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실 미소녀 게임-49화 (49/599)

〈 49화 〉 공대 엠티

* * *

“나 나중에 피피티 만드는 법 좀 가르쳐줘.”

“아 피피티? 왜?”

갑자기 뜬금없이 피피티 이야기를 꺼내자 다른 공대 남학우들이 황당해 했다.

“아 너네 모르는 구나. 가영이가 피피티 엄청 잘 만들어.”

“그래? 진짜? 피피티 잘 만드는 구나 몰랐네.”

“그래? 그것도 능력인데 부럽다. 피피티 만들 때마다 너무 투박하다고 욕먹었는데 나도 배우고 싶네.”

“명한이 너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오오 나도 피피티 배우고 싶다. 가영이가 피피티 잘 만드는 지 몰랐네.”

순식간에 남학우들의 관심이 자기에게 쏠리자 김가영이 당황한 듯이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싫지는 않은지 입가에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자기가 잘하는 것을 여러 사람들에게 칭찬 받는 것이 김가영에게는 매우 흔치 않는 경험이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게 김가영이 좀 당황을 하다가 이아름에게 말했다.

“어우 우리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아 그래.”

“응 그래…”

김가영이 이아름을 데리고 일어나자 공대 남학우들에게 한껏 아쉬운 표정과 말투가 느껴졌다.

여자들은 왜 꼭 화장실을 갈 때 같이 가야하는지 30년을 넘게 살았어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였지만 나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생에서 별스타그램을 통해 이아름과 김가영이 밤바다를 배경으로 둘이서 사진 찍은 것을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별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 시간대가 지금에서 얼마 멀지 않은 시간대였다.

‘좋아 나도 미리 나가서 둘을 기다리고 있자.’

­스윽

“어 명한아 어디가?”

“아 나도 화장실 좀 갔다가 오려고.”

“그래 그럼.”

그렇게 나는 화장실을 가지 않고 이아름과 김가영이 사진을 찍은 곳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가만있어보자. 이아름과 김가영이 사진 찍은 곳을 가려고 하면 여기가 길목이지? 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마주치겠네.’

나는 이아름과 김가영이 사진 찍은 곳으로 가는 길목에서 밤바다를 보면서 이아름과 김가영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아름과 단 둘이 데이트를 해야 어떻게 이아름을 공략할 수 있을 텐데 김가영을 어떻게 떼어 내어야 하지? 김가영이 옆에 있으면 공략이 불가능하잖아. 하아…. 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곰곰이 머리를 굴리며 생각하다가 문득 지난번에 이나은을 따먹고 상점에 생긴 아이템이 떠올랐다.

‘아 맞다 수면제 아이템이 있었지? 이걸 김가영에가 적용하면 되는 거 아냐?’

나는 상태창을 열고 상점에 들어가 아이템 정보를 다시 확인하였다.

[수면제 아이템: 이 아이템을 쓰면 사용당한 당사자는 10분 이내에 잠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사용당한 당사자는 무조건 잠이 들게 되며 향후 3시간 동안 잠이 들게 됩니다.]

‘좋았어! 이 아이템이면 이아름을 김가영에게서 떨어뜨려낼 수 있을 것 같아. 구입해야겠다.’

나는 수면제 아이템을 클릭했다.

[수면제 아이템을 구입하시겠습니까? 수면제 아이템 구입에는 100골드가 소요됩니다. 예/아니오]

나는 잠시 다시 한 번 생각한 후 구입을 클릭했다.

[수면제 아이템을 구입하셨습니다. 100골드가 차감됩니다.]

그렇게 수면제 아이템을 구입한 후 바닷가에서 야경을 보면서 기다리자 저 멀리서 검은 실루엣 두개가 보였다.

키차이를 보니 이아름과 김가영이 확실했다.

‘좋았어.’

나는 일부러 밤바다 경치를 감상한다라는 듯이 아주 천천히 모래사장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속도를 늦춘 채 걷자 어느새 이아름과 김가영이 내 옆을 지나칠 거리가 되었다.

“어라? 명한아?”

“아 명한이네?”

“어라? 깜짝이야 아름아 가영아 너네가 여기 왠일이야?”

“아? 우리 화장실 갔다가 바다 파도 소리가 넘 이쁘길래 밤바다 좀 걷자고해서 밖으로 나왔는데 명한이 너는?”

“아 나도 파도 소리가 넘 이쁘길래 잠시 밤바다 걸을려고 나왔는데 신기하다.”

나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가영에게 수면제 아이템을 사용했다.

[수면제 아이템을 사용합니다. 김가영에게 사용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나는 예를 클릭했다.

