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다시 확인해봐야 하네.'
충동적인 행동으로 인해 접근하려던 계획은 잠시 뒤로 미뤄졌다.
한편, 게임에 들어온 강운은 밀리터리 매니아들과 열심히 모의전을 하는 중이었다. 심후를 꺾기 위해 연습하는 것이었다.
- 목표물 위치 확인. 모의전을 승리로 이끌고 나서 메시지창을 확인해보니 고용한 감시인이 심후의 위치를 보고해왔다.
'게임 하고 있나?'
강운은 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모든 리미트를 해제하고 검을 꺼내 들었다. 게임에서는 아직 제대로 꺾어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무엇보다 제대로 싸웠다고 하기도 어려웠다. 심후는 항상 도망쳤다.
때문에 제대로 싸우면 자신이 이기리라 생각했다. 빠르게 달리는 강운은 한 마리 제비가 되었다.
빠른 속도에 바람이 일었다. 강운이 심후가 있는 곳에 도착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심후!"
심후를 발견한 강운은 바로 돌진했다.
"왜 또?"
"싸우자!"
"바쁘거든? 나중에 싸우지?"
"싫다!"
떼쓰는 어린 아이 같은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허나, 생각해보면 강운이 심후를 기다려 줄 이유는 없었다.
심후 또한 다른 유저들을 마음 내키는 대로 학살하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제멋대로 구는 인간이 게임 속에서 더 제멋대로 굴기 시작했다.
"하압!"
기합을 내지르자 강운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머리카락이 온통 붉게 물들며 빛나기 시작했다.
전신에 붉은 혈무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심상치 않은 스킬을 쓰는 것을 본 심후는 검과 권총을 꺼냈다.
"호오? 무기를 바꾼 건가?"
강운은 여유롭게 웃었다. 심후가 접근전을 하려 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접근전이라면 내가 더 유리하지.'
허나, 승리에 대한 확신은 10초도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강운이 검으로 타격하기 전에 심후는 블링크를 이동해 등 뒤로 돌아가 권총을 쏜 것이었다.
"큭!"
뒤통수에 총알이 박히자 크리티컬 데미지가 떴다.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무시할 정도도 아니었다.
"죽어!"
화가 난 강운은 다시 몸을 돌려 심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에 심후는 자세를 낮추고 검을 비스듬히 세워 공격을 몸 옆으로 흘리며 옆쪽으로 이동했다.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이뤄진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공격이 통하지 않자 강운은 더욱 빠르게 공격을 휘둘렀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심후는 계속 공격을 비스듬히 흘리며 옆으로 이동했다. 쿨타임이 되면 잊지 않고 블링크를 써서 움직였기에 강운의 공격에 맞지 않았다.
그러면서 꾸준히 총질을 해 강운의 생명력을 깎아냈다.
"미꾸라지 같은 놈!"
강운은 온갖 욕을 퍼부었다.
"이제 그만하지? 3시간이나 지났는데."
문제는 강운의 생명력과 회복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3시간 동안 총질을 했는데도 잡질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포기 못해!"
"거 테러범 잡으려고 하는데 자꾸 방해하지 말고 좀 비켜."
심후가 한 마디 내뱉자 강운은 우뚝 멈췄다.
"뭐라고?"
질문하는 강운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냉정했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금요일이군요.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즐거운 금요일 저녁 보내시길.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뭐라고?"
질문하는 강운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냉정했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금요일이군요.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즐거운 금요일 저녁 보내시길.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정리한 설명을 들은 강운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강운 또한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었다.
'의왼데?'
너무나 의외의 인물이 나타났다.
"어쨌거나 방해하지 말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괜히 나서서 수사한답시고 잡아가면 곤란해."
"왜?"
"정말 저 녀석이 혼자 한 건지 아닌지 모르니까."
심후의 의심에는 끝이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 민성이 혼자 저지른 일로 보이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주변에 어떤 자들이 있어 테러를 부추겼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강운도 심후의 말에 동의했다.
