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화 〉 신입생 연극연습
* * *
그렇게 이은세 선배와 나는 맥주와 안주를 먹으며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다.
“........................”
내 앞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내가 쓴 시나리오를 몰두해서 읽는 이은세 선배. 단 둘이서 동아리방에 앉아서 술을 마시니 무언가 커플이 된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은세 선배는 테이블 위에 앉아 나의 시나리오를 읽는데 자신의 머리카락이 방해가 되는지 자신의 머리카락을 귀뒤로 넘겨 귀에 고정시킨 채 나의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다.
이은세 선배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귀뒤로 넘겨서 고정시키자 이은세 선배의 귀와 새하얀 목선이 시야에 들어왔다.
꿀꺽 꿀꺽 꿀꺽 꿀꺽
“하아아아아..”
그렇게 집중해서 나의 시나리오를 맥주를 마시면서 읽는 이은세 선배. 맥주를 마실 때 목넘김이 너무도 섹시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이렇게 가까이서 이은세 선배의 모습을 관찰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 또한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꿀꺽 꿀꺽
“크하아아아아…”
‘후우우우우우 멀리서 볼 때도 이뻤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더 예술이네. 이은세 선배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피부도 진짜 깨끗하고 잡티하나없잖아? 피부도 미인이었구나.’
보통 여자들이 피부가 안좋은 경우 가까이서보면 화장으로 가려도 흔적이 보이거나 안 좋은 부분이 눈에 보여야 하는데 이은세 선배의 피부는 티하나 없이 맑고 깨끗했다.
나는 그런 이은세 선배의 모습을 곁눈질로 힐끗힐끗보며 이은세 선배의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어우야.’
이은세 선배는 내 바로 앞에서 시나리오를 상체를 숙이고 읽고 있었기 때문에 이은세 선배의 티셔츠 사이로 이은세 선배의 가슴골이 나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각도 탓에 가슴 안을 들여다 볼 수는 없었지만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이은세 선배의 새하얀 속살과 공간이 나를 짜릿하게 만들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이은세 선배와 단둘이 동아리방에서 술마시면서 이은세 선배의 가슴골을 훔쳐보고 있자니 미치겠네 이거.’
꿀꺽 꿀꺽 꿀꺽 꿀꺽
“하아아아아아..”
흘깃 흘깃 흘깃 흘깃
이은세 선배는 전생에서의 나에게 선망이 대상이었지만 가까워질 수 없는 존재였기에 나는 애꿎은 맥주만 탐내며 이은세 선배를 흘깃 흘깃 쳐다보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이은세 선배는 시나리오 읽던 것을 마치고 나를 쳐다보았다.
이은세 선배의 눈에 놀라움과 기대감이 가득하였다.
‘됐어 이건 긍정적 신호지?’
“어때요 은세 선배?”
“와 너 시나리오 이정도 일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더 괜찮은데?”
“아 진짜요? 진심이세요?”
“그러어어엄~ 혜진이랑 나은이랑 연기하는 것만보고 시나리오에 대해서 추측했었는데 막상 시나리오 읽어보니 엄청 디테일하게 설정해 놨었구나?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써놨을 줄은 몰랐는데 연극영화 동아리 1학년 신입생이 만든 설정과 시나리오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자세하고 세밀하게 짜여 있네.”
“하하하하하 진짜요? 감사합니다.”
“응응응응 나 궁금한거 있는데 여기 설정은 왜 이렇게 나온 거야?”
흥미진진하다라는 듯이 내 쪽으로 몸을 굽히고 물어보는 이은세 선배. 이은세 선배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자 이은세 선배의 풍만한 C컵 가슴과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가슴골이 더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이은세 선배가 내미는 시나리오를 보는 척하면서 이은세 선배의 가슴골을 몰래 훔쳐보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미치겠다 이은세 선배의 가슴골.’
전생에서는 여자가 나와 대화를 하기 위해 이렇게 적극적으로 몸을 기울이고 이야기를 시도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는 눈 앞에 보이는 이은세 선배의 가슴골이 너무도 아찔하게 느껴졌다.
“아 거기 설정은요…”
나는 내가 짜온 시나리오를 이미 수십 수백번 읽었었기 때문에 이은세 선배에게 막히지 않고 술술 설명할 수 있었다.
