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크-29화 (29/55)

Chapter 29. 공포의 말살 작전

마나영사기를 통해서 헤나스톤의 전투장면이 여과 없이 상영되었다. 마지막 비마스가 공격을 하기 전에 영상이 멈추자 회의실에 불이 들어왔다. 이미 로베니아 군대를 경험했던 노귀족들은 새삼스럽게 그들의 무서움을 확인했는지 불안해했고 젊은 귀족들은 외인부대의 활약상에 크게 고무 되었다.

"잠시 조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호크 중령이 로베니아와의 전투에 대해서 작전 설명을 할 것입니다. 궁금하신 사항은 작전설명이 끝나고 해주시기 바랍니다."

나형석 장군이 주변을 조용히 시키자 호크가 지휘봉을 들고 나섰다. 오퍼레이터가 테이블위로 지도를 올리자 호크가 지휘봉으로 상황 설명을 시작했다.

"저희는 이번 전투를 통해 그들의 전략 전술을 어느 정도 파악을 했고 그에 합당한 전술을 짜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헤나스톤의 전투에서 그 무엇보다 큰 성과는 저들의 전술에 커다란 허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호크의 말에 회의실이 술렁거렸다. 심지어 나이가 있는 귀족들은 코웃음 쳤다. 무슨 말도 안 돼는 소리냐며 노성을 터트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두 눈을 감은 호크는 일절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잠시 소동이 가라앉기를 기다린 호크는 주변이 조용해지자 눈을 뜨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우선은 여러분들에게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제발 안 된다는 말씀은 그만해주십시오. 아직도 여러분들은 로베니아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십니다. 이제 로베니아는 없습니다."

단언하듯 말을 내뱉은 호크를 모두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전선에 나서는 병사들은 모두 승리의 염원으로 목숨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를 이끌어 가시는 여러분들은 패배감에 젖어서 자포자기를 하고 계시다니 부끄럽지 않습니다. 겨우 16, 17살의 소년들이 로베니아 군의 비마스가 내뿜는 불길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싸우고 있습니다. 여기서 불평하실 시간이 있다면 전장에 나가는 병사들을 위로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리지만 로베니아의 원정군은 결코 로이든에 들어오지 못할 것입니다."

찰스 국왕이 격앙된 분위기를 추스르고자 일어섰다.

"자, 자 모두 그만! 우리는 모두 한배를 탄 운명이야! 그리고 전시상황에서 이렇게 서로 싸운다면 어쩌자는 건가?"

국왕의 말에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자리에 앉았다. 호크도 흥분했던 마음을 진정하고 말문을 열었다.

"오페레이터! 아까의 영상을 다시 올려주게"

오퍼레이터가 헤나스톤의 전투모습을 느리게 진행시켰다.

"여기 보시게 되면, 로베니아 군의 병력배치는 선두에 기사단을 필두로 중장갑기병대, 그리고 궁기병 뒤에 비마스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공격패턴을 분석한 결과 이들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약점을 발견했다는 말에 회의실의 분위기가 고조 되었다.

"우선 첫 번째,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지기는 했지만 비마스, 일명 하늘을 나는 전차는 너무나 느립니다. 화면에서 보시는 봐와 같이 공격 방향을 바꾸는데 걸리는 시간이 엄청납니다. 또한 덩치가 너무 커서 기동성에 제한이 많다는 것도 불리한 점입니다. 비마스의 장점은 그 엄청난 화력 하나 뿐 이라는 것입니다."

호크가 눈짓을 하자 오퍼레이터가 화면을 분할했다. 총 네 개의 화면으로 분할했는데 비마스, 궁기병, 중장갑기병대, 기사단 이렇게 군종별로 분할된 화면이 테이블에 떴다.

"그리고 두 번째, 병력의 운용적인 측면입니다. 이들의 공격패턴은 비마스가 우선 강력한 화력으로 적의 기선을 제압하고 그 다음 중장갑기병이 대열이 무너진 적진에 뛰어 들어 적병을 유린합니다. 그러나 중장갑기병의 특성상 오랜 시간 전투를 할 수는 없겠죠. 그들의 후방으로 후퇴 할때 궁기병이 그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그 다음은 기사단이 들이닥쳐 살육을 하는 형태로 분석 됩니다."

일년 전쟁때 로베니아의 연합군에 속해서 그들의 전투를 지켜봤던 나이 많은 귀족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호크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해줬다.

