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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한순간이었다. 마치 원래부터 광마의 머리에 비도손잡이가 박힌것처럼 보였다.
광마는 달려오는 기세 그대로 왕일의 몸에 부딪히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휴...."
한순간이었다.
왕일이 조금이라도 망설였다면 오히려 상황은 반대로 되었을 것이다.
광마에게 제압을 당했던지 아니면 광마에게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광마는 화경의 고수라는 말이 무색하게 목숨을 잃었다.
"휴...."
왕일은 한숨부터 내셨다.
어쨋든 화경의 고수중 한명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사실 왕일도 이렇게나 쉽게 화경의 고수를 잡을수 있을지 몰랐다.
광마는 왕일보다 월등히 강한 상대였다. 전투경험이나 무공이나 경지등 왕일이 맞서 싸울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토록 강한 상대가 멸천비도 한방에 나가 떨어질줄은 생각도 못했다.
"와.... 죽었구나."
왕일은 다시한번 확인을 했지만 광마를 죽였다.
"이걸 어떻게 하지?"
광마는죽었지만 광마의 시체는 그대로 있었다. 사실 게임에서 몹을 잡았다면 경험치와 아이템을 떨궜겠지만 광마는 게임상 존재가 아니라 무협에서 넘어온 존재였기에 죽었다고 해서 뭐가 나올리가 없었다.
하지만 화경의 고수의시체가 쓸데가 없을리 없었다. 하다못해 강시를 만들더라도 쓸만한 강시를 만들수 있을터였다.
그리고 그게 아니라고 해도 화경의 고수를 잡은 기념으로 보관하고 싶었다.
왕일은 빠르게 도구창에 광마의 시체를 넣었다.
광마를 멸천비도로 잡고 도구창에 넣기까지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왕일이 광마의 시체를 도구창에 넣자마자 혈마가 정신을 차렸다.
혈마는 당연히 광마가 왕일을 잡을줄 알았다. 광마의 실력은 누구보다 혈마가 잘알았다. 같은 십마로서 그동안 지지고 볶았기 때문에 그를 판단할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광마였기에 왕일을 잡는데 문제가 생길리는 없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 원래라면 광마를 방해하고 혈마가 왕일을 잡을려고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이해하기 힘들지만 혈마는 이상한 곳을 지나왔기에 지금 벌어진 일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알았다. 이런 일이 있을때는 싸우지 말고 다른 십마와 협력을 하는게 상책이었다. 그랬기에 광마의 행동을 방관했다. 그런데 상황이 황당하게 진행되어졌다.
천하의 광마가 단 한방에 왕일에게 제압되어졌다.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천하의 광마가 단숨에 제압될일이 없었다. 게다가 형편없어 보이는 비도 한자루에 목숨을 잃다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혈마는 두눈으로 지켜보았지만 믿을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에 눈만 크게 뜨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혈마였기에 광마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러니 지금 벌어진 일이 보통일이 아니라는것을 알았다.
게다가 광마가 죽고 나서 그 시체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자 더이상 가만 있을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 했다.
"너... 너는 누구냐?"
천하에 화경의 고수를 단숨에 죽일수는 있는 비도술은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멸천비도 였다. 멸천비도라면 화경의 고수라고 해도 위협을 할수가 있었다.
하지만 천하에 멸천비도를 쓸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른 십마에 의해 몇일전에 죽었다.
왕일은 말은 하지 않고 손에서 어느새 비도를 꺼냈다. 왕일은 자신감 어린 표정을 지었는데 눈앞의 혈마를 상대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멸천비도의 위력은 지금 확인을 했다. 그러니 혈마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혈마는 왕일이 비도를 꺼내자 안색이 굳어졌다.
보통의 비도라면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화경의 고수를 상대로 왠만한 암기는 소용이 없었다.
호신강기를 펼치게 되면 몸 주변으로 오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천하에 호신강기를 전문적으로 파훼하는 암기도 있지만 그정도는 피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멸천비도는 그럴수 없었다. 멸천비도는 피한다고 해서 피할수 있는 암기가 아니었다.
