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0화 〉 필라테스 학원 4
* * *
그렇게 나는 이왕 이현지 강사를 선택한 것 후회를 멈추기로 하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와서 이현지 강사를 기다렸다.
이현지 강사는 확실히 여자라서 그런지 나보다 옷을 갈아입는 시간이 더 오래걸렸다.
그렇게 조금 이현지 강사를 밖에서 기다리니 이현지 강사가 옷을 다 갈아입고 필라테스 학원밖으로 나왔다.
‘어우야.’
이현지 강사는 하얀색 테니스 치마와 하늘색 와이셔츠를 입고서 걸어나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호카리스웨트 씨에프의 한장면처럼 너무도 상큼하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게다가 금발 머리카락으로 염색한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섹시함과 아름다운 느낌을 동시에 내게 전달해주었다.
‘하악 하악 하악 하악 금발머리 개쩐다. 피부톤도 하얘서 너무 잘 어울리네. 아아아아 이현지 강사 따먹으면 백마 따먹는 느낌 나려나. 안 그래도 백마 한 번 따먹어보고 싶었는데 대리만족 느낌이 나겠지?’
두리번 두리번 두리번 두리번
그렇게 이현지 강사는 밖으로 나와서 두리번 두리번 하더니 몰래 숨어있듯이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밝게 웃으면서 달려왔다.
다다다다다
“명한씨이~!”
그렇게 내가 달려오는 이현지 강사. 마치 퇴근을 마친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인 나를 발견하고 달려오는 것 같아서 느낌이 묘했다.
확실히 필라테스 학원 안에서 이현지 강사를 만날 때와 필라테스 학원 바깥에서 이현지 강사를 만날 때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필라테스 학원 안에서 이현지 강사를 만날 때는 뭔가 공적인 느낌이었다면 필라테스 학원 밖에서 만날때는 뭔가 사적인 느낌이랄까? 나뿐만 아니라 이현지 강사도 그렇게 느끼는지 필라테스 학원 밖에서 나를 부르면서 다가올 때 뭔가 사적인 느낌을 더 담아서 나를 대하는게 느껴졌다.
“네 여기에요.”
“죄송해요 제가 시간이 좀 걸렸죠 오래기다리셨어요?”
“아뇨 저도 방금 나왔어요.”
“헤헤헤헤헤 그럼 가볼까요? 안 그래도 저도 가지고 있는 레깅스 중에 하나가 다 닳아서 레깅스 하나 사려고 했는데 명한씨 덕분에 살 수 있게 되어서 기쁘네요. 사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해도 되긴되는데 그럼 직접 보고 또 입어보고 사는 거랑 차이가 많이 나거든요. 환불이나 반품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구요. 그래서 근처에 매장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 명한씨 덕분에 이번에 레깅스 사게 되어서 기분이 좋아요. 후후후후훗.”
“그런데 이현지 강사님 길치세요? 평소에 똑부러지시고 필라테스 룸 안에서는 뭐든지 잘하셔서 길치일줄은 몰랐는데.”
“네 저 심각한 길치에요. 친구들이 지도 보내주고 찾아오라고 해도 반대방향으로 가거나 혼자 헤매요. 그래서 처음 가보는 장소에 가면 꼭 헤매고 약속 시간에 늦은 적도 많아요. 히이이이잉 제가 진짜 평소에 약속을 잘 안 지키거나 시간 감각이 없는 사람이 아닌데 길치라서 길 헤매다가 늦는 건데 그거 모르는 사람들은 저에 대해서 오해를 해서 속상해요. 친한 사람들은 저에 대해서 잘 알아서 이해를 해주고 그려려니 하는데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저에 대해서 많이 오해를 하거든요. 그래서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몇 있어요. 약속 시간 개념이 없어서 늦은게 아니라 길을 헤매서 늦은건데 히이이이이잉.”
그렇게 억울하다라는 듯이 양볼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이현지 강사.
나는 순간 이현지 강사의 양 볼을 쭈우우우우욱 잡아당겨보고싶다라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이현지 강사와 그정도 장난을 칠 만한 사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간신히 그 욕구를 억눌렀다.
“자 그럼 갈까요?”
“네.”
그렇게 나는 이현지 강사와 나이카 매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후후후후훗 근데 명한씨에게 저 길치라고 솔직하게 말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네요. 뭔가 제가 가지고 있는 비밀을 공유하는 기분이랄까.”
“하하하하하하 저도 이현지 강사님이 가진 비밀을 저에게 공유해주시니 좋네요. 그만큼 제가 마음이 편하고 또 어느정도 친해진 사람이라는 거잖아요.”
“후후후후훗 글쵸. 저 사실 비밀 한 가지 더 있어요.”
“뭐요?”
