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8화 〉 은세 선배
* * *
그러자 양세향은 마치 큰 건수를 잡았다라는 듯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거 우리 막내 웨이터 아주 상남자였구만? 그래 그래 어디 우리가 한 번 판 깔아줄테니 어디 한 번 너의 관심을 표해봐. 어떻게 판을 깔아 줄까 잔잔하고 부드러운 노래라도 틀어줄까?”
“아닙니다! 제가 직접 노래부르겠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 대박 저 남자 노래로 고백하려나봐!”
“와 미친 공개고백이야? 와 내가 태어나서 살다살다가 공개고백 현장을 다 보네. 우와 어떻게 될까 진짜 궁금하다.완전 흥미진진하잖아?”
“그러게. 우와 저 여자 근데 진짜 이쁘게 생기긴 이쁘게 생겼어. 대학오늘 이런 대학교 잡지 모델 할 것 같은 외몬데 저 남자 고백 성공하면 완전 땡잡았네.”
흔들 흔들 흔들 흔들
나는 이은세 선배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이은세 선배는 완전히 당황한 얼굴로 눈에서 동공지진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은세 선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겠다라는 듯이 완전히 얼이 빠진 얼굴로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이은세 선배를 바라보면서 다가가면서 이승가의 너는 내 사람이니까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를 동생으로만 그냥 그 정도로만
귀엽다고 하지만 너는 내게 사랑이야
니가 아직 모른다고 세상엔 사람 많다고
모른다고 하지만 너는 내게 사랑이야
너가 누굴 만나든지 다른 사람 만나든지
난 그냥 지켜볼 뿐
너는 내 사람니까 너는 내 사람이니까ㅡ]
나는 그렇게 이승가의 너는 내 사람이니까를 부르면서 이은세 선배에게 다가갔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흔들 흔들 흔들 흔들
내가 이은세 선배에게 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옮길수록 이은세 선배는 멘붕이 되는 표정으로 생각에 깊게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꺄아아아아아아 저 남자 대박 고백이다 고백 이승가의 너는 내 사람이니까 부르기 시작했어.”
“우아아아아아아 멋지다 상남자다 진짜 멋있다 크으으으으 저 여자 어떻게 할까? 으아아아아아 너무 로맨틱해”
“아으으으으으읏 잘 모르겠다. 공개고백이 멋있어보이기는하는데 저 여자가 저 남자에게 호감이 없거나 사귈 생각없으면 엄청 부담될텐데…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공개 거절하기 부담스럽잖아. 게다가 그렇다고 마음에 없는데도 공개 고백자리여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 받아들인 이후에 문제가 되기도 하고 흐으으으으으으 나라면 공개 고백 이렇게 받기 싫을 것 같은데..”
그렇게 관객석에서 난리가 나면서 관객들의 소리가 나에게 들리기 시작했다.
스으으으윽
나는 이은세 선배 앞에서 한쪽 무릎을 굽히기 시작했다.
완전히 프로포즈용 자세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은세 선배의 표정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나의 노래가 클라이막스로 가면 갈수록 나의 고백 퍼포먼스도 하이라이트로 가기 시작했다.
[너라고 부를께 뭐라고 하든지
남자로 느끼도록 꽉 안아줄께
너라고 부를께
뭐라고 하든 상관 없어요
놀라지 말아요
알고 보면 어린 사람이라니까]
스으으으윽
그리고 나는 무릎을 일으켜서 방향을 바꿔서 양세향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흔들 흔들 흔들 흔들
양세향은 내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아까 이은세 선배와 마찬가지로 두 눈에 동공지진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내 양세향은 SPS 최연소 공채 개그맨 답게 상황을 파악하고 질겁을 하면서 경악에 물든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으아아아아아아 오지마 오지마 야 야 웨이터들 쟤 말려 말려!”
“야야야야야야야 거기 아니야! 양세향 웨이터님에게 고백을 하면 어떻게 해!”
“야야야야야야야야 그거 금지된 사랑이야 임마!”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야 저 이은세란 여자에게 관심이 있다는 건줄 알았는데 양세향 웨이터에게 관심이 있다는 거였어? 그래서 이은세란 자기 일행 소개 안 시켜준거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미친 대박 웃긴다. 이거 식스 센스급 반전인데? 하긴 우리 세향 오빠가 매력이 좀 쩔기는 하지 푸흐흐흐흐흐흐흐흐흐 남자에게 고백을 받을 정도의 매력 역시 우리 세향 오빠가 최고야.”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근데 저 방청객 아까 이름을 양세창 웨이터라고 소개하지 않았어? 크하하하하하하 양세향 웨이터는 자기 동생에게 고백받는 기분이겠네 크하하하하하 끔찍하다 진짜. 일부러 이름 저렇게 설정한건가? 우와 근데 저 방청객 완전 오늘 코미디 박리그 들었다놨다하네. 지금 SPS 공채 개그맨들이 시나리오 짜논거 제대로 진행도 못 하고 저 방청객 한 명에게 완전 휘둘리는 느낌인데?”
