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 신입생 연극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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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성 웅성 웅성 웅성
“하아 또 자기가 쓴 시나리오도 준비해 온 신입생 나왔네.”
“야 이정도면 연극영화 신입생 조별 발표회때 신입생 시나리오는 금지해야하는 거아냐?”
“으아아아 또 오글거리겠네. 쟤도 일본 에니메이션 풍이려나.”
“그래도 쟤는 그나마 신입생들 중에는 좀 괜찮은 것 같던데 말 하는 것도 그렇고.”
“신입생이 해봤자 거기서 거기지.”
선배들 사이에서 수근 수근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자 일단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아요. 자 그럼 명한이가 준비해온 시나리오대로 하는 연기연극 한번 봐볼까?”
“네 알겠습니다.”
“혜진아 나은아 준비됐지?”
“응.”
“응.”
둘 다 결연한 자세로 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자기가 연기를 잘 못해서 내 시나리오가 별로인 것처럼 보이는게 싫은 듯 했다.
그렇게 나와 박혜진 이나은은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들 앞에서 내가 준비해온 시나리오로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
“여기까지 준비해왔습니다.”
“...................................”
“...................................”
“...................................”
“...................................”
“...................................”
동아리 내에서 잠시 침묵이 돌았다.
선배들의 표정을 보니 많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생각치도 못한 신입생이 짜온 시나리오에 다들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다.
이은세 선배가 동아리 회장답게 그러한 침묵을 깨며 말했다.
“생각했던거보다 괜찮네? 아니 생각했던거보다 괜찮네가 아니라 잘 짜여진 시나리온데? 이걸 명한이 너가 짰다고?”
이은세 선배가 매우 놀랐다는 듯이 내게 물었다.
“아 네 제가 만든 시나리오 맞습니다.”
웅성 웅성 웅성 웅성
내가 다시 확인사살을 해주자 동아리 선배들이 그제서야 놀랍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끼리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뭐야 1학년 신입생이 짠 시나리오 맞아? 1학년 신입생이 짰다고 하기엔 말이 안 되는 퀄리티인데?”
“그러게? 솔직히 우리가 만든 시나리오보다 더 괜찮은 것 같은데? 나중에 정기공연에 써도 문제가 없을 정도야. 솔직히 탐나는데?”
“이상하네….나도 시나리오 짜라고하면 아직 저정도는 못 짤 것 같은데...어디 이름없는 시나리오나 다른 동아리 시나리오 혹은 무명 연기영화 시나리오 베껴온 거 아냐?”
“그런것 같은데...1학년 신입생이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고퀄이야. 이거 우리 주축애들이 짠 시나리오보다 더 괜찮잖아.”
“아무리 연기연극에 관심이 많았다고 해도 동아리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된 신입생이 아직 배운 것도 제대로 없는데 저렇게 한다는 것은 재능충이라는 말 밖에 안 돼.”
‘땡 틀렸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전 재능충이 아니라 회귀충이라구요 하하하하하하하.’
동아리 선배들은 한동안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더니 그 중에 한 동아리 선배가 말했다.
“명한아 의심하는건 아닌데 이거 정말 너가 만든 시나리오 맞니? 혹시 으음…..다른 연극영화 시나리오를 좀 참고했다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거나 그런거 아니야?”
그러자 다른 동아리 선배들이 그 동아리 선배의 말에 공감한다라는 듯이 나를 궁금해하며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짠 시나리오의 퀄리티가 자기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자 다른 사람의 작품을 참고하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라고 판단을 한 듯 하였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다른 연극영화 시나리오를 참고했다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면 이정도 퀄리티가 아니라 더 좋은 퀄리티를 가져왔을텐데 이 시나리오는 연극영화 동아리 1학년 수준이 아닌가요?”
“그...그건 그렇지….”
차마 연극영화 동아리 1학년 수준이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내게 질문응ㄹ 던졌던 선배가 입을 다물었따.
그러자 다른 동아리 선배가 이번에 나서서 말했다.