잡아다 자백제를 써서 알아내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민성이 체포될 경우 주변에 진을 치고 있던 자들이 눈치 채고 숨어버리는 것은 막기 어려웠다. 꼬리가 잘리면 잡기 힘들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원은 필요 없고?"
"필요 없다. 방해하지나 말라고. 대신 조사 결과는 알려주지."
"좋다."
강운은 순순히 물러났다. 심후를 감시하는 인물들이 있으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때, 문득 의문이 떠올랐다.
"그런데 넌 어떻게 알아낸 거지?"
심후의 정체가 다시 궁금해졌다.
귀신같은 게임 실력에 이어 일반인 중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전투 수행 능력까지 다양한 재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더구나 아직 확인은 못했지만 서버 센터를 지으며 안에 설치된 서버를 직접 제작한 것 같았다. 여기에 요리 실력까지 더하면 평범한 인간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무엇인가 떠오를 것 같은 순간,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갑자기 저격총을 꺼낸 심후가 머리에 대고 연사를 한 것이었다.
"이!"
반응을 하려고 했지만 심후가 더 빨랐다. 방심하고 있던 순간을 이용한 코앞에서의 사격은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스킬을 발동시켜 총알을 쳐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총격을 당한 충격에 몸이 제멋대로 회전하는 중이었다.
심후는 여유롭게 강운을 잡아버렸다.
"잘 가."
마지막 한 발이 이마에 박히자 강운은 이성을 잃었다.
'한심후!'
하지만 심후는 이미 몸을 숨긴 뒤였다. 이후 강운은 심후를 잡으려고 쫓아갔지만 심후의 연락을 받고 출동한 제니와 메이드 부대의 폭탄 테러에 가로 막히고 말았다.
민성을 쫓던 심후는 게임을 하면서 민성의 모든 것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주고받는 메시지는 물론 통장의 잔고와 인간관계까지 전부 파헤치기 시작했다. 또한 도시 전역에 깔린 감시 카메라를 이용해 민성이 이동했던 곳에서 찍힌 모습까지 모두 찾아내 저장하기 시작했다.
'딱 걸렸어.'
테러 당일 바밥바의 맞은편인 태자바에 들려 아침부터 식사를 한 것이 포착되었다. 그 뒤 테러 현장을 급하게 벗어났다.
얼핏 보기에는 두려움에 사고 현장에서 멀어지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심후는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가방을 왜 거기서 버린 거냐?'
감시 카메라에 찍힌 가방은 이후 다른 사람이 주워갔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혼자 한 게 아니다.'
민성은 오히려 들러리처럼 보였다.
수사를 하던 정보국에서는 혐의를 어떤 거대한 단체만을 우선하여 집중적으로 조사했기에 놓친 실마리였다.
'그런데 차와 폭탄은 제조한 흔적이 없어. 그렇다면 제3의 인물이 했다는 건데.'
나머지는 아무리 역추적을 해도 잡히는 것이 없었다.
스포츠카가 운전되어 온 경로를 되짚어 가 봐도 나오는 것은 없었다. 철저하게 위장한 남자가 차를 근처에 세워놓고 돌아갔고 남자의 행적을 카메라 영상을 통해 추적해봤지만 나오는 것이 없었다.
'철저하게 흔적을 지웠네.'
결국 민성의 인간관계를 뒤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크크크크."
민성은 즐거웠다. 또 한 건 한 것이었다.
게임 속에서 돈 많은 유저들을 도발해 한꺼번에 폭사시키니 기분이 좋았다.
"기분 좋으신가봐?"
빌딩의 옥상에서 막 무너진 빌딩의 잔해를 보며 감상에 젖어있는데 등 뒤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움직이면 쏜다!"
질문에 장난처럼 대답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 마리 좀비였다.
"넌?"
"나 알아?"
민성은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눈 좀비를 알아보았다.
"오리지날 도플갱어."
도플갱어 유저들 사이에서 심후는 '오리지날 도플갱어' 혹은 '오리진'이라고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 민성도 심후의 플레이를 보고 감명을 받아 도플갱어 유저가 된 케이스였다.
