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8화 (58/64)

심후는 민성이 알려준 사람에 대해 끈질기게 조사했다.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자들이 너무 많아서 추적하는 것이 어려워 보였지만 계속해서 추적해나가다 보니 심후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모두 테론 그룹과 끈이 있다.'

하나의 공통분모를 확인하고 방향을 정하자 추적은 더 빨리 진행되었다. 그리고 테론 그룹 회장의 숨겨진 자식이 새롭게 후계자 경쟁에 뛰어든 것이 포착되었다.

'후계자 분쟁이라.'

이를 보며 심후는 하나의 확신을 얻게 되었다.

테러는 테론 그룹 후계자 경쟁이 과열되며 벌어진 사건으로 보였다. 자세히 조사해보니 서로 조직까지 이용해 불법적인 습격도 서슴치 않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건 폭력 조직 뺨치는 군.'

태생이 암흑가여서 그런지 그룹 내에 거친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말로 안 되면 힘으로 해결하려는 부류가 대다수였다.

'썩었어.'

내부 사정을 알면 알수록 혐오가 치밀었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심후는 벌떡 일어서며 조작하던 패드를 거칠게 내팽개쳤다.

"개새끼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었다. 물론 강운이나 에린이 새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심후는 심혈을 기울여 일으킨 사업이 폭삭 주저앉았다.

무공을 익히지 못했다면 성공도 힘들었겠지만 죽음도 피할 순 없었다.

"진정해요."

옆에서 심후의 조사를 확인한 에린도 분노했다. 하지만 분노가 끓어오르는 순간을 항상 조심하도록 교육 받은 에린은 심후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화가 날 때 한 잘못된 선택으로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얇은 티셔츠 한 장만 입은 에린은 심후를 뒤에서 껴안으며 가슴을 밀착했다. 부드러운 가슴의 압박과 여인의 향기가 포근하게 몸을 감싸 안는 동시에 귓가에 불어넣어진 속삭임은 뜨겁게 달궈진 머리를 다른 것으로 조금씩 채웠다.

"화가 날 때는 천천히 생각하는 게 좋아요. 욱하다가는 전부다 망가지니까."

심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살짝 고개를 돌려 감사의 키스를 볼에 해주자 에린의 손이 가슴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럼 조금만 이렇게 있게 해줘요."

심후의 몸을 더듬는 에린의 손은 음란했다. 애무를 하는 것처럼 가슴을 쓰다듬는가 싶더니 윗도리를 들어 올리고 맨살을 더듬기 시작했다.

가슴 근육에서부터 복근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에 심후는 흥분 되는 것을 느꼈다. 느릿느릿 달팽이처럼 몸을 쓸어내리는 손길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더니 바지 위를 쓰다듬었다.

바지 아래에는 돌기둥이 우뚝 솟아 거대한 텐트를 쳐놓고 있었다. 에린의 손은 텐트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거기까지."

몸을 돌린 심후는 에린을 끌어안았다. 힘없는 수초처럼 당기는 대로 흔들리듯 안기는 에린은 심후의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분노와 냉정이 어우러진 심후는 거칠게 에린을 탐하고 싶다는 욕망이 치솟았지만 참았다. 

'어떻게 할까?'

에린의 몸에 분노를 표출해봐야 진짜로 풀리는 것도 아니었다.

분노의 찌꺼기만 배출되고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휩쓸릴 뿐이었다.

"후우......."

심호흡을 하며 에린을 살짝 밀어낸 심후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그냥 내버려둘 순 없다. 그렇다면 무너뜨리면 될 일.'

현재 곁에 있는 에린의 도움만 있다면 테론 그룹 정도는 충분히 무너트릴 수 있었다. 여기에 강운까지 동원한다면 순식간에 가루로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가슴 한 구석의 욕망은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손해 배상 받아야지.'

사업이 쫄딱 망했다. 테론 그룹 때문이었다.

"내가 먹을 겁니다."

"네?"

"테론 그룹. 내가 먹는다고요."

