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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미소녀 게임-116화 (116/599)
  • 〈 116화 〉 신입생 연극연습

    * * *

    그렇게 일부러 천천히 동아리방에서 가방을 가지고 나와서 다시 박혜진과 이나은에게 갔다.

    “왜 이렇게 늦었어~~~”

    “우이씨 빨리 좀 오지 궁금해서 죽을 뻔 했잖아~~~~”

    마치 오랜시간 집을 비운 주인을 기다린 강아지들 마냥 내가 다시 오자 쪼르르르르 내게 달려오는 박혜진과 이나은이 매우 귀엽다고 느껴졌다.

    “아 잠시 선배님들이 아까 시나리오에 대해서 뭐 좀 물어보셔서 그것 좀 대답해드리고 왔어. 미안해.”

    “아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빨리 대본 봐봐.”

    “아 진짜 선배님들이 너 시나리오 많이 마음에 들었나보네. 그것보다 빨리 대본 보여줘.”

    그렇게 마치 먹이를 재촉하는 강아지들 마냥 내 앞에 서있는 박혜진과 이나은. 나는 그들에게 내가 써온 시나리오 2화를 건넸다.

    “아싸~”

    “와 시나리오 2화다.”

    그렇게 박혜진과 이나은은 내가 준비해온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다.

    “..................................”

    “..................................”

    아무말없이 그 자리에 앉아서 내가 가져온 시나리오 2화를 정독하기 시작하는 박혜진과 이나은. 나 또한 그들의 반응이 궁금하였기 때문에 숨을 죽이고 그들이 내가 가져온 시나리오 2화를 다 읽기를 기다렸다.

    조금 기다리자 박혜진과 이나은이 내가 가져온 시나리오 2화를 다 읽고 나를 쳐다보았다.

    “............와 대박……..재밌어………. 꿀잼이야..”

    “..........와 나도 재밌게 읽었는데 혜진이 너도? 와 나 진짜 이 시나리오 너무 마음에 들어. 명한이 너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를 만들어 가지고 와? 상상력이 진짜 풍부한데? 어렸을 때 무슨 씽크빅 교육이라도 받은 거야? 솔직히 연극영화 동아리 주축 선배들이 써놓은 시나리오보다 더 잘썼는데?”

    “진짜?”

    “응응 나 그동안 공강시간에 할 거 없을 때 연극영화 동아리방와서 연극영화 동아리 주축 선배들이 써놓은 시나리오 읽었었는데 그 시나리오들보다 명한이 너가 써온 시나리오가 더 흥미진진하고 재밌는 것 같아.”

    “응 나도 공감해. 나는 나은이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들 시나리오 꽤 많이 읽어봤었는데 명한이 너의 시나리오가 제일 흥미진진하고 좋아.”

    “아아 좋게 말해줘서 고마워 기쁘네.”

    “우리 말 나온김에 시나리오 2화도 연습해보고 갈까?”

    “그래 그러자.”

    그렇게 우리는 남은 동아리 시간 동안 시나리오 2화까지 연습을 마쳤다.

    “자 연극영화 동아리분들 모두 모이세요.”

    “네~”

    우리는 이은세 선배의 말에 따라 연극영화 동아리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자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구요.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연극영화 동아리 정기연습 시간에 또 봐요.”

    “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짐을 싸고 집에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명한아 나랑 나은이도 가볼게. 우리 시나리오 2화도 열심히 연습해올게.”

    “응응 맞아 혜진이랑 열심히 연습해올게. 오늘 수고 많았어.”

    “그래 잘 가 다음에 보자.”

    그렇게 박혜진과 이나은은 팔짱을 끼고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 즐거운 연습이었다. 역시 이쁜 여자들과 함께 있는건 언제 있어도 질리지가 않는다니까. 크으 아직도 저 둘을 내 자지로 이어줬다라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네. 아아 오랜만에 연기연습했더니 피곤하네. 나도 집에 돌아가서 잠 좀 자볼까?’

    “명한아.”

    ?

    뒤를 돌아다보니 이은세 선배가 서있었다.

    “아 네 선배 왜요?”

    “혹시 이 이후에 일정이 있니?”

    “네? 아뇨 특별한 일 없는데요 왜요?”

    “아 그래? 그럼 누나랑 저녁먹으면서 이야기 좀 할래?”

    ­띠용?

    ‘어라? 이은세 선배가 나랑 같이 저녁을 먹자고 왜 그러지?’

    “아 네 저야 감사하죠. 네 같이 저녁먹으러 가요.”

    나는 이은세 선배가 뜬금없이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가자라고 한 데서 의아함을 느꼈지만 이은세 선배와 같이 미녀와 저녁은 나에게는 전혀 손해볼 것이 없었기 때문에 냉큼 대답했다.