"만나서 반갑나?"
"물론. 그런데 용건은 뭐지?"
"지나가면서 봤는데 재미있는 짓을 하잖아. 나도 같이 해보고 싶어서."
심후의 대답에 민성은 활짝 웃었다.
"나랑 같이 싸우겠다는 건가?"
"물론. 유저들을 끌어들여 한꺼번에 폭사 시키는 건 재미있어 보이거든."
"좋아."
긴 말이 필요 없었다. 현실이었다면 이것저것 따지며 경계했겠지만 두 사람이 있는 곳은 게임. 하고 싶은 짓이 있으면 하는 곳이었다.
서로의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는 사실이 대담한 짓을 하게 만들었다. 또한 피해를 입는다 해도 현실의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사실이 경계심을 낮추었다.
심후와 민성은 짠 작전은 간단했다.
심후가 유저들을 몰이해오면 민성이 폭탄을 터트려 한꺼번에 잡는 것이었다.
클론제국기사단. 올라이프 49에서는 유명했던 용병길드는 올라이프 50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이제는 인원이 200명까지 늘어난 상태였다. 그것도 모두 정예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이었다.
클론제국기사단 길드의 길드장은 즐거운 사냥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떨어지는 꽃잎이 아름답구나."
"형, 여기 꽃이 어디 있다고."
"넌 저 붉은 꽃이 안 보이냐?"
길드장의 옆에 서 있던 남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또 중2병 도졌네.'
길드원의 사격에 좀비들은 피를 사방으로 뿌리는 중이었다.
길드장은 그것을 보고 '꽃잎'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길드장은 연신 허허 웃으며 동영상을 찍기에 바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응?"
좀비 중 하나가 갑자기 머신건을 뽑아 들더니 응사해온 것이었다.
"도플갱어다!"
도플갱어 유저의 존재는 유명했기에 길드원들은 당황하지 않고 바로 대응했다. 하지만 머신건을 뽑은 좀비는 쓰러지지 않았다.
"총알을 튕겨내고 있어!"
"미사일 런처 꺼내!"
총이 먹히지 않자 대형화기를 꺼내느라 공격이 잠깐 끊겼다. 그때 좀비가 수류탄을 뽑더니 길드원들을 향해 던지고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 새끼 잡자!"
사냥을 방해한 도플갱어를 향해 길드원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집단으로 심후의 뒤를 쫓는 모습이 마치 들소들이 몰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돌겨어어어어어어억!"
길드장은 어느새 길드원들의 앞에 서서 권총을 들고는 명령을 외치는 중이었다. 이를 본 길드장의 친한 동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좀비는 정말 재빨랐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것이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좀비들 사이에 숨어 자신은 아닌 척 하기도 하고 골목을 돌아 도망친 줄 알았는데 후방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혼란이 지속되자 길드장은 점점 조심스러워졌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이었다.
'지금까지 본 도플갱어랑 다르다!'
모든 것을 확인한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다른 것을 느낀 길드장은 길드원들을 진정시키고는 조를 짜려고 했다.
그때, 좀비가 길드장의 근처에 나타나더니 도발했다.
"왜? 지쳤어? 클론제국기사단도 별거 아니네?"
"뭐?"
"나 하나 잡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걸 보면 기사단이란 이름이 아깝지. 앞으로 클론서커스단이라고 하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권총의 탄환이 길드장의 이마에 박혔다.
"큭!"
데미지는 강력하지 않았지만 성질을 긁기에 충분한 공격이었다.
"잡히면 뼈와 살을 분리해주겠다!"
"그러시던가."
도발이 끝난 좀비는 연신 비웃음을 날리며 근처의 건물로 뛰어들었다. 이에 길드장은 길드원을 모조리 몰아넣었다.
"놈은 독안에 든 쥐야!"
하지만 독안에 든 쥐는 클론제국기사단이었다.
좀비로 변신했던 심후는 어느새 옥상까지 올라간 이후 줄을 타고 옆 건물로 피신한 상태였다.