[수면제 아이템이 김가영에게 적용되었습니다. 김가영은 10분 이내에 잠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김가영은 무조건 잠이 들게 되며 향후 3시간 동안 잠이 들게 됩니다]

‘좋았어 하하하하하하!’

“신기하네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같이 걸을까? 명한아.”

이아름이 나에게 밝게 웃으면서 물었다. 밤바다와 함께 달빛을 받아 빛나는 이아름의 얼굴이 더욱 더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

김가영도 그동안 나와 많이 친해져서 인지 아니면 내가 엠티 때 잘해줘서 인지 별 불만없이 나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쏴아아아 쏴아아아 쏴아아아

그렇게 이아름과 김가영과 함께 모래사장을 걷는데 우리를 마치 축복해주기라도 하듯이 파도소리가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우리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와 여기 파도 소리 너무 좋다 그치 가영아?”

“...........”

“가영아?”

“아? 으응…………..”

“가영아 너 왜 그래? 속이 안 좋아? 아까 술 많이 마셔서 그래?”

“후으으응 아니 그런게 아니라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갑자기 졸리네…”

“너 어제 과제 늦게까지 해서 그런거 아냐? 피피티 만든다고 늦게 잤잖아.”

“그래서 그런가? 그래서 그런거 같기도 하고 아까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얼굴이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어떻게 할래? 다시 들어갈래?”

“하아 나온지 얼마 안 되었는데 왜 이러지? 아 밤하늘과 밤바다가 너무 이뻐서 꼭 보고싶어서 나온 건데 아직 얼마 못 봤는데...아 진짜 왜이래 잠아 좀 깨라 얍얍”

­도리 도리 도리 도리

­짜악 짜악 짜악 짜악

김가영은 나온지 얼마 안되어서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 싫다라는 듯이 자신의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자신의 양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소용없을거지롱. 그거 아이템 빨 받은거라서 너 잠 무조건 자야 될 거야. 아아 이렇게 김가영을 떼어낼 수 있을 줄이야. 아 근데 만약에 김가영이 이아름에게 같이 돌아가자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그러면 진짜 큰일인데.. 그거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겠네.’

나는 황급히 어떻게 김가영만 돌아가게 만들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김가영만 돌아가게할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아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그때 김가영이 말했다.

“하아 아름아 미안한데 나 너무 졸려서 안 되겠다. 그만 들어가봐야할 것 같아.”

“하이이잉 그래? 어떻게 그럼 같이 돌아가줘?”

“아냐. 나온지 얼마 안 되었는데 좀 더 구경하다가 와. 괜히 나 때문에 숙소 다시 들어가지 말고. 너가 밤바다랑 밤야경 너무 좋다고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나온 거잖아. 지금 그냥 들어가면 아쉽지.”

그렇게 말을 마친 김가영이 나를 한 번 힐끗 보더니 이아름에게 말했다.

“게다가 명한이라면 뭐…. 아름이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다른 남자애들처럼 허튼짓을 하려고는 안 하겠지. 맞지 명한아?”

‘땡! 잘 못 보셨습니다! 잘 못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크아아아아 이때까지 김가영에게 이미지 빌드업을 해놓은 의미가 여기서 폭발하는 구나 으라차차차차차차차 크크크크크 고럼 고럼 오늘 제대로 이아름을 공략해줄게.’

“허튼 짓? 내가 그런걸 이아름에게 왜 해. 뭐 신경쓰이면 나는 이아름과 따로 산책해줄게. 그 편이 더 편하기도 하고.”

“아냐 아냐 명한이 너가 아름이랑 같이 산책해줘. 아름이 혼자 바다 걷고 이러면 백퍼센트 남자들이 와서 헌팅하려고 할거야. 그중에 위험한 남자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 명한이 너가 옆에서 같이 걸어주는게 낫지. 아름이 부탁 좀 할게. 내가 보디가드 해주고 싶지만 오늘 너무 피곤해서.”

‘우와 살다 살다 생전 김가영이 나에게 이아름을 부탁하는 날이 올줄이야. 크으으으 오랜 시간의 빌드업이 오늘에서야 빛을 발하는 구나.’

“알았어 그럼 뭐 가영이 너 부탁이니까 특별히 내가 아름이랑 같이 걸어줄게. 아 원래는 혼자 밤바다 즐기고 싶어서 밖으로 빠져 나왔는데 계획이 묘하게 엉켰네 이런.”

나는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살짝 아쉽다라는 투로 이야기했다.

“에이 그래도 둘이서 같이 대화하고 모래사장 걸으면 더 즐거운 분위기가 될거야.”

