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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하루 품삭이 적은 것은 그만큼 사람은 많고 일자리가 없다는데 있었다.
왕일은 물어물어 낭인소개소를 찾았다.
낭인이란 힘좀 쓰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돈을 받고 힘을 파는 자들이다. 물론 힘이라는 것은 싸움같은 것을 말한다.
낭인소개소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온몸에 상처가 난자들이 많았다.
대부분 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었기에 상처가 나기 쉬웠고 이시대의 치료법 자체가 형편없었기에 상처가 나면 크게 남았다.
왕일도 걱정이 되었지만 다른 일은 할 수가 없었다. 대충 계산해도 편의점 알바보다도 적었다.
적어도 편의점 알바는 한시간 일하면 삼각김밥 5개는 사먹을 돈이 생긴다. 하지만 이곳은 하루 종일 일해야 주먹밥 두 개 먹을 정도의 돈 밖에 생기지 않으니 할 수가 없었다.
이것도 하는일에 비하면 돈이라 할수도 없었다.
이일은 살인청부업과도 비슷했다. 분위기를 보니 무식한 자들이 대부분인듯 했는데 문제가 생기면 말보다는 칼이 먼저 나갈거 같은 자들이었다.
왕일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등록을 하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는 왕일을 보며 물었다.
“낭인입니까?”
“예. 낭인입니다.”
“이 도시는 처음입니까?”
“예. 처음입니다.”
“그럼 등록을 하겠습니다. 이름하고 경력을 말해주십시오.”
등록은 매우 간단했다. 이름하고 경력만 적으면 끝나는 일이었다.
왕일이 대충 말을 하자 그대로 적었다.
확인 작업도 하지 않았다. 낭인이라는 것은 실력이 모든 것을 말한다. 어차피 실력이 부족한지 않은지는 의례를 받으면 알일이었다.
“의례비는 삼할입니다. 선급을 받을때 반을 주신다음에 의례가 끝나면 나머지 반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하라는데로 할 수밖에 없었다.
왕일이 고개를 끄덕이자 낭인은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에 가십시오.”
빈 곳이 없어 보였지만 왕일은 한쪽에 가서 앉았다.
좁은 곳에서 뭉쳐 있으니 당연히 더웠고 찝찝 했지만 나갈수는 없었다.
괜히 의례가 들어왔을때 못할수도 있으니 말이다.
한참을 기다리자 한사람이 들어왔는데 그 역시 낭인등록을 하기 위해 온자였다.
그리고 다음 사람이 들어왔는데 그는 들어오자 마자 손가락으로 3개를 가리켰다.
“세냥”
세냥이라는 말에 몸을 일으켰다.
액수 만큼 위험한 일이였기에 아무나 일어나서는 안된다.
실력이 그보다 높다면 무시하면 그만이었고 실력이 그보다 낮으면 위험하니 안하는게 나았다.
자신의 목숨과도 직결된 일이었기에 함부로 일어나지 않았다.
다섯명 정도가 몸을 일으키자 의례자는 그들을 보더니 두명을 골랐다.
그리고 등록을 해준 사람에게 가서 몇마디 말을 하더니 그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저런식으로 하는 구나.’
이건 말 그대로 사람 장사였다. 의례자가 돈을 부르면 가격이 맞는 사람이 자신이 몸을 파는 셈이였다. 어떻게 보면 창녀와도 같았다. 돈을 주고 성을 사는 것이니 큰 차이가 없었다.
다시 몇 명이 와서 의례를 했는데 왕일은 지켜만 보고 있었다.
도저히 나설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의례인지도 모르고 단순히 돈만 보고 일을 맡는 것이니 나서는게 어려웠다.
그렇게 첫날에는 그냥 지켜만 보다 일이 끝났다.
다음날이 되자 다시 낭인소개소로 향한 왕일은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사람들이 많이 일어나는 의례에 눈치껏 일어났다.
다행이 왕일이 덩치가 커서인지 왕일을 선택했고 왕일은 첫 의례를 맡게 되었다.
일은 상단의 짐꾼이었다.
낭인이라고 해서 대단한 일을 주는 것도 아니었고 적을 상대하는 것은 표국에서 맡아 준다. 그러니 짐만 옮기면 되는 일이었다.
