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크-23화 (23/55)

Chapter 23. 고대의 비밀이 풀리다!

"대지의 혼돈이 모든 것을 파괴하리니, 땅 위의 모든 것을 삼켜라!"

드드드드!

"우어워어어!"

"됐습니다. 사이클론님 성공입니다."

챠챠 대위가 끝없이 밀려드는 시체들이 사이클론의 마법에 의해 땅이 갈라진 땅속으로 파묻히자 기뻐서 소리쳤다.

"우욱!"

사이클론이 주먹만한 검붉은 핏덩이를 토해내자 깜짝 놀란 챠챠 대위와 특임대 대원들이 부축했다.

"후우~ 후우~ 괜찮네. 괜찮아! 그보다 호크는 돌아왔나?"

뒤에 서 있던 덩치 큰 대원이 고개를 가로젓자 사이클론이 한숨을 크게 쉬었다.

"우리가 너무 성급했어. 세린디아가 어떻게 급속도로 발전했는지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전황을 어렵게 만들고 말았어."

고대의 유적에서 마나의 역류현상으로 인해 입은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마법까지 사용함으로 인해 상태가 심각했지만, 사이클론은 내색하지 않았다.

저 괴물들이 성 밖으로 나가면 더 끔찍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 뻔했기에, 무리하게 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벌써 약속 장소로 왔어야 할 호크가 오지 않자 모두들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저, 저기!"

특임대 대원 하나가 가리킨 방향에서 또 한 무리의 괴물들이 몰려나오고 있었다.

"지긋지긋하군. 끝도 없이 몰려나오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체더미를 쌓아둔 거야?"

챠챠 대위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배낭을 뒤졌다.

"젠장! 다른 사람은?"

챠챠 대위의 말에 대원들의 고개가 꺾였다.

이미 가져온 수화탄(手火彈)은 모두 소진한 후였다.

이미 이곳에서 괴물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전투를 치르는 동안, 도심은 온통 불바다로 변했다.

사이클론의 화염계(火焰界) 마법과 특임대 대원들이 투척한 수화탄(手火彈)으로 인한 화재가 도시를 폐허로 만들고 있었다.

잿더미 너머에서 되살아난 시체들이 비틀거리며 소름끼치는 소리를 냈다.

"빌어먹을!"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는 몰라도 모두의 심정을 대변한 말이었다.

챠챠 대위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는 사이클론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더 이상 그에게 마법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스패로우는 있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고... 차차 대위가 등 뒤의 검을 꺼내자 다른 대원들도 모두 검을 꺼내서 등을 맞댔다.

"으아아아!"

챠챠 대위가 뱃속에서부터 힘을 끌어올려 소리를 지르자 나머지 대원들도 고함을 질렀다.

"우리는 자랑스런 외인부대! 싸울 때는 악으로 깡으로!"

챠챠 대위가 선창하자 나머지는 특임대가 외쳤다.

"죽을 때는 폼 나고 멋지게!"

잠시 후면 괴물들의 먹이가 될 처지이지만, 모두들 기분 좋게 웃었다.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하는 전우(戰友)들이 있기에 죽음의 문턱에서도 의연(毅然)할 수 있었다.

사이클론의 마법으로 울퉁불퉁해진 땅 위를 더 많은 수의 시체 괴물들이 다가왔다.

검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퉁! 퉁! 퉁!

검은 구체 수십 개가 날아와 바닥을 굴렀다. 가운데 붉은색 빛이 깜박이며 구체의 반이 반대로 돌아갔다.

"젠장, 모두 엎드려!"

펑! 펑!

폭음과 함께 화염(火焰)이 주변을 뒤덮었다.

불길이 사라진 후, 고개를 든 챠챠 대위의 눈에 불붙은 채 이리저리 뒹굴고 있는 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미친! 대체 어떤 놈이 이 따위로 수화탄(手火彈)을 던진 거야?"

사이클론을 안고 쓰러졌던 챠챠 대위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를 지르자 건물 옥상에 위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대위, 미안 하네, 워낙 상황이 급해보여서 어쩔 수 없었어."

"누, 누구? 헉! 추, 충성!"

화풀이를 하려던 챠챠 대위가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고서 바짝 군기(軍氣)가 바짝 든 모습으로 거수경례를 했다.

"핸들러 소령님!"

"그래, 너무 늦어서 미안하네."

