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 침묵의 전쟁!
케린버그 동쪽의 로크 산맥, 세린디아 국경 인접지역, 케린버그 외인부대 야전 사령부.
"살다보니 케론스 그 인간의 도움을 다 받을 때가 있구먼. 오래살고 볼 일이야!"
"참내, 공작님도... 그렇다고 그 작자를 칭찬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하하! 그것도 칭찬인가, 원."
"그 인간 때문에 일이 쉬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케론스, 그자가 세린디아 인간사냥의 주범이었다니! 그 재수 없는 놈이 죽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그래. 그 자가 로베니아의 노예 공급책이지."
"그런데 케론스가 의심을 하지는 않던가요?"
"다행히도 오히려 케론스 쪽에서 우리에게 부탁을 해왔네. 그 작자가 지금 무슨 일을 꾸미는 모양인데, 인력이 모자란 모양이야. 우리에게까지 손을 벌리는 것을 보면 말이야."
"어쨌든 다행입니다. 외인부대를 호크의 용병대로 위장해서 이곳으로 이동했고, 세린디아로 노예를 구하러 가는 것이 명목상 목적이니 일단은 저들의 시선을 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나머지 눈들도 다른 곳으로 돌려서 눈과 귀를 막고, 그 사이에 재빨리 전쟁을 끝내버려야 합니다."
"케론스야 따돌렸지만, 나머지 다른 왕국들의 첩자는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후후후! 조금 있으면 다른 왕국들이나 제국들은 발칵 뒤집힐 것입니다. 저희만 조심한다면 원래 외부와 교류가 없던 세린디아와의 전쟁은 조용히 치를 수 있을 겁니다."
"무슨 방법이라도 준비해둔 건가?"
"예. 아주 확실한 방법입니다. 아직은 알려드릴 때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어쨌든 주위의 모든 시선을 돌리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는 세린디아로 파고 들어갈 방법부터 연구해야죠!"
"휴, 이거 완전히 침묵의 전쟁이구만!"
"맞습니다. 조용히, 빠르게! 이게 이번 전쟁의 목표입니다. 반드시!"
호크가 두 주먹을 쥔 채 낮게 으르렁거렸다.
"자네 능력이 웬만한 장교들보다 낫구먼. 그 짧은 시간에 이 정도로 병사들을 양성해 내다니! 정말이지, 훌륭한 장교일세. 한국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말뚝 박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놀리지 마십시오. 전 정말이지 제대 후에 모아둔 돈으로 대학가에 바(Bar) 하나 차려서 인생을 즐길 욕심밖에 없었단 말입니다. 우습지도 않게 영화 같은 세상의 지휘관 흉내는 정말 사양이란 말입니다."
"후후! 그래도 어쩌겠나? 여기까지 왔으니 멈출 수도 없지!"
"네. 돌아가기에는 늦어도 한참 늦었죠."
"그나저나 드워프들의 능력은 참으로 놀랍군. 좀 떨어지기는 해도 거의 현대 군대의 복장과 장비를 만들어 내다니 말이야! 저 야전삽은 정말이지 놀랍군. 오히려 한국의 군대에 납품해도 될 거 같아."
"네. 정말이지 놀라운 종족들이에요. 우습게보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저들의 훈련 속도가 빠른 것은 이곳의 자연환경 특성도 있지만, 현대 사회에는 없는 울분과 한이 더 크게 상승작용을 한 것도 있죠. 게다가 이 세상은 늘 생명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으니, 그런 속에서 살아온 생활방식이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채찍질했을 겁니다!"
"그래, 그렇겠지. 흠, 저 능선만 넘으면 세린디아란 말인가?"
"네, 장군님! 현대전과는 또 다른 양상의 전쟁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마법과 무기들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죠. 마음 단단히 잡수시는 게 좋을 겁니다."
"후후! 걱정 말게. 그렇지 않아도 사이클론님에게 많은 것을 배웠네. 또 실습도 했고. 그래서 사이클론님과 몇 가지 무기를 개발했네. 이번 전투에서 많은 도움이 될 거야!"
"네? 언제 그런... 그런데 요즘 김 대령님이 보이질 않으신데요?"