아무레도 일반 사람을 쓰기에는 거친 일이였고 산적이 나타나면 힘좀 쓸수 있게 낭인을 고용한듯 했는데 힘만 쓰면 되니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철전 세냥이니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니었다. 하루는 걸을 테고 짐도 옮겨야 했으니 이정도 액수면 손해인것도 같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손해라 생각하는 표정이 아니었고 일을 열심히 했으니 왕일도 따라서 일을 열심히 했다.
단순히 짐을 옮기고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으니 산적들이 나타났다.
산적들이 나타났을때 왕일은 긴장했다. 당장이라도 일전이 벌어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데 일정한 돈을 지불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통행료를 내는것으로 끝이 났기 때문이다.
다시 길을 가기 시작했고 다음에 만난 산적 역시 돈을 지불해 해결했다.
'표사들도 일이 쉽구나.'
단순히 돈을 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 생각보다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보조직업으로 표사일좀 했는데 표사나 할까?'
왕일은 잠시 생각을 하다 웃었다. 간단한 노점 일도 아는사람에게 소개를 받지 못하면 시켜 주지 않는다. 그러니 생명이 오가는 표사일을 아무에게나 시켜 주지 않을 터였다.
문제는 다음에 벌어졌다.
세번째 만난 산적들은 단순히 통행료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전투가 벌어지자 왕일은 어떻게 할지를 망설였다.
하지만 다른 일꾼들이 수레 뒤에 숨었고 왕일과 함께 온 낭인들도 수레 뒤로 가는 것을 보고 왕일도 뒤로 빠졌다.
표사들과 산적이 싸우는 것을 보는 것은 상당히 스릴이 넘쳤다.
실력은 표사들이 좀더 나았다. 하지만 산적들은 숫자가 많았고 미리 준비를 한듯 했다.
비슷하게 싸우다가 산적들이 활을 사용하자 표사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산적들 중에 사냥꾼도 있는듯 매우 정확하게 화살을 날렸고 표사들은 화살을 막을수 없었다.
그렇게 한명씩 표사가 목숨을 잃기 시작하자 승부가 점점 갈리기 시작했다.
산적들이 이긴 것이다.
왕일은 상당히 당황해 하고 있었다.
이건 게임이 아니었다. 실제로 피와 살이 튀는 실전이었다.
실제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는 것은 공포였고 패닉이었다.
왕일은 겁이 나서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다.
'젠장'
바지가 축축했다. 오줌을 지린듯 했다.
실전에서 살기를 직접 느끼니 오줌을 지릴수 밖에 없었다.
게임상에서야 사람을 많이 죽였지만 그건 게임이였고 실제로 죽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실제로 죽은 사람이 있었다.
제정신은 아니였지만 승기가 기운것은 알수 있었다. 왕일은 순간 고민을 했다.
'도망 갈까?'
현재 전세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다. 표사들은 완전히 밀렸고 산적들은 강했으며 숫자가 많았다.
지금 상태에서는 누구나 죽음을 피하지 못할거 같았다.
일꾼들 중에서도 도망자가 나왔다.
도망가야지 별수 없었다.
왕일 역시 자신도 모르게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비명소리와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기에 도저히 이곳에 있을수 없었기 때문이다.
왕일은 당황해서 스킬도 쓰지 못했다. 스킬이야 당황하지 않은 상태에서나 쓸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킬을 쓰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모두 죽여라"
산적들은 일꾼이라고 해서 살려둘 생각이 없는듯 했다.
왕일은 급히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쫓아오는 산적에게서 벗어날수가 없었다.
'싸우자.'
벗어날수 없었다. 그렇다고 죽어줄수도 없으니 우선은 싸워야 했다.
왕일은 급히 검을 뽑았다.
"호. 게기겠다는 거지? 그래 반항을 안하면 재미가 없지. 그래 한번 죽어봐라."
실전이라 생각하자 왕일은 제대로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왕일은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만약 상대방이 강자였다면 왕일은 죽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산적이 실력이 형편 없었다.
실력이 부족하니 왕일은 굳은 몸으로도 쉽게 피할수 있었다.
"뭐야 이놈. 왜 안죽어."
