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크-38화 (38/55)

Chapter 38. 대전투(大戰鬪)!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작전 사령부에 모인 군인들이 눈빛을 번뜩이며 상황판 앞에서 설명하고 있는 작전장교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리하나 강 유역은 로베니아의 전진 기지가 세워지고 있습니다. 추가로 대규모 병력이 유입되고 있고 20만 이상의 노예들이 동원되어 건물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작전 장교의 설명 중에 나형석 장군이 끼어들었다.

"그들이 그곳에 전진 기지를 세우는 이유는 뭐라고 작전처에서 분석하고 있는가?"

"네, 장군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다음과 같이 판단을 내렸습니다. 우선 적들도 이동 게이트를 발견하여 로베니아 국경으로부터 대륙의 중앙부까지 일직선으로 연결되는 마법통로를 손에 넣었습니다. 이것은 전략적으로 로베니아가 대륙 중앙까지 언제든지 병력을 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들이 이곳에 전진 기지를 세우는 이유는... 폴렌시아 대륙 전체를 정복하기 위한 초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전 장교의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작전회의실 안은 크게 웅성거렸다.

대륙 정벌!

설마 설마했지만, 로베니아가 드디어 야욕을 드러낸 것이었다.

모두들 침통한 표정이 되었다.

"그만! 모두 조용히! 계속하게!"

봄멜 공작이 소란스러워진 회의실의 정리하자 작전장교가 브리핑을 계속했다.

"감사합니다, 봄멜 공작님! 그럼 계속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이 전진 기지가 갖는 의미는 대륙 정복 이외에도 이번 우리와 로베니아의 전투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것은 저희 연합군에게 치명적인 위협이기도 합니다. 전진기지가 리하나 강에 완성되면 로베니아가 안전한 보급선을 확보하게 됩니다. 안정적인 보급선을 확보한 로베니아의 전투력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이상, 이로 인해 저희들의 고전(苦戰)이 예상됩니다."

착 가라앉은 실내 분위기 속에 호크가 일어나 작전장교의 지휘봉을 건네받았다.

"모두 주목! 벌써부터 실망할 것은 없다. 대륙 제일의 강국 로베니아와의 전쟁이다. 쉬울 거라고 예상하지는 않았겠지? 왜 도망가고 싶나?"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호크가 장교들을 자극하자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좋아! 우선 로베니아의 현재 진로로 볼 때 적들의 예상 진로는 다리온 평원을 지나 록스엘을 건너서 헤나스톤을 지나 로이든을 칠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적들의 규모가 적어 그들을 로이든 앞까지 끌어들였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우리가 나가서 싸워야 한다. 그래야만 제2, 제3의 전선을 구축해서 전투를 길게 끌어갈 수 있는 것이다. 지난번과 같은 단 한차례로 끝나는 전투가 아니라 길고 긴 싸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전략은 전선을 6개로 늘인다."

대륙 전쟁사에 단 한 번도 없었던 작전에 양국의 장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식을 파괴한 작전에 장교들은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적과 제일 먼저 조우하게 될 제1전선은 맨체트 영지의 끝에 있는 통곡의 벽이다!"

오퍼레이터가 상황판의 화면을 바꾸자 군사지도가 펼쳐졌다.

화살표와 점들도 표시된 군사지도는 케린버그 장교들에게는 익숙하지만, 레센 제국의 장교들에게는 생소한 지도였다.

"레센의 장교들은 나중에 따로 독도법(지도 판별하는 방법) 배우도록 하고 지금은 상황판의 지도에 집중하도록!"

호크가 붉은 선으로 길게 가로지른 지점을 지휘봉으로 가리켰다.

"케린버그와 호야센 왕국을 가로지는 국경선 역할을 하고 있는 통곡의 벽에 제일 전선을 형성한다. 호야센 왕국은 어차피 로베니아 황제의 발바닥이라도 핥을 위인이니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아마도 로네니아군이 지나는 길에 먼지라도 쌓일까봐 빗자루를 들고 쓸고 있을지도 모르지."

호크의 농담에 모처럼 회의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탁! 탁!

"주목!"

상황판을 지휘봉으로 두드리며 다시 주변을 정리한 호크가 세세한 작전 설명을 이어갔다.

연합군 참모진이 생각해낸 작전은 로베니아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적들의 왕국 내부로 끌어들이는 작전이었다.

그래서 전선을 무려 6개에 걸쳐 형성한 것이었다.

각 전선마다 전투에 특징이 있었다.

아무렇게나 만든 전선이 아니었고 각 전선마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었다.

로베니아군이 전선을 돌파할 때마다 연합군이 계획한 대로 로베니아군이 피해를 입는다면 마지막 여섯 번째 전선에서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이것으로 전체적인 작전개요를 설명했다. 모두가 주지하다 시피 이번 전쟁은 단순히 우리 연합군만의 전쟁이 아니다. 우리가 패퇴하면 폴렌시아 대륙은 로베니아의 땅이 되고 그들 프란시아 민족을 제외하고는 모두 노예가 되어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미 여러 왕국에서 우리와 뜻을 같이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이번 전쟁은 케린버그와 레센만의 연합군이 아니고 제국의 야욕에 대항하기 위한 대륙의 연합군이란 사실을 명심해라! 핸들러 중령!"

"넵! 장군님!"

핸들러가 호명을 받고 서류철을 옆구리에 끼고 일어서서 상황판 앞에 섰다.

"케린버그 왕립군의 핸들러 중령입니다. 지금부터 세부적인 작전회의가 있겠습니다. 각 전선별로 투입될 부대 편성표입니다. 각자 어디 소속인지 확인하시고 전선별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양국의 장교들이 차분히 명령서를 받아들고 각 제대별 편성표에 따라서 몸을 움직였다.

장교들의 작전회의를 지켜보며 심도 깊은 대 로베니아 전투 작전에 대한 계획이 세워졌다.

전투에서 패배하면 패망을 의미하기에 양국의 군 수뇌부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전체 작전을 검토했으며 일선 장교들의 세부 작전회의도 심도 깊게 진행되었다.

실제 상황에서 발생 할 수 있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까지 작전에 포함 시키며 아주 늦은 밤까지 회의는 계속되었다.

