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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Supplementary story Postsctipt: 잘못. (27/49)

Guest.Supplementary story Postsctipt: 잘못.

아우레스력 1875년, 안스란력 435년 10월 29일.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뒷정리를 끝냈을 무렵이었다. 라이니시스는 식후에 마시는 차 한잔은 불로장생과 직결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물론 차와 수명간의 관계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평범한 가장이 할 수 있는 생각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종류였다.

“저녁은 뭐로 할까….”

“배고파요?”

“그건 아니란다. 저녁에 나미아랑 오디가 오잖니. 오랜만에 같이 먹는 저녁이라 뭐가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단다.”

점심 후 간식은 인생을 좌우한다는 듯한 태도로 열심히 쿠키를 집어먹고 있던 체리랑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웬일인지 모르겠지만 큰언니 둘이 집으로 찾아온다는 모호한 생각만이 들뿐이었다. 자신이 원인제공을 했다는 것에는 생각도 못하고 있는 채.

“라이니시스. 또 지난번처럼 혼내진 않을 거죠?”

“물론. 이번엔 내가 나설 일은 없을 것 같아. 당신들이 해결해.”

“…그건 더 심한 거 같은데요?”

에실루나는 자신과 미리안이 함께 혼을 내는 일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공포로 다가오는지 잘 알고 있었다. 어지간한 일이면 라이니시스가 나설 테지만 미리안과 에실루나보고 맡으라는 말은 심각하게 혼을 낼 생각이라는 뜻이었다. 에실루나와 마찬가지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미리안은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라이니시스에게 말했다.

“맞아요. 저희가 혼을 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체리랑스에게도 좋은 일이었잖아요? 혼자서 남겨두기가 조금 꺼렸는데 나미아가 맡아준 거잖아요?”

“데이트 준비는 즐겁게 하시던 걸요.”

“…시끄럽단다.”

대체 저 촌철살인은 누구에게 배운 것인지 궁금해지는 미리안이었다. 어머니는 자식의 최고의 교육자라는 사실에서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불쌍한 모습이었다. 에실루나는 체리랑스를 안아 자신이 무릎 위에 앉히면서 삼단 같은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체리랑스답다고 할 수 있겠다. 에실루나가 말했다.

“그다지 심각하게 혼내고 싶지는 않아요. 위험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잖아요. 사소한 일에도 심하게 혼내면 많이 슬퍼할 거예요.”

“흐음…. 그런가? 그렇다면 내가 타이르는 수준에서 그칠게. 체리랑스도 별 말 안 하는 걸 보면 별 일 없었겠지.”

“제 아이지만, 그런 일이 있어도 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걸요.”

“동의 할 수밖에 없군요. 이 아이는 정말 이상하게도 외부의 자극에 무감각하니까요.”

체리랑스는 부모들의 혀 위에서 자신이 가로세로 갈라지고 있으면서도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세상을 달관한 듯한 소녀가 한 행동은 쿠키를 다 먹고 손가락을 혀로 핥는 것이었다. 에실루나는 냅킨을 들어 체리랑스의 손을 닦아주며 라이니시스에게 말했다.

“확인해보지 않으실래요?”

“확인? 뭘?”

“이런 거요. 체라랑스야. 어제 나가서 무슨 일을 했니?”

“저요?”

“그래. 어제 체리가 무슨 경험을 했는지 엄마나 아빠나 다 궁금해하고 있단다.”

“으응… 별 일 없었어요. 유괴범 아저씨들하고 놀아준 것뿐이에요.”

진짜로 별 대수롭지 않게, 나미아를 물 먹이려는 그 어떤 흉계도 보이지 않는 태도로 담담하게 말했기에 라이니시스나 미리안, 에실루나 역시 별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갈 뻔했다. 체리랑스는 갑자기 찾아온 부모들 사이의 정적에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요?”

“그 이야기, 자세히 해보지 않을래?”

