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6. 케린버그 내전 발발!
"로베르트! 다시 한 번 말해 보게 지금 뭐라고 했나?"
"저도 몇 번을 확인한 내용입니다. 공작님! 전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이런 빌어먹을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전혀 몰랐다는 말인가?"
케론스 공작이 책상 위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폭발했다. 로베르트는 그저 말없이 케론스 공작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지금 머스탱 공작, 심지어 호크 그 녀석 까지 이 나라에 없다는 말인가?"
"네, 전하 잉글햄에 있는 호크 백작은 가짜였고 머스탱 공작은 저택에 없었습니다."
털썩!
힘없이 무너지는 몸을 의자에 던진 케론스 공작이 멍하니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게다가"
"게다가 뭐?"
"많은 병력들과 함께 사라진 것 같습니다."
"뭐라고, 얼마나?"
놀라서 벌떡 일어난 케론스 공작의 반응에 로베르트는 어물거리다 겨우 입을 열었다.
"왕실 마법사들과 1개 기사단 그리고 3만 정도 병사들이......."
"3만? 3천도 아니고 3만 명이라는 건가?"
"그것도 정확한 것은 아니고 대략적인 병력입니다."
"말도 안돼, 우리 모르게 도대체 어디서 그 많은 병력을 빼냈다는 거야? 도무지 말이 되질 않아!"
"그게, 국경근처의 수비대 병력을 모두 돌린 것 같습니다."
"미, 미친놈들 왜? 무엇 때문에?"
케론스 공작이 발작하듯 소리치자 공작의 처벌이 두려운 로베르트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설마, 우리를 치기위해서? 젠장 할, 어서 우리 쪽 인물들을 모두 소집해! 자칫 잘못하다가는 성문밖에 우리 목이 내걸릴 수도 있어!"
다급하게 외치는 케론스 공작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손가락을 튕기자 천장에서 검은 그림자가 내려왔다. 급하게 써내려간 편지를 건넸다.
"쟝 형님에게 직접전해라 늦으면 두 번 다시 내 얼굴을 보지 못할게다. 서둘러라!"
검은 그림자가 나타날 때처럼 조용히 사라졌다. 잠시 생각을 하던 케론스 공작도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날 밤 케론스 공작의 집으로 무수히 많은 마차들이 속속히 도착했다. 날이 새도록 케론스 공작의 저택은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 뒤로 한 달여가 지나 가장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윈터러의 마지막 달이 시작된 어느 아침 이른 새벽부터 국왕의 침전으로 가는 복도가 헬렌 백작의 뛰어오는 소리로 소란스러워 졌다.
"전하! 일어나계시옵니까?"
"또 자넨가?"
찰스국왕이 잠이 덜 깬 모습으로 대충 옷을 걸치고 나왔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워낙 화급을 다투는 일인지라."
말꼬리를 흐리는 헬렌 백작을 보며 찰스국왕은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괜찮네, 지난번 같은 승전보(勝戰譜)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베를로니아를 일간 방문하는 계획은 어떻게 되어가나? 한시라도 빨리 병사들을 위로 하고 싶네. 어떤가?"
"죄송하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전하!"
시녀가 주는 쥬스를 마시던 찰스 국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혹시, 그 작자들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헬렌 백작을 보며 마시던 쥬스를 치워버리고 침대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 왕이 손을 들어 주위를 물리자 헬렌 백작이 왕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오랫동안 숙의를 하는 동안 왕의 침전 주위도 바쁘게 움직였다.
곧 케론스 공작에게 헬렌 백작이 국왕을 알현한 것이 귀에 들어갈 것이다. 일단 꼬리를 잡은 이상 케론스 공작은 어떻게든 정보를 캐내려고 할 것이고 국왕파도 상대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초비상 사태로 돌입했다. 평화로운 아침햇살과는 다르게 로이든에는 살얼음 같은 긴장감이 흘렀다.
"아무래도 말이 새는 것 같습니다. 전하!"
"나도 그런 것 같아. 헬렌 백작. 어디서 말이 새어나가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군. 혹여 우리 쪽 인물 중에서......."
"아닙니다. 그건 절대 아닙니다. 다른 쪽으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그일은 헬렌 백작이 알아서 하도록 하고 우리도 뭔가 준비를 해야 하지 않나. 저쪽에서 군사를 일으켜 반역을 꾀하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않은가."