"와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 이은세란 여자분 표정봐 지금 완전 벙쪄있는데? 아까 자기에게 고백하는 줄 알고 완전 두근 두근 거리는 표정으로 동공지진일으키고 있던데 지금 양세향한테 고백하니까 허탈하면서 다행이라면서 아쉽다라면서 한숨쉬면서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바뀌고 있는데? 후하하하하하하 저 여자분 진짜 귀엽다. 저거 진짜 사전에 협의 안 되고 이거 지금 다 애드리브로 진행되고 있나봐. 안 그러면 저 여자 표정 진짜 완전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감이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게 근데 진짜 저 일반인 관람객 뭐냐 어떻게 저렇게 애드리브로 SPS 공채 개그맨들을 뒤집어 놓을 수가 있지? 천하의 양세향도 지금 많이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는 느낌인데? 나 양세향이 방송하면서 저렇게 당황하는 거 처음봤어. 양세향이면 SPS 최연소 공채개그맨출신일정도로 엘리트에다가 방송 베터랑인데 자기한테 갑자기 남자가 그것도 자기 동생 이름 쓰면서 고백하니까 당황하는거 봐봐 진짜 개꿀잼이다 크크크크크크크 이번 코미디 박리그 레전드화 찍겠다 진짜."
그렇게 나는 양세향을 쫒아가려고 하고 SPS 공채 무명 개그맨들은 나를 붙잡고 말리려고 하고 이은세 선배는 무대 위에서 어쩔줄 모르고 대환장 파티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무대 위에서 SPS 공채 개그맨들과 티키타카를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덧 무대가 끝이 났다.
타악
"녹화 끊었다 가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녹화가 순조롭게 끝이 났고 녹화가 끝나자 양세향과 SPS 무명 공채 개그맨 둘이 나와 이은세 선배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어유 녹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아아 근데 혹시 개그맨 지망생이세요?"
"그러게요? 와 진짜 아까 애드리브 치는 거보고 진짜 왠만한 공채 개그맨들 뺨치겠던데요? 솔직히 저도 SPS 공채 개그맨출신인데 아까 여기 올라오신 분 보고서 자괴감 느꼈다니까요?"
"그러니까 말이야에요. 저도 진짜 어디가서 왠만하면 애드리브는 진짜 뒤지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는데 아까 이 일반인 관객분이 애드리브 치는 거보고 정신이 멍해져서 다음 애드리브를 생각할 수 없었어요. 우리 양세향 선배님이나 되니까 애드리브를 유연하게 잘 받아치신거지 저였으면 머리속이 하얗게 되어서 애드리브가 안 나왔을 것 같아요."
"네? 아니에요 저는 그냥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오늘 그냥 여기 계신 동아리 선배님이랑 SPS 공채개그면 연기연극한다고 하길래 공연 관람하러 온 것뿐이에요."
"아 무슨 동아리이신데요?"
"연기연극 동아리요."
"아 그러시구나 어쩐지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잘하시더라니...와 요새 연기연극 동아리는 진짜 남다르게 가르치나봐요. 얼마나 선배들이 잘 가르쳐주면 저렇게 연기를 잘하지? 아무튼 오늘 덕분에 방송 분량 잘 뽑았어요. 관객들도 진짜 빵빵빵빵 터지던데 덕분에 시청률과 조회수 잘 나올 것 같아요. 감사드립니다."
"저희도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방송 즐겁게했어요."
"감사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아 저.............."
그렇게 말을 나누는데 이은세 선배가 할 말이 있다라는 듯이 주저주저하기 시작했다.
"네? 왜 그러시죠?"
"저 실례가 안 된다면 사진 한 장만 같이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러자 양세향과 SPS 공채 무명 개그맨들이 함박 웃음을 지으면서 이야기했다.
"아 네 물론이죠. 저희야 이런 미녀분이 사진을 찍자고 하면 영광이죠 얘들아 뭐해 어서 사진찍을 준비해!"
"네 형님 알겠습니다!"
"네 형님 알겠습니다!"
