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크-51화 (51/55)

Chapter 51. 불타는 대륙!

붉은 벽돌이 잘 어울리는 복도를 고급스런 옷을 입은 중년남자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지나가자 길목마다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고개를 숙이며 아는 체를 했다. 중년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인사를 대신하며 복도를 지나서 계단을 올라갔다. 긴 다리로 성큼 성큼 넓은 계단을 뛰어 올라가니 두꺼운 자작나무 문이 길을 막고 있었다. 그러나 문 앞을 지키던 병사들도 중년인을 보자 고개를 숙이며 단단히 잠겨 있을 것 같은 나무문을 열어주었다. 문이 서서히 열리면서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나무 테이블 주위로 나 귀족이오, 하고 티를 내는 남자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중년인이 회의실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 온갖 소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은 동네 개도 알 것이오!"

"뭐라고? 동네 개라니? 이런 무식한 종자를 봤나?"

"뭣! 무식?"

말다툼을 하던 사내들이 멱살을 잡고 드잡이질을 할 기세를 보이자 회의실안의 분위기는 더욱 삭막해졌다.

스르릉!

검집에서 검이 빠져나오는 소리가 거칠게 회의실 안을 울리니 소란스럽던 회의실이 일순 조용해 졌다.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무, 무슨 짓입니까?"

서로의 멱살을 틀어쥐고 싸움을 벌이던 사람들이 얼굴이 붉어진 채 말을 더듬자 회의실의 지키던 기사의 검을 꺼내든 중년인이 장난스럽게 검을 빙글빙글 돌리고 뭐가는 베는 시늉도 해보이며 사람들에게 한 쪽 눈을 찡그렸다.

"아, 뭐 그렇게 꽥꽥거려서야 결판이 나겠소? 화끈하게 검으로 해결을 보는 게 어때?"

돌아서면서 검을 아무렇게나 휙! 던지자 머리 뒤로 던져진 검은 높이 높이 올라가더니 속도가 붙어서 회의실 테이블 한 가운데 떨어지며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으헉!"

귀족들은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고 특히나 드잡이질을 하며 가장 열을 많이 내면서 싸움질을 하던 두 사람은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중년인이 던진 검이 두 사람 사이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지옥문턱 까지 다녀온 사람처럼 하얗게 질린 채 어디 잘린 곳은 없는지 몸 여기저기를 더듬었다.

"그만! 모두 어렵게 모였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돌아갈 때쯤이면 놈들도 우리가 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서로 뜻을 합쳐도 부족할 때 이게 무슨 짓입니까?"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벌떡 일어서서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는 사내를 검을 던진 중년인이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짝!짝!짝!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알버스크 왕국의 테렌스 공작님! 우리의 거사는 시간이 관건인 만큼 테렌스 공작님의 말씀처럼 서로의 뜻을 모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모처럼 모여서 주먹질이나 하다니 이게 무슨 꼴불견입니까? 검이 필요하다면 저희 스베인왕국이 얼마든지 빌려 드리지요."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생글거리는 중년인에게 테렌스 공작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감사합니다. 스베인 왕국의 비오텐 공작님. 주지했다 시피 이제 저희 연맹에게 주어진 길을 하나입니다. 바로 북부연합군을 물리치는 것입니다."

웅성거리는 소란이 잠시 일어났지만 테렌스 공작은 잠시 사람들에게 시간을 주었다. 소란이 가라앉자 이내 회의실은 조용해졌고 눈을 감고 있던 테렌스 공작이 눈을 뜨자 모두들 자신의 주시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제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 저희들의 원대한 계획을 실행해야 할 때 입니다."

"하지만 테렌스 공작님 저희 힘만으로는 북부연합군을 상대하기에 조금 손색이 있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무리수를 두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출렁이는 뱃살을 두드리며 고개를 흔드는 30대 중반의 사내에게 테렌스 공작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할란, 마크 마이어 연방의 대표이신 죠클라이어드 공작님이 걱정하시는 바는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의 부족했던 부분이 채워졌다고 판단했기에 이렇게 서둘러 회의를 소집한 것입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 드려야겠군요."

