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호크, 무도관을 차리다!
호크가 다크 문 일당과 드잡이질을 한 지도 벌써 1년이 흘러가고 있었다. 세월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고 하더니, 그도 어느새 낯선 이방인의 모습에서 어엿한 잉글햄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제법 잘 어울리는 셔츠에 잉글햄 스타일의 승마바지, 거기에 검정 부츠를 신고 있으니 영락없이 잉글햄의 제법 부유한 집의 자제처럼 보였다.
지금 호크는 얼마 전에 완공된 자신의 건물 앞에서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비록 자신의 염원인 멋진 바(Bar)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만족해했다. 엉겁결에 이 낯선 세계에 떨어져서 이렇게 목숨을 부지하고, 게다가 어엿한 사업체도 차렸으니 이만하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나름대로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엄마, 오빠 우나 봐."
"흠흠! 녀석, 울긴 누가 울어. 그냥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래. 자, 이제 들어가 볼까? 우리 집으로."
"웅, 오빠!"
어느새 오빠라는 말이 입에 붙었는지 제법 어색하지 않게 오빠라는 말을 하는 루니를 바라보면서 호크는 흡족해했다. 역시 교육은 반복학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호크는 자신의 무도관에서도 철저한 반복학습만이 살길이라고 마음먹었다.
그랬다! 이곳은 호크가 캐더린 영애에게 받은 돈과 피해보상비(?)로 다크 문의 잉글햄 지부장에게서 받은 돈주머니에서 나온 보석들을 팔아서 세운 건물이었다. 호크에게는 행운이었고, 그에게는 불운이었던 그날이 본부로 상납액을 보내는 날이어서 그의 돈주머니에는 귀한 보석들이 가득했었다. 그가 이 사실을 안다면 길길이 날뛰겠지만, 그는 벌써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으니 호크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건축에는 호크가 거의 매일 달라붙어서 직접 관여했다. 다행히도 드워프(Dwarf)라는 매우 신사적이고 건축에 조예가 깊은 종족이 일하고 있는 건축사와 연결이 되어서, 옛 한국의 전통 가옥인 한옥 스타일로 집을 지었다.
드워프는 호크가 본 첫 번째 이종족이었다. 호크가 느낀 드워프에 대한 첫인상은 매우 신사적이고, 외모에 비해서 예술적인 감각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알아볼 수 없는 호크의 엉터리 그림을 보고서도 호크가 의도했던 것과 비슷하게 이렇게 멋진 건물을 지어준 것이다.
우선 건물은 한옥과 폴렌시아의 건축법을 뒤섞은, 그야말로 퓨전양식이었다. 이곳에서는 황토벽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기에, 벽은 폴렌시아 스타일의 석조양식이었고, 지붕에만 기와를 얹었다. 그런데 그것이 제법 어울려서 아주 독창적이고 세련된 건물이 되었다.
호크는 그 돌담에 산책길을 만들고 벤치도 놓고 꽃과 나무를 심어서 공원처럼 만들었다. 후에 이곳은 잉글햄에서 유명한 데이트 코스가 되었다는 후문이 있다.
기와를 얹은 커다란 정문에는 호크가 직접 한글로 쓴 '호무관'이란 현판이 걸려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호크는 결국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그 모습에 루니 모녀는 흐뭇하게 웃었지만, 뒤에 서 있던 초로의 노인은 소리를 빽 질렀다.
"야, 이놈아! 늙은이 길에서 굶어죽겠다. 빨리 들어가자! 나 원, 겨우 집 한 채 가지고 웬 청승이냐, 청승이!"
자칭 대마법사 사이클론이 속을 긁어댔지만, 놀랍게도 호크는 얌전히 대답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호크는 이럴 위인이 아니지만, 그 이유는 곧 밝혀집니다. 궁금해 하실 여러분들을 위해 말하자면, 이 건물의 모든 조명을 사이클론이 마법 등으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일전에 다크 문과 싸움이 일어났던 공터의 가로등도 영지에서 세운 마법 가로등이었다. 호크는 마법 등 1개의 가격을 듣고서는 뒤로 넘어질 뻔했는데, 고맙게도 사이클론이 무상으로 해주었기에 지금 이렇게 고분고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돈에는 한없이 약한 호크이지만, 그러나 정말이지 눈물 나게 열심히 사는 모습이 아닌가?
하지만 사이클론, 그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호크가 살던 한국이란 나라에서 자기 집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눈물 나는 투쟁이고, 고난의 길인지, 지금 호크가 받는 감동이 어떠한지는 그가 한국에서 1년만 살아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루니 모녀도 호크의 권유에 의해 여관업을 그만두고 호크의 무도관 살림을 맡아주기로 하고 아예 이곳으로 살림을 옮겨 왔다. 어느새 가족 같은 정이 들어버려서 헤어지기 싫어서였다. 사실 천애고아나 다름없는 호크에게 그들 모녀는 정말 가족 이상이었다.