김가영은 이아름을 혼자 놔두고 가는게 미안했는 듯이 나에게 오히려 아름이를 부탁한다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아 더이상 졸려서 안 되겠다. 나 먼저 들어가볼게. 아름아 미안. 명한이가 나 대신 옆에 있어줄테니까 같이 밤바다 구경하다와.”

“알았어 가영아 들어가서 푹쉬어.”

“잘 들어가 가영아.”

그렇게 우리는 가영이를 숙소로 다시 보내고 다시 밤바다를 걷기 시작했다.

‘좋았어! 크아아아아 김가영을 드디어 이아름에게서 떼어냈다. 드디어 둘만의 시간이군.’

“..................”

“..................”

나는 일부러 이아름에게 관심이 없다라는 듯이 굳이 이아름에게 말을 붙이려 애쓰지 않고 파도소리와 밤바람에 집중하고 있다라는 듯이 시크하게 풍경을 바라보며 걷기 시작했다.

이아름은 내 옆을 묵묵히 따라걷다가 계속 되는 침묵이 신경쓰였는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명한아 밤바다소리가 진짜 좋다 그치?”

“응 그러네.”

‘여기서 너무 철벽치면 또 감정 상할 수 있겟지? 아름이도 여자니까 말야. 가영이도 없는데 슬슬 밀고당기기를 시작해볼까?’

“아름이 너도 밤바다 좋아해?”

“응?”

이아름은 난데없이 내가 질문을 할지 몰랐다는 듯이 두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기쁜듯이 나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으응 당연하지! 밤바다 얼마나 아름다워. 저기 달빛이랑 별빛이 바다에 은은하게 비치는 거랑

파도가 모래사장에 부딪쳐서 나는 찰랑찰랑하는 소리랑 그리고 시원하게 우리를 스치는 바닷바람 얼마나 좋아. 명한이 너도 느껴지지?”

“그래 그래서 이렇게 밖에 혼자 나왔었잖아. 그걸 즐기려고.”

“아….”

내가 굳이 혼자라는 말을 이야기하자 이아름의 표정이 살짝 아쉬움에 물들며 안 좋아졌다.

나는 그러한 이아름의 표정을 재빨리 캐치한 후 이아름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아름이 너와 걷는 기분도 나쁘지 않네. 오히려 잘 된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이아름은 예상치 못했다라는 듯이 나에게 두 눈이 동그래지며 되물었다.

“응. 뭐 이렇게 아름다운 밤바다를 아름이 너같이 성격 좋고 착한 애랑 걷는 것도 좋은 것 같아서 말야.”

나는 일부러 과에서 인기많고 이쁜 여자라고 이야기하려다가 성격과 착한 것을 강조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단어를 바꿨다.

“아 고마워. 명한이 너가 그렇게 생각해줄 줄은 몰랐는데..전혀 예상 못했어.”

내가 자신의 성격을 칭찬하자 이아름의 얼굴이 살짝 붉게 물들었다.

나의 칭찬에 얼굴이 살짝 벌개지는 이아름의 모습에 나는 기분이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았다.

‘크하하하하하하 공대 여신 이아름이 나의 칭찬에 얼굴을 붉히다니. 전생이었다면 해가 서쪽에서 뜰 노릇이었을텐데. 으아아아아 이때까지 이아름에게 시크하게 군 보람이 있구나.’

그렇게 우리는 단 둘이서 밤바다를 걸으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솨아아아 솨아아아 솨아아아 솨아아아

­스으으으 스으으으 스으으으 스으으으

시원한 파도소리와 밤바람이 우리 곁을 스쳐지나가며 우리의 기분을 청량하게 해주었다. 확실히 밤바다라서 그런지 로맨틱한 분위기가 잘 형성이 되었다.

“근데 명한이 너는 확실히 다른 남자애들이랑은 다른 것 같아.”

“응 뭐가?”

“우웅...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아무래도 우리 과 특성 상 여자애들이 적잖아. 그리고 공대 남학생들은 보통 1학년 때부터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되게 안달이 나 있는 모습인데 명한이 너한테는 그런게 없는 것 같아. 솔직히 처음 봤을 때부터 많이 놀랐어. 보통은 공대 남학생들같은 경우에는 나랑 이야기할 때 눈을 마주치면서 되게 호감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이야기하는데 너는 전혀 그런거 없이 무심하게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이야기하더라고. 혹시 내가 너 취향이 아니거나 그래서 뭐 그런거야?”

이아름이 매우 궁금하다라는 어투로 나에게 물어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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