뱃살 때문에 숨쉬기 거북한지 아니면 자리가 불편한지 의자에서 자꾸 몸을 움직여보는 할란, 마크 마이어 연방의 대표인 죠클라이어드를 보고 테렌스 공작이 손가락을 튀겼다. 뒤에 시립하고 있던 트웨인 백작이 두루마기를 건넸다.

"저희 알버스크의 외교대사인 트웨인 백작이 얼마 전 비밀리에 로베니아제국에 다녀 왔더랬습니다."

충격적인 발언에 삼국 연맹들의 대표들은 크게 술렁거렸다.

"여러분, 여러분! 저를 주목해 주십시오. 놀라신 분들이 많으리라는 것을 잘 압니다. 여기 트웨인 백작이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풀어 드리겠습니다. 잠시 궁금한 점이 있더라도 모두 주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테렌스 공작에게 소개를 받은 트웨인백작이 로베니아와의 동맹 조약에 대한 배경과 이유 과정들을 천천히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아울러 조약의 세세한 부분과 함께 자신들의 삼국연맹이 얻게 될 부수적인 이득까지 거침없이 열변을 토하듯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내뿜었다. 길었지만 아주 중요한 내용을 잘 설명한 트웨인 백작은 얼굴이 핼쑥해 보일정도로 열과 성의를 다했다. 트웨인 백작의 설명이 끝나자 모두 손에 턱을 괴고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쉽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너무나 매혹적인 조건이었다. 그들이 그 동안 로베니아에게 굴요적인 세월을 보낸 것은 그들의 발전된 무기들 때문이었다. 그런 고대인들의 무기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엄청난 유혹이었다. 각국 대표들의 눈빛이 무척이나 심하게 흔들렸다. 갈등이 심하리라, 하지만 이미 결론은 나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삼국연맹의 목적은 단 하나 북부연합군의 궤멸이었다. 삼국연맹의 군사력은 가히 엄청났지만 거기에는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 고대무기 특히나 기간테스의 유혹은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을 알버스크 왕국의 테렌스 공작은 알고 있었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대부분 연맹 회원국들의 대표들이 수긍의 뜻을 나타냈다. 이미 그려 놓은 밑그림이었고 그 위에 색을 입히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행이 스베인 왕국과 할란 마크 마이어 연방의 대표들이 쉽게 동의를 해주어서 일이 잘 풀려 나갔다. 물론 각 국의 실무진들은 자국에 배당될 고대무기에 집착을 했고 이미 로베니아와 사전 조율을 끝내놓은 터라 트웨인 백작이 잘해 낼 것이라 믿었다. 다만 문제는 시종일관 표정을 유지하는 스베인 왕국의 비어텐 공작과 할란 연방의 죠클라이어드 공작의 속내였다. 실무진들을 남겨 놓고 밀실에서 진정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자, 이제부터 속내를 털어 놓고 이야기 좀 해봅시다."

보기에도 거북스러운 몸을 꿈틀거리는 죠클라이어드 공작이 서두를 꺼내자 생글거리던 비오텐 공작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사라졌다.

"처음 우리 연맹이 발족할 당시 의의를 알버스크 왕국이 잊은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작부터 날카로운 공세가 밀려왔지만 테렌스 공작은 전혀 동요가 없었다. 미리 마음의 대비를 하고 있어서였다.

"연맹을 제의한 것도 그동안 발로 뛰어 다니며 연맹을 위해 피를 흘리며 싸운 것도 저희 알버스크 왕국이었습니다."

순간 싸늘한 공기가 방안을 감돌았다. 더 이상 씩씩 거리는 죠클라이어드의 힘겨운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런 것을 따지자는 것은 아닙니다."

대외적인 활동에 두 우방의 서운했던 점을 들춰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자 두 사람의 얼굴이 비로써 펴졌다.

"지난 일들은 다 잊으십시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곳입니다."

테이블위의 지도를 손으로 가리킨 테렌스 공작은 강렬한 눈빛을 빛냈다. 그곳은 케린버그와 레센의 연합군이 점령한 거대한 영토였다. 절로 군침이 돌게 만드는 노른 자위였다. 이미 연맹은 정보망을 통해서 그곳이 얼마나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곡물이 얼마나 풍부해졌는지 알고 있었다. 특히나 고구마 같은 품종은 전략적으로 들여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벌써 귀족들 사이에서는 달콤함의 대명사로 자리 잡아 아주 대표적인 간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하지만 재배방법과 재배를 할 수 있는 품종을 구하기란 불가능했다. 품종을 구하기 위해서 보낸 첩자들 중 연락이 끊긴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죠클아이어드와 비오텐 공작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 동안 들어간 돈도 돈이지만 연맹 몰래 진행 시키느라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에 그랬다.

