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5화 〉 편의점 아르바이트 4
* * *
“응응 괜찮아. 형인이 너는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
나는 일부러 이형인을 다정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나…나야 괜찮지. 너가 나 대신 동전 맞아줬잖아. 아 저 미친 영감탱이 진짜 개쌍또라이네. 아이참 얼굴에 동전 자국 생긴거봐.”
만지작 만지작 만지작 만지작
쓰담 쓰담 쓰담 쓰담
이형인은 나에게 많이 미안한듯이 내 얼굴을 쓰다듬어 주기 시작했다.
나는 이형인의 그런 손길이 너무도 기분이 좋아서 그대로 가만히 이형인의 손길을 느끼면서 가만히 있었다.
“흐흐흐흐흐흐흠 이제 됐어. 내가 충분히 만져줬으니까 이제 안 아플거야. 뭐…뭐 그리 기분좋다라는 듯한 미소로 내 손을 느끼고 있어 기분 나쁘게!”
화들짝
스으으으윽
그렇게 이형인은 내 얼굴을 만지던 손을 화들짝 떼어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후후후후훗 외모는 평상시보다 훨씬 이쁘게 꾸며놓고서 성격은 평상시 그대로 여전하구만.’
나는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거칠게 나에게 말을 뱉는 이형인의 모습을 보고 참 귀엽다라고 느꼈다.
그렇게 이형인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정상적인 손님도 많았지만 간간히 편의점 빌런 녀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띠링
“안녕하세요 DU편의점입니다.”
그렇게 편의점으로 들어오는 아저씨. 뭔가 검은색 비니를 쓰고 검은색 뿔테를 썼는데 한눈에 봐도 나 편의점 빌런으로 활동할 것이요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형인도 오랜 시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편의점 빌런의 포스와 아우라를 느꼈는지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를 보고서 살짝 눈살이 찌뿌려졌다.
그래도 나는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을 하면 안 되기에 편의점 빌런이 아닐 수도 있지하고 잠자코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두리번 두리번 두리번 두리번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는 편의점 주위를 이곳저곳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 자신이 무언가 찾는 물건이 있어서 그런게 아니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우리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일부러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를 바라보지 않는 척 다른 일을 하면서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를 예의 주시하였다.
스으으으윽
덥썩
휘이이익
아니나다를까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는 우리의 눈치를 보더니 은근슬쩍 편의점 진열대에 있는 과자 하나를 잽싸게 집어서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두리번 두리번 두리번 두리번
그리고 우리들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힐끗
이형인을 보니 이형인은 잠시 스마트폰을 하느라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가 자신의 주머니 안으로 물건을 넣은 것을 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렇게 편의점 출구로 나가려고 걸어나가는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
나는 재빠르게 편의점 데스크를 걸어나가서 편의점 문을 막아섰다.
"저기요."
"뭐...뭐야?"
"지금 물건 계산 안 하고 주머니에 넣으셨죠? 계산 안 하고 물건 주머니에 넣으셔서 나가시면 절도입니다."
화들짝
이형인은 나의 이야기를 듣더니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나와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뭐..뭐야 즈...증거 있어?"
"증거 있죠. 저기 씨씨티비 보이세요? 씨씨티비 돌려보면 계산 안하고 물건 주머니에 넣으셔서 나가려는거 다 나와요."
"뭐야 씨씨티비? 어쩔티비 저쩔티비도 아닌 씨씨티비? 나랑 장난해?"
머어어어어엉
'뭐...뭐지 이 대화의 흐름은? 그리고 어쩔티비 저쩔티비는 또 뭐야?'
나는 씨씨티비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어쩔티비 저쩔티비 이야기가 나오는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의 이야기에 황당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까 인터넷에서 어쩔티비 저쩔티비 뭐라고 하던거를 본 것 같기도 하고..원래 이런데 쓰는 말인건가? 이럴줄 알았으면 어쩔티비 저쩔티비 뭐라고 할 때 클릭해서 봐두기라도 할걸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아니 씨씨티비 이야기하는데 어쩔티비 저쩔티비는 또 뭡니까? 어쩔티비 저쩔티비가 뭐 어떤건데요?"