“흐흐흠….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다른 연극영화의 나오는 시나리오를 가져다 쓴다거나 다른 사람이 쓴 시나리오를 자신의 시나리오인것 마냥 행세했을 경우 변명의 여지없이 동아리 탈퇴 및 영구 가입 불가야. 혹시 그건 알고 있니?”
“아 그건 몰랐는데 이것은 제가 쓴 시나리오라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흐으으으음….그래….”
그러자 그 동아리 선배도 할말이 없다라는 듯이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그러자 2학년 동아리 부회장인 강민호 선배가 말을 했다.
“하하하하하하 뭐 이런 것 가지고 그래. 뭐 1학년 동아리 신입생이 써온 것 치고는 생각보다 잘 써오기는 했네. 그래서 지금 동아리 선배들이 너 띄워주려고 장난을 좀 친거야. 근데 역시 1학년 동아리 신입생이 써서 그런지 허점들이 많이 보이네.”
2학년 동아리 부회장 강민호.
전생에서 잘생긴 외모와 훤칠한 키로 연극영화 동아리 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강민호 선배가 연극영화 동아리에서 따먹은 여자만 해도 내가 듣기로 다섯 손가락을 넘었다.
들은 것만 다섯 손가락이 넘었고 아마 내가 모르는 사례까지 치면 적어도 가뿐하게 10명은 넘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강민호 선배는 학번별로 연극영화 동아리 여자들을 따먹으면서 자신의 자지동서들을 학번으로 연결시키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하나의 트로피였다.
사실 강민호 선배는 연기연극을 잘 하는 것도 아니었고 시나리오를 잘 쓰는 것도 아니였다. 오로지 잘생긴 외모와 훤칠한 키 그거 하나로 연극영화 동아리의 주연을 줄곧 꿰차곤 했다.
“연극영화” 동아리이긴 하지만 연극영화 “동아리”인 탓에 연극영화를 잘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아마추어 동아리인이상 연기는 보통 그렇게 현격하게 차이가 안났기 때문에 아마추어 동아리 특성 상 관객들을 잘 불러모을 수 있는 잘생기고 키가 큰 남자들이 주연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도 아마추어 동아리인 것을 감안하고 연극영화를 감상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강민호 선배는 항상 연기연극을 하는 실력이나 시나리오를 짜는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아리에서 가장 잘나가는 인싸로 군림하였으며 덕분에 그의 주위에는 여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강민호 선배는 그렇게 즐겁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그의 주위의 여자들을 즐겁고 맛있게 따먹고 다니고는 하였다.
특히 강민호 선배는 여자들에게 자상하고 매너있는 젠틀남 이미지였던 반면에 남자들에게는 군기를 잡고 수직 위계를 강조하는 성격 탓에 남자들에게는 그렇게 평판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강민호 선배가 지금 나의 시나리오에 트집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나의 속마음과 기분을 숨긴 채 정중한 표정으로 강민호 선배에게 물었다.
“아 평가 감사합니다. 선배님. 혹시 어디 어디 부분이 부족한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선배님의 고견을 들려주시면 제가 반영해서 시나리오를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으응?”
내가 되묻자 당황한듯한 강민호 선배. 강민호 선배는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시나리오를 쓰는 능력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나의 시나리오에 대한 제대로 된 비평을 할 능력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점을 노리고 강민호 선배에게 질문을 하였다.
“그...그게 말야...내 생각에는 너의 시나리오에서 으음….”
생각을 하더니 나의 시나리오의 문제점을 하나 둘 씩 짚는 강민호 선배.
그러나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하나같이 다 추상적이고 피상적이였다.
그것은 나의 시나리오의 문제가 아닐 일반적인 시나리오라면 모두 다 가지고 있을 법한 문제점들이었다.
즉 제대로된 비판과 평가가 아닌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었다.
나는 강민호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살짝 열이 받아 차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강민호 선배는 굉장히 그럴 듯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극영화 동아리 1학년 신입생들을 강민호 선배의 말을 오호오오오 그런가보다 역시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님이다 하고 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학년 주축 선배들도 절반은 아무 생각없이 그런가보다 하고 강민호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그중에 절반은 강민호 선배의 비판이 추상적이고 피상적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나서서 나를 변호해 줄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1학년 동아리 신입생이 자신들보다 뛰어나다라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 잠자코 듣고 있는 것이 보였다.
