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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왕일은 못외웠다고 얘기를 할려다가 이내 생각을 바꿨다. 마공을 익힌 거나 주술을 익힌 거까지 모두 말했다. 그러니 기억을 다 했다는 말 정도는 해도 상관이 없을듯 했다.
"다 외웠습니다."
"뭐? 말도 안되는 소리. 그 많은 단어를 어떻게 한번 듣고 모두 외우나?"
손각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메모장이라는 개념이 없으니 이해가 될리 없었다.
"못믿겠으면 시험해 보십시요."
"좋아. 그럼 한번 말해보게."
손각의 말에 왕일은 전진심법의 구결을 말하기 시작했다.
왕일은 매우 빠르게 말을 했는데 왕일이 말하는게 아니였고 메모장에 적힌 내용을 왕일의 음성으로 나오게 했다. 마치 왕일이 말을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하면 틀릴리가 없었다.
"자.... 잠시.... 잠시 기다리게. 그렇지 말고 삼분의 이부분 부터 말해봐."
손각의 말에 왕일은 터치를 이용해 전진심법상의 구결을 옮겼다. 이어서 3분의 2지점에서 멈춘후 음성으로 말하도록 시켰다.
왕일이 전진심법을 말하기 시작하자 손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네 정말 천재군."
대단한 일은 아니였기에 왕일은 고개를 저었다.
"제머리속에는 백지인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그부분에 다른 사람의 말을 적을수 있습니다."
왕일은 현실을 말했지만 듣는사람 입장에서는 왕일이 천재로 느껴졌다.
"그렇군. 그런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들었어. 정말 대단해. 그런 재능이라면 내가 알려준 무공을 좀더 빠르게 익힐수 있을거야. 사실 멸천비도를 익힌 자가 시시껄렁한 녀석에게 죽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거든."
손각으로서는 자존심 문제였다.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양의심법에 대해 말을 하겠네. 자네는 양의심법을 이용해 두가지 심법을 익힌적이 있는가?"
"아니요. 아직 없습니다."
"그래. 양의심법으로 두가지 심법을 운기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야. 그만큼 머리를 많이 써야 하지. 그래서 내가 안된다고 얘기를 했네. 하지만 자네 실력이 문제야. 내가 생각한 것보다 수준이 낮아. 지금 상태로는 십마를 견제하기는 커녕 초절정 고수를 상대하는 것도 힘들거 같아."
"그런가요?"
"그래. 자네가 다재다능하지만 한가지에 수련을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은 큰 문제야. 무공을 수련해도 주술이나 마공과 함께 전진심법을 운기하면 그만큼 성취가 빠르게 증가할수 없어. 그러니 양의심법을 통해 한번에 운기를 하는 수밖에는 없을거 같아."
"......."
손각으로서는 양의심법을 통해 두가지 심법을 익히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수준을 보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생각해 보니 양의심법이 아니면 힘들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더구나 왕일이 머리는 보통이 아니었다. 그러니 양의심법을 익힐때 생기는 과부하를 이겨낼수도 있을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양의심법으로 두가지 심법을 동시에 운기하는 것은 매우 힘든일이야. 그러니 아까 내가 한말을 잊지 말게. 내가 있을때만 운기를 하는 것을 잊으면 안되.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쫗아. 그럼 양의심법을 수련하도록 하지. 자리를 잡게."
왕일의 말에 손각은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손각이 가르쳐 준데로 운기를 하기 시작했다.
구결이 길었고 주석까지 있었으니 양의심법을 형성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마음을 두가지로 나누어 각기 다른 일을 할수 있게 하는 양의심법은 그만큼 어렵고 힘들었다.
왕일은 뜻을 생각하면서 운기에 집중을 했다.
그나마 주석 때문인지 무슨 뜻인지 머리속에 들어왔다. 스킬로 하는 양의심법과는 다르게 왕일이 직접 손각이 가르쳐 주는 데로 운기를 하였기에 그만큼 집중을 해야 했다. 왕일은 처음으로 스킬이 아닌 심법을 운기했다.
양의심법이 끝이나자 손각이 물었다.
"어떤가? 할만 한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운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래. 그럴거야. 하지만 어느 순간 구결의 뜻이 이해가 되면 성취가 정신 없이 증가할거야."
