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때 코가 좀 막힌다 싶더니 아침에 머리도 아프고 감기에 걸려버렸네요.
여러분도 감기 조심하세요. 순조로운 준비 끝에 드디어 초대형 햄버거를 만드는 '먹어봐 거인의 주방'의 첫 촬영일이 밝았다.
"지름 5미터짜리 햄버거를 한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는 것은 확실히 거인이죠!"
포식은 열심히 떠들며 당면과 소고기를 이끌고 특별히 제작된 주방을 뛰어다녔다.
"여기가 화덕! 여기가 조리대! 그리고 여기에 쌓여있는 것들이 바로 밀가루입니다!"
"이렇게 보니까 완전히 공사판 같아요.
"그렇죠! 우리 같은 소인에게는 거인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공사입니다! 공사!"
밀가루 포대가 쌓여있는 모습이 건설 현장에 쌓여있는 시멘트를 연상케 했다. 쌓여있는 음식재료들만 해도 상당한 공간을 차지했다.
"이걸 심후씨 혼자서 만든다고 했죠? 도움 없이?"
"과연 오늘 안에 다 만들 수나 있을까요?"
"공사니까 며칠 걸리지 않을까요?"
출연자들은 저마다 호들갑을 떨었다. 그때 지윤은 활짝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저는 심후 오빠를 믿어요. 오빠! 맛있는 햄버거 기대할게요!"
"어라? 지윤씨 얼굴이 왜 붉어졌어요? 설마?"
"아니? 정말?"
"그렇고 그런 사이인 겁니까? 아니! 나는 솔론데! 왜? 왜 나를 알아주지 않아요?"
한 출연자가 지윤에게 호소했지만 다른 출연자들에게 막혔다. 대화는 점점 지윤과 심후의 스캔들로 이어지고 있었다.
"너무 그러지 말아요. 그냥 저 혼자 좋아하는 걸요."
"아아! 짝사랑! 이럴 수가 짝사랑이라니!"
지윤의 행동은 의도적이었다. 심후가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 이용해 먹기로 한 것이었다.
이를 한쪽에서 지켜보던 심후는 피식 웃었다. 속이 뻔히 보였다.
방송을 이용해 자신을 어떻게 해보려는 것이 보였으나 대처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
'여자 알기를 돌처럼 알게 된 이후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살아가는 목적 또한 달라졌다. 그러다보니 진정으로 인생을 즐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던 심후였다.
과거의 심후였다면 지윤처럼 예쁜 여자가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만사 제쳐놓고 달려갔다. '지금은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방송에서 지윤이 뭐라고 하는지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정말 신경 써야 할 것은 앞으로 만들 햄버거였다.
계획은 세웠지만 막상 하려니 가슴이 떨렸다.
'과연 반죽이 잘 될까?'
먹을 것을 만드는데 시멘트 섞는 레미콘을 불러다가 쓸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방송에 보여주기 위해서 수작업을 하기로 했다. 이것이 굉장히 큰 문제였다.
"심후씨, 지금 심정이 어때요?"
"밀가루 같습니다."
"네?"
"훅하고 불면 날아갈 것 같아요."
"그것은 가뿐하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가요?"
"아뇨, 정신이 밀가루 같다고요. 막막해요."
질문을 던졌던 포식은 낄낄 거리며 웃었다.
"그럼 도와줄까요?"
"아닙니다. 혼자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혼자서도 잘 해요."
"네! 그렇군요! 그럼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포식의 외침에 심후는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네?"
"생각 좀 하고요."
"네! 시간 드리죠. 준비 되면 불러주세요."
처음에는 통째로 반죽하려고 생각했었다. 그게 더 볼거리가 풍부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닥쳐서 해보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준비해 놓은 도구들을 쓰려고 하니 막막했다. 정말 거인이나 쓸법한 큼지막한 도구들이었다.
심후는 다시 한 번 햄버거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점검해보았다.
'반죽을 처음부터 하나로 할 필요는 없잖아?'
햄버거 패티를 굽는 모습을 생각하는 순간 빵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보였다.
빵을 한 덩어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해 반죽도 하나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실수였다.
"어? 저분 왜 저러죠?"
"그러게요? 왜 도구들을 안 쓸까요?"
"우리가 요리사의 깊은 뜻을 어찌 압니까? 두고 봐야죠."
출연자들은 심후가 반죽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한 마디씩 했다. 이때 당면과 소고기는 심후가 하는 것을 보고 반죽을 만들기 시작했다.
심후가 메인이라면 당면과 소고기는 후식과 같았다. 어떻게 해서든 출연자들에게 엽기적인 요리를 먹여야 하기에 움직이는 것이었다.
이들의 행동을 본 출연자들은 온갖 방해공작을 펼쳤으나 두 사람은 꿋꿋했다. 300명의 시식단은 촬영을 구경하면서 참여하기도 했다.
당면과 소고기가 만든 극악의 햄버거를 직접 맛보며 인상을 쓰기도 했다. 출연자들은 팬미팅 형식으로 시식단과 어울렸다.
가수들은 자신의 노래를 불렀고 연기자들도 나름대로 장기를 펼쳤다. 허나,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역시 심후였다.
"저거 봐, 진짜 손이 안 보인다."
"조작이 아니었네."
빵 반죽을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하나의 전투였다. 커다란 통에 한 번에 만들지 않고 보통 방법으로 반죽해서 모두 하나로 뭉친다는 것이 심후의 계획이었다.
섞고 치대고 뭉치고 섞고 치대고 뭉치고.
어마어마한 양의 밀가루와 각종 재료가 사용되었다. 사람들은 심후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것은 요리가 아니었나? 고작 빵 하나 만드는데 저만큼의 노동력이 필요하다니.'
고작 빵 하나.
허나, 그 빵은 컸다. 무지막지하게 컸기에 작은 인간이 만들기 위해선 치열하게 만들어야 했다.
반죽은 점점 커졌다. 심후는 계산한 양의 반죽이 뭉치자 거대한 공이를 들었다.
이제 다시 한 번 치대야 했다. 허나 거대한 반죽을 치대는데 인간의 팔은 너무나 비효율적이었다.