건물 위와 벽을 넘어 천여 명의 외인부대원들이 넘어와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벌써 작전시간을 한참 넘겼는데?"

챠챠 대위의 말에 핸들러 소령이 검으로 바닥에 다 타서 시커멓게 타버린 괴물들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놈들이 갈대숲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젠장! 피해가 많았겠습니다."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핸들러를 보며 챠챠도 기분이 가라앉았다.

"중령님은?"

"내성의 피라미드로 들어가셨는데 아직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나중에 제가 따라 들어갔는데 중간에서 다치신 사이클론님만 먼저 모시고 나왔습니다. 나중에 약속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참! 사이클론님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이제야 생각이 난 듯 급히 뛰어가는 챠챠 대위의 뒤를 핸들러 도 급히 따라갔다.

이미 위생병이 사이클론 옆에 붙어 있었다.

아주 낯익은 얼굴의 앳된 병사였다.

"후우~ 후우~ 고, 고맙다. 훨씬 좋아졌구나. 아니, 너는?"

"헤헤헤, 할아버지 좀 괜찮아요?"

다름 아닌 스톤이었다.

샹그릴라의 성자(聖子)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장(戰場)을 뛰어다니는 외인부대의 위생병이 된 스톤은 지금 과연 신의 뜻이 무엇인지, 과연 신관으로서 자신이 어떤 의미인지 그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단순히 호기심으로 인해 샹그릴라에서 몰래 도망쳐 나온 꼬마 스톤은 없었다.

사이클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신성력을 뿜어내는 스톤의 모습에서 의젓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고맙구나. 역시 치료의 능력은 마법보다 신성력이 절대적으로 빠르구나."

좀 전에 헐떡거리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게 사이클론이 가뿐하게 일어섰다.

"모르겠어요. 이상하게 샹그릴라보다 이곳에서 저의 신성력이 강해진 거 같아요. 성 안에 들어서면서부터 조금씩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안으로 깊이 들어올수록 느낄 수가 있었어요. 어떻게 쥬(Ju)의 성전(聖殿)보다 더 힘이 강해지는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요, 할아버지?"

"글쎄다."

말끝을 흐리는 사이클론이 내성의 한가운데 우뚝 솟은 검은 피라미드를 바라보았다.

'저 안에 답이 있겠지. 이 녀석 호크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마나도 사용할 수 없는 곳에서 행여나,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그럴 리가 없지. 암!'

불길한 생각을 하던 사이클론이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스톤을 보고 미소 지어 보이며 뛰어오는 챠챠 대위와 핸들러를 맞이했다.

"헉헉! 괜찮으십니까, 싸이클로님!"

"하하! 훌륭한 위생병 덕에 아주 말끔해졌네."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이클론님!"

핸들러가 깊이 머리를 숙이자 사이클론이 손사래를 쳤다.

"어서 머리를 들게 군대의 장교가 민간인에게 자꾸 고개를 숙이다니 보기 흉해!"

"외인부대의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이클론님!"

핸들러의 말이 듣기 싫지는 않았는지 사이클론도 흐뭇해 했다.

"그나저나 이 시간이면 벌써 본진이 성 안으로 들어왔어야 하는데 어떻게 된 건가?"

핸들러 소령의 자세한 설명을 들은 사이클론과 챠챠 대위의 얼굴이 굳어졌다.

"마법사들은 아무것도 안 했습니까? 아니, 수화탄 몇 개만 던졌어도 바짝 마른 갈대숲이 타오르면서 괴물들을 불태웠을 텐데요"

챠챠 대위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불평하자 핸들러도 푸념을 늘어놓았다.

"누가 그걸 모르겠나, 그런데 문제는 바람이 우리 쪽으로 불고 있다는 게 문제였지. 실제로 겁에 질린 몇몇 중대가 수화탄(手火彈)을 잘못 썼다가 모두 순식간에 일어난 불길 속에서 몰살당했네."

"그럴 수가!"

"그래 사실이야! 우리가 아는 언데드와는 너무나 달라."

핸들러가 고개를 흔들며 대답하자, 사이클론이 설명을 해줬다.

"무서운 일이야! 고대의 전설을 다룬 책에서나 나오던 괴물이 실재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

"네, 고대의 전설이라고요?"