"이러한 공격 패턴은 기존의 다른 왕국에게는 효율적이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상대국 병사들은 평원에 죽 늘어서서 그들과 대치하다가 지리멸멸 했겠죠. 그러나 우리는 전혀 다른 전술을 운용하며 병종 또한 저들이 상대하던 이곳 폴렌시아 대륙의 전투를 하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비마스를 잡는 다면 나머지는 너무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호크의 말에 로스웰 백작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일어섰다.

"자꾸 말을 끊는 거 같아서 미안하오만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소,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거냐는 건데. 호크 백작은 비마스를 잡을 방법이 있는 거요?"

로스웰 백작의 물음에 호크에 얼굴에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 있는 미소가 걸렸다.

"네, 당연하지요. 그 정도 비책은 마련해 두었습니다. 단지 제가 걱정하는 것은 이번 전투에서 비마스가 한번 그 무서운 화염을 발사하고 나서 두 번째 발사까지 걸린 시간이 정확한 건지 그것이 걸리기는 합니다."

호크의 말에 로스웰 백작이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은 지난 일년 전쟁 때도 한번 위력을 발휘하고 나서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소"

로스웰 백작의 말에 호크가 반색했다.

"정말입니까?"

"그렇소. 당시 우리 케린버그 연합군의 임무가 바로 비마스를 보호 하는 것이라서 내가 잘 아오. 그 당시 레센이 모스크 산맥을 넘지 못했던 것은 바로 비마스의 시간차 공격 때문이었지, 3개의 무리로 나눈 뒤 시간차를 두고 공격을 했소. 그것도 한 열 번 정도 인가? 그 이후에는 하루 정도의 휴식이 필요했던 것으로 기억하오."

호크가 로스웰 백작에게 다가가 두 손을 잡고 흔들었다.

"고맙습니다. 정말 귀한 정보였습니다."

호크의 반응이 너무 크자 오히려 로스웰 백작이 민망해 했다.

"아니, 뭐 대단한 일이라고."

"아닙니다. 아니에요. 정말이지 소중한 정보입니다. 다른 분들도 일년 전쟁이 참전했던 분들은 우리 작전장교들에게 무엇이든 좋으니 알고 계신 것들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다못해 그들이 먹는 음식이 뭔지 잠은 어떻게 자는지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 큰 힘이 됩니다."

호크의 말은 뒤로 밀려나서 소외된 듯한 귀족들의 서운했던 마음을 감싸주었다. 대기 하고 있던 작전장교들과 귀족들이 한데 어울려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호크의 얼굴이 밝아졌다.

"고맙네, 자네 덕에 겉도는 저들에게 희망을 주었어."

찰스국왕이 호크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자 호크도 가벼운 미소로 답했다.

"아닙니다. 저분들도 케린버그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신 분들입니다. 당연히 저희가 끌어안고 가야죠. 이제 저희 케린버그 공화국은 신구의 조화를 통해 무섭게 발전할 겁니다."

"그래,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야. 그나저나 정말 대책은 있는 건가?"

찰스국왕이 호크와 두 눈을 마주쳤다. 호크의 입가에 웃음이 피어나자 찰스국왕도 웃었다. 말없이 어깨를 두드리며 서로의 믿음을 확인했다.

"넌 정말 내 보물이야. 이 전쟁이 끝나면 말이다. 반드시 그 보답을 하고 싶어. 꼭!"

"전하, 군주가 신하에게 보답을 하다니 남들이 들으면 비웃을 겁니다."

호크가 고개를 숙이고 끼득 거리자 찰스 국왕도 같이 웃었다.

"아, 참! 내가 알아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고 했지, 무슨 일인가?"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이 웃음을 멈추고 호크에게 궁금증을 드러냈다.

"저 실은 진작에 말씀을 드렸어야 하는데 저도 반신반의 했고 또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사이클론님과 저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저희 두 사람만 알고 있기에는 엄청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호크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찰스 국왕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코앞까지 들이 닥친 로베니아와의 전쟁 말고 더 시급한 사안이 어디 있다고 저런 표정까지 지어가며 말을 꺼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다.

"국왕전하, 혹시 쥬(Ju)의 낙인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운명의 시계에 대해서도요?"

잠시 생각에 잠긴 찰스국왕이 눈을 감고 뭔가를 기억하기 위해 애썼다.

"오, 그래 그래! 기억났다. 선왕께서 말씀 해준 게 생각이 났다. 하지만 그건 전설이잖아,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기에는 너무 황당하잖아!"