"하압!"
심후의 키만큼이나 큰 공이가 반죽을 치댔다.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일은 무척 쉬워졌겠지만 이것은 심후의 요리. 포식은 모든 것은 심후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때문에 심후는 외롭게 싸워야 했다.
거인의 요리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전투였다.
치대고 치대고 치대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능력을 보여줘야만 가능한 요리가 만들어지는 모습에 사람들은 지루해하지 않고 구경했다. 반죽이 완성되자 부풀어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에 심후는 다른 준비를 해야 했다. 그것은 바로 햄버거 패티 만들기. 이번에는 조금 쉬운 것이 기계를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패티 기계에 고기만 넣어주면 알아서 만들어주었다. 막대한 양의 패티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누군가 중얼거렸다.
"저게 소가 몇 마리야?"
적어도 한 마리는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막대한 양의 고기가 패티로 만들어져 냉장고 안에 모셔졌다.
이후 화덕의 온도를 측정하고 반죽을 사용할 때가 되자 심후는 외쳤다.
"시작합니다!"
준비 과정만 해도 엄청났다.
사람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
철판 위에 식용유가 뿌려졌다. 그리고 쇼가 시작되었다.
"하압!"
거대한 볼에 든 반죽이 허공에 띄워졌다. 그 순간 거대한 공이로 반죽을 이리저리 치더니 회전함과 동시에 반죽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오오오오!"
반죽이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며 점점 원반을 그렸다. 놀라운 광경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속도가 빨라졌다.
지름이 4미터 정도가 되었다. 놀랍게도 반죽은 땅에 닿거나 하지 않았다.
중심에 선 심후가 공이로 반죽이 찢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돌렸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반죽이 드디어 철판 위에 안착했다.
철판 위에 뿌려진 식용유가 살짝 튀었다. 허공을 아름답게 수놓는 식용유의 모습도 사진에 담겼다.
이후 빵 반죽 위에 막대한 약의 참깨가 뿌려졌다. 그리고 화덕 안에 들어가자 심후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심후씨 놀랍네요. 언제 연습하셨어요?"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계속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만 했는데 잘 풀려서 다행입니다."
"정말 놀라운 모습이었습니다!"
휴식이 끝나고 얼마 뒤 빵이 다 구워지자 심후는 빵을 꺼냈다. 화덕에서 빵이 꺼내지자 사람들은 모두 감탄했다.
거대한 빵 한 덩어리.
사람의 몸 보다 더 큰 빵 한 덩어리에 사람들은 개미처럼 달라붙어 뜯어 먹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허나, 요리는 끝나지 않았다.
빵을 자르기 위해 3미터짜리 톱이 만들어졌다. 톱을 든 심후는 빵의 중간 부분에 넣고 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잘린 빵의 윗면은 화덕에 빵을 넣었던 철판을 이용해 들어올렸다.
거대한 조리대에는 빵의 아랫부분만이 남았다.
이제는 햄버거 패티를 구울 그릴이 10대였다.
여기에 모두 불을 붙이고 적정 온도에 도달하자 바빠졌다. 냉장고에서 꺼낸 막대한 양의 패티가 순서대로 그릴 위에 올려졌다.
200장의 패티가 올려졌고 동시에 구워졌지만 타서 못 먹게 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패티는 치즈와 겹쳐져 거대한 빵의 중심을 향해 던져졌다.
패티가 익는 냄새가 계속 진동하자 사람들은 극심한 허기를 느꼈다.
"못 참겠다!"
"안 돼! 지금 가면 너도 햄버거의 일부가 돼!"
소고기가 참지 못하고 달려들려 하자 당면이 말렸다. 모여있던 사람들은 얼른 햄버거가 완성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장장 5시간에 걸친 사투 끝에 거대한 햄버거가 완성 되었다.
몇 장의 패티가 소모되었는지 세는 것을 사람들은 포기했다.
그저 눈앞에 있는 거인의 햄버거를 보며 침을 흘릴 뿐이었다.
마지막에 거대한 물총으로 케첩을 쐈다. 허공에서 춤추는 붉은 케첩의 댄스는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기대감에 몸을 비비 꼬았다.
"이제 먹죠?"
마지막에 빵을 덮어 햄버거를 완성한 심후의 한 마디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모두 만세를 외쳤다.
'정말 대단해.'
햄버거가 완성되었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에린은 심후의 능력에 감탄했다.
특히 거대한 반죽을 허공에 돌리던 모습은 굉장했다. 에린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흔히 볼 수 없는 요리쇼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먹을까요?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할까요? 먹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먹어야 하는 겁니까아아아아아!"
완성된 초대형 햄버거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포식이 외치는 것이 고스란히 들렸다.
'진짜, 저걸 어떻게 먹어야 할까?'
일반 햄버거와 차원을 달리 하는 크기는 사람을 압도했다. 카메라가 연신 돌며 완성된 햄버거를 찍기 바빴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잠깐만요! 기념 촬영은 조금 있다가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말리지 않으면 햄버거를 뜯어 먹을 기세였다.
주춤주춤 햄버거를 향해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해 촬영 스텝들은 분주했다.
"자! 우선 인증사진부터 찍습니다! 절대 햄버거 뜯으면 안 돼요! 햄버거 뜯으면 퇴장입니다!"
사람들은 홀로, 혹은 여럿이 함께 인증사진을 찍었다. 혹시라도 햄버거를 훼손할까 아주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금지되었으나 햄버거 앞에서 각종 포즈를 취하는 것은 허락 되었다.
먹어봐의 출연자들은 인증사진을 찍는 이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사람들과 좀 더 많은 사진을 찍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노출될 기회가 많아진다는 의미였다.
때문에 거절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제일 인기가 많았던 것은 바로 심후였다.
착실하고 실력 좋은 요리사는 많은 이들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모든 절차가 끝나자 드디어 먹을 시간이 다가왔다.
"번호표 받으세요! 순서대로 접시에 먹을 만큼만 뜯어가세요!"