챠챠 대위가 놀라서 되묻자 사이클론이 고대의 전설 중에서 죽은 시체들이 되살아나 고대의 왕국 중 풍요로웠던 한 곳이 단 하루 만에 멸망했던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주자 모두 몸서리 쳤다.

인간의 몸만 먹어치우는 것이 아니고 그 영혼까지 먹어서 나중에는 그 머리에 수백만 인간의 영혼이 매달린 괴물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믿기 어렵다는 눈으로 사이클론을 바라보았다.

"헤카톤케이르, 그 미지의 전설이 현실로 나타나다니 셀 수 없이 많은 인간의 영혼을 머리에 짊어지고 살아간다는 암흑의 악신(惡神)이 중간계에 나타나다니 신이여, 어쩌시려는 겁니까?"

저 위대한 마법사마저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존재가 누구인지 핸들러와 챠챠로서는 짐작하지 못했다.

그저 가까이 보이는 검은 피라미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분 나쁜 기운을 느낄 뿐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피라미드로 향했다.

"헉! 헉! 이 새끼들아, 덤벼. 어쭈, 너도 내 몸뚱이가 탐나냐? 이거나 먹어라!"

끔찍한 괴물들이 덤벼들고 있는 와중에도 쉴 새 없이 떠벌이는 호크가 복도를 막아선 채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호크의 검이 특이하게도 예전의 붉은빛 대신에 푸른빛이 검신을 감싸고 있었다.

문지기 야누리우스가 혼돈의 검 제로의 봉인을 풀어주고 나서부터 그동안 몰랐던 제로의 힘을 알아가고 있었다.

희미한 영상 속에서 호크에게 제로의 검술을 알려주던 근육질 전사의 정체와 제로의 운명에 대해서도 왜 드래곤들이 목숨을 잃어가면서도 이 검을 얻으려 했는지도, 호크의 검이 괴물의 몸에 스칠 때 마다 녹색의 액체로 녹아내렸다.

검은색 흑요석 바닥이 녹색의 체액과 코를 찌르는 악취로 가득 찼다.

얼마나 검을 휘둘렀는지, 언제부터 이곳에 서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이 괴물들을 통과 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호크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호크의 몸 주위로 푸른빛이 번뜩였다.

마나의 흐름을 막아놓은 이곳의 보이지 않는 힘이 호크가 사용하는 힘과 반응하면서 검이 부딪히며 불꽃이 튀듯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제단의 숲속보다 피리미드의 복도 안이 더 압박이 심했다.

호크는 오로지 스님의 말씀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힘을 가두려 하지 마라. 집착은 모든 것을 버리지 않는 데서 오는 것이다. 만물이 변화하니 그 변화에 따르자! 색(色)도 아니고 공(空)도 아니다!]

호크는 점점 몰아지경(沒我持經)으로 빠져 들었다.

복도 안은 빛과 연기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점점 무릎이 꺾이고 있는 호크의 뒷모습이 마지막으로 나타났다 연기 속에 묻혀 버렸다.

"허어, 정말 신기하구나! 얼마 전에는 서 있기도 힘들었는데 이곳의 결계가 깨져버린듯 하구나."

사이클론이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와서도 전혀 압박감을 느끼지 않자 매우 놀란 듯했다.

핸들러와 챠챠 대위의 특임대가 피라미드에 들어 온지 벌써 한 시간이 되어갔다.

호크에게 사이클론을 부탁 받았던 돌계단을 지나 바닥이 보이지 않는 벽 계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저쪽입니다. 모두 조심해라! 조금이라도 비끗했다가는 천길낭떠러지니까 모두 벽에 붙어서 이동!"

챠챠 대위의 인솔에 따라서 전원이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제일 위쪽의 계단이 끝나는 곳에 있는 문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선두에서부터 문으로 들어가자 점점 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사이클론과 핸들러가 안으로 들어서니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고 모두가 입을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윽! 도대체 이게 무슨 냄새야!"

걸음을 옮길 때마다 끈끈한 녹색 액이 달라붙어서 움직이기 어려웠다.

게다가 메케한 연기가 복도에 들어차 있어서 앞을 분간하기도 어려웠다.

"더, 더... 덤벼... 이것들아!"

"앞에 사람이 있습니다!"

선두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핸들러와 챠챠 대위가 앞으로 내달렸다.

복도 중간에서 반가운 사람을 발견한 두 사람이 무의식 상태에서 검을 휘두르는 호크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이거 놔! 이것들이 비겁하게 뒤에서 공격을 해!"