군인들만 밤을 새우는 것이 아니었다.

총체적 위기 앞에서 로이든의 왕실 집무실에서도 늦은 시간까지 불이 꺼지지 않고 있었다.

"그대의 아버지를 많이 닮았군."

"그런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역사적인 만남 치고는 첫인사가 너무 평범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한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굉장한 것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모스크 산맥 속에서 폭설과 한파에 시달렸네, 아직도 레센은 아침에 숨을 쉬면 가슴속이 얼어붙는데 겨우 산맥 하나 너머에 있는 케린버그의 햇살은 따스하구먼."

"로베니아의 햇살은 더욱 따사로울 것입니다."

찰스 국왕의 말에 요한 황제가 허무함이 묻어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 나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 선황의 선황처럼 생을 끝내면서 미련을 남기기는 싫었네. 그래서 전쟁을 반대하는 원로원을 없애버리면서까지 이 전쟁을 이끌었지. 어떻게 보면 늙은이의 욕심 때문이라고 할까? 하지만 후회는 없네. 케린버그의 용기 덕에 적어도 지난번처럼 모스크 산맥을 넘어보지도 못하고 검을 꺾지는 않을 테니까. 하하하!"

늙은 황제의 웃음 속에는 울분, 슬픔, 분노, 후회 같은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왠지 모르게 그런 요한 황제를 보는 찰스 국왕은 연민(憐愍)을 느꼈다.

비록 거대 제국의 황제와 작은 왕국의 국왕이라는 차이는 있었지만, 로베니아라는 숙적을 두고 오랜 세월 마음속에서부터 고통 받아온 두 사람의 마음은 어느 정도 통하는 면이 있었다.

"대제국 레센의 황제께서 너무 엄살이 심하십니다. 다른 이들이 들으면 분명 웃을 게 뻔합니다. 황제 폐하께서 힘을 내셔야 연합군의 사기도 크게 올라갈 것입니다."

찰스 국왕의 진심어린 충고에 요한 황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라도 고맙군."

"폐하! 제 말은......."

찰스 국왕은 요한황제가 자신을 말을 오해한 듯하자 급히 변명을 하려했다.

그러나 요한 황제는 괜찮다는 듯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아~ 괜찮네, 괜찮아! 자네 말이 진심이라는 것은 이 늙은이도 잘 아니까. 걱정 말게나. 그보다 케린버그의 국왕께서 이렇게 엄살이 심하다니 이거야말로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야. 하하하!"

만면에 웃음을 띠던 요한 황제가 손을 들어 수행 귀족을 부르자 머리가 희끗한 남자가 급히 달려왔다.

"내 케린버그의 국왕과 긴히 할 얘기가 있다."

요한 황제의 명에 홀 안에 있던 레센 제국의 수행기사들과 수행원들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케린버그 수행원들 또한 헬렌 백작이 눈치껏 데리고 빠져나가자 홀 안에는 찰스 국왕과 요한 황제만 자리를 했다.

"이제야 눈치 보지 않고 속 얘기 좀 하겠군! 이보게, 찰스!"

"네, 네......."

요한 황제의 살가운 대화에 적응을 못한 찰스 국왕이 말을 더듬자 껄껄 웃으며 무릎을 치는 요한 황제가 기분이 좋은 듯 술잔의 술을 한 모금 삼켰다.

"내, 오늘 이 시간만큼은 편히 말하겠네. 제국의 황제가 아닌 요한 크라우스라는 한 인간으로서, 자네도 케린버그의 국왕이 아닌 이 대륙에 살아가는 뜨거운 피를 가진 한 인간으로서 내 얘기를 들어주게!"

황제의 진지한 표정으로 보아 보통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찰스 국왕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보고 만족스런 얼굴이 된 요한 황제가 술잔의 빙글빙글 돌리며 술잔의 술이 요동치는 것을 바라보다가 눈을 떼고 찰스 국왕을 보았다.

"이 이야기는 대륙에서 몇몇 사람들만 알고 있는 비사(秘事)일세. 이것은 자네들이 고대 유적의 발견을 우리에게 터놓고 알려준 것에 대한 동맹국으로서의 예의일 뿐만 아니라, 전투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설사 우리가 패망한다고 하더라도 형제에 대한 예우이자 대륙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더 이상 비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결정을 내린 것이네. 오랜 세월 선황으로부터 다음 대(代)황제에게 구전(口傳)으로 전해졌던 이 대륙의 진실을 이제 그대에게 전해 주겠네."

깊은 밤하늘의 달빛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어둠 속에 숨어들어 다가오는 여명의 눈동자에 별들이 도망갈 때까지 요한 황제의 입에서 천년의 비밀이 흘러 나왔고, 찰스 국왕은 감탄과 경악을 반복하며 대륙의 비밀을 전해들었다.

이야기가 끝나가고 창문 사이로 아침햇살이 살그머니 고개를 내밀 무렵, 찰스 국왕은 무릎 위에는 심하게 떨리는 주먹이 올라와 있었다.

"그... 그래서 로베니아는 처음부터 제국이었군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처음부터 대륙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것이 그들의 노력에 의한 결과가 아니고 단지 여신 미르네보에게 인류(人類)를 팔아넘긴 대가란 말이군요."

찰스 국왕은 그 어느 때보다 분노했다.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대제국 로베니아를 동경하고 부러워했었다.

그러나 요한 황제로부터 진실을 듣고 나자 로베니아란 이름에서 얼마나 심한 악취가 나는지 깨달았다.

거짓과 위선의 탈을 쓰고 대륙의 패자로서 군림하던 그들의 모습이 역겨웠다.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있던 찰스 국왕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황제 폐하! 이제 저희 연합군은 절대 질 수 없습니다. 그런 패륜아들에게 저희는 절대로 패배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반드시 승리해야만 합니다."

찰스 국왕의 결연한 의지에 요한 황제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패륜아라... 패륜아... 따지고 보면 우리 레센도 그들과 똑같은 피를 나누어가진 존재! 결국 우리도 더러운 피를 가진 쓰레기들일 뿐이지."

