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크-25화 (25/55)

Chapter 25. 깨어나는 동토(凍土)의 제국(帝國)

찰스 국왕은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잠이 깼다. 왕궁이 떠나가도록 발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누군가 때문이었다.

"전하, 소인 헬렌 백작이옵니다."

헝클어진 금발머리를 뒤로 쓸어 넘긴 찰스 국왕이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었다.

"자네가 헬렌 백작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그나저나 그대는 잠도 없나? 새벽부터 사람의 단잠을 깨우다니 오늘은 또 무슨 일인가? 하~암."

찰스 국왕이 가볍게 하품을 하며 헬렌 백작을 나무랐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전하, 기뻐하소서. 새가 하늘을 날았습니다."

헬렌 백작은 엎드려 흐느꼈고 찰스 국왕은 휘청거리는 몸을 테라스 난간에 기대었다. 그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어, 언제 그랬는가?"

"어제 저녁이옵니다. 어제는 경황이 없는지라 오늘 아침에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전하!"

"애쓰셨소. 정말 고생들이 많았소. 내 평생 오늘 같이 기쁜 날이 올 줄은 몰랐소이다. 모두 물러가라 헬렌 백작과 단 둘이 있고 싶다."

국왕이 주위를 물리자 헬렌 백작과 찰스 국왕이 테라스로 나가 문을 닫았다. 새가 날았다. 베를로리아를 점령했다는 암호였다. 왕성에 워낙 첩자들이 많으니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기에 두 사람은 기쁨 감정마저도 속으로 삭여야 했다.

힘을 길러 세상에 당당히 공표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몰아 쳤지만 잠옷차림의 찰스 국왕은 추위를 느낄 수 없었다. 심장이 뜨겁게, 온몸을 뜨겁게 불태웠기 때문이었다. 국왕의 침실을 빠져나온 시종과 시녀들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국왕의 침전에서 빠져나갔다.

주위를 이리저리 살피는 모습이 영락없이 좋지 않은 짓을 꾸미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참을 주위를 둘러보던 시종이 화단의 벽면을 밀자 그그긍~ 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벽이 사라지고 작은 문이 나타났고 그 속으로 재빠르게 사라졌다. 시종이 들어가자 벽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공작님! 급한 보고가 있습니다."

"들어오게. 로베르트. 아직 결재할게 많이 남았는데 또 뭐지?"

서재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던 케론스 공작은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떠는 로베르트를 보고 인상을 썼다.

"국왕처소에 심어놓은 첩자로부터 급한 전갈이 왔습니다."

국왕처소라는 말에 케론스공작의 고개를 급히 들렸다.

"뭔가?"

로베르트가 가까이 다가와 귓속말을 속삭이자 케론스 공작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언제부터 찰스가 암호 따위를 썼지,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 일이 길래 그 이른 시각에 헬렌 그 작자가 국왕을 찾아갔을까?"

"게다가 두 사람이 눈물을 흘리기 까지 했다고 합니다."

"눈물을?"

"예, 공작님."

"빌어먹을! 내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어. 너무 조용하다 싶었는데 그러면 그렇지."

팔짱을 끼고 서재 주위를 돌던 케론스 공작이 생각을 정리했는지 로베르트에게 지시를 했다.

"잘 듣게 지금 레센의 그림자 기사단을 쫓는 인원은 제외하고 모든 인원을 동원해서 헬렌 백작과 머스탱 공작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사하게. 그리고 국왕전에 시종들과 시녀들을 모두 우리 쪽 사람들로 바꿔. 이제부터 국왕전에서 오고가는 단 한마디도 놓쳐서는 안되네. 아참. 잉글햄의 호크 그 녀석을 감시하는 자들에게도 더 자세히 조사하라고 명령을 내려라!"

"지시하신 대로 거행하겠습니다. 공작님!"

"뭔가 커다란 일이 진행되고 있어, 어서 빨리 알아내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가 당할 거라는 느낌이 들어,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비밀리에 꾸미는 일을 역이용 한다면 단숨에 우리가 케린버그를 장악 할 수 있다. 이 말이야 그러니 이번일은 로베르트 조심 또 조심해야 해!"

"심려 마십시오, 공작님!"