심후의 말을 이해한 에린은 화사하게 웃었다. 심후가 원한다면 테론 그룹을 안겨주는 것은 얼마든지 기쁘게 할 의향이 있는 에린이었다. 하지만 돕기 전에 우선 의사를 확인해야만 했다. 

"도와줘요?"

"아니, 그냥 내가 다 할 테니까요. 나중에 돈 좀 빌려줘요."

"알았어요. 그럼 복수는 어떻게?"

"그쪽도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요. 일단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아직 나서지 말고 황태자한테도 그렇게 전해줘요."

"알았어요. 그럼 상을 줘요."

"상?"

"화난 거 풀어줬으니까."

대답을 하는 에린의 팔에 힘이 들어가자 고개가 숙여졌다. 저항할 수도 있었으나 심후는 힘을 빼고 힘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이윽고 만난 두 사람의 입술은 한참 동안 떨어지지 않고 숨결을 공유했다.

심후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작은 투자회사를 차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해킹한 정보를 이용해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고는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그리 많지 않은 돈이라 큰손들이 움직이는 자금의 흐름을 따라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점점 돈이 커지면서 선택의 시기가 찾아왔다.

'분산 투자로 몸을 숨기고 다시 거대 자본의 흐름을 쫓을까? 아니면 내가 흐름을 만들어볼까?'

거대한 흐름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와 영향력이었다.

에린과 강운을 동원한다면 흐름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심후는 도움을 거절했다.

'내 능력을 확인하는 거야.'

상류층의 일원이 된다고 해도 능력이 없으면 무시당할 뿐이었다.

그저 운 좋은 졸부 정도로 취급될 뿐이었다. 분산 투자로 돈을 더 불리는 것도 좋았지만 계속해서 테론 그룹의 후계자 경쟁을 지켜보는 것에 신물이 난 심후는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일단 작은 놈부터 시작하자.'

심후는 목표로 한 자의 회사의 내부 비리를 아무도 추적할 수 없는 루트로 미디어에 폭로했다.

뉴스가 뜨고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해당 회사의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수사가 시작되고 과도한 양의 추징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회사의 주가는 끝을 모르고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여기에 불을 지르는 행동을 한 번 더했다.

몰락하고 있던 후보와 치고받고 싸우던 후보의 회사 내부 비리를 터트린 것이었다. 이로 인해 기현상이 일어났다.

경영권을 두고 다투는 경우가 생기면 주가가 과열되어 올라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두 번에 걸친 비리 폭로는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

- 과열된 경쟁으로 서로 죽고 살기로 물어뜯고 있다!

외부에서 보는 시선은 냉정했다.

경쟁을 하다못해 서로 비리를 터트리며 몰락시키려고 하는 모습에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칫하다가는 본전도 찾지 못할 상황이었다.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치열했던 경쟁이 조금씩 식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심후는 연쇄 반응을 원했기에 멈추지 않고 비리를 폭로했다. 한꺼번에 터트리지 않고 꼭 하나씩 했다.

후계자들 사이에 얽힌 관계를 이용해 서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폭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정되던 싸움은 개싸움으로 변했고 급기야 폭력을 불렀다.

비리를 터트리며 그룹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서로 숙청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고사나 자살로 위장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정신 병원에 갇히거나 마약 사범으로 체포되기까지 했다.

그룹의 후계자들이 하나둘 좋지 못한 일로 쓰러지자 테론 그룹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테론 그룹의 회장은 인맥을 총동원해 악착같이 버티려고 했지만 어려웠다.

강운과 에린이 직접 관여하거나 돕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테론 그룹에 대해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상류사회에서 외면 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진정한 강자라면 스스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어야만 했다.

테론 그룹은 오랜만에 능력을 시험받는 중이었다.

'너희들은 망해도 싸.'

심후는 직접 손을 쓰지 않고 후계자들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죄책감은 없었다.

폭력을 사용한 순간 같은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적'이 된 까닭이었다.

칼을 들고 덤비는 적은 말이 통하지 않는 맹수나 다름없다는 것이 심후의 생각이었다.