이은세 선배는 내가 쓴 시나리오가 많이 궁금하다라는 듯이 내가 쓴 시나리오의 디테일들을 이곳저곳 넘겨가면서 나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은세 선배에게 대답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
이은세 선배가 나에게 시나리오의 디테일에 대해서 하나 둘씩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물어보는 것은 자신이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 반 그리고 진짜 내가 쓴 시나리오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물어보는 것 반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은세 선배는 매우 능숙하게 연극영화 동아리 회장답게 다른 의도없이 순수하게 궁금한 듯이 물어보고 있었지만 후생에서 전생으로 회귀한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 수법이었다.
물론 전생의 20살 때에 나였다면 이은세 선배가 두 가지 목적으로 내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신나게 이은세 선배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하며 이은세 선배의 질문에 대답을 했었겠지만 나는 전생에 30살까지 살았던 몸으로서 군대 눈치 짬밥 및 회사 생활 짬밥으로 그리고 10년 인생의 짬밥으로 지금 이은세 선배의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나에게 눈치채지 못하게 내가 쓴 시나리오가 맞는지 아닌지 교차검증까지 하려는 이은세 선배를 보면서 이은세 선배가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흐흐흐흣.”
“으응? 갑자기 왜 웃어 명한아?”
갑자기 내가 웃자 의아하다라는 듯이 묻는 이은세 선배. 나는 그러한 이은세 선배가 귀엽다라는 듯이쳐다보면서 말했다.
“은세 선배 지금 저한테 시나리오 디테일하게 물어보는거 제 시나리오가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도 있지만 제가 쓴 시나리오 맞는 지 확인하는 의도도 있지요?”
“흐아아아아앗? 아니 그...그게?”
데굴 데굴 데굴 데굴
이은세 선배는 이은세 선배답지 않게 두 눈을 데굴 데굴 걸리면서 당황스러워 했다.
잠시 당황스러워하며 어쩔 줄 모르는 이은세 선배가 고개를 푹 숙이면서 내 눈치를 살피면서 말했다.
“그….저기 어떻게 알았어?”
‘이래봬도 저 30살까지 살았다가 회귀한 인생이라구요. 아무리 그래도 21살짜리 사회경험도 안 한 여자애랑 군대갔다오고 직장생활까지 한 저랑 같겠습니까?’
“아 제가 원래 남을 관찰하는데 능숙한 편이어서요. 어제 이은세 선배가 말한 것도 있었잖아요. 무언가 질문을 듣다보니까 단순 호기심에서 물어보는게 아니라 제가 쓴 시나리오가 맞는지 교차검증을 하려는 의도도 보이는 것 같아서 물어봤어요.”
그러자 이은세 선배가 많이 당혹스럽다라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가 내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후아아아아아….나름 연극영화 동아리 2학년에서 연기를 잘 하는 편이라서 안 들킬줄 알았는데 들켜버렸네...미안해 명한아 나쁜 의도는 없었어.. 그냥 처음에는 순수히 궁금해서 물어보다가 생각해보니까 연극영화 동아리 2학년 반대파애들이 교차 검증 해달라고 한 것이 기억이 나서 하는 김에 했을 뿐이야. 기분 나쁘거나 그러지 않았지?”
“네 전혀요. 어차피 어제 은세 선배가 설명해주셨잖아요. 어제 설명을 안 하고서 제가 쓴 시나리오가 맞는지 교차검증을 받는 거였다라면 기분이 나빴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제 은세 선배 설명 들어서 기분 특별히 나쁘지 않아요. 그리고 어차피 저도 이렇게 제가 쓴 시나리오 맞는지 교차검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물어보세요.”
“진짜아아아?”
이은세 선배는 마치 물건을 훔치다 들킨 어린 아이처럼 두 눈을 댕굴댕굴 굴리면서 나에게 물었다.
안그래도 이은세 선배는 두 눈이 큰 편인데 그 큰 두눈을 댕굴댕굴 굴리니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후후후후후 그래도 끝까지 내가 쓴 시나리오 교차검증하려고 했던거 아니라고 잡아뗼 수도 있었을텐데 솔직하게 인정하고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거보니까 이은세 선배도 참 순수한 편이긴 한가보구나. 2학년이여도 때가 덜 묻었네.’
그렇게 이은세 선배는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나에게 내가 쓴 시나리오에 대해서 물어보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쓴 시나리오여서 그렇게 된 배경과 이유 그리고 디테일 하나 하나까지 다 설명을 해주기 시작하였다.
