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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script(후기): 노력. (18/49)

Postscript(후기): 노력.

From guest diary of Namia. Page 13.

가리안 유들레스는 전형적인 노력파이다.

목적을 잡고, 그것을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새로이 습득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렇게 향상시키고 습득한 능력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며, 절대 어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일이라 받아들이는 순종적인 노력파이다.

노력이라는 건 대가를 바라고자 하는 마음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반드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정의 보답 정도는 받을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일이고, 노력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그것이 제대로 된 노력이었을 때 유효하겠지만.

노력에도 종류가 있다. 간단하게 나누자면 긍정적 노력과 부정적 노력이 있는데, 전자는 목적을 위해 올바른 힘을 적절하게 기울이는 것이고, 후자는 목적을 위해 잘못된 힘을 부적절하게 기울이는 것이다.

간단히 예를 들어, 요리사를 목적으로 설정한 사람이 있을 때, 이 목적을 위해서 그 사람이 식칼을 잡느냐, 클레이모어를 잡느냐에 따라 긍정과 부정이 서로 갈라지게 된다.

식칼을 잡고 재료를 썰어 조리하기 알맞게 만드는 일은 요리를 잘하기 위한 과정이지만, 클레이모어를 잡고 사람을 잘게 썰어놓는 일은 엽기적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위한 과정 외엔 될 수 없다.

너무나 극단적인 예시지만,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기울이는 노력이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앞서 말한 예처럼 그들이 요리를 하기 위해 클레이모어를 잡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이걸 반증하는 경우가 바로 가리안 유들레스와 크리스 본 안센이다. 이 둘의 성격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둘 다 목적을 위해서 노력을 기울이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 노력파이다. 그리고 목적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긍정적이었느냐, 부정적이었으냐의 차이가 이번 의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케이스이기도 하다.

먼저 의뢰주였던 가리안을 살펴보자.

사냥꾼들이라는 전문직을 특화시켜서 그 수준이 대체적으로 높은 편에 속하는 안센 영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냥꾼의 제자였다. 수없이 많이 연륜과 깊이를 알 수 없는 경험이 가득한 스승에게서 가리안은 많은 것을 배웠다. 또한 배운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익혔을 것이다. 사냥꾼으로 독립해서 5년이 지났을 때, 이미 일가를 이룰 정도의 생각이 가능케 한 기반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을 보면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의 교육기간이 길었던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리 가르쳐도 모두 헛짓거리가 된다. 그걸 잘 알고 있는 가리안은 온몸에 새기듯 스승의 말을 경청하고,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을 것이다.

베르힌츠에게서 배우는 걸 보았을 때, 나의 예상은 거의 확실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시키지 않아도 가리안은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배우는 것을 어떻게든 머릿속에 담아두고, 몸에 익히기 위해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을 했다. 성실하다는 걸로 설명하기엔 단어의 선택이 조잡할 정도의 열의였다.

가리안의 노력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긍정적 노력이었다. 자기 개발과 목적의 성취를 위해 가리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노력에 열과 성을 기울였다. 이 세상은 너무나 이상하리만치 뒤집혀 있어서 순수한 노력이라도 그 대가를 받기가 어려운데 가리안은 순수한 노력으로 자신의 몸에 그 결과물을 차곡차곡 쌓았다.

결국 가리안은 자신의 실력만으로 안센 영지의 사냥꾼 교류제에서 종합우승을 할 수가 있었다. 그의 엄청난 노력이 이렇게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다음, 크리스의 경우를 보도록 하자.

그 역시 노력가이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노력만큼은 상당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크리스가 가짜 이켈라인 상회를 만든 것은 영지의 원활한 자금 소통을 위해서였다. 어째서 지점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가짜 상회를 만들었냐 하면 지점에서 나가는 본사로의 비용, 다시 말해서 명의 자금을 소비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사실, 네임 벨류가 있는 기업이나 상품의 가짜의 경우 그런 식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이다.

금액의 사용 내역을 보면 그것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개인 착복을 위한 돈을 어느 정도 가용하긴 했지만, 그것은 착복이라고 보기도 심히 어려운 양이었다. 봉급에서 추가로 얼마를 더 받았다는 것 정도랄까.

크리스의 행위로 인해 안센 영지의 상거래는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일률적 관리의 선혜라고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아직은 그 폐해가 드러나지 않은 적절한 방식으로 상회의 관리를 했다. 이 점을 봐서 나와 상의를 한 임원들은 그에게 상회의 관리를 맡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라나 그 노력은 잘못된 방법을 통한 것이었다. 크리스의 행동이 워낙 가당찮기 때문에 내가 나서서 그의 상회를 전면적으로 부정했고, 그로 인해 입은 손실은 꽤나 클 것이다. 어차피 이것은 인과응보이기 때문에 억울해하고 자시고도 없다.

결국 크리스의 노력은 진짜 이켈라인 상회의 회장과 총무가 나서서 단죄를 하고 관련자의 처벌이라는 형태로 보답을 받게 되었다. 그가 하는 행동이 선의를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수단이 잘못된 것이니 만큼 그에 대한 보답 역시 당사자에겐 부정적인 형태로 돌아오는 것이다.

노력이라는 것은 중요하다. 뭔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힘을 기울여야 하고, 그 정도에 따라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가 없는가가 정해진다. 훗날 자신에게 돌아오는 대가 또한 그 노력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에 따라서 같은 형태로 되돌아오게 된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옛말을 굳이 상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늘이 돕는 자는 스스로 돕는 자라는 말이 있다. 정말로 열심히 근면하고 성실하게 노력을 한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는다. 아무리 뒤틀리고 배배 꼬인 세상이라고 해도 결국은 공평하다. 공평하기에, 순수한 노력을 들여 목적을 얻을 수도 있다.

가리안이야 외곬수적인 면이 없잖아 있지만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제일 성실한 축에 드는 부류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 살겠지.

아무튼, 하마터면 못 보고 넘어갈 뻔한 가짜 이켈라인 상회에 대해 알려준 가리안에게는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다. 이걸로 대륙 전역에 가짜 상회가 있는지 대대적인 조사를 벌일 명분도 생겼으니 말이다.

나도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상회를 위해서도, 앞으로 찾아올 “손님”들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방향의 노력을 기울여야겠지.

그래야만 대가 역시 긍정적으로 올 테니까.

Postscript-종료.

추신: 아아, 얼마 못 벌었잖아. 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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