라이니시스는 체리랑스에게로 상체를 조금 내밀면서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체리랑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한치도 틀림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미아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가족끼리 모여서 식사를 했던 적은 많고 많지만 이렇게 분위기가 착 가라앉은 식사시간은 처음이었다. 그 분위기가 퍼져 나오는 곳이라고 한다면 역시 상석에 앉은 라이니시스와 그 양 옆에 앉아있는 미리안과 에실루나였다. 그들은 식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나미아와 오디가 레어에 올 때부터 무섭게 가라앉은 분위기로 자신을 맞이하였다.

부모들의 표정이 매우 딱딱하다는 걸 깨달은 아이들은 평소처럼 발랄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오로지 체리랑스만이 평소와 같은 페이스로 음식을 오물거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평소라면 마주앉은 상대에게 적대감이 가득한 시선을 보내면서 상대가 가져갈 음식에 일일이 태클을 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 니에라와 시크린도 상대와 충돌하지 않으려고, 오히려 상대방이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 담긴 접시를 슬쩍 내밀어 양보하기까지 하면서 죽어버린 활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나미아는 씹고 있던 빵이 목구멍에 걸려서 도저히 넘어갈 것 같지 않은 분위기에 찍소리도 못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대체 왜들 그래요?’라든가 ‘오늘 참 분위기 죽어있네?’등의 평이한 이야기로 분위기를 끌어올릴 나미아였지만, 왠지 자신에게 가해지는 무언의 압박이 상당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라이니시스는 기계적인 동작으로 빵을 잘라 위에 얇게 썬 햄을 올린 뒤에 작은 스푼으로 허니 머스터드를 뿌리고는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무표정으로 우적우적 빵을 씹는 모습은 라이니시스의 모양을 한 골렘 같았다.

미리안이나 에실루나도 다르지 않았다. 오렌지 소스를 끼얹은 샐러드와 콩 수프를 먹으면서 남편이나 자식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미리안이라든가, 빵을 잘라 입에 넣으면서 시선을 음식물에만 고정하는 에실루나는 그녀들의 모양을 한 밀랍인형이 태엽으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달그락. 달그락.

식기가 움직이는 소리 외에는 설치류가 전멸한 듯한 정적만이 식탁 위를 맴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끊임없는 마이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체리랑스는 다 먹은 접시 위에 식기를 올려두고는 물을 마신 뒤에 냅킨으로 꼼꼼하게 입가를 닦고는 인사까지 했다.

“잘 먹었습니다.”

체리랑스는 의자에서 내려와서는 거실로 걸어가서 식사 전에도 읽고 있던 책을 들어올렸다. 간식을 먹고는 싶었지만 아직 다른 형제들이 식사를 끝마치지 않았으므로 잠시 뒤로 미루었다.

다른 형제들에게 비춰진 체리랑스의 모습은 이 불편한 식탁 위에 펼쳐진 난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재해석되었다.

라르딘은 여섯 쌍둥이의 맏이답게 자신의 먹는 속도가 원래 그랬다는 듯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서는 침착한 태도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률킨은 평소 먹는 양이 원래 그랬다는 듯 새침한 태도로 식탁을 벗어났다. 니에라와 시크린은 원래부터 서로 의견일치가 잘 되고 있었다는 듯 동시에 식탁을 벗어났고, 미처 타이밍을 못 잡은 스웰텐만이 떠나가는 형제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눈길을 보내며 남은 음식을 평소의 속도대로 먹어치우고 있었다.

나미아는 동생들의 기발한 방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왠지 모르게 부모들과 같은 시점에 식사를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머릿속에 자리잡혀 도저히 그러지 못했다. 자신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경우 딱딱한 동작으로 전혀 즐겁지 않은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세 명의 부모가 일시에 자신에게 살기를 폭사할 것 같다는 얼토당토않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곧 나미아는 지금 상황이라면 부모 세 명이 일시에 살기를 쏘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앞서 한 생각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자, 잘… 먹었습니다….”

쭈뼛거리는 태도로 스웰텐이 일어나고, 평소라면 간단한 대답이라도 해주었을 에실루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스웰텐은 어머니의 차가운 태도에 울상을 짓기보다는 식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에 상당한 안도감을 얻었고, 곧 그 안도감으로 인해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워낙에 착하고 소심한 성격이었다.