또 1명, 원치 않는 사람인 사이클론도 가옥 한 채를 따로 지어주어야 했다. 그는 어디서 그 많은 물건을 구해왔는지 이름 모를 실험기구와 약재들을 가득 들여놓고서는 현관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푯말까지 세워놓았다.
집주인이 뒤에서 이를 갈았지만, 사이클론 짐짓 모른 척을 할 뿐이다.
이렇게 잉글햄의 유명 인사가 되어버린 호크의 무도관은 '시작은 초라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처럼 문을 열자마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더구나 호크는 입관 시에 귀족이니 서민이니 하는 기준을 두지 않았기에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이곳, 폴렌시아에서는 검술(劍術)이나 체술(體術) 등은 자신의 직계나 제자가 아니면 가르치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왕실 기사단이나 국립 아카데미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곳은 귀족들에게만 허용되었고, 그나마 형식적인 가르침뿐이었다. 음성적으로만 전해오는 것들을 공개적으로, 그리고 신분 고하를 따지지 않고 가르친다고 하니 그 반응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더욱이 가르치는 사람의 실력은 이미 공증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대성황이었다. 그것은 관원모집이 하루 만에 끝나버린 사실로도 알 수 있었다.
호크는 관원을 모집할 때 두 부류로 뽑았다. 정말로 무술을 좋아하고 업으로 삼으려는 자와 단지 심신을 단련하려는 사람들로 나누었다. 당연히 그 수련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실전반에서는 곡소리가 매일 흘러나왔고, 취미반에서는 웃음소리와 즐거움이 넘쳐났다.
그래도 그런 취미반에서 신입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는 날이 있으니, 바로 공포의 다리 찢는 날이었다.
"으아아악! 제발 그만!"
"아! 아! 살살! 아악!"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즐거운지 다리 찢는 모습을 감상하면서 수련장을 살피는 이 남자, 심지어는 다리를 찢고 있는 사람의 어깨에 올라타 자신의 체중을 실어 친절하게 도와주는 이 남자, 호무관의 관장 호크였다.
여러분도 잘 알겠지만, 그 고통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일반 체육관에서야 서서히 조금씩 다리 벌리기를 하겠지만, 호크는 군 시절 경험대로 특유의 군인정신을 가지고 밀어붙였다.
처음에는 그 엄청난 광경에 탈퇴하는 관원들이 속출했지만, 호크의 다리로 벽돌 격파시범을 몇 차례 보이면서 다리 찢기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몇 개월이 지난 관원들이 멋진 발차기를 보이자 다시금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또한 결정적으로 새하얀 도복이 지급되면서 소년부 관원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어느새 잉글햄 호든가 거리는 한국에서처럼 꼬마아이들이 도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이 일반화되어 버렸다. 더구나 호무관에 다니는 아이들은 태권도 인사법이 몸에 배어 있어서 동네를 지나다니다가 같은 관원들을 보면 서로 인사를 했기에 주변의 평판이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
그러나 괜히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이 생겨났겠는가! 이렇듯 잘 풀리던 호크의 인생을 크게 변하게 만들 사건이 수도에서 벌어지고 있었지만, 케린버그 왕국의 제일 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잉글햄에 있던 호크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똑똑!
"들어오게. 이런! 누군가 했더니 자네였군. 그래, 한창 바쁠 때가 아니던가?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나? 자네가 직접 다 찾아오고 말이야."
"저... 그게 말입니다. 큰일이라고 하면 할 수도 있고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어서......."
"허참! 무슨 일인데 그러나? 어서 말해보게 답답하네!"
"잉글햄 지부가 소거되었습니다."
"잉글햄에 우리 지부가 있었나? 헉! 뭐라고? 자네,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어떻게 그런 일이! 도대체 언제? 언제 그런 일이 생긴 거야!"
"그게... 워낙 조그마한 영지이고, 인원도 얼마 되지 않는데다가......."
"이보게, 짐! 자네, 나하고 장난하나! 빨리 말하게 어서!"
"일 년이 다 되어 갑니다!"
"뭐라고? 일 년? 그런데 어떻게 나에게 보고도 되지 않았었지?"
"그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영지 자체가 워낙 소규모이다 보니 지부라고 할 것까지 없는데다가, 밝히기가 좀 그런 내용이 있는지라 중간 보고자들이 좀 더 조사를 하느라 이렇게 늦어진 것 같습니다."
"끙... 빌어먹을!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그래, 잉글햄 지부의 규모는 어떤가?"