"예."
"명심하게. 전진심법을 익히는것과 전진심법 멸천비도를 익히는 것 세가지를 쉬지 않고 수련하게."
"알겠습니다."
"좋아."
손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왕일을 보며 말을 했다.
"그나저나 황우강은 왜 안오는거야?"
"글쎄요?"
시간은 상당히 흘렀다. 무공에 대한 기본지식을 가르쳐 주었기에 상당한 시간이 가볍게 흘러갔다. 그러니 황우강이 돌아올 시간이 지난 셈이었다.
"이녀석 어디가서 술을 마시는거 아니야?"
손각은 급히 밖으로 나갔다. 생각처럼 황우강은 객잔 앞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형님 이제 나오셨습니까?"
손각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넌 대체 뭘 하고 있었냐?"
"관청에 갔다가 운동좀 하고 나서 죽엽청을 마시고 있었씁니다. 일이 끝나면 나올거라 생각을 했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술을 마신지는 꽤나 지난듯 했다. 상위에 빈 죽엽청이 가득했다.
"이놈아. 같이 먹어야지."
"이리오십시요."
손각은 어이없다는 표정이 언제 사라졌는지 급히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어서 왕일도 마시기 시작했는데 다시 술판이 벌어졌다.
일행은 술판이 끝나자 바로 운기조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왕일도 술에 저항하기 힘들었지만 멀쩡한 손각앞에서 앓는 소리를 할수 없었다.
"저렇게 술을 마셔도 되나?"
놀라운 일이었다. 무림인들은 술을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듯 했다.
왕일은 어지러운 상태에서도 운기조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전진심법을 운기하는데 스킬이 아닌 왕일이 직접 운기를 하니 그만큼 힘들었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운기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매일 스킬에 의존한 운기를 하다가 이렇게 운기를 하다보니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기가 끝나자 왕일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스킬로 할때는 몸이 깨운했는데 직접 해서 운기를 하니 그만큼 정신을 집중해야 해서 힘들었다.
피로도가 쌓인 만큼 휴식을 취해주어야 했다.
휴식도 잠깐이었다.
"일어나"
얼마 잔거 같지도 않은데 황우강과 손각은 떠날 채비를 끝낸 상태였다.
"벌써 움직일 생각이십니까?"
왕일이 말에 손각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휴.... 나도 좀더 쉬고 싶은데.... 저 곰탱이 때문에...."
황우강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곳에 너무 오래 있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곳으로 가야 합니다."
"..... 휴... 너를 따라다니는 내가 미친놈이지. 그래 가자."
황우강은 미소를 짓더니 왕일을 보았다.
"이것좀 담아 주게."
방 한쪽에는 술이 한 가득 있었다. 죽엽청을 단지째 놓여 있었다.
"이.... 이건...."
"목이 마실때 마실려고 하네. 험험"
황우강은 민망한지 헛기침을 했다. 그가 생각해도 웃기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술에 대해서는 손각도 시선을 회피했다. 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은 똑같은듯 했다.
"휴.... 알겠습니다. 그런데.... 손각형님도 아십니까?"
왕일의 말에 황우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설명을 했네."
"주술이 좋긴 좋구만."
손각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그로서도 좋아하는 술을 얼마든지 마실수 있으니 기쁠수 밖에 없었다.
"형님 도술이라니까요."
"그래. 도술.... 내가 주술이라고 그랬나?"
"예. 도술이라고 말해주십시요."
주술은 다른 사람들이 들었을때 거부감을 느낄수 있었다 그러니 주술보다는 도술이라 하는게 더 나았다.
어차피 보통사람은 주술과 도술을 분간할수도 없었다.
손각으로서는 왕일이 사람들을 학살하고 주술과 마공을 쓰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일정한 양을 넣을수 있는 주술이 있다는 것도 그냥 넘어갔다.
왕일은 그들을 보다가 아무말 없이 단지를 도구창에 넣었다. 이미 단지를 도구창에 넣는 것은 기정 사실이 된 상태였다.
도구창에 단지가 들어가는 것은 상당히 신기한 모습이었다. 도구창에는 크기 제한이 없었기에 한계치까지는 어떤 물건도 넣을수 있었어. 만약 크기 제한이 생기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만족감을 얻지 못할수도 있었고 다른 라이벌 게임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크기 제한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단지를 넣는 것은 아무일도 아니었다.