"북부 연합군이 있는 한 우리 삼국연맹은 불안한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우환덩어리를 제거할 기회가 왔습니다. 이것만큼은 추호도 거짓이 없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에게 다른 뜻이 있었다면 연맹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테렌스 공작의 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로베니아의 강력한 원조는 그들의 생각을 흐리게 만들었다. 결국 이날의 회의는 알버스크의 뜻대로 흘러갔고 이 날 이후로 삼국연맹 소속의 왕국들에서는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알버스크 왕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로베니아와의 전쟁 준비를 하고 있던 터라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가장 전쟁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할란 연방이 오히려 스베인 왕국보다 열성적인 노력으로 연맹을 놀라게 했다. 물론 로베니아 제국에서 주는 선물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알버스크 왕국에 미리 정한 수치가 있다는 것을 두 동맹은 모르고 있었다. 이미 알버스크 왕국에서는 차후의 문제에 대해서까지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 이었다.

"수고가 많네, 테렌스 공작!"

"어서오십시오. 국왕전하!"

엄청난 전쟁 물자가 오고가는 작업현장에 발렌시아 국왕이 미리 언질도 없이 나타나자 현장을 감독하던 테렌스 공작이 크게 놀라서 달려왔다.

"어떻게 연락도 없이 이 누추한 곳에 오셨습니까?"

테렌스 공작이 제대로 반기지 못해 황망해했지만 발렌시아 국왕은 바닥에 카페트를 깔려고 하는 병사들을 제지하며 옷에 진흙이 묻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병사들을 독려했다.

"전하, 옥체가 상하시옵니다."

"괜찮아! 괜찮아!"

손을 내저으며 작업을 하다 말고 무릎을 꿇는 병사들을 일일이 일으키는 발렌시아 국왕의 얼굴에는 기쁨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거대한 기간테스 앞에 선 발렌시아 국왕이 진흙이 묻은 기간테스의 발을 닦아냈다. 시종들이 깜짝 놀라서 달려왔지만 국왕은 묵묵히 기간테스의 발에 묻은 진흙을 닦아냈다. 시종들과 달리 일선의 장교들과 지휘관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진흙을 닦아내는 발렌시아 국왕의 심정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기에 그들은 울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전하, 이제 충분합니다. 그만 하셔도 됩니다."

테렌스 공작이 많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발렌시아 국왕의 손을 잡아 당겼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손에 묻은 진흙을 닦아내지 않고 길게 이어진 행렬을 보며 그는 벅찬 감동을 이기지 못했다. 기간테스 30여기가 이동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 뒤로 불의 전차로 불리는 비마스의 행렬이 뒤를 이었다. 로베니아에서 약속한 원조무기였다.

"비록 모양새는 나지 않지만 드디어 그토록 염원하던 고대인들의 무기를 손에 넣었어! 우리 알버스크의 것이 확실하겠지?"

"네, 전하! 저희 측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수차례 검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로베니아로서도 저희들이 북부연합군을 이겨주기를 바라고 있는 입장이니 특별히 장난을 하지는 않았을 걸로 사료되옵니다."

테렌스 백작이 고개를 숙이자 발렌시아 국왕이 공작의 어깨를 두드리며 왔던 길을 돌아갔다.

"황제폐하 만세!"

누군가 그렇게 외쳤다. 진흙탕에 발을 담그고 걸어가던 발렌시아 국왕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황제폐하 만세!"

또 다시 어디선가 외침이 있었고 그 외침은 마른 들판에 불길이 번지듯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업이 멈춘 현장에는 발렌시아 국왕을 황제로 칭송하는 소리가 들끓었다. 발렌시아 국왕은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말을 배우기도 전에 로베니아제국에 머리를 조아리는 것부터 배웠다. 그 때 이 굴욕을 반드시 갚아 주리라고 맹세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온 그에게 드디어 신은 기회를 주었다.