같은 사람으로 대접할 이유가 없었고 대화를 시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직접 나서서 손을 쓰지 않은 이유는 위험한 일에 모습을 드러낼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였다.

'어떻게 죽이던 죽이면 된 거지. 다 자업자득이야.'

테론 그룹의 인물들이 성실한 사람들이었다면 비리 폭로 따위로 이렇게까지 흔들릴 이유는 전혀 없었다. 심후는 그것을 생각하며 다음 단계의 작업에 착수했다.

'이제 슬슬 수확하러 가볼까?'

그룹 전체가 흔들리며 외면 받고 있는 지금 이 순간 테론 그룹의 전체 주식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심후는 에린에게 빌린 돈으로 티 나지 않게 야금야금 주식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즐거운 시간 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룹 전체가 흔들리며 외면 받고 있는 지금 이 순간 테론 그룹의 전체 주식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심후는 에린에게 빌린 돈으로 티 나지 않게 야금야금 주식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즐거운 시간 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절대 평범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강운은 심후가 해내는 일들을 보며 확신했다.

'천재, 아니면 뭔가 있다.'

하지만 더 알고 싶어도 조사를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우선 에린이 바로 옆에 붙어서 모든 감시를 차단하는 중이었다. 아울러 황실에서도 황녀들이 황제를 통해 강운의 행동을 제한하는 중이었다.

억지로 사고를 친다면 알아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지만 후폭풍을 감당할 순 없었다. 심후에게 빠져 이제는 동거까지 하고 있는 에린이 무섭게 달려든다면 강운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결국 강운은 그대로 더 두고 보기로 했다.

'테론 그룹을 집어 삼키는 중이니 어차피 숨긴 것이 있으면 앞으로 드러나겠지.'

급할 것은 하나도 없었다.

무공을 익힌 이상 수명이 연장되기 때문에 인생은 꽤 길다고 할 수 있었다. 아직 반도 못살았는데 내일 죽을 것처럼 발악할 필요도 없었다.

강운은 느긋하게 테론 그룹의 몰락을 지켜보았다.

"잘 망하는 구나."

이미 죽은 이들은 어쩔 수 없지만 마약 사범으로 교도소에 들어간 이들에게는 게이를 붙여 후장을 괴롭히도록 지시했고 정신 병원에서는 절대 나오지 못하고 진짜로 미치게 만들도록 사주했다.

허나 복수가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 뜻밖의 인물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심후씨,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어요."

에린은 고집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눈빛이었다.

"알았어요. 이제부터는 에린이 직접 나서요. 난 옆에서 그냥 돕기만 할 테니까."

"고마워요."

심후가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테론 그룹을 집어 삼키는 도중 엉뚱한 존재가 튀어나온 것이었다.

그것은 무하메드라는 사우디의 왕자였다. 

'설마 아랍의 왕자가 배후에 있었다니.'

테론 그룹이 완전히 넘어갈 위험에 처하자 테론 그룹의 회장은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그것은 바로 무하메드에게 지원 요청을 한 것이었다. 둘 사이에 관계가 드러나자 에린은 심후에게 더 이상 일을 맡겨 놓을 수 없었다.

유태 자본에 뿌리를 두고 있는 R가문과 아랍의 왕족들은 대대로 사이가 좋지 못했다. 둘 사이에는 달력에 기록되는 햇수만큼이나 기나긴 대립의 역사가 존재했다.

그것은 한두 사람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다고 풀릴 일이 아니었다.

심후도 익히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에린을 말릴 수 없었다.

아랍 왕자가 테러에 연관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심후만의 복수가 아니게 되었다. 

'슬슬 조민성이나 처리해야지.'

그 동안 다른 이들이 눈치 챌까봐 일부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두었던 민성을 벌할 시간이었다.

에린과 강운은 아랍 왕자의 출현에 이를 갈았다. 테러는 처음부터 여러 가지를 노린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흘러들어가자 한제국 황실은 물론 R가문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태 파악에 들어갔다. 상황이 복잡해지는 와중에 심후는 민성과 만날 약속을 잡았다.

