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 필라테스 학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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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 냠
오물 오물
이현지 강사는 배가 많이 고팠었는지 황홀감을 느끼는 표정으로 정신없이 연어 초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어 초밥을 정신없이 흡입하고 있는 이현지 강사를 보니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어이구 아무리 맛있다지만 저렇게까지 허겁지겁 먹을 필요까지는 없는데.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다이어트하느라 진짜 배가 고팠었나 보네. 역시 저 몸매가 괜히 나오는게 아니구나. 다이어트하느라 진짜 힘들었겠다. 하아 근데 반대로 말하면 저러게 힘들게 관리한 몸매를 내 자지로 따먹으면 진짜 맛있을 것 같기는 한데. 뭔가 이현지 강사에게 맛있는 걸 먹이고 그래서 더 맛있어진 이현지 강사를 내 자지로 따먹으면 진짜 뿌듯하겠다. 뭔가 더 맛있게 따먹기 위해 맛있는 걸 먹이는 기분이네 흐흐흐흐흐.’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현지 강사가 맛있는 걸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이현지 강사를 맛있게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몰래 숨긴 채 나는 허겁지겁 연어초밥을 먹는 이현지 강사를 배려한다라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급하게 먹으면 체해요. 여기 사이드 디쉬인 우동이랑 같이 드세요.”
나는 연어 초밥을 시키면서 옆에 작은 그릇에 나온 우동을 이현지 강사 옆으로 붙여줬다.
“아 죄송해요. 제가 너무 정신없이 먹었죠? 다이어트랑 몸매관리한다고 며칠동안 샐러드만 먹었더니 제대로 된 음식을 보니까 저도 모르게 눈이 돌아갔나 봐요. 게다가 제가 진짜 연어 초밥 환장하듯이 좋아하거든요. 와 근데 여기 진짜 연어 신선한 것 같아요. 입안에서 완전 사르르르르 녹는 느낌이에요. 쫄깃쫄깃하기도 하구요. 초밥도 진짜 먹기 좋게 그리고 입안에서 씹히는 식감이 예술이에요. 아니 어떻게 이런 맛집에 손님이 이렇게 없을 수가 있는 거죠? 이건 말이 안 되는 수준인데?”
이현지 강사는 믿겨지지 않는다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후후훗 그렇죠? 그럼 내기는 제가 이긴 건가요?”
흠칫
이현지 강사는 내기 이야기를 꺼내자 잠시 당황한 듯이 굳었다.
또르르르 또르르르
하아아아아
눈을 또르르르 굴리던 이현지 강사는 할 수 없다라는 듯이 한숨을 쉬며 내게 말했다.
“하하 분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내기는 명한씨가 이겼어요. 여기 제가 먹어본 연어초밥집 중에서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다음에 제가 1:1 필라테스 무료로 한 번 해드릴게요. 뭐 저도 명한씨 덕분에 연어초밥 맛집 알게되어서 나쁘진 않네요. 아까 명한씨가 한 부탁도 지킬게요. 저도 여기 사람들이 많아져서 웨이팅해서 먹어야하는 건 싫으니까요. 명한씨 이야기 듣고서야 왜 명한씨가 제게 그런 부탁을 했는지 알겠네요.”
“하하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와 이현지 강사는 즐겁게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어서인지 아니면 꽁깍지 아이템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정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식사를 하였다.
“후아아아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주인님!’
‘어라 왜 그래 섹스 센스?’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서 주인님이 먼저 계산한다고 하세요. 1:1 필라테스 무료로 해주는 보답으로요.’
‘오 섹스 센스 너 센스있다.’
‘하하하하하 제가 괜히 섹스 센스가 아니라구요.’
‘오케이 알았어.’
“자 다 드셨으면 일어날까요?”
“네 그렇게 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하는 이현지 강사.
“이현지 강사님 그러실 필요 없어요. 여기 제가 계산할게요.”
“네? 아니에요. 각자 계산해도 돼요.”
“아니에요 이현지 강사님이 1:1 필라테스 무료로 해주시는데 저녁 정도는 제가 사야죠. 게다가 오늘 이현지 강사님한테 1:1 필라테스 너무 잘 배워서 제가 꼭 보답으로 저녁 대접해드리고 싶어요.”