길고 긴 줄이 줄어듬과 동시에 햄버거는 점점 작아졌다. 빵을 뜯고 고기를 빼내 접시에 올려놓는 시식단은 자신의 접시와 햄버거를 번갈아보며 감탄했다.
허나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했다. 300명에 달하는 시식단이 한 접시씩 뜯어가자 햄버거는 상당히 많이 작아졌다.
"정말 맛있네요."
에린도 메이드인 제니와 리사를 데리고 햄버거를 뜯어먹었다. 햄버거의 맛은 솔직히 말하자면 일류 호텔에서 만든 고급 햄버거보다는 못했다.
고급 햄버거에는 세계 삼대 진미 중 2가지인 푸아그라와 송로버섯을 사용했다. 나머지 진미인 철갑상어 알까지 사용한 것도 있기는 하지만 에린의 입맛에는 철갑상어의 알을 뺀 것이 오히려 더 맛있었다.
심후가 만든 초대형 햄버거는 맛에서는 고급 햄버거보다는 못했다. 하지만 정신적인 만족은 오히려 초대형 햄버거가 더 좋았다. 치즈와 어우러진 햄버거 패티를 거대한 빵에서 뜯어낸 빵조각에 껴서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마치 거인의 음식을 훔쳐 먹는 소인이 된 기분이었다. 동화 속의 캐릭터가 된 기분이 들어 괜히 마음이 더 들뜨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아주 어린 시절 품었던 동화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되살아났다. 어릴 때는 사악한 사촌들에 의해 환상이 철저하게 깨졌었다.
사악한 사촌들은 동화책을 읽으며 환상에 빠져 있는 에린을 바보 취급했었다.
"정말 요정은 없는 거야?"
울면서 아빠에게 그렇게 물었을 때 에린의 아빠는 답했다.
"없단다. 동화는 동화일 뿐 착각해선 안 된단다. 현실과 동화를 구분하지 못하면 바보가 된단다.
우리 에린은 바보 아니지?"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것은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 에린의 아빠는 좀 더 부드럽게 에린이 현실을 깨닫게 해줘야 했으나 그러질 않았다.
그로 인해 에린은 상처를 받았고 동화를 부정했다. 이후 누구보다도 똑똑한 아이가 되어 사촌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오래된 과거일 뿐이지만 동화를 사랑했던 동심은 모두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마음 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둔 것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심후란 존재가 숨겨진 마음에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게임 속에서 서로 총구를 겨누는 것도 즐거운 일이건만 이렇게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음식을 만들어내니 호감이 더욱 커졌다.
아주 작은 불씨로도 산을 홀라당 태울 수 있는 산불을 일으킬 수 있다. 뭐든지 시작은 미미한 것이었다.
심후를 향한 아주 작은 호감의 불씨가 햄버거 하나로 생겼다.
마른 장작 같은 두 사람의 마음에 불씨가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였다.
초대형 햄버거를 만든 이후, 심후의 일과에 변화는 없었다. 바밥바에서 일하고 나면 게임에 접속하는 것이 전부였다.
예전에는 요리에 대해 공부하느라 게임을 멀리 했었지만 다시 수많은 분량의 레시피와 요리 지식을 암기한 이후에는 소화 해낼 시간이 필요했다. 심후는 서두르지 않고 인생을 즐기기로 했다.
요리사로서의 성공은 이제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기에 좀 더 즐기고 싶었다.
'무공이야 어차피 자동으로 습득되니까.'
종우가 남긴 가상현실접속기로 인해 많은 것이 가능해졌다. 세상을 정복하고자 하는 욕구 같은 없었기에 심후의 마음은 여유로웠다.
그저 복수를 해결하고 인생을 즐겁게 살고자 할 뿐이었다.
때문에 시간이 남으면 게임에 들어갔다.
현실에서 돈을 펑펑 쓰거나 여자를 안는 것도 즐거운 일이긴 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심후에게 낭비로 여겨졌다. 배신녀 구차영에게 이용만 당하다 버려진 이후 여자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무엇인가 해준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
게임에 들어간 심후는 에린이 준 돈으로 물약을 잔뜩 샀다. 그리고 안전구역을 벗어나지도 않고 으쓱한 골목에서 계속 변신과 해제를 거듭했다. 스킬 사용 쿨타임만 없었다면 빠르게 마스터 레벨에 도착했겠지만 쿨타임 때문에 오랫동안 다른 일은 하지 못했다.
사냥 다니면서 변신하다보면 귀찮은 일에 휘말릴 위험도 있기에 확실하게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꽤나 단조로운 생활 패턴이었으나 심후는 충분히 즐거웠다. 그러는 와중에 초대형 햄버거를 만들었던 '먹어봐: 거인의 주방'이 공중파를 타는 날이 찾아왔다.
꽤나 많은 돈을 들인 에피소드였기 때문에 방송국에서는 최대한 광고주를 모았다. 이때 수많은 햄버거 체인점들이 광고를 하겠다고 아우성이었다.
네트워크에서 떠도는 인증사진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만드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프로라니 햄버거 체인점들이 군침을 흘렸다. 광고 타임을 잘만 사서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만 시킨다면 자신들의 햄버거가 가장 크다는 착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심후에게도 광고 제의가 끊임없이 들어왔다. 이 중에 심후가 선택한 것은 세계적인 체인점을 가진 전통의 M버거였다.
햄버거는 굉장한 전통을 가진 음식으로 변했다. 과거에는 쓰레기니 뭐니 말들이 많았지만 수많은 세월을 거쳐 전통을 지닌 음식이 된 것이었다.
과거 통일한제국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집집마다 고유의 김치 레시피가 있다고 했던 것처럼 미국인들에게는 고유의 햄버거 레시피가 있을 정도로 역사를 가진 음식이 된 것이었다.
'시청률이 대단하군.'
초대형 햄버거 에피소드는 총 4회에 걸쳐 방송하기로 결정이 났다.