고개를 흔드는 호크를 보며 찰스국왕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맙소사, 이... 어떻게 말도 안돼!"

호크가 찰스국왕의 팔을 잡아 한적한 곳으로 인도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비상벨이 울릴 때 까지 계속 되었다. 간간히 찰스 국왕의 고함소리도 들렸고 난처해하는 호크의 표정이 교차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계단에 걸터앉은 찰스 국왕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단순히 왕국의 존폐가 문제가 아니라 인류, 아니 폴렌시아 대륙 모든 생명체의 존폐가 달린 문제였다. 당연히 그의 절망과 낙담은 당연했다. 아무리 힘들게 나라를 지키면 무엇 하겠는가? 한순간에 한 줌 모래로 변하게 생겼으니 그의 괴로움을 당연했다. 호크도 이래서 될 수 있으면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개인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기에 짐을 같이 나누워 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희망은 주어야 했기에 호크가 옆에 나란히 앉아서 몇 마디를 더 해주었다. 이번에는 멍한 표정으로 호크를 바라보았다.

"나를 놀리는 건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순식간에 두 눈에 실핏줄이 터져서 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호크를 노려보는 찰스 국왕에게 호크가 입을 열어서 진실이라고 대답하자 호크의 이름을 부르며 끌어안았다.

"컥 컥! 전하, 이러다 싸워보기도 전에 숨이 막혀 죽겠습니다. 제발 살려 주세요!"

호크가 엄살을 떨자 찰스국왕이 호크의 얼굴을 감싸고 뺨을 잡아 당겼다.

"너는 정말 매번 나를 기쁘게 해주는 구나. 그렇게 힘든 전투 중에도 그런 일을 혼자서 떠안고 있었다니 너야 말로 영웅 중에 영웅이다. 네가 낙인을 두 개 모았다면 전설이 이루어지지는 않겠구나."

찰스의 희망찬 말에 호크도 수긍을 했다.

"뭐, 일단은 그런 셈이지만 또 모르죠, 신들이란 존재가 워낙에 변덕이 심한 것 같더라고요."

"뭐야? 너 혹시 신을 만난거야?"

호들갑을 떠는 국왕을 보며 호크는 입을 잘못 누린 대가를 혹독하게 받았다. 겨우 문지기 이야기를 하고서야 국왕을 이해시킬 수 있었다.

"문지기 야누리우스라니 정말 꿈같은 이야기구나, 기가 막힐 노릇이다. 신이 정말 존재했다니."

"네, 직접 본 저도 믿기지 않는 데요, 베를로리나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고 그걸 바탕으로 지금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그것에 대해서도 조만간 답이 나올 겁니다. 게다다 강력한 조력자를 둘이나 얻었으니까요."

"강력한 조력자?"

호크의 말에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찰스국왕이 의문을 표시하자 호크가 살짝 말끝을 흐렸다.

"네, 말하자면 고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두죠."

"어떻게 아직까지 고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있을 수가 있나?"

"흠~ 뭐, 별의 별 사람들의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라고 없겠습니까."

차마 드래곤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베를로니아에서 떠나기 전 드래곤 로드 베로니크와 나눈 대화를 잠시 떠올린 호크는 그가 이 고대의 도시에서 뭔가 답을 찾겠다고 했다. 그것이 자신이 호크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이라고 말하며 기회가 된다면 자신의 동료들의 탈출을 도와달라고 하던 일을 생각하며 과연 이 복잡하고 무모한 싸움을 이겨낼 수 있을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봐 호크,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느라고 내가 불러도 모르는거야?"

"아~ 죄송합니다. 전하! 잠시 딴 생각을 했습니다."

"원, 사람도 싱겁기는, 어쨌거나 말이야."

"충성! 중령님 긴급호출입니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상황실 장교의 얼굴을 보고 뭔가 일이 터진 것을 알아차린 호크의 몸이 벌써 뛰기 시작했다. 찰스 국왕도 국왕의 체통도 잊어버리고 같이 뛰었다. 아마도 헬렌 백작이 보았으면 난리가 났겠지만 지금은 전시였다.

"언제 들어온 보고야! 어서 정찰대를 보내!"

전략 사령실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나형석 장군의 고함 소리가 귀를 울렸다.

"무슨 일입니까?"

"호크 중령, 녀석들이 악수를 두고 있어!"

오페레이터가 상황판에 영상을 띄우자 폐허가 된 마을이 나타났다. 이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던 마을의 건물이 모두 불에 타서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영상이 심하게 흔들리며 주변의 경치가 스쳐 지나갔다.

