무줄기가 생성됩니다.]

[나무줄기가 생성됩니다.]

나무 줄기를 손잡이 삼아 절벽을 올랐다. 잡을 곳이 없을 때가 힘들었지, 막상 잡을 곳이 생기니 올라가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마침내 도착한 정상.

주먹을 쥐어 올려서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따라 올라오던 시온과 캠벨이 입을 다물고 기척을 감췄다.

슬쩍 머리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어이없게도 절벽 위에는 어떠한 보초도 없었고 바로 내성 구역이었다.

양호 신호를 보내고 바로 절벽에서 뛰어올라 땅바닥에 착지했다.

“허술해도 너무 허술하군요.”

“어찌 보면 당연해. 어떤 미친놈이 여길 올라오리라 생각하겠어.”

내성 침입이라는 1차 목표를 완수했으니 2차 목표는 영주 확보다.

영주가 있을만한 곳은 대충 감이 잡혔다.

가장 높고 화려한 첨탑에서 늦은 시각까지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현재시각은 저녁 11시 정도.

물론 늦은 시각이긴 한데 기이할 정도로 내성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방에 콕 박혀있는 건가.

마치 밖에 있으면 괴물이 잡아가기라도 하는 양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결국 처음 사람을 본 건 영주가 거주하는 방에 도착해서였다.

형식적으로 방 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은 우리를 보고 멍청한 표정을 짓는다.

“누구신지?”

우리를 보고도 고함을 지르는 게 아니라 고개를 갸웃하면서 누구냐고 하고 있다. 안전불감증에 걸리셨으니 제대로 치료를 해줘야겠지.

“캠벨.”

순식간에 신형이 쭉 늘어난 캠벨이 경비병의 머리통을 한 대 후리자 찍소리도 못하고 쓰러진다.

“이거 너무 쉬운걸?”

“방심하진 마. 알버스 성을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영주실의 문을 열었다.

침실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별다른 장식품도 없었고 방 한구석에 놓여있는 소박한 탁자와 가운데에 킹사이즈 침대가 전부.

중년의 영주는 창밖을 바라보며 지 혼자 킬킬대고 있었다.

신나는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누군가 방에 들어오는 소리를 들은 영주가 불쾌감을 표시하려다가 후드를 쓴 우리를 보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호르만 경?”

처음 듣는 이름을 부르길래 얼굴을 보여주기로 했다. 어차피 기절시키고 옮길 거라 크게 상관은 없었다. 후드를 벗자 달빛 때문에 눈이 부셨다.

“잠깐 자고 있어. 일어나면 다 끝나있을 거야.”

“겨, 경비···”

사람을 부르게 할 순 없지.

뒷목을 쳐서 기절시킨 후 시온에게 넘겼다.

영주는 배불뚝이였으나 시온은 무거운 기색 없이 어깨에 가볍게 걸쳤다.

2차 목표인 영주 확보 완료.

이제는 3차 목표인 탈출만 완료하면 작전 종료다.

그렇게 방을 벗어나려는데···

결국 사달이 나버렸다.

양초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오던 하녀 둘이 우리와 딱 마주쳐버린 것이다!

캠벨이 황급히 가서 입을 막으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기절한 영주를 업은 우리의 모습은 누가 봐도 침입자였기에 하녀들은 소프라노 음역대를 사정없이 뽐냈다.

“꺄아아아아악!!!!”

솔직히 당황스럽진 않았다.

원래는 절벽에 올라오자마자 그곳을 지키고 있던 병력과 전투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별다른 싸움 없이 넓은 내성을 제집마냥 돌아다니다가 오히려 지금 들켜서 상황이 좋아졌다.

“뛰어!”

이제부터는 타임어택이다.

영주를 업은 시온과 나와 캠벨은 일제히 땅바닥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녀의 비명은 일파만파 퍼져 나갔고 그제야 어디엔가 박혀있던 경비병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보였다.

‘뭐야?’ ‘무슨 일이야.’ ‘또 힐튼가 놈들이 행패라도 부렸나···’ 중얼거리며 엉거주춤 오던 녀석들이 상황을 파악하고는 헐레벌떡 병장기를 들어 올린다.