독서하고 있는 체리랑스의 주변으로 몰려든 아이들은 아직도 무거운 공기가 차악 가라앉아 있는 식탁을 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이제 다섯 명만 남아서 5인용 식탁이 되어버린 곳에서는 부모들이 뿜어내는 무언의 압박감이 더욱 심해진 것 같았다.

“아무래도 큰누나 때문인 것 같은데….”

“그런 것 같아. 어제 일 때문에 그런 걸까?”

“무, 무서웠어…. 이렇게 무서운 식사시간은 처음이야….”

“괜찮아. 괜찮아. 너한테 그런 게 아니야.”

오들오들 떠는 스웰텐을 니에라가 토닥거렸다. 시크린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체리랑스를 돌아보았다. 다른 형제들의 감정이야 아무래도 좋다는 듯 독서에 심취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무관심만을 내보이-는 체리랑스에게서 시크린은 그 어떤 것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체리랑스. 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어?”

“그러게. 점심 직후에 엄마들하고 아빠한테 무슨 이야기 한 거야?”

오늘따라 이률킨은 시크린에게 협조적이었다.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에 다른 형제들은 놀라움을 표현하는 대신 체리랑스에게 의문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 자신도 그게 알고 있었다는 시선이었다. 체리랑스는 10쌍의 눈을 차례로 마주보고는 여전히 무관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별 말 안 했어.”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너한테 뭐가 별 일이겠냐만, 좀 한 번 들어보자.”

“알았어. 그러니까 어제….”

다섯 명의 아이들을 모두 막내의 경험담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식사를 하는 척 하면서 나미아도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내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이 상황에 대한 이해가 찾아왔고, 이해는 곧 절망으로 바뀌게 되었다.

‘난 죽었구나.’

나미아는 명년 오늘이 자신의 제삿날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것까지는 뭐라고 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한 두 명의 호위 정도는 붙여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사고가 미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구나. 아무리 400살이나 먹은 아이라고 아이는 아이란다. 그런 아이에게 다소의 위험이 가해질 수 있다는 상황은 생각해보지 못했니? 물론 체리랑스가 위험에 처한다고 할지라도 자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단다. 내보이지는 않지만 저 아이는 강한 아이니까. 그렇지만 체리랑스의 성격을 생각해 볼 때 그런 위험이 위험인지도 모르고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 정도는 너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니었니? 네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고, 오래 만나지 못했다고 해서 동생들의 성격이 그리 쉽게 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 게다가 어떤 일인지도 말하지 않고서 집 보는 아이를 꼬드겨서 심부름을 시켰다는 전에서 엄마는 더 실망하게 되는 구나. 나나 미리안이나 라이니시스나 네 사정 정도는 들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단다. 그런데 그렇게 부모 속을 새까맣게 태우면서 짤막한 쪽지만 남겨두고 가기엔 이 일의 정도는 너무 심각하구나. 인간 유괴범들에게 잡혀갈 정도로 호락호락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체리랑스는 그것이 유괴라고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어. 저 아이의 사고 개념에 대해선 우리들 모두 걱정하고 있다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잖니? 그런데도 너는 단지 네 목적을 위해서 체리랑스에게 심부름을 시켰지. 이번에는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다행이지만, 다음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구나. 동생들에게 심부름을 시켰다고 뭐라 그러는 게 아니란다. 최소한 거기에 따른 위험성이 있다는 것 정도는 첫째로서, 언니로서 생각해 줄 수 있는 문제 아니었니? 체리랑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던 우리들 마음도 생각했더라면 이런 정도까지는 일이 커지지 않았을 거야. 아니면 체리랑스에게 닥칠 위험을 차단할 경호원 한 명이면 충분했을 거야. 인간 사회에서 네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우리들도 잘 알고 있으니 손이 부족했다는 말은 하지 말거라. 너도 쓸데없는 변명과 어설픈 변호로 자신을 깎아 내리기는 싫을 테니 그 점은 잘 알고 있다고 봐야겠지. 정말로 그렇게 했더라면 엄마는 정말 너에게 두 손 다 놓을 정도로 실망했을 거야. 우리가 특별히 배아파 낳은 자식이라서 감싸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말렴. 너도 우리의 사랑스런 딸이고, 귀여운 자식이니까 지난번에 라이니시스도 널 그렇게 혼내서 계도했잖니. 네가 하는 일에는 언제나 좋은 의미가 있었다는 걸 우리도 알아. 하지만 이번 일은 그 경우가 틀리구나. 체리랑스 외에도 다른 사람이 있었을 거야. 대륙을 좌우하는 공전의 상회의 회장이 그런 사람도 없다고 하는 건 너무 슬픈 일 같구나. 네가 조금이라도 부모들 마음이나 저 아이의 성격을 생각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거란다. 배려라는 게 그런 거야. 별 거 아닌 것 같은 일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피곤하기야 하겠지만 네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안에서는 할 수 있을 만큼 하는 것이….”