"그럼 갈까?"
황우강이 앞장을 서자 왕일이 그뒤를 따랐고 손각은 느릿하게 걷기 시작했다.
그들이 다음으로 간 곳은 거지들의 소굴인 무림맹 지부였다. 상상이상으로 초라한 지부였기에 근처에 도착했는데도 왕일은 심장이 내려 앉았다.
"이곳에는 무슨 일입니까?"
"무슨일이긴 일을 하러 왔지. 그래 저번에 간 산채에서 얻은것이 있는가?"
"예? 아... 예."
왕일이 말에 황우강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웃통을 벗어서 바닥에 놓았다.
"여기에 담게."
긴말은 필요도 없었다. 왕일은 잠시 망설이다가 도구창에서 산채에서 얻은 것들을 꺼내놓았다.
짐이 상당히 많았기에 황우강은 왕일을 보며 말을 했다.
"옷 하나만 꺼내게."
"알겠습니다."
왕일은 도구창에 있던 상의를 꺼내 바닥에 놓고 그 위에도 귀금속을 깔았다.
"그정도면 됐어. 나머지는 다음에 올때 꺼내지."
"알겠습니다."
왕일은 상당히 아까웠다. 품에 들어온 재물을 다른 사람에게 줄려니 아까워 미칠 지경이었다. 사실 게임이라면 적을 죽이고 보상을 얻은 것이니 왕일이 것이 되야 맞았지만 이곳은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였고 황우강은 공명정대한 대협이니 가지자고 말을 할수도 없었다.
"자 나를 따라오게."
둘은 짐을 짊어지었다. 그때 손각이 말을 했다.
"나는 여기 있을 테니 자네들이나 갔다오게."
"형님!"
"내가 가봐야 쓸데없는 일만 일어나 괜히 문제만 생길테니 안가는게 좋아."
멸천비도의 위명은 높고도 높았다. 가봐야 쓸데없는 일이나 부탁만 생길 텐데 손각은 움직일 형편이 되지 못했다. 왕일에게 무공을 알려줄려면 같이 다녀야 하니 아예 무림맹 지부에 안가는게 나았다.
"알겠습니다."
황우강은 말을 한후 왕일과 함께 무림맹지부인 거지소굴로 들어갔다.
거지소굴로 들어가니 거지들이 알아서 비켜주었다. 그런데 거지들의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 왠지 분주하게 오가는듯 했다.
왕일과 황우강은 타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타주는 여전히 뚱뚱했는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오.... 자네 왔는가?"
타주는 황우강을 보며 말을 했다.
"예. 타주님"
"그래. 잘 왔네. 검마를 상대로 크게 다쳤다고 하는데 괜찮은가?"
황우강은 전보다 수척해 졌고 얼굴색도 좋지 않았다. 검마의 이기어검술에 당했으니 좋을리가 없었다.
"예. 멀쩡합니다."
황우강의 말에 타주는 대충 그의 상태를 짐작했다.
왕일이 계속해서 치료를 해주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황우강은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듣자하니 이기어검술에 당했다고 했는데....."
"스쳤습니다. 만약 정통으로 맞았다면 죽었겠지요."
"그래. 방주님을 구해준것은 감사하게 생각하네. 방주님이 자네에게 따로 사의를 표한다고 하셨네."
"그래봐야 어디서 개한마리 구워주는게 전부 이지 않습니까?"
"허허... 방주님의 성은을 어찌 알고 방주님의 개굽는 솜씨는 일품이네. 진흙에 발라서 구워 먹으면 천하 별미라 할수 있지. 흠 자네가 싫으면 그만두겠네."
"아닙니다. 제가 언제 싫다고 했습니까? "
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쫗아. 자네가 그리 말하면 아무말 하지 않겠네. 대신 개 뒷다리 하나만 남겨 오게."
"타주님 그게 목적이셨군요."
타주는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네. 자네가 먹기 싫어하는거 같아서 도와줄려는 것이네. 흠흠."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전에 말한 것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어떤거 말인가? 설마 반지화 서쪽에 위치한 마인들 말인가?"
"예. 사람들을 모은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타주는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