그러자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는 엄청나게 깐죽거리는 말투로 입을 삐죽삐죽이면서 마치 조광알의 곡예사들처럼 빠른 속사포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삐쭉 삐쭉 삐쭉 삐쭉
"응~ 어쩔티비~저쩔티비~안물티비~안궁티비~뇌절티비~우짤래미~저짤래미~쿠쿠루삥뽕 지금 화났죠? 개킹받죠 그냥 화났죠? 냬~ 알갰샙니대~ 아무도 안물 안궁~ 물어본 사람? 궁금한 사람? 응 근데 어쩔티비죠? 약올리죠? 응~ 어쩔 저쩔 안물 안궁."
"......................................"
머어어어어엉
나는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의 말을 듣고서 또 한 번 정신이 멍해졌다. 도저히 나의 두뇌와 논리 회로로는 이 사람이 하는 말을 도저히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쩔티비고 저쩔티비고 씨씨티비에 찍혀있다라니까요."
"잠깐만 명한아 나와봐.."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와 나를 잠자코 쳐다보고 있던 이형인이 편의점 계산대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오면서 말했다.
'어라라라라? 뭐지 이형인이 뭔가 해결을 해주려고 앞으로 나오는건가? 희한하네 전생이었으면 그냥 지켜보기만 했을텐데 뭔가 나를 위해서 앞으로 나와서 도와주려는 건가?'
나는 전생이었다면 잠자코 나와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가 싸우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을 이형인이 나를 위해서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와 다투기 위해서 앞으로 걸어나오는 것을 보고 살짝쿵 감동을 먹었다.
이형인은 잠시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를 진지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나를 보면서 귓가에 속삭이면서 말했다.
후우우우우
속닥 속닥 속닥 속닥
"명한아 이 사람 아무래도 뭔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것 같애 원래 이런 사람을 상대할 때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상대하면 안 돼지. 미친놈에게는 미친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대로 되갚아줘야지 정신을 차려."
짜릿 짜릿 짜릿 짜릿
그렇게 이형인이 나의 귓가에 되고 귓속말을 하는데 이형인의 입에서 나오는 바람과 말소리가 나의 귓가를 간지럽히면서 짜릿짜릿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나의 귀로 들려오는 이형인의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따스하고 흥분되는 숨결이 나를 기분좋게 만들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여자가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것도 기분이 좋구나. 아아아아아 짜릿하다 짜릿해.'
이형인은 잠시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를 노려보더니 혀를 빼꼼 내밀고 매우 약올리는 태도로 말했다.
"응~ 어쩔티비~저쩔티비~안물티비~안궁티비~뇌절티비~우짤래미~저짤래미~쿠쿠루삥뽕 지금 화났죠? 개킹받죠? 죽이고싶죠? 어차피 내가 사는 곳 모르죠? 응~못죽이죠?"
움찔
부들 부들 부들 부들
그러자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는 한 대 맞은 듯한 표정을 짓더니 제대로 된 말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아아악 너 이리와!"
스으으으윽
"꺄아아아아아앗."
그 순간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는 열이 많이 받았는지 이형인의 멱살을 잡으려고 손을 내뻗었다.
그리고 그러한 손이 순간적으로 슬로우모션처럼 내 시야에 들어오면서 나는 다시 보디가드 호신 아이템이 발동된 것이 느껴졌다.
나는 이형인을 잡으려고 손을 내뻗는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의 손을 잡았다.
덥썩
꾸우우우우욱
그리고 힘을 줘서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의 내뻗은 손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아퍼 아퍼어어어어!"
그렇게 내가 힘을 줘서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의 팔을 제압하기 시작하자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도 힘을 줘서 나의 팔을 제압하려고 하기 시작했다.
아둥바둥 아둥바둥 아둥바둥 아둥바둥
그러나 나의 힘이 더 쎄서 그런지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는 아둥바둥거리기만 하고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나는 그러한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를 바라보면서 평상시에 상태창에서 힘도 키워두기를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앞에서 다른 남자를 힘으로 제압하는 모습만큼 멋진 모습도 별로 없기 때문이었다.