    “잠시만 그럼 나도 짐 좀 챙겨 나올게.”

    그렇게 이은세 선배는 연극영화 동아리방에 들어가 다시 자신의 짐을 챙겨 나왔다.

    “자 갈까?”

    “네.”

    그렇게 우리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학생회관을 빠져나왔다.

    ­싸아아아아아

    학생회관을 나오니 시원한 저녁 공기가 우리를 감싸주었다.

    “명한아 우리 저녁 뭐 먹을까? 명한이 너는 뭐 좋아해?”

    “저는 아무거나 다 잘 먹는데요? 이은세 선배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그래? 여기 학교 앞에 콩나물 불고기 전문점 있는데 거기 갈래? 거기 맛있어.”

    ‘어유 이은세 선배랑 저녁을 먹으면 뭐가 안 맛있겠습니까? 당장 가죠.’

    “아 네 좋아요.”

    그렇게 이은세 선배와 나는 콩나물 불고기 전문점으로 향했다.

    ­띠링

    “어서오세요. 화랑 콩나물 불고기집입니다. 두 분이세요?”

    “네 두 명이요.”

    “네 안쪽 자리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점원이 안내해주는 자리로 이동했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콩나물 불고기 2인분이랑요 명한아 너 사이다 마실래?”

    “아 네 시켜주시면 감사하죠.”

    “그래 사이다 한 병 주세요.”

    “네 콩나물 불고기 2인분이랑 사이다 하나요. 다른 건 필요하신거 없으시죠?”

    “네 필요하게 되면 말씀드릴게요.”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렇게 직원이 주문을 받고 나가자 이은세 선배는 수저를 꺼내 세팅하기 시작했다.

    “아 선배 제가 할게요.”

    “아냐 가만있어 내가 해줄게.”

    “아 감사합니다.”

    그렇게 내 자리와 자신의 자리에 수저를 세팅하는 이은세 선배.

    이은세 선배가 나를 위해 수저를 세팅해주는 모습이 무언가 감격스러웠다.

    전생에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도 이은세 선배와 1:1로 밥을 먹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이렇게 빨리 이은세 선배와 같이 저녁을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아직까지도 많이 얼떨떨하였다.

    ‘그런데 이은세 선배가 왜 나한테 저녁을 먹자고 한 걸까? 벌써 나한테 호감이 생긴걸까? 흐아아아아 이나은에 이어 박혜진에 이어 이은세 선배까지 따먹게 되면 트리플 크라운인데 이거 한 동아리에 내 자지로 이어진 자지동서가 세명이다되면 진짜 꿈 같을 텐데 말이야. 그것도 연극영화 동아리에서 제일 예쁜 세 명 말이지. 크크크크크 이게 현실 미소녀 게임이 되어서 벌써 이은세 선배도 나한테 반해서 데이트 신청을 한건가?’

    나는 이은세 선배가 나에게 저녁을 먹자고 한 것에 대해 한껏 의미를 부여하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명한아 사실 내가 너에게 저녁 먹자고 한건.”

    ­꿀꺽

    “네.”

    “너의 시나리오에 대해서 동아리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서 말야.”

    ‘아아 나의 시나리오 때문에 그런건가? 어쩐지 벌써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빠져들어서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 건 아니겠지. 연극영화 동아리 2학년 퀸카인 천하의 이은세 선배가 말야.’

    나는 이은세 선배가 나에게 빠져서 저녁을 먹자라고 한 것이 아닌 것에 대해 살짝 실망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오히려 그게 더 말이 안되는 시나리오여서 아쉬운 마음을 금방 털어버리고 서로의 대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 제 시나리오에 대해서요? 아 아까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기는 하시더라구요.”

    “으응 근데 그 관심이 그냥 관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2학년 공연에도 써보는게 어떻냐라는 의견까지 나와서 말이야.”

    ­두둥!

    ‘헐 진짠가? 연극영화 동아리 2학년이 하는 공연에 1학년이 쓴 시나리오를 쓴다고? 내가 전생에서 있을 때는 그런 일이 없었었는데?’

    보통 1학년이 써온 시나리오는 허접한 경우가 많아서 연극영화 동아리 2학년이 하는 공연에 채택되기는 커녕 연극영화 동아리 1학년이 하는 공연에 쓰이는 경우도 드물었다.

    한 마디로 이거는 동아리 역사상 유례가 없는 파격적인 논의였다.

