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 신입생 연극연습
* * *
그렇게 연극영화 동아리에서 나의 발표로 인한 한차례 후폭풍이 지나가고 다른 신입생들도 발표를 하기 시작하였다.
다른 신입생들은 전부 다 유명한 시나리오를 가져왔던지 아니면 동아리 선배의 시나리오를 했기 때문에 별다른 이야기를 안듣고 끝이 났다.
“자 그럼 오늘 동리 신입생 조별 발표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구요. 동아리 신입생들이 열심히 십입생 발표회를 준비해왔으니 저희 선배들도 신입생들에게 무엇인가를 보여드려야겠죠?”
“와아아아아아~”
이은세 선배가 빙긋 웃으며 말하자 동아리 신입생들이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이은세 선배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희 연극영화 동아리 2학년들이 준비하고 있는 21세기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여드릴게요.”
“우와 대박 21세기 로미오와 줄리엣이래.”
“와 신기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21세기 판으로 해석하기도 하는 구나.”
“궁금하긴 하네. 선배님들은 시나리오를 어떻게 짰을지.”
“근데 이은세 선배 말 들어보니까 이은세 선배가 줄리엣인것 같은데 너무 잘 어울린다. 뭔가 이미지랑 딱 맞아.”
“그러게 나도 나중에 2학년 되면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해보고 싶긴 하네. 어디 구경해볼까?”
그렇게 무대 앞으로 나서는 이은세 선배와 강민호 선배.
“자 저희가 시간관계상 전부 다 보여드릴 수는 없고 현재 준비 중인 하이라이트 부분을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그렇게 말하고 이은세 선배는 갑자기 뒤로 돌아 연극영화 동아리 문을 향해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기다려!”
강민호 선배가 빠르게 연극영화 동아리문을 향해 걸어가는 이은세 선배의 손을 잡더니 뒤로 낚아챘다.
“이거 놔! 우리는 이미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야. 너도 알잖아. 우리 집안과 너네 집안은 서로 반대 재벌가라는 것. 나는 너와는 달리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너와의 관계를 유지할 자신이 없어! 우리의 관계가 더 깊어지기 전에 여기서 끝내는 편이 훨씬 더 좋다고!”
“그러지마. 내가 어떻게든 아버지를 설득해볼게. 비록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지만 우리는 이 난관을 헤처나갈 수 있을 거야. 같이 노력해보자….”
어색한 발연기다. 전혀 감정 몰입이 안 된다. 나는 강민호 선배의 어색하고 부족한 연기의 코웃음을 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나와는 달리 연극영화과 여학생들과 특히 신입생 여학생들이 두 눈을 반짝이면서 강민호 선배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들을 줄리엣으로 생각하고 강민호 선배의 연기에 몰입하고 있는 듯 했다.
‘아니 저 어색한 발연기가 안 보여? 잘생기고 키크면 그냥 무조건 오케이야?’
라고 생각하며 순간 열이 받을 때쯤 만약에 이은세 선배가 발연기를 했을때 어땠을까 가정을 해보니 그래도 나도 헤벌레 하면서 봤을 것 같아서 열받긴 하지만 동아리 여학생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휴우 열받아봤자 소용없이 연극영화 동아리는 잘 생기고 이쁜게 일단 일티어니까 일단 지켜나보자.’
“이때까지… 노력해봤잖아. 해도 안 되는 걸 어떻게 해! 차라리 우리의 마음이 더 깊어지기 전에 여기서 끝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그렇게 말을 하고서 몸을 돌려서 다시 연극영화 동아리 문을 나가려는 이은세 선배.
“............................”
“............................”
“............................”
“............................”
“............................”
고요
이은세 선배의 연기력 앞에 동아리 신입생들은 순식간에 시나리오에 빠져들이 말없이 집중을 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강민호 선배가 다시 이은세 선배의 몸을 돌리더니 와락 끌어안았다.
와락
그리고 부드럽게 이은세 선배의 등을 두드리며 이은세 선배에게 말했다.
“걱정하지마..내가 다 책임질게...우리의 관계가 끝까지 갈 수 있도록 노력할게.. 그러니까 날 믿고 따라와..”
불편
나는 강민호 선배가 이은세 선배를 안고 있는 것을 보자 급격히 마음이 불편해지면서 빡이 치기 시작했다.
강민호 선배가 이은세 선배를 안고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에서 화가 올라오고 있었다.