자책하는 레센의 황제를 보며 찰스 국왕은 단호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그때 레센의 선조들이 그들과 뜻을 같이했다면 대륙은 그들 이외에 다른 모든 생명들은 고통 속에서 천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을 겁니다. 레센의 선조들이 보여준 용기에 감탄하고 천년의 세월을 얼어붙은 동토(凍土) 땅에서 고통 받은 그 노고에 찬사를 보냅니다."

감동 받은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찰스 국왕의 말에 요한 황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래 주겠는가? 그렇게 생각해 주겠는가? 이 대륙을 파멸로 몰아넣고 자신들 살겠다고 신들의 장난에 장단을 맞춘 우리를 용서하겠는가? 그리하여 대륙의 인간들이 천년 동안 고통 속에서 살아왔는데도 우리를 용서하겠는가?"

요한 황제의 눈은 붉게 충혈되었다.

노구의 몸이 격정으로 심하게 요동쳤고 입에서는 피를 토하듯 절규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 황제의 의자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찰스 국왕이 의자 손잡이 위에 놓인 요한 황제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고 꼭 잡았다.

찰스 국왕의 따스한 체온이 손을 통해 요한 황제에게 전해졌다.

묘하게도 마음속의 고통이 사라지는 듯했다.

"천 년 전에 모두 부귀영화를 뿌리치고 모스크 산맥을 넘은 레센은 그때 이미 용서 받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일년전쟁으로 얼룩진 과거사도 다 로베니아의 더러운 욕심 때문이지 레센의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폐하! 이제 그들이 또 다시 대륙의 모든 것을 불사르려고 하고 있습니다. 리하나 강 유역에 전진 기지를 만들고 병력과 물자를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무엇을 나타내겠습니까? 이제 그들은 케린버그와 레센만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친 김에 대륙 전체를 집어 삼키려 하는 것이지요.

이 전쟁은 케린버그와 레센만의 전쟁이 아니라 폴렌시아 대륙 전체의 평화를 위한 성전(聖戰)입니다. 폐하께서도 용기를 잃지 말고 연합군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주십시오!"

찰스 국왕의 대범함과 넓은 아량에 크게 감동한 요한 황제는 이제야말로 정말 때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서슴없이 천년을 간직해 왔던 비밀을 찰스 국왕에게 털어놓은 것이다.

그들이 비록 예전 세린디아의 지하도시를 그들에게 개방했다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요한 황제는 꿈을 꾸었다.

그것은 로베니아와의 전쟁이었다.

자신이 하얀 백마를 타고 전장을 누비고 다녔다.

열심히 전장(戰場)속에서 검을 휘두르다보니 주위에 모든 것은 어두워지더니 날카로운 창을 든 로베니아 병사들에게 둘러싸이게 되었다.

적군의 창에 꼬치 신세가 될 뻔한 위기의 순간에 뛰어들어 로베니아의 창병들을 도륙하는 기사가 있었다.

요한 황제는 자신을 구한 기사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바로 케린버그의 찰스 국왕이었다.

온몸이 땀에 젖어 잠을 깬 요한 황제는 신의 계시 같은 것을 느꼈다.

그때 케린버그가 로베니아의 원정군을 궤멸시켰다는 소식을 접했고, 요한은 때가 무르익었음을 느꼈다.

원죄(原罪)를 씻을 기회가 자신의 삶의 마지막 순간에 찾아온 것을 깨닫고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봄멜 공작이 케린버그와 동맹을 맺지 위해서 모스크 산맥을 넘게 된 것이었다.

천 년 전, 잘못 끼웠던 단추를 다시 맞출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레센 제국은 태생부터 미래가 없는 제국이었다.

그것은 그들 또한 여신 미르네보의 힘을 나누어 받았기 때문이었다.

신의 힘을 나누어 받은 그들에게 발전이나 문명의 진화가 없었다.

그것은 점점 인간을 도태시켰다.

발전이 없는 문화는 소멸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레센의 황제들은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켰던 것이었다.

전쟁은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파멸을 향해 가는 레센을 구하기 위한 최선책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결국 한계에 온 시점에 케린버그의 출현은 그들에게 희망이었고 구원의 빛줄기였다.

절망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운명을 향해 도전하고 싸워나가는 모습은 요한 황제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운명에 순응하고 살아온 주제에 거대 제국이라는 허울 좋은 멍에도 다 필요 없었다.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 제국을 살릴 수 있는 희망을 케린버그에서 본 순간, 그는 케린버그의 투혼과 용기를 배워야만 로베니아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거라 확신했고, 제국의 황제라는 체면도 벗어던지고 직접 케린버그로 어려운 발걸음을 한 것이다. 그래서 천년의 세월동안 간직해 왔던 비밀을 털어놓은 것이었다.

이제 황제는 연합군으로서 케린버그와 전쟁을 치루면서 레센의 병사들이 그들에게 자신들에게는 없는 그 무엇을 배우기를 간절히 염원(念願)했다.

그리고 자신 앞에 당당히 서 있는 젊은 왕을 보며 아직 미래는 밝다는 희망을 품었다.

* * *

"황제 폐하, 케린버그 도당들이 국경선 부근에 방어선을 구축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부하 장수의 보고에 와인을 즐기던 발렝 황제의 눈이 재미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오호~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싸워도 모자랄 판에 감히 나서서 우리와 맞서겠다. 한 번의 승리로 오만함이 도를 지나치는구나. 이 또한 우리 대로베니아 제국의 모욕이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술잔의 술을 단숨에 삼켜버린 발렝 황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전군, 진군 속도를 높이라고 전해라! 내 친히, 오만한 애송이들에게 로베니아의 무서움을 전해주겠다!"

자신 있게 외치는 발렝 황제의 이글거리는 눈빛만으로도 적군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곳곳에서 호각소리와 나팔소리가 소란스럽게 울리자 로베니아의 진격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는 지평선 너머에 있을 케린버그를 향해서 거센 파도처럼 밀려갔다.

* * *

야전 본부의 천막 안은 그야말로 긴장감이 팽배했다.

천막 안에 자리한 젊은 장교들의 눈빛은 사지(死地)를 향해가는 투사들처럼 불타오르고 있었다.

"모두 주목! 눈빛들을 보니 내 걱정이 기우(杞憂)였던 거 같다. 어때 한번 붙어볼 마음들이 생겼나?"