"아, 싸이클론님과 극비사항을 준비 중이야. 그들의 연구 결과에 따라서 이번 전쟁에 성패가 좌우될지도 모르네. 제발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할 텐데 말이야. 그리고 말이야, 이상하게도 이곳에는 화약을 만들 재료가 전혀 없어. 마치 원래 없던 것처럼 말이야. 어쨌든 수류탄을 개조한... 음, 아직 이름을 정하지는 않았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화이어 볼 수류탄이라고 할까? 게다가 크레모어까지 말이야. 하하하하! 쇠구슬이 터져나가는 것이 아니고, 대신 마법의 화염탄이 터져나가는 거야! 실험은 그런데로 성공이었네. 이제 전장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것만 남았지!"
"그럼 혹시 병사들 X반도에 매달린 저 빨간 공들이......?"
"맞았네. 시간이 촉박해서 겨우겨우 시간을 맞추었네. 투척훈련은 진지 구축이 되는 대로 수시로 하는 수밖에 없어. 배우면서 싸워야하니, 우습군."
"어쩔 수 없습니다. 모든 게 부족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죠. 그나마 개인용 무기인 스패로우(석궁) 양산에 성공해서 보급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죠!"
"그렇지. 그것마저 없었다면 승산 없는 게임이야, 이 전쟁은......."
"어차피 도박입니다. 겨우 연대 병력으로 두 개 사단 규모와 전쟁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말입니다. 하지만 저들은 중세시대의 전투방식을 취할 것이고, 우리는 철저하게 현대적 전투를 할 겁니다. 문제는 기간테스라는 괴물인데......."
"사이클론님이 수거해온 그 잔해들을 봤네. 동력도 없는데 그 거구가 움직일 수 있다니, 마법이란 정말 신비스러워!"
"감탄할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 계속 방법을 생각했는데,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한... 가지 방법!"
"아예 못 쓰게 만드는 거죠!"
"무슨 소리인가?"
"애초에 이 전쟁에 개입하지 못하게 만들어야겠단 말입니다!"
"그럼 파괴공작을?"
"네. 날쌘 놈들을 몇 뽑아서 안을 휘저어봐야겠습니다!"
"자네가 직접 가겠다는 말인가? 정신 차리게. 자네는 지휘관이야! 전장에 뛰어들다니, 무슨 무책임한 행동인가?"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은 올 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니까요!"
"빌어먹을! 자네가 죽으면 내가 다시 살아난 이유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게, 권혁 중령!"
"하하하하! 알겠습니다, 장군님. 충성!"
수많은 병사들과 장교들이 참호를 파고, 진지를 구축하는 뒤편에서 대화하던 두 사람이 몸을 움직였다
"충성!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어서 오게, 대위! 뱃살이 제법 빠졌는걸? 훈련이 고되었나 보군!"
"아닙니다, 중령님. 군대 밥이 몸에 잘 맞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후후! 짬밥 체질이라, 그 말인가? 자네야말로 천성이 군인인 거 같군. 특임대 훈련은 어떤가?"
"성과가 좋습니다. 워낙 제원들이 좋아서 그런지 마치 물을 빨아들이는 솜 같습니다."
"다행이군. 하지만 개인주의는 용납 못해! 아무리 훌륭해도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명령에 따르지 않는 군인은 오히려 독이야!"
"염려 마십시오. 중령님께 배운 대로 초반부터 워낙 굴려놔서 그런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을 놈들입니다. 로베니아 한복판에 떨어뜨려놔도 살아서 돌아올 놈들입니다."
"좋아! 그럼 한번 애들 좀 볼까, 챠챠 대위!"
"알겠습니다, 중령님!"
스콜피온 용병대의 비검 챠챠가 드래곤 산 사건 이후, 편지 1장 달랑 남겨두고 종적을 감추어서 용병대를 비롯해 세상 사람들은 그가 호크에게 패한 후, 세상을 등졌다는 소문이 떠돌았지만, 그는 케린버그의 용병대에 입대해서 근접전투 교과 및 침투, 파괴, 요인암살 등을 목적으로 하는 특임대의 훈련교관으로 변신해 있었다.
앞장서서 걷고 있는 호크를 바라보는 챠챠의 두 눈은 존경심과 경외심으로 가득했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훈련을 본인 자신도 1년여를 해왔기에 호크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날 숲속에서의 대결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현재 부대 내에서 호크의 특공무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습득한 사람은 다름 아닌 챠챠였다. 아니, 이제는 외인부대의 특임대 전술조교 챠챠 대위였다.
