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를 사용해 적을 사냥하는 방식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저것만 있으면 유저 사냥이 더 쉽겠다.
'저격총을 든 스나이퍼를 보니 가슴이 콩닥거렸다. 빌딩 옥상에서 헤드샷을 날리는 모습은 정말 매혹적이었다. 또한 좀비들 사이에 뛰어들어 양손에 기관총을 들고 난사하는 모습도 멋져 보였다.
주변의 모든 것을 걸레로 만들며 난동을 부리는 모습은 무척이나 자유로워 보였다.
'그래, 과학문명으로 하자.'
유저와 1:1 싸움에서는 무협 문명의 무공이 최고였다.
판타지 문명은 파티 사냥에 특화 되어 있었고 무협은 1:1 싸움에 특화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직업 개념은 사라졌다. NPC 용병들에게는 아직 적용되는 개념이긴 하지만 유저에겐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때문에 심후는 과학 문명을 선택했다. 현재 자신의 캐릭터인 살수에서 스킬 하나를 새로운 캐릭터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총기와 살수 스킬의 하나인 은신이 결합된다면 안전한 유저 사냥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였다.
'좋아. 그럼 가져갈 것을 정리해 볼까?'
아이템은 모두 처분했다.
올라이프 50 오픈 하루 전이라 아이템 전문 거래상들도 이날만큼은 아이템을 사지 않았다. 대신 게임 머니를 헐값에 사려는 사람들만 넘쳐났다.
허나, 다음날이 되면 일정 비율로 올라이프 50의 게임 머니로 환전되니 자신의 캐릭터를 팔 생각을 한 사람들만이 게임 머니를 팔 뿐이었다. 심후는 상점에서 파는 이벤트용 스킬 저장북을 샀다.
유저 한 명에게 딱 하나만 파는 책으로 새로운 게임이 출시 될 때에만 판매되는 책이었다.
'어디보자.'
스킬 저장북을 들고 저장할 스킬을 고르는데 갈등이 조금 생겼다.
'좀 더 상위 등급의 스킬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저장 가능 스킬 목록을 보며 갈등이 시작되었다. 진로는 이미 암살자로 정해놓았다.
다른 길을 걸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유저 사냥꾼이라 해도 방법은 천차만별이었다. 몰래 기습하는 타입이 있는가 하면 대놓고 덤비는 타입도 있었다. 혹은 방어를 최고로 올려 잔챙이들을 학살하는 학살자 타입도 있었다.
'아, 길게 생각하지 말자. 나의 길은 은신이다.'
잠시 일어나던 갈등이 잠잠해졌다.
스킬 저장북에 '은신'을 등록하자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완료되었다는 음성이 들렸다.
"로그아웃."
새로운 게임을 시작할 준비는 모두 끝났다.
이제부턴 열심히 레벨을 올려 유저를 사냥하면 된다.
'언젠가 그것들도 걸려들겠지.'
자신을 배신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심후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다음 날, 오후 6시 정각.
올라이프 50이 오픈했다. 오픈하기도 5분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가상현실접속기에 들어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날만큼은 전국의 접속방에 자리가 남아나지 않을 정도였다. 거리는 한산했고 수많은 가게들도 휴업 상태였다.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국민 게임의 새 시작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5분전에 접속기에 들어간 사람들은 쉬지 않고 올라이프 50의 로그인을 시도했다.
한시라도 빨리 접속하고 싶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었다.
'드디어 시작이군.'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는 오늘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즐기고자 했다.
뇌전단을 먹고 뇌전공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이제는 의식을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의식이 분리되어 메인 화면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몸은 자동으로 뇌전공을 익히고 의식은 분리되어 따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다.
'10초 전!'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잠시 기다리며 오픈 되었다는 메시지가 뜨자마자 로그인을 외쳤다.
순간 의식이 빨려 들어가며 게임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이들이 동시에 로그인을 외쳤기에 많은 사람들은 에러 메시지를 접하게 되었지만 심후는 별 탈 없이 로그인을 할 수 있었다.
- 올라이프 50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만들어진 캐릭터가 없습니다.
새 캐릭터를 만드세요.
심후는 올라이프 49와 연동하는 것을 택했다. 이를 택하게 되면 기존의 계정에 있던 캐릭터들은 모두 삭제가 되고 미리 준비해두었던 것들만 새로운 캐릭터에 이전되는 시스템이었다.