근심어린 찰스국왕의 말에 헬렌 백작이 국왕을 안심시켰다.
"이미 호크경에게 전갈을 넣었습니다. 전하! 곧 기별이 있을 겁니다."
"오~ 그래. 많이 지쳤을 텐데 또 무거운 짐을 지우는 구료."
찰스 국왕은 매번 어려운 일만 맡기는 것이 내심 미안했는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전하, 신하된 도리로서 나라와 전하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너무 괘념치 마시옵소서. 더구나 베를로니아도 완전히 장악한 이상 외인부대의 전열도 대부분 정비가 끝났다고 하니 몸을 빼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게 아니네. 그게 아니야."
죽어간 수많은 병사들을 생각하자 마음이 무거워진 찰스 국왕은 주변에 핀 꽃이 죽어간 병사들의 넋처럼 보였다. 침통한 마음으로 정원을 거닐고 있는 두 사람에게 기사 한명이 급히 뛰어왔다. 기사에게 봉인된 문서를 건네받은 헬렌 백작이 먼저 문서를 읽은 뒤 공손하게 국왕에게 다시 보여주었다. 끝까지 읽어 내린 찰스 국왕의 손이 떨렸다.
"결국, 이 빌어먹을 작자들이 기어코 일을 저질렀어!"
"송구하옵니다. 저를 벌하여 주십시오, 전하!"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어서 대비책을 강구하세, 어서!"
헬렌 백작이 급히 뛰어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찰스 국왕이 손에 든 문서를 다시 읽어보았다. 자신이 잘못 본 것이길 빌면서, 그러나 두 번 세 번 다시 읽어보아도 달라지지 않았다. 문서에는 로베니아에서 15만의 군사가 케린버그로 떠났다는 내용의 보고서였다. 케론스 공작이 먼저 선수를 친 것이었다.
비록 피가 다를지는 몰라도 케론스 공작도 이 땅에서 태어난 케린버그 사람인데 어찌해서 이렇게 까지 잔인한지 못내 서운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제 상대가 칼을 꺼내 들은 이상 서로 피를 보지 않고는 끝을 내기가 힘들어 졌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전쟁이 시작됐다.
겉으로 보기에 평화스러운 북부의 왕국 케린버그, 그 이면에는 살벌한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국민들 사이에도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민심마저 흉흉해 지고 있었다. 국왕파와 케론스 공작 일파가 서로 세(勢)를 불리는데 열중하자 국민들도 서로 파를 나누고 다투었다. 각 지방 영주들도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할지 저울질을 하고 있었고 이런 소식은 주변 왕국에도 영향을 끼치며 조용하던 폴렌시아 대륙에 풍운(風雲)이 일어나게 만들었다. 각국의 지도자들은 레센에서 벌어진 원로원 피습사건으로 신경이 곤두선 가운데 레센과 국경을 인접한 케린버그에서 내전의 기미가 보이자 자체적으로 대응준비를 시작했다. 오래 만에 외교채널이 부활해서 서로의 속내를 교환했다. 그러나 그들의 의향은 케린버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대다수의 의견이 케론스 공작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는데 이는 차라리 케린버그가 로베니아의 공국(共國)이 되는 것이 대륙의 평화를 위해서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이다.
결국 국왕파는 사면초가의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거기에다 로베니아에서 출병한 소식이 전해지자 두말 할 것도 없이 지방 영주들은 모두 케론스 공작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전쟁이 벌어질 거란 소문에 수도 로이든을 떠나는 피난민들이 줄을 이었다.
이에 승리를 확신한 케론스 공작은 맨첸트 영지에 거점을 잡고 찰스 국왕이 나라를 피폐하게 만들고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혁명(革命)의 정당성을 내세우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소식은 발 빠르게 온 나라로 퍼져 나갔고 왕국은 일측 즉발의 위기에 빠졌다. 누가 보더라도 국왕파는 푹풍 속에 표류하는 작은 돛단배나 다름없었고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하루살이 같은 슬픈 운명이였다.
"후~ 내가 이렇게 인덕이 없었던가?"
침통한 표정의 찰스 국왕이 뒷짐을 한 채 회의실 안을 서성거렸다. 회의실 문을 밀치고 헬렌 백작이 숨을 헐떡이며 들어섰다.