임시로 마련된 야전 진지 후방에 위치한 임시 막사 안에 독사눈을 한 1백여 명의 사내들이 기립해 있었다. 사내들에게 일일이 눈을 맞추며 살펴본 호크가 마지막 사람을 살펴보고서는 챠챠 대위 옆에 섰다.
"훌륭하다! 두 눈이 살아 있어! 그 정도면 어디 가서 굶어죽지는 않겠다. 지금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겠지만, 우리를 도와줄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우리를 도와줄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는 비참한 현실이 케린버그의 운명이다. 그러나 난 이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적의 중심부 깊숙이 들어가서 한바탕 놀아볼 작정이다. 지원자 스무 명만 뽑겠다. 앞으로 나서라!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살아서 돌아올 확률은 없다."
착.
호크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베레모를 눌러쓴 1백여 명의 살인무기들이 전원 앞으로 나섰다.
"대위, 이거 너무 티 나는 거 아니야?"
"후후! 모두의 마음입니다, 중령님!"
"좋아, 좋아! 자네가 스무 명을 선발해서 23시까지 사령실 앞으로 집합시키게. 무장은 간단히 시키고, 입이 무거운 놈들로만 골라서 뽑아오게. 그럼 그때 보지."
"부대 차렷! 충성!"
"충성! 모두 쉬게 하게."
지휘본부 막사로 돌아온 호크는 작전처 장교들과 수차례 상의를 하고, 나 장군과 각 대대 장교들이 지도를 보면서 병력 배치를 토의했다.
전략상 케린버그에서 세린디아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는 산등성이가 국경이어서 일단은 케린버그에 유리했다. 호크는 국경에서 2km 떨어진 이곳을 최후 방어 거점으로 생각하고 진지를 구축했다.
전장은 오히려 국경 너머 4km 안으로 들어간 모르카르시가 목표였다. 재빨리 모르카르시를 점령하면 적군은 어쩔 수 없이 모르카르시로 병력을 돌릴 수밖에 없다.
위도상 케린버그가 세린디아보다 높고 게다가 세린디아에서 케린버그로 들어가는 길은 이곳 로크 산맥의 울버른 지대밖에 없다.
그래서 나형석 장군은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그것은 정말이지 옥쇄를 각오한 최후의 결전이라는 뜻이었기에 참호를 깊이 더 깊게 파고 들어갔다.
"충성! 대위 챠챠 외 스무 명, 출동준비를 마치고 보고합니다!"
"이런! 자네는 빠져!"
"제가 키운 애들입니다. 어떻게 하는지 지켜봐야죠."
"살아서 돌아올 확률이 거의 없어. 잘 생각해!"
"군인은 어차피 죽은 목숨을 담보로 살아가는 거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자네도 생각보다 미련하군!"
"중령님에게 배운 겁니다!"
"좋아. 24시에 국경을 넘는다. 위장을 철저히 하도록. 시작도 하기 전에 산통이 깨지면 안 되니까."
그날 밤 자정, 국경을 넘는 일단의 인물들이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폴렌시아의 3개의 달이 어둠을 비추는 깊은 밤, 로크 산맥 속을 가로질러 그들은 세린디아 국경 인접 마을 경계에 다다랐다.
선두에 선 인물이 오른손을 들어 주먹을 쥐자 모두 제자리에 앉았다. 모두 경계태세를 취하자 중간에 있던 2명이 앞으로 나섰다.
"뭔가?"
"중령님! 저기......!"
선두의 대원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니 수많은 불빛이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었다.
"판초 우의 있나?"
"저한테 있습니다, 중령님!"
뒤에 서 있던 챠챠 대위가 판초 우의를 건네자 호크가 재빨리 그것을 뒤집어쓰고 품에서 작은 보석을 꺼냈다. 사이클론이 만들어준 라이트(Light) 마법이 걸려 있는 보석이었다. 지도를 꺼내든 호크는 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몸을 웅크리고 지도를 살펴봤다. 자신들이 넘어온 경로와 지형을 살핀 호크는 이내 다시 품에 지도를 갈무리하고 우의를 걷어냈다.
"제대로 왔군. 지도상으로 보면 몽뜨가 틀림없어. 그런데 듣던 거보다 마을 규모가 큰데?"
"그러게 말입니다. 출발할 때 작전장교가 준 정보와는 많이 다른데요?"
"챠챠 대위, 그 정보는 몇 년 전 정보야. 그것도 핸들러 소령이 로베니아의 돼지들을 따라왔을 때이니 말할 필요도 없지."