물론 이것이 연극영화 시나리오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왠지 NTR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웹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왜 NTR 전개에 그렇게 민감하고 열받아하는지 지금 상황을 통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하아 진짜 드라마나 영화같은데서 보면 유부남 유부녀들이 자기 배우자가 애정씬하고 그러는 것은 어떻게 버티는거지? 심지어 섹스씬도 있고 그러던데 진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열받네. 나는 내가 나중에 시나리오 쓰거나 웹소설 쓰면 절대 NTR 넣지 말아야지.’
“흐흐흐흐흑 와아아아아앙.”
그대로 강민호 선배의 품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이은세 선배.
그렇게 강민호 선배의 품에서 대성통곡을 하던 이은세 선배가 눈물을 흠치며 말했다.
“자 오늘 보여드릴 부분은 여기까지에요.”
“우와아아아아아아~! 대박 와 나 진짜 소름 돋았어!”
“이은세 선배 연기 진짜 잘한다. 어떻게 저렇게 순식간에 연기에 몰입해서 줄리엣이 되는 거지? 진짜 신기하네.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좋고 연기도 잘하면 반칙 아니야?”
“바보야 그러니까 연극영화 동아리를 대표해서 줄리엣 역할을 맡았지. 아무나 동아리를 대표해서 줄리엣 역할을 하는 줄 알아? 줄리엣 하라면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좋고 연기도 잘해야 한다고.”
“와 근데 시나리오 재밌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21세기식으로 해석하다니 나는 상상도 못했는데.”
“와 그보다 강민호 선배 완전 멋있지 않냐? 진짜 로미오같애. 아아 내 이상형이야. 얼굴도 잘생겨 키도 훤칠해. 연기도 잘하는 것 같고.”
‘니 눈깔 동태눈깔이야. 어떻게 저게 연기를 잘하는거냐.’
나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게 와 강민호 선배 진짜 로미오 역할을 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 같아. 너무 멋있어. 연기도 인상깊고 아아 역시 로미오 역할을 맡은 선배야.”
‘니 눈깔도 동태눈깔 인정...하아 어떻게 이렇게 동아리에 연기를 볼 줄 아는 애들이 없지? 하아 하긴 연극영화 동아리 1학년 신입생이면 당연히 연기를 볼 수 있는 눈이 없는게 정상인가? 하긴 10년 넘게 연극영화 활동을 한 내 눈이 높은 탓이지 너네 눈이 높은 탓이겠냐 하아 왠지 이러니까 강민호 선배한테 열폭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찝찝하네. 그냥 신경꺼야겠다.’
나는 순간 강민호 선배의 연기를 칭찬하는 1학년 연극영화 동아리 신입생 여자애들 때문에 울컥했지만 생각해보니 10년의 경험을 가지고 회귀한 내가 사기캐릭터이고 1학년 연극영화 동아리 신입생 여자애들 입장에선 저게 오히려 당연한 반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자꾸 강민호 선배를 깎아내려봤자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더이상 깊게 강민호 선배의 연기에 대해 생각하는것을 일단은 그만두기로 했다.
“여러분들도 이런식으로 재밌게 시대극과 상황극을 적절히 혼합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법을 나중에 배우게 될 거에요. 오늘 정기모임 발표회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구요 남은 시간은 신입생들끼리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면서 정리하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나와 박혜진 그리고 이나은은 다시 모여서 연습을 하기 위해 이동했다.
박혜진과 이나은은 자리에 앉자마자 너무도 감명한듯이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우우우우우 21세기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니 너무 로맨틱하지 않아?”
“그러게 아아 나도 로미오와 같은 남자를 만나는 줄리엣이 되고 싶다.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는 남자라니 너무 로맨틱해.”
“아 근데 진짜 이은세 선배 너무 이쁘더라. 연기는 어떻게 그렇게 잘하셔? 진짜 살아있는 줄리엣인줄.”
‘그렇지 이은세 선배가 진짜 이쁘긴하지. 나도 진짜 이은세 선배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릴 뻔 했다니까.’
나는 대화에 끼고 싶었지만 굳이 이은세 선배를 이쁘다고 해서 박혜진과 이나은을 자극할 이유는 없었다라고 생각하기에 그냥 잠자코 있었다. 내가 따먹은 여자들에 대한 일종의 예의였다.
“그러게 이은세 선배 진짜 부러워 얼굴도 이뻐 몸매도 좋아. 연기도 잘하고.”
‘나은이 너도 남들이 부러워할 대상이야.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좋고. 뭐 연기는 그렇게 잘하지는 않지만.’
