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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왕일은 황우강과 거리를 둘려고 했다. 하지만 황우강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 하는 일이 협과 관련되었으니 거절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방금 타주를 통해 마을사람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았기에 갈등을 느꼈다. 만약 마을사람들에게 혜택이 가지 않았더라면 조금 고민을 하다 거절을 했을 테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어떻게 거절을 할수도 없었다.
"그냥 정찰이라면 크게 문제는 없을듯 합니다."
"넌 저놈 성격을 모르냐? 녀석이 정찰만 한다고 하겠냐?"
"그렇지 말고 믿어 보세요. 그리고 나서면 방관하죠."
왕일의 말에 손각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황우강에게 말을 했다.
"너는 약속을 해라. 정찰만 하고 절대 먼저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말이야."
손각의 말에 황우강은 잠시 생각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예.저도 바보는 아닙니다. 주변만 살피다 오겠습니다. 그리고 형님은 이곳에 계십시요."
"누가 널 걱정하냐? 왕일을 걱정하지. 에휴... 어쨋든 가자."
셋은 한숨을 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지하로 가는 길은 크게 멀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황우강도 상태가 좋지 않았고 손각은 반시체였다. 그러니 왕일이 쉬지 않고 치료를 해줘야 했다.
물론 치료를 안해도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으니 제대로 싸우기는 힘들듯 했다.
왕일은 치료하면서도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지?'
비밀지부라는 말에 심장이 쿵닥거렸다. 마치 만화영화에서 로봇이 변신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흥분되서 심장이 떨려왔다.
처음에는 죽을수도 있다는 말에 겁부터 났지만 이제는 호기심이 생겼다.
혈교의 비밀지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호기심부터 생겼기 때문이다.
게임상에서는 비밀지부라는게 없었지만 비슷한게 있어도 그렇게 비밀 스럽지 않았다. 던전이나 산채등도 워낙 오픈되어 있었고 유저들이 많았기에 항상 바글거렸기에 신비감이 떨어졌다. 그에 비해 혈교의 비밀지부는 수많은 마인과 강시들이 있다고 하니 어느정도 시설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마치 친구집에 놀러가는듯한 기분때문에 심장이 뛰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
"예?"
손각은 왕일을 보며 말을 했다.
"뭐가 그렇게 좋냐고?""
"혈교의 비밀지부가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휴.... 비밀지부 가봤자 뭐해. 가자마자 죽을 텐데..."
"형님!"
황우강은 손각에게 눈을 부라렸다.
"어쭈? 이게 미쳤나. 어린놈이 버르장머리 없게..."
"애한테 왜 겁을 줍니까?"
"뭐? 겁이라고? 이건 실제상황이야. 실제상황. 넌 왜이렇게 상황을 못보냐."
"....."
황우강은 뭐라 말을 하려 했지만 이내 침묵을 지켰다. 자신 때문에 다친 손각을 생각하면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휴... 관두자 관둬.... 그런데 너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정찰을 자원한 것이냐? 우리가 가는 곳이 어떤곳인지 몰라? 혈교의 전진기지야 전진기지. 마도전쟁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전장이 되는 곳 바로 혈교의 선봉대나 마찬가지야. 그런 곳인데 경비가 얼마나 심하겠어? 게다가 서장과 멀지도 않아. 욱하면 서장에서 지원부대가 올수도 있고 전쟁이 일어날수도 있어."
사천과 서장은 지형상 그리 멀지 않았다.
사천에 무림맹 전투부대와 혈교의 비밀지부가 전투를 벌인다면 혈교에서 지원병력을 얼마든지 지원할수 있었다. 그것을 무림맹이 모를리 없으니 지원병의 규모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했다.
황우강은 손각에게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이 많은자는 일을 할수 없습니다."
"에휴... 말을 말자."
셋은 걷다가 바로 앞에 작은 사당이 보였다.
사당은 원시천존을 모시는 사당인지 토지신을 모시는 사당 인지 알수 없었지만 잠시 쉬기에 괜찮을듯 했다.
손각은 바닥에 주저 앉았다.
"미친놈 때문에 별 고생을 다하는구나."
