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봐의 성공 뒤에는 심후가 있었고 심후의 아이디어는 빛을 발했으며 성공의 원동력이 되어주었었다.
"저쪽은 고급 요리를 컨셉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로 황실 요리를 비롯한 고급요리죠. 우린 반대로 가야 합니다."
"반대요?"
"네, 누구나 할 수 있는 요리. 시청자들의 지원을 받아 몇몇 사람들도 참가해 요리를 만들어보는 겁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평가 받는 거죠."
"그건 임팩트가 조금 약하지 않나요?"
"물론 이게 끝이 아닙니다. 제가 다시 출연하도록 하죠. 그리고 정면으로 승부를 가리자고 공동 촬영을 하는 겁니다."
"네?"
"저쪽은 어차피 저랑 싸우고 싶어 난리니까요. 하자고 하면 들어줄 겁니다."
다시 싸우고 싶지는 않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그래, 피할 수 없다면 싸워주지. 계속 싸워서 이겨주마. 널 이겨서 돈 좀 만져보자.'
흔히 스포츠 경기에서 한 경기를 두고 여러 방송사에서 중계하며 내보내는 경우가 있었으나 예능에서는 처음이었다.
색다른 제안에 피디는 고개를 흔들었다.
"어려울 것 같은데요."
"제가 전화를 해보죠."
강운과 통화는 어렵지 않게 연결되었다. 태자바에 전화를 걸어 이름을 밝히고 강운과 통화하고 싶다고 하자 바로 연결 되었다.
"이게 누구신가?"
"싸우고 싶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순간 강운의 가슴에 불길이 일었다. 요리에서의 승리보다 게임에서 승리하길 원했었지만 지금은 둘 다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심후가 팥빙수로 반격해왔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싫은 거 아니었나?"
그러나 일단 한 번 튕겨보았다. 이대로 받아주는 것은 너무 쉬운 남자로 보일 것 같아서였다.
"싫음 말고요. 이거 녹음중입니다."
"좋다. 대결하자."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심후가 재대결을 원하지 않고 피하기 때문에 방송으로 도전한다고 밝힌 상황이었다. 만약 녹음한 내용이 유출된다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은 확실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심후는 공동 촬영을 제의했다.
"호오, 결국 누가 더 재미있게 포장하느냐에 따라서 시청률이 달라지겠네?"
"그런 거죠."
"좋아."
통화가 끝나자 피디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심후를 보았다.
"진짜 허락을 받아낼 줄 몰랐습니다."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저쪽은 아마 최고만을 불러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할 겁니다.
우리가 불리해요."
순간 피디의 눈이 불타올랐다.
"최고라고요? 전 목숨을 걸죠."
방송계에 뛰어들고 오랜 세월이 흘렀으나 빛을 보지 못하고 살던 남자의 가슴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최고들과 겨루어 시청률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값진 보상이었다.
"모두 들었지! 우리 상대가 최고라고! 이대로 삼류로 끝낼 거야?"
"아닙니다!"
모두 불타올랐다. 누구나 최고의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젊은 날의 실수 하나, 아주 작은 차이 하나로 최고의 환경에 들어가지 못하고 고생했다.
돈이 없어서, 출연자들이 거부해서, 인력이 부족해서 밤샘하며 고생하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했다.
하지만 이젠 지원도 빵빵했다.
최고는 아니지만 출연자들도 구할 수 있었다. 인지도도 있었다.
남은 것은 자신들의 실력이었다.
'이번에는 이긴다!'
인생이란 길고 긴 마라톤에서 드디어 앞질러 볼 기회가 온 것이었다.
앞서가는 상대의 등이 보이니 더욱 불타오르는 스텝들이었다.
공동 촬영이 성사되었다.
있기 힘든 일이었다. 단, 먹을 것을 만드는 재료와 인력은 각자 부담이었다.
출연진도 따로 구해야 했다.
계약은 조금 복잡했지만 양측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협조를 원하기에 원만하게 성사되었다.
계약이 성사되자마자 먹어봐는 예고편을 내보냈다. 황태자 강운의 도전을 받아들인 심후가 요리하는 모습을 내보낸 것이었다. 또한 새로운 컨셉이 정해졌다.
심후는 고급 식재료가 아닌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시작했다.
"여러분도 연습만 한다면 충분히 맛있는 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재능이 있는 분들만요."
요리 교실처럼 칼질부터 조리하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요리 학습 프로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옆에선 당면과 소고기, 그리고 포식이 연신 잘못된 방법으로 조리를 하면 그것을 바로 잡아주는 컨셉이었다.