"네, 그렇습니다."

"좋아! 그 기백 잃지 말도록."

잠시 장교들의 얼굴을 살펴본 호크가 진중한 얼굴로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쳐갔다.

모두의 얼굴을 가슴속에 담아두려는 것처럼 아주 경건했다.

"아는 얼굴도 있고, 그렇지 않은 녀석들도 있구나, 디안 요새 훈련소 시절부터 나와 고생한 놈들도 있고 새로이 전입된 신출내기 장교들도 있는 걸로 안다. 경험이 없는 녀석들은 지금쯤 다리가 후들거리는 놈들도 있을 거다. 창피할 것 없다.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너희들의 그 두려움도 적의 첫 공격이 시작되고 나면 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다. 명심해라, 잘 배웠겠지만 너희들은 장교다. 항상 선두에 나서서 죽어라! 제일먼저 참호 밖으로 뛰어나가고, 언제나 돌격하는 선봉의 자리에 너희들이 서라!

장교가 나서야만 병사들도 용기를 얻고 싸운다. 너희들이 먼저 죽어라 그래야 병사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호크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는 너무나 비정했다.

아니, 소름 끼치도록 무서웠다.

그러나 장교들은 누구 하나 미동도 하지 않았다.

모두를 흩어본 호크가 마지막 당부를 했다.

"그리고... 너희들의 앞에는 내가 나선다! 나를 따라서 로베니아 놈들을 지옥으로 끌고 간다!"

호크의 한쪽 입 꼬리가 치켜 올라가며 사악한 미소를 짓자 장교들의 얼굴에도 똑같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부대 기립! 충성!"

"전원 11시까지 소속부대에 작전명령 하달하고 지휘계통에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점검할 것. 이상으로 '통곡의 벽 방어 작전' 하달을 마친다."

어두운 야전 막사 안은 곳곳에서 들어오는 정보와 상부의 명령으로 부산스러웠다.

야전 막사를 빠져 나온 호크가 부관들과 함께 산기슭을 내려오자 평원을 가르는 끝이 보이지 않는 석벽이 늘어서 있었다.

혹자는 대륙이 생기기 이전부터 이 석벽이 존재했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또 다른 이는 신들이 먼 하늘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든 글자라는 말도 있었지만, 어떤 것도 사실을 증명할 수 없었다.

단지 최초의 일년전쟁 당시 이 석벽을 넘지 못하고 대륙 진출을 실패한 레센의 병사들이 이 석벽에서 통한(痛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해서 지금은 대륙에 통곡의 벽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석벽이 내일이면 벌어진 케린베그와 레센의 연합군대 대로베니아와의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전쟁을 서전을 장식하게 될 터였다.

석벽의 통로위로는 수많은 벙커가 설치되어 있었다.

지난번 로이든 공방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벙커를 좀 더 보안해서 개조한 벙커 주위로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앳되어 보이는 병사가 철모가 큰지 눈앞을 가려서 호크 일행을 미처 보지 못하고 부딪혔다.

"이런 멍청한 녀석을 봤나? 감히 장군님에게 이 무슨 무례냐?"

깜짝 놀란 부관이 나이 어린 병사를 나무라자 호크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넘어져서 얼어붙은 병사를 직접 일으켜 세운 호크가 철모를 손가락으로 들어올리자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 소년의 얼굴이 나타났다.

순간 호크의 심장이 날카로운 칼날에 베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어린아이들까지 전장에 몰아넣은 자신의 잘못 때문이었다.

어깨의 견장을 본 호크가 씁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일병, 자네 몇 살인가?"

"스... 스물입니다."

보지 않아도 되는 뻔한 거짓말에 호크는 속이 상했다.

대륙을 집어 삼키려는 로베니아를 보고 뻔뻔하다고 했지만, 자신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자 자괴감이 일었다.

"전쟁에 참가하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생각하지 않나?"

호크의 질문에 그 조그만 입술을 꼭 깨물고 뭔가 생각을 하던 일병이 목소리를 높여서 대답했다.

"그래서 참전(參戰)했습니다. 동생들을 위해서... 제 동생들에게는 전쟁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래서... 제가 전쟁을 끝내려고... 그런 마음에서 참전(參戰)했습니다. 저는 죽어도 좋습니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전쟁에 저 같은 애송이는 검을 들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온다면 저는 들판의 까마귀밥이 되어도 행복할 것입니다."

갑자기 코끝이 찡하면서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글썽이자 호크는 고개를 급히 돌렸다.

지휘관이라는 자가 나이 어린 병사보다 더 못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어린 병사의 맑은 눈을 보며 호크는 이 전쟁에서 절대 질 수 없는 이유를 찾아냈다.

흔들리며 방황했던 마음도 다잡을 수 있었다.

"일병 이름이 뭔가?"

"루이... 루이스 일병입니다!"

"루이스라 좋은 이름이군. 기억해두지! 전쟁이 끝나고 동생들에게 반드시 이 전쟁의 교훈을 전해주면 좋겠다. 반드시 살아남도록!"

"네, 알겠습니다. 충성!"

장비를 들고 다시 자기 소대를 찾아가는 루이스 일병을 보며 호크는 전의(戰意)를 불태웠다.

"부관! 작전을 변경한다."

느닷없는 호크의 말에 부관이 화들짝 놀랐다.

"네?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도망만 다녀서는 놈들의 목을 비틀어버릴 수 없어! 죽을 각오로 싸운다! 사령부로 가자! 어서! 이렇게 도망가는 작전으로는 반드시 진다! 저 나이어린 일병만도 못한 것이 이번 우리 작전이었어! 배수의 진을 치고 싸운다! 로이든 사령부로 가자. 어서 서둘러!"

루이스 일병과의 대화에서 깨달은 바가 컸던 호크는 급히 사령부로 이동해서 나형석 장군과 독대를 했다.

둘만의 독대 후, 긴급하게 소집된 전략회의시간은 그야말로 난상토론이었다.

호크의 계획에 반대하는 쪽과 찬성하는 쪽으로 나뉘어져 양편이 극심한 언쟁을 벌였다.