"힘이 있는 자는 그만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 그렇게 잘난놈이 왜 십마는 안잡냐? 그리고 네녀석 말을 들으면 꼭 화경의 경지에 이른 무인 같구나. 화경의 고수도 그런말을 못해."
"...."
손각은 호로병을 마시다 병을 뒤짚었다. 그리고 주둥이를 혀로 톡톡 치더니 왕일을 바라보았다.
"막내야."
"예. 형님"
"술이 비었구나."
"예."
왕일은 죽엽청이 든 단지를 꺼내서는 호로병을 채울려고 했다.
"에잇 술은 그렇게 마시는게 아니다."
손각은 술을 받더니 그자리에서 마시기 시작했다.
"형님 저도 좀 주십시요. 목에서 술벌레가 아우성을 치네요."
"에잇 미운놈"
손각은 입술을 훔친뒤 황우강에게 술을 건내 주었다.
황우강은 말없이 술을 마셨다.
왕일은 생각을 집중하고 있었다.
손각에게 배운 것들만 해도 너무 많았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산채를 갈려고 하니 생각을 집중할수가 없다.
'어떻게 하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두근 거리는 것이고 머리가 하야져도 계획을 짜야 한다.
'어떻게 하면 비밀지부를 정찰할수 있을까?'
괜히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비밀 지부의 위치와 대략적인 상황만 알면 끝나는 일이었다.
'싸워서는 안되. 무인들은 너무 강해.'
산적들도 제대로 당하기 힘들었다. 그물을 던지거나 여럿이서 합공을 하니 제대로 대응을 할수 없었다. 일개 산적 따위가 이정도 인데 마인들은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싸우지 않고 주변을 정찰할수 있을까'
왕일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스킬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렇고 보니 지도제작이 있었지.'
이건 스킬도 아니었고 캡슐에 있는 기본 능력이었다. 맵제작을 하면 주변 지형이 입력이 된다. 가상현실의 세계는 실제와 같기 때문에 가상현실에서도 가능했던 맵제작이라면 이곳에서도 통할듯 했다.
'맵제작을 이용해서 주변 지형을 살피자. 그리고 주술사가 있을지 모른다고 했지. 스킬중 주술탐지를 쓰자.'
주술사는 주술진을 이용해 주술을 걸수 있었다. 현실의 주술사와 게임속 주술사가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원리는 비슷할듯 했다.
'생각해보니까. 자객 스킬도 있잖아. 자객스킬을 쓰면 안들킬거 같은데....'
절정고수인 황우강이 놀랄정도의 스킬이었다. 은신스킬을 쓰면 들킬 확률이 줄어든다.
'셋이서 이동하는 것보다 그게 더 안전할거 같은데......'
세명이 움직이는 것보다 보안상 혼자 움직이는게 나았다.
왕일은 잠시 더 생각을 하다 대화를 하고 있는 황우강과 손각을 보며 말을 했다.
"저혼자 갈게요."
"응?"
"그게 무슨 말이지?"
"제가 혼자서 정찰을 하는게 나을거 같아요."
왕일의 말에 손각은 잠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혼자? 죽을라고 작정을 했어? 네실력은 생각도 안해?"
"저 혼자 움직이는게 더 나을거 같아요."
"허... 참나.... 늙은 녀석이나 어린 녀석이나 사리 분간을 못하네..... 무슨 생각으로 그런말을 하는거냐?"
손각은 속이 타들어 가는지 황우강이 마시던 술을 빼앗아 마시기 시작했다.
왕일은 손각이 한모금 마실때까지 기다렸다.
"저도 생각이 있어요. 제 생각대로 하면 의험하지 않을거 같아요."
"절정고수들이 득실되는 비밀지부를 가는데 위험하지 않다고?"
손각은 왕일의 능력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단순히 무공의 경지로 사람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능력보다는 무공의 성취를 따지는경우가 많았다. 손각 역시 왕일이 절정고수도 되지 못했기에 미덥지 않았다.
"예."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무슨 자신이 있어서 그래? 자네가 무영신투라도 되나?"
무영신투는 의적으로 소문난 자였다. 단순히 경공술 만으로도 명성이 하늘을 찌를정도로 실력이 높았다. 그의 은신술과 경공술은 최고라 할수 있었다.