산적은 처음에는 장난으로 왕일을 공격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장난이 아니라 전력을 다해 왕일을 죽일려고 했다.
하지만 왕일은 가볍게 피해내고 있었다.
물론 몸은 가볍게 움직였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왕일은 죽을까봐 떨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나마 상대방의 공격이 눈에 느리게 보였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버티기 힘들었다.
왕일은 시간 감각이 4배인 게임에서 게임을 했다. 그러니 현실에서는 상대방이 움직임을 네배로 느리게 볼수 있었다.
산적이 검이 네배로 느리게 움직이니 그것을 상대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쉬운일이었다.
왕일이 눈에는 산적이 빈틈이 보였지만 왕일은 무기를 휘두르지 않았다.
겁을 먹은 상태였기에 공격까지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뭐야 장난해?"
대결을 보던 산적 하나가 더 끼어 들었다. 하지만 마찬가지였다. 왕일은 한명을 상대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은 상태였기에 한명이 더 추가 되어봤자 충분히 상대할수 있었다.
"무린인이다."
상대를 하던 산적이 크게 말을 했다. 그제서야 왕일이 실력을 알게 되었다.
왕일이 단순히 키만 크다고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는 상당한 실력을 지닌 것을 알게 되었다.
산적들은 어느새 네명으로 늘어났지만 왕일은 좀더 여유있게 피해내고 있었다.
"죽어!"
네명이서 한명을 상대하지만 죽이는 것은 힘들었다. 왕일은 산적들의 공격을 쉽게 피해내고 있었다.
왕일은 피하면서 비명을 질렀다.
"사.... 살려줘."
마치 비명을 지르면 도움을 주러 사람이 달려올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첫 실전 때문인지 공포 때문이라도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다시시간이 흘렀다.
산적들은 상당히 지친 표정이었다. 왕일을 상대하려 전력을 쏟았기에 힘이 부쳤다.
왕일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피할려고 피했지만 공격을 모두 피한 것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생명력이 계속해서 달았다.
왕일은 긴장을 했기에 제실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적을 공격하는 것도 하기 힘들었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공격을 해본 적이 없으니 공격을 하는게 힘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나타났다.
"멈춰라"
"누구냐?"
왕일을 공격하던 산적들은 새롭게 나타난 자를 경계했다. 같은 산적이라면 멈추라는 말을 하지는 않을 터였다. 외부인 인거 같은데 그럼 적이였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이다. 너희들은 왜 공격하고 있느냐?"
"상관하지 마라."
"그냥 갈길이나 가라."
이곳은 상단을 습격한 곳에서 거리가 제법 있었다. 그러니 자신들이 산적이라는 것을 눈치 채기 힘들었다.
"그럴수는 없는데."
나타난 자는 중년인이었다. 그는 왕일을 보며 말을 했다.
"도움이 필요한가?"
"예. 도와주십시요."
왕일은 망설임 없이 말을 했다. 그순간 중년인은 빠르게 움직이더니 산적들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일반 무림인이 아닌 움직임이였지만 왕일은 그런 것을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산적들이 제압 되자 왕일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대로 주저 앉았다.
중년인은 왕일을 보며 말을 했다.
"무슨 일인가?"
"사.... 산적들입니다."
"그래? 어디인가?"
산적을 만났다면 나머지 사람들이 위험했다.
왕일은 가까스로 힘을 내서 일어났다.
"저... 저쪽입니다."
"알았네. 여기 있게."
중년인은 빠르게 움직였다. 마치 자동차를 탄 것처럼 순식간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더니 어느새 사라졌다.
왕일은 풀린 다리에서 다시 힘이 빠졌다.
중년인을 따라갈려고 했지만 우선은 앉아서 잠시 쉬어야 할듯 했다.
왕일은 오분정도 쉰다음에 일어났다. 그리고 급히 중년인을 따라갔다.
습격현장에 도착하자 왕일은 입을 크게 벌렸다. 놀랍게도 그 짧은 순간에 중년인은 산적들을 모두 제압했다.
물론 생존자는 없었다. 왕일이 산적들과 싸우는 동안 산적들이 상단 사람들을 모두 죽였기 때문이다.
생존자는 없어 보였다.
중년인은 왕일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게도 생존자는 없었네. 너무 늦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