“그러게 아아 강민호 선배는 왜이리 로미오 역할이 잘 어울리는 거지? 강민호 선배도 진짜 멋있지 않아? 뭔가 연기할 때 잘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게 아아 강민호 선배님도 좀 사기캐릭터인듯 얼굴도 잘생겨 키도 훤칠해 연기도 잘해. 역시 동아리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맡은 이유가 있는 거 같아.”
‘그건 아니야 얘들아. 제발 인극영화를 하는 눈을 나중에 키우기 바란다.’
나는 아까 한 번 마음을 다스렸기 때문에 박혜진과 이나은의 입에서 강민호 선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도 일단 참기로 했다.
“아 맞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명한아 너 시나리오 대박인가봐. 아까 눈치보니까 연극영화 동아리 2학년 선배들이 깜짝 놀래던데?”
“그러게? 나도 아까 연극영화 동아리 2학년 선배들 반응보고 깜짝 놀랐어. 아니 오죽 시나리오가 좋으면 다른 잘 안 알려진 시나리오 참고 한거 아니면 다른 사람이 써준 거 아니냐고 물어봐? 이정도면 시나리오 대박인거 아냐?”
‘후후후후훗 역시 내가 예상한 대로다.역시 박혜진과 이나은은 많이 놀라는 군.’
나는 최대한 나도 정말 의외라는 듯한 표정과 겸손함을 담아서 이야기했다.
“아냐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님들이 연극영화 동아리 1학년 신입생 치고는 그래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서 일부러 좋게 말씀해주신걸꺼야.”
그러자 박혜진과 이나은이 동시에 말도 안된다라는 듯이 나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니야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들 놀라는 거랑 물어보는게 진짜 찐이었어. 찐아니면 그렇게 반응이 나올 수 가 없었어.”
“맞아 맞아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들 아까 놀라서 수근 수근 거리는 소리 들었는데 2학년 동아리 선배들이 쓴 시나리오보다 괜찮다고 한 소리도 들었다니까? 우리 이러다가 이거 대박나는거 아냐?”
“그러게 선배님들이 높게 평가해주면 앞으로 연극영화 동이리 활동할때 더 기회도 많이 주어지고 연극영화에 참여도 더 많이 시켜주실텐데 의욕이 팍팍 솟는 걸? 이게 다 명한이가 연극영화 신입생 발표회 시나리오를 잘 써온 덕분이야 고마워.”
“맞아 맞아. 솔직히 다른 유명한 연극영화 시나리오나 다른 동아리 선배님들이 했던 시나리오로 했으면 그렇게 주목을 못 받았을텐데 아까 진짜 동아리 선배님들이랑 동아리 동기들이 쳐다보는데 주목받으니까 내가 진짜 그 시나리오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니까 어찌나 짜릿하던지.”
“꺄아아아 나은이 너도 느꼈어? 나도 진짜 동아리 사람들 전부 다 우리의 시나리오와 연기를 집중해서 보는데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짜릿한 느낌이었어. 역시 시나리오가 좋으니 사람들이 집중해서 보더라구. 명한아 혹시 우리 시나리오 2화는 언제쯤 완성돼? 나 너무 두근두근 거려서 진짜 시나리오 읽어볼 생각에 가끔씩 일상생활에서도 떠오를 정도라니까.”
‘호오 그정도인가? 그정도 일줄은 몰랐는데 그럼 너무 기분 좋은데? 일상생활에서도 나의 시나리오를 떠올리다니.’
나는 박혜진의 말을 듣고서 나에 대한 자긍심과 뿌듯함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아 고마워. 혹시 너네가 관심갖을까 싶어서 시나리오 2편도 준비해오긴했는데..”
“와 대박 진짜? 벌써?”
‘헐 대박 진짜? 어디 어디 오늘가지고 온거야?”
“응 가방에 있어.”
“헐 빨리 보여줘 나진짜 보고 싶어. 너무 궁금해.”
“나도 나도 가방 가방 가져와줘 와 진짜 오늘 시나리오 2화 보게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명한이 너 진짜 부지런하다. 어떻게 학교 생활하면서 그렇게 시나리오도 동시에 써. 나는 안써봤지만 시나리오도 창작의 고통 엄청나다던데. 대단하다. 와 진짜 궁금해. 빨리 가방 가져와서 보여줘.”
“알았어.”
나는 일부러 박혜진과 이나은의 애간장이 타게 빨리 걷는 것처럼 하면서 밖으로 나온 후 천천히 동아리방에 놔둔 가방을 가지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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