"저, 저럴수가!"

상황실 있는 모든 사람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개 자식들!"

시끄럽던 전략 사령본부의 상활실 안이 조용해졌다. 화면에는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우욱!"

"우웩!"

"선임하사 신병들을 데리고 외곽을 살펴보게, 마일즈, 홈튼! 애들 데리고 정리해!"

"네, 소대장님!"

루크 소위의 소대가 이 마을 발견한 것은 정찰 중 이곳에서 치솟는 검은 연기를 보고서였다. 며칠 전 지나갔던 이곳은 친절한 인심과 아기자기한 건물들로 가득 찬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바람결에 두레박이 굴러와 루크 소위의 발에 부딪혔다.

툭! 툭!

계속해서 발에 부딪히는 두레박을 보며 고생이 많다며 두레박에서 꺼낸 물로 따뜻한 차를 끓여 주시던 노인이 생각났다. 그 분도 저 속에 있을 것이다. 루크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사람들의 머리가 잘려진 채 산처럼 쌓여있었다. 소대원들이 땅을 넓게 파서 그들을 묻어주고 있었다.

뿌드득!

어금니가 부러지는 소리가 루크에게서 났다. 비단 루크 뿐만 아니었다. 소대원들은 진정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소대장님, 본부입니다."

통신병이 마나통신기를 건네자, 루크 소위가 굳은 얼굴로 통신기를 받아들었다."

"충성, 1소대 루크 소위입니다."

건조한 음성이 그의 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마을 하늘은 검은 연기로 뒤 덥혔다. 이곳에는 슬픔과 분노만이 가득했다.

"휴우~ 어쩌려는 거지.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스스로 혁명군이자 해방군이라고 하지 않았나. 주민들에게 인심을 얻어야 할 자들이 뭐하자는 거야!"

찰스 국왕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하자 왕의 건강을 염려한 헬렌 백작이 그를 의자에 앉히려 했지만 오히려 국왕은 검을 빼어 들고 당장에 출전하라고 소리쳤다. 호크와 다른 귀족들이 나서서 겨우 진정 시켰다. 헤나스톤에서 로이든 까지 있는 영지들이 쑥대밭이 되었다. 더군다나 보란 듯이 모두 목을 잘라 쌓아 두었다.

심지어 개 나 소등 짐승들조차 살려두지 않았다. 특히 방금 전에 들어온 보고에서 신전 고아원의 참사가 전해지자 로이든은 그야말로 분노로 불타올랐다. 천여 명의 아이들이 잔혹하게 살해되어 새들의 먹이로 버려진 사실은 충격을 넘어선 비극이었다.

"제너럴, 제너럴! 내 백성이, 내 백성들이."

눈물을 흘리는 찰스국왕이 나형석 장군을 부르며 절규했다. 헬렌 백작과 귀족들이 의장에 앉은 국왕의 몸을 붙들고 있었다. 나형석 장군 역시 손에 들고 있는 지휘봉이 부러 진지 오래였다.

"호크 중령!!"

가라앉다 못해 잠겨버린 목소리가 얼마나 슬퍼하고 있는지 듣는 사람의 마음에도 느껴졌다.

"작전을 바꾼다. 처음거로 가자! A 계획 시행한다."

"네, 장군님."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던 호크가 찰스 국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전하, 맹세합니다. 로베니아 뿐만 아니라 저 만행을 저지른 자는 단 한명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단 한명도!!

깊이 머리를 조아린 후 밖으로 향하는 호크의 몸에서 살기가 주체하지 못하고 흘러나왔다. 아이들이 사지가 잘리고 나무에 잘린 목이 걸려서 새들의 먹이가 되고 있는 곳은 호크에게 각별한 곳이었다.

지난날 백작 위를 수여받고 케린버그를 여행할 때 들른 곳으로 호무관 2호로 지정해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곳이었다. 잉글햄의 호무관에서 사범들을 파견해서 가르치기도 했었다. 부모 없는 그늘진 삶을 살았던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해 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될 일. 어린아이들에게 검을 들이댄 그들은 이미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포기한 자들이었다. 밖으로 나온 호크를 기다리고 있던 지휘관들도 소식을 들었는지 표정들이 살벌했다.

핸들러도 아무 말 하지 않고 호크의 뒤를 따랐다. 에밀의 숨소리가 거친 것을 보니 어지간히 참고 있는 듯 했다. 작전실로 들어서니 각급 부대 지휘관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섰다.