이로 인해 내려갔던 시청률이 다시 꿈틀 거리더니 상승했다.
결전의 날이 밝았다. 촬영 장소는 바밥바와 태자바 사이에 있는 도로에서 행하기로 했다.
도로는 이미 통제 되고 있는 상황. 촬영을 위해 세트장이 지어졌다. 빌딩에는 전광판이 설치되어 멀리에서도 볼 수 있었다.
흔치 않은 대결에 흥미를 가진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하지만 인근의 매장 사람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가게로 들어오는 통로는 확보 되어 있는 상태였고 사람이 많이 몰리니 남는 시간에 매장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또한 편의점과 같은 곳들의 매상은 하늘을 찌를 기세로 치솟는 중이었다.
식당 같은 곳들도 안에서 편하게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앉아서 티비를 보는 중이었다.
"자! 오늘의 오프닝!"
오프닝으로 초대된 것은 아이돌 그룹이었다. 강운 쪽에서 불러왔지만 먹어봐 쪽에서도 오프닝을 촬영했다.
처음에는 이를 두고 말이 많았지만 번갈아가면서 오프닝 무대 출연자를 섭외하자고 합의했다.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 끝나자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럼 오늘의 주제! 닭고기 요리를 만들겠습니다! 제한 시간은 7시간!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팔아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남긴 쪽이 승리입니다! 하지만 여기엔 규칙이 있습니다! 음식 가격은 절대 식재료 원가 이하로는 받을 수 없습니다!"
식재료의 원가 이하로 음식을 팔게 한다면 손해를 감수하고 고급 요리를 무료로 뿌리는 쪽이 승리하게 되니 생긴 규칙이었다.
"시작해주세요!"
엠씨의 말과 함께 강운과 심후는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재료를 다듬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항상 함께해주시며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즐거운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시작해주세요!"
엠씨의 말과 함께 강운과 심후는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재료를 다듬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항상 함께해주시며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즐거운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엄청난 양의 닭고기가 다듬어졌다.
강운은 손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움직이며 재료를 다듬는 것과 동시에 철판에 고기를 익히기 시작했다. 소스를 살짝 바르며 구운 닭고기 위에 살짝 고급 치즈를 얹고선 마지막에 베이컨을 함께 익혀 준비된 빵 위에 얹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푸아그라 갈은 것을 살짝 빵 위에 발라 고기를 덮자 샌드위치가 완성되었다.
"단 돈 만원! 만원이면 닭고기 베이컨 푸아그라 샌드위치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강운의 옆에서 먹자의 출연자 중 한 명이 크게 외치자 사람들이 돈을 들고 하나 달라며 아우성이었다. 만들어진 샌드위치는 1분도 되지 않아 다 팔렸다.
'이 정도 속도면 내가 이긴다!'
강운은 승리를 자신했다. 이번에는 무조건 고급으로 가서 고객을 더욱 많이 확보할 생각이었다.
게임의 룰이 정해진 순간 이미 전략은 만들어진 것이었다. 푸아그라를 통째로 쓰지 않고 갈아서 살짝 바르는 수준이라면 개당 1만원에 재료값을 맞추는 것이 어떻게든 가능했다.
'이번에 이기면 요리는 그만 둔다.'
강운은 심후가 자신에게 했던 짓을 그대로 돌려줄 생각을 하면서 음흉하게 웃었다.
"이야, 이거 역시 황태자표 샌드위치가 막강합니다. 저 판매액 올라가는 거 보십시오. 정신 없이 올라가고 있지 않습니까?"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강운의 샌드위치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반면 심후의 판매액은 그리 빠르게 올라가지 않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올라가는 정도였다.
"이대로라면 황태자 전하가 이기겠군요!"
"그렇습니다."
중계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떠들든 심후는 묵묵하게 자신이 할 일을 했다.
닭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꼬치에 꿴 후 살짝 익혔다. 이후 준비한 특제 소스에 한 번 발라서 다시 익히기를 반복했다.
척 보기만 해도 무척이나 수수한 조리 방법이었다. 특별할 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닭꼬치는 꾸준히 팔려나갔다.
강운의 샌드위치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팔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강운이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대결의 양상은 뒤바뀌었다.
3시간 뒤, 열심히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던 강운은 슬슬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몰려들던 손님들이 서서히 줄어들어 이제는 가끔 한 명씩 샌드위치를 찾고 있었다.
수익을 보니 벌써 5천9백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1개에 만원이었으니 5천9백 개를 판 것이었다.