에실루나의 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무릎을 꿇은 채로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나미아는 차마 그런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어느 때보다도 조용한 에실루나의 어조는 부드럽게 타이르는 태도였고, 그래서 나미아는 더더욱 긴장하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귀담아야 했다. 한 4시간 정도.

지칠 법도 하지만 에실루나의 입에서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흘러나왔고, 나미아 덕분에 덩달아 혼나고 있는 오디는 나미아의 정신이 서서히 초췌해지는 것보다도 에실루나가 목이나 마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나미아도 이미 성인인지라 미리안은 차마 회초리를 대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평소 자신이 사용하던 계도방식을 포기한 채로 자신의 몫까지 에실루나에게 위임했고, 그녀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라이니시스와 함께 에실루나에게 혼나는 나미아를 보고 있었다.

여섯 쌍둥이 중 다섯 명은 에실루나의 일장연설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청하는 나미아를 불쌍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신들도 모두 한번 이상 당해본 일인지라 저 사이에서 발생하는 정신력의 고갈이 얼마나 심할지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나미아의 버틸 힘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에실루나는 평소보다도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한 4시간 정도.

체리랑스는 책을 다 읽고는 소파에 웅크린 채 색색거리며 잠을 자기 시작했다. 세상이 뭐라 한들 나는 나라는 마이 페이스였다. 새삼 막내에 대해 경외감을 가져보는 다섯 남매들이었다. 더불어 라이니시스가 안 피우던 담배를 피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일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파이프에 채운 담배에 불을 붙이고서 깊이 빨아들이며 하얀 연기를 내뱉는 라이니시스의 모습은 생소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건강제일주의자라 어지간한 일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이다.

에실루나의 이야기대로 체리랑스가 호락호락한 아이는 아니었으나 부모 마음은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이다. 자식이 유괴 당할 뻔했다는 데 덤덤하게 받아들일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가정적인 성격이 강한 라이니시스는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미리안도 옆에서 조용히 라이니시스의 담배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러니, 앞으로 뭔가 일을 하기 전에는 한번쯤 생각해보도록 하렴. 알겠니?”

“네…. 죄송했어요.”

“그래.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을게. 일어나렴. 많이 힘들었겠구나.”

에실루나는 뒤끝 없는 동작으로 일어나서는 라이니시스와 미리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나미아는 그대로 무릎을 꿇은 채로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심사숙고하는 반성의 시간을 가질… 사람은 아니었다.

“나미아 님?”

“다, 다리가… 저려….”

“….”

나미아는 하얗게 탈색된 얼굴로 힘겹게 말했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일어난 오디는 나미아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최근 들어서는 이렇게 불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강제적으로 있었던 일이 드물었기에 그녀의 몸도 조금 굳은 탓이 있으리라. 그래도 다행인 것으로 자신의 잘못을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오디는 이렇게 끝났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부모들이 있는 곳을 보았다. 에실루나가 라이니시스의 파이프를 빼앗아 재떨이에 털어 끄고 있었다.

“나… 나, 다신 잘못 같은 거… 안 할 거야아… 우이잉….”

“알면 됐어요.”

체리랑스는 새근새근 잘도 자고 있었다.

Guest.Supplementary story Postscript: 잘못 -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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