한 번에 전부 내보내고 끝내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던 것이었다. 무엇보다 스폰서로 나선 M버거에서 최대한 방송 기간을 늘려달라고 했기에 늘려버렸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매일 같이 보는 것은 익숙해서 친근하지만 큰 자극을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것은 낯설어서 외면하기 쉽지만 한 번 받아들이게 되면 자극이 크기에 새로운 것이 주는 자극에 중독된 사람들은 계속 새로운 것을 찾게 된다. 초대형 햄버거는 그런 면에서 신선한 충격이 되었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꿈틀거리던 시청률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바밥바의 매출은 더욱 올라갔고 심후의 몸값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프로에 출연한 출연자들의 인지도도 조금씩 올라가 다시금 스타의 길에 한 달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다 얼마야?'
거인의 주방의 두 번째 요리는 피자로 정해졌다.
이 때문에 피자 체인점들은 심후를 광고모델로 삼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또한 먹어봐의 광고 타임을 사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초대형 햄버거 에피소드가 방영되며 M버거의 매출이 10%가 상승했다.
10%라고 하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전 세계에 체인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10%라면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이러한 성공을 본 피자 체인점의 선두 주자 H피자와 D피자는 광고를 위해 대출혈을 감행하고 있었다.
모두 전 세계에 체인점을 둔 회사들로 매출이 10%로 오른다면 심후에게 과하게 광고비를 책정해줘도 절대 손해가 아니었다.
또한 경쟁자가 이득을 보게 되면 상대적으로 자신이 손해를 보게 되어 있었다.
H피자를 먹고 배가 부른 사람이 D피자까지 주문해서 먹어줄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 주문이 한 곳으로 쏠리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것이었다.
때문에 회사들은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덕분에 신이 난 것은 심후였다.
엄청난 금액이 광고 계약과 함께 통장으로 입금된 것이었다.
'이 맛에 연예인들이 스타가 되려고 안간힘이군.'
평범한 사람이 평생 걸려 벌 법한 액수를 광고 하나로 해결했다.
대형 광고 두 개를 계약하니 이젠 일하지 않아도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낭비만 하지 않는다면 돈 걱정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심후는 아직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인생도 게임처럼.'
복수를 위한 총알이 채워졌다. 심후는 사람을 고용해 자신을 배신한 사람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이 평생 걸려 벌 법한 액수를 광고 하나로 해결했다. 대형 광고 두 개를 계약하니 이젠 일하지 않아도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낭비만 하지 않는다면 돈 걱정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심후는 아직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인생도 게임처럼.'
복수를 위한 총알이 채워졌다.
심후는 사람을 고용해 자신을 배신한 사람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신드롬이 일어났다.
신드롬의 근원지는 통일한제국이었다. 거인의 주방이란 쇼가 방영되자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인들이 알게 되었다.
지름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햄버거는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했다.'나도 먹어보고 싶다.
'대형 음식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쉽게 볼 것이 나이었다. 왕 돈까스, 짜장면 곱빼기, 거대 팥빙수, 기네스북용 케이크 등등. 거대한 먹을거리를 원하는 인간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어쨌거나 초대형 햄버거를 본 미국인들은 자존심이 상했다. 햄버거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었다.
가장 큰 햄버거 체인을 가진 것이 바로 미국이었다. 심후가 M버거와 계약을 맺었다고 했지만 수많은 미국인들은 심후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못 마땅했다.
'우리가 더 크고 맛있는 것을 만들 수 있다!'
이후 미국에도 거대한 거인의 주방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화덕의 크기를 늘렸다.
어떤 인간은 가로 100미터, 세로 100미터에 달하는 화덕을 만들었지만 요리에는 실패했다. 수많은 미국인들은 도전했고 햄버거의 나라라는 명성에 걸맞게 초대형 햄버거가 속속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햄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또한 햄버거 대회도 열렸다.
최고의 기록은 지름 8미터에 높이 4미터인 멀티버거였다.
더블이니 트리플이니 하는 말을 꺼내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수의 패티가 층을 이룬 치즈버거였다.
세상이 평화롭고 돈이 많다보니 생기는 현상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로 인해 심후는 더욱 유명해졌다. 어쨌거나 거인의 주방에 서서 초대형 햄버거를 만들어 세상에 널리 알린 인물이 심후였기 때문이었다.
'한심후?'
심후가 유명해지자 포식의 '먹어봐'를 보지 않는 사람들도 심후의 이름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중에는 심후를 배신했던 구차영도 있었다.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에게 홀딱 빠졌던 멍청이. 한 동안 가지고 노는 재미가 쏠쏠했던 얼간이. 하지만 기억과 눈에 보이는 요리사는 일치하지 않는 점이 너무 많았다.
'닮은 것 같기도 한데.'
인상 자체가 너무나 달랐다. 과거의 심후는 촌스럽고 덜 떨어졌었다.
그것이 차영이 기억하는 심후였다. 헌데 방송에 나온 심후는 달랐다.
세련되고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정말 같은 사람인가?'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닮아있었다.
이름도 같았다. 차영은 호기심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알아보았다.
나이도 생일도 같았다. 이쯤 되니 같은 사람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정말 많이 변했네.'
마지막으로 본 기억이 떠올랐다. 애인인 영수에게 두들겨 맞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렇기 때문에 차영은 텔레비전에 나온 심후를 쉽게 알아보지 못했다.
심후의 새로운 모습에 차영은 살짝 흥분했다.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멋지게 성공한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광고에도 나오고. 돈도 많이 벌었겠네.'
엉덩이가 근질거렸다. 손만 뻗으면 다시 옛날처럼 자신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차영은 바보가 아니었다.
자신이 어떤 짓을 했는지 잘 기억하고 있었다.
'날 미워하겠지?'
미묘한 마음은 심후를 향해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애인인 영수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지만 심후가 성공한 모습을 본 이후 영수에 대한 애정은 살짝 빛이 바랜 감이 있었다.
비교하지 않으려고 해도 비교가 되었다.
현재 애인 영수는 예전에 다니던 공장을 계속 다니고 있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공장에서 조장을 하고 있지만 심후의 성공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중에 사업을 하겠다며 큰소리 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기껏해야 작은 식당이나 서비스업을 하겠지.'
애인이기에 오히려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심후는 정말 의외였다.