"좋아, 자네의 일처리를 믿겠네. 아~ 그리고 그림자 기사단을 쫓는 어새씬들은 아직 인가?"

"그것이, 녀석들이 잉글햄으로 잠입해 들어간 이후로 꼼짝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레센으로 넘어가는 길이 열릴 때 까지 기다리는 것 같다는 보고입니다. 지금은 눈보라의 계절이니 놈들도 쉽사리 넘어가지는 못할 겁니다."

"후~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군. 본국에서는 추기경님이 계속해서 추궁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야."

"공작님 너무 심려 마십시오. 이 달 들어서 벌써 국왕파의 절반 이상의 우리 쪽으로 넘어왔습니다. 이번 겨울이 끝나기 전에 국왕 곁에 남아있는 자들은 몇 되지 않을 거고 새소리가 들리는 봄이 오면 케린버그의 새로운 국왕은 공작님께서 되실 겁니다."

로베르트의 달콤한 말에 잔뜩 찌푸렸던 케론스 공작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하하! 자네는 말이야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재주가 있어."

"과찬이십니다, 공작님!"

"아니야, 아냐. 자네를 곁에 둬서 내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 고맙네. 나중에 그 공은 모두 자네에게 돌아갈 터이니 계속 수고하게"

"명심하겠습니다. 공작님! 그럼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편히 쉬시길."

공작의 서재에서 빠져나온 로베르트의 입가에 함지박만한 미소가 담겨 있었다. 잠시 달콤한 미래의 영상을 떠올려 본 로베르트는 벌써 케린버그가 그들 손에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승리의 기쁨에 빠져있었다. 늘 그렇지만 샴페인은 너무 일찍 터트리면 좋지 않다.

케론스 공작도 5년이란 케린버그 점령 작전에 지쳤는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서재 벽에 걸린 지도를 바라보던 케론스 공작은 엉뚱하게도 북쪽의 레쎈 제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봄멜! 이봐 봄멜,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신경질적으로 던졌다. 정확히 레센의 영토 한가운데 단검이 박혀 들어갔다. 케론스 공작이 답답하듯 서재문을 박차고 나갔다. 서재의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책상위의 서류들을 흩어놓았다. 레센 제국의 동태에 관한 보고서였는데 하나같이 긴급을 요하는 보고서였다. 국왕파는 레센의 움직임에 신경 쓸 틈이 없었고 케론스 공작은 세린디아의 일을 꿈도 꾸지 못했다. 그리고 케린버그와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레센에서는 모두가 모르는 일이 진행 중이었다.

"우와!"

"와!"

엄청난 군중이 한파에도 불구하고 왕성 앞 광장에 모여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노환(老患)의 제왕도 노구를 이끌고 차가운 겨울바람 앞에 섰다. 왕성의 테라스에 레센의 등불인 요한 마르크스 아덴베르크의 모습이 보이자 군중들의 함성이 더욱 커졌다. 백발의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었지만 황제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라는 말처럼 예사롭지 않은 제왕의 기도가 한겨울의 바람 속에서도 빛이 났다.

척.

황제가 손을 들어 군중들을 바라보자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뒤에 시립해있던 마법사가 수정구를 들고 황제 옆에 섰다. 수정구가 빛을 내자 황제의 입이 열렸다.

"동토의 제국 레센의 신민들이여, 모스크 산맥에서 불어오는 이 바람이 차가운가?"

마법으로 증폭된 황제의 음성이 광장 안을 울렸다.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목소리에 시민들은 열광했다.

"아닙니다!"

"애들 장난입니다."

"시원합니다!"

황제의 말에 시민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와우성 쳤다.

"우리가 땅속에 사는 벌레들인가?"

이번에는 분노를 절제한 목소리가 군중들의 귀를 파고들었다. 군중들도 알지 못할 분노로 몸을 떨었다.

"우리가 개, 돼지, 소, 닭보다 못한 존재들인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함이 광장 안을 무겁게 만들었다.

"우리에 갇혀 지내는 짐승들처럼 이 모스크 산맥 안에 갇혀 숨어 살면서 과연 동토(凍土)의 제국(帝國)의 시민들이라고 할 수 있는가?"