- 올라이프 49의 캐릭터를 확인하였습니다. 새로운 캐릭터의 아이디를 정해주세요.
"무크."
심후는 예전에 사용하던 캐릭터의 아이디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아는 척 하는 것도 짜증나.'
사람이라면 이젠 질색이었다.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 캐릭터 성형을 시작해주세요.
아이디를 만들고 나자 몸을 만들 차례였다.
가상현실 게임의 캐릭터는 현실의 인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에 훨씬 가까웠다.
현실적인 모습을 표현하려고 하지만 현실과는 확연한 차이가 보이도록 만들어진 그래픽이었다. 이는 과거에 일어났던 혼란 때문에 가상현실 캐릭터는 절대 인간과 같은 모습을 가질 수 없게 하라는 법이 만들어졌다.
현실과 모든 것이 똑같은 가상현실 속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문제가 생겼다. 바로 가상과 현실을 혼동하는 것이었다.
의식은 자신이 가상 속에 있음을 알지만 오래 생활하다보면 점점 혼란이 오는 것이었다. 뇌에 전해지는 가상현실의 정보도 현실처럼 인식하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게 되면 혼란이 오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수많은 문제점들을 보완하면서 올라이프는 살아남았다. 때문에 최고의 게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것이었다.
심후는 적당히 캐릭터를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잘 보일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성형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냥 처음 얼굴 그대로 성형을 마쳤다. 아주 평범한 인상의 남자. 그것이 바로 심후의 무크였다.
- 이벤트 특전으로 뽑기를 진행하겠습니다. 손잡이를 돌려주세요.
캐릭터를 완성하자 앞에 뽑기 기계가 나타났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구슬들이 잔뜩 담긴 기계였다.
'과연 뭐가 뽑힐까?'
기대를 하면서 손잡이를 돌리자 주먹만 한 구슬이 나왔다.
'스킬북? 도플갱어의 육신?'
심후의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플라티넘급의 스킬이잖아!'
올라이프의 스킬에는 등급이 있었다.
최하 등급인 일반이 있었고 그 위로는 브론즈, 실버, 골드 순으로 올라갔다. 플라티넘급은 바로 골드 위의 등급으로 매우 희귀한 종류의 스킬이었다.
플라티넘급 위에는 다이아몬드와 레전드 등급만 있을 뿐이었다.
도플갱어의 육신이란 스킬은 바로 저장된 몬스터나 캐릭터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게 해주는 스킬이었다.
'크크크크.'
전투력을 보장해주는 스킬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은 쓸모없는 스킬이라고 욕을 하기도 했다.
유용한 점이라면 사냥터를 정찰하거나 도망 다닐 때 좋다는 것 정도였다. 물론 이것은 일반 유저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유저 사냥꾼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스킬이었다. 몬스터의 모습을 하고 사냥터에서 유저를 사냥할 수 있게 해주는 스킬이었기 때문이었다. 혹은 자신의 적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는 다른 이들을 혼란에 휩싸이게 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제일 좋은 것은 바로 다른 이의 모습으로 사고치고 다니면서 누명을 씌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도플갱어의 육신은 겉모습만 똑같이 만들어주기 때문에 목소리까지 똑같이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좋았어.'
스킬북을 챙긴 심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이로서 좀 더 완벽한 유저 사냥꾼이 될 수 있었다. 또한 게임에서 배신자들을 만난다면 복수하는 것도 한결 쉬워질 것만 같았다.
이후 자잘한 과정을 거치며 게임 머니를 환전했다.
비율은 10,000:1. 올라이프 49에서 1만 골드를 가졌다면 50에서는 1골드를 더 갖고 시작하게 되는 것이었다. 굉장히 형편없는 비율이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에 불만을 품지 않았다.
손해를 많이 보는 것은 게임 머니를 많이 보유했던 거래상들이나 거대 길드의 간부들, 그리고 게임 내 거부들뿐이었다. 이들의 숫자는 전체 유저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해도 대다수의 유저들이 찍어 눌렀다.
비율을 1:1로 해서 전작의 게임 머니를 고스란히 가지고 시작한다면 수많은 유저들은 그만큼 뒤처지기 때문이었다.