정말 미친 듯이 팔아치웠다고 봐야했다. 반면 심후의 수익은 1천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남은 것은 앞으로 4시간. 승리를 확정 지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좋은 기분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장사 잘 되니?"
전광판에 나온 자신의 수익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는데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강운의 몸은 돌처럼 굳었다.
"주문 안 받아? 뭐해?"
재촉에 익숙한 것일까? 강운의 몸은 의지와 다르게 돌아섰다.
"오셨어요? 누님?"
"그래, 어디 한 번 만들어봐. 어머니랑 세연이도 같이 먹어야 하니까 3개."
강운은 두 말하지 않고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여길 뭐 하러 온 거야?'
나타난 여인은 바로 강운의 누나이자 한제국의 제1황녀인 한정연이었다.
타고난 위엄으로 무장했기 때문인지 정연의 주변 4미터 반경에는 수행원을 제외한 인간은 접근하지 않았다. 위엄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닌 정연은 무척이나 친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강운은 긴장했다.
강운에게 있어 정연은 무서운 누나일 뿐이었다. 어려서부터 말 안 들으면 무공 대련을 빙자한 구타를 일삼았다.
지금도 가끔 마음에 안 들면 대련을 빙자해 구타를 하곤 했다. 이상한 것은 강운은 정연에게 이기질 못했다.
그때마다 강운은 '여자를 어떻게 때려? 난 진 게 아니야'라고 최면을 걸며 자기합리화를 했다.
어쨌거나 황태자가 되었어도 무서운 것은 무서운 것이었다.
황실이란 것이 과거의 봉건주의시대처럼 막강한 권력을 가진 시대가 아니기에 황태자란 직위는 그저 공식적인 직함에 불과했다. 물론 직위에 따른 각종 혜택이 있긴 했지만 혜택 뒤에는 의무도 따르는 하나의 직업에 가까웠다.
"여기요, 누님. 맛있게 드세요."
"오냐."
정연은 샌드위치를 받자마자 한 입 베어 물고는 오물오물 씹었다.
"나쁘지 않네."
입이 고급이라 하는 소리였다. 강운은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겉으로는 웃으며 계속 샌드위치를 만들어 대접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어쩐 일인가요?"
"네가 뭐하나 싶어서. 너 때문에 황실이 갑자기 주목 받아서 귀찮아졌잖아."
툭 내뱉는 말에 강운은 움찔했다.
"하여간 결혼을 못해서 그런 건지. 아직도 애처럼 굴고 말이야."
정연은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여성이었다.
황실의 황녀로서의 의무 따윈 안중에도 없었고 오로지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여행하며 세상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강운이 엉뚱한 일을 벌이면서 대중의 관심이 다시 황족에게 모이기 시작했다. 남이 뭐라 하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하고 마는 성미지만 파파라치들이 꼬이면 아무래도 조심스러워 질 수밖에 없었다.
자칫 잘못해서 굴욕사진이라도 찍힌다면 짜증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결혼이라뇨. 누님도 못하셨는데. 제가 어찌 갑니까?"
"할 거야. 한 달 안에. 그리고 다음은 네 차례다."
말을 마친 정연은 만들어진 샌드위치를 들고 물러났다.
남겨진 강운은 정연의 말을 듣고 허탈해졌다.
'뭐 한 달 안에 결혼해? 다음은 내 차례?'
마음에 두고 있던 에린을 어떻게 하지도 못했는데 결혼하게 생겼다.
1년이라면 모를까 한 달은 너무나 시간이 촉박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강운은 에린과 세연이 움직여 양가의 부모들을 움직였다는 사실을 아직 몰랐다. 대결 종료시간까지 1시간 남은 시점. 허탈해 하던 강운에게 한 출연자가 다가와 외쳤다.
"어떻게 합니까? 이대로라면 지고 맙니다."
"네? 뭐라고요?"
"진다고요! 저길 보세요!"
멍하니 기계적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팔던 강운은 전광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심후의 닭꼬치 매출액이 자신의 샌드위치 매출과 거의 동률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몇 초 후, 무섭게 올라가던 심후의 매출액은 강운의 매출액을 뛰어넘었다.
"앗!"
출연자의 외침에 강운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서둘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 심상치 않은 냄새를 맡았다.
'이건 소스 냄새?'
거리를 가득 채운 닭꼬치 소스의 냄새가 느껴졌다. 무엇인가 달달하면서도 식욕을 자극하는 그런 냄새였다.
냄새를 맡는 순간 머릿속에 닭꼬치의 이미지가 떠오르며 입 안에 침이 고일 정도였다.
"이건 뭐야!"