“침입자다!”

“적이 영주님을 납치했다!”

“모두 모여! 영주님을 지켜···컥!”

병사를 어깨로 밀쳐내고는 절벽을 향해서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내성의 경계가 허술했던 이유는 이곳까지 적이 못 올 거라 여겨서였다.

하지만 적습이 확인된 순간 영지전을 치르느라 전시체제였던 경비병들이 빠르게 우리를 에워쌌다.

“이것 참 난감하게 됐군.”

“절벽은 얼마나 남았지?”

“조금 더 가야 합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낯선 복장을 한 기사들까지 나타났다. 심상찮은 기세의 놈들은 알버스 영지병들과는 딱 봐도 수준이 달라 보였다.

“기사가 보인다.”

“유저급만 열 명 이상.”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목적이 살해가 아니라 도주였기 때문에 무시하고 뛴다면 도망갈 견적이 대충 나오겠다 싶었다.

기다란 장창을 어깨에 걸치고 술을 벌컥벌컥 마시는 한 기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호르만경!”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포위망을 형성한 이들은 장창기사를 보고 얼굴빛이 환해졌다.

그러고 보니 알버스 영주도 기절하기 전에 우리를 보고 호르만 경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외지에서 실력자를 초빙한 모양이었다.

-제법 고수로구나.

천마의 나직한 한마디.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도련님, 제가 저 장창기사를 맡겠습니다. 그동안 도망치십시오.”

“아서라. 네 상대가 아니야.”

적어도 익스퍼트 중급으로 완숙에 이른 경지다. 느낌상으로는 캠벨도 상대가 안 될 듯했다. 이렇게 되면 작전은 하나다.

“캠벨, 시온. 포위망을 뚫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도망쳐라. 절벽에서 다시 만난다.”

“부단장은 어떻게 할 건데?”

캠벨의 말에 천마검을 뽑아 호르만을 겨눴다.

“난 여기서 저 녀석을 처리한다.”

다른 놈들의 공격은 회피하면서 도망치겠으나 척 봐도 저 녀석의 공격은 회피가 불가능하다. 여기서 꺾어야만 했다.

“호오라?”

호르만이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다.

바로 지금이다.

“가라!”

캠벨과 시온의 신형이 좌우로 튀었다.

당황한 병사들이 어설프게 무기를 들었으나 어림도 없는 일이다.

콰콰콱!!

급발진한 자동차가 바리케이드를 부스 듯 포위망을 뚫어버린 두 남녀를 본 병사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잡아! 당장 잡아!”

병사들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그러자 내 쪽을 겨냥한 적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그래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호르만이 뿜어내는 예리한 살기가 한 걸음이라도 움직이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전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기에.

“너희도 가라.”

“예?”

“귀먹었어? 도망간 놈 잡으라고.”

호르만이 날 둘러싸고 있던 소수 인원까지 캠벨과 시온을 쫓으라 주문한다.

“그러면 저 녀석은···”

“저놈은 내 거야. 그리고 유저기사인 너희가 안 가면 도망친 놈들 못 잡는다. 그놈들도 실력이 상당해 보였거든.”

혀로 연신 입술을 할짝대던 장창기사가 냉소적인 미소로 나를 직시했다.

흡사 먹잇감을 노리는 뱀의 눈길.

“알겠습니다. 경의 명령을 따르지요.”

결국 남은 자들까지 우르르 사라지고 공터에는 나와 호르만 단둘이 남게 되었다.

“반갑구나. 헤논.”

놀랍게도 상대는 내 정체를 알고 있다.

“어떻게 알았지?”

“누가 절벽을 탈 거라고 미리 얘기해줬거든. 설마 그런 미친놈이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는데···요기 눈앞에 있네?”

피터의 배신 때문인가.

정보가 새나갈 곳은 그쪽밖에 없다.

상황이 어려워졌지만 해야할 일은 명확하다.

눈앞에 상대를 꺾고 다시 절벽으로 향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뿐만 아니라 캠벨과 시온까지 위험해진다.

“솔직히 말해서 난 조금 열이 받아.”

“어째서?”