"중령님! 접니다. 핸들러, 정신 차리세요!"

"저 알아보시겠어요. 챠챠 대위입니다. 중령님!"

눈동자가 돌아가 있던 호크의 두 눈이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누구? 핸들러?"

"네, 중령님! 접니다. 알아보시겠어요?"

"그래, 네가 이렇게 반가울 줄 생각도 못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 기다리다 말라 죽는 줄 알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핸들러의 두 눈에서 흐르는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호크의 얼굴로 떨어졌다.

"이 자식이 누가 보면 사귀는 줄 알겠네, 그만해라~"

"중령님, 저희도 기다리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응? 뭐야? 챠챠 대위야?"

"네, 중령님! 저는 중령님이 죽기라도......."

"우쒸, 재수 없게 죽는다는 소리는 왜 해! 아직 장가도 못 갔는데, 총각 딱지 끊을 때까지는 어림도 없다! 젠장, 다리가 왜케 후들거리는 거야. 나 좀 일으켜봐!"

온몸이 망신창이가 된 호크가 두 사람의 부축을 받아 일어섰다.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연기가 복도의 환기구로 빠져 나가고 드러난 모습은 이곳에서 얼마나 치열한 싸움이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널따란 복도 가득히 녹다만 시체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녹색 체액과 함께 잘린 팔, 다리, 목 등이 굴러다녔다.

빛이 보이는 저 멀리 복도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혼자서 벌인 사투(死鬪)에 두 사람은 고개를 숙였다.

"아저씨!"

휘청!

느닷없는 기습에 부축을 받고 있던 호크의 몸이 바닥으로 구를 뻔 했다.

"아저씨라니 어떤 놈이 감히 금지 단어를!"

퍽!

"윽!"

득달같이 달려와 호크를 끌어안은 스톤은 반가움에 몸을 날렸지만, 온몸이 끊어질듯 통증에 시달리고 있던 호크에게는 폭탄을 끌어안고 터진 거나 진배없었다.

"아이고, 사람 잡네. 뭐야, 또 너냐?"

명치 아래 매달려 있는 스톤을 보고 기가 막힌 호크는 그저 콧바람을 내쉴 뿐이었다.

그래도 싫지 않은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손길에 정이 담겨 있었다.

"이 자식이~ 야~ 임마, 내가 아저씨라는 말 금지라고 했지."

"아! 맞다. 헤헤, 중령님."

"웃지 마, 임마! 정들어!"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던 사이클론도 가까이 다가와 호크의 무사함을 반겼다.

"괜찮은 거냐?"

"할아버지!"

"그래, 네 녀석은 항상 속 썩이는구나."

"참내, 나이 들어 고생시킨 게 누군데."

"뭐라고? 네 이놈!"

"하하하하!"

사이클론이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호크도 기분이 좋은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스톤이 두 눈을 감고 신성력을 호크에게 쏟아내자 호크의 몸도 빠르게 회복되어갔다.

"어라! 아니 네 힘이 이 정도였나?"

"저도 놀라고 있는 중이에요! 이 건물에 들어오니 더 신성력이 강해져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팔을 돌리는 스톤을 보며 사이클론과 호크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늘 궁금해 하던 비밀의 열쇠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스톤이 증명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대 지하도시를 연구해 보면 분명히 그 답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후아~ 좋은데. 이렇게 대단한 능력이라니 놀랍다!"

팔을 이리저리 휘둘러 본 호크가 바닥에 떨어진 제로를 집어 들어 검집에 넣었다.

"검이 변했구나."

"네, 할아버지! 얘기 하자면 길지만 간단히 말하면 누군가 검에 걸려있던 봉인을 풀어줬어요. 저도 이게 이렇게 사연이 깊은 검인 줄은 몰랐어요."

"난 그 검이 두렵다, 호크야."

"저도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지금은 이 검에 기댈 수밖에 없잖아요. 이 녀석 만한 힘도 없고요, 가는 데까지 가보는 수밖에요."

제로가 웅웅~ 거리며 울어대자 조용히 시키려는 듯 주먹으로 툭~ 쳤다.

"알았어, 임마! 죽을 때까지 옆에 차고 있을 테니 징징거리지 마!"