‘흐음 듣고 있다보니 빡치네. 아니 지는 이런 시나리오 쓸 능력도 없고 평가할 깜냥도 안되면서 그럴듯하게 두리뭉실하게 지적해서 내 시나리오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만드니 빡치네. 아아 참자 명한아...여기서 터지면 안돼. 나는 동아리에서 좋은 이미지를 쌓아야만 해..’
나는 아까까지 순진무구한 얼굴로 아무것도 모르는 1학년 연극영화 동아리 신입생이에요 뿌잉뿌잉을 연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강민호 선배가 반박하는 것을 다시 조목조목 반박하면 무언가 동아리 선배들이 위화감을 느낄 위험이 크다라고 판단을 했다.
그리고 설령 강민호 선배에게 조목조목 반박을 한다 하더라도 내게는 득이 될 것이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아직 연극영화 동아리 들어온지 얼마 안된 새내기가 쓴 서투른 시나리오를 2학년 동아리 선배가 애정과 정성을 가지고 시간을 내서 조목조목 지적을 해줘서 더 나은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한 충고와 조언인 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나의 생각과는 다릴 과거 강민호 선배가 남자 후배들에게 재수없게 굴었던 것과 능력도 없이 얼굴과 키만으로 연극영화 동아리에서 인싸와 주연으로 활약하여 연극영화 동아리의 여러 여자애들을 따먹고 다녔다라는 점 그리고 지금 내가 만든 시나리오를 좆도 모르면서 그럴듯하게 평가하면서 또다시 표면적으로 동아리 여자 신입생들과 다른 여자들에게 동아리 신입생을 위한 친절한 조언과 평가를 해주는 선배의 이미지를 쌓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억한 심정이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제발 참자 명한아 후우우우우 제발 할 수 있다.’
그렇게 이를 악물로 참아내는데 이은세 선배가 부드럽게 웃으며 강민호 선배에게 말했다.
“하하하하 민호야 거기까지하고 너가 말하는 부분은 명한이의 시나리오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시나리오에서 나올 수 있는 문제들이니까 그 부분은 거기까지 말하면 될 것 같아. 그러한 문제점들은 다른 선배들이 쓴 시나리오도 가지고 있는 것이고.”
“흐...흠 뭐 그렇지...아니 뭐 시나리오 보다 보니까 좀 아쉬운 생각이 들길래…”
‘크아아아 역시 이은세 선배. 믿고 있었다구요.’
이은세 선배는 외모도 이쁠뿐만 아니라 강민호 선배와는 달리 연기연극도 잘하고 시나리오에도 일가견이 있어 회장이 된 것이었기 때문에 나처럼 강민호 선배의 지적이 비판을 위한 비판임을 꿰뚫어 본 듯했다.
강민호 선배는 이은세 선배가 말하자 순간 이은세 선배의 말이 맞다라는 듯이 한발짝 물러서며 움추려든 모습을 보였다.
강민호 선배는 많은 연극영화 동아리 여자애들을 따먹고 다녔었지만 실패했던 여자들 중의 하나가 이은세 선배였다. 나는 전생에서 강민호 선배가 이은세 선배에게 꽤나 적극적으로 들이되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당연히 강민호 선배가 다른 연극영화 동아리 여자애들처럼 이은세 선배를 따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은세 선배는 강민호 선배를 끝까지 거절하였다.
그래서 강민호 선배가 끝끝내 이은세 선배를 공략하지 못하고 열받아 하던 것이 기억에 났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강민호 선배는 이은세 선배를 어떻게든 따먹고 싶어서 안달이 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은세 선배의 말에 한층 수그려들며 이은세 선배의 호감을 얻으려는 것이 다 눈에 보였다.
'후후후훗 역시 이은세 선배. 연극영화 동아리 2학년 중에서 회장이 될 수 있었던 내공과 실력이 여기에서 빛을 발하는 구나. 아아아아 연극영화 동아리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은세 선배가 강민호 선배를 끊어내고 나를 위해서 이야기해주는 걸 보니 기분이 정말 좋네. 이은세 선배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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