'저런 능력을 왜 숨기고 있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 동안 숨기고 있었든 아니면 차인 이후에 죽도록 노력해서 얻은 능력이든 현재 성공한 남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다시 가까워 질 수 있을까?'
계산적인 여자 차영은 애인인 영수를 버리고 심후에게 붙을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영수도 차영과 마찬가지로 심후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을 보았다.
'썩을.'
자신이 가지고 놀던 놈이 갑자기 성공해서 떡하니 나타나니 자존심이 상했다.
"이야, 저 자식. 공장 그만두더니 성공했네."
"그러게."
심후를 알던 사람들이 칭찬하는 것이 들리자 영수는 배알이 뒤틀렸다. 사람들이 마치 자신이 못났다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사람들은 영수와 심후를 연결해서 말한 것이 아닌데 괜한 자격지심에 영수 혼자서 기분 상한 것이었다.
'젠장.'
기분이 나빠진 영수는 술을 마시다 말고 나와 차영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차영은 받지 않았다.
'이 년은 또 왜 안 받아?'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 결국 영수는 홀로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차갑고 어두운 방에 들어서자 신경질이 났다.
"개새끼."
기분이 좋지 않은 근원에 대해 욕을 했지만 닿을 리가 없었다.
화가 난 영수는 자신의 폰을 이용해 네트워크에 접속했다. '먹어봐: 거인의 주방'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간 영수는 심후에 대한 악담을 펼치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욕 대신 과거 심후가 얼마나 못난 놈이었는지 열거하는 글이었다. 영수의 글을 읽은 사람들은 즉각 반응했다.
영수를 욕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반면 자신이 만든 좋지 않은 심후의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다.'개새끼. 욕이나 먹어봐라.
'자신의 이야기에 반응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영수는 점점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 이 새끼 옛날에 애인 뺏기고 질질 짜던 찌질인데 여기서 이러고 있네.
글을 남기고 5분 후 영수는 글을 지웠다.
자신이 올렸던 모든 글을 지우고 대신 나쁜 소리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문을 올려놓았다. 본의가 아니고 옛날 생각나서 주절거렸다는 내용이었다.
허나, 남 욕하는 걸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미끼가 던져진 후였다.
영수의 글은 없고 욕쟁이들의 글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를 보며 영수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돈으로 사람을 고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후는 보고를 받을 수 있었다.
우선 돈을 떼먹고 도망간 인간은 금방 추격할 수 있었다. 도박에 빠져서 거의 폐인처럼 지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놈은 그냥 몇 대 패주자.'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니 그냥 몇 대 때려주는 걸로 봐주기로 했다.
하지만 영수의 경우에는 용서가 되지 않았다.
'이 새끼.'
욕이 나왔다. 감히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의 홈페이지에 버젓이 욕을 올렸던 것이었다.
금방 지웠다고는 하지만 심후가 고용한 사람들이 이미 모든 것을 저장한 이후였다.
'그래, 넌 죽도록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다음은 구차영에 대한 것이었다.
한 때는 정말 심장을 빼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했던 여자였다.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었으며 차영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젠 모두 지나간 이야기일 뿐.
'너도 각오해라.'
심후의 머리는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철저하게 망가트려서 두 번 다시는 고개도 들지 못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어설프게 건드려서는 절대 안 되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에 대한 보고가 올라와 있었다.
둘 다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서로 다른 짝을 찾아 결혼하고 애까지 않아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다.
'썩을.'
망가트리고 싶었다. 화가 났다. 하지만 동시에 그냥 내버려 두자는 생각도 들었다.
다 뒤엎어 버리고 싶었지만 부모에 대한 것만은 마음이 복잡했다. 뭐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죽도록 미우면서도 또한 매달리고 싶었다.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싶기도 했다.
'당신들은 잊겠어. 우린 남이야.'
타인이라면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받은 것에 이자를 두둑하게 쳐서 돌려줄 의향이 얼마든지 있었다.
허나, 가족이기에 쉽사리 고통을 선사하기가 어려웠다.
'잊자. 날 찾지 않는 이상 내버려 두자.'
가슴 한 구석이 아려 와서 부모에 대한 것은 잠시 접어 두었다.
대신 차영과 영수에 대한 복수심은 더욱 키웠다.
'너희들은 용서가 안 돼.'
선사하기가 어려웠다.
'잊자. 날 찾지 않는 이상 내버려 두자.'
가슴 한 구석이 아려 와서 부모에 대한 것은 잠시 접어 두었다. 대신 차영과 영수에 대한 복수심은 더욱 키웠다.
'너희들은 용서가 안 돼.'
심후는 보고받은 내용을 토대로 자세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달빛과 별빛이 가득한 아름다운 밤, 한 남자가 밤거리를 헐떡거리며 달리고 있었다.
'제길, 뭐야? 뭐하는 놈들이야?'
남자의 이름은 남대수. 심후의 돈을 떼먹고 도망친 남자였다. 대수는 공포에 질렸다.
밤길을 가는데 갑자기 웬 놈들이 앞을 가로 막은 것이었다.
"지금은 밤이고. 넌 죄를 지었지."
놈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한 마디 하고는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스스로 말하고도 창피한 것이 분명했다. 주변의 녀석들은 모두 킥킥 거리며 웃었다.
잠깐 긴장했던 대수도 얼떨결에 따라 웃었다. 대장 녀석은 어쩔 수 없었다.
의뢰인이 시키는 대로 말해야만 했다.
"웃어? 지금 니가 웃음이 나와?"
대장 녀석이 대수를 보고 화를 내더니 품에서 뭔가 꺼냈다.
뒤이어 철컥 하는 소리가 났다. 앞으로 내밀어진 물건은 달빛을 머금은 나이프였다.
"웃어? 평생 웃을 수 있게 주둥이를 쫙 찢어줄까?"
대장 녀석의 살벌함에 대수는 냅다 뛰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분위기를 보아 자신을 곱게 보내줄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튀는 것이 정석, 대수는 지체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잡아! 놓치면 돈 못 받아!"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누군가 청부했다는 것만 확인한 대수는 죽어라 달렸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지만 그때마다 잡념을 지우고 도망치는데 정신을 집중했다.