멸천비도를 보면 죽을수 밖에 없기에 화경의 고수인 십마라 해도 조심해야 하는 무기중 하나였다.
게다가 지금 같은 화경의 고수가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러니 더욱 신경을 쓸수 밖에 없었다.
왕일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멸천비도를 사용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쓸까? 말까?' 아예 이럴줄 알았으면 광마는 무림에서 잡을걸 그랬구나.'
멸천비도를 몇번이나 쓸수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만약 한번 쓰다가 선천지기가 모자르면 목숨을 잃게 된다. 그러니 멸천비도를 사용하는데 망설일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번 사용해 보니 선천지기가 모자른거 같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멸천비도를 쓸때 상단전이 비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니 몇번 더 쓸수 있을거 같았다.
그리고 선천지기가 다 떨어져도 죽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니 그만큼 망설임이 줄어들었다.
왕일은 광마를 무림에서 잡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럼 괜히 이곳까지 광마와 혈마를 데려올 필요도 없게 되었을 것이고 운영자에게 걸릴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눈앞의 혈마를 처리할지 말지를 고민해야 했다.
'죽이고 보자.'
고민은 길었지만 결정을 했으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눈앞의 혈마는 화경의 고수였다. 그냥 놔둔다면 분명 가상현실게임에서 문제를 일으킬게 뻔했다.
하지만 왕일이 깔끔하게 제거한다면 화경의 고수는 모두 제거하는 셈이었다. 물론 남은 녀석들이 있지만 그정도는 왕일 혼자서도 처리가 가능했고 도망가도 큰 문제가 될리 없었다.
아무리 강해도 초절정고수일텐데 그정도는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혈마같은 화경의 고수가 가상현실게임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게다가 멸천비도로 제거를 하면 혈마가 화경의 고수라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운영자를 대처하기 위해서도 혈마를 제거하는게 나았다.
생각을 마치자 왕일은 멸천비도를 날렸다. 어차피 죽는 것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게임에서 죽는 것도 게임이 일종이다. 죽는다고 큰 문제도 없으니 죽는 것에 대해서 신경쓸 필요 없었다. 문제는 혈마를 제거할수 있냐는 것이다.
왕일은 순간적으로 상단전에 있던 선천지기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공허감을 느꼈다.
선천지기는 절대약이 매우 적지만 그 양이 사라지면 허탈감이 상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왕일로서도 혈마를 죽인다는 이유가 없다면 쓰고 싶지는 않았다.
"죽어라!"
멸천비도는 빠르게 혈마를 향해 날아갔다.
그순간 혈마는 바로 옆에 있던 마인을 잡아채더니 멸천비도를 향해 내밀었다.
퍽
단 한방이었다.
혈마의 손에 잡힌 마인은 그 한수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멸천비도는 혈마에게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뭐야?"
왕일의 최강의 수법이 너무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쉽게 막힌 셈이었다.
물론 마인을 제거했지만 노린 상대가 혈마였으니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왕일은 인상을 쓰며 멸천비도를 날렸다. 하지만 혈마는 다른 마인의 몸을 이용해 멸천비도를 막아냈다.
일이 이렇게 되면 미끼가 된 마인들은 도망을 쳐야 겠지만 오히려 혈마에게 다가와 자신의 몸을 쓰라고 하고 있었다.
"젠장... 뭐야?"
완벽하다고 생각한 멸천비도였다. 그런 멸천비도가 이런 약점이 있을줄은 생각도 못했다.
하긴 광마는 차원이동을 당한 상태에서 왕일에게 달려드느라 제대로 방어를 할수 없었기에 멸천비도의 먹이가 되었지만 혈마는 왕일이 멸천비도를 사용할지 알고 있었고 광마가 죽으면서 그만큼 주의를 기울였기에 왕일의 멸천비도를 막을수 있었다.
