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편의점 알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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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이 나는 섹스 센스의 도움을 빌리기로 했다.
‘섹스 센스 거기 있니?’
‘네 주인님 저는 항상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상황에서 뭐라고 말해야 돼? 너가 외모가 이쁘고 몸매도 좋고 따먹을 때 맛있어서라고 대답할 순 없잖아.’
‘하하하하하하 저에게 맡기시지요 주인님.’
‘그래 잘 부탁한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서 이형인을 따뜻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까 내가 너에게 약속했잖아. 힘든 일 있으면 도와주고 어려운 일 있으면 같이 해결해주고 우울해하면 웃겨주고 해주기로. 사나이가 한 번 말한건 지켜야지. 그것도 여자에게 한 약속이라면.”
“아………………..”
이형인은 내 말을 듣더니 얼굴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섹스 센스 덕분에 이형인의 마음을 제대로 공략한 듯 싶었다.
이형인은 많이 부끄러운 듯이 시선을 내리깔다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고서는 내게 주저하듯이 말했다.
“저기 명한아…..”
“응?”
“저기 내 전남자친구가 너 폭행한거는 어떻게 할거야?”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인실좇시켜야지. 맞고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그래서 일부러 맞고만 있었던 건데.’
“응? 당연히 경찰에 고소해야지. 아오 양쪽 뺨 맞은거랑 어깨 다친거 생각하면 지금 생각해도 열받네.”
“저기…...미안한데…..그냥 없었던 일로 하고 넘어가주면 안 될까?”
띠용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없었던 일로 하고 넘어가 달라니. 이형인 얘 설마 아직도 전남자친구한테 미련이 있어서 전남자친구 편을 드는 건가? 내가 널 위해서 맞아줬는데도?’
나는 이형인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없었던 일로 해달라니?”
“그게…...물론 내 전남자친구가 잘 못한거고 나도 솔직히 전남자친구한테 이번에 정 완전 떨어졌거든. 진짜 한 번 쓰레기는 영원한 쓰레기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근데….그래도 이때까지 사귄 정을 생각하면….내가 너한테 용서를 구하고 전남자친구가 경찰서에 안 가게 하는게 더 나은 선택인것 같아서…. 그래도 사귀면서 미운 정이란 미운 정은 다 들기도 했고. 어찌되었든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으니까 미안한 마음도 아직 있긴 해서….오죽하면 저럴까도 싶기도 하고… 마음이 좀 복잡하긴 한데 그래도 내가 너에게 용서를 구하면 너가 용서를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흠 전남자친구에게 미련이 남은 것은 아니구나. 그냥 사겼던 정을 생각해서 불쌍해서 도와주려는 건것 같기는 한데 어떻게 하지?’
솔직히 나는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합의금 정도만 두둑히 챙길 생산이었다.
법정싸움까지 가게 되면 변호사 문제 및 소송까지해서 문제가 너무 복잡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저런 쓰레기 자식은 콩밥 좀 먹이고 경찰들한테 혼 좀 나봐야 하는데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면 합의금으로 최소한 50만원은 벌 수 있을텐데 맞은 것도 억울한데 내가 쟤를 그냥 봐줘야 해?”
나는 이형인의 앞에서 이형인의 전남자친구를 쓰레기라고 표현하는데서 묘한 쾌감을 느꼈다.
“부탁할게 명한아. 나도 너가 맞은 거 정말 미안하고 열받을 거 아는데 그래도 요한이 쟤도 알고보면 불쌍한 애라서...내가 개인 프라이버시라 제대로 말 할 수 없지만….미안해 명한아 내 얼굴 봐서 한 번만 용서해줘 부탁이야.”
이형인은 내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이형인이 완전 저자세로 나오자 나는 심정이 매우 복잡해졌다.
‘흐음 아무리 전남자친구라 해도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자존심 강한 이형인이?”
“합의금 문제라면….내가 50만원 어치까지는 아니여도 너한테 계속 너가 원할때 마다 맛있는거 사줄게. 그리고 너가 원할때마다 너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도록 노력할게. 그러니 어떻게 한 번 봐주는 쪽으로 생각해주면 안 될까?”
‘우오오오? 이형인 너가 내게 맛있는 거를 사준다고? 게다가 내가 원할때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을 한다고? 그럼 무조건 콜이지~!’
나는 이형인의 말을 듣자마자 마음속에 있던 분노가 눈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 나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내가 원할때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사실이야?”