호크의 말귀를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조용해지자 호크는 어깨를 으쓱거렸고 사이클론은 걱정스런 눈길로 호크의 등뒤에 매여 있는 혼돈의 검 제로를 쳐다봤다.

그러나 부대가 이동하며 소란스러워지자 사이클론의 생각이 이어지지 못했다. 복도를 벗어나자 또 다른 세계가 나타났고 처음 보는 이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이게 다 뭡니까? 중령님!"

챠챠 대위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믿기지 않는 눈앞의 현실에 경탄하고 있었다. 밑으로 향하는 계단 아래에 거대한 도시가 고색창연하게 서있었다. 건물 안에 도시라니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이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천여 명의 병사들이 주변을 경계하며 계단을 내려가 도시로 향했다.

"조심해라, 아직 괴물들이 남아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 남아 있을 거다. 분명히!"

자신이 얼마나 많은 괴물들을 처치했는지 모르겠지만 숲속의 시체가 얼마나 많았는지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에 봉인이 풀린 제로(zero)가 아니었다면 복도에 누워있는 것은 괴물들이 아니고 호크 자신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배수로가 잘 정비된 도로의 가장 자리를 따라서 이열 종대로 전진했다. 갑자기 뒤편이 시끄러워지며 어지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도시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핸들러 소령님!"

왼쪽에 어깨에 노란색 띠를 맨 전령이 숨 가쁘게 달려왔다. 핸들러를 찾아왔다가 호크를 보자 놀라서 헐떡이는 숨을 참고 급히 거수경례를 취했다.

"추, 추, 충성!"

"쉬어! 무슨 일인가?"

"네, 네, 그것이 커컥!"

전령이 숨이 막혔는지 가슴을 부여잡고 얼굴이 시뻘게지자 보다 못한 챠챠 대위가 전령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겨우 진정한 전령이 꺼내놓은 전문을 읽은 호크가 핸들러와 챠챠 대위를 불러서 의견을 나누었다.

"본진이 베를로니아를 점령했군, 장군님이 2개 대대 병력을 지원해 주셨고......."

호크가 전문을 핸들러에게 건네주며 계단을 통해 진입하고 있는 병력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건물에 들어오기 전에 본대에 사람들 보냈는데 바로 진입을 하셨나 보네요."

핸들러도 너무 빠른 작전에 놀랐다고 말하자, 호크가 피식거렸다.

"그 양반이 원래 밀어붙이는데 뭐 있지. 좋아! 인원도 보충 되었으니 작전을 세워서 움직여 보자."

뒤늦게 달려온 장교들을 소집해 명령을 내렸다.

"좋아! 두 팀으로 나눈다. 에밀이 데리고온 병력을 가지고 이 도시를 수색한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숲속의 제단을 조사하자!"

"알겠습니다. 중령님!"

에밀이 대답과 함께 병력을 나누었다. 에밀은 자신이 데려온 병력을 다시 반으로 나누어서 도로의 왼편과 오른편을 수색시켰다.

"중령님, 조심하십시오!"

"에밀, 너나 걱정해!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라!"

"알겠습니다. 충성!"

경례를 받은 호크는 도로를 건너가는 이지중대를 보고 소리쳤다.

"이지 컴패니(중대)!"

이지 중대장과 대원들은 호크 중령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는 모습을 보며 다들 헤죽거렸다. 호크가 자신들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없던 기운이 솟아났다.

"짜식들, 제법이란 말이야."

"중령님, 그렇게 대놓고 편애하시면 부하들 사기에 문제가 생깁니다."

챠챠 대위가 곤란하다는 듯 인상을 쓰자 호크가 주먹으로 챠챠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괜찮아, 재들만큼 고생하는 애들도 없잖아!"

"저희 특임대도 무지 고생하는데요, 중령님?"

챠챠 대위의 볼멘소리에 호크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자네는 이곳 베를로니아에서 좀더 근무해야 하지 않나? 그 아가씨 이름이 뭐더라? 여인숙 아가씨 이름이.... 아~ 한나라고 했지 그 아가씨가 서운해 하겠군 자네 근무지가 저 멀리 잉글햄의 디안요새가 되면 말이야"

"헉! 주, 중령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왜 그러기는 자네의 특임대가 고생이 많다며 그러니 한적하고 조용한곳으로 보내주려는 거지, 뭐 거기서 한 5, 6년 지내면 지친심신을 쉬는데 충분하겠지?"

