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크-28화 (28/55)

Chapter 28. 괴물 로베니아!

"드디어 헤나스톤입니다. 아마도 지금쯤 로이든에서도 저희들의 진군 소식이 들어갔을 겁니다. 케론스 공작님!"

로베르트의 말에 케론스 공작이 매우 유쾌한 듯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그래 틀림없이 어쩔 줄 몰라서 우왕좌왕하고 있을 거야."

로베르트도 케론스 공작과 같은 마음인지 얼굴이 밝았다. 그때 원정군 군단장 미트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케린버그에 철의 공작 머스탱과 디안요새의 영웅 호크백작이 있지 않습니까. 쟝님도 그들을 조심하라고 이르셨습니다만."

미트랑의 말에 케론스 공작의 얼굴이 좋지 않게 변했다. 불안한 듯 헛기침을 하는 케론스의 공작의 입에서 거친 상소리가 튀어나왔다.

"영웅은 무슨 놈의 영웅! 버릇없고 재수 없는 녀석일 뿐이야! 이보게 미트랑, 자네 혹시 그들이 두려운가?"

케론스의 공작의 싸늘한 시선을 받은 미트랑의 얼굴에 비웃음이 흘렀다.

"저는 대 로베니아 제국의 스카라무슈(Scaramouche)입니다. 최고의 검사로서 발렝 루이 황제 폐하께 인정받은 저입니다. 패배란 있을 수 없는 일 ! 그건 저를 모욕하시는 것이 아니고 황제 폐하를 욕하시는 일입니다."

검사로서의 본능이 꿈틀거리는지 미트랑에서 무서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좋아, 훌륭해! 우리에게 패배란 있을 수 없는 일. 서두르세. 로이든이 불타는 모습을 보고 싶네. 이제 케린버그라면 지긋지긋 해."

이를 가는 케론스 공작을 보며 로베르트는 케론스 공작이 필요이상으로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로베니아의 기사단을 선두로 중갑기병들이 뒤를 따르며 헤나 스톤을 가로 질러 이동하기 시작했다.

[모두 대기, 내가 움직이기 전까지 절대 움직이지 마라!]

호크의 낮은 속삭임이 마나통신기를 타고 흘렀다. 사실 눈앞에서 스쳐가는 적병을 보며 숨죽이고 있는 외인부대원들은 그야말로 살 떨리는 긴장감을 맛보고 있었다.

[힘들어도 숨소리 하나 내지 말고 기다려 저 비마스라는 괴물이 들어올 때 까지 기다려라!]

선두의 기사단이 헤나 스톤을 빠져 나갈 쯤 웅장한 기계음과 함께 비마스들이 헤나스톤으로 진입했다. 망원경으로 헤나스톤을 살피던 호크의 시선이 석회암 절벽위로 향했다. 위장그물로 가려진 캐논포의 진지가 들어왔다. 호크의 손이 위로 올라갔다.

[어미새가 날아올랐다. 제군들 행운을 빈다!]

드디어 역사적인 첫 전투의 서막이 올랐다.

슈슈슉!

콰코콰쾅!

"으아아악!"

"적이다!"

캐논포의 화탄火彈들이 비마스를 중심으로 화망을 구성하며 작렬하자 거의 10미터 이상의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삽시간에 헤나스톤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 광경을 호크와 작전처 장교들이 두 눈을 번뜩이며 로베니아 진영을 살폈다. 무려 50기의 화탄(火彈)이 작렬했다.

초고열의 화마(火魔)가 주변을 초토화 시켰다. 불꽃이 수그러들고 연기가 가라앉자 호크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젠장! 예상했지만 흠집하나 나지 않았군."

50기의 화탄(火彈)이 집중됐지만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았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기대 했지만 죽은 시체와 말들을 중장갑기병들이 좌우로 밀어내며 길을 만들었고 궁기병들이 중장갑기병들을 호위했다. 그리고 기사들이 검을 뽑아들고 입구를 지켰다.

"썩어도 준치라더니 이래서 다들 로베니아, 로베니아라고 했구나. 좋아! 캐논포 중대는 철수하라고 해, 장비 놓아두고 철수 시켜 어서, 녀석들도 공격위치를 확인 했을거다. 장비는 포기하고 서둘러 철수시켜!"

망원경으로 로베니아 진영의 대응을 살피던 호크의 다급한 명령이 전달되자 캐논포 중대가 서둘러 후퇴했다. 그와 동시에 비마스들이 기동하기 시작했다.

"모두 영상을 담고 있지?"

"네, 중령님!"

사이클론과 김재덕 대령이 연구 개발한 일종의 캠코더였다. 마나의 수정구로 영상을 담는 원리에 카메라의 원리를 더해서 개발한 장비였다. 모양이 좀 엉성해서 그렇지 효과는 만점이었다.