심후는 100골드를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다.
- 시작할 문명을 선택해주세요.
"과학 문명."
를 고스란히 가지고 시작한다면 수많은 유저들은 그만큼 뒤처지기 때문이었다.
심후는 100골드를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다.
- 시작할 문명을 선택해주세요.
"과학 문명."
- 5초 후에 이동합니다. 즐거운 인생 되시길.
를 고스란히 가지고 시작한다면 수많은 유저들은 그만큼 뒤처지기 때문이었다.
심후는 100골드를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다.
- 시작할 문명을 선택해주세요.
"과학 문명."
- 5초 후에 이동합니다.
즐거운 인생 되시길.
하늘은 온통 회색빛이었다. 거리의 상가들은 폐허가 되었다. 유리창은 깨지고 간판은 떨어져 나갔다. 폭동에 휩쓸린 모습이었다.
"우와! 쩐다!"
"빨리 가자!"
음산함이 가득한 풍경이었으나 들려오는 목소리를 활기에 차 있었다. 아주 조그만 도시의 광장에서 사람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과학 문명 초보자들의 시작 도시 아켈론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사람들 틈에 선 심후는 풍경을 감상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기분 나빠할 풍경이었으나 마음이 피폐해진 심후는 오히려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초보가 많네.'
소리 내서 웃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얼른 무기상으로 들어갔다.
초보자 퀘스트 따윈 나중에 해도 상관없었다. 지금은 렙업을 위해 달려야 할 시간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무기상 안에 들어서자 맞아주는 것은 기계적인 음성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무기를 고르고 있었지만 종업원으로 보이는 NPC는 없었다.
'자판기에서 뽑아가는 건가?'
사람들은 모두 자판기 앞에 줄을 섰다. 심후도 줄을 섰다.
잠시 기다리자 줄은 빠르게 사라졌다. 자판기에 돈 넣고 원하는 무기를 뽑아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줄을 서면서 심후는 벽에 걸린 가격표와 무기 성능을 보았다.
'초보 권총 1회 한정 무료.'
'서브머신건 21골드.'
'머신건 30골드.'
'기본 소총 6골드.'
'샷건 15골드.'
무기의 종류는 많지 않았다.
총기 이외에는 군용 단검이나 야구 배트 등의 근접 무기가 있었다.
'손도끼랑 소총을 사야겠네.'
아쉽게도 원하는 저격용 소총은 없었다.
무기를 구입하는데 든 돈은 총 7골드였다. 소총이 6골드에 손도끼가 1골드였다.
'30일 할인율이 붙어서 이 정도라니. 나중에 무기가 비싸지기 전에 얼른 돈 벌어서 좋은 걸 사놔야겠다.'
무기를 사면서 싸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싼 것이 아니었다.
30일 할인율이 붙었기에 싸 보일 뿐이었다.1골드를 추가로 들여 소총의 탄약을 샀다.
권총의 탄약은 기본으로 장전된 것 이외에는 사지 않았다. 1골드에 무려 2000발을 살 수 있었다.
'게임이라 다행이야.'
탄창은 달랑 하나였다. 작은 탄창 하나에 2000발이 들어간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기를 사자 심후는 안전 구역의 으쓱한 곳을 찾아 움직였다.
'스킬 등록을 해볼까?'
어둠 컴컴한 곳에서 스킬 등록을 하니 몸에 빛이 나면서 스킬이 등록되었다.
도플갱어의 육신: 플래티넘, 레벨0
(0%)
저장한 존재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저장한 이미지 0/1 지속시간 10분 쿨타임 5분필요 마력: 100심후가 선택한 것은 플래티넘 등급인 '도플갱어의 육신'이었다. 은신 스킬은 실버 등급으로 필요한 숙련치가 낮았다.
'일단 익히기 어려운 걸 마스터해야지. 이 좋은 스킬을 낭비할 순 없어.'
스킬을 하나 더 익힐 때마다 필요 숙련치가 두 배로 올라가니 하나씩 마스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상태창!'
아이디: 무크레벨: 0
(0%)
생명력: 100/100마력: 100/100내구: 10 힘: 10민첩: 10지능: 10타이틀: 없음보너스 포인트: 0 상태창을 확인해보니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마력이 100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