당황한 챠챠 대위가 어쩔 줄 몰라 했다.

"아, 아닙니다. 고생은 요, 뭐 이 녀석들은 아직 멀었습니다. 더 굴러야 합니다. 아무렴요 뭘 했다고, 하하하하하! 저희 특임대는 괜찮습니다. 중령님!"

"킥!"

"크큭!"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병사들이 칼로 허벅지를 찌르며 웃음을 참으려고 했지만 막은 입사이로 새어 나오는 소리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낯짝이 두꺼워도 부하들의 웃음소리까지 참아낼 수는 없었던 챠챠대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것들이, 누가 수색작업 중에 한눈팔라고 했어? 돌아가면 내가 직접 지옥주 훈련을 시켜주마, 각오해!"

씩씩거리는 챠챠 대위는 훈련할 때 지옥의 악귀라고 불리던 교관 챠챠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 고양이에 불과했다. 성을 내며 눈을 부라렸지만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정지!'

선두에서 수신호가 뒤로 전달되자 모두 도로 양옆으로 갈라지며 자세를 낮추었다.

챠챠대위와 핸들러, 호크가 재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왔다.

"뭔가?"

"저기를 보십시오!"

척후병이 가리킨 곳은 예전에 분수대 광장이었던 곳이었다. 그 광장위로 길을 잃은 부활한 시체들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서로 부딪히거나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어라, 저것들이 왜 저러지?"

호크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있는 괴물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이들도 무섭게 공격하던 괴물들이 우왕좌왕 하는 모습에 숨어있던 몸을 일으켜 구경했다.

"어떻게 할까요, 호크 중령님!"

핸들러가 호크를 바라보자 호크는 생각 할 것도 없는지 바로 대답했다.

"뭘, 어떻게 해! 세상에 있어봐야 득 될거 없는 것들인데, 모두 없애버려!"

호크의 단호한 명령에 병사들이 스패로우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스패로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호크와 챠챠 대위가 기겁했다.

"그건 아무 소용도 없......."

퉁 투투투웅!

"우워어어워!"

꾸르르륵!

경험상으로 화살은 그저 괴물들의 몸에 꽂혀서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어야 정상인데, 화살에 스치기만 해도 연기를 뿜어내며 녹색 체액으로 녹아내렸다. 두 사람의 입에서 제각각 탄성과 궁금증이 터져 나왔다.

"저 괴물들이 녹는다!"

놀란 호크의 입에서 어린아이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한 겁니까? 핸들러 소령님!"

챠챠 대위도 눈앞에서 벌어진 공격을 믿을 수 없는지 핸드러 소령을 돌아보았다.

재빨리 근처에 있던 병사의 스패로우를 낚아챈 호크가 카트리지를 커버를 열었다. 카트리지의 필터에 장전되어 있는 화살촉에는 은으로 도금이 되어 있었다.

"뭐야, 이거 혹시 은도금을 한 거야?"

"맞습니다. 중령님! 은을 녹여서 화살촉에 묻힌 겁니다. 급히 제작한 거라서 엉성해서 그렇지 효과는 만점입니다. 단지 정확성이 좀 떨어지는 것을 빼고는 말입니다."

호크가 머리를 탁!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야, 이런 기막힌 생각을 해낸 사람이 누구야?"

"누구겠습니까? 바로 장군님 이십니다."

"장군님이?"

"네, 이걸로 좀비(zombi)들을 쓸어버리라고 하셨습니다."

핸들러가 건네준 화살로 머리를 긁어본 호크가 허탈한지 실실 거리며 웃었다.

"좀비(zombi)라니 나참, 장군님도 영화를 너무 보셨어."

"네, 영화라뇨?"

"아냐, 그런 게 있어. 자! 어서 정리하고 빨리 움직이자. 저 녀석들이 이상해진걸 보니 제단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틀림없어."

"네, 알겠습니다. 부대 전진!"

핸들러가 명령을 내리자 괴물들을 처치한 병사들이 화살을 수거해서 다시 이동했다. 도시의 건물들을 지나치자 이 모든 악몽이 시작된 제단이 눈에 들어왔다. 호크의 수신호에 따라서 병사들이 조용히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호크도 제로(zero)를 꺼내들고 구릉에 붙어서 제단을 살펴봤다.

"이사벨라?"

사이클론이 나지막히 물어오자 호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공중에 떠있는 이사벨라가 처음과는 달리 몸에서 빛이 나지는 않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기는 한 거 같은데."