"꺄아아아아아아 정말요? 아흐흐흐흐흣 너무 행복해. 아아아아아 살다 살다가 내가 양세향님과 SPS 공채 개그맨들님이랑 사진을 찍게 되는 날이 오다니 너어어무우우우 감사합니다!"
그 와중에 아까 방송 상황극대로 웨이터 흉내를 내는 SPS 공채개그맨들. 셋의 합을 보면서 역시 개그맨들은 뼈속까지 개그맨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사진 찍을게요 하나 둘 셋."
찰칵
"한번 더 하나 둘 셋! "
찰칵
"마지막으로 하나 둘 셋!"
찰칵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무대 위에서 내려와서 관객석으로 향했다.
짝 짝 짝 짝 짝
"와아아아아아아아!"
우리가 무대에서 관객석쪽으로 아래로 내려오자 다른 수백명의 관객들이 우리에게 수고했다라는 듯이 박수를 쳐주었다.
꾸벅 꾸벅 꾸벅 꾸벅
꾸벅 꾸벅 꾸벅 꾸벅
나와 이은세 선배는 그러한 관객들에게 꾸벅 꾸벅 인사를 하면서 내려왔다.
관객석에 앉아있는 수백명의 관객들이 나와 이은세 선배에게 박수를 쳐주자 뭔가 큰일을 해냈다라는 기분도 들고 무대를 잘 마친 것 같아서 엄청난 뿌듯함과 행복감이 몰려왔다.
그렇게 자리로 돌아오는데 누가 우리쪽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어라 누구지?'
그렇게 살펴보는데 손에 들고 있는 큐시트나 옷차림 그리고 몸에 지니고 있는 물건들을 봐서 프로그램 PD인듯 했다.
"안녕하세요 코미디 박리그 연출을 맡고 있는 안동철 PD입니다."
띠요요오오옹
'어라 코미디 박리그 연출을 맡고 있는 PD가 왜 우리에게 다가오지? 서..설마 혹시 이은세 선배가 이뻐서 뭔가 스카웃을 하려는 건가?'
"아 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아 저희 프로그램 잘 띄워 주셔서 오늘 진짜 너무 감사드려요. 덕분에 이번에 시청률이랑 조회수는 보장이 된 것 같아요. 여기 방송 프로그램 출연하신 분들께 드리는 상품권 있거든요. 각자 하나씩 받으세요. 문화 상품권 10만원권입니다."
그렇게 안동철 PD는 우리에게 문화상품권 10만원이 담긴 하얀 봉투를 하나씩 건네기 시작했다.
'우와 대박 핵이득!'
"우와아아아 감사합니다!"
"꺄아아아아 감사합니다!"
펄쩍 펄쩍 펄쩍 펄쩍
이은세 선배는 예상치도 못한 득템을 했다라는 듯이 기쁨에 자리에서 펄쩍 펄쩍 뛰기 시작했다.
"아 여기 계신 여성분은 진짜 일반인이라고 하시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우시네요. 나중에 모델이나 연예인 이런거 준비해보셔도 괜찮으실것 같아요."
"아 네 감사합니다."
이은세 선배는 안동철 PD의 말을 듣더니 얼굴이 빨개지며 감사함을 표했다.
"아 그리고 남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아 네 저는 유명한이라고 합니다."
"남자분은 제가 PD 경험상 말씀드리는 건데 애드리브와 끼가 진짜 장난이 아니시던데요? SPS 공채 개그맨들도 그런 애드리브와 끼를 가진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은데 진짜 아까 보고 입을 다물지 못 했어요. 어떻게 그렇게 애드리브와 끼를 가지실 수 있죠? 혹시 연극영화과나 예술 종합 학교 다니세요?"
"아뇨 저는 일반 대학생이고 그냥 학교에서 연극영화 동아리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아아 그러시구나....그냥 연극영화 동아리 취미로 하시는 수준은 아니신것 같던데...혹시 나중에 개그맨 되실 생각이나 방송 한 번 더 출연하고 싶으신 의사 있으시면 이리로 연락 한 번 주세요."
뒤적 뒤적 뒤적 뒤적
그렇게 안동철 PD는 자신의 주머니 안쪽을 꺼내더니 내게 명함을 내밀었다.
머어어어엉
나는 안동철 PD가 자신에게 나중에 개그맨 될 생각이나 방송 출연을 한 번 더 할 의사가 있으면 연락을 하라고 명함을 건넬 줄 몰랐었기 때문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그리고 내 옆에서 이은세 선배도 굉장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나와 안동철 PD 그리고 명함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