무모한 짓이라며 차라리 기름을 안고 불길 속에 뛰어드는 것이 났다며 난색을 표했다.

부족한 시간 속에서 진행된 회의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립으로 속절없이 애꿎은 시간만 흘러갔다.

그때 말없이 회의를 관망하고 있던 레센의 요한 황제가 나섰다.

"모두들 진정하는 것이 어떤가?"

아무리 나이 많은 노인이더라도 제국의 황제라는 것이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듯 그에게 뿜어져 나오는 기백은 대단한 것이었다.

단 한마디의 말로 좌중을 압도한 요한 황제는 호크를 한동안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호크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대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작전을 들고 나와서 이런 분란을 일으키는가?"

책망하는 듯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이렇게 네가 말할 기회를 주었으니 사람들을 설득해 보라는 거 같았다.

호크는 머뭇거리지 않고 일어서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문을 여는 호크의 연설은 회의장의 사람들 가슴속을 두드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호크의 말은 커다란 쇠망치가 되어서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렸고, 차츰차츰 호크의 의견에 수긍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강한 호소력이 담긴 호크의 연설에 점차 사람들이 빠져들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 자리에는 통곡의 벽 위에서 보았던 루이스 일병이 함께 있는 것 같았다.

결국 호크의 열정에 두 손을 든 수뇌부들이 새로운 전술을 받아들였다.

소극적이던 6개 전선을 2개의 전선으로 대폭 줄였다.

제1차 저지선 통곡의 벽!

제2차 저지선 헤나스톤!

그야말로 배수진을 치고 로베니아와의 일전을 벌이게 되었다.

실제로 작전의 변경은 일선 지휘관들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장교들에서부터 일반 사병들까지 각오를 다졌고 물러서면 끝장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주었다.

6개 전선에 분리되었던 병력이 2개 전선으로 응집되자 그 수가 정말 대단했다.

로이든에서 다시 통곡의 벽으로 돌아온 호크는 병력들이 속속들이 집결하는 것을 보며 병력 배치에 심혈을 기울였다.

머릿속에서 가상의 전투를 벌이며 최적의 병력 배치를 위해서 쉬지 않고 돌아다녔다.

오후부터 로이든의 전략 사령부도 헤나스톤으로 이동하자 긴장이 고조되었다.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로베니아 병력의 압박이 대단했다.

나형석 장군이 다음날 아침 통곡의 벽을 시찰하며 호크와 많은 의견을 나누었다.

아직은 쌀쌀한 아침 안개 속을 나형석 장군과 호크가 부대 주변을 돌아보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했는데, 과연 적의 본진은 위력이 얼마나 대단할까? 두려우면서도 궁금하기도 해!"

"장군님도 참, 전 통곡의 벽 전방 1KM 미터 이내에 함정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좀 걸려들면 좋겠는데 로이든 전투에 당해본 놈들이라서 또 걸려들지는 모르겠어요."

호크가 통곡의 벽 아래의 색깔이 다른 흙바닥을 보며 입맛을 다시자 나형석 장군이 고개를 흔들었다.

"녀석들의 이동시간이라도 지체시키면 다행일 거야!

"제길!"

벽을 주먹으로 내리친 호크가 이를 갈았다.

"어쨌거나 이번 작전은 자네가 세웠으니 이 통곡의 벽에서 얼마나 버텨주는가가 전투의 승패를 좌우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겠지."

감정이 실려 있지 않은 건조무미한 나형석 장군의 말에 호크는 피식 웃었다.

"여기 있는 병력 중에 살고 싶은 놈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나저나 핸들러가 잘해 주어야 할 텐데요."

"그래, 핸들러 중령의 손에 이번 작전의 성패가 달렸어. 그의 부대가 작전대로 성공만 한다면 승률은 더욱 높아 질텐데."

나형석 장군의 눈이 멀리 평원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쫓아간 호크가 나형석 장군 옆에 나란히 섰다.

"잘해낼 겁니다. 워낙 야무진 녀석이지 않습니까?"

"그래, 잘해내길 빌어야지. 정말 신에게 기도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야."

호크도 같은 마음인지 주먹을 꼭 쥐고 각오를 다졌다.

'핸들러, 잘해야 네 어깨가 무겁다!'

호크의 간절한 마음이 멀리 평원을 넘어 높이 날아갔다.

* * *

"중령님, 모두 도착했습니다."

저녁놀이 지고 어슴프레 밤이 오는 시각, 리하나 강 유역으로 그림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장비는?"

"캐논포를 제외하고 전부 왔습니다."

"젠장, 아직까지 장비를 보내주지 않으면 어떻게 싸우라는 거야?"

얼굴에 전부 위장 물감을 발라서 누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는 가운데 철모를 바닥에 내동댕이친 남자에게 덩치 큰 사내가 바닥에 떨어진 철모를 주워들고 다가갔다.

"핸들러 중령님, 애들 사기 떨어집니다. 진정하세요!"

"제길, 장비가 도착하지 않으면 정말 사기가 바닥일 거야, 챠챠 소령!"

로베니아의 전진기지가 세워지고 있는 리하나 강 유역에 비밀스럽게 모여든 무리는 바로 핸들러 중령과 특임대 챠챠 소령이 이끄는 특공부대였다.

그들은 막중한 임무를 책임지고 이곳에 투입되었다.

바로 로베니아가 건설 중인 전진 기지를 파괴하고 이동 게이트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특임대 전체와 2사단 병력이 이번 작전에 투입되었다.

인원도 인원이지만, 물량도 대단했다.

속속들이 도착하는 장비들도 위용을 자랑했다.

"장비를 들키지 않도록 위장그물로 잘 은폐하도록 지시하게!"

부족한 장비 때문인지 핸들러 중령의 표정이 밝지 않자 챠챠 소령도 걱정이 되지 시작했다.

내일 밤이면 작전 개시인데 아직도 장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두 사람 모두 진급하고 나서 첫 전투였다.

계급이란 것이 위로 올라갈수록 계급장의 무게가 짐이 된다는 호크의 말을 새삼 깨달은 챠챠 소령은 영관급 장교가 되고 나서 행동이며 말을 조심했다.