    ‘하긴 동아리 역사상 유례가 없이 내가 회귀를 하긴 했겠지. 세상에서 회귀를 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

    “아 그런데 명한아 미안한데 너 시나리오를 공연에 쓰겠다라는게 아니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콩나물 불고기 2인분 주문하신거 맞으시죠? 불판에 구워드리겠습니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여기 사이다 가져다 드렸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은세 선배는 중간에 점원이 콩나물 불고기 2인분을 가지고 와 철판에 굽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익

    “........................”

    “.........................”

    잠시 우리 둘 사이를 감싸는 침묵. 이은세 선배가 말을 하다가 멈추니 엄청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으잉 만약에 내 시나리오를 공연에 쓰겠다라는게 아니면 그럼 뭐지? 으아아아 한국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잖아. 말을 하다가 마는 것’

    나는 순간 답답함을 느꼈지만 우리 사이에서 점원이 콩나물 불고기를 굽고 있었기 때문에 이은세 선배에게 재촉을 하기 애매한 상황이었다.

    ­따악

    ­콸 콸 콸 콸

    ­콸 콸 콸 콸

    이은세 선배는 특별히 지금 말을 하기가 애매하다고 느꼈는지 사이다를 따서 두 컵에 따르기 시작했다.

    “자 여기.”

    “감사합니다.”

    ‘역시 답답함에는 사이다지.’

    ­벌컥 벌컥 벌컥 벌컥

    “캬아아아아.”

    “후훗 명한이 너 많이 목말랐나보구나.”

    ‘아니 답답해서요.’

    “자 콩나물 불고기 거의 완성되었습니다. 불고기는 아직 안 익었을 수도 있으니 콩나물부터 천천히 먼저 드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점원이 물러나자 이은세 선배가 아까 하던 말을 이어서 하기 시작했다.

    “아 명한아 아까 하던 말 계속 이어서 할게. 너 시나리오를 공연에 쓰겠다는게 아니라 지금 공연에 써보는게 어떨까라고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이게 찬반 의견이 팽팽해서 말이야.”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고 왜?’

    “네? 왜요?”

    “으음……..아 명한이 너한테만 솔직히 말할게. 다른 동아리 신입생들한테는 말하지마.”

    ‘우와 이거 뭔가 이은세 선배와 나와의 둘만의 비밀이 생기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한데? 나야 좋지.’

    “네 알겠습니다.”

    “그 아무래도 동아리 역사상 유래가 없던 일이니까 말야. 연극영화 동아리 1학년 신입생이 짠 시나리오를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들이 하는 공연에 쓰는 것을 말이지. 이게 동아리 선배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리거든. 특히……..시나리오를 담당하는 동아리 2학년 애들에 반발이 커………”

    ‘아 하긴 그렇긴 하겠네. 내가 연극영화 동아리 2학년 시나리오 담당이었어도 기분 나쁠만한 요소긴 하네. 자기가 쓴 시나리오는 채택이 안되어서 동아리방에서 굴러다니고 있는데 어디서 보도 듣도 못한 새파란 새내기가 쓴 시나리오를 채택해서 그것가지고 연극영화 동아리 공연하면 열받을만하지.’

    나는 이은세 선배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상황이 모두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네 아무래도 그렇겠네요. 저는 뭐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가 쓴 시나리오 채택 안 되어도 상관없어요. 애초에 채택을 바라고서 쓴 시나리오도 아니고 제가 좋아서 쓴 시나리오니까요. 그리고 2학년 선배님들이 하시기에 적합한 시나리오도 아니라고 생각하구요. 많이 부족하잖아요.”

    그렇지 않았다.

    내가 연극영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유일하게 제일 성공했다라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이 지금 이 시나리오였다.

    내가 썼던 이 시나리오는 우리 연극영화 동아리 역대급 시나리오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연극영화 동아리에서 잘 쓴 시나리오에 속했고 연극영화 동아리 2학년 수준에서는 당연히 나올 수 없는 수준의 퀄리티였다.

    나는 일부러 겸손을 떨었지만 이은세 선배는 내 말을 크게 부정하듯 양 손을 휘휘 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야 명한이 너 시나리오 진짜 잘 썼어. 이번에 오죽하면 다른 연극영화 동아리 2학년 선배들이 먼저 명한이 시나리오 2학년 연극영화 공연에 쓰는 거 어떠냐고 제의를 했겠어. 자신감 가져도 돼. 개인적으로 나도 너 시나리오 잘썼다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같이 저녁먹고 이야기를 하자고 한거야.”

    ‘후후훗 내가 예상했던 반응이로군. 근데 굳이 저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시나리오를 쓰든 말든 그거는 연극영화 동아리 2학년 주축들끼리 회의를 해서 끝내면 되는 거 아냐? 굳이 내 의견을 물을 필요는 없을텐데? 아아 내가 저작권자라서 물어보는 건가? 희한하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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