왕일은 자신의 공격이 막힌 것을 알자 어처구니가 없었다. 최강의 수가 막히다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왕일은 도구창에서 비도를 꺼내 날릴려고 했다.
뚝
그때 땅으로 한방울의 피가 떨어졌다.
뚝 뚝
다시 피가 떨어지자 왕일은 급히 코를 만졌다.
놀랍게도 왕일의 코에서는 피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왕일은 공격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을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한 이유를 알수 없었다.
"설마..... "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멸천비도 때문인듯 했다. 멸천비도의 부작용인 선천지기의 소모가 문제를 일으킨듯 했다. 아마 더 멸천비도를 사용하면 왕일은 죽을듯 했다.
'이번이 마지막이구나.'
죽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죽어봐야 경험치나 조금 사라지는 것 뿐이다. 문제는 혈마를 제거하는 일이었다. 혈마만 제거하면 큰 문제는 일어날리가 없었다.
'운영자만 안 움직이면 되.'
운영자가 만능은 아니었다. 운영자는 어디까지나 게이머의 민원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경우가 많으니 혈마가 사고를 못치게만 하면 이번 일도 아무일 없이 해결될수 있었다.
'최대한 접근해서 죽인다.'
어차피 왕일은 죽은 목숨이었다. 그러니 죽는 김에 혈마를 죽이고 죽는게 좋았다.
혈마가 아이템을 드랍하는 것도 아니었고 경험치를 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왕일은 급히 혈마를 향해 달려 들었다.
혈마 역시 왕일이 코피를 흘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안색이 좋지 않은 것도 보았다.
'설마 더이상 쓰지 않겠지?'
누구라도 자신의 목숨을 귀하게 생각할 것이다. 게다가 화경의 고수라면 누구보다더 자신의 생명을 귀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혈마는 내심 안심했다. 설마 더 멸천비도를 사용할지는 않을거라 생각을 한듯 했다.
하지만 왕일이 달려 들자 혈마의 안색 역시 바뀌었다.
왕일은 비도에 강기를 형성한채 혈마에게 달려 들었다.
어차피 왕일은 죽어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전력을 다해 혈마를 공격할수 있었다.
"이놈!"
혈마는 왼손에는 마인을 잡고 있었고 오른손으로 왕일을 향해 수강을 일으켰다.
언제 공격을 당할지 모르니 한손으로는 마인을 잡고 있어야 했다. 멸천비도의 유일한 약점은 한번에 한명을 죽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렇게 손에 사람을 잡아야 한다.
그에 비해 왕일은 혈마의 손에 있는 마인만 제거하면 되는 일이었다.
왕일은 혈마가 아니라 마인을 공격했다. 그러자 혈마는 마인을 보호하면서 왕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호신강기라는게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거지 타인의 몸까지 자연스럽게 보호할수 있는게 아니었다.
무의식 레벨에서 방어를 해야 하는데 마인의 몸은 혈마의 것이 아니니 공격이 올때마다 일일이 방어를 해야 했다. 게다가 한손으로만 싸워야 하니 혈마로서는 불리할수 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 왕일은 사정이 좀 나았다. 크게 다친 오른쪽 팔도 서서히 감각이 돌아오고 있었다.
사실 게임이기 때문에 이곳에 오자마자 낳아야 했지만 가상현실이라서 그런지 오른쪽팔이 감각이 돌아오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통증도 문제였다. 아무리 왕일이 인내력이 강해졌다고 해도 왕일의 캡슐은 거의 100퍼센트에 가까운 통증을 가져온다. 그러니 엄청난 고통이 오른쪽 손에서 오고 있었다. 그리고 멸천비도를 사용한 휴우증인지 온몸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싸워야 하니 크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왕일은 왼손의 강기가 서린 비도를 이용해 공격하자 혈마는 뒤로 물러나면서 왕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순간 둘은 수백번의 공격을 주고 받았다. 그만큼 둘의 공방은 빠르면서도 치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