"황제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알버스크가 누구에게도 머리를 숙이지 않게 만들어라! 그것은 나의 숙원이며 너희들의 사명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라!"

발렌시아 국왕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몸을 돌려 마차에 몸을 실은 국왕 일행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황제폐하를 외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트웨인 백작!"

"말씀하십시오, 공작각하!"

"이 날을 잊지 말아라. 이 일을 가슴속에 새겨두어라!"

"알겠습니다."

깊숙이 허리를 숙이는 트웨인 백작을 일으켜 어깨를 강하게 쥔 테렌스 공작이 트웨인 백작의 눈을 들여다 보며 속삭였다.

"반드시 국왕전하를 황제로 옹립한다."

테렌스 공작이 미소를 짓자. 트웨인 백작도 그와 같은 미소로 화답을 했다.

"대륙의 주인이 바뀔 때가 되었죠."

두 사내가 가슴을 불태우는 동안 다른 동맹에서도 분주하고 뜨거운 열기가 온 나라를 휩쓸었다. 알버스크와 달리 이들은 자국 내 여론을 위해서 고대인들의 무기를 보유하게 된 것을 일부러 널리 알렸다. 그것은 삼국연맹이 벌이게 될 전쟁이 무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혹시라도 흔들리게 될지 모르는 민심을 잡기 위한 방편이었다. 시민들은 자국이 고대인의 무기를 보유하게 된 것에 크게 기뻐하면서 모두들 이미 전쟁에서 승리라도 한 듯이 들뜬 분위기였다. 그리고 전쟁을 통해 그들도 북부 연합의 새로운 곡식들을 얻게 될 거라 믿었다. 그렇게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삼국연맹은 일사천리로 전쟁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시켜 갔다. 곧 전쟁이 일어날 거란 소문이 전 대륙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면서 대륙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소문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삼국 연맹이었고 그들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골적으로 전쟁준비에 열을 올렸고 징병을 서둘렀다.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삼국연맹은 모든 준비를 끝내고 숨을 죽이며 때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대륙의 모든 촉각이 삼국연맹에서 북부 연합군으로 쏠렸다. 삼국연맹이 전쟁준비에 열을 올리는 동안 당사자인 북부 연합군은 너무나 조용했기 때문에 대륙에는 여러 가지 소문이 무성했다. 로베니아와의 전쟁으로 북부 연합군은 사실 껍데기만 남았다는 이야기와 북부 연합군의 소드마스터 호크 백작이 죽었다는 괴소문도 떠돌았다. 또한 실상 북부 연합군은 이미 서로의 이권 때문에 와해 된지 오래라는 갖가지 억측과 근거를 알 수 없는 루머들이 대륙에 끊임없이 맴돌았다. 그러나 아무도 그 사실의 진위 여부를 몰랐지만 적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북부 연합군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짐작만은 모두가 가지는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리하나 강 너머 북부 연합군의 영토는 오늘도 고요하기만 했다.

"정말 어리석은 놈들이 군, 아무리 생각이 없다지만 그렇게 모를까?"

"원래 한쪽만 보기 시작하면 그 뒤에 뭐가 도사리고 있는지 전혀 보지 못하는 법입니다."

휘익!

낮게 울리는 휘파람 소리에 숲속의 수풀들이 흔들리며 소란스러워졌다. 온몸에 나뭇가지를 꺽어서 몸에 꽂은 군인들이 수풀 속에서 튀어나와 반대편 능선을 타고 국경을 넘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병사들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악수를 했다.

"그럼 이제 헤어져야겠군요. 건강한 얼굴로 만나길 기대하겠습니다. 루크 소령님!"

핸들러와 함게 로베니아의 리하나 요새를 공략할 때 리하나강을 목숨 걸고 건넜던 레센의 코들란 자작이 루크 소령의 손을 꽉 잡았다.

"코들란 자작님도 작전을 성공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할란 연방쪽은 무척 살벌하다는데 너무 깊이 파고들어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전쟁을 수행하는 군인들에게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거친 얼굴에 살짝 지어 보여준 미소면 충분했다. 이지중대를 따라서 숲속으로 사라지는 루크소령을 보며 레센의 코들란 자작이 어색한 동작으로 거수경례를 했다.