“.............그래….대신에 내가 충분히 마음의 빚을 갚았다라고 생각이 들 때까지만 할거야. 그리고 내가 생각했을때 너무 무리한 요구는 못 들어줘…..”
이형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나에게 대답을 했다.
“흐음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할게 다 형인이 너 얼굴 봐서 내가 참아주는 거야”
그러자 이형인의 얼굴이 급격히 밝아지며 나에게 말했다.
“진짜? 정말? 너무 고마워! 우아 명한이 너 진짜 성격 너무 좋다. 내가 생각했던 거 이상이야. 진짜 고마워!”
이형인은 마음이 한결 놓이는 듯 한숨을 쉬며 이야기 했다.
아무래도 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게 마음에 많이 걸린 듯 했다.
‘근데 이형인이 나를 위해서 행동을 한다고? 어떻게 할지 궁금하기는 하네.’
나는 고분고분한 이형인의 모습이 상상이 안 가서 이형인을 한 번 테스트 해보기로 했다.
“형인아 너 내가 시키는 대로 원할때 행동한다고 했지?”
“.............너어 이상한거 시키면 가만 안둬. 그리고 분명히 말하는데 마음의 빚 다 갚았다고 생각하면 그만 둘거야.”
“그래? 그럼 귀욤미 송 한 번 내 앞에서 해봐.”
“뭐...뭐라고?”
이형인은 황당하다라는 듯이 두 눈이 동그래져 나를 쳐다보았다.
“귀욤이 송 보고 싶어. 귀욤이 송 해줘.”
나는 이형인같이 까칠하고 도도한 여자가 귀여운 짓을 할 때 어떻게 될지 문득 엄청나게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형인에게 귀욤이 송을 해보라고 이야기했다.
‘진짜 시키는 대로 할까? 이형인 성격상 안 할 것 같은데… 말만 내가 시키는대로 하겠다라고 한 거 아냐?’
나는 이때까지 봐온 이형인의 성격상 이형인이 귀욤이 송을 할것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부들 부들 부들 부들
내 예상대로 이형인은 주먹을 꽉 쥔채 부들부들 떨면서 억울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고분고분하고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던 이형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다시 원래의 이형인으로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야! 아무리 그래도 귀욤이 송을 시키면 어떻게 해! 내가 그런걸 어떻게 하라고 너무 한 거 아냐?”
‘여...여기서 물러설 수 없지.’
“아...아까 시키는대로 다 한다라고 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그냥 빈말이었나? 흐으으으음 이러면 이형인의 전남자친구를 용서하고 경찰서 안 가기로 한 나만 바보되는 것 같은데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뭐 사람이라고 누구나 다 약속을 소중히하고 지키는 건 아니니까~”
나는 능청스럽게 마치 이형인이 말만 앞선 그리고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이어도 모든 사람이 약속을 지키는 것은 아니니까 어쩔 수 없이 조금 실망만하고 말겠다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크으으으윽….”
이형인은 내 말을 듣자 움찔하며 더 쎄게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참아내기 시작했다.
그런 이형인의 분노의 찬 모습이 왠지 모르게 초등학교때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놀리는 것처럼 이형인을 놀리고 싶게 만들었다.
“아아아 아야야야야야 오른쪽 뺨도 아프고 왼쪽 뺨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아이고 삭신이 다 쑤시네…. 편의점 점장님한테 말하고 조퇴를 해야 하나...아이고 허리야…”
“하...하면 될 거아냐!”
나에게 소리를 빼액 지르는 이형인. 왠지 모르게 억울함에 두 눈이 촉촉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한다고? 이형인이 귀욤이 송을?’
나는 긴가민가했지만 진짜로 이형인이 귀욤이 송을 한다라고 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정신이 어벙해졌다.
“잠시만!”
후우 후우 후우 후우
이형인은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호흡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하아아아아아….이런건 남자친구한테도 잘 안 하던건데…..”
‘우와 남자친구한데도 잘 안 하던건데라고? 잠깐만… 그럼 남자친구한테는 하긴 했었다라는 건가? 저 도도하고 시크한 이형인이? 그리고 남자친구도 잘 못보던 거를 지금 내가 본다라는 거야? 엄청 짜릿한데?’
나는 두 가지 의미에서 충격을 먹었다.
귀여운걸 하기가 힘든지 이형인은 내 앞에서 계속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후우 후우
“할게….. 자 이형인 할 수 있어 아자 아자!”