"부대 차렷!"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장교들이 기립했다.

"편히 쉬게 해."

"착석!"

단상에 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숙인 호크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후~ 미안하다 제군들이 잠시 진정 좀 하느라고 말이야 검을 들고 당장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켰어."

호크의 말에 실내의 장교들도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모두의 이글거리는 눈을 보면서 호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모두 같은 마음이라고 본다. 핸들러 소령 브리핑을 부탁하네!"

핸들러가 상황판 앞에 서자 오퍼레이더가 작전 지도를 스크린에 올렸다. 브리핑 내내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이상과 같이 이번 작전의 관건은 깊숙이 치고 들어가 적들을 교란하고 D포인트로 유인하는 것이다. 다들 보아서 알겠지만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작전인 만큼 희생도 불가피한 작전이다. 그러나 아직 정비다 다 끝나지 않은 우리로서는 최선의 작전이며,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도전이다. 이상!"

핸들러가 작전 브리핑을 마치자 호크가 다시 단상에 올랐다.

"작전계획 A는 제군들이 보시다시피 전멸 작전이다. 아니 이건 저놈들에게 너무 좋은 표현인가? 그래 이게 좋겠군 프로젝트 A! 이것은 로베니아 말살 작전이다. 이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알겠지?"

장교들의 눈빛에서 투지를 읽은 호크가 소리 높여 외쳤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가늘고 길게 사느니 짧고 굵게 사는 거다. 커레히!"

실내가 떠나가도록 장교들의 외침이 한동안 계속 되었다. 장교들이 소속대로 돌아가자 호크와 핸들러도 막사를 나와 경비가 삼엄한 건물로 이동했다.

"충~~성! 근무 중 이상 무!"

주변 건물 위쪽으로 캐논포들이 정문을 향하고 있었고 특임대 소속 특공대원들이 곳곳에 진을 치고 경비하고 있었다. 이정도 경비면 작전 사령실 경비보다 더 두터운 수준이었다. 지금도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3단계의 보안 절차를 거쳐서 들어갔다. 핸들러가 석판을 들고 있는 석상 앞에 멈춰 서서 석판위에 손을 올려놓자 벽의 한쪽 면이 움직이면서 입구를 만들었다. 호크와 핸들러가 입구로 들어가 복도를 가로 지르자 연장 소리가 크게 들렸다. 빛이 밝아지며 복도를 벗어나자 넓은 공간에 대단한 광경이 드러났다.

"충성! 중령님. 늦으셨습니다."

짝달막한 키에 덥수룩한 수염 게다가 얼굴만한 귀를 가지고 뒤뚱거리며 다가온 드워프 최고의 기술자 리온의 거수경례를 받았다.

이제는 제법 군인 티가 나는 리온을 보고 처음의 어리숙했던 모습을 떠올리자 웃음이 흘러나왔다. 군복 어깨에 붙은 견장이 번쩍거리는 걸 보니 어지간히 광을 낸 거 같았다.

"그래 리온 소위. 회의가 길어져서 말이야, 어때 작전에 나갈 수 있겠지?"

"후후, 녀석들도 지금 근질거려서 미칠 지경일 겁니다."

리온의 말에 호크와 핸들러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온 소위가 자신의 작품을 뿌듯해 하며 바라보자 호크와 핸들러도 기대감을 가득 담아서 눈빛을 빛냈다.

"이제 진짜 시작이야!"

주먹을 불끈 쥔 호크는 승리에 대한 염원으로 불타올랐다. 공교롭게도 로베니아의 작전도 말살 작전이었고 외인부대의 작전도 말살 작전이었다. 과연 누가 말살의 대상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

"지금부터 전투모드 들어갑니다."

"모든 통신은 사령부의 상황실을 거친다. 마나 폭풍으로 인한 통신 두절시 수신호에 의한 암구호로 보고 할 것!"

"오퍼레이터는 들어오는 모든 상황을 화면에 올려!"

처음에 주먹구구식이었던 작전실의 체계가 거의 현대적인 체제로 자리 잡았다. 마나통신기의 개발이 작전의 활동영역 폭을 넓혀줬고 마나 영상기는 지휘부와 전투현장을 실시간으로 이어주었고 작전의 효율성을 가져 왔다. 지난 세린디아와의 전쟁이 사령실 오퍼레이터와 장교들을 경험 많은 군인으로 만들어냈다.