“헤헤헤헤헤헷 말할까 말까...말할까 말까..에잇 말하자. 저 사실 명한씨와 같이 레깅스 사러가자고 한 이유가 또 하나 더 있거든요.”
“뭔데요?”
“제가….좀 심각한 결정 장애에요.”
“결정 장애요?”
“네 뭔가 살려고할때 이거 살까 저거 살까 엄청 고민하다가 잘 못 고르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명한씨랑 같이 레깅스 사러가면 명한씨가 레깅스 잘 골라 주실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제가 여자다보니 주위 여자 친구들과 같이 레깅스를 사러가서 여자들이 이뻐하는 레깅스는 많이 샀거든요? 그런데 또 여자다보니까 남자들에 보았을 때 이쁜 레깅스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커서..아무래도 이게 성별 차이가 있다보니까 여자들이 봤을 때 이쁜 레깅스랑 남자들이 봤을 때 이쁜 레깅스랑 다르잖아요. 마치 여자들이 이쁘다라고 생각하는 몸매랑 남자들이 이쁘다라고 생각하는 몸매랑 다른 것처럼요. 그래서 남자들이 봤을 때 이쁘다라고 생각하는 레깅스를 사고 싶었는데 뭔가 주위의 남자들이랑 레깅스를 사러가기에는 민망하고 저희 필라테스 학원에서 유일한 남자 회원님이신 명한님과 같이 레깅스를 사러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게다가 명한씨 레깅스 입고 오시는 거 보면 레깅스에 대해서 잘 아시는 것도 같고 많이 사보신 분 같아서요. 핑크색 레깅스를 사실 정도면 얼마나 많은 레깅스를 사보고시고 그런 파격적인 시도를 하셨겠어요 후후후후후훗. 검은색 레깅스나 하얀색 레깅스 회색 레깅스 이런거 다입어보시고 그런 무난한 색깔에 질리셔서 가장 파격적인 핑크색 레깅스를 사신거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남자 레깅스 끝판왕인 명한씨의 도움을 받아보고 싶었어요.”
‘아닌데; 나는 그냥 빡빡히 아저씨가 핑크색 레깅스를 입길래 따라산건데? 아아 그러고보니까 빡빡히 아저씨가 이현지 강사가 말한대로 온갖 레깅스를 다 입어보고서 다 질려서 최후의 색으로 가장 파격적인 핑크색 레깅스에 종착한건가? 하긴 운동 끝판왕인 빡빡히 아저씨라면 그럴 수 있겠네.’
나는 왜 빡빡히 아저씨가 핑크색 레깅스를 입고 너튜브에 나오는지 이현지 강사의 말을 통해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현지 강사의 기대감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마치 핑크색 레깅스가 처음부터 나의 선택이었던 마냥 행동하기로 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역시 파격의 끝은 핑크색 레깅스죠. 제가 레깅스 잘 골라드릴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헤헤헤헤헷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하하호호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가다보니 어느덧 나이카 매장에 도착했다.
“여기에요 이현지 강사님.”
“아아아아아 여기에 나이카 매장이 있었구나. 아아아아 명한씨에게 같이 오자라고 하길 잘했네요. 이렇게 구불구불 복잡하게 걸어와서 찾아와야했으면 저 혼자왔었으면 백퍼센트 길을 잃었을 거에요. 아아아아 명한씨랑 오길 잘했다.”
솔직히 필라테스 학원에서 나이카 매장으로 오는 길은 골목을 많이 지나야 되어서 복잡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일반인 정도의 길찾는 수준이라면 조금 헤매긴 해도 못 찾을 수준은 아니였다. 나는 길을 잃어버렸을 것이라는 이현지 강사의 말에 왠지 이현지 강사가 귀여운 여자 어린아이처럼 느껴지면서 매우 귀엽게 느껴졌다.
“자 그럼 들어갈까요?”
“네 가요!”
이현지 강사는 마치 장난감 가게에 이현을 사러 들어가는 여자 어린 아이처럼 두근 두근 거리는 눈빛으로 나이카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덜컥
“안녕하세요 나이카 매장입니다. 뭐 찾으시는 물건 있으세요?”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이카 매장 아르바이트 직원이 우리를 반겼다.
나이카 매장 아르바이트 직원을 보니 그때 김인지랑 같이 핑크색 레깅스를 사러왔을때 나를 맞이한 점원이었다.
‘’ 아 그때 그 점원이네 나를 기억하진 못 하겠지.’
그렇게 무심하게 나는 당연히 나이카 매장 아르바이트 직원이 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했다.
“아 저 레깅스 좀 보러왔는데요.”
“아아아아 그때 레깅스 사가시고 또 사러 오신거세요? 저희 제품이 마음에 드셨나봐요 감사합니다. 이쪽으로 안내해드릴게요.”