왕일은 고개를 저었다.
"제 실력을 믿어 주십시요. 자신이 있습니다."
왕일의 말에 황우강이 손각에게 말했다.
"형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제가 전에 왕일의 실력을 보았는데 보통실력이 넘었습니다."
손각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통실력을 넘긴다고? 믿을수 없어."
무공이란 얼마나 오랫동안 수련을 했고 내공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위력이 달라진다. 수련기간이나 내공은 어린나이에는 얻기 힘들었기에 왕일의 실력을 의심할수밖에 없었다. 비록 검마를 상대로 잠시나마 빠른 움직임을 보였지만 그 이후 보인 실력은 실망감을 느낄 정도였다.그러니 손각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
황우강은 왕일을 보며 말을 했다.
"자신이 있나?"
"예."
"쉬운일이 아니야. 전에 보니 자네 은신술이 대단하더군."
"은신술은 어느정도 할수 있습니다."
은신술은 몸을 숨기기 위한 무공이다. 그러니 일반 경공에 비해 몸을 숨기기 좋았다.
"은신술이라고? 자네 자객인가?"
손일은 놀란 눈을 크게 떳다. 은신술은 보통의 무림인이 배우는게 아니다. 은신술을 익히는 것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공이 속도를 위주로 하거나 거리를 위주로 발전시키거나 아니면 대결을 할때 움직임을 기묘하게 해서 적에게 혼란을 주도록 발전한것에 비해 은실술은 말그대로 은신을 하기 위해 발전을 했기에 소리 안나게 움직이고 주변 지형에 몸을 녹여야 했기에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소리나 모습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경공술과 작은 움직임도 나게 하지 않을려는 은신술은 그만큼 차이가 있었다.
그러니 왕일이 은신술을 배웠다는게 손일로서는 놀라운 일일수 밖에 없었다.
"예. 은신술에 주술을 같이 펼치면 쉽게 주변을 정찰할수 있을듯 합니다."
"그래? "
손각은 왕일의 말이 끌렸다. 그렇게 하면 위험하지도 않고 쉽게 일을 끝낼수 있을듯 했다.
황우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좋아. 형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나도 반대할 건 아니지. 다만 왕일 혼자 위험을 감수한다는게 좀 그렇군..... 그래 그런데 왕일의 실력은 어느정도 인가?"
손각은 은신술을 펼치지 못한다. 하지만 안목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왕일은 천천히 은형무를 펼쳤다. 이어서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뭐.... 뭐야?"
손각은 놀랬다는 표정을 지었다. 왕일의 은신술은 놀라울 수준이기 때문이다.
"형님 정말 대단하죠."
황우강은 괜시리 어깨가 으쓱 거렸다.
"그래. 정말 대단하군. 자네의 내공을 봤을때 이정도수준의 은신술을 펼칠줄은 몰랐어."
왕일도 과거 자객일을 하기 위해 배운 스킬이 도움이 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부끄러운 재주입니다."
"그정도는 일급살수라 해도 믿겠어. 아니지 일급 도둑이라고 해야 하나?"
은신술은 도둑이나 자객에게 꼭 필요한 무공이다. 적을 암살하거나 물건을 훔치기 위해서는 목표까지 은밀히 숨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 자네 재주는 쓸만해. 하지만 혈교의 저력을 우습게 보면 안되네. 인원도 인원이지만 주술사의 존재를 우습게 생각하면 안되네."
"저도 주술사입니다."
"아.... 잊고 있었네."
얼마 전에 들었지만 잊고 있었다. 사실 왕일은 주술사처럼 보이지 않았다. 주술사는 왠지 늙었고 이상한 주문을 외우며 천으로 온몸을 둘러싼 사람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을거 같은데 왕일은 오히려 무사와 같은 건장한 체격에 잘생긴 외모를 지녔기에 주술사가 아니라 무사처럼 보였다.
"혈교의 비밀지부에 주술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제 주술로 감지가 됩니다."
"음? 주술이 감지가 된다고?"
손각 역시 멸천비도로 활동을 하면서 주술사에 대해 보기도 많이 봤고 겪기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지금도 알수 없는게 주술사라는 존재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