'부디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손을 내린 코들란 자작도 수하 기사들을 따라서 능선을 향했다. 그 들이 사라진 언덕 아래로 무수히 많은 짐마차가 행렬이 알버스크 왕국을 향해 꼬리를 물고 이어져있었다. 삼국연맹의 예상과 달리 이미 북부연합군이 행동을 개시했다. 무수히 많은 특공대가 이미 삼국연맹의 주요거점과 병력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침투해 있는 상황이었다. 특공대가 삼국연맹에서 침투해서 소식을 보내오자 북부 연합군의 참모부들은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충성! 장관님 들어오십니다."

나형석 장군이 합동 참모부로 들어오자 전원 기립했다.

"쉬어! 새로 들어온 내용은?"

딱딱한 나형석 장군의 목소리로 보아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상황실 당번 작전 장교가 밤사이 들어온 소식들을 정리하여 보고하자 관자놀이를 짓누르며 두통을 쫓던 나형석의 장군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 나왔다.

"추가로 50여기 씩 더 공급되었다고?"

"네, 사령관 각하! 알버스크를 제외한 스베인과 할란 연방에 기간테스 50여기가 추가 유입 됐습니다."

"알버스크 왕국은?"

뒷목을 주무르는 나형석 장군은 무덤덤했다.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그 동안 과정으로 보아 곧 알버스크에도 추가로 기간테스가 들어가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목을 움직일 때 마다 우드득! 거리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렸다.

"후! 80여기 씩 세 군데이니 총 240기의 기간테스를 보유했다는 말이군. 240기라...도대체 로베니아에는 고대인들의 무기가 얼마나 있는 걸까?"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인 채 골똘히 생각이 잠겼던 나형석 장군이 보고를 하던 작전장교를 바라보았다.

"침투조는?"

"현재 이지 중대는 스베인 왕국의 주요전략 지점인 이스마란 산을 넘고 있습니다. 작전지점인 막투레니아 영지까지는 내일 오후나 되어야 가능할거 같습니다."

"그렇게 늦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미 삼국연맹은 준 전지태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 정도도 이지 중대이기에 가능한 겁니다. 그리고 레센의 코들란 자작이 이끄는 부대도 비슷한 시간에 할란 연방에 도착할겁니다."

상황판의 점들을 바라보는 나형석 장군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몸을 일으켜 뒷짐을 진채 제자리를 맴돌던 장군이 걸음을 멈췄다.

"좋아, 레센에 연락해라. 우리가 먼저 쳐야겠어!"

나형석 장군에 말에 순식간에 상황실이 조용해졌다.

"이 번 기회에 우리가 로베니아에게 승리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각인 시켜줘야겠어!"

그의 지휘봉이 폴렌시아 대륙을 그려놓은 지도 한 가운데를 찍어 눌렀다. 그날 오후부터 케린버그와 레센의 북부 연합군도 전시체제로 돌아섰다. 그러나 삼국연맹과 다른 점이 있다면 북부 연합군은 은밀히 조용하게 전쟁 준비를 했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삼국 연맹과 달리 이들에게는 근 몇 년 동안 항상 전쟁을 치러왔기에 삼국연맹에 비해 월등히 훌륭했다. 북부 연합군의 시민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국가의 요구에 부흥했다. 로베니아와의 전쟁이후로 양국 최고국가원수 회의가 소집되어 전쟁준비를 위해 박차를 가했다. 늘 전쟁을 대비하고 격전의 전장터에서 살아온 이들은 결코 떠벌이거나 군중심리에 동요하지 않았다. 고요함속에서 그들은 전혀 두려움 없이 그들의 삶의 터전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서 기꺼이 희생을 감수했다. 이제 또 다시 대륙은 근 일천 년 만에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깊은 밤 잠 못드는 달빛이 홀로 애를 쓰며 어둠을 밝히고 있었지만 칠흙처럼 어두운 밤길을 밝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부엉이도 큰 눈을 깜빡이며 먹이를 찾아다니지만 오늘 따라 쉽지가 않은지 울음소리에 짜증이 가득했다. 그 부엉이가 뭐를 발견했는지 깜짝 놀라서 크게 날개 짓하며 도망쳤다. 푸드득 거리는 소리에 잠들었던 숲속도 깨어나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좀 더 높은 곳으로 피한 부엉이가 울음소리를 죽이고 조심스럽게 아래를 살피니 숲이 움직이고 있었다. 나무들이 다리가 있어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닐 텐데 신기하기만 한지 부엉이는 눈을 굴리며 지켜보았다.