약속 장소는 한적한 바닷가의 작은 횟집이었다. 파도가 부서지는 광경이 한 눈에 보이는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회를 집어 먹는 맛은 일품이었다.

심후는 먼저 여유롭게 풍경을 즐기며 민성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왔습니다.

심후의 주변에는 강운이 보낸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심후가 민성에게 복수를 한 후에 바로 체포하기 위해 함정을 판 것이었다.

민성을 시작으로 그 동안 모은 증거 자료를 가지고 관련 인물들을 대거 체포할 계획이었다. 언론에도 이를 동시에 내보내는 것은 물론 새롭게 파고들고 있는 무하메드와의 연결된 의혹도 기사화 될 참이었다.

한제국에서는 아랍의 자금이 국내 대기업을 잠식하는 것을 막고 싶기에 두는 강수였다. 뉴스가 나가면 테론 그룹은 그야말로 공중분해 된다는 것이 어울릴 정도의 타격을 입게 될 터였다.

이렇게 되면 무하메드는 자금을 회수하는 수밖에 없었고 이 때 심후가 주식을 쓸어 담으면 끝이었다.

"한심후?"

횟집에 들어선 민성은 자리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며 회를 먹는 심후를 본 순간 안 좋은 생각이 들었다.

불안감에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자 심장이 주저 앉는 느낌이었다.

손님이라고는 심후 한 명뿐이었던 것이었다.

지은 죄가 있는 민성은 바로 가게를 벗어나려 했지만 입구에는 어느새 덩치 큰 남자들이 서서 길을 막았다.

"조민성. 그 동안 재미있었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심후는 민성을 향해 느릿느릿 움직였다.

"왜 이러십니까? 경찰 부를 겁니다!"

"왜 이러냐고? 네가 더 잘 알잖아. 테러범."

심후의 입에서 나온 '테러범'이라는 단어 하나에 민성은 곱게 돌아가긴 틀렸음을 깨달았다. 순간 민성은 근처의 의자를 들어 입구를 막고 있던 남자를 향해 휘둘렀다.

허나 남자를 맞추는 것에는 실패했다.

특수 훈련을 받은 요원들이 민간인이 휘두른 의자에 맞고 쓰러진다면 망신이었다.

만약 그런 사태가 벌어졌다면 혹독한 훈련을 받게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컥!"

요원이 손을 쓰기 전에 등을 보인 민성을 때려눕힌 심후였다.

옆구리를 걷어차는 순간 약간 떠오른 민성은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손해를 입었는지 알아?"

"개새끼! 부자들 똥꼬나 빨아주는 주제에!"

심후는 피식 웃었다. 이어서 구타가 시작되었다.

말로 설명할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저 분이 풀릴 때까지 때릴 뿐이었다.

계속해서 얻어맞던 민성은 결국 기절했다. 

"깨워주세요."

말 한 마디에 요원들은 순순히 협조했다.

이미 받은 명령이 있기 때문에 지켜볼 뿐이었다. 어차피 요원들은 민성을 체포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모두 정력 요리를 해준다는 말에 군침만 흘리며 기다릴 뿐이었다.

찬물이 끼얹어지고 민성이 깨어나자 심후는 다시 구타를 시작했다.

대화 시도 따윈 없었다. 죄를 뉘우치는 모습 따윌 보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구타는 꽤 오래 지속되었다. 심후가 전력을 다해 팼다면 민성은 단 한 대만 맞아도 사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심후는 민성의 상태를 봐가면서 죽지 않을 만큼만 팼다.

"씨팔, 왜 나한테......."

"그건 교도소에서 후장 뚫리면서 생각해봐. 데려가세요."

요원들에 의해 끌려 나가는 민성은 정신이 없었다. 다만 욕을 지껄였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듣기 싫어진 요원 하나가 입에다 수건을 물린 것이었다.