게다가 베를로니아에서 고대 도시의 유물들을 발견 다음부터는 김재덕 대령과 드워프 연구팀들이 쏟아내는 장비들 때문에 작전 본부 대원들은 새로운 장비를 익히기 위해 고역이었지만 지금은 숙달된 솜씨로 장비들을 다루고 있었다. 김재덕 대령이 만들어 놓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화자찬을 한 상황실 콘트롤러는 현대의 컴퓨터를 응용한 것 이었다.

이것 역시 현대의 과학이론과 사이클론, 그리고 고대의 장비를 이용할 수 있게 도와준 베로니크와 테라토니어스 두 드래곤의 도움이었다. 인간, 드워프, 드래곤등이 종족을 초월해서 합심한 합작품이었다. 이것은 폴렌시아의 생명체를 없애려는 신들에게 대항하기 위한 저항의 시작이었다.

물론 우선은 눈앞의 적들을 상대해야 했다. 콘트롤러를 조작하는 오퍼레이터의 손길이 바빠지고 본부 통제 장교들이 외침이 점점 더 많이 졌다. 상황실 전면에 걸린 대형 크리스탈 스크린에 16개로 분할된 스크린이 긴박한 상황을 연출 하고 있었다.

"정보 장교, 로베니아 군의 진행 사항 보고해!"

나형석 장군의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배어 나왔다.

"넵, 장군님. 오퍼레이터!"

분할되어 있던 화면이 풀스크린으로 펼쳐졌다. 지형 지표가 표시되고 수많은 점들이 표시되었다.

"어제부터 11시 현재까지 로베니아 군의 이동 경로입니다."

붉은 점들이 선으로 연결되며 헤나스톤에서 로이든의 경계선까지의 이동 경로가 직전으로 연결되었다. 오른 쪽에는 병력수와 장비 현황 등이 표시되었다.

"좋아 거의 로이든 외곽까지 도달했군. 우리 병력의 위치도 표시해!"

작전본부의 상황실은 1층에 콘트롤러를 비롯해서 각종 장비와 장교들, 오퍼레이터들이 업무를 보고 있었고 2층에는 크스탈로 된 유리벽 안에 사령실이 있었다. 사령실에는 나형석 장군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오퍼레이터와 작전, 정보, 통신 장교가 배치되어 있었다.

나형석 장군의 명령에 푸른 점으로 외인부대의 위치가 표시 되었다. 헤나스톤을 지나면서 인근 마을들을 파괴한 로베니아는 순탄하게 로이든 외곽 밀워크 숲을 통과 하고 있었다. 숲을 통과하면 수도 로이든의 성벽을 감싸고도는 템즈강 하나만 남을 뿐 아무것도 거치 적 거릴 것이 없었다.

상황실의 메인 스크린에 깜빡이는 점들을 보며 나형석 장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3사단의 위치는 어디야, 왜 스크린에 표시가 안되는가?"

작전 장교가 급히 대답을 했다.

"아직 포인트에 게이트가 설치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베를로니아에서 출발 하지 못했습니다. 작전 시작 전까지 이동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작전장교의 보고에 나형석 장군이 불같이 화를 냈다.

"가능 가지고는 안돼! 정확한 보고를 하라고 해!"

상황실 상단에 걸려 있는 커다란 벽시계의 초침 소리가 나형석 장군을 압박했다. 다시 스크린으로 눈을 돌린 나형석 장군은 돌아가는 상황을 분석하기 바빴다. 적군은 일직선으로 전진하고 있었고 성벽위로 1, 2 사단 병력이 방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템즈강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4, 5사단 병력들이 숨을 죽이고 대기하고 있었다. 관권은 3사단이었다. 밀워크의 숲속에 설치하고 있는 게이트가 완성되어야 베를로니아의 3사단이 순식간에 밀워크 숲으로 이동하여 적군의 뒤를 칠 수가 있다. 그래야만 1, 2 사단이 적진을 유린한 후, 후퇴하여 빠져 나갈 때 적의 후미를 공격해서 적을 양분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특공조는 대기 중인가?"

"네 장군님, 모두 대기 중입니다. 적 비마스가 통과하는 데로 특공조의 공격으로 전투가 시작될 것입니다."

작전장교의 상기된 보고를 들은 나형석 장군의 지휘봉을 꽉 잡았다.

'호크 중령, 네 손에 달렸어 반드시 저 비마스를 잡아야 해!'

"충성!"