호크를 비롯한 모든 대원이 위장 상태를 좀 더 점검하고 몽뜨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러나 2백 미터까지 접근한 호크는 경악했다.
'이런, 뭐야! 마을이 아니고 요새잖아! 정찰 나오길 잘 했군. 안을 살펴봐야겠어.'
호크가 대원들을 멈추게 하더니 손바닥 위에 반대편 손가락으로 걸어가는 표시를 하더니 손바닥을 쓸면서 앞으로 뻗었다.
호크의 수신호에 모두들 위장그물을 꺼내서 몸을 덮었다. 그리고는 손에는 스패로우를 꺼내들고 사주 경계를 하면서 천천히, 천천히 몽뜨로 접근했다.
"하아암! 피곤하네. 우드득!"
"뭐 하는 건가, 자네! 지금이 어떤 때라고 한눈을 파는 게야!"
"헉! 조장님! 죄... 죄송합니다."
"힘들고 피곤하겠지만, 앞으로 며칠 남지 않았네. 이럴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하는 거야. 더욱이 이곳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지 않은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여왕님을 위해 우리는 모든 것을 바쳐야 하네!"
"넵! 세린디아의 영원한 등불, 이사벨라님을 위해!"
"이사벨라님을 위해!"
요새로 변해버린 몽크의 성벽 위에서 경계를 태만히 하던 병사와 훈계하는 조장 덕분에 특공대는 무사히 성벽에 접근했다.
짧은 수신호 후에 대원 1명이 손에 갈퀴장갑을 끼고서 성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머지 대원들이 엄호사격 자세를 취하자 호크는 챠챠와 눈으로 의사를 교환한 후, 인원을 둘로 갈라서 헤어졌다.
호크가 10명을 데리고 성벽을 올랐고, 챠챠 대위가 성벽을 돌아 다른 침투로를 찾아갔다.
성벽 위에 올라간 대원이 경계병 둘이 스쳐지나가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재빨리 튀어 올라갔다. 뒤로 돌아서기 전에 그의 단검이 경계를 서던 병사의 목 줄기에 깊이 박혀 들어갔다. 그동안 비검 챠챠 대위에게 훈련받은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칼을 쓰는 솜씨가 대단했다.
반대편 병사가 뒤로 돌았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목이 꺾인 채 쓰러져 있는 자신의 동료였다. 그리고 그 역시 섬뜩한 느낌을 목에서 느낀 후 목 줄기에서 피를 흘리면서 찬 바닥에 몸을 뉘었다.
성벽 위에서 밧줄이 내려오자 한 사람씩 성벽을 타넘었다. 이내 그들은 경계병 시체를 벽에 세운 후,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정보에 따르면 몽뜨는 케린버그에서 세린디아로 넘어올 때 처음 접하는 마을이라고 했다. 그래서 세린디아치고는 제법 상업이 발달해서 2천여 명이 주거하고 있는 마을이라고 했는데, 지금 호크가 바라보고 있는 몽뜨의 내부는 완전한 군사도시였다.
성벽 위에서 바라보니 동쪽에 있는 마구간에는 말이 1천여 마리가 넘었다. 그리고 그 옆의 대장간에서는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망치질 소리가 멈추지 않고 들리고 있었다.
대원들과 마구간을 지나 대장간의 창문을 들여다본 호크는 예상했던 것이지만, 무수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무기들을 보면서 인상을 구겼다. 대장간 한쪽에는 이미 완성된 검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호크는 인원을 다시 반으로 나눈 뒤, 한 시간 후에 마구간 뒤에서 접선하기로 하고 성벽 위에서 골라두었던 몇몇 주요 건물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위장크림을 바른 대원들의 얼굴이 긴장으로 인해 흘리는 땀으로 번들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려는 대원의 팔을 누군가 잡아챘다.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호크와 헤어진 챠챠 대위였다.
요새의 배수구를 통해 들어온 챠챠 대위 조원들은 배수로를 따라 경비병들을 피해 요새 중심부로 들어왔다. 들어온 길이 악취가 나기는 했어도 침투 결과는 훨씬 좋았다. 챠챠 대위는 조원들과 함께 재빠르게 배수로에서 뛰쳐나와 건물 사이로 숨어들었다.
쿵쾅! 쿵쾅!