민성이 끌려가는 모습을 본 심후는 문제 하나를 해치웠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민성이 테러를 일으키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연민을 느끼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방법과 대상 선정이 잘못되었던 것이었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사람도 화나면 무서울 때가 있는 법이었다.

무하메드가 한제국에서 자금을 철수시키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에린과 제국 황실은 쉽게 놔주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섰다.

과거 석유 자원이 중요하던 시절에는 산유국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많은 정부들이 노력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석유 자원이 고갈되기 직전 아랍의 왕족들은 그 동안 모은 부를 금융과 부동산에 재투자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했고 성공했다. 또한 아프리카에 성공적으로 퍼진 이슬람교와 아랍 자본가의 투자는 새롭게 떠오르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세계는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경제를 통한 전쟁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생산성을 통해 국가의 인프라를 발전시켜 더 강한 힘을 보유하지 않으면 국제 사회에서 발언권을 얻기가 어려웠다. 서로가 가진 것을 빼앗고 굴복시키기 위한 경제 전쟁은 멈추질 않았다.

상류 사회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회사와 권력을 이용해 사람을 움직였다. 그렇기에 자본의 흐름에 굉장히 민감했다.

돈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서 일반인들이 다른 행동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테론 그룹과 민성이었다.

"무하메드를 암살한다고요?"

"네, 본보기를 보일 필요가 있으니까요."

한 대 맞았는데 가만히 있게 되면 한 대 더 맞을 수가 있었다. 한 대 맞았을 때 성질내며 한 대 때리지 않으면 우습게 보이는 것이었다.

유치한 어린 아이들 싸움 같아 보이지만 상류 사회의 싸움이란 것이 원래 그랬다.

너무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모나 선생님 같이 행동을 규제할 수 있는 존재가 없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오히려 사회의 꼭대기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자연 속의 맹수들이 싸우는 것과 비슷했다.

약하면 먹히는 세상인 것이었다.

때문에 상류 사회 사람들은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 허세를 부리기도 하고 사치를 함으로써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도 하는 것이었다. 또한 당한 것이 있으면 잊지 않고 보복 하는 것도 있었다.

모두 뜯어 먹히지 않으려는 노력인 것이었다.

사람 좋게 굴다가는 다른 인물에게 뜯어 먹히는 것은 물론 처절하게 몰락할 수도 있었다.

얘기를 듣는 심후는 에린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왜 추억만 만들고 헤어지려 했는지 알 것 같군.'

에린을 흔들려 하는 자들이라면 자신을 목표로 하는 것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심후가 생각하기에도 에린을 흔들기 위해선 자신을 건드릴 것 같았다.

물론 심후를 건드린다면 에린이 가만히 있을 이유는 없었다. 분명 지독하게 복수를 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망가진 다음에 복수를 해봐야 망가진 사람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은 힘들었다.

간절히 원하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서도 자신을 배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음의 벽이 조금 허물어졌다.

"암살한다면 저쪽에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해야 해요. 저쪽이 먼저 폭력을 사용한 이상 가만히 있으면 계속 당할 뿐이니까."

계속 싸운다는 것이 쓸모없는 소모전이라는 것을 느끼고 멈추자고 할 때까지 싸움은 멈출 수 없는 것이었다. 한 대 때리고 말로 미안하다고 한다고 웃으면서 받아주다 보면 계속 같은 짓을 반복하기 때문이었다.

건드리면 같이 망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느끼게 해줘야만 폭력의 굴레를 멈출 수 있는 것이었다.

"나도 도울게요."

"고마워요. 하지만 직접 나설 필요는 없어요. 그냥 제 옆에 있어줘요."

"물론이죠."

1달 뒤, 무하메드는 자택에서 마약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 작품 후기 ============================

이제 8월이군요. 8월의 첫날을 시작하는 시간에 한 편 올려봅니다.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달 뒤, 무하메드는 자택에서 마약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 작품 후기 ============================

이제 8월이군요. 8월의 첫날을 시작하는 시간에 한 편 올려봅니다.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테론 그룹을 완벽하게 인수하게 된 심후는 몹시 바빠졌다. 해결해야할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에린이 소개해 준 인물들을 최고경영자로 각 계열사에 취임시킨 것으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즐거움을 찾는 것은 가능했다.