우렁찬 경례구호에 나형석 장군이 고개를 돌려보니 찰스 국왕과 귀족들이 사령실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나형석 장군 역시 찰스 국왕에게 거수경례를 올렸다. 이제는 찰스 국왕도 제법 능숙하게 경례를 했다.

국왕의 충혈된 눈을 보자니 그가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있었다. 국왕과 귀족들이 자리에 앉자 나형석 장군이 간단한 상황 설명을 했다.

"좋습니다. 제너럴 이제 모든 것은 그대의 손에 달렸소. 지휘를 부탁하오."

"감사합니다, 국왕전하 반드시 승리를 선물하겠습니다."

국왕과 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나형석 장군의 눈이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갔다.

템즈강 뒤로 성벽 가까이에서 깜빡이고 있는 D포인트가 나형석 장군의 눈에 박혀들었다.

"후우~ 군단장님. 로이든 입니다."

참모가 고개 숙이며 보고를 하자 비마스 위로 올라가 앞을 살폈다.

"그래, 내게도 보이는 구나!"

등에서 검을 꺼낸 미트랑이 크게 외쳤다.

"로베니아!"

그의 외침에 로베니아의 진영에서 똑같이 목이 터져나가도록 로베니아를 외쳤다.

"로베니아! 로베니아!"

케린버그의 수도 앞에서 로베니아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전투대형!"

미트랑의 외침에 중장갑기병이 완전무장한 채 앞으로 나섰고 기사단이 방패와 창을 들고 일렬로 늘어섰다. 궁기병들이 그 뒤에서 활에 화살을 먹이자 비마스들이 기동을 시작했다.

"전진!"

북소리와 함께 로베니아의 군대가 템즈강을 향해 진군했다. 잡역부들이 평원의 언덕위에 하얀 천막을 치기 시작했다. 템즈강 아래가 잘 드러나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이었고 천막의 주위로 로베니아의 깃발이 꽂혔다. 천막의 의자에 케론스 공작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자리를 하고 있었다. 비마스가 궁기병 뒤를 따라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미트랑과 참모들이 천막으로 들어오자 케론스 공작의 기침소리가 반겼다.

"죄송합니다. 이번 작전이 탐탁치 않다는 것은 알지만 저로서도 어쩔 수 없습니다. 헤나스톤의 불상사를 들은 발렝 황제께서 노발대발 하셨다니까요."

황제가 거론되자 케론스 공작도 움찔했다.

"황실회의 때 아마도 저를 경질하라는 의견이 엄청났나 봅니다."

마치 남 이야기 하듯 웃으며 이야기하는 미트랑을 보며 케론스 공작도 이맛살을 찌푸렸다. 자신 역시 롯셀리니 추기경에게 엄청나게 시달렸으니까.

"후~ 좋소. 마지막 부탁이요. 로이든 함락시에 이 마크를 부착한 자들은 건드리지 말아주시오. 그리고 그들의 요구도 들어주고 도움을 주면 좋겠소. 혁명군의 지휘자에서 헤나스톤의 참패 이후로 오히려 미트랑에게 끌려 다니게 되었다. 미트랑도 신분으로 따지면 감히 자신은 쳐다 볼 수 없는 처지였다. 그리고 그와 원수가 될 필요는 없기에 미트랑은 참모들에게 명령을 내려 케론스 공작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시종이 가져온 포도주잔을 들고 언덕아래를 내려 보는 미트랑의 눈은 냉혹하기만 했다.

"나의 자랑스런 1군단 병사들이여 로이든을 이 땅에서 지워버려라!"

미트랑이 손에 든 포도주 잔을 로이든을 향해 던지자 정오의 햇살을 받으며 하늘을 향해 호선을 그린 유리잔이 바닥에 떨어졌다. 산산히 부서지는 유리잔 조각과 함께 붉은 색 포도주가 대지를 적셨다. 진한 혈향(血香)이 바람을 타고 평야를 가득 메웠다. 북소리가 멈추자 잔인한 운명의 초침도 멈춰섰다.

5권에 계속

[용어해설]

1. 문지기 야누리우스

'야누스의 달'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지 않고 순수하게 로마신화에만 등장하는 신은 '야누스' 신입니다.

야누스 신은 그리스의 신들이 로마에 전해지기 이전부터 로마의 수호신 역할을 맡던 신입니다.

1월인 January는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야누아리우스(Januarius)가 어원입니다.

보통 문의 양면에 조각되었는데 때문에 양쪽에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고 때문에 집의 수호신이나 건물의 수호신으로 여겨졌습니다.