심장 뛰는 소리가 너무나도 크게 들리는 쟈크는 손에 들고 있는 스패로우의 방아쇠에 걸린 검지에 자꾸 힘이 들어가려는 걸 참고 있었다. 대원들이 한 건물 안으로 탐색하러 들어간 사이, 자신이 뒤를 경계하고 있는데 어찌나 긴장되고 떨리는지 그림자에 놀라서 몇 번이나 석궁을 들었다 놨다 했다.
순간, 뒤에서 갑자기 어깨를 두드리는 바람에 깜짝 놀란 쟈크가 홱! 하고 돌아서니, 건물에 침입했던 조원들이 서류를 잔뜩 들고 서 있었다.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으로 보아 일이 잘된 것이 틀림없었다. 가볍게 숨을 내쉰 쟈크는 조원들을 따라 건물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호크는 자신이 점찍은 녹색 건물 벽에 달라붙어 있었다. 호크가 건물 입구를 살피는 동안, 4명의 대원들이 사주를 경계했다. 잠시 정문을 살피던 호크는 예상외로 경비병 수가 많자, 정문을 포기하고 건물 뒤로 돌아갔고, 후문을 살피던 중에 2명의 경비병이 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고로 전쟁에 패한 것을 용서받을 수는 있어도 초병의 임무를 게을리 한 자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했다.
씨익 하고 웃자 호크의 하얀 이가 검은 얼굴에 비례해서 아주 희게 보였다. 호크의 두 손가락이 들리자 2명의 대원이 졸고 있는 경비병에게 스패로우를 향했다. 이내 손가락이 꺾이자 스패로우를 떠난 2개의 화살이 조용히 날아갔다.
핑! 핑!
"헉! 끄르륵!"
가래 삼키는 소리와 함께 경비병들의 몸이 쓰러졌다. 사람을 상대로 처음 발사된 스패로우의 관통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경비병의 몸을 뚫고 벽에 박혀 있었다.
재빨리 길을 건너간 호크와 대원들이 후문을 뛰어넘은 후, 시체를 숨겼다. 다행히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호크는 침입 후 내내 병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들은 케린버그가 공격해오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로비에는 하녀로 보이는 여자가 벽난로 앞에서 졸고 있었다. 발뒤꿈치를 들고 살며시 계단을 오른 호크와 대원들은 3층 복도에서 불빛이 새어나오는 방을 발견했다. 복도에 엎드린 채 포복으로 기어간 호크가 문틈에 눈을 댔다.
"휴, 그동안 정말이지 어떻게 견뎌왔는지 모르겠군."
"후후, 그게 무슨 소리인가? 우리 세린버그의 위대한 여왕, 이사벨라 왕비님 덕분이지. 그분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시궁창에서 노예근성을 못 버리고,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삶을 살았겠지!"
"맞아! 우리가 얼마나 위대한 혈통인지, 그분께서 일깨워주셨지. 이제 곧 우리의 위대한 세린디아가 폴렌시아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겠지."
"그래. 그리고 이번 기회에 더러운 피를 가진 천한 것들을 정화해야겠지. 이사벨라님의 이름으로 말이야!"
"크크크! 그렇지. 오직 우리 아마리아 혈족만이 순수하고 깨끗한 피를 가졌지. 하하하하!"
"행크 공작 각하께서는 언제 오신다고 했지?"
"글쎄, 아마도 사흘은 걸리지 않을까 싶어. 지난번 드래곤 산의 그 물건을 겨우 해석했다고 들었거든."
"정말인가? 다행이군. 그렇다면 기간테스를 모두 움직일 수 있겠네?"
"그래. 더 이상 탑승한 기사의 생명을 희생하지 않고 오랜 시간 전투하게 될 수 있게 된 거지. 그렇다면 로베니아 놈들과도 한판 붙어볼 만하지. 안 그래?"
"정말 그렇군. 후후! 케린버그 놈들이 안됐네그려. 꿈에서도 생각 못할 우리의 침공으로 폴렌시아의 지도에서 사라질 운명이니 말이야. 하하하하!"
"잠깐!"
"왜 그래? 무슨......?"
"쉿!"
녹색 갑옷을 입은 검사가 동료에게 손가락을 입을 대어 보인 후, 천천히 그의 검을 빼들고 문가로 다가갔다. 재빠르게 문을 잡아당긴 검사가 문이 열리자마자 녹색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에서 녹색의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와 복도 벽을 때렸다.
위잉!
쩌저정!
순식간에 복도의 액자가 순식간에 얼음으로 뒤덮였다.