“절벽을 타고 올라오겠다는 미친놈 때문에 힐튼 가에서 떵떵거렸어야 했던 내가 이런 촌구석에 박혀있을 뻔했거든.”

“그것참 안타깝군.”

“그것부터 물어보자. 도대체 저길 어떻게 올라왔나?”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나는 눈알을 굴리며 호르만의 빈틈을 찾았다.

틈새를 찾는 순간 쇄도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녀석은 노련했다.

약점을 쉽게 노출하지 않았다.

“알려줄 이유가 없군.”

“뭐···나도 순순히 알아낼 생각은 없었다. 팔 한 짝은 떼어주고 다시 물어봐 주마!”

결국 호르만이 선수를 쳤다.

장창기사의 창이 뱀처럼 고개를 흔들며 여러 개로 쏟아져 들어왔다.

환술처럼 보였으나 저게 다 실체를 가진 창이었다. 창마다 마나가 짙게 서린 것이 보통 고수가 아니었다.

“흐아아압!!!”

쩌엉! 쩡! 쩡!

처음부터 세게 나가니 이쪽도 맞불작전이다.

천마검에 은녹색의 마나를 불어넣고 하나하나 창을 쳐냈다.

마치 메두사처럼 여러 개의 머리통을 가진 뱀을 하나씩 처리하는 페르세우스가 된 기분.

내가 마나소드를 발하자 호르만의 눈이 순간 확대되었다가 이내 희열로 물들었다.

“역시! 범상찮아 보였는데 익스퍼트였어. 이러면 놀아줄 맛이 나지.”

창이 폭풍 같이 휘둘러졌고 이에 맞서는 내 검도 물 흐르듯 춤을 추었다. 그의 창은 빨랐다. 그러나 천마게이션의 지령은 그보다 반 박자 더 빨랐다.

-왼쪽

-오른쪽

-정면은 속임수고 후방

챙! 채채챙! 챙!

일반인이라면 눈에 인식되지도 않을 양측의 30여 합이 후딱 지나갔다.

공격이 연이어 막힌 호르만은 싸울 줄 아는 전사답게 결투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을 단숨에 잡아냈다.

“뭐지? 공격이 가기도 전에 거길 막네. 무슨 사술이냐? 독심술이라도 배워?”

“너는 말로 싸우나? 네 창보다 혀가 더 날카로운 것 같다.”

도발에 제대로 먹혔다.

호르만의 안색이 붉게 달아오른다.

“넌 잡히면 뒤졌다.”

다시 붙었다.

상대의 공격은 더 거세졌다.

그러나 최근 세바스찬과의 대련 때문이었을까.

빠르고 강맹한 공격이었지만 막기 어렵지 않았다. 호르만이 꽤 강하긴 했어도 세바스찬보단 명백한 하수였다.

‘할만하다.’

나보다 한수위는 맞다.

극복 못할 수준은 아니다.

체격도 엇비슷하다.

그렇다면 다음에 겨룰 건···

‘체력과 기술.’

[끈질긴 생명력이 발동합니다.]

[체력 회복량이 증가합니다.]

체력은 문제없고.

기술은···

-야이 씨빰바야!

-거기서 그렇게 휘두르면 어쩌냐?

-제 삼초식이 그렇게 투박했더냐?

-또 까먹었어? 금붕어야?

-아이고 답답해.

-차라리 내가 대신 뛰고 싶네.

아오.

훈수 두는 아저씨 진짜 뭣 같네.

솔직하게 말해서 날 죽이겠답시고 창을 휘두르는 호르만보다 머릿속으로 훈수 계속 두는 늙은 색마가 더 짜증 났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짜증이 났어도 호르만만 했을까.

녀석으로서는 자신보다 하수가 분명한 놈이 독심술이라도 쓰는지 투로를 미리 차단하고, 체력은 항상 처음과 똑같으며, 기술은 점차 정교해지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대체 네놈은 뭐냐! 뭐냔 말이다!”

확연히 지친 기색을 보이는 호르만은 아까보다 창의 속도가 느려졌다.

그뿐이랴.

첫 격돌에 훅 올라온 알코올 냄새.