로물루스가 처음 로마를 세웠을 때부터 최고신으로 모셔졌으나 이후 외래의 다른 신들이 전래되면서 그 자리를 내주게 됩니다.

야누스의 신전 문에는 야누스 신의 얼굴이 양면에 새겨져 있었는데 전쟁이 있는 동안에는 이 문이 항상 열려있었지만 전쟁이 끝나면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뜻하는 라틴어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유래한 것이다. *비마스

십자군 원정당시 십자군들은 비마스만 보면 무기를 버리고 도망가기 바빴다고 전해집니다. 하늘을 나는 전차라고 알려진 비바스는 수십개의 창과 화살로 중무장한 전차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설에는 폭약을 장착하고 있어서 비마스에서 던져진 폭약이 터지면 당시에는 공포로 적군들이 도망가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2. 쿰 클라비(cum clavi)

미켈란젤로의 그림 '천지창조'로 장식된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리는 콘클라베는 오늘날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19세기 이전까지는 더위와 폭력 그리고 돈이 얼룩진 행사였다.

콘클라베는 '열쇠를 가지고'라는 뜻의 라틴어 '쿰 클라비(cum clavi)'에서 유래했다. 추기경들을 감금하고 외부와 소통을 금지시킨 전통은 1241년부터 시작됐다. 교황 그레고리 9세의 서거후 로마 귀족 마테오 오르시니는 새 교황을 빨리 선출하라는 뜻에서 10명의 추기경을 무너져가는 궁전에 감금했다.

당시의 가장 큰 적은 한 여름 로마의 불볕더위. 현대식 냉방은 상상조차 할수 없던 곳에서 출입문은 물론 창문도 열 수 없자 추기경 1명이 곧 더위로 숨졌으며 두 달 만에 선출된 새 교황 첼레스틴 4세도 역시 감금 후유증으로 즉위 2주만에 사망했다.

1268년 시작된 교황 선출회의는 무려 2년 9개월 2일을 끈 뒤 새 교황 그레고리 10세를 선출했다. 2년이 넘도록 새 교황을 기다린 마을 주민들은 참다못해 '성령이 쉽게 내려' 추기경들의 결정을 돕도록 하겠다며 투표장의 지붕을 뜯어냈고 공급되는 음식의 양도 줄였다.

최장기간 콘클라베로 교황에 오른 그레고리 10세는 보다 엄격한 규정을 추가한 콘클라베 칙령을 1274년 제2차 리용 공의회를 통해 교회법으로 통과시켰다. 칙령은 교황이 숨지면 열흘 안에 추기경들을 교황청의 화장실이 딸린 방에 몰아 넣고 나오지 못하게 하며,사흘이 지나면 점심 저녁을 합쳐 한 끼만,닷새가 지나면 빵과 물,포도주만 넣어준다고 규정해 신속하게 새 교황을 선출하도록 강제했다.

추기경단을 상대로 한 대규모 매표행위도 횡행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이상적인 지도자 상으로 그려낸 르네상스시대 계몽군주 체사레 보르지아는 아버지 알렉산더 6세를 교황으로 밀기위해 21명의 추기경 중 19명을 돈으로 매수했다. 비오 2세는 임시 화장실안에서 돈을 뿌렸다는 의혹으로 임기 내내 곤욕을 치렀다. 클레멘트 14세는 교황이 되면 제수이트교단을 눌러달라는 조건으로 프랑스로부터 거액의 선거자금을 지원받았다.

1870년 바티칸이 세속 권력을 모두 포기하고 종교적 지도력 회복에 집중하자 콘클라베를 둘러싼 수난도 점차 덜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소설에서는 드래곤들이 일만년 동안 갇혀 지낸 곳으로 묘사되었습니다. 빛과 물, 음식도 없는 고통의 공간으로서 빌려온 모티브입니다.

5권

진정한 영웅들을 그리며....

책을 시작하기 앞서서 우리들은 당신들의 숭고한

죽음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월드컵의 열기 속에 고인들의 희생이 잊혀지는 것을

바라지 않은 마음을 담아서 당시 참수리 357호의

승무원들의 고귀한 희생과 애국심에 고개를 숙입니다.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북방 한계선에서

조국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당신들의 죽음 앞에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우리 모두는 죄인일 뿐입니다.

故소령 윤영하, 故중사 조천형, 故중사 황도현

故중사 서후연, 故중사 한상국, 故병장 박동혁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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