"이상한 걸? 내가 너무 예민했었나 보군."
"때가 때이니 만큼 그럴 걸세. 난 아무것도 못 느꼈는데, 자네가 좀 긴장했었나 봐!"
"그런가? 좀 쉬어야겠어."
두 사람이 문을 닫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자 복도 천장에서 두 팔과 두 다리로 버티고 있던 호크가 소리 없이 바닥으로 내려와 복도 끝에서 기다리던 조원들과 함께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중요한 것은 다 들었군. 행크인가? 그 자식이 결국 말썽이군. 그나저나 기간테스를 지속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니, 큰일인데. 도대체 그날 동굴 속에서 뭘 가져간 거야. 젠장! 아무래도 포로를 한 명 데려가야겠어. 혼자 잠들어 있는 놈을 골라봐야겠다. 제발 좀 고위급이 잡혀야 할 텐데.'
호크가 조심스럽게 다음 건물을 향해 접근하던 순간, 한밤을 깨우는 호각소리가 몽크 요새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요새 안의 온 사방에서 호각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젠장! 발각됐군. 어느 팀이야! 아직 포로를 못 잡았는데. 빌어먹을!'
호크가 자신의 목을 손으로 긋자 모두들 약속장소로 후퇴했다. 그건 바로 작전중단이라는 뜻이었다.
마구간으로 이동하자 자신과 같이 들어온 대원들이 벌써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발각된 것은 챠챠 대위 일행이라는 소리였다. 이를 악물은 호크는 자신들까지 위험해지기 전에 탈출해야 했다. 챠챠 대위도 2차 접선지를 향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서둘러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호크 조원들이 성벽 아래로 밧줄을 타고 내려갈 때, 마지막 남은 대원이 결국은 들켜버리고 말았다.
"적이다! 삐익! 삐익!"
"젠장 할! 서둘러! 어서 뛰어내려!"
급박하게 상황이 돌아가자 호크가 성벽 위에 남은 대원에게 소리쳤다. 그는 명령을 받은 즉시 훈련한 대로 손을 머리 뒤로 돌리고 다리를 들어 올린 채 뛰어내렸고, 밑에서는 다른 대원들이 파란 천을 들어 떨어져 내린 대원을 받아냈다.
위장그물을 뒤집어쓴 호크와 대원들이 갈대밭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 순간에 갈대밭 위로 수많은 화살이 하늘을 뒤덮으면서 날아들었다. 갈대밭 속으로 떨어져 내리는 화살소리가 무섭게 들렸다.
몽뜨 요새는 온통 난리가 났다. 아직은 자신들의 일이 밖에 알려져서는 안 되기에 요새 안에 있던 수비대장 다이에 크리스는 매우 당황해서 녹색기사 1백여 명을 이끌고 성문 밖을 나섰다.
갈대숲을 빠져나온 호크가 대원들을 살피니 5명이 팔이나 다리에 화살을 꽂고 있었다. 신음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역시 훈련이 제대로 됐다 싶었다. 화살을 뽑고 간단히 지혈한 일행들은 2차 접선지로 향했다.
이동하는 동안 호크는 뒤에서 가쁘게 숨을 내쉬는 대원들을 살폈다. 자신보다 어린 청년, 아니 그중에는 18살짜리도 있었다. 얼굴에 온통 검정 칠을 했지만, 앳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호크의 마음이 잠시 여려졌다. 그의 마음 한구석에서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저런 애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갈대숲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그런 감상은 나중에 살아남아서 하자. 지금은 전쟁 중이야.'
건빵주머니에서 동그랗게 말린 실밥 같은 것을 꺼내든 호크가 빨간색 실을 당긴 후 갈대숲을 향해 던졌다.
펑!
그러자 삽시간에 갈대숲이 불길에 휩싸였고, 뒤를 추격해오던 몽뜨의 녹색 기사단들이 우왕좌왕했다.
"빌어먹을! 이 치사한 자식들!"
이걸로 챠챠 대위에게 시간을 벌어줬으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한 호크는 조원들과 함께 로크 산맥으로 향하는 언덕을 넘었다.
부스럭!
수풀이 움직이면서 소리가 나자 순식간에 무기들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겨누어졌다.
"울프!"
"윈드!"
"저희 편입니다!"