행여나 잘못해서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면 큰일이었다. 다행히도 인근 지리에 무척이나 익숙한 대수였다.
뒤를 쫓던 놈들은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대수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쪽수에서 유리한 무리는 대수의 뒤를 쫓기만 하지 않았다. 여러 갈래로 갈라져 이리저리 몰이를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실시간으로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하는 몰이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대수가 불리해졌다.
"헉! 헉!"
과열된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다리에서부터 감각이 서서히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더 못 뛰어!'
'뛰어 병신아! 뛰라고! 칼 맞고 뒈질 거 아니면 뛰어!'
쉬고 싶다는 생각과 살아야 한다는 본능이 충돌했다.
그때마다 대수는 살고자 독하게 눈을 빛내며 움직였다. 그러나 한계에 도달한 육신은 정신을 배신했다.
"커헉!"
달린다고 하지만 이제는 걷는 수준이었다.
비틀거리며 걷던 대수는 발이 엉켜 넘어졌다. 그때 쫓던 녀석들이 대수를 포위했다.
"쥐새끼 같은 놈."
누군가 욕을 하며 옆구리를 걷어찬 순간 피곤했던 대수는 의식을 잃었다.
"일어나."
"으으으으."
누군가 거칠게 흔드는 통에 대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잠깐 정신을 잃은 탓에 현실 파악이 늦었으나 눈을 뜨며 보이는 낯선 풍경에 정신이 금방 돌아왔다.
"일어났냐?"
아주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존재를 향해 고개를 돌린 대수는 깜짝 놀랐다.
"심후야!"
심후는 예전과는 상당히 달라졌지만 가까이서 보니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 내 친구 대수. 그 동안 잘 지냈어?"
"이, 이건 어떻게 된 거야?"
너무 놀라 말까지 더듬었다. 심후의 뒤로는 자신을 쫓던 무리의 대장 녀석이 보였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심후가 자신을 잡아오라고 시킨 것을 알 수 있었다.
"돈."
"미안하다. 나중에 꼭 갚을게. 그리고 그거 얼마나 한다고 친구끼리 이러냐? 응?"
대수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애원했다.
"얼마 안 하는 돈하고 우정을 바꿔 먹은 게 너였지."
"아냐, 꼭 갚으려고 했어. 말도 안 하고 떠난 건 미안한데. 그게 다 사정이 있다니까."
"사정?"
"그래,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지........"
심후가 살짝 관심을 보이자 대수는 살 길이 열렸다는 생각에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갑자기 빚이 생겨서. 그래서 그거 갚고 나니까 돈이 없잖아. 집에 남은 빚도 있고 해서 그거 갚으려고 바쁘게 일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내가 진짜 너한테 미안하다. 그런데 정말 돈 떼먹으려고 한 게 아니야. 진짜야. 내가 나중에 이자 톡톡히 쳐서 갚으려고 했다니까?"
어찌나 빠르게 말하는지 입에서 침이 다 튀었다. 심후는 슬쩍 뒤로 물러나 침을 피하면서도 대수의 말을 막지 않았다.
"정말 미안하다. 응? 내가 꼭 갚을게. 지금 사정이 좋지 않아서 그런데 진짜 갚는다.
"그래?"
"응! 진짜야!"
진지한 대수의 표정을 잠시 지켜보던 심후는 웃어버렸다.
"큭."
"어?"
"크크크크큭. 하하하하하하하!"
웃음을 참아보려 했지만 결국에는 웃음보가 터졌다. 실성한 놈처럼 웃어대는 심후를 보면서 대수는 어색하게 웃었다.
분위기가 묘했기 때문이었다. 끝까지 얘기를 들어준 것으로 보아 봐줄 것 같기도 한데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한 대수였다.
"야."
한참을 웃던 심후는 웃음을 뚝 그쳤다.
"어?"
"도박하는 놈이 갚긴 뭘 갚는다고 지랄인데?"
대수는 심장이 철렁하고 뱃속까지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도박이라니."
"너 이 새끼. 도박하느라 여기 저기 돈 빌려서 다 날려먹고 빌빌 거리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심후야. 그게 아니라.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대수가 변명을 하려는 순간 심후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둔탁한 소리가 나며 대수는 모로 쓰러졌다.
"새끼가 어디서 구라야?"
"미안해, 심후야. 내 정말 미안하다. 진짜 잘못했다. 한 번만. 한 번만 봐주라. 응?"
"됐다. 그냥 쳐 맞아."
이후 구타가 시작되었다. 작심하고 때린다면 대수 같은 일반인은 한 방에 죽일 수도 있었으나 일부러 힘을 풀고 위험한 부위는 피했다.
맞아서 죽지 않고 아프기만 한 곳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때렸다.
"아아아악!"
아픈데 기절은 하지 못했다.
그냥 정신없이 고통에 시달리는 대수는 눈을 감았는데도 별을 보았다. 30분이나 길게 이어진 구타에 곁에서 지켜보던 대장 녀석도 질린 표정을 지었다.
'돈 많으면 어떻게 해볼라 했는데.'
심후에게 돈을 받은 이후 약점을 잡아서 어떻게 해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대수를 패면서 빛나는 눈을 본 순간 건드리면 '좆'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질 나쁜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다보니 생긴 안목이었다. 좋은 쪽으로는 사람을 못 알아봐도 미친개들은 많이 봐서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복날 개 패듯 대수를 패고 나자 심후는 가슴이 시원해짐을 느꼈다. 맺혀 있던 작은 응어리 하나가 스르륵 녹아 사라진 것이었다.
"너, 앞으로 나타나지 마라. 이걸로 빚 전부다 청산이다.
하도 맞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던 대수는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맞은 것이 억울하지만 항변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잠깐 맞아준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니 다행으로 여겨질 뿐이었다.
대수는 죽어도 앞에 안 나타나고 절대 입 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 뒤에 풀려났다. 하지만 심후는 대수를 믿지 않았다.
"감시 하는 거 잊지 마세요."
"물론입니다."