대우도 달라졌지만, 그를 바라보는 부하들의 시선도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시선과 기대가 챠챠에게는 상당한 부담이었다.

용병으로서 살아가던 챠챠에게 귀족과 같은 영관급 장교의 생활은 그의 성격도 변하게 만들었다.

별 볼일 없는 삶에서 막중한 책임을 지는 장교가 되자 그에게 사람들은 많은 것을 원했다.

그 예가 바로 이 기습작전이었다.

최고의 부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그의 특임대가 전부 동원되었다.

그만큼 이번 작전에 거는 연합군의 기대는 절대적이었고,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필승의 작전이었다.

입안이 바짝 말라오고 목이 까칠하게 타들어갔다.

"소령님! 정찰조가 준비됐습니다."

대위 계급장을 단 장교가 급히 보고하는 통에 챠챠 소령의 상념도 깨어졌다.

"아~ 그래, 알았다. 곧 가지."

지도를 펼쳐놓고 고민하는 핸들러를 잠시 일견하고 챠챠 소령이 몸을 뺐다.

불안함이 엄습하는 것을 애써 마음속에서 지워내고 오로지 작전의 성공만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챠챠 소령은 리하나 강 유역을 정찰한 정찰대를 살펴보기 위해 걸음을 서둘렀다.

* * *

"적 출현! 곧 가시거리에 도달합니다."

"좋아! 전 부대에 알리고 전투태세에 들어간다."

야전 본부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 있는 정찰 부대에서 연이어 보고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드디어 로베니아의 원정군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호크도 망원경을 들고 재빨리 밖으로 향했다.

아직은 먼지만 피어오르는 정도였다.

지평선을 가득 메우고 전진하는 로베니아 군의 위용은 정말 대단했다.

대지를 병사들이 모두 뒤덮어 버리고 세상을 집어 삼키려는 듯 기세를 뿜어내며 전진해왔다.

"사령부에 전해라, 적 본진 출현! 이곳은 곧 전투에 돌입한다고. 알리고 작전대로 우리는 최후까지 싸울 것이며 그들이 속아 넘어가도록 배수의 진을 칠 것이라고 전해라. 그리고 무운을 빈다는 말도 남기도록!"

비장한 호크의 말을 전해들은 상황실의 통신병이 서둘러 무전을 타전했다.

제1차 저지선 통곡의 벽 전투가 그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통곡의 벽을 따라서 호각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폭풍전의 고용처럼 고요함이 주변을 가라앉혔다.

잠시 후,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대지를 울렸다.

호크도 철모를 깊숙이 눌러 쓰고 중앙의 벙커로 향했다.

"어서 와라! 어서! 이제 지긋지긋한 너희들과의 악연을 끝내도록 하자!"

악에 바친 사람처럼 이를 가는 호크의 투지가 병사들에게 전염되기 시작했다.

모두들 호크와 같은 눈빛으로 무기를 잡은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폐하! 정찰대의 보고에 의하면 적들의 기세가 대단하다고 하옵니다!"

"풋! 지금 뭐라고 했나? 트리쉬엥 군단장, 지금 적들의 기세가 뭐 어떻다고?"

발렝 황제의 치켜떠진 눈 꼬리가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괜한 보고를 한 트리쉬엥 공작이 눈을 어디에 둘지 모르고 쩔쩔맸다.

"그... 그것이 저는 보다 안전한 승리를 위해서......."

"닥쳐라! 우리는 로베니아 제국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모르겠느냐? 에잉! 이러니까 저 케린버그 따위가 감히 제국을 우습게보고 이런 일까지 생긴 것이다. 앞으로 다시는 그 누구도 제국을 우습게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짓밟는다. 트리쉬엥 군단장! 자네는 내게 점점 실망만 안겨주고 있어!"

황제에게 직언을 하다가 황제의 검에 개죽음을 당한 쟝 미셸 제3군단장을 떠올린 트리쉬엥 제2군단장은 퍼뜩 정신이 들었다.

"죄, 죄송하옵니다. 폐하! 적들에게 제국의 위대함을 가르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야 겨우 마음에 드는 소리가 나오자 발렝 황제의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 사릉가(Sarnga) -< 인도 신화의 태양신 비슈누의 활입니다. 빛의 활로, 마왕을 죽인 활입니다.> 전대를 앞장 세워서 녀석들에게 불지옥을 구경시켜줘라! 하하하하!"

전투의 원칙을 무시한 황제의 밀어붙이기식 명령이었지만 장교들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황제 지금 들고 있는 검에 묻은 피는 적군의 피가 아니라 바로 아군 장교인 장 미셸 군단장의 피였다. 어느 누구도 황제에게 잘못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결국 사전 정찰이나 예비대 투입도 없이 바로 사릉가 전대를 앞장세웠다.

"주인님! 황제가 아무래도 너무 막나가는 것 아닙니까?"

루스펠이 크리시앙 대공의 귀에 자신의 생각을 속삭이자 크리시앙은 느긋하게 머리 뒤로 깍진 손을 돌리고 발을 까닥거리며 여유를 부렸다.

"후후후, 그럴수록 우리에게는 더욱 더 좋은 일이지, 안 그래?"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크리시앙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루스펠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크리시앙은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세 번째 낙인-쥬(Ju)의 믿음이 도리어 배신하며 그의 마음이 사악하매, 아나무나크의 손을 힘입음이라. 그로부터 폴렌시아의 반석인 성자가 나도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말, 그 말의 의미를 아는 루스펠은 화들짝 놀랐다.

"세, 세 번째 예언 아닙니까?"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던 크리시앙이 큭큭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사릉가(Sarnga) 전대를 보고 케린버그 놈들은 아마 기겁을 하겠지. 자신들이 끔찍이도 받들어 모시는 쥬(ju)에게 배신을 당하게 될 테니, 후후후~ 예언대로라면 저곳에 샹그릴라의 성자가 와 있겠지. 그 녀석이 내가 준비한 특별한 선물을 받는다면 세 번째 예언도 실현되고 낙인도 그 검은 머리의 손에 들어가겠지?

세 번째 예언은 곧 네 번째 예언을 부르고 말이야. 그러기 위해서 황제가 저렇게 대책 없이 나가줘야 해! 네 번째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목숨이 필요하거든... 큭큭큭큭!"