잠시 후, 어두운 그림자들이 달빛을 받으며 수풀 속에서 뛰쳐나왔다. 몽뜨 요새의 성벽 아래에서 따로 떨어져 잠입했던 챠챠 대위의 팀이었다.
"어쩌다 발각됐나?"
"죄송합니다. 잠입한 건물에 대단한 VIP가 있는 듯해서 무리해서 납치를 했습니다."
"VIP?"
"네, 중령님. 건물 경비도 대단했습니다. 틀림없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챠챠 대위가 뒤쪽에 신호를 보내자 사제복 차림의 중년 사내가 결박당한 채 끌려왔다. 입에 재갈이 물린 채 무릎을 꿇린 사제가 두려운 듯 두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젠장!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우리 신분이 탄로 나지는 않았나?"
"네. 그럴 리는 없습니다. 작전 도중에 탄로가 난 게 아니고, 배수로로 거의 빠져나온 뒤에 성벽 위의 경비병에게 들켰습니다."
"아쉽군. 완벽한 잠입이 될 뻔했는데. 그나저나 부상자는 없나?"
호크의 물음에 챠챠 대위의 고개가 아래로 꺾였다. 챠챠 대위가 뒤로 돌아가자 그를 뒤따라가는 호크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제발... 제발.......'
그러나 호크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두 눈에 들어온 광경은 피를 흘리면서 누워 있는 대원과 그를 지혈하기 위해 지혈대를 복부에 쑤셔 박고 있는 대원들의 몸부림이었다. 누워 있는 부상병 옆에 앉은 호크가 그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이봐, 중사! 힘을 내! 이제 곧 집에 간다. 자면 안 돼!"
"중령님, 찰리 중사입니다!"
"그래, 찰리 중사! 명령이야! 절대 죽으면 안 돼!"
"끄으으으! 중... 령님... 쿨럭! 아직 로베니아 땅을 못 밟았는데... 이렇게 먼... 먼저 가서 죄송합니다. 외인부대원이었다는 것이... 제게는 영광이었습니다. 충......."
찰리 중사의 고개가 모로 꺾이자 모든 대원들의 고개가 숙여졌다.
"고개 숙이지 마라, 고개 숙이지 마! 모두 똑바로 고개를 들고 너희들의 전우를 바라봐라! 명예로운 죽음이다! 경의를 표해라!"
호크의 외침에 챠챠 대위와 나머지 대원들이 찰리 중사의 시신에 거수경례를 했다. 꼭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있던 호크가 찰리 중사의 인식표를 뜯어냈다. 그리고는 잠시 손에 꼭 쥐고 있다가 입맞춤한 인식표를 상의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대위, 꼭 데려가게. 알았지!"
약간 갈라진 호크의 목소리에 챠챠 대위의 코끝이 시큰해졌다. 바로 자신이 직접 훈련시키고 가르친 부하가 아닌가! 호크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다. 대원들 또한 이름도 모르는 수하를 위해 울어주는 지휘관에게 감동해서 눈을 돌렸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같이 귀대하시는 거 아닙니까?"
"아니야. 갈대밭에 불을 질러서 약간의 시간을 벌었지만, 그 녹색머리 놈들이 곧 따라붙을 거야. 놈들은 말을 타고 이동하지만, 우리는 도보로 이동하고 있다. 게다가 시신과 포로까지 있는 마당에 모험을 할 수는 없어. 내가 놈들을 유인한다. 자네는 한시라도 빨리 귀대해서 포로와 수집한 정보를 넘기게. 아마도 일주일 안에 침공이 이루어질 거야. 한시라도 빨리 대비해야 해!"
"하지만 혼자서는 무리입니다, 중령님!"
"이봐, 챠챠 대위! 벌써 드래곤 산의 숲 속 일을 잊어버린 거 아냐? 이래봬도 소드마스터야! 혼자라면 치고 빠지면서 얼마든지 내 몸 하나는 간수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말고 어서 빨리 복귀하도록 해! 나는 몽뜨에서 하루거리인 모르카시를 거쳐서 다시 로크 산맥의 301 고지를 넘어서 귀대하겠다. 그때 보자! 어서 서둘러!"
찰리 중사의 두 눈을 감겨준 호크가 먼저 자리를 떴다.
남아 있던 대원들도 챠챠 대위의 인솔 아래 흔적을 지우면서 부대로 복귀를 시작했다. 일부러 흔적을 내면서 산속을 달리는 호크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잘 가게, 찰리 중사. 나를 용서하지 말게. 미안하네!'