내가 완강한 표정으로 말하자 이현지 강사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고맙다라는 표정으로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어머 이렇게 맛집에 데려와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저녁까지 사주다니. 감사해요. 그럼 후식은 제가 살게요.”
‘오오 후식? 지금 그럼 후식 먹으러 가자는 거지? 크하하하하 이런 대박이. 섹스 센스야 정말 고맙다! 크하하하하.’
‘크크크크크 이게 다 저 때문이라구요. 저 때문인거 알면 제 능력치 좀 많이 올려주세요. 전 소중하니까요.’
‘알았어 임마.’
“여기 계산이요 카드 결제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잘먹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명한씨 뭐 드실래요? 후식 뭐 좋아하세요?”
나는 후식 이야기를 듣자 이현지 강사의 머리 속에 떠오르고 있는 후식의 종류를 살펴보기로 했다.
‘레벨 2 스캐너 사용.’
[레벨 2 스캐너 아이템이 사용되었습니다. 대상자 이현지의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
나는 예를 클릭했다.
[대상자 이현지의 기억: 빙설, 혼합과일빙수, 망고빙수, 스트로베리 빙수, 아이스크림, 아이스 아메리카노]
‘호오 가만있어보자 떠오른 기억 모두 다 시원한 아이스 계열이네. 그럼 시원한 음료수를 먹으러 가는게 좋겠네. 가만있어봐 빙설은 브랜드 아니야. 그럼 빙설가서 이현지의 기억 속에 있는 빙수 들 중 하나 시키면 되겠네.’
“저 여기 근처에 빙설 자주 가는데 빙설 가실래요?”
“헐 대박 안그래도 저 빙설 머리 속에 떠올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죠?”
‘당연히 내가 너 머리속을 들여다 봤으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 하하하하하.’
“헐 대박 진짜요? 저 빙설에서 혼합과일 빙수나 망고빙수, 스트로베리 빙수 좋아하거든요.”
“우아아아 진짜요? 저도 그거 세개가 최앤데 와 명한씨 어떻게 저랑 이렇게 음식 취향이 완전 겹치죠? 진짜 신기하다. 저랑 음식 취향 이렇게까지 겹치는 사람 한 번도 못봤는데 대박.”
갸우뚱 꺄우뚱
이현지 강사는 나랑 음식 취향 겹치는게 매우 신기한 듯이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거리면서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다들 알다시피 음식 취향이 이렇게 까지 겹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따라서 이현지 강사는 나와 음식 취향이 겹치는 것을 통해 나와 뭔가 잘 맞는다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잘 됐네요. 원래 후식도 취향 갈리면은 같이 먹으러 가기 힘들잖아요. 제 남자 친구들은 아이스크림 계열 후식 먹는거 별로 안 좋아해서 남자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계열 못 먹거든요. 남자들끼리 무슨 빙수야 그냥 시원한 음료수나 먹자 이러면서요.”
“헐 진짜요? 대박 제 친구들도 아이스크림 계열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따뜻한 커피 이런거 마시고 싶어해서 친구들이랑 저녁먹고 후식먹으러갈 때면 항상 스타박스나 커피반 이런데 가서 매우 아쉬웠는데 오랜만에 아이스크림 먹을 생각하니까 설레네요.”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이현지 강사는 마치 소풍가기 전날의 유치원생처럼 매우 들뜬다라는 표정으로 두근 두근 거리는 자신의 심장을 감싸안은채 두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후식 하나로 이렇게 설레하는 이현지 강사의 모습을 보면서 순간 이렇게까지 기뻐해야할 일인가 싶었다가 3일동안 풀떼기만 먹었다면 달콤한 아이스크림의 유혹에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안쓰럽다라는 생각과 귀엽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기 시작했다.
“자 그럼 우리 빙설로 이동해볼까요?”
“네 빨리가요.”
종 종 종 종
이현지 강사는 벌써부터 빙설의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에 기쁜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빨리 움직였다.
나도 그러한 이현지 강사의 뒤를 쫒아 빨리 이동했다.
덜컥
“안녕하세요 빙설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빙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역시 유명 브랜드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꽉차 있었다.
“저희 창가 쪽에 앉을까요?”
“네 그래요.”
우리는 바깥 야경이 잘 보이는 창가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가 간 빙설은 2층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이는 사람들과 야경이 아름다워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테이블 위의 우리의 짐을 놔서 자리를 맡은 후 빙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러 갔다.