휘익!

휘파람소리에 움직이던 숲이 멈췄다.

"산등성이를 넘으면 막투레니아입니다."

얼굴의 검게 칠하고 온 몸에 나뭇가지를 꽂은 이지 중대원 하나가 작게 속삭이자 루크 소령이 지도를 확인했다. 고개를 끄덕인 루크 소령이 팔을 들어 올려 빙글빙글 돌리자 이지 중대원들이 재빠르게 산등성이를 넘기 시작했다. 무기를 들고 이동하는 이들 말고 두 사람씩 뭔가 무거운 짐을 들고 나르는 대원들이 많았다. 루크 소령은 그들에게 주의를 준 후 조심스럽게 짐을 옮겼다. 무척 중요한 물건인 듯 조심스러웠다. 루크 소령도 움직이자 그 뒤로 마법사들이 뒤를 따라서 움직였다. 이제 동이 트기전이면 스베인 왕국의 막투레니아 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예정보다 반나절이나 빠른 속도였다. 가슴을 쓸어내린 루크소령은 새벽 별이 보이기 시작하자 더욱 서둘렀다. 누군가의 눈에 뜨이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지나온 흔적을 지워가며 이지 중대는 눈앞의 산등성이를 타고 넘었다. 한 참의 시간이 흘러 이지 중대가 평지에 도착하자 어스름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숲을 벗어나니 동틀 무렵의 여명 속에서 고색창연한 자태를 자랑하며 서있는 웅장한 성이 나타났다. 스베인 왕국의 막투레니아 영지를 지키는 테인스필드성이었다.

"엄청나군!"

루크 소령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테인스필드 성은 고대인 유물 중 유일하게 지하가 아닌 땅위에 지어진 건축물로 유명합니다. 물리적 공격과 마법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고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 색이 변치 않는 신비한 성입니다."

마법사 한명이 루크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그런데 고대인의 유물이라면, 저 곳에는 고대 무기가 없었나? 기간테스 같은 것들 말이야?"

갑자기 생각났는지 루크가 그 마법사를 돌아보자 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네, 이상하게도 전혀 유물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성이라면 지키던 군인들도 있었을 테고 그렇다면 무기들도 있었을 텐데 흔한 검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만약에 저 성안에 고대인들의 무기가 가득했다면 아마도 대륙의 패권을 스베인 왕국도 한 자리 꿰어 차고 있었겠죠."

"그래, 그랬겠지! 스베인 왕국은 억울하겠지만 우리에게는 다행스런 일이군."

루크가 몸을 숨기고 테인스필드 성을 살필 때 수색 나갔던 대원들이 돌아왔다.

"더 이상 접근은 힘이 듭니다. 소령님 외곽 경계가 보통이 아닙니다."

당연한 일이었다. 로베니아에서 공급받은 고대인들의 무기가 모두 이곳으로 이동하고 있으니 접근이 어려운 것은 필연이었다. 케린버그와 레센 북부연합군을 공격하기 위해서 스베인 왕국의 최북단인 이곳으로 병력이 집결하고 있는 중이었다. 삼국연맹은 북부 연합군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에 국경 인접 지역으로 병력배치를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삼국연맹의 주요 집결지에 북부 연합군의 특공대가 파견된 것이다. 그 중 가장 빨리 도착한 이지 중대가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좋아, 수색조가 숲의 입구를 지키고 나머지 인원은 작업을 시작한다. 서둘러라, 늦으면 우리들의 훈련량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이지 중대원들의 몸이 흠짓 거렸다. 다들 얼굴이 어두워지며 안색이 파리해졌다. 소대장 하나가 조심스럽게 루크에게 질문을 했다.

"혹시, 호크 장군님이..."

"그래, 장군님이 오신다!"