"돈은 매달 보고 받고 입금할게요."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심후에게 있어서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때문에 감시를 하려는 것이었다.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바로 응징하기 위해서였다. 앞에서는 설설 기다가도 뒤돌아서면 뭔 짓을 할 지 모르는 게 사람이었다.
복날 개처럼 맞고서도 시간이 지나면 맞았다는 사실을 잊고 엉뚱한 생각을 하는 인간들도 많았다. 대수라고 그러지 말란 법이 없었다.
'복수를 다 끝내고 돈이 어느 정도 모이기 전에는 조심해야지.'
딱 3년. 3년 안에 모든 복수를 끝내고 돈을 모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생각이었다.
일을 마치고 일을 벌였던 창고 밖으로 나오자 밤하늘이 보였다.
아직도 달빛 별빛이 환하게 밤을 밝히는 중이었다. 복수 하나를 끝내 마음이 가벼워진 심후는 휘파람을 불며 밤거리를 걸었다.
'기다려라!'
복수 행진곡은 이제 시작이었다.
일을 마치고 일을 벌였던 창고 밖으로 나오자 밤하늘이 보였다.
아직도 달빛 별빛이 환하게 밤을 밝히는 중이었다. 복수 하나를 끝내 마음이 가벼워진 심후는 휘파람을 불며 밤거리를 걸었다.
'기다려라!'
복수 행진곡은 이제 시작이었다.
일을 마치고 일을 벌였던 창고 밖으로 나오자 밤하늘이 보였다.
아직도 달빛 별빛이 환하게 밤을 밝히는 중이었다. 복수 하나를 끝내 마음이 가벼워진 심후는 휘파람을 불며 밤거리를 걸었다.
'기다려라!'
복수 행진곡은 이제 시작이었다.
치솟는 인기에 태클이 들어왔다. 영수가 올렸던 글 때문이었다.
세상에는 사람의 성공을 시기하는 사람들이 어디에나 존재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이 잘 되는 것을 보면 배가 아픈 사람들이 있다.
영수의 악담은 질투하는 사람들이 개입할 수 있게 틈을 벌려준 것이었다.
'어떻게 해줄까? 그냥 마구 패버리고 끝내기에는 마음이 너무 아팠지.'
돈 떼먹고 도망갔던 대수를 처리하고 난 이후 심후는 영수와 차영에게 집중했다.
차영의 경우에는 별 다른 움직임이 없었으나 영수는 한 차례 악담을 올린 이후 네트워크에 나쁜 말을 올리지는 않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심후의 악담을 하고 다녔다.
"그 새끼가 내 애인 좋다고 찌질거리던 녀석이야."
영수의 입에서 나오는 말만 듣는다면 심후는 아주 못난이였다.
'어디 그래 실컷 떠들어라. 네가 그렇게 나쁜 놈이어야 뒷맛도 깔끔해지니까.'
착한 사람을 망치는 것은 아무리 복수라고 해도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다. 하지만 나쁜 놈이라면 즐겁고 상쾌한 일이 될 수 있었다.
심후는 가상현실접속기 속에서 무공을 자동으로 익히며 게임에 접속해서 '도플갱어의 육신' 숙련을 올리는 작업을 했다. 여기에 스킬의 쿨타임 동안 영수와 차영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복수할 궁리를 했다.
-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심후는 바로 메일을 열어보았다.
내용은 고용한 정보원들이 보내준 보고서였다. - 둘 다 올라이프 50을 하고 있음. 주 접속 시간은 오후 10시부터 새벽 1시. 1시 이후 구차영의 원룸에서 동침. - 구차영은 고용주에 대한 호의적인 글을 올렸었음. 김영수가 한 험담을 입에 담지는 않고 있음. 정황상으로 보아 영수와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보임.
심후가 고용한 정보원은 두 사람과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영수와 한 공장에서 일하며 친구가 된 것이었다. 새롭게 친구가 된 정보원은 영수는 물론 차영의 주변인들과도 친분을 쌓았고 수많은 정보를 얻는 중이었다.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군. 그래도 파티 플레이를 하고 있어서 성장은 빠른 편이지만 어디까지나 초보자 기준이네.'
정보원은 영수와 함께 게임까지 하면서 아이디 외에 각종 정보를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심후는 아주 손쉽게 두 사람의 아이디와 스킬은 물론 레벨까지 알아낼 수 있었다.
'도플갱어의 육신 스킬을 마스터하면 게임 접게 해주지.'
완벽한 복수의 첫 스텝. '상대의 즐거움을 빼앗기'가 시작되기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벌써 도플갱어의 육신 레벨이 9였다.
남은 것은 49%. 에린이 준 돈으로 열심히 마력 포션을 사먹어서 올린 것이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다시 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것도 자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뒤치기를 할 수 있다니 등골이 짜릿해졌다. 한편, 에린은 심후의 근황을 보고 받았다.
얼마 전, 건달들을 고용해 사람 하나를 구타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이후 더 자세한 정보를 요구했고 이상한 점이 발견 되었다.
'공장에서 일하던 평범한 청년이라.'
부모가 아닌 할아버지에 의해 키워졌다는 사실부터 차영과 영수에게 배신당했던 일들도 모두 알게 되었다.
석연치 않은 것은 배신당한 이후의 행적이었다.
'두문불출 하더니 갑자기 요리사가 되었지. 시기상으로 보면 게임은 먼저 하고 있었고. 서류를 보면 자산가에게 상속 받은 것으로 나오는데.'
전혀 상관없는 노인에게서 재산을 상속 받은 것으로 나왔다.
노인에게는 자식이 없었고 가진 것을 심후에게 물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일을 처리한 변호사로부터 들은 말이었다.
재산 자체를 물려받은 것은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자산가들 사이에선 가끔 일어나는 일이었다.
자신을 간호해준 간호사에게 전 재산을 남기는 일도 있고 키우던 개나 고양이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일도 있었다. 재산을 자식에게 안 주고 통째로 기부해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때문에 심후와 노인이 아무런 관계가 아니라 하더라도 재산을 물려 받는 일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다만, 에린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심후의 능력이었다.