이형인은 마치 자기 자신에게 주술을 걸듯이 손으로 얼굴 앞에서 아브라카타브라 하는 것처럼 손으로 주문을 넣는 모양을 하더니 귀욤이 송 노래를 시작했다.
[딴데 보지마
누가 뭐래도 내꺼 (내꺼)
다른 여자 쳐다 보지마
난 니꺼 (난 니꺼)
우리 손가락 걸고 꼭 말을 해줘요
절대 날 떠나 버리고 가지 않기로
1더하기1은 귀욤이
2더하기2는 귀욤이
3더하기3은 귀욤이
귀귀 귀욤이 귀귀 귀욤이
4더하기4도 귀욤이
5더하기5도귀욤이
6더하기6은 쪽쪽쪽쪽쪽쪽
귀욤이 난 귀욤이]
‘뭐...뭐야 은근히 잘하잖아?!’
이형인은 시크하고 도도한 얼굴과는 달리 막상 노래를 시작하자 얼굴에 철판을 깐 것처럼 귀엽게 귀욤이 송을 부르면서 율동을 하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에 자기가 오글거리는지 살짝 살짝 인상이 찡그려지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빼고는 매우 훌륭하게 귀여움을 잘 소화해냈다.
내가 아까까지 봤던 시크하고 도도한 이형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오롯이 귀여운 이형인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나는 귀여운 이형인의 모습을 전생과 현생 다 합쳐서 처음 보았기 때문에 망치로 얻어맞은 것과 같은 충격을 느꼈다.
‘이형인도 귀여운거 하니까 엄청 귀엽네. 와 저 도도하고 시크한 얼굴로 귀여운게 잘 어울릴 줄이야 이건 좀 많이 충격인데..’
나는 이형인의 귀욤이 송을 보면서 이형인에게 귀여운걸 시키길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 내가 귀여운걸 하다니 으아아아아아악!”
귀욤이 송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아 절규하는 이형인.
아무래도 자신이 귀욤이 송을 한 것에 대해 많이 오글 오글 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주저 앉아 있는 이형인을 보니 묘한 만족감과 가학심이 생겼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 이형인 전남자친구 덕분에 이형인의 귀여운 모습을 볼 줄이야. 이거 완전 이러면 핵이득인데? 아 근데 이형인 진자 귀여운 거 할 때 생각보다 훨씬 귀엽네. 귀여운 걸로 잘 어필하면 남자들한테 더 인기 많을 것 같은데.’
이형인은 그렇게 한참을 자신의 머리를 박박 긁으며 머리를 도리도리 저으며 자신이 귀욤이 송을 했다라는 기억을 지우려는 듯이 움직였다.
벌떡
그러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를 노려보았다.
“됐지? 나 내가 한 말 지켰다?”
“그래 와 형인이 너 귀욤이 송하니까 생각보다 엄청 귀엽네.”
“으아아아아악 이야기 하지마! 으으으응? 생각보다 귀엽다고?”
“어 나는 솔직히 너가 도도하고 시크한 이미지라서 귀여운 걸 잘 못할줄 알아서 시켰는데 생각보다 잘하네? 엄청 귀여웠어 잘 어울리고.”
씰룩 씰룩 씰룩 씰룩
내 말을 들은 이형인의 얼굴이 발개지더니 입꼬리가 계속 올라가려는 것을 억지로 참으려는게 보였다.
‘이형인도 자기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타입이네 크크크크크 입꼬리 올라가려는 거 억지로 참는 것도 귀엽네.’
그러자 이형인은 내 얼굴을 바라보고 옆으로 휘익 돌더니 내게 말했다.
“따...딱히 귀엽진 않아. 그리고 너한테 칭찬받는다고 좋아할 내가 아냐. 뭐 내가 원래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귀여운 것도 잘 어울리는 것 뿐이라고. 너한테 칭찬 받아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어.”
씰룩 씰룩 씰룩 씰룩
이형인의 말과는 다르게 이형인의 입가의 미소가 조금씩 번지는 것을 이형인 자신은 눈치를 못 채고 있는 듯 했다.
‘귀엽네 얼굴은 포커페이스 유지하려고 하는데 지금 자신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라는 것을 모르겠지 이형인은.’
그렇게 이형인은 쑥쓰러운지 나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채 카운터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나에게 쑥쓰러워하는 이형인의 모습을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에 낯설기도 하면서 그런 이형인의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이형인을 계속 쳐다보았다.
내가 자신을 쳐다보자 이형인은 나를 갑자기 휘익 노려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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