"이제 네 차례야."
"크크크. 보여주지."
민성은 연신 웃으며 격발기의 버튼을 꾹 눌렀다. 그 순간 굉음과 함께 열폭풍이 빌딩을 감싸더니 무너지기 시작했다.
"깔끔한데?"
심후의 감탄을 들은 민성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 정도야 껌이지."
"그럼 한 번 더 갈까?"
"좋지!"
민성은 신이 났다. 혼자서 할 때보다 더 효율적으로 많은 유저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후 민성이 잡겠다고 찍어두었던 길드들은 하나둘 함정에 빠져 집단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며칠 후, 두 사람이 한 소행이 네트워크를 달구기 시작했다.
- 오리진! 폭탄마와 손잡다!
============================ 작품 후기 ============================
모두 즐거운 토요일 보내고 계십니까?
더위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의 동영상이 퍼지자 오리진이 폭탄마와 손잡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바로 심후가 동영상을 직접 찍은 것이었다.
"안녕, 올라이프 친구들? 반가워. 특히 과학문명 친구들은 날 잊지 못할 거야. 내가 최초의 도플갱어 유저였거든. 증명하라고? 알았어. 하면 되잖아. 증명은 x월 x일. 저녁 10시. 지금 보는 메트로 타워 극장에서 할 게. 관심 있는 친구들은 모두 와서 확인해봐."
캐릭터의 원래 얼굴이 나가자 사람들은 오리진임을 믿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초기에 도플갱어로 활동하면서 찍힌 영상과 대조해본 결과 100% 일치했던 것이었다.
물론 게임 캐릭터기에 다른 유저가 흉내 냈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진실을 확인하는 것보다 초대한 의도를 분석하느라 바빴다. 또한 몇몇 유저들은 이를 갈며 척살대를 조직했다. 게임 초반, 과학문명에서 심후에게 당한 사람은 굉장히 많았다. 더구나 도플갱어가 유행하게 된 것도 모두 심후 때문이었다.
도플갱어 유저로 인해 짜증나는 피해를 입었던 유저들은 복수의 기회가 왔다며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반응 좋지?"
"크크크크, 그러게. 하지만 내가 잡고 싶은 유저들은 아니야."
게시판의 반응을 보며 심후와 민성은 낄낄거렸다.
"내가 널 도와줬으니 나 하고 싶은 것도 도와줘야지. 한 번쯤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
"그럼 다음에는 또 날 도와야 하는 건 알지?"
"물론."
둘은 쿵짝이 잘 맞았다. 물론 심후가 쿵짝을 잘 맞춰준 덕분이었다.
x월 x일. 저녁 9시 45분.
유저들은 메트로 타워 극장으로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고층 건물 안에 만들어진 극장은 초대형 스크린을 여러 개 가진 극장이었다.
"빌딩 내부에 좀비는 하나도 없어."
"그럼 이 자식은 어디 있는 거지?"
"폭발물 같은 건?"
"없어."
모여든 사람들은 연신 떠들며 정보를 주고받았다. 최초의 도플갱어를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뜨겁게 불타올랐다.
'마치 레이드하려고 모인 것 같네.'
사람들을 카메라를 통해 지켜보던 심후는 피식 웃었다.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니 자신을 향한 원한이 이렇게나 컸나 싶었다.
'레이드는 항상 성공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심후는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정말 살아 나올 수 있는 거야?"
"죽어도 같이 죽는 거지 뭐."
"미친 놈."
"어차피 게임이잖아?"
실실 웃으며 메트로 타워로 향하는 심후를 보며 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허나 눈은 심후의 등을 부럽다는 듯이 쫓았다.
'그래도 화끈하네.'
은신한 상태로 건물 안으로 들어간 심후는 유저들 가운데 섰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자 상영실 중 하나의 불이 꺼지고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친구들, 이렇게 많이 모여 줘서 고마워. 이제부터 시작할 테니까 나 잡아봐라?"
낄낄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거칠고 빠른 비트의 테크노 음악이었다. 유행이 한참 지나 요즘 들어서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하는 음악에 분위기가 묘해졌다.