저 녀석은 날 만나기 전까지 긴장 풀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런 놈 상대로 지는 건 말이 안 된다.

“마무리해주마.”

“뭐? 마무리? 건방진 새끼!”

호르만이 창의 긴 사정거리를 적극 이용해 내가 접근하는 걸 막으며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미리 파악해둔 뻔한 공격패턴이다.

창을 튕겨내고 안쪽으로 파고들자 깜짝 놀란 호르만이 서둘러 뒤로 뛰어 거리를 벌리려 들었다.

때는 바로 지금!

[스톤 컨트롤 시전]

[스톤 실드를 발동합니다.]

거북이 등딱지 같은 넓적한 돌이 갑자기 솟아올라 뒤로 뛰려는 호르만의 등을 콱 막아버렸다.

방어수단을 꼭 방어로만 쓰라는 법은 없다.

역발상으로 상대의 진로를 차단하는 식으로 쓴 것이다.

드루이드 스킬을 난생처음 경험해본 호르만이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어어?! 이거 뭣···”

푸욱!

천마검의 검격이 반월을 그린다.

감촉이 제대로 느껴졌다.

뒤돌아보니 옆구리를 움켜잡은 호르만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도대체 넌 뭐야···뭔데···”

“알 것 없다고 했을 텐데?”

“젠장!!”

욕지거리를 내뱉은 호르만이 몸을 홱 돌렸다. 상황이 불리해지니 도망쳐서 지원군을 부를 속셈이다.

[우드 컨트롤 시전]

[바인드 발동]

[상대를 속박합니다.]

어림도 없지.

바로 발목을 묶어버렸다.

벙 찐 얼굴이 가까워진다.

“이건 무효야···”

“응. 아니야.”

서걱!

도박판에서 사기당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목을 깔끔히 날려줬다.

힐튼가의 실력자 호르만의 최후였다.

익스퍼트의 완숙에 오른 실력자였으나 나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방심 상태였기에 수월한 승부가 되었다.

-애송아. 고수 잡았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 외성의 지원군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탈출해라.

천마의 말이 맞았다.

가장 큰 난관은 넘겼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바로 절벽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온과 캠벨이 미끼 역할을 제대로 해줬고, 호르만 경에 대한 적군의 절대적인 믿음 때문에 절벽까지 가는 동안 막아서는 적이 없었다.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와있는 캠벨과 시온이 기절한 영주를 바닥에 내려놓고 절벽을 등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병사와 기사들이 둥글게 에워싼 채 압박 중이었다.

“순순히 항복해라. 지금이라면 인도적인 대우를 약속한다.”

“거절한다. 여차하면 영주를 바다로 던질 테니까 알아서들 해.”

“감히! 그딴 짓을 했다간 너희의 사지가 온전치 못할 것이다.”

캠벨과 시온의 꼴이 엉망이다.

옷이 찢어지고 군데군데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유저기사 십수 명이 쫓으니 캠벨과 시온이라도 숫자에 장사가 없었나 보다.

“너희가 시간을 끄는 이유가 혹시 앞서 두고 온 동료 때문이냐? 만약 그렇다면 포기해라. 녀석은 호르만 경께서 맡고 계시니.”

유저기사 하나의 빈정거림에 시온이 발끈한다.

“그분께선 반드시 돌아오신다.”

“글쎄, 그럴 리가 없다고 그러네?”

“너희는 그분을 모른다.”

시온의 말에 기사가 피식 웃는다.

“모르는 건 너희다. 호르만 경이 어떤 분이신지 아나? 대 힐튼 가에서도 무력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다. 그런 실력자를 네놈 같은 근본 없는 놈들이 무슨 수로···크헉!?”

푹!

기사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고개를 숙여 아래를 바라보니 날붙이가 가슴에 바람구멍을 내버렸다.

믿겨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본 녀석에게 죽기 전이니 선심 써서 씩 웃어주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이 새끼가 사람 상처 주네? 사생아한테 근본 없다는 말은 선 넘었지. 잘 가라.”

가슴에 박힌 검을 빼내 횡으로 그었다.

목에 예쁜 혈선이 그려졌다.

적이 털썩 쓰러졌다.

승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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