‘으이이이잉? 대박 나를 기억하고 있다고? 여기 손님들 수백명 왔다갔다할텐데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거지? 혹시 내가 저 나이카 매장 아르바이트 직원의 남자 취향이라서 나를 기억하고 있는 건가? 흐흐흐흐흐흐흐흐 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생긴 축에 속할지도?’
“아 저 기억하세요?”하하하하하하 수백명의 손님 중에서 저를 기억하실 줄은 몰랐는데.”
그러자 나이카 매장 아르바이트 직원이 내게 당연하다라는 듯이 말했다.
‘그럼요! 저희 매장에서 처음으로 남자 핑크색 레깅스를 사가신 분인데요! 사실 저희 매장 직원들끼리 남자 핑크색 레깅스를 전시하면서 이것을 과감하게 사가시는 남자분 있을까 없을까에 대해서 한 번 격렬한 토론이 이루어졌던 적이 있었거든요. 왜냐하면 매장 디스플레이를 해놔야 안해놔야 하나 아니면 위치를 어디에 위치시키느냐 이런게 저희 나이카 매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젠데 그때 사가셨던 남자 핑크색 레깅스가 가장 핫한 주제였고 또 사람들에게 의견이 갈리는 아이템이었거든요. 저는 그때 그래도 분명히 남자 핑크색 레깅스 사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디스플레이를 해놔야한다라고 주장을 하는 입장이였고 제 동기랑 치열한 논쟁끝에 디스플레이를 해놨었는데 디스플레이를 해농늦 한달이 지나도 아무도 안 사가셔서 제가 틀린건가 하고 시무룩해 있었는데 고객님께서 똭! 나타나셔서 전시해놓은 남자 핑크색 레깅스를 사가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헤헤헤헤헤헤 오늘도 핑크색 레깅스 사러 오신거에요?”
'아아아아아 그랬구나. 나는 또 내가 잘생기거나 마음에 들어서 나를 기억하고 있는 건줄 알았네. 뭐 아쉽긴해도 어쩔 수 없지 그래도 핑크색 레깅스 때문에 나를 기억하고 있는게 어디야. 와 근데 내가 그럼 여기 나이카 매장에서 처음으로 남자 핑크색 레깅스를 사 간 사람이란건가? 왠지 처음이라니까 뿌듯한데? 게다가 이 나이카 매장 여자 아르바이트 직원은 남자 핑크색 레깅스 찬성파로 디스플레이를 해놔야 한다라는 입장이었는데 내가 그것을 사실로 확인시켜줬으니까 엄청 뿌듯하겠네. 아아아아 왠지 이 나이카 매장 여자 아르바이트 직원은 실망시키기 싫다.'
"아 네 뭐 혹시 새로운 디자인 나온 것 있나 보러오기도 했고 또 여기 여성분이 필라테스 학원 강사님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여기 매장에서 산 나이카 핑크색 레깅스 입어보고서 필라테스 학원에서 여기 학원 강사님에게 좋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여기 필라테스 학원 강사님도 디자인도 그렇고 마음에 든다고 오늘 같이 가보자라고 해서 제가 여기로 모시고 온 거에요."
"헐 대박 단순히 남자 핑크색 레깅스를 사 가신 것뿐마 아니라 필라테스 학원 강사님에게 영업까지 해오신거에요? 아아아아아 너무 감사해서 어떻게 하죠? 게다가 여기 계신 여성분이 필라테스 학원 강사님이면 레깅스 입고 강의 하시면 엄청 홍보 효과도 될 것 같은데. 아아아아아 이렇게 감사한 손님을 저희가 그냥 보낼 수 없죠. 저 제가 여기 나이카 매장 아르바이트 직원이어서 특별하게 큰 권한은 없지만 담당자님과 친하거든요. 담당자님에게 말씀드리면 직원할인가로 10% 할인된 가격으로 오늘 사시는 거에 한해서 제공해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헐 대박 10% 디스카운트 해준다고? 그것도 나이카 정식 매장에서? 대박. 나 살면서 나이카 정식 매장에서 10% 디스카운트 따로 받아본 적 한 번도 없는데. 만약에 세일기간이면 몰라도. 10%긴하지만 따로 혜택을 적용받아서 할인받으니 이거 뭔가 나이키 VIP가 된 것과 같은 느낌인데? VIP가 되면 이런 느낌이려나? 으아아아아아 핑크색 레깅스야 고맙다 고마워!'
"헐 대박 진짜요? 그렇게 해주실 수 있으세요?"
"와 명한씨 대박. 10%면 어디에요? 우와 원래 이런 나이카 매장은 무조건 정가로 사야하는데 10%면 저희야 너무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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