'요리사가 굉장히 많이 연습이 필요한데. 설마 천재인가? 하지만.......'
천재라고 처음부터 자신의 재능을 자각하고 있으란 법은 없었다. 기회가 없으면 영원히 자신의 재능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늙어 죽을 수도 있었다.
심후가 요리의 천재였고 우연한 계기에 재능에 눈을 뜨게 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투자자의 감은 그것이 아니라고 속삭였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주축의 하나인 R가문에서 직계가 아님에도 인정받고 있는 것이 바로 에린이었다.
에린이 가문의 인정을 받게 되기까지 있게 해준 것은 바로 귀신같은 투자자의 감이었다. 어려서부터 손을 댔다 하면 수익을 벌어들이는 투자 감각은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것이었다.
심후가 요리의 천재라면 에린은 투자의 천재라고도 할 수 있었다.
'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처음 초대형 햄버거를 만들 때의 모습이었다. 거대한 반죽을 허공에서 돌리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여기에 초대형 피자를 만들 때의 모습이 겹쳤다. 일반인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심후의 키가 조금만 작거나 근육이 없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수상해했을지도 몰랐다.
'일반인 같지 않단 말이야. 마치.......'
무공을 익힌 사람 같았다.
순간 에린의 뇌리에 불이 번쩍였다.
'무공? 설마 무공을 물려받은 걸까?'
만약 그렇다면 더 자세히 조사해야만 했다.
무공이란 굉장히 귀하게 취급되는 정보였기 때문이었다. 기득권이라 부를 수 있는 상류 사회에서는 무공이 일반에 공개되는 것을 굉장히 꺼렸다.
'만약 무공을 익혔다면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겠지.'
결심을 하는 순간 에린은 슬퍼졌다.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게 되면 지금까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심후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자신의 배경에 짓눌려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사람으로 전락하게 되면 무척이나 슬플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세상사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신이 아닌 이상 자신의 생각대로 만사를 풀어나갈 순 없었다. 차영은 영수와 올라이프 50에 접속했다.
두 사람이 시작한 곳은 판타지 문명이었다. 올라이프 49에서도 판타지쪽 캐릭터를 키웠기 때문이었다.
차영은 힐러였고 영수는 기사였다. 올라이프 50에서도 힐러와 기사의 성향에 맞는 스킬들을 주로 익혔다.
"힐 좀!"
앞장서서 싸우던 영수가 외치자 차영은 바로 힐을 넣어주었다. 육중한 갑옷을 입고 있는 영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여러 몬스터와 직접 맞대고 싸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행여나 다른 유저들을 공격하게 되면 욕은 다 영수가 먹어야 했다.
전방에서 적들의 공격을 막아주는 역할이 바로 영수가 파티에서 맡은 역할이기 때문이었다.
"나이스!"
차영의 힐이 바로 들어오자 영수의 생명력이 바로 차올랐다.
영수가 굳건하게 전방에서 버텨주니 파티 사냥은 순조로웠다. 잠시 뒤, 몬스터를 다 잡고나자 휴식 시간이 돌아왔다.
"영수형, 진짜 잘한다."
"너도 잘 할 수 있어 임마."
"헤헤, 고마워 형."
영수는 얼마 전에 알게 된 정수동이 참 마음에 들었다. 키도 크고 잘 생긴 녀석인데 언제나 자신에게는 저자세였다.
'그 자식 생각나네.'
수동의 행동은 과거의 심후와 비슷했다. 조금 잘해주니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구는 행동에 속으로 한참 멍청하다며 비웃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얼마 전에 접한 심후의 성공 소식에 배알이 꼴렸는데 스트레스를 풀 존재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영수는 과거 심후에게 한 것처럼 수동에게 똑같이 하려고 했다. 이번에는 좀 더 비참하게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우리 수동이 센스 좋던데?"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었다. 바로 차영이었다.
'저 놈 보는 눈이 이상해.'
심후를 가지고 놀던 때와 달리 이번에는 차영을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수동의 잘 생긴 외모에 경계심이 조금 있기 때문이었다.
자칫하다가 차영이 수동과 자게 된다면 자신만 바보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영에게는 수동과 거리를 두라고 말했는데 차영이 말을 듣지 않았다.
- 너 왜 그래? 내가 그 놈하고 가까이 하지 말랬잖아.
- 뭐 어때. 그냥 누나 동생 사인데. 그리고 너랑 형 동생 하는데 내가 아예 상대도 안 해주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채팅으로 따져봤지만 소용없었다.
차영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었기에 영수는 입을 다물었다.
"참, 형. 이거 좋은 거에요?"
"응? 뭔데?"
차영과의 채팅으로 기분이 나빠지려는 찰나, 수동이 아이템을 하나 꺼냈다.
"어제 우연히 주운 건데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 좀 봐줘요."
영수는 수동의 손에 든 아이템을 보고 눈을 번뜩였다.
'이건 팔면 100만원은 나올 텐데.'
"그래? 줘봐."
영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이템을 받아서 살펴보는 척 했다. 그리고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괜찮긴 한데 그다지 좋은 건 아니야."
"에이, 그래요?"
"응, 그런데 그거 쓸 거야?"
"아뇨. 그냥 상점에 팔 생각인데요."
"그러지 말고 나한테 줘봐. 내가 유저들한테 팔아볼게. 잘하면 좀 더 받고 팔 수 있어."
"정말요? 꼭 좀 부탁해요, 형."
생긴 것 답지 않게 어수룩한 수동의 행동에 영수는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바보 같은 놈.'
휴식 시간이 끝나자 파티는 다시 사냥에 돌입했다.
영수는 공돈이 생겼다며 좋아하며 사냥에 나섰다. 허나, 영수는 자신의 등 뒤에서 비릿한 웃음을 던지는 수동을 볼 수 없었다.
휴식 시간이 끝나자 파티는 다시 사냥에 돌입했다. 영수는 공돈이 생겼다며 좋아하며 사냥에 나섰다.
허나, 영수는 자신의 등 뒤에서 비릿한 웃음을 던지는 수동을 볼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