"저, 전하! 하아~ 하아~"
"숨 좀 돌리게 헬렌 백작, 그래 구원병 요청은 어떻게 됐나?"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헬렌 백작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찰스 국왕도 사실 이미 어떤 대답이 나오리란 것쯤은 짐작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사실은 그것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송구하옵니다."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헬렌 백작의 대답에 기운이 빠진 찰스 국왕이 가까이 있던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래, 그렇겠지 누가 감히 저 대단한 로베니아에게 덤비겠는가? 애초에 내가 부질없는 헛된 꿈을 꾼건가?"
회의실의 텅빈 의자들을 보며 더 기운을 잃은 찰스 국왕이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케린버그의 영광을 되찾자며 건배를 들던 귀족들로 가득하던 이곳이 이제는 빈 의자가 더 많이 보였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귀족들도 한숨만 쉴 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대로 케론스 공작에게 무릎을 꿇고 구차한 목숨이라도 건져야 하나, 아니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검을 뽑아야 할까."
찰스 국왕의 넋두리 같은 한탄에 회의실은 더 조용해 졌다. 그때 스르릉~ 검을 뽑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소리가 여기저기서 계속해서 들렸다. 깜짝 놀란 찰스 국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들자 남아 있던 귀족들이 모두 검을 뽑고 가슴에 붙였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나라를 위해 불살라 보는 것도 멋진 인생이 아닌가!"
케린버그를 세운 선조 헨리 국왕이 그들과 함께한 기사들과 외치던 구호였다. 늘 전장에 나갈 때 마다 검을 높이 들고 외쳤다고 전해 내려오는 케린버그의 구호였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함께하고 있는 이들의 마음만은 뜨거웠다. 근래들어 늘 찌푸리기만 하던 찰스 국왕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만년을 살 것도 아니지 않은가!"
찰스 국왕도 자신의 애검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짝짝짝!
"멋진 말인데요, 저희 외인부대 구호로 채택해야겠습니다."
느닷없이 들리는 목소리에 좌중의 시선이 소리가 난 곳으로 쏠렸다. 그곳에는 아주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너, 너 이 자식!"
찰스국왕이 왕이라는 체통도 잊어버리고 한달음에 달려가 끌어안았다.
"컥~ 컥~ 저, 전하 이것 좀 놓고, 제발 숨 좀 쉬게, 커헉!"
찰스 국왕이 끌어안은 사람은 몇 개월 전 베를로니아로 떠난 알렉스 호크였다.
"너 이 녀석 왜 이제야 나타난 거냐? 나를 말려 죽이려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무정할 수가 있어?"
호크의 팔을 으스러져라 잡고 있는 찰스 국왕의 손길에서 따뜻한 정을 느낀 호크는 멋쩍게 웃었다.
"할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곳 소식을 듣고 준비할 것도 많았죠."
"하하하! 네가 돌아오니 천군만마(千軍輓馬)를 얻은 것 같아 든든하다."
국왕의 말이 아니더라도 소드 마스터인 호크의 복귀는 국왕파의 시름을 덜어주기 충분했다.
"과찬이십니다. 그동안의 상황이나 좀 알려주시죠."
"그래, 돌아오자마자 또 고생만 시키는 구나. 형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전하는 이 나라의 국왕이며 지아비이십니다. 결코 신하에게 그런 소리 하시면 안됩니다."
호크가 제법 귀족 티가 나게 말을 하자 찰스 국왕이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하, 네가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사람 오래 살고 볼일이라더니 너를 두고 한 말인가 보다. 방금 한말은 호크 백작에게 한말이 아니고 내 동생 호크에게 한 말이다 형으로서 미안하다."
"전하......."
외톨이로 24년을 보낸 호크에게 낯선 땅에서 얻은 가족은 너무나 소중했다.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이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라고 결심했다.
헬렌 백작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지도를 테이블 위에 펼쳤고 모두가 테이블 앞으로 모여들었다. 헬렌 백작이 전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다른 귀족들이 보충설명을 했다. 호크도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며 작전회의를 해나갔다.
"중령님!"
핸들러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온단 말인가?"
헬렌 백작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지만 호크가 나서서 해명을 했다.
"진정하세요, 헬렌 백작님! 지금 왕성을 청소중입니다."
"청소라니?"
뜬금없는 소리에 회의실의 모두가 의아해했다.
"제가 돌아오기 전에 미리 준비해둔 작업 이죠, 스파이들을 모두 추려내는 중입니다."
호크의 말에 헬렌 백작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호크를 바라보았다.