루크의 마지막 말에 이지 중대원들의 몸이 빨라졌다. 특히나 샹그릴라 작전때 숲속에서 꾸물거린다고 기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던 터라 모두들 열심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루크 소령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저나 호크 장군님은 이제 괜찮아 지셨나?'

구출 당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만신창이의 호크를 떠올렸던 루크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몸을 일으켰다. 자신이 알고 있는 호크는 그 누구보다 독한 독종이었다. 작전에 투입되는 걸로 보아서 이미 회복 했을 거라 생각했다. 또 괘한 잔소리를 듣기 전에 서둘러야 겠다고 마음을 먹은 루크는 호크가 오기 전에 준비를 끝내기 위해 부하들을 독려했다.

"우르르르 까꿍!"

나무로 만든 장난감을 흔들자 울음을 터뜨릴 것 같던 아기의 얼굴에 울음대신에 웃음이 피어났다.

꺄르르르 웃음소리를 터뜨리는 아기를 보며 호크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 너무나 앙증맞은 아기의 손이 자신의 손가락을 꼭 잡자 온몸에 전율이 일어났다. 번갯불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이 떨렸다. 생명의 경이로움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닌 자신의 분신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 신비한 느낌은 아버지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환상적인 기쁨이었다.

"호호호, 그렇게 좋아요. 당신의 그런 모습 보기 좋아요."

"캐더린, 좀 더 자지 왜 나왔어."

아름다운 금발을 목 아래로 늘어뜨린 캐더린이 잠옷 차림으로 나와서 아기와 놀고 있는 호크의 등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따뜻함에 호크는 몸을 돌려 그녀를 안았다. 캐더린의 좋은 향기가 신경을 마비시켰다. 사랑하는 여인의 품은 세상 그 무엇보다 편안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입술을 찾아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아기가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떨어져야 했다.

"하하하, 이 녀석 벌써 질투하나?"

"이리 주세요."

캐더린이 아기를 받아들고 젖을 물리자 호크는 감격한 얼굴로 잠시 둘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서 창가에 섰다.

"캐더린..."

조용히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아기에게 젖을 물리던 캐더린의 몸이 경직되었다. 호크의 목소리에서 좋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리라는 것을 예감했던 것이다.

"나 또 가야해,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어."

"....."

한 참을 그렇게 있던 두 사람은 어색함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잠시 후에 젖을 배불리 먹은 아기가 잠이 들자 침대에 아기를 내려놓은 캐더린이 다가와 말없이 호크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그렇게 말없이 오랫동안 저녁놀을 맞으며 서있던 호크와 캐더린은 마음속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또 다시 죽음의 전장에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캐더린은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지만 이렇게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만으로 호크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을 그녀는 몰랐다. 그날 저녁 호크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힘들게 옮겨야 했다.

"좀 더 계셔도 되는데요.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핸들러가 호크 옆으로 말을 몰며 걱정을 하자 호크는 피식 웃어보였다.

"불편한 마음으로 한 두 시간 더 있어 봐야. 서로에게 좋을 거 없어. 그것보다 이 지겨운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게 속 편하지, 않그래?"

어깨를 툭 치는 호크를 보며 핸들러도 웃고 말았다.

"그나저나 나는 삼국연맹보다 로베니아가 걱정이야"

"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는데요?"

핸들러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호크의 얼굴이 대번 어두워졌다.

"예전에는 기간테스가 발견되는 왕국은 쑥대밭을 만들 정도로 예민하던 놈들이 비록 힘이 약해졌다고 우리를 치기 위해서 고대인들의 무기를 삼국연맹에 아무런 조건 없이 그렇게 준다는 게 이해가가지 않아. 어떤 꿍꿍이 속인지 모르겠어. 분명히 좋은 뜻으로 무기를 나누어 준 것은 아닐테고, 분명히 뭔가 있는데 분명히 뭔가 구린 냄새가 나!"

확신하듯 단정 짓는 호크를 보며 핸들러도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자신들이 생각하는 바를 지휘부에서 모를 리가 없었다. 모르기는 해도 이점에 대해서 사령부에서는 나름대로 분석하고 대비하고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디안요새에 도착했다.