강운이 놀라서 심후가 꼬치를 굽고 있는 곳을 보았다.
심후는 기계처럼 꼬치를 굽고 있었다. 계산은 자동이었다.
줄을 선 사람들은 돈을 상자에 넣고는 꼬치를 하나 들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뒤로 물러나던 사람은 딴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줄에 합류하는 것이었다. 심후의 앞에는 질서정연한 줄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줄에 선 사람들은 모두 꼬치를 한 손에 들고 있었다. 더 무서운 것은 줄을 서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물론 주변에 서있는 사람들이 모두 닭꼬치를 하나씩 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강운에게 샌드위치를 주문하는 가족도 닭꼬치를 들고 있었다.
멍하니 있는 사이 주변은 어느새 닭꼬치로 도배가 된 것이었다.
'어쩌다?'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눈과 뇌가 동시에 회전했다. 정보가 입수되며 바로 분석에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
'냄새!'
원인은 바로 그것이었다.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와 스피커를 통해 계속 흘러나오는 흥겨운 노래가 바로 원인이었다.
축제와 같이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사람들을 꾸역꾸역 모이게 한 것이었다. 샌드위치는 그리 강한 냄새가 나지 않는 음식이었다.
아울러 가격도 비쌌다. 하지만 닭꼬치는 기본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다. 감칠맛과 저렴한 가격은 사람들이 또 찾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방심하며 먹는 순간 어느 새 4-5개는 먹는 것이었다. 일반인이 대충 5개를 먹는다면 많이 먹는 사람들은 10개 정도 먹었다.
나중에 못 먹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줄을 세워서 한 번에 하나씩만 사가도록 규칙을 바꾼 것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먹었다. 하나라도 더 먹기 위해 줄을 섰다.
줄을 서는 행위가 귀찮아 그냥 가버릴 수도 있지만 귀찮지가 않았다. 줄을 오가며 먹어봐의 출연진들이 재미난 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거리의 공연을 보는 기분에 사람들은 흥겨워했다.
강운은 자신의 패배를 직감했다.
어이가 없어 심후를 본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때, 심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저 자식이?'
보일 듯 말 듯, 아주 흐릿한 미소를 보여준 심후는 고개를 돌려 열심히 꼬치를 굽기 시작했다. 서민적인 맛과 분위기에 강운은 또 다시 패배했다.
============================ 작품 후기 ============================
어제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열대야가 참....... 아직도 정신이 멍하네요.
============================ 작품 후기 ============================
어제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열대야가 참....... 아직도 정신이 멍하네요.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밤에는 좀 더 시원하게 주무실 수 있다면 좋겠네요.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작품 후기 ============================
어제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열대야가 참....... 아직도 정신이 멍하네요.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밤에는 좀 더 시원하게 주무실 수 있다면 좋겠네요.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야심차게 진행했던 대결이 패배로 이어졌다. 대규모로 진행한 요리 대결이 방송에 나왔지만 강운의 '먹자'는 힘을 쓰지 못했다.
볼거리가 먹어봐가 더 많았던 것이었다. 톱스타도, 자본도, 그리고 제작자도 모두 최고급으로 준비했는데 먹히질 않았다.
"미친."
시청률마저 패배했다. 압도적이었다. 강운은 두 프로를 비교하면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먹어봐에는 먹자에는 없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방송이란 그런 것이었다.
아무리 대형 스타를 섭외하고 돈을 쏟아 부어도 시청률이 안 나올 수 있다. 반면 대충 만든 것 같은 것이 크게 성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시청자의 마음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메뚜기 같은 것이었다.
가슴 속에 불타는 승부욕이 다시금 타올랐다.
이렇게 허무하게 지다니 납득이 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더 한다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승부를 제안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다.
황녀 정연의 결혼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늦춰야 할 텐데.'
정연이 약혼자인 토니와 결혼하고 나면 다음은 자신의 차례였다. 정연이 그렇게 말했으면 그런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될까?'
머리를 굴려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젠장.'
한 달은 너무 짧았다.
사람의 마음을 되돌리기는커녕 관계를 회복하기도 어려웠다.
'에린하고는 안 되는 건가?'
정략결혼으로 밀고 간다면 희망이 있을지는 몰라도 어려웠다.
과거에 한 번 시도했다 실패했으니 두 번 한다고 될 리가 없었다. 더구나 이번에 에린과 동생인 세연이 동시에 움직여 양측의 어른들을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는 정략결혼은 포기해야만 했다.
'황태자면 뭐해?'
무기력함에 순간 자신의 직위에 대한 회의가 밀려왔다.