"새로운 이름은 뭐로 할 건가요?"

"심후 그룹으로 할까요?"

썰렁한 농담에 에린은 피식 웃고 말았다. 이제는 농담도 던지는 심후의 모습에 심장은 더욱 세차게 뛰었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었다.

"농담하지 말고요. 자신의 이름을 그룹 이름으로 한다면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많아요."

"알아요. 하지만 세상에 기업은 많고 좋은 이름은 대부분 선점 했는걸요."

"그래도 찾아야죠."

테론 그룹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선 이름을 바꾸는 것은 필수였다. 과도한 비리 폭로로 사람들에게 '테론'이란 이름은 비리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경영자가 바뀌었다 해도 일반인들은 그런 것을 별로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잘 몰랐다. 기억하는 것은 사건에 연루된 기업의 이름 정도였다.

"냉면 그룹은 어때요?"

"푸훗, 그게 뭐에요?"

"그럼 식신 그룹?"

"장난 그만 치고요. 진지하게 생각해봐요."

사업 얘기를 하고 있지만 농담으로 인해 유쾌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주고받는 두 사람의 눈에는 기이한 반짝임이 오가는 중이었다.

"으음, 그럼 게임 그룹?"

"안 돼요."

"그렇다면......."

잠시 뜸을 들이던 심후는 에린이 앉은 의자 뒤로 돌아갔다. 서서히 좁혀진 거리는 어깨에 손을 대는 순간 사라졌다.

두 사람의 온기는 손을 통해 서로에게 전해졌다. 생명의 체온이 이어지자 마음이 포근해졌다.

에린은 심후의 손을 잡고는 뒤로 기댔다. 배에 기댄 얼굴을 내려다보는 심후는 미소 지었다.

귀여운 얼굴이 보였다. 손에 닿은 볼은 보들보들했다.

힘을 주면 터질 것 같은 부드러움에 최대한 힘을 빼고 쓰다듬었다. 

"그렇다면?"

에린의 목소리에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아니, 에린의 목소리에 그런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심후의 마음에서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문득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은성?"

"으음, 좋은 단어지만 안돼요. 이미 쓰고 있어요."

"아깝네요. 특별한 이름이라서 꼭 쓰고 싶었는데."

"고마워요."

'은성'이란 이름은 에린의 가문에서만 생산하는 은성차를 의미했다. 특별한 추억이 얽혀있는 차이기에 새롭게 시작할 그룹의 이름으로 쓰고 싶었으나 선점한 이가 있으니 포기해야만 했다. 

"포기. 더 생각 안 나요. 에린씨가 지어줘요."

"정말요?"

"네, 정말요."

에린은 크게 기뻐했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펄쩍 뛴 에린은 심후를 붙잡고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강아지처럼 폴짝거리며 품에 뛰어드는 에린이었다. 순수한 기쁨이 느껴졌다.

서로를 끌어안고 느끼는 기쁨은 상대에게도 전해졌다. '좋다.

'행복이 느껴졌다. 만족스러웠다. 순수한 기쁨을 나눔으로 인해 허물어지던 마음의 장벽은 더욱 빠르게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럼 '에후'는 어때요?"

"에후요?"

기뻐하던 에린이 내뱉은 단어를 음미하던 심후는 크게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에린의 이름에서 따온 '에'와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후'를 합쳐 '에후'를 만들었다는 것은 금방 눈치 챌 수 있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에후의 뜻은 한심해서 저절로 나오는 한숨을 쉴 때 하는 말이잖아요."

"아."

그제야 중요한 문제점을 깨달은 에린의 얼굴은 붉어졌다. 창피함으로 물든 얼굴로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모습에 가슴이 간질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럼 이건 이때요? ES."

각자의 이름 첫 자의 영문 이니셜에서 따온 글자였다. 에린은 와락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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