낮은 포복으로 기어온 챠챠 대위가 호크에게 다가와 상황을 보고했다. 핸들러 역시 주변을 살피고 온 내용을 이야기 하자 제단 앞마당에 모여 있는 괴물들이 전부인걸로 파악되었다.

"좋아, 모두 처리하자. 이사벨라를 빨리 제거해야해, 또 무슨 꼼수를 감추고 있을지 몰라!"

호크의 명령에 병사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스패로우를 연사하기 시작했다. 이미 무기력하기만 시체 괴물들은 이미 위험한 상대가 아니었다. 부하들이 착실하게 괴물들을 정리해 나가자 사이클론과 호크는 이사벨라에게 다가갔다. 공중에 여전히 뜬 상태로 있던 이사벨라의 몸이 기이한 각도로 몸의 관절들이 꺽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호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손은 이미 제로(zero)를 꺼내들고 있었다. 사이클론도 이미 양손에 강력한 마법주문을 걸어놓고 호크의 옆에서 이사벨라가 있는 제단위로 올라갔다.

"아... 버... 지.... 아... 버... 지......."

목이 회전하고 팔다리가 뒤틀려 꼬이자 그녀는 소환한 괴물보다 더 징그러운 괴물로 변해버렸다.

"쯧쯧쯧, 이유야 어쨌든 불쌍하게 됐구나."

"뭐가요?"

사이클론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은 호크가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몹쓸 짓을 하기는 했지만, 저 애는 이제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운명이 되어버렸어, 영원히 고통 속에서 괴로워해야만 하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무슨 소리에요, 할아버지?"

"자신의 원한을 담아 악신을 불러냈지만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자 못하면 소환자가 그 운명을 받게 된다. 그런데 악신마저 소환자를 외면하면 그 사람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영원의 시간 속에서 고통을 받아야 한다."

충격적인 싸이클론의 말에 호크는 놀랐다.

"그럼 저 상태로 영원히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그래, 휴~ 어떻게 하겠느냐. 저 애의 고통을 덜어주겠느냐 아니면 이대로 놓아두겠느냐? 너만 찬성한다며 내가 마법으로 저애를 고통 없이 소멸 시켜줄 수가 있다. 그러나 네가 검으로 저애의 목숨을 끊는다면 영원히 지옥의 불길 속에서 살아가겠지."

사이클론이 호크를 바라보며 어려운 선택을 호크에게 넘겼다. 호크는 사이클론의 말을 괜히 들었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이 복잡한지 호크의 이마에 주름살이 가득해졌다.

"젠장!"

욕설을 내뱉은 호크가 제로를 들고 이사벨라에게 다가갔다. 변형이 더 심해진 이사벨라는 공처럼 둥그렇게 말려 있었다. 뭉쳐진 몸통 속에서 이사벨라의 초점 없는 두 눈이 호크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호크의 심정은 심란했다.

그녀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몽뜨의 들판에서 자신의 손을 잡고 엄마를 부르며 죽어간 어린 병사들이 생각나자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이... 난 너를 용서할 수가 없어!"

머리 높이 올라간 제로(ZERO)가 날카로운 검 날을 번쩍거렸고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웅웅~ 거리며 구슬피 울었다. 이대로 그녀의 고통을 덜어 줘야 하는지 아니며 그대로 방치해서 두고두고 고통 받게 해야 하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길게 느껴졌던 시간이 흐르고 호크의 검이 냉정하게 이사벨라를 베어버렸다. 사이클론은 차마 볼 수가 없었는지 고개를 돌려 버렸다. 호크에게 전해들은 그녀의 슬픈 운명 때문도 아버지라고 믿었던 존재에게 버림받은 것에 대한 동정도 아니었다. 호크가 그녀를 죽임으로서 그녀의 짐까지 호크가 짊어지게 되는 것이 안타까워서였다.

그녀에게 죽임당한 억울한 원혼과 그녀의 원한까지도 고스란히 호크에게 보이지 않는 사슬처럼 그를 옭아매서 평생 동안 힘들게 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끼아아아악!"