언제나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 강운의 신조였다. 헌데 그것이 깨지는 상황에 직면하니 허탈해졌다.
'이게 다 그 녀석 때문이야.'
허탈한 마음 한 가운데 덩그러니 남은 것은 심후의 비웃음이었다.
'그 놈이 나타나서!'
원하지 않는 사람하고 결혼하게 생겼다.
'내가 그 놈보다 뭐가 못해서!'
에린에 대한 마음도 점점 시들었다. 상처 입은 남자의 자존심은 온통 심후에게로 기울어졌다.
'이기고 말겠다!'
에린은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상당히 빠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심후에 대한 것만은 이기고 싶었다.
마음을 정리하고 나자 마음이 편해지는 강운이었다. 에린을 포기한 순간 시간에 쫓길 이유는 사라졌다.
결혼했다고 해서 심후와의 대결을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황제가 되기 전에는 뭐든 가능했다.
황태자는 후계 계승권을 가지고 있지만 황제는 아니었다. 때문에 약간의 기행을 한다 해도 사람들은 받아줬다. 하지만 황제가 된다면 근엄한 척이라고 해야 하기 때문에 심후와 요리 대결을 펼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다.
주변 사람들이 체통을 지켜달라며 호소하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정리한 강운은 소주를 따랐다.
서민의 맛에 패배했기에 서민의 술을 준비시킨 것이었다.
"크으!"
썼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에린을 포기해야 했던 씁쓸함보다 더 쓴 맛이 마음에 뚫린 구멍을 채워주었다.
길거리 대결이 방송된 이후 바밥바는 2호점을 내게 되었다.
폭발적인 수익과 먹어봐의 요리사지망생들을 시켜 트럭을 몰고 다니며 팔기 시작한 닭꼬치가 많이 팔린 까닭이었다.
심후는 요리사지망생들에게 2호점을 맡기기로 했다.
작지만 알찬 가게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후우......."
2호점을 성공적으로 오픈한 심후는 집으로 돌아와 축배를 들었다.
이번에도 이긴 것이었다. 황태자 강운은 이제 조용해졌다.
뒤에서 또 무슨 짓을 꾸밀지는 몰라도 기어오르면 또 눌러주겠다고 생각하는 심후였다. '권력은 몰라도 요리는 나한테 안 된다.
'길거리 요리 대결은 그야말로 허를 찔러 이긴 것이었다. 주제가 정해지고 심후는 서민적인 이미지에 알맞게 닭꼬치를 선택했다.
저렴하면서도 사람을 끌어들일 강력한 홍보 수단을 가진 요리였다. 그것은 바로 냄새였다.
사람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 더구나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 에너지가 소비되니 자연 먹는 양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 도움을 준 것은 바로 강운의 선택이었다.
샌드위치가 고급이라고는 하나 막강한 냄새가 온통 진동하니 샌드위치보다 닭꼬치에 신경이 쏠린 것이었다. 막강한 기억력을 바탕으로 요리에 관한 책을 매일 같이 머릿속에 저장하고 있기에 세울 수 있던 전략이었다.
이제는 어지간한 요리사보다 더 많은 요리 지식을 쌓고 있는 심후였다. 이대로 식품영향학에 이어 의학까지 공부하게 된다면 일반인의 인내심으로는 거부하기 힘든 무시무시한 요리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크으!"
목을 타고 넘어가는 맥주는 시원했다. 목을 간지럽게 하는 탄산과 서늘함이 전신으로 흩어지며 승리의 쾌감과 만나 짜릿한 희열을 안겨주었다.
"조오쿠나아아아!"
일이 점점 잘 풀리고 있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절망하며 살던 시절에 마신 소주와는 맛이 틀렸다.
가슴이 뻥 뚫리며 막힌 것이 쑥하고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황태자를 꺾었다는 사실 자체가 쾌감이었다.
패배한 순간에 보았던 얼빠진 표정은 아직도 아른거렸다.
"크크크크크크"
빈 캔을 던져버리고 한 캔을 더 땄다.
꿀꺽꿀꺽 목으로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감각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조오타아!"
안주로는 직접 만든 치킨이 있었다.
바삭바삭한 튀김옷이 살아있는 다리를 씹는 순간 느껴지는 바삭함과 닭살의 부드러움, 감칠맛을 안겨주는 육즙에 걸신이 빙의했다.
안주로 만들어두었던 치킨을 해치우며 맥주를 연신 마신 심후는 바닥에 누었다.
알콜이 적당히 들어가고 배가 부르니 세상이 모두 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