"헬렌 백작님에게는 죄송합니다. 극비 프로젝트였습니다. 백작님께서 아시게 되면 행동 패턴이 달라지게 되고 그럼 적들도 우리가 뭔가 알아차렸다고 판단하고 잠수 탈 게 뻔하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국왕전하의 허락도 없이 일을 벌인 건가?"
"내가 허락했네, 헬렌 백작!"
핸들러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온 인물은 열혈공작 로이 머스탱 공작이었다.
"고, 공작님! 언제 오신 겁니까?"
"국왕전하를 뵈옵니다."
머스탱 공작이 성큼 성큼 걸어와 무릎을 꿇자 찰스 국왕도 반갑게 맞이했다. 머스탱 공작이 모두에게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는 동안에 호크는 핸들러의 보고를 받았다.
"좋아, 처리해 모두!"
호크의 지시를 받은 핸들러가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친애하는 국왕전하 그리고 여러분 잠시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호크의 테이블을 두드리며 주위를 환기시켰다.
"지금 외인부대의 특임대 소속 대원들이 첩자들을 모두 색출해서 체포구금 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케론스 공작쪽도 첩자들과 연락이 되지 않으면 우리가 알아차렸다고 생각 할 겁니다.
저쪽이 혁명(革命)을 선포했고 우리는 저쪽의 첩자들을 잡아냈으니 한 번씩 주고받은 셈이죠. 케론스 공작이 애타게 기다리는 로베니아의 지원군이 조금 전에 엘라도강을 넘었다고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엘라도 강을 건너면 곧바로 맨체트 영지와 하루거리니 만큼 하루 이틀 휴식을 취한다고 해도 일주일 안에 치고 들어올 겁니다. 지방 영지의 영지군들은 이미 맨체트에 합류한 상태이니 군세가 거의 흠~ 어디보자 60만 정도 되는 군요."
60만 이라는 소리에 귀족들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말이 60만이지 로베니아의 15만이라면 다른 나라의 백만 대군과 맞먹는 군사력이었다. 그러나 정작 호크나 머스탱 공작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흠, 뭐 이 정도라면 현재의 저희 전력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입니다."
"뭣?"
찰스 국왕이 놀라는 소리가 아니더라도 회의실에 있던 모든 이들이 깜짝 놀라서 호크를 쳐다보았다.
"호크, 자네 지금 농담하는 건가? 우리가 가진 병력은 모두 합쳐 50만이 될까 말까야, 게다가 저들에게는 로베니아의 강병과 엄청난 무기까지 있어, 그런데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군."
책망 섞인 국왕의 꾸짖는 말에도 호크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여러분들은 아주 중요한 사실을 잊고 계십니다. 물론 모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동안 세린디아와 전쟁을 통해 저희는 훌륭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지금 이 시각에도 새로운 점령지인 세린디아의 곳곳에서 케린버그의 새로운 군대가 양성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세린디아와 전쟁을 통해 무수히 많은 전쟁 물자를 확보한 상태이고 저는 아직 로베니아의 전력을 경험해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충분히 상대할 만한 전력을, 아니 승리할 수 있는 전력을 확보했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습니다. 국왕전하께서 윤허만 해주시면 그동안 케린버그를 좀 먹던 쥐새끼들을 모두 잡아들일 수 있습니다."
너무도 자신만만한 호크를 보며 찰스 국왕은 혼란스러웠다. 외인부대가 너무도 잘 싸워서 세린디아를 정복한 것은 잘 알지만 상대는 로베니아였다. 예전 일년 전쟁 때 로베니아의 위력을 몸소 체험한 찰스로서는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때 눈이 마주친 머스탱 공작이 눈을 감고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믿으라는 뜻이었다. 고민은 길었지만 결정은 빨랐다. 떨어질 것 같지 않던 찰스 국왕의 입에서 허락이 떨어지자 호크는 크게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국왕전하 소신과 외인부대 전원은 목숨을 바쳐 조국을 수호할 것을 맹세하겠습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다짐하는 호크를 보며 찰스국왕은 왠지 모를 든든함을 느꼈다.
"그래, 또 한 번 기적을 만들어주게. 호크경!"
"네, 전하 뭐 그리 오래 살 목숨도 아니지 않습니까!"
호크의 말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국왕파는 호크와 머스탱 공작이 복귀하는 것만으로도 생기를 되찾았다. 이미 베를로니아에 있던 외인부대가 로이든에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