"지부장 한 명에 모두 열두 명입니다"
"이런, 정말 소규모로구먼.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어쩌다가 소거되었단 말인가?"
"저... 그게 좀 황당한 것이... 한 명에게 당했다고 합니다."
"뭐야? 하~ 어이가 없구먼. 바보같이 일급 검사나 마스터급 마법사에게 당한거로구만. 그런 거지?"
짐의 고개가 좌우로 흔들리자 사내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럼 정말 바보처럼 영지군과 충돌을 일으키기라도 했다는 거야?"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이상 숨길 게 뭐 있냐는 심정이 되어버린 다크 문의 정보담당 짐 크라운이 자신의 눈앞에 있는 40대의 건장한 사내, 다크 문의 수장인 존 메이슨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뭐라고! 겨우 이십대 초반의 애송이에게, 그것도 요크쇼어 지부에서 지원나간 검사 삼십 명과 일급 마법사 그랜트까지 당했다고? 하하하! 이보게, 자네 지금 그 말을 나에게 믿으라는 건가?"
짐이란 사내가 두 손을 들어 어깨를 으쓱인 걸로 대답을 대신하자, 존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잠시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있던 존이 고개를 쳐들고 짐을 노려보았다.
"그래서 대응책은? 준비되어 있겠지?"
"사실 그게 좀 힘들어서요. 녀석들이 모두 영지군에 체포되고 난 뒤에 이것저것 다 불어버려서, 지원을 나갔던 요크쇼어 지부도 활동이 힘들어진 상태입니다. 당분간은 잉글햄 근처에도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빌어먹을! 도대체 왜 이제야 이런 사실을 말하는가? 왜!"
"휴~ 아마도 마스터와 같은 이유에서가 아닐까요? 오늘이 추기경님께 보고 드리는 날이 아닙니까?"
"그렇지. 하필이면 오늘... 젠장!"
"마스터, 제 봉급 좀 올려주시렵니까?"
"자네는 지금 이 판국에 농담이 나오는가?"
"샹그릴라(Shangri-la)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큰 건입니다."
"뭐야? 정말인가!"
어찌나 놀랐던지 메이슨은 좀 전에 잉글햄의 일은 까맣게 잊은 듯 벌떡 일어났다.
"추기경님께 이것을 보고 드리면 지부일은 그냥 덮어두실 겁니다. 어떻습니까? 봉급 좀 올려주실 거죠?"
그러나 마스터는 대답 대신 보고서를 들고 휑하니 사라졌고, 입맛을 다시던 짐은 그가 사라진 문을 보고서는 고개를 저었다.
이 사건이 대륙에 어마어마한 피바람을 몰고 오게 될지 그때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각하! 각하!"
챙챙! 챙챙챙!
"헉! 가... 각하! 잠시만......!"
삐쩍 마른 사내가 한창 연무장에서 검술을 수련하고 있던 건장한 사내들 틈으로 끼어들자, 상대에게 내려치려던 검을 가까스로 거두어들인 금발의 중년인이 인상을 썼다.
"휴~ 이보게, 크라우스. 자네는 목숨이 서너 개라도 되나?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매번 이렇게 수련 중에 뛰어들면 어떻게 하나?"
"각하! 지금 수련이 문제가 아닙니다."
"왜, 로베니아에서 쳐들어오기라도 했나? 하하하하!"
금발 사내의 농담에 수련장에 모여 있던 기사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크라우스는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는 듯이 금발 사내에게 다가가서 귓속말을 건넸다. 그러자 웃고 있던 사내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더니 이내 상의를 걸치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베른하트! 지금 바로 그림자 기사단을 대기시키게. 어서"
"예! 각하!"
수련장에 있던 기사들도 금발 사내의 예사롭지 않은 목소리에 서둘러 옷가지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베른하트는 뭔가 큰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했다.
북부의 신화로 불리는 레센 제국!
이 동토의 제국에서 가장 용맹한 전사인 불패의 공작, 봄멜 폰 크라우트가 냉정을 잃고 수하들을 당황스럽게 만들 정도의 사건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베른하트는 기사단 본부로 뛰어가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서 오게, 봄멜 공작!"
"레센의 불꽃이시며 태양이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허허! 공작도 참, 이제 그런 격식은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나, 고집도."
"아닙니다. 어찌 신하로서 그런 불충을, 어려운 말씀을 거두어주십시오."
"그나저나 오면서 내용은 들었겠지?"
"네, 폐하!"
"공작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 일이 혹시나 저들의 더러운 음모는 아닐까?"
"아직은 소신도 정확히 판단을 내리기 어렵사옵니다. 그래서 그림자 기사단을 보내서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흠, 그림자 기사단이라... 공작이 직접 단련시킨 사람들이라고 하니 틀림없겠지."