외인부대 창설 이래 최초의 전사자가 나온 날이었다. 앞으로 수많은 병사들이 죽어갈 것이지만, 첫 죽음은 그만큼 누구에게나 충격이기 마련이다.
특임대 소속 찰리 중사는 방년 19세였다. 꽃다운 나이의 청년이 로크 산맥의 이름 없는 계곡에서 생을 마감했다. 앞으로 이어질 치열한 전투를 보지 않은 것이 오히려 행복이라고 해야 할지, 차디찬 시신으로 변한 그에게는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쪽입니다. 발자국이 모르카시를 향하고 있습니다!"
"모르카시? 뭐야, 국경을 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왕국 내부로 잠입해 들어간다? 누구지? 설마 왕국 내 불순한 세력이라도 있다는 건가? 말도 안 돼!"
"남작님! 서두르지 않으면 해가 뜹니다!"
"아, 알았다. 마법사는 행크 공작님에게 이 전문을 전달해라! 나머지는 전속력으로 적을 추격한다!"
두두두두두두두!
수십 마리의 군마들이 커다란 소음을 내면서 산속을 질주했다.
2명의 기사와 남아 있던 마법사가 커다란 수정구를 꺼내 들고서는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드로아 모우 메로우! 마나의 힘이여, 뜻을 연결해... 커억! 욱!"
마법을 영창하던 마법사는 목에 화살이 박힌 채 미처 영창을 하기도 전에 말에서 떨어져 내렸다.
"뭐... 뭐야?"
당황한 2명의 기사가 검을 뽑아들고 주위를 살피면서 머리 위, 오른쪽, 왼쪽에서 날아든 화살을 한두 개 쳐냈지만, 일반 화살이 아닌 스패로우가 날려대는 화살은 여느 석궁과는 달랐다. 이내 2명의 기사는 화살꼬치가 되어서 먼저 바닥에 떨어진 마법사와 똑같은 운명이 되었다.
"시신을 치워라!"
위장그물과 위장크림으로 온통 숲의 일부처럼 보이는, 소위 계급장의 외인부대원이 명령을 내리자 10여 명의 대원들이 숲에서 나와 시체들을 끌고 사라졌다.
"중령님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서둘러 어서! 챠챠 대위님 팀과 합류해야 한다. 흔적을 지워라!"
적들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본 소위가 주변이 정리되자 자신도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곧 숲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게 돼버렸다. 챠챠 대위의 명령에 의해 적들이 호크 중령을 추격할 길목에서 대기하고 있던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몽뜨의 로버트 남작은 자신의 전문이 행크 공작에게 전해졌을 거라 굳게 믿고는 호크의 추격에 전념했다. 이것이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지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변수였다.
호크의 외인부대는 먼저 행동했고 정보를 수집했으며, 반대로 세린디아는 상대가 누군지 몰랐고 대응도 늦었다. 게다가 정보 전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면에서 케린버그는 앞서 나갔지만, 여전히 전력 차이는 극심했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든 침묵의 전쟁 서전이 몽뜨에서 조용히 불타올랐다.
3권에 계속
[용어 해설]
▶ 이발사가 의사?
중세 유럽에서는 이발사가 외과의를 겸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신분이 매우 비천해서 환자에게 이상이 있는 경우, 자신의 목숨도 위태로웠다고 합니다. 근대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파레 또한 이발사 아버지 밑에서 외과수술의 방법을 배웠고, 전쟁 군의관으로서 많은 경험을 쌓은 후에 나중에 파리에서 유능한 의학박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 데프콘(Defense Readiness Condition) :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의 분석결과에 따라 전군에 내려지는 전투준비태세 또는 방어준비태세.
모두 5단계로 나뉘며, 숫자가 낮아질수록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프콘 수위는 북한군의 동향에 따라 달라지며, 데프콘 5는 적의 위협이 없는 안전한 상태를 말하고, 데프콘 4는 대립하고 있으나 군사개입 가능성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한국에는 1953년 정전 이래 데프콘 4(경계강화태세)가 상시적으로 발령돼 있다. 데프콘 3은 적의 도발 징후가 보일 때 발령되며, 전군의 휴가와 외출이 금지된다. 데프콘 2가 되면 전군에 탄약이 지급되고, 부대 편제 인원이 100% 충원된다. 마지막으로 데프콘 1이 되면 동원령이 선포되고 전시로 돌입하게 된다.
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