작전처 장교들이 마나 영상기로 빠짐없이 현장을 기록하고 있었다. 컴퓨터 마우스 처럼 생긴 전장 10미터 높이 5미터의 비마스들이 회피 동작을 끝내고 3열 종대로 위치를 잡자 둥그스런 지붕에서 촉수들이 튀어 나왔다. 그 끝이 캐논포 진지를 향하는 순간 촉수 끝에서 불을 뿜었다.

슈아악! 슈아악!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석회암 절벽위의 캐논포 진지가 사라졌다. 아니 절벽의 1/3이 사라져 버렸다. 천지를 울리는 굉음과 석회암 가루가 공중에 흩어졌다. 반대편 언덕위에 자리 잡은 호크와 부하들도 모두 돌가루를 뒤집어쓰고 회색인간으로 변했다.

"콜록! 콜록!"

가볍게 기침을 한 호크가 얼굴에 돌가루와 망원경의 렌즈를 닦아냈다.

"후우! 세상에 화성침공이 따로 없잖아. 빌어먹을 우리가 찾아낸 고철 덩어리도 이정도 성능은 발휘해야 하는데......."

낮은 포복으로 자리를 이동하는 호크를 따라서 수하들도 제 2 지점으로 장소를 옮겼다. 한곳에 오래 있다가는 위치가 노출되기 쉬워서였다.

"후, 좋아! 저 괴물의 성능을 좀 더 알아보고 적 군사들의 실력도 테스트 해볼까? 마지막 작전이다. 작전 B 개시!"

작전 명령이 하달되자 단위 부대 지휘관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속삭이는 소리가 주변으로 전파되었다.

루크소위가 고개를 들자 가까운 거리에 적 중장갑기병들이 방패와 도끼를 들고 살벌한 기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미 대열을 정비한 로베니아 진영은 헤나 스톤을 빠져나가기 위해 대열을 유지한 채 서서히 이동을 했다. 그 들 사이로 눈에 핏발이 선 군단장 미트랑의 고함소리가 한몫했다.

"어서 빠져 나가! 어서!"

불시의 기습을 당하고 보니 지형이 매복 공격을 하기에 딱 알맞았다. 지휘관으로서 너무나 안이한 판단을 한 것에 대해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근래 들어 로베니아 군대가 기습공격을 당해보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은 더더욱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본국에 이 보고가 들어가면 미트랑 군단장은 틀림없이 책임을 져야할 일이었다. 적을 너무 우습게 본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자고로 고양이도 생쥐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있다. 그것을 잊은 미트랑은 엄청난 곤경에 처했다. 바닥에 재가 되어 쓰러져 있는 궁기병들의 시체가 그의 속을 뒤집어 놨다. 제대로 된 상황이라면 그는 서둘러 병력을 석회암 위로 올려 보내 2차 공격을 사전에 차단했어야 했지만 뜻하지 않은 기습은 그들의 전술에 혼란을 가져왔다. 그리고 미트랑 군단장을 이성을 흔드는 두 번째 기습이 감행되었다.

"적이다!"

"뭐, 뭐라고!"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으며 엄청난 양의 화살이 그들의 머리위로 떨어졌다. 중강갑기병들과 기사들은 방패를 들 어 머리 위를 방어했고 살아남은 궁기병들은 비마스 뒤로 피신했다.

슈우우욱!

팅! 타다당!

처음에는 방패에 튕겨져 나가는 소리가 많았는데 점차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푹! 푹! 푹!

"크아아악!"

"으악! 내 다리!"

"살려줘!"

미트랑은 주변의 기사들에게 보호를 받으면서 기가 막혔다. 길지도 않은 이상한 화살들이 방패를 뚫고 병사들을 해치고 있었다. 전투에서 냉정해야 할 지휘관의 흥분을 해버렸다.

경험의 차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계속해서 종소규모의 전투를 해온 부대와 늘 대규모 전술 훈련 연습만 해온 부대의 경험은 크게 갈리기 시작했다. 미트랑은 일년 전쟁때 참전한 군인이 아니었다.

아카데미 출신의 엘리트 장교였다. 공을 세우고 명예와 출세를 위해서 아주 쉬운 원정길이라고 생각해서 그의 집안이 인맥을 동원해서 이번 원정 사령관에 오른 것이다. 검술 실력이야 어떨지 몰라도 전략 전술적인 측면에서는 조금의 손색이 있었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병사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었다. 그러나 경험이 많은 기사들과 천인장, 백인장을 중심으로 방어막을 형성 하면서 피해가 줄어들고 있었다.

분노한 미트랑이 (@비마스 기동을 명령하자 또다시 굉음을 울리며 비마스가@여기는 미다스.. 위에는 비마스라고 나왔는데 다른 종류인가요[email protected]) 좀전에 캐논포대를 박살냈던 반대 방향으로 기동했다.