이사벨라의 몸이 두 조각나며 귀청을 찢어 놓을 듯한 괴성이 숲속에 울려 퍼졌다. 병사들도 귀를 막고 주저앉았고 호크는 사이클론이 펼친 마법 덕택에 무사할 수 있었다. 공간이 이그러지며 시퍼런 낫을 들고 2미터가 넘는 큰 키의 흉측스런 모습을 한 지옥의 사자들이 이사벨라를 데려가기 위해 나타났다.

두 조각났던 이사벨라는 어느새 원래의 몸으로 되돌아와 있었고 몸부림치는 그녀를 억지로 끌고 자신들이 나왔던 공간의 틈으로 데리고 갔다. 그녀의 두 눈은 원한으로 사무쳐 표독스럽게 호크를 바라보았다.

'내가 왜! 왜 나만 당해야 하는데! 억울해! 억울하다고!'

지옥의 사신들도 그녀의 버티는 힘에 놀랐는지 당황했다.

'모든 게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너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봐야 해! 그 아픔이 얼마나 큰지! 너를 저주 하겠어, 너를 저주... 으아아악!'

결국 지옥의 사신들은 영혼의 낫을 휘둘러서 겨우 그녀를 지옥으로 끌고 사라졌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세요. 저는 원수를 사랑할 만큼 마음이 넓지 않아요!"

사이클론에게 하는 말인지 자신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신경질적으로 내뱉은 호크가 병사들에게 가버렸다. 제단위로 홀로 남은 사이클론은 그녀가 마지막에 남긴 말 때문에 마음 한곳이 무거웠다.

그 말이 정말 저주를 건 것인지 아니면 그냥 한 말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였다. 혹시나 해서 손안에 준비해두었던 소멸 마법을 흩어버린 후 바닥에 떨어진 이사벨라의 목걸이를 품에 갈무리했다. 분명히 금속이었는데 점점 투명해지며 유리처럼 변했다.

손으로 만지려던 사이클론은 범상치 않은 기운에 감히 손을 대지 못하고 품에서 체인으로 된 주머니를 꺼내어 목걸이를 감싼 다음 품에 갈무리 했다. 신에게 그녀의 죄를 빌어주고 계단을 내려서던 사이클론이 뒤를 돌아보았다.

'부디 원한을 잊고 죄를 씻었으면 좋겠구나, 원한이 깊을수록 지옥에서 겪을 고통은 더 커질 뿐이다. 제발 호크를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내려가는 사이클론 곁을 지나쳐 올라간 병사들이 제단의 곳곳에 검은 상자를 설치했다. 일행이 숲속을 벗어나자 핸들러가 호크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신호였는지 잠시 후 숲속에서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수화탄(手火彈)의 개량해서 만든 고성능 화탄(火彈)이었다. 저 정도 위력이라면 보지 않았어도 제단과 그 근처는 쑥대밭이 되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중령님! 중령님!"

스톤이 호크에게 뛰어와서 팔을 잡아 흔들었다.

"왜그래, 지금 나 기분이 별로거든. 중요한 일이 아니면 나중에 하자!"

퉁명스런 호크의 반응에도 스톤은 계속해서 호크의 팔을 잡아끌었다.

"아, 진짜 왜 그래?"

버럭 소리를 지른 호크의 눈에 헐렁한 군복을 입은 스톤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보고 조금은 진진해 졌다.

"저기... 저기......."

스톤이 가리키는 도시의 하늘위로 오로라가 펼쳐져 있었다.

"뭐야? 언제부터 저랬지. 할아버지 저거 보셨어요?"

모두들 앞만 보고 걸었지 하늘을 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어린 스톤은 이리저리 구경하느라 하늘을 바라본 모양이었다. 하늘거리는 실크처럼 움직일 때 마다 다른 색으로 변하는 장관에 모두들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마나가 돌아왔다. 흐~~읍."

사이클론이 두 팔을 벌리고 깊이 숨을 들이 마시는 모습을 보며 호크도 태극심법(太極心法)을 운용하자 순수한 자연의 기운이 단전으로 밀려 들어왔다. 크리스탈을 깨어버린 효과가 이제야 나타나는 모양이었다. 베로니크와 테라토니어스가 무사히 빠져 나갔는지 걱정이 되었다.

"정말이네요. 아무래도 도시에서 뭔가 발견한 모양인데요. 핸들러 서두르자!"

"넵, 중령님. 전원 속보!"

핸들러의 명령에 모두가 뛰기 시작했다. 호크와 사이클론은 고대의 비밀을 풀 열쇠가 나타났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도시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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