묘한 파장의 목소리가 군중들의 심리를 극도의 흥분상태로 몰고 갔다. 결국 군중 속에서 원성(怨聲)이 터져 나왔다.

"우리는 개, 돼지가 아닙니다!"젊은 남자들이 제일 먼저 흥분해서 나섰다. 한 사람이 나서자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였고 그 파장이 전체를 뒤덮었다. 기름에 불을 당긴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황제폐하! 황제폐하!"

초로의 노파가 지팡이를 들고 나섰다. 군중들도 노파의 목소리에 잦아들었다.

"친애하는 황제폐하 제게는 아들이 셋이 있었습니다. 모두들 착하고 똑똑한 아이들이었죠. 그 애들은 위대한 레센의 시민이요 용맹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戰士)들 이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노파의 힘없는 목소리를 어떻게 드넓은 광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제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없는 보물들이었고 제 생명이었으며 저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아이들을 볼 수가 없습니다. 지난 일 년 전쟁 때 모두 모스크산맥에서 뼈를 묻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황제 폐하께서 하신 말씀은 지난 전쟁에서 죽어간 많은 이들이 무덤에서 일어나 통곡할 말입니다."

노파의 말에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또한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리거나 울음을 터트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전 자랑스럽습니다. 황제폐하! 그 아이들의 죽음이 레센을 위한 고귀한 희생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노파의 말이 끝나자 군중들은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 찼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황제의 성난 목소리가 군중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나는... 나는 지난 세월 동안 단 한 시간도 제대로 잠들어 본적이 없다. 저......."

잠시 목이 메는지 말을 멈추자 군중들은 더욱 황제의 말에 빠져들었다.

"저기 모스크 산속의 얼음 속에 갇혀 그 시신이 썩지도 못해서 영혼마저 쉴 수 없는 레센의 아들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밤이면 밤마다 들리기 때문이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격하게 터져 나온 고함소리가 군중들을 패닉상태에 이르게 만들었다. 여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았고 전쟁 중에 가족들 잃은 사람들은 분노하며 고함을 질렀다. 노구의 황제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주위의 신하들이 달려 들었지만 황제가 손사래를 쳤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뼈만 남은 갸날픈 손으로 난간을 잡고 일어섰다.

"나, 나는......."

황제도 감정이 복받쳐서 목이 쉬어버렸다. 갈라진 목소리가 군중들의 가슴을 칼로 찌르는 듯했다.

"나는 레센의 황제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황제다! 우리 아이들의 시신조차 되찾아 오지도 못하고 저 더러운 로베니아 놈들의 목을 치러 군대를 모을 수도 없다. 더러운 위정자(爲政者)들이 이 나라를 좀먹고 있기 때문이다."

황제가 부들부들 떨면서 두 손을 들어 머리에 쓰고 있는 왕관에 가져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안됩니다. 폐하!"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제발!"

"황제 폐하, 레센의 하늘이시여. 저희를 용서하소서!"

광장에 운집한 시민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엎드려 간청했다. 그러나 황제는 기어이 머리에 쓴 왕관을 벗었다.

"나는 백성들의 지아비로서 나라의 군주로서 너무나 무능력한 사람이다. 모두들 나를 용서하지 마라!"

광장 안은 울음바다로 변해버렸다. 그때 군중 속에서 누군가 외쳤다.

"빌어먹을 원로원을 없애버리자!"

군중심리라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바이러스 같은 존재다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그 공격대상이 죽을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분노했고 그 분노의 대상까지 정해졌다. 누가 이끌지 않아도 시민들은 횃불을 들고 어디론가 향했다.

넓은 광장을 가득 채웠던 군중들이 몰려 나가자 테라스에 있던 황제와 귀족들도 성안으로 들어갔다.

"수고 했네 마커스. 예상보다 훨씬 좋았네."

휠체어에 앉아서 숨을 고르는 황제에게 수정구를 들고 있던 마법사가 깊이 허리를 숙였다.

"과찬이십니다. 폐하! 모든 것은 폐하의 은덕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요한 황제는 오늘의 일이 만족스러운지 모처럼 얼굴이 밝았다. 둥근 돔 지붕을 가진 홀에 들어서니 기다란 테이블에 이십 여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기립했다.

"위대한 레센의 태양이시여, 미천한 폐하의 종들이 인사드립니다."