생각보다 느린 움직임에 호크의 눈이 빛났다.

"전원 후퇴하고 있나?"

"네, 중령님! 스패로우로 공격을 하자마자 탈출로를 통해서 이미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작전장교의 보고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호크가 다시 망원경으로 전장을 살폈다. 화살이 날아오지 않자 적 병사들이 방어진을 풀고 바위에 오르려고 하고 있었다.

"이제 마무리하고 뜨면 끝이로군. 볼 건 다 봤으니 이지 중대에게 뒷 청소를 맡기고 우리도 철수한다!"

호크가 손을 들어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하자 작전장교들과 통신병 그리고 특임대 대원들이 장비를 챙겨서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마나 영상기를 들고 있는 병사들만 빼고 호크는 비마스가 재가동해서 공격하는 시간을 재고 있었다.

"소대장님, 철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알았어, 모두 선임하사 말 들었지 수화탄(手火彈) 투척 준비!"

명령이 전달되자 모두들 양손에 검은색 구체를 꺼내들고 양손으로 돌렸다. 루크 소대뿐만 아니라 탈출로를 지키고 있던 이지 중대가 마지막 중대가 빠져 나가자 가지고 있던 모든 수화탄(手火彈)을 새카맣게 바위를 뒤덮고 밀고 올라오는 로베니아의 병사들을 향해 던졌다.

로베니아의 중장갑기병대의 백인장 프로테스는 지난 일년 전쟁 당시 레센과의 전투를 떠올렸다. 그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늑대들과의 전투에서도 두려움이 들지 않았다.

로베니아는 무적이었고 그 늑대무리 레센 제국의 병력들이 근처에 오기도 전에 로베니아의 막강한 무기에 지리멸멸 했기 때문 이었다. 이번 원정은 북부의 작은 왕국 케린버그라고 했다. 프로테스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이들이 이번 원정을 소풍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조금 전 까지는 그러나 헤나스톤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그 생각은 멀리 사라졌다. 이미 궁기병의 대다수가 전멸했다. 일년 전쟁 때도 한 번에 이 정도의 피해를 입은 적은 없었다. 불길한 생각을 떨쳐내며 그의 용맹스런 중장갑기병들이 바위위로 적들을 추격해 나갔다.

퉁! 퉁! 퉁!

프로테스의 발 아래로 그리고 그들의 머리를 넘어 검은 구체들이 떨어졌다. 꽤 많은 수의 구체들이 진영 안으로 떨어졌다. 프로테스는 처음 보는 구체들 집어 들었다.

틱! 틱! 틱!

...하는 소리와 함께 구체가 절반이 따로 회전을 했다.

"뭐야, 이게?"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구체가 회전을 멈추며 딸깍! 거리는 소리를 내며 멈췄다.

"이런, 이것들이 장난하나?"

그것이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이 되었다.

콰콰쾅!

번쩍! 쿠하하하학!

그야말로 지옥도가 연출되었다. 불이 붙어 몸부림치는 자들이 이리저리 발광을 했고 팔이 날아간 자는 떨어진 팔을 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말이란 이동시에는 큰 도움을 주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목숨을 위협할 뿐이었다. 화탄(火彈)에 놀란 말들이 길길이 날뛰자 말발굽에 밟혀 죽는 이들이 속출했다.

"자, 어떻게 하나 볼까?"

수화탄(手火彈)을 투척한 이지 중대가 탈출로를 무너뜨린 것을 확인한 호크가 망원경을 다시 로베니아로 돌렸다.

"자, 이제 어떻게 하나 볼까? 어디 보여줘 봐, 로베니아의 저력을!"

호크의 바램을 알기라도 했는지, 그런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잡아갔다. 부상자들을 구하는 것이 아니고 검으로 베어버렸다. 날뛰던 말들도 기사들이 몇 마리의 목을 베어내고 투기를 드러내자 공포에서 벗어나 진정되기 시작했다. 세린디아의 전투 때와는 너무도 다른 상대의 대응에 호크의 얼굴이 구겨졌다.

"젠장, 이거 무서운 놈들을 건드렸어! 자, 우리도 이만 철수 하자 저 놈이 불꽃을 터트릴 준비가 끝났나 보다!"

비마스가 회전을 끝내고 촉수를 드러내는 것을 확인한 호크가 서둘러 자리에서 벗어났다. 호크가 자리를 뜨자 헤나스톤의 전설은 사라졌다. 10기의 비마스가 뿜어내는 화염에 헤나스톤의 석회암들이 녹아내렸기 때문이었다.

"으아아아! 이 벌레만도 못한 것들이 감히! 감히!"