점점 고조되면서 빨라지는 음의 상승이 절정에 이른 순간 누군가 외쳤다.
"여기다!"
어느 새 유저들의 한 가운데에 선 심후는 검을 빼들고 유저들을 베기 시작했다.
"컥!"
"쏴! 쏘란 말이야!"
하지만 심후를 맞추지 못했다. 연신 블링크를 사용하며 다른 유저들의 등 뒤에 나타나 목 뒤를 찌르고 도망치거나 유저의 몸을 방패삼아 총알을 막았다.
접근전 스킬을 거의 익히지 않은 과학문명의 유저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더구나 무분별한 사격으로 인해 심후가 죽인 유저보다 다른 유저의 손에 죽은 유저가 더 많았다.
"조준해! 조준사격하란 말이야!"
"무리야! 너무 빨라!"
총성과 함께 피가 튀었다. 검광이 번뜩이며 유저의 목이 떨어지기도 했다.
음악의 리듬에 몸을 맞긴 심후는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강렬한 비트에 맞춰 정신없이 싸우고 충돌했다.
가끔 총격에 맞기는 했지만 철혈신갑을 펼쳐 놓은 상황에서 맞은 것들은 모두 튕겨나갔다.
'더 빨리!'
신이 난 심후의 집중력은 최고조에 달했다.
현재 심후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굉장히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마법 아이템과 블링크의 힘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혼란에 빠지지 않고 빠르고 정확하게 유저들을 타격했다.
유저들은 심후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그리고 10분이 지나자 슬슬 질리는 유저가 나왔다.
"저건 못 잡아!"
한 유저가 외치며 도망치려고 했다.
그 순간, 밖으로 향하는 입구가 동시에 폭발하며 막혀버렸다.
"이 자식! 우린 몽땅 죽일 셈이야!"
이 자리에 다른 문명의 유저들이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당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판타지 문명의 유저들이었다면 마법을 이용해 심후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고 무협 문명이라면 접근전의 달인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에 쉽게 당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심후 하나 잡겠다고 총을 난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모두 한 길드 소속이었다면 길드장의 지휘에 따라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현재 모인 이들은 여기저기서 모인 이들이기에 누군가의 지휘를 따르거나 하지 않았다.
또한 심후가 나타난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리를 벌려도 심후가 악착같이 따라붙는 것은 물론 블링크의 쿨타임이 지나면 바로 다른 자리로 이동해버리니 잡을 수가 없었다.
"대형화기 꺼내!"
결국 누군가 대형화기를 꺼내들고는 마구잡이로 쏘기 시작했다. 난장판은 더욱 어지러워졌다.
영상은 설치해 둔 카메라를 통해 바로 저장되었고 실시간으로 게시판에 중계되는 중이었다.
- 마법과 총기의 조합이 저렇게 무서운 거구나.
- 저 자식 무공도 익힌 것 같은데? 이제 칼 들고 설치잖아.
- 딴 놈 아니야? - 무기 바꾸는 것 좀 봐. 속도 장난 아니다.
심후의 전투를 보는 이들이 더욱 늘어났다. 심후는 분명 유저를 학살하고 다닌 나쁜 놈이었지만 다수의 유저들 한 가운데서도 위축되지 않고 계속 싸우는 모습에 반하는 사람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 졸 멋지다. 나도 도플갱어 한다.
유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처하자 심후는 은영무까지 사용했다.
중간에 갑자기 모습이 사라진 뒤 유저들의 근처에 나타나 죽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 헐! 저건 또 뭐야! 스킬을 몇 개나 익힌 거야?
모습이 사라져서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잠시 뒤 다시 나타나 죽이는 것을 보니 은신까지 익힌 것을 파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마지막이다! 친구들아!"
마지막에는 머신건을 들고 세 명 밖에 남지 않은 유저들의 몸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무협 문명과 판타지 문명, 그리고 과학 문명의 스킬을 골고루 익힌 심후의 모습에 많은 유저들은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