힐끗
옆을 힐끗 바라보니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가 자신의 멱살을 잡으려고 뻗은 팔을 내가 덥썩 잡아서 힘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이형인이 나에게 상당히 반한듯한 눈빛과 존경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이형인의 눈빛과 표정을 보면서 나는 엄청난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꼈다.
'후하하하하하하하하 이게 다 평상시에 능력치에 투자를 다 잘 해 놓은 탓에 이형인에게 이렇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구나. 역시 남자는 힘이지 힘 흐하하하하 암 그렇고 말고. 정력뿐만 아니라 평상시에 힘이나 민첩성을 투자해놓은 것도 이렇게 도움이 되네. 앞으로도 체력이나 힘과 민첩성같은 기초 능력도 꾸준히 투자를 해놓아야겠다.'
꾸욱 꾸욱 꾸욱 꾸욱
불끈 불끈 불끈 불끈
아둥바둥 아둥바둥 아둥바둥 아둥바둥
그렇게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는 내가 자신의 팔을 힘으로 제압하기 시작하자 아둥바둥대다가 힘이 빠졌는지 나에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야...야이 새끼야 이거 안 놔? 안 놔? 너는 어쩔티비 저쩔티비도 안 보냐? 너 개그프로 안 보지? 개그프로 안 보지? 너 거지냐 거지?"
"네 저 어쩔티비 저쩔티비 안 보구요. 개그 프로그램 안 보구요.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위주로 봅니다. 거지 아니구요. 평범한 대학생이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입니다."
"너 지금 비트코인 위기인거 몰라? 비트코인 지금 위기라서 사람들 한강가는거 모르지? 너 한강 안 가봤냐?"
머어어어엉
'뭐래 이새끼 갑자기 비트코인 이야기가 왜 나와....'
나는 갑자기 대화의 흐름에서 난데없이 비트코인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황당함을 느꼈다.
"비트코인 위기인거 알고 있구요. 최근 폭락새인것도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 한강 가는 것도 알고 있구요. 한강도 자주 가봤습니다. 그거랑 상관없이 지금 아저씨 계산 안하고 물건 훔치시다 걸린거잖아요."
"야 이 새끼야. 내 말 똑바로 들어. 비트코인 위기라고 지금! 비트코인 최상단에서 물려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사람들 생각도 안 하냐? 비트코인 최상단에서 물려서 피눈물 흘리고 있는 사람들 생각도 안 하냐고 이 새끼야!"
"아니 비트코인 최상단에 물려있는 사람이 많든 적든 그게 중요한 상황이 아니라 지금 아저씨가 여기 편의점에서 물건 몰래 훔치다가 걸린게 중요한거죠. 자꾸 이렇게 소란 피우시면 경찰 부릅니다. 그냥 제대로 물건 값 계산하고 나가시겠어요 아니면 경찰 부를까요?"
"와 나 이새끼 이렇게 정없는 새끼 처음 봤네. 야 그러니까 비트코인 최상단에 물려있는 사람들 많은데 왜 나만 갈구냐. 왜 나만 물건 훔쳤다고 갈구는 거야? 그냥 가라고 해도 되는데 왜 그냥 가라고 안 하고 나를 잡고서 이 지랄을 떠는 거야?"
"아니 비트코인 최상단에 물려있는........하아아아아 말을 말자...."
나는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의 말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려다가 도저히 이사람의 정신세계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느껴져서 반박하기를 그만두었다.
"형인아 안 되겠다. 경찰 불러."
나는 경찰을 부르면 여러가지 보고도 해야하고 피곤해질 일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경찰을 부르고 싶지 않았지만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를 겁주기 위해서 경찰 부르라는 이야기를 했다.
"아 응 알았어."
이형인은 나의 눈치를 힐끗 보더니 나의 마음을 알겠다라는 듯이 천천히 스마트폰을 들어서 경찰서 번호를 누르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를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형인 또한 경찰을 부르면 여러가지 보고도 해야하고 피곤해질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검은색 비니와 뿔테 안경을 쓴 아저씨의 태도와 반응을 보고서 실제로 전화를 할지 결정을 하려는 것 같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