오랫동안 모셔온 주인이지만, 저런 말을 할 때 온몸의 소름이 돋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하하하! 크리시앙 대공 각하! 사릉가(Sarnga) 전대의 위력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는 순간입니다. 대공께서 준비해 주신 무기들이 빛을 보게 되니 직접 명령을 내리시겠습니까?"

발렝 황제는 상당히 들떠 있었다.

늘 황궁에서 음유시인이나 군인들이 전해주던 전쟁을 직접 겪게 되는 것에 엄청난 흥분과 전율을 느끼는 중이었다.

이번 전쟁을 위해 크리시앙이 준비해준 고대의 무기들을 처음 사용하게 되자 무척 즐거운 듯했다.

마치 전쟁놀이를 하는 듯한 발렝 황제를 보고 크리시앙은 고소를 금치 못했지만, 성심껏 황제를 대접해줬다.

"하하하! 황제 폐하, 이 전쟁은 폐하의 전쟁입니다. 소신껏 지휘를 하셔서 제국의 위명을 떨치십시오. 이제 대륙의 역사에 황제 폐하의 이름을 남기실 차례입니다. 대륙의 전쟁사에 발렝 폐하의 이름이 빛나게 되실 겁니다."

크리시앙이 한껏 띄워주니 발렝 황제는 그야말로 겁나는 것이 없었다.

황제가 전차 위로 올라가니 길게 둘러쳐진 석벽이 눈에 들어왔다.

'통곡의 벽'이었다.

그것을 본 발렝 황제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그려졌다.

"사릉가(Sarnga) 전대 공격 앞으로!"

명령을 내리는 황제의 모습은 가히 대장군의 기세였다.

로베니아군의 중앙 부분이 갈라지며 그 사이에서 커다란 뿔이 양옆으로 솟아난 산양의 머리가 달린 전차들이 요란한 소음을 내며 앞으로 내달렸다.

황금색의 금속으로 이루어진 전차들이 무서운 속도로 내달렸다.

땅위에 깃발이 꽂혀 있는 부분까지 도달하자 갑자기 폭음이 들려왔다.

사릉가(Sarnga) 전대들이 케린버그에서 땅속에 묻어둔 화염탄(火焰彈)을 건드리자 폭발하기 시작했다.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던 전차들이 화마(火魔)에 휩싸이자 케린버그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엄청난 불길이 솟아올랐다.

저 정도 불길이면 무쇠도 녹일 정도였다.

고생했지만, 자신들이 만든 함정이 위력을 발휘하자 모두들 기뻐했다.

그러나 불길 속에서 전차들의 바퀴 구르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기뻐하던 케린버그 병사들의 함성이 점점 잦아들었다.

두두두두두!

지축을 울리는 전차들의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불길 속을 뚫고 지옥의 사자처럼 튀어나왔다.

"저, 저 어떻게 저럴 수가!"

헛바람을 삼키는 병사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놀랄 만도 한 광경이었다.

전차들이 불길 속을 뚫고 나오는 장면은 적이 아니었다면 손뼉을 쳐줄 정도로 대단한 볼거리였다.

말도 없이 혼자 움직이는 전차를 케린버그 병사들은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전차들이 불길 속을 뚫고 나와 일렬로 늘어서더니 전차 앞에 달린 뿔에서 '웅웅'거리는 공명음이 주변으로 널리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차들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갔다.

대지에 일렬로 늘어선 전차들이 황금색으로 물들어가자 지금이 전쟁 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케린버그 병사들이 몸을 일으켰다.

위생병 완장을 팔에 차고 있는 스톤도 입을 딱 벌리고 사릉가(Sarnga) 전대를 바라보았지만, 병사들과는 다른 이유에서였다.

'어... 어떻게 쥬(ju)의 군대가... 어떻게 신의 군대가 저 로베니아를 돕는 거지?'

신성도시 샹그릴라에서 대주교와 대신관들이 이야기해주던 신들의 군대!

세상을 악에서 구원한다던 신의 군대가 어째서 로베니아의 침략 전쟁에 선두에 서 있는지 스톤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통곡의 벽 앞에는 눈부신 황금빛 바다가 물결쳤다.

* * *

"주... 주교님! 큰일 났습니다. 운명의 시계가... 운명의 시계가......."

헝클어진 머리로 주교의 방안에 뛰어든 신관을 보며 대주교는 큰일이 벌어졌음을 깨닫고 급히 성지로 향했다.

그의 뒤로 대신관들이 따라왔다.

그들도 성지에 변고가 생겼음을 느낀 것이었다.

성기사들이 지키고 있는 문을 통과하자 물레방아처럼 생긴 운명의 시계가 움직였다.

하지만 신들의 예언을 알리기 위해서 돌아가던 그런 움직임이 아니었다.

물레방아가 분해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조립되어있던 물건을 분해하는 것처럼 조각조각 나더니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고막을 찢을 듯한 소리를 내면서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금속이 우그러드는 끔찍한 소리가 한동안 들리더니 잠시 후 분해되었던 조각들이 새로운 물체로 변신했다.

"오! 안됩니다. 제발 안 됩니다......."

대주교가 무릎을 꿇자 대신관들도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엎드렸다.

그들이 엎드린 앞에는 사릉가(Sarnga) 전대의 전차들 앞에 달린 뿔 달린 산양 형태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진 금속 동상이 서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움직였다.

벽에 다가가 원래 동상이 들어있던 자리처럼 구멍이 나있는 곳에 몸을 맞추었다.

곧이어 벽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며 운명의 시계가 놓여 있던 제단이 갈라졌다.

"결국... 결국... 이렇게 하셔야 합니까? 왜 저희를 버리시는 겁니까? 오~ 쥬(ju)여, 제발 자비를 베푸소서!"

피 끓는 대주교의 간절함 염원은 되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공허하게 성지 안을 울렸다.

고개를 들어 올린 대신관들의 입에서 절망과 비탄이 쏟아졌다.

제단이 갈라지고 나타난 벽에는 신들이 인간을 도륙하는 그림이 실제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금속상이 벽에 틀어박혀 계속해서 요란한 소리를 내자 벽화는 스크린의 영화처럼 많은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림을 보던 대주교는 희망을 잃어버렸다.