대노한 미트랑의 분노에 찬 음성이 쩌렁쩌렁 울렸다. 참모진들 누구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당황하고 고개를 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케론스 공작과 로베르트 남작이었다. 그들은 미트랑에게 이런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적의 반격은 없을 거라 장담한 처지이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케론스 공작이 미트랑 보다 신분이 낮았다면 진작에 그의 검에 목이 떨어졌을 것이다. 로베니아 역사상 이런 참패는 없었다.

게다가 더욱 비참한 것은 적은 한명도 피해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아니 누군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패배였다. 만일에 호크가 기습공격이 아닌 자신들의 전력을 탐색하기위한 기만 공격 작전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아마 자살했을지도 모른다.

검을 바닥에 꽂고 작은 바위에 앉아 있던 미트랑은 죽은 병사들의 사체를 처리하는 것을 지켜보며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병사들의 죽음이 애석해서는 절대 아니었다. 자신의 경력에 흠집이 난 것을 스스로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몸 주위로 이글이글 불길이 타올랐다. 주변에 서있는 참모들은 그의 분노를 피부로 느끼며 두려워했다. 매케한 연기가 가라앉자 미트랑의 눈빛도 가라앉았다.

"아크라스를 불러라!"

좀처럼 열릴 것 같지 않던 미트랑의 입이 열리자 참모 하나가 재빠르게 뛰었다. 잠시 후 여기저기 검뎅이가 묻어있는 갑옷을 입은 거대한 체구의 기사가 미트랑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크라스."

"네, 군단장님!"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은 차가운 눈빛이 아크라스의 심장을 옭죄어왔다.

"어떠냐?"

엉뚱한 질문이었지만 아크라스는 정확한 대답을 했다.

"부끄럽사옵니다."

"그뿐이냐?"

흠짓!

몸이 굳어버린 아크라스는 고개를 땅 바닥에 박으며 분한 목소리를 냈다.

"치욕스럽습니다! 군단장 각하!"

이번에야 만족스런 대답이 나왔는지 미트랑이 검을 들어 다시 땅에 박았다.

"그렇지! 치욕이야. 그것도 영원히 잊지 못할 치욕 중에 치욕이야. 피에 대한 대가는 피로 씻는 것이 합당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지?"

잠시 뜸을 들였던 아크라스가 고개를 들었다.

"호, 혹시, 말살작전을 명하시려는.........."

아크라스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미트랑에 행동에 아크라스 뿐 아니라 주변의 참모들이 모두 경악했다.

"하, 하지만!"

"그만! 위대한 로베니아의 병사들이, 그들의 고귀한 피가 흘렀다. 그 무엇도 대신 할 수는 없어, 피에는 피로 갚을 뿐이다. 이 케린버그에 살아 숨쉬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알았느냐?"

"네! 군단장님. 명을 받들겠습니다."

아크라스가 자리를 뜨자 케론스 공작이 황급히 달려왔다.

"이보게 미트랑, 자네가 말살 작전을 명했나? 절대 안돼!"

케론스 공작의 성난 목소리에 미트랑의 눈빛은 무심하기만 했다.

"아무리 케론스 공작님이라 하셔도 이번일은 제 손을 떠났습니다. 무려 3만의 병사들이 전사했습니다. 아마도 내일쯤이면 제가 아니더라도 황제폐하께서 말살작전을 명하실 겁니다. 그리고 제 목도 내놓아야 할 겁니다. 누구도 돌이킬 수 없습니다."

말에 오르는 미트랑을 보며 케론스 공작이 입술을 깨물었다.

"로베르트, 본국에 연락을 넣어 추기경님께 빨리 이 사실을 알려야 해. 말살작전이 실행되면 쥬(Ju)의 낙인을 확인하지 못하고 덮어버리게 된다. 그럼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려, 서둘러라!"

급히 고개를 숙이고 사라지는 로베르트를 보며 케론스 공작은 고개를 저었다.

'제길! 군인들이란, 저렇게 꽉 막혀서야 쯧쯧!'

속으로 혀를 차던 케론스 공작은 발아래 많이 깔려 있는 처음 보는 화살들을 발로 밟으며 불길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혹시, 호크 그녀석의 짓인가? 아냐, 설마 그 녀석이 이런 것을, 후후~ 나도 늙었나? 쓸데없는 생각이 다 들고, 그나저나 호크 그 녀석과 머스탱은 로이든에 합류를 했을까, 아니면 제 살길을 찾아서 떠났을까?"

고개를 흔들며 다시 말에 오른 케론스 공작은 승리를 장담하던 이번 혁명이 이미 그 빛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뒤로 돌아갈 길은 없다. 미트랑의 말대로 어쩌면 미트랑 뿐 아니라 자신도 목을 내놓야 할지도 몰랐다. 붉게 물드는 저녁놀을 향해가는 군대의 행렬이 불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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