“저 뭐드시고 싶으세요?”
“명한씨 드시고 싶은걸로 드세요.”
‘가만 있어보자 아까 혼합과일빙수랑 망고빙수 스트로베리 빙수가 있었지. 이거 세 개 중에 아무거나 시키면 될 것 같은데. 어차피 혼합과일빙수 시키면 안에 망고랑 스트로베리 들어가있으니까 혼합과일빙수 시켜도 되겠지? 어차피 이현지 강사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종류니까.’
“저 그럼 혼합과일 빙수 시킬까하는데 어떠세요?”
“헐 저 그거 완전 좋아해요. 그러 혼합과일 빙수 시켜요. 카드는 제가 결제할게요.”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내가 혼합과일 빙수를 누르고 이현지 강사가 자신의 카드를 넣어서 결제를 했다.
물론 저녁은 내가 샀지만 이현지 강사처럼 이쁜 여자가 나를 위해서 디저트를 사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번호표를 받아들고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명한씨도 여기 창가에 앉아서 바깥 풍경 내려다보면서 아이스크림 먹는 거 좋아하시나봐요. 저도 그래서 창가자리 자주 앉거든요.”
사실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창가 자리에서 야경을 보면서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선택한 것인데 이현지 강사의 취향에도 잘 맞아 떨어졌나보다.
“그럼요 시원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바깥 야경 보면 운치있잖아요. 여기 제가 좋아하는 장소에요.”
“후후훗 명한씨 몰랐는데 생각보다 저랑 되게 잘 맞으시는 것 같아요. 명한씨에 대해서 점점 더 궁금해지기 시작하네요.”
“저도 이현지 강사님과 이렇게 취향이나 성격이 잘 맞을 줄 몰랐어요. 저도 이현지 강사님에 대해서 점점 더 궁금해지기 시작하네요.”
“....................”
“...................”
잠시 우리둘 사이에 알 수 없는 미묘한 시선과 눈빛이 오갔다.
띵동
23번
그때 빙설의 모니터에서 23번 번호가 떴다.
“아 23번 저희네요. 제가 갔다 올게요.”
“아 같이 갔다와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이현지 강사.
“아니에요 무거운 것도 아닌데 혼자 갔다와도 돼요. 제가 가지고 올테니 여기 편하게 계세요.”
“아 감사합니다.”
이현지 강사는 고맙다라는 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후훗 이렇게 매너 좋은 모습 보여줘서 계속 점수 따야지.’
그렇게 나는 카운터로 가서 혼합과일빙수를 가지고 왔다.
이현지 강사는 내가 혼합빙수 과일을 가져오자 황홀하다라는 듯이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3일간 샐러드만 먹은 효과가 배로 나타나는 듯 했다.
“잘먹겠습니다.”
“잠시만요!”
갑자기 다급하게 외치는 이현지 강사.
‘어라 왜 그러지?”
“네? 왜요?”
“아직...사진을 못 찍어서요.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다급하게 외쳐놓고서 민망하다라는 듯이 말하는 이현지 강사.
나는 순간 아까 다급하게 외친 이현지 강사의 말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네에 그러세요. 하하하하.”
‘여자들은 진짜 음식 사진 찍는거에 왜 저렇게 진심인거지? 참 이해가 안가네 나중에 별스타그램에 올리려고 그러나?”
찰칵
찰칵
찰칵
그렇게 이현지 강사는 혼합과일빙수를 여러 각도에서 찍더니 나에게 말했다.
“명한씨 저희 이렇게 같이 후식 먹는 것도 처음인데 같이 사진 한 장 찍을까요?”
“아 네 그래요.”
“자 명한씨 찍을게요 하나 둘 셋!”
나는 이현지 강사의 휴대폰을 보고 웃으며 브이를 했다.
“다 됐다. 잘나왔네요. 명한씨 전화번호 주세요. 제가 깨톡으로 사진 보내드릴게요.”
‘아싸 이러면 자연스럽게 연락처가 교환이 되잖아.’
“네 제 번호 여깄어요.”
나는 이현지 강사의 휴대폰에 내 번호를 찍어주었다. 그렇게 서로 깨톡을 등록하고 이현지 강사는 나에게 깨톡으로 같이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나는 카메라를 쳐다보느라 아까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사진을 보니 이현지 강사는 해맑은 표정과 아주 신나하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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