"네, 폐하. 그들은 이런 임무를 위해 만들어진 방첩부대이니, 이번 일에 적합하다고 사료됩니다."
"흠, 좋아. 그럼 이번 일은 봄멜 공작에게 일임하겠네.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여주게. 원로원의 늙은이들에게 이번에는 우리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줄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어."
"명을 받드옵니다, 폐하!"
70세는 족히 넘었을 듯한 초로의 노인은 머리에 쓴 왕관이 버겁게 보였다. 동토의 제왕, 레센 제국의 현 황제인 요한 마르크스 아덴베르크가 늙어 비틀어진 손으로 옥좌의 손잡이를 강하게 잡아갔다.
그랜드 홀을 빠져나오는 봄멜에게 크라우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달라붙었다.
"탐색꾼들의 보고입니다. 피트라 산타(Pietra Santa)가 템플(Temple)에서 사라진 것이 틀림없다고 합니다."
"다른 국가들의 반응은?"
"글쎄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북부 제국인 저희가 알고 있다면 이미 다른 곳에서도 손을 쓰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림자 기사단을 빨리 투입해서 상황을 알아보도록. 이번 일은 우리 레센의 사활이 걸린 일이야. 서두르게."
"예! 각하."
봄멜의 시선이 저 멀리 로스크 산맥의 산봉우리들로 옮겨갔다. 뭔가 회환을 담은 듯한 처연한 두 눈. 하지만 이내 불끈 쥔 두 주먹을 가슴에 대었다.
같은 시각, 폴렌시아 대륙 남부 로베니아 제국과 스베른 왕국 사이에 있는 신성도시 샹그릴라에서는 무언가 사단이 났는지 온통 난리법석이었다.
"주교님! 이미 샹그릴라에서 빠져나간 듯합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합니까?"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정말 전부 찾아본 게 확실합니까?"
"네! 그게... 벌써 운명의 모래시계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샹그릴라에서 벗어난 게 틀림없습니다."
"오오오! 쥬(Ju)이시여, 이 일을 어찌 한단 말입니까? 재앙이... 엄청난 재앙이 닥쳐올 텐데!"
"지금쯤이면 샹그릴라에 있는 각국의 첩자들이 이미 자국에 소식을 넣었을 겁니다. 그들보다 우리가 먼저 찾아내지 못한다면......."
"전쟁이 시작되겠지. 피비린내 나는......."
"모든 성기사단과 신관들을 동원해서 찾아내요. 그리고 다시 이곳으로 데려와요, 반드시. 인류 멸망의 죄업을 우리가 짊어질 수는 없어요."
"네, 주교님. 신의 가호가."
"그래요. 지금은 정말 신의 가호가 필요하군요. 이제 곧 세상은 인간들의 탐욕으로 가득 찰 테니까요. 신이시여! 저희를 시험하시나이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을 모르시는 것은 아니시겠죠?"
주교의 읊조리는 듯한 속삭임은 신관이 닫고 나가는 문소리에 묻혀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하나, 둘!"
군가를 힘차게 부르면서 호든가를 내달리는 호무관의 관원들. 그 뒤에서 흐뭇한 마음으로 같이 구보를 하고 있는 호크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거기에 더해서 명성도 얻었으니, 하루하루가 즐겁지 않을 리가 없다.
지금은 실전반 관원들과 오후 구보를 마치고 무도관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오늘은 또 어떻게 관원들을 굴려볼까, 아니 어떤 수련을 시킬까 즐거운 고민을 하던 호크는 그만 앞사람과 부딪치고 말았다.
퍽!
"윽! 뭐야! 누가 마음대로 멈추랬어! 인솔자! 뭐 하는 거야! 이리로 튀어와! 얼릉!"
"저... 관장님! 그게... 저기 정문 좀 보시고 말씀하세요!"
1기 수련생이자 지금은 사범이 된 해리슨의 손을 따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웬 병사들과 고급스런 마차 1대가 호무관 정문에 버티고 있었다.
"뭐야? 귀족 자제가 또 입관하러 왔나? 흐흐흐! 이번에는 입관비를 두둑하게 받아야겠군."
"에휴! 관장님, 정신 차리세요. 저기 깃발의 문장이 안 보이세요? 바로 이곳, 잉글햄의 영주님 마크라고요!"
"잉? 여기 영주라고? 흠, 그런데 그렇게 높으신 양반이 왜 왔을까? 뭐 먹을 게 있다고?"
더 이상 호크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을 자신이 없던 해리슨은 관원들을 들여보내고 나서 호크를 끌다시피 해 관장실로 들어갔다. 호크는 영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의 손에 이끌려 방 안에 들어섰다.
그 안에 자신이 매일 그리워하던 사람이 와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