"이제 세상은 끝인가......?"

대주교의 몸이 쓰러졌다.

"스톤, 위대한 성자여, 제발 믿음을 잃지 말거라!"

대주교의 머릿속에 샹그릴리아의 성자 스톤의 해맑은 얼굴이 나타나났다 사라졌다.

* * *

"제길! 예감이 좋지 않아. 어서 벙커로 몸을 숨기라고 전달해! 어서!"

사릉가 전차들을 보는 순간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낀 호크는 전차들이 빛을 내기 시작하자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군님, 마나통신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빌어먹을! 어서 뛰어! 모두 뛰어라 각 부대에 하달해!"

호크도 통곡의 벽 위로 몸을 날렸다.

목이 터져라 명령을 내리며 뛰어다니자 병사들도 위험을 느꼈는지 벙커로 급히 몸을 숨겼다.

숨을 헐떡이며 병사들이 벙커로 몸을 숨기는 것을 지켜보던 호크가의 고개가 천천히 전차들 쪽으로 돌아갔다.

"아... 안 돼!"

번개가 통곡의 벽을 강타했다.

섬뜩한 백색의 뇌전들이 통곡의 벽을 향해 무섭게 내리쳤다.

세상의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듯 울부짖었다.

대낮인데도 대지가 환해졌다.

빛의 향연이었다.

번쩍이는 광선들이 통곡의 벽을 향해 날아가는 광경은 로베니아 군인들마저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크하하하하! 이거야, 바로 이거야!"

발렝 황제는 광소하며 기뻐했다.

군단장들은 그런 황제를 보며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트리쉬엥 군단장은 크리시앙 대공을 돌아보았다.

아무리 봐도 크리시앙 대공이 황제를 부추기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그런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전쟁은 인간들의 전쟁이 아니었다.

사릉가라니 처음 볼 때부터 석연치 않았는데, 지금 보니 저것은 무기가 아니라 차라리 저주였다.

저런 무기를 황제에게 준 크리시앙 대공의 의도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 트리쉬엥은 왠지 이번 전쟁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가롭게 여행 온 사람처럼 마차 위로 올라온 크리시앙의 얼굴은 아주 즐거워 보였다.

통곡의 벽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빛을 냈다.

'후후후후! 그래 분노해라! 슬퍼해라... 그리고 절망해라... 쥬(ju)의 아이여!'

크리시앙의 얼굴을 바라보던 트리쉬엥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대, 대공께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걸까?'

트리쉬엥의 눈도 통곡의 벽을 향했다.

저곳에 무엇이 있기에 대공의 표정이 그렇게 무섭게 변했는지 궁금했다.

'왜... 왜 거짓말을 한 거예요, 주교님! 우리의 신은 우리의 신은 추악한 탈을 쓴 괴물들이었나요. 너무 무서워요... 무서워... 호크님, 어디 계세요. 도와주세요.'

벙커 안에서 몸을 웅크린 채 '덜덜덜' 떨고 있는 어린 스톤의 몸도 황금색으로 물들어갔다.

점점 초점을 잃어가는 스톤의 눈가에 성지에서 보았던 벽화가 떠올랐다.

사릉가 전차들이 행진하고 그들을 찬양하며 꽃을 뿌리는 인간들이 행복해 하는 그림이었다.

벽화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쥬(ju)의 군대가 세상에 내려올 때 세상은 악에서 구원 받고 인간들은 고통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거짓말... 전부... 거짓말이었어... 전부... 다!"

어린 스톤의 의식이 점점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로베니아와 케린버그의 대전투(大戰鬪)를 알리는 서막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고대의 무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고 신들의 음모도 서서히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6권에 계속 >

[용어 해설]

1. 벙커(bunker)

현대군대에서 사용하는 벙커는 언제 생겼을까? 놀랍게도 아주 오랜 세월부터 존재했었습니다. 문명의 발달보다는 무기의 발달이 인류에게는 더 급했던 것인가 봅니다.

중국의 유명한 이야기인 수호지에 보면 수호지 양산박의 두 영웅인 화성 장군과 수성 장군이 성문이 열리자마자 성 안으로 뛰어 들었다가 적의 벙커에 걸려서 죽습니다.

또 중국의 당, 송 시대에도 적이 포격을 시작하면 참호에 들어가 위에는 그물이나 나무로 만든 창살을 덮어서 적의 공격을 피하기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잘 살펴보면 옛날 전쟁에서도 뛰어난 기술력으로 위력적이며 때로 전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술들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2. 콘토

콘토스라고 불리는 비잔틴 제국 군대의 중요 무기 중 하나였습니다. 비잔틴군의 주요 무기는 창과 검이었습니다.

당시 합병된 알란족과 사마티아족에게서 도입한 길이 12피트 정도의 창인 콘토는 기병과 보병이 모두 사용했는데, 그 위력이 대단해서 당시 십자군 원정대들은 멀리서 콘토만 봐도 두려움에 떨었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9~10피트 길이의 경투창인 립타리온과 베루툼, 중장보병이 사용한 중투창 메나울라토이, 기병이 안장에 넣어두고 사용한 짧은 투창인 마르조바르울론 등이 비잔틴군이 사용한 창이었습니다.

비잔틴 제국의 군대는 창과 검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십자군의 공격을 막아냈고, 당시 최고의 제국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이런 대제국도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군대에 봉급을 밀리게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니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3. 추카파브라(Chucapabra)

현존하는 많은 괴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신비성이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추카파브라라고 작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1990년 후대 남미 푸에로토리코에서 처음 발견된 이 흡혈괴수는 소나 양들의 피만 빨아먹고 사라져 외계인의 소행이라고 한때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목격자가 늘어나고 세계동물기구에서 유전자 검사로 시행한 결과 지구상에 없는 유전자 염기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남미 지역에서만 발견되던 이 괴수가 최근에는 러시아의 농가에도 출현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주인공 호크의 모험에 나타날 주 괴수로서 추카파브라를 선택했습니다.

끈질기게 나타나 인간들을 괴롭히는 몬스터로서 그 활약이 대단할 예정입니다.

6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