우람한 체격에서 품어져 나오는 기세가 대단했다. 요한황제는 그들을 보며 박수를 쳤다.

짝짝짝!

느리게 치는 박수소리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동안 억눌리고 쌓였던 감정들을 털어내는 의식과도 같은 행동이었다.

"1, 2, 3 군단장들과 참모들 그리고 예하 부대장들은 들으라!"

"하명 하시옵소서!"

깊이 머리를 조아리는 그들을 보는 요한 황제의 두 눈이 빛났다.

"그대들의 주군은 누구인가?"

"황제폐하 이십니다."

"그대들은 누구의 명령을 받는가?"

"당연히 황제 폐하 이옵니다."

"그렇다면 원로원은 그대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제국을 병들게 만드는 병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제국의 부활을 위해 검을 들 준비는 되었는가?"

노회한 황제의 눈빛은 굶주린 늑대의 눈빛을 닮아있었다.

"저희들의 검은 이미 폐하의 것입니다."

단단한 체격의 금발사내가 방으로 들어서며 무릎을 꿇고 말했다. 그를 바라보는 황제의 눈은 신뢰 그 자체였다.

"어서 오게 봄멜 공작."

레센의 철사자 반 봄멜 공작이었다.

"늦었습니다. 폐하!"

"아니야, 우리도 이제 시작일세, 일은 어떻게 되었나?"

"성난 시민들이 원로원의 회의당을 불태웠습니다."

봄멜의 말에 황제가 크게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회의당에 있던 원로원 위원 20명 전원이 애석하게도 사망했습니다."

봄멜의 보고를 듣고 있던 황제가 노구를 일으켜 테라스로 향하자 봄멜 공작이 급히 다가와 황제의 손을 잡고 부축을 했다. 저 멀리 불타오르는 원로원 건물을 보면서 황제는 몸을 떨었다.

"이만하면 멍석은 깔아 놓은 셈인가?"

봄멜이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네, 폐하! 얼음이 녹는 날 모스크 산맥을 넘을 겁니다."

"그래, 봄이 오면 이 지긋 지긋한 땅덩어리도 안녕인가?"

노회한 황제의 얼굴에서 슬픔을 읽은 봄멜 공작이 자신의 잘못이라도 되는 듯 머리를 조아렸다.

"반드시.........."

뒷말을 삼키며 분을 삭이는 봄멜의 등을 두드리며 황제는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세. 밤바람이 차구만."

"네, 폐하!"

이미 방에는 작은 주연이 마련되어 있었다. 와인 잔이 모두 손에 들리자 요한 황제가 잔을 높이 들었다.

"제국(帝國)의 미래를 위하여!"

"위하여!"

일년 내내 땅이 녹지 않는 동토의 땅에서 살고 있는 레센의 시민들은 정복욕에 불타올랐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따스한 햇살과 풍요한 대지였다. 문제는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약탈자들이 그런 것을 생각할리 만무했다.

레센 지도자들이 이미 전쟁을 결심한 이상 대륙은 또다시 피로 물들 운명 앞에 놓이게 되었다. 군중들이 빠져나간 광장 구석에 몇몇의 사람들이 군중들과 행동을 함께 하지 않고 남아있었다.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정체불명의 인물들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곳을 떠났다. 군중들이 사리진 곳과 반대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제길, 배우 뺨치는걸. 모두가 속아 넘어가다니. 어서 본국에 이 사실을 알려야 겠어!"

후드를 벗고 지하로 들어선 사람들이 지하계단으로 통하는 문을 몇개 더 지나서 깊이 내려 간 뒤 벽을 두드리자 석상이 돌아가며 사람하나가 지나갈 수 있는 구멍이 나타났다. 안으로 들어서니 십여 명이 사람들이 분주하게 자료를 모으고 상황판에 알 수 없는 기호와 문자를 적어놓고 있었다. 지금 막 들어온 사람들을 맞이한 대머리 남자가 찻잔을 내밀며 반겼다.

"어떻게 됐어?"

"예상대로야, 요한 황제가 패를 던졌어. 어서 타전해! 지급으로!"

"젠장, 아, 알았어!"

그 시각 비슷한 내용의 전문 몇 개가 모스크산맥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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