이은세 선배는 내가 배경과 이유 그리고 디테일을 하나 하나 다 설명하자 감탄을 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나는 이은세 선배와 이렇게 1:1로 앉아서 이은세 선배가 내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었던 적이 전생에서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이은세 선배에게 설명을 해주는 지금 이순간이 매우 행복하고 기분이 좋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설명해주고 나자 이은세 선배는 마침내 내가 쓴 시나리오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라는 듯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 됐어.”
“됐다니요 뭐가요?”
“명한이 너가 쓴 시나리오 맞는 것 같아. 너가 다른데서 베껴오거나 다른 사람이 쓴 거를 가져왔으면은 너가 이렇게까지 설명을 못 했을 거야. 너가 설명한 거 들으니까 확실히 그림이 그려지듯이 시나리오가 그려지네. 연극영화 동아리 반대파 애들한테는 내가 너가 쓴 시나리오 맞다고 확실히 보증할게. 그런데...미안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가 쓴 시나리오를 연극영화 동아리 주축들이 쓸 수 있다라는 보장은 없어. 연극영화 동아리 반대파 애들한테 너가 쓴 시나리오가 맞다라는 것을 입증해서 걔네가 연극영화 동아리 주축 연극에 쓸지 안 쓸지 고려를 해보게 만드는 것이지 통과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니까..”
“아 네 뭐 예상하고 있었어요. 사실 제가 만약에 연극영화 동아리 주축 입장이여도 반대 입장이 이해가 갈 것 같아요. 연극영화 동아리 주축 선배님들중에 시나리오 쓰시는 선배님들도 많으신데 시나리오 채택 안 되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런 분들이 자기 시나리오도 채택이 안 되었는데 새파란 이제 곧 연극영화 동아리 들어온 새내기 시나리오가 채택이 된다라고 하면 자존심이 상할만도 하죠.”
“호오…..명한이 너 생각보다 더 어른 스럽구나. 이렇게까지 생각이 깊은 애인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이은세 선배는 나를 조금 다르게 본다라는 듯이 감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네 그래서 뭐 안 되면 어쩔 수 없죠. 이해해요. 뭐 각자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는 거니까요.”
내 말을 듣자 이은세 선배는 그런건 안 된다라는 듯이 강력히 의지를 다지는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그래도 내가 연극영화 동아리 반대파 주축 애들 잘 설득해볼게. 잘 쓴 시나리오는 학번이나 학년에 상관없이 채택이 되어야지 그렇게 학번이나 학년따라서 시나리오 가리고 그러면 연극영화 동아리 발전을 저해하는 거지. 나는 연극영화 동아리 회장이니까 좋은 시나리오를 선별해서 추천하고 채택을 해야할 의무가 있어.”
그렇게 자신이 연극영화 동아리 회장임을 어필하며 좋은 시나리오는 채택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이은세 선배. 역시 연극영화 동아리 회장으로 추천이 되어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아아아아 그나저나 여기 2화까지 쓴거지. 3화가 궁금한데 3화는 언제나와?”
“3화 지금 쓰고 있었는데 하다가보니 아이디어가 막혀서요.”
“어디에서 막혔는데?”
“아 여기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과 단 둘이 술마시는 장면인데요.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서 술 마시면서 은근히 끼를 부리는 장면이거든요.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호감을 표출하면서 은근하게 유혹하는 장면인데….문제는 제가 경험이 없어서요.”
“으잉 무슨 경험?”
“아 으아아아아아아 말하기 부끄러운데 크으으으으윽.”
도리 도리 도리 도리
나는 일부러 이은세 선배 앞에서 머리를 쥐어짜면서 머리를 양옆으로 헝클이며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후우우우우우 할 수 없지. 명한아 진정해. 말하자. 크으 사실 제가 여자랑 일 대 일로 술마셔본 경험이랑 여자가 저에게 호감을 표출하면서 은근하게 유혹하는 경험이요. 이게 은세 선배도 알다시피 시나리오를 쓰는덴 작가 본인의 경험도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이런 상황이 한 번도 없다보니 시나리오를 쓰는데 머리속에서 장면이 막히는 거에요. 무언가 꿈을 꿀때도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생기는데 인풋이 없으니 아웃풋이 안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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