호크의 신분을 확인하자 굳게 닫힌 디안 요새의 문이 열리며 호크 일행을 반겼다. 안으로 들어서니 고요한 밖의 분위기와 달리 디안 요새 안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레센제국군과 케린버그 왕립군들이 뒤섞여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디안 요새 밖의 새로 지은 요새도 병력들로 가득했다. 요새를 통과하자 기간테스들이 도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새로이 개발된 전차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서있었다.

"충성! 2사단 전투병력 집결준비 끝!"

사단장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인 호크가 전차위로 뛰어 올라갔다.

"제군들! 나는 무척이나 화가 난다. 제군들은 그렇지 않나?"

병사들을 좌우로 흩어본 호크는 허리에 두 손을 대고 가슴을 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들이 있다. 남이 잘되면 기뻐해주는 자들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인간들이다."

우하하하하!

호크의 연설에 병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병사들의 긴장을 어느 정도 풀어준 호크도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리가 살만하니까 그게 눈꼴사나워서 못 보겠다며 삼국 연맹이 우리 턱밑에서 시끄럽게 구는데 어떻게 해야 하겠나?"

호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다른 왕국들과 북부 연합군이 느끼는 애국심은 차원이 달랐다. 북구 연합군은 개인의 재산권이 어느 정도 인정이 되는 나라였다. 노예제는 폐지되었고 자신이 일한 만큼 영위하고 살 수 있는 나라였다. 평민이든 귀족이든 자식을 가르치고 관리가 될 수 있는 나라를 빼앗기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수년간의 전쟁을 치르면서 이미 케린버그는 직업군인의 개념이 확고히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징집 병들과 달리 이들에게는 체계적인 훈련과 정신 교육이 되어 있었다. 즉 이들은 항상 전투를 치르도록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삼국연맹을 성토하는 고함소리가 점점 커져서 귀를 막을 지경이 되자 호크가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제군들, 나도 제군들과 같은 심정이다. 게다가 오늘 오후 삼국연맹의 대표들이 선언문을 발표했다."

잠시 말을 끊은 호크가 두루마기를 펼쳐 들고 읽어 내려갔다.

"어디보자, 음 이런 거는 다 쓸데없는 말이고 음, 그래 여기부터 읽으면 되겠군. 음음

[대륙의 질서와 평화를 해치는 북부 연합군은 지금 당자 삼국연맹에게 항복하라! 케린버그와 레센의 동맹을 해체하고 즉시 모든 병력은 무장 해제하여 삼국연맹의 지배하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이 이후로 두 나라는 역사 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정말 내가 들어본 말 중에 제일 개떡 같은 소리다."

하하하하!

다시 병사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호크는 전차에서 뛰어 내려 기간테스 어깨위로 올라갔다. 호크의 모습이 모두에게 들어왔다.

"제군들,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삼국연맹이어야 하지 않겠나?"

병사들에게서 분노의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 호크는 만족했는지 기간테스의 어깨에서 내려섰다.

"사단장!"

"네, 장군님!"

"작전개시!"

호크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지자 사기가 크게 오른 2사단 병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향하는 곳은 아주 커다란 게이트(gate)였다. 싸이클론과 마법사들이 게이트에 마나를 불어 넣고 있었다.

"자, 일단 스베인 왕국부터 시작이야!"

말고삐를 잡아당긴 호크의 눈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게이트가 빛을 뿜어내며 작동을 시작하자 2사단 병력들이 물밀듯이 게이트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기간테스들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던 호크가 핸들러 함께 게이트가 다가갔다. 싸이클론이 게이트 조정실에서 내려와 호크 옆으로 다가왔다.

"몸조심해라!"

"네, 영감님도 몸조심해요. 알버스크 놈들이 제일 뒤가 구린 놈들이에요. 우리에게 평화조약을 제일 먼저 맺었던 놈들이 제일먼저 뒤통수를 치다니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을 거에요."

"걱정마라, 알버스크 왕국은 작은 마을까지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여행을 많이 한곳이다. 게다가 저 듬직한 핸들러와 함께 가는데 뭘 걱정이냐."

"알아요. 그래도 조심하는 거에요!"

믿음의 눈빛을 교환하며 인사를 나눈 호크가 게이트로 들어갔다. 호크의 모습이 게이트 안으로 